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 친구

   
안진훈. 김혜진
ǻ
북이십일
   
15000
2014�� 03��



■ 책 소개

 

세계적인 명문대부터 국내 대기업, 직장인부터 초등학생까지 확산된 고전 읽기 열풍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고전을 읽혀야 할까?

 

지난 10여 년의 고전 교육을 바탕으로 고전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어떻게 돕는지, 어떤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밝힌다. 또한 아이들이 소극적인 책 읽기를 넘어 적극적인 책 읽기를 하는 방법과 44편의 동서양 대표 고전을 통해 고전을 어려운 책이 아닌 친구처럼 친근한 책으로 느끼도록 한다.  

 

작품의 시대적, 문화적 배경,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알려 주면서 아이가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고전을 읽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이 과정을 통해 지적 체험을 경험한 아이들은 더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한 책을 읽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책은 아이가 이러한 고전 읽기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가 돼 줄 것이다. 또한 고전이 알려 주는 인간의 본성과 세상과 삶에 대한 지혜를 학습하면서 고전을 통하여 오늘날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지혜와 통찰력을 얻게 할 것이다.

 

■ 저자
안진훈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연세대 재학 시절 최고의 석학 한태동 박사로부터 10여 년에 걸쳐 동서양 사상사를 비롯해 현대수학, 물리학, 경제학, 예술 분야 등을 통해 인지구조분석을 가르침 받았고, 이를 뇌 과학과 연결하여 독자적인 뇌 인지 분야를 개척했다.  

 

뇌 인지 모델에 기초하여 뇌의 작동 원리(BOS)를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뇌를 4,09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특히 뇌 적성 검사 보시(BOSI)는 27만 건이 넘는 임상 실험을 통해서 기존의 적성검사로는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의 행동 양식의 원인까지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고난 적성과 후천적 성향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뇌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 기반 교육, 뇌 개별화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 및 잡 매칭, 기업의 뇌 기반 조직시스템 설계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외 대기업들을 컨설팅하고 있다.  

 

현재 MSC브레인컨설팅 대표, 연세대 코칭아카데미 책임교수, 칭화대 국제창의성센터 소장,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아이 머리 바꿔야 성적이 오른다』『창의 퀴즈 100』이 있다.

 

김혜진
MSC브레인컨설팅의 뇌 인지 개발 연구소장으로, 지난 10년간 MSC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초등학생을 위한 생각놀이 ‘브레인댄싱’, 사고력창의력계발을 위한 ‘DNA’, ‘RNA’, 중고등학생 대상의 고전 위주 영재교육 프로그램 ‘CLASSIC’, 창의융합사고력 개발을 위한 ‘통합논술’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MSC의 읽기능력검증과 구술능력평가, 논술능력다면평가 등 평가 도구 개발을 주도했다. 연세대 코칭아카데미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의 ‘도전! 창의퀴즈왕’, ‘고전은 내 친구’ 코너 집필을 맡아 왔다.  

 

조선일보, 연세창의공학연구원이 주최한 ‘제1회 창의퀴즈대회’의 프로젝트매니저로서 대회를 조직 운영했고, 사비나 미술관에서 진행된 ‘브레인전’의 콘셉트 기획 및 콘텐츠 구성에 참여하였다. 현재 안진훈 박사와 함께 학생 및 성인의 통합사고력 개발과 뇌인지 기반 컨설팅과 코칭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 차례
저자의 글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읽어야 할 고전 티칭 가이드

 

PART 1. 고전이 알려 주는 인간의 본성
내가 세상에서 제일 지혜롭다고? 그럴 리 없어 ㆍ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임금님은 포커페이스 ㆍ한비, 『한비자』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기 마련이야 ㆍ괴테, 『파우스트』
결국 악과 싸우는 것은 악에 불과해 ㆍ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까마귀가 날면 배 떨어질까? ㆍ데이비드 흄, 『오성에 관하여』
인간은 희망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존재 ㆍ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눈을 가리면 왜 양파가 사과처럼 느껴질까? ㆍ르네 데카르트, 『성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악한 사람의 돈을 뺏는 건 죄일까? ㆍ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내가 따뜻하다고 느끼면 따뜻한 걸까? ㆍ프랜시스 베이컨, 『신기관』
자비의 리더십 VS 두려움의 리더십 ㆍ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공자도 지키기 어려워한 덕목 ‘중용’ ㆍ자사, 『중용』
사람을 시험하려면 ‘권력’을 갖게 하라 ㆍ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혼자선 도덕적, 모이면 비도덕적? ㆍ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사회의 질서는 ‘괴물’ 때문에 유지됐다? ㆍ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PART 2. 고전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우리는 모두 색안경을 끼고 있어 ㆍ노자, 『도덕경』
어린왕자에게도 SNS 친구가 있었다면? ㆍ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아첨하는 딸과 진실한 딸 ㆍ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
공자는 폴리페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ㆍ공자, 『논어』
시시포스는 정말 불행하기만 했을까? ㆍ알베르 카뮈, 『시시포스의 신화』
왕의 법을 따를 것인가, 신의 뜻을 따를 것인가 ㆍ소포클래스, 『안티고네』
힘을 쓸 때는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ㆍ『주역』
달은 꿈, 6펜스는 현실 ㆍ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자신을 다스리는 법과 같다 ㆍ『대학』
위대한 개츠비가 정말 ‘위대했던’ 이유 ㆍ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ㆍ『벽암록』
성공한 사람의 허영심은 그를 알아볼 수 없게 하지 ㆍ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
문제 앞에서 절망할 것인가, 혹은 정원을 가꿀 것인가 ㆍ볼테르, 『깡디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ㆍ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세 치 혀로 흥한 사람, 세 치 혀로 망한 사람 ㆍ플루타르코스, 『수다에 관하여』

