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

   
나가오 가즈히로(역: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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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윌
   
13000
2014�� 05��



■ 책 소개 


시작하는 것보다 끊는 시기가 더 중요하다! 


수많은 환자와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동네의사’ 나가오 가즈히로의 역작! 






나가오 가즈히로는 스스로를 ‘동네의사’라 부르며 줄곧 ‘환자 중심의 의술’과 ‘인간다운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두어왔다. 






이 책 역시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항암제 사용에 경종을 울리며 무엇이 환자를 위한 암 치료인지 되묻고 있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항암제 치료를 받는다. 담당의가 당연하게 항암제를 권유하거나(혹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심지어 항암제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가오 가즈히로 역시 항암제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항암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똑똑하게’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즉 항암제를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닌 ‘언제 그만두느냐’의 시기의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우선 이 책이 항암제를 부정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오해와 선입견부터 제쳐두는 것이 좋다. 






■ 저자 나가오 가즈히로 


1958년 일본 가가와 현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도쿄 의과대학교를 졸업하고 오사카 대학교 제2내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1995년 효고 현 아마가사키 시에서 개업한 이후 여러 의사와 협력하여 365일 연중무휴의 외래 진료와 24시간 체제의 재택 진료에 힘쓰고 있다. 의료 법인 유와카이의 이사장이자 나가오 클리닉의 원장이다. 






의학 박사, 일본 존엄사협회 부이사장, 간사이 국제대학교 객원 교수, 일본 만성기의료협회 이사, 일본 호스피스 재택 케어 연구회 이사, 일본 소화기병학회 전문의, 일본 소화기내시경학회 전문의·지도의, 일본 금연학회 전문의, 일본 재택의학회 전문의, 일본 내과학회 인정의이기도 하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평온한 죽음』 『의료 부정 서적에 살해당하지 않기 위한 48가지 진실』이 있다. 






■ 역자 이서연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콘텐츠 라이터로 일하다가 번역에 매력을 느껴 현재는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사회적 우울증』 『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우리 가족은 정말 사랑한 걸까』 『자세만 고쳐도 통증은 사라진다』 『그 사람과 나는 왜 항상 꼬이는 걸까』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감사의 말씀 






제1장 동네의사가 본 어느 암 환자의 이야기 


2011년 2월 ‘암 선고’ 


2011년 봄 ‘암 수술에서 생환’ 


2011년 여름부터 가을 ‘부작용으로 인한 망설임’ 


2011년 가을부터 겨울 ‘약해진 몸에 더욱 강한 항암제가 맞을까’ 


2012년 돋아나는 새싹 ‘재발: 가족의 연기, 본인의 갈등’ 


2012년 봄부터 여름 ‘항암제 치료의 전환점’ 


2012년 늦여름 ‘재택 호스피스 시작’ 


2012년 가을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까’ 


2012년 ‘죽음의 벽’ 






제2장 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 


기회 1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 


기회 2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고 2주 후 


기회 3 체중이 감소했을 때 


기회 4 2차 치료를 권유받을 때 


기회 5 암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도 끝까지 항암제를 써보자고 주치의가 제안할 때 


기회 6 항암제 치료를 받아도 암이 재발했을 때 


기회 7 우울 증상이 의심될 때 


기회 8 한 번 치료를 거르고 편해졌을 때 


기회 9 3차 치료를 권유받을 때 


기회 10 임종의 순간 



마무리하며 




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


동네의사가 본 어느 암 환자의 이야기

2011년 2월 암 선고

병원을 꺼리는 남성이 다급하게 클리닉을 찾아왔다

스즈키 노부오 씨(58세)가 나의 클리닉에 처음으로 찾아온 것은 벚꽃 봉오리가 살짝 부풀기 시작한 2월 하순의 어느 날이었다. 스즈키 씨의 아내 요리코 씨와는 잘 아는 사이다. 요리코 씨는 지병인 천식으로 종종 나의 클리닉을 방문했다. 하지만 남편인 스즈키 씨와는 첫 만남이었다. 아, 안타깝게도 위암이다……. 5초 만에 알아차렸다. 이렇게 말하면 돌팔이 의사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위암은 얼굴로 식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위암만의 특징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다. 얼마나 진행이 된 걸까? 전이가 없다면 좋을 텐데……


암 완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스즈키 씨의 눈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재촉했다. "스즈키 씨와 같은 사례는 수술 후 대개 항암제 치료가 이어집니다.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면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게 될 겁니다.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겁니다." 스즈키 씨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누르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몇 개월, 아니 1년이면 되나요?" "치료가 오래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항암제 전문의일수록 항암제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항암제를 끊어야 할 시기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 단위로 항암제 치료가 이어지는 경우도 절대 드물지 않습니다."