 

PART 3. 고전으로 세상 읽기
아빠는 ‘현금지급기’ ㆍ프란츠 카프카, 『변신』
된장녀 VS 된장녀라고 부르는 사람들 ㆍ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50년 전에 예고된 화학 물질의 재앙 ㆍ레이철 카슨, 『침묵의 봄』
노력 없이 얻은 법은 황새가 데려온 자식과 같다 ㆍ루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일본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 ㆍ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ㆍ로제 카이와, 『놀이와 인간』
빈민 어린이 합창단의 기적 ㆍ순자, 『순자』
병든 세상에 중독된 사람들 ㆍ루쉰, 『아큐정전』
역사는 사실일까, 선택된 것일까 ㆍ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경제를 바라보는 창조적 시선 ㆍ애덤 스미스, 『국부론』
자연은 인간의 필요를 채워 주지만 탐욕은 채울 수 없다 ㆍ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눈앞의 현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ㆍ허먼 멜빌, 『모비딕』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살아가기 ㆍ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철학 없는 교육, 피폐한 아이들 ㆍ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죽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ㆍ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고전은 내 친구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읽어야 할 고전 티칭 가이드

여러분의 자녀를 위대한 아이로 키우고 싶나요? 그렇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고전을 읽히세요. 물론 처음에는 아이가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한 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죠.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나가기 시작한다면 아이의 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전은 좌뇌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뇌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확실하게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지도자들이 갔던 길이 있습니다. 바로 우회도로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돌아가는 것 같지만 오히려 돌아가면서 충분한 기본기를 쌓을 수 있어 돌아가는 길이 곧 지름길이 되었습니다.


어느 중국 대나무는 씨를 뿌리고 나면 5년 동안은 아주 작은 순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동안 모든 성장은 땅 밑에서 이루어집니다. 복잡한 구조의 뿌리가 땅 밑에서 종과 횡으로 뻗어 나가면서 땅을 단단하게 지지하며 형성됩니다. 그러다가 다섯 번째 해가 끝날 무렵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대나무가 갑자기 한 해에 약 25미터 높이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대나무는 어떻게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주인이 눈에 보이는 성장에 실망하지 않고 매일 일정량의 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고전 읽기는 대나무에 물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물을 주다 보면 어느 순간 엄청나게 큰 인물로 성장해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돌아가는 길인 것 같아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결국에는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아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고전은 우회도로인 것 같고 역경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길을 갔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


큰 인물을 만드는 엄마의 내공은 고전에서 비롯된다

엄마들에게 "자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물어보니 신기할 정도로 대답이 유사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자녀를 둔 엄마의 모성 본능이 만들어 낸 최고의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가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러한 자녀의 성공은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엄마라고 생각하세요? 엄마의 유형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 아이가 실제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엄마입니다. 물론 엄마 눈에는 아이가 늘 부족하지요. 문제는 그러한 생각이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전달된다는 거예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엄마 밑에서 아이들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엄마입니다. 아이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얘기까지 해 주지요. 엄마로부터 이러한 피드백을 받은 아이 상당수가 열정을 잃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아이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엄마입니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그런 환상을 가지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환상이 깨어집니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가 잘될 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엄마가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엄마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꿈도 크고, 자신감도 넘쳐 났다는 것입니다.


결국 엄마의 품의 넓이에 따라 아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도 하고 초원을 누비는 사자가 되기도 합니다. 엄마가 넉넉한 품을 가지고 긍정의 눈으로 바라볼 때 아이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사자 새끼로 변해 갑니다. 이것이 바로 엄마가 내공을 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엄마의 내공이 그냥 쌓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먼저 위대한 고전의 바다에 뛰어들어 자신의 품을 넓히고, 깊이를 쌓고, 그 에너지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는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전을 통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보세요. 아이는 우등생을 넘어 인재로 성장할 것입니다.