항암제 치료의 첫 번째 목적이란?

죽을 때까지 항암제 치료를 계속하는 의사나 환자도 대단히 많다. 실은 스즈키 씨에게 솔직하게 말해주고도 싶었지만 현 상황에서 그런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암의 재발, 진행, 전이를 막고 시간을 늦추는 것이 항암제 치료의 첫 번째 목적이다. 따라서 항암제를 끊어야 할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항암제는 결코 완치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항암제 치료는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그 답은 환자와 의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은 환자의 체력이 버틸 때까지일 것이다. 항암제는 세포를 죽이는 약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면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세포도 공격하므로 환자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즉 항암제 치료는 체력과의 승부가 되는 셈이다. 부작용이 뒤따르고 다른 항암제를 시도해볼 체력도 빼앗겨 고작 1~2개월 만에 치료가 한계에 다다르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항암제를 끊어야 할 시기는 개인차가 크다.


2011년 봄 암 수술에서 생환

왜 퇴원 2주 만에 항암제 치료인가?

스즈키 노부오 씨는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A 암센터에서 퇴원했다고 했다. "스즈키 씨, 어서 오세요. 퇴원 축하드립니다! 항암제 치료는 언제부터 시작하시나요?" "2주 후부터 외래로 시작하자고 하네요." "그렇군요. 그럼 우선 TS-1부터 시작하겠네요. 2주 동안 느긋하게 쉬면서 체력을 충분히 기르시기 바랍니다." "근데 선생님, 수술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담당의 선생님도 예방차원이라고 말씀하시던데…… 최소한 한 달 정도는 병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하면서 그냥 푹 쉬고 싶네요." "물론 2주 후부터 항암제 치료에 들어간다고 하면 마냥 좋아하실 수는 없겠네요. 그래도 만에 하나 미세 전이라고 해서 아직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몸속에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 체력이 좀 회복되는 2주 후부터 일찌감치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는 게 효과가 좋긴 합니다."


앞서 항암제 치료는 체력과의 승부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퇴원 2주일 후보다 더욱 체력이 회복되어 기력이 충분할 때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의문이 들겠지만 그러면 늦다. 스즈키 씨가 활력을 되찾았을 때는 스즈키 씨의 체내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도 활력을 되찾게 된다.


2011년 여름부터 가을 부작용으로 인한 망설임

항암제의 부작용에 의한 식욕과 체중의 저하

스즈키 씨는 항암제 치료를 시작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무려 10퍼센트의 체중이 줄었다. 이 정도로 체중이 줄었다면 당연히 항암제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왜 암에 걸리면 살이 빠질까? 이유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 암세포가 정상 세포를 파괴하고 단백질을 빼앗으므로

* 만성 염증에 의해 체내의 영향분이 소모되므로

* 항암제의 부작용에 의해 식욕이 저하되므로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에 따른 생각이지만 체중이 항암제 치료를 시작할 때보다 15퍼센트 정도 감소한 경우에는 항암제를 끊을 시기를 고민해야 할 기회다.


2012년 돋아나는 새싹 재발: 가족의 연기, 본인의 갈등

재발: 복막파종

스즈키 노부오 씨에게 이변이 있었던 것은 TS-1과 시스플라틴 병용 요법의 2코스가 종료된 2월 중순 무렵이었다. 위암 수술을 마치고 10개월이 지난 그다음 날, 스즈키 씨는 A 암센터에서 복부 CT 검사를 실시하고 그날 밤에 결과를 받았다. 복막파종. 위암이 재발하는 경우, 그 3분의 2가 복막파종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문자 그대로 마치 씨앗이 복막에 흩뿌려지듯이 암세포가 위벽을 뚫고 나와 복부의 내부 공간으로 흩어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TS-1과 시스플라틴 병용 요법을 시작하고 2코스에 돌입하여 비교적 평온하게 보낸 수개월의 시간을 비웃듯이 재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무시할 수 없는 우울 증상

암 환자의 40퍼센트 정도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심한 불면이나 의욕 저하를 느낄 때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우울 증상을 의심해보는 편이 좋다. 한시라도 빨리 정신과를 찾아가거나 적당한 카운슬링을 받는 방법도 고려하기 바란다. 암 치료로 몸이 비명을 지르면 마음도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여전히 암 환자의 정신 상태까지 염려할 여유가 없는 병원이 많다. 몸을 고치는 일에만 전념하여 마음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요즘, 병원에 따라서는 집단 심리요법이라는 치료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2012년 봄부터 여름 항암제 치료의 전환점

항암제 치료의 전환점

6코스 종료 후, A 암센터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스즈키 씨의 암 수치는 단숨에 9에서 80까지 올랐다. 그런 급격한 상승을 항암제 치료의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검사 결과를 듣고 부부가 함께 나를 찾아왔을 때 스즈키 씨는 그 더위에도 니트 모자를 쓴 채로 맥없이 이렇게 전했다. "이제는 시스플라틴도 듣지 않는다고 하네요. 오늘 담당의 선생님께서 이 항암제가 가장 효과를 발휘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항암제를 투여해보자고 하시더군요." "스즈키 씨, A 암센터에서도 알려드렸는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1차 치료보다 2차 치료가, 2차 치료보다 3차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고통만 받고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3차 치료가 힘겨우시면 도중에 팽개칩시다. 그땐 정말 항암제를 끊을 시기입니다. 전혀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효과가 나오는 경우도 물론 있으니까 그 효과를 부작용이랑 잘 저울질하면서 치료가 스즈키 씨의 인생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계속 하시면 됩니다." 스즈키 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A 암센터에서 3차 치료에 쓸 두 종류의 항암제를 제안했습니다. 하나는 탁솔이라는 약이고 또 하나는 이리노테칸이라는 약입니다." 스즈키 씨의 말을 듣고 무심코 혀를 차고 말았다. 3차 치료를 할지 말지도 아니고 탁솔을 쓸지 이리노테칸을 쓸지 환자에게 고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스즈키 씨는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표적치료제를 선택지에 넣을지 말지도 고민했다. 결국 승인되지 않은 표적치료제는 아무래도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우선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이리노테칸도 부작용이 더욱 클 듯하다고 판단하여 탁솔, 즉 파클리탁셀을 선택했다. 이제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스즈키 씨도 요리코 씨도 알고 있다. 이제 최후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2012년 죽음의 벽

2012년 10월 26일 저녁, 스즈키 노부오 씨의 상태가 급변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모르핀과 수면제로 스즈키 씨를 재운 다음, 1층의 거실에서 가족 모두에게 이제부터 일어날 일을 하나하나 정중히 설명하고 당부했다. "앞으로 이틀 정도일 겁니다."라는 나의 말에 요리코 씨가 한동안 통곡하다가 딸에게 안겨 겨우 진정했다.


"이제 수액은 넣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지켜보기 힘드시다면 200밀리 정도만 더 넣겠습니다. 혹시 목이 마른 듯하면 얼음이나 셔벗 조각으로 입술을 적셔주세요. 그리고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장례식 준비도 슬슬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돌아가신 다음에 입혀드릴 옷도요." 가족 모두가 소리를 죽이고 울었다. 이는 슬픔의 예습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10월 27일 23시 15분, 도쿄에서 일을 보고 막차로 돌아가는 중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요리코 씨였다. "남편이 한동안 숨을 거칠게 쉬더니 조용해졌다가 눈을 감지 않네요." 1시간 후, 방문 간호사와 함께 도착한 심야의 스즈키 씨의 집에는 야마시타 다쓰로의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즈키 노부오 씨는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 편안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었다. 앞서 요리코 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알려준 23시 20분을 사망 시각으로 보고 사망 진단서를 썼다. "나가오 선생님, 오늘 저녁엔 정말 평온했어요. 남편이 바나나도 몇 입 먹었고요. 이렇게 평화롭게 작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렇죠? 여보……."