고전이 알려주는 인간의 본성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악한 사람의 돈을 뺏는 건 죄일까?

"한편에는 무지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심술궂고 병든 노파가 있어.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는,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해로운, 자기 자신도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더구나 내일이라도 혼자 죽어 갈 노파가 있단 말이야. 알겠나?"

"그래, 알겠어."


"자, 그다음 말을 들어 봐. 다른 한편에는 뒷받침이 없어서 무참히 쓰러져 가는 젊고 싱싱한 힘이 있어. 그것도 도처에 수없이 많단 말이야. 수도원에 기부하기로 한 그 노파의 돈만 있다면, 건설하고 복구할 수 있는 몇 백 몇 천 가지의 훌륭한 계획과 사업이 있단 말이야! 그것으로 몇 백 몇 천 생명이 올바른 길로 되돌아올 수도 있고, 또 몇 십 가정이 빈곤, 부패, 파멸, 타락, 성병환자 수용소 등에서 구원받을 수도 있을 거야.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그 노파의 돈으로 가능하단 말이야. 노파를 죽이고 그 돈을 빼앗는 거야. 그러나 이후에 그 돈을 가지고 전 인류에 대한 봉사, 공공사업에 대한 봉사에 몸을 바친다는 조건하에서지.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조그만 범죄가 몇 천의 좋은 일로 보상될 수는 없을까? 단 한 생명으로 몇 천 생명이 부패와 타락에서 구제되는 거야. 하나의 죽음이 백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거야. 이건 간단한 산수 문제가 아니냐 말이야! 게다가 그 무지하고 간악한 폐병쟁이 노파 하나의 목숨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대해서 도대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뱀이나 바퀴의 목숨과 다를 게 뭐냐 말이야. 아니, 그만한 값어치조차 없어. 왜냐하면 그 노파는 해로운 존재니까. 그 노파는 남의 생명을 뜯어먹고 사는 거야."


"물론 그런 건 살아 있을 가치가 없지." 하고 장교는 말했다. "그러나 그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거야."

"아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인간은 자연을 수정하면서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잖나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위대한 인물이 한 사람도 나오지 못할 거야. 잠깐, 자네한테 또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겠네. 들어 봐!"

"아니, 기다려, 내가 먼저 자네한테 문제를 내야겠어. 들어 보게!"

"좋아!"

"자네는 지금 열변을 토했는데 어떤가, 자네는 자기 손으로 노파를 죽일 수 있겠나?"

"물론 그럴 수는 없어! 나는 그저 정의를 위해서 말하는 거야. 그건 걔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거든…."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자네가 스스로 결행하지 않는 이상 정의고 뭐고 있을 수 없어!"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지음 / 김학수 옮김, 문예출판사, 2013년


농노 해방이 이루어진 1860년대 러시아. 자유의 몸이 된 수많은 농민은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어요.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더 이상 그들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죠.

이런 도시에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있어요. 그는 그 사회의 지식인에 속하는 인물로, 훤칠한 키와 눈에 띄는 외모까지 갖추고 있죠. 그런데 그가 세 들어 사는 방은 좁은 것은 물론 천장도 낮아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그는 요즘 들어 겁이 많고 소심해졌어요. 이 작은 방의 방세마저 낼 수 없는 가난에 찌든 것이 그의 현실이었거든요.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느 날 결심해요. 돈을 얻기 위해 전당포 노파를 죽이기로 말이죠.

전당포 노파는 어리석고 못된 인간으로, 가난하지만 젊고 선한 사람들로부터 피와 같은 돈을 이자까지 꼭 받아 내는 인물이에요.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를 바퀴벌레만도 못한 해로운 사람으로 여겼죠. 그는 악한 사람 하나를 죽여 선한 사람 여럿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인류를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노파를 살해하고 말아요.


당신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열차를 운전하고 있어요. 그런 당신 앞에 다섯 명의 인부가 철로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보여요. 하지만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군요. 이 속도로 들이받으면 인부들은 모두 죽고 말 거예요. 당신이 가고 있는 철로 오른쪽으로 비상철로가 보여요. 그곳에는 한 명의 인부가 있어요. 철로의 방향을 바꿔 오른쪽으로 간다면 그 한 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게 되겠지요.


위의 이야기는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1명을 희생시켜 5명을 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공리주의(功利主義)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공리주의란 어떤 행위가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총 유용성을 높이면 좋은 행위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행위라고 보는 것이죠.


사람을 죽여야겠다.라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생각도 바로 이 공리주의적 사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어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도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런데 공리주의가 과연 옳으냐의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그런 행동을 할 권한이 있었을까요?