스즈키 씨의 입가가 살짝 벌려졌다. 다시 닫아주려고 손을 댔을 때였다. 목구멍 속에 희고 작은 알갱이가 보였다. 핀셋을 빌려서 꺼내보았다. 놀랍게도 녹다 만 TS-1의 캡슐이었다. 손을 내미는 아들의 손바닥 위에 살며시 얹었다. "아버지가 아직도 이걸 복용하고 계셨군요"라고 중얼거리던 아들은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쓰러져 울었다.



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

기회1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

부전패와 부전승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항암제를 끊을 기회를 논하면서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첫 번째로 놓으면 짓궂은 농담처럼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대부분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나 그 가족이겠지만 혹시 항암제 치료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해보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 항목을 집어넣었다. 나는 부전패와 부전승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동서를 불문한 역사 속에서도 싸우지 않은 덕에 살아남은 장수나 병사의 일화가 자주 눈에 뛴다. 그렇게 일단 생명을 건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항암 치료는 꼭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다

어젯밤까지 한다고 해놓고 아침이 되면 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바꾸는 환자도 있다. 반대로 하지 않는다고 밝히다가 한다고 갑작스레 통보하는 환자도 이따금 있다. 이런 환자의 동요에 끈기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도 의사의 일이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므로 기껏 준비한 치료를 취소해야 한다면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변덕이나 갑작스러운 약속 파기도 환자 본인의 의사라면 가능한 한 존중해야 한다. 물론 일단 실시하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는 방법도 있지만 깔끔하게 아예 시작하지 않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회2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고 2주 후

신혼 이혼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다

2주 만에 항암제를 끊는다는 결단을 내리는 사람을 나도 몇몇 경험했다.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도 왠지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알단 시작했지만 역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신혼 이혼이라는 말이 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즉시 이혼하는 것이다. 경솔한 선택이라고 뒤에서 손가락질하며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현명한 선택인 경우가 있다. 항암제 치료에서도 신혼 이혼은 가능하다.


항암제 1차 치료를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2주째는 5킬로미터의 통과 지점에 해당된다. 반환 지점처럼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계산상 자신이 이 레이스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여기서 문제를 느끼고 기권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기권에는 적잖은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 그런 선택지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두 번째의 항암제를 끊을 기회는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고 2주 후라고 기억해두기 바란다.


기회4 2차 치료를 권유받을 때

연령이나 생활 방식에 맞추어 2차 치료를 고려한다

스즈키 씨는 2차 치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코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연령이나 생활 방식에 따라서는 2차 치료를 권유받을 때가 항암제를 끊을 기회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2차 치료는 1차 치료보다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즈음에 백기를 들고 남은 인생을 즐기는 편이 나은 경우도 많다. 고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2차 치료를 시도할까 말까. 괴로운 선택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가장 망설일 때가 이 시점이다. 모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모험할 자유와 권리도 보장되어있다.


기회5 암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도 끝까지 항암제를 써보자고 주치의가 제안할 때

끊을 시기는 의사도 모른다

2012년은 의학의 역사에서 명백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일본 노년의학회가 죽음을 앞둔 환자의 인공적 수분·영양 보급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해다. 환자에게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충분한 의논을 거쳐 인공적 수분·영양 보급을 중지하는 것도 선택지에 해당된다고 명시했다. 한편 항암제치료에서 항암제를 끊을 기회는 의학 교과서에 정확히 기입되어있다. 환자의 전신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를 비롯한 구체적인 상황에 관한 기술이 있다.


하지만 약이 듣지 않게 되었을 때와 관련된 사항은 없다.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어느 정도의 상태를 두고 효과가 없다고 판단할지가 어려우므로 실제로는 항암제를 끝까지 끊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수명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인다. 스즈키 노부오 씨도 항암제 치료를 가능한 한 계속하자는 주치의의 말에 상당히 고민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환자는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는 마음도 들 것이다. 하지만 결국 무의미한 고집을 부리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의사가 하는 말의 진의를 헤아리는 것도 환자에게 필요한 일이다. 주치의와의 의논도 중요하지만 최후에 결정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결정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자.


기회6 항암제 치료를 받아도 암이 재발했을 때

재발의 의미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재발이라는 말의 의미를 잠시 파헤쳐 보자. 황무지에는 싹이 나지 않는다. 씨가 있는 땅에 싹이 나는 것이다. 재발이란 암이 다시금 싹을 틔우고 마치 성격이 변한 듯이 날뛰는 상황을 가리킨다. 스즈키 씨의 경우에는 극악무도해진 암에 맞서기 위해 TS-1에 시스플라틴이라는 새로운 병력을 투입하면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발이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제거되지 않은 암이자 수술 전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원격 적인이기도 하다. 물론 수술 전 검사로 원격 전이의 유무를 알게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작은 전이는 검출되지 않는다. 이렇게 예측하지 못했던 재발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재발이다. 암이 재발했다는 것은 암 줄기세포가 남아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이후의 전투에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항암제를 통해 연명을 위한 도박을 거는 것이 낭비라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다. 표적치료제의 경우에는 대박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연령에 따라서는, 혹은 생활 방식에 따라서는 재발한 시점에 항암제를 끊어도 좋다.


기회8 한 번 치료를 거르고 편해졌을 때

기다리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기다림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상태가 나쁠 때는 과감하게 항암제 치료를 쉬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다림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시간이나 주기가 치료에 필요한 요소라고 해도 거기에 휘둘린다면 주객이 전도되고 만다. 자신의 생활이 있어야 항암제 치료도 있는 것이다. 가끔은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바란다. 또 가끔은 쉬어도 된다. 그렇게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항암제 치료란 이따금 당첨되는 복권에 불과하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자세로 상태가 나쁠 때나 기분이 언짢을 때는 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여유를 가지고 치료를 받는 편이 좋다. 즐길 수도 있고 연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쉬고도 기운이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만일 그렇게 회복된다면 그대로 치료를 그만두어도 되지 않을까.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바로 악화되는 일은 없다.


기회9 3차 치료를 권유받을 때

치료도 끝맺음이 중요하다

인생에서는 항상 끝맺음이 가장 어렵다. 항암제 치료에서도 끝맺음이 가장 어렵다. 끝맺음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환자 본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자기 결정이 가능한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적다. 가족에게 결단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3차 치료에 돌입하면 체중 감소가 뚜렷해지고 통증도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스즈키 씨도 그랬지만 항암제 치료를 실시할 때는 대부분 쇄골 아래에 도관을 삽입하고 거기에 점적주사용 주사기를 꽂아서 약을 넣는다. 그 도관이 영양 보급을 위한 통로로도 이용되는 것이다.


여명이 1~2개월 이내라면 환자의 수명을 줄이므로 고칼로리 수액을 넣으면 안 된다. 연명 치료가 오히려 수명을 줄이고 고통을 늘리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을 흡수한다. 거기에 고농도 포도당, 즉 고칼로리 수액을 주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암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도 고칼로리 수액을 사용하는 병원이 많다. 왜인가? 여명은 죽고 나서밖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스즈키 씨의 경우 3차 치료를 실시하는 도중에 복수가 고여 의사가 도관을 이용하여 고칼로리 수액을 공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 시점이 바로 항암제를 끊을 기회다. 즉 항암제의 중단 시기와 고칼로리 수액의 중단 시기는 대체로 겹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아홉 번째의 항암제를 끊을 기회는 3차 치료를 권유받을 때다.


기회10 임종의 순간

마지막까지 그만두지 않는 삶의 방식도 있다

스즈키 씨는 3차 치료 도중부터 복수가 고이기 시작하여 자신의 의사로 1년 반 가까이에 이른 항암제 치료를 중지했다. 아니, 중지한 듯했다. 가족에게도 나에게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후까지 몰래 TS-1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목구멍 속에서 반짝이는 TS-1을 꺼내보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소중한 생명의 빛을 조금 일찍 꺼뜨렸을지도 모르는 이 작은 캡슐에 대한 원망과 간절한 생의 의지에 대한 경외가 뒤섞였다.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싸우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에게는 임종의 순간이 항암제를 끊을 기회인 것이다. 얄궂지만 죽음과 마주하지 않아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종의 순간도 항암제를 끊을 기회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아두기 바란다. 그런 선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도 환자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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