라스콜리니코프는 세상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뛰어난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뛰어난 사람은 입법자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피 흘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이들의 추종자라고 할 수 있어요. 라스콜리니코프는 스스로 자신이 입법자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더 좋은 것을 위해 현재의 한계와 어려움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본 것이죠. 그것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라도 말이죠.



고전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위대한 개츠비가 정말 위대했던 이유

"개츠비가 그 집을 산 것은 데이지가 바로 그 만 건너편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6월의 밤에 그가 그토록 애타게 바라보던 것은 밤하늘의 별만이 아니었다. 개츠비는 아무런 목적 없는 호화로움의 자궁에서 갑자기 분만하여 생생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는 알고 싶어 해요…."

조던이 말을 이었다.

"…어느 날이든 오후에 당신이 데이지를 집으로 초대하면 자기도 불러 줄 수 있는지 말이에요."

그토록 겸손한 부탁을 듣자 나는 놀라서 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그는 5년을 기다려서 우연히 날아드는 나방들에게 별빛을 나눠 줄 저택을 구입한 것이다. 정작 자신은 어느 날 오후 낯선 사람의 집 정원에 건너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간단한 걸 부탁하려고 내게 이 얘길 전부 해야 했나요?"

"그는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왔으니까요. 또 당신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그 사람은 자못 완강한 구석이 있지요."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 그 사람은 당신에게 직접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겁니까?"

"그 사람은 데이지에게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당신 집이 바로 그 옆에 있잖아요."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0년


위대하다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산 사람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을 위대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위대함을 찾아 작은 영웅으로 부르곤 해요.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는 우리 눈에 전혀 위대하지 않아 보일 수 있어요. 개츠비의 삶은 사실 바보나 못난이의 삶에 더 가깝거든요. 그런데 작가 피츠제럴드는 왜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했을까요? 작가의 생각으로 들어가 개츠비의 위대함을 발견하고 위대함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해요.


1922년 미국 동부 롱아일랜드. 개츠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시기에,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초인적 힘을 발휘하여 부자가 됩니다. 호화로운 저택에 매일 밤 수백 명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열곤 하죠.


그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 때문입니다. 그의 집은 옛사랑 데이지의 집 건너편이고, 파티를 연 것도 언젠가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였답니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열정이 그를 움직인 것이죠.


개츠비는 바라던 대로 데이지를 만나지만 사랑을 얻지는 못해요. 또 비극적 죽음을 맞은 그의 장례식은 파티에 왔던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오지 않은 채 쓸쓸하게 치러집니다. 저자는 이런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라는 월계관(月桂冠, 월계수 가지와 잎으로 만든 관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경기의 우승자에게 씌웠음. 승리나 영광스러운 명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씌워 줍니다.


화자(話者)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에게서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발견합니다. 이 낭만적인 민감성 덕에 개츠비는 어떤 경우에도 삶의 끈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었어요.


1906년 어느 날 개츠비의 계획표를 살펴봅시다.

기상 오전 6:00

아령 들기와 벽 타기 오전 6:15~6:30

전기학 및 기타 공부 오전 7:15~8:15

오전 8:30~4:30

야구와 스포츠 오후 4:30~5:00

연설 연습, 자세 연습 오후 5:00~6:00

발명에 관한 공부 오후 7:00~9:00


분(分) 단위로 짜인 삶은 개츠비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수세기 동안 누군가는 종교적 자유, 누군가는 경제적 부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기회의 땅이라 불리던 미국으로 갔습니다. 철저한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를 통해 꿈을 향하여 인생을 바쳤죠. 어쩌면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그 땅에 정착한 수많은 미국인의 자화상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미국 사회는 제임스 김을 진짜 영웅이라 불렀습니다.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이 무모할 정도로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이기에 더 큰 감동을 줬던 것이죠.


개츠비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에게는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지만 옛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순수함이 있었기에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이처럼 순수성을 추구하는 정신은 미국을 움직이는 큰 힘 중 하나입니다. 워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호들은 일생의 마지막을 기부에 열중합니다. 이들의 모습은 돈이나 권력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원대한 이상에 이르려 한다는 점에서 개츠비와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져야 할 크고 위대한 목표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어요. 목표를 위한 순수한 열정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답니다.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으로 흑인은 백인의 착취에서 해방됐고, 시간이 흘러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그가 노예 해방 선언을 한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연방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도 있어요.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 무엇보다도 그의 노예 해방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에 주목합니다.


우리 사회는 위대하다는 말에 인색합니다. 한 사건을 볼 때 이면까지 보는 넓은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때로는 장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어요. 장점을 부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그 사회의 롤모델이 됩니다. 우리 사회도 위대한이란 말을 자주 붙여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부터, 지금부터 주변의 작은 영웅을 만드는 것이 시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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