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착각이 아이를 망친다

   
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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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상
   
13800
2013�� 01��



■ 책 소개
대한민국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자녀교육의불편한 진실!

가는 학교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쑥쑥 끌어올리는 것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과학 교사인 저자가엄마와 아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자녀교육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이가 잘되게 하려면 부모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에게서현재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그 문제의 원인을 아이가 아닌 부모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자녀의 진로와 자녀와의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융합인재 교육과 유의미 학습, 창의성 교육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 저자 한미애
한미애 교사는 실업계고와 과학고,시골 산골의 중학교 등 다양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30년 동안 가르쳐온 베테랑 과학 교사이다. 그러면서 20여 년간 한 아이를 길러온엄마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지은이의 오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한때 자신의 자녀를 교육하면서 대한민국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곤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자녀를 자신처럼 과학 교사로 만들고 싶어서,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아닌 과외교사가 되었다. 소위 말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한 것이다.그런 방식의 교육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자녀가 중학생이 되자 자신의 자녀교육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부담감을 안겨주어서 공부에 차츰 흥미를잃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는 다른 길을 택한 아이의 선택을 비로소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학 교사로서 지은이는 어떠했을까? 지은이는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려는 엄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 결과, 가는 학교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쑥쑥 끌어올리는 교사로 명성을날렸다. 항상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갖도록 지도해 주었고, 그런 교육 방식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전국과학전람회,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강원도 수학과학 경시대회, YSC 전국과학탐구발표대회, 전국 과학동아리발표대회 등 많은 대회에서 높은 수상실적으로 빛을 발했다. 이 시대의올바른 스승으로 인정받아 ‘2009년 올해의 과학 교사상’, ‘2011년 올해의 스승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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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자녀교육?문제는 부모에게 있다

제1장 0세부터유치원생 때까지
여자의 세 가지 소망
엄마의 무지로 뱃속에서부터 고생한 아이
문제는 엄마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15개월, 호환과 마마보다 화내는 엄마가 더 무섭다 
유치원 입학, 어른보다 환경변화에 예민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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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초등학교를 졸업하기전까지
초등학교 입학, 선생님으로 변하는 엄마 
논술교육, 초등학생 때만 하지 말라 
아이를 위한 영재교육의허와 실
조기교육보다 적기교육이 필요하다 
부모 자식 관계만큼이나 어려운 친구관계와 사제관계 
독일 유학생활의교훈
창의적인 아이로 만들기 위한 교육환경은?

제3장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중학생, 자존감이 싹트는 시기
학교폭력과아이의 자존감
억지로 시키는 공부가 실패하는 이유
꿈이 있는 아이는 지치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때
고등학생의 반항심,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학교폭력으로 일그러진교실을 바로 세우려면
아이들에게 맞추어 수시로 변하는 카멜레온이 되어
진정한 행복의 조건
아이 때문에 당당하게 사는 엄마,부끄럽게 사는 엄마
특목고 선행학습, 과연 좋을까?
나 하나쯤이야? 나 하나만이라도!
엄마의 믿음과 사랑이 아이의 잠재력을높인다 
개인차가 무시되는 일그러진 교실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한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없다

제4장 대학에 입학해 사회생활을준비하기까지
아이의 진로를 결정해 주지 말고,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라 
좋아하는 것을 하면 힘든 줄도모른다
절망에서 새로운 소망으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제5장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행복한 교육법 
융합인재 교육을 위해 
꼬리에 꼬리를무는 유의미 학습
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과학논술 지도법
토론교육, 왜 필요한가? 
진정한영재교육의 의미





엄마의 착각이 아이를 망친다 


제1장 0세부터 유치원생 때까지

15개월, 호환과 마마보다 화내는 엄마가 더 무섭다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였다. 시부모님과 남편이 아이를 도맡아 기르고 있는 상황에서, 내 아이가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점점 버릇없는 아이로 클까 봐 두려웠다. 게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내 아이는 엄마 곁에 오는 것을 꺼려했다. 항상 무서운 엄마보다는 모든 것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아빠를 더 따랐다.


생각해 보면 내 아이는 자신의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로 야단치고 화를 내는 엄마가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왜 자기에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치는지 몰라서 두려움에 떨며 우는 아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의하면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두려움이다. 공포는 정체를 알 수 있는 무서움인 데 반해, 두려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움이다. 즉 공포는 그것을 일으키는 대상이나 원인이 있는 반면에, 두려움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공포보다 두려움이 더 무서울 수밖에.


그때 내 아이는 엄마에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에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엄한 교육을 받으면서 영문도 모르는 채 점점 가혹해지는 엄마의 폭력을 꼼짝없이 당하면서 살게 된 셈이다.


여러분 중에 혹시 나처럼 아이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있는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기 자신을 바꾸자. 물론 나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과 아이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게 분명하다. 아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하는 데 있어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에 대한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수긍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관계를 하는 데 있어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 상태들을 상대에게 떠넘기곤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우유를 들고 있다가 엎질렀다고 하자. 이때 감정의 상태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내며 "그러니까 엄마가 조심하라고 했지!"라고 말한다. 반면에, 또 다른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조심해야지. 엄마가 닦아줄게. 이리와 봐"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이때 두 엄마의 감정은 다르다. 똑같은 상황인데 왜 한 엄마는 화내는 감정을, 다른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감정을 보였을까?


이는 엄마의 감정과 평소의 생각, 생활태도가 반영되어 생긴 감정의 결과이다. 아이가 엄마를 일부러 화나게 하려고 우유를 엎지른 것은 아니다. 아이가 우유를 엎질러서 치우는 것이 번거롭고 우유를 낭비해서 화가 난 것이다. 또한 그 당시에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았을 확률도 높을 것이다. 결국 어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은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이나 사고방식, 그 당시의 자신의 감정상태와 컨디션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고, 아이를 대할 때에는 우선 아이가 못마땅해 화가 나더라도 일단 참아보자. 그러면 아이는 엄마에게 두려움보다는 사랑을 느낀다. 이처럼 엄마 자신부터 변화해야 아이에게도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제2장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아이를 위한 영재교육의 허와 실

엄마의 착각에 불과했지만, 나는 내 아이가 과학 분야의 영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영재교육법 시행령이 내려진 것이 2002년이었으니,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영재교육 열풍이 일기 전이었지만 선무당인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러했었다. 조셉 렌줄리(Joseph S. Renzulli)에 의하면 영재의 특성은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 높은 과제 집착력, 높은 창의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 나는 내 아이가 영재일 거라고 믿었다.


나중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우리 아이는 과학 영재가 아니었다. 본 것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어떤 원리에 의해 나타나게 된 것인지를 알아내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를 즐기는 아이였지, 과학 영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 아이는 미술 영재였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자신이 눈으로 본 것과 책을 보면서 상상하게 된 장면들을 구김살 없이 그리는 것을 즐겼던 것만은 분명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그림 그리는 속도가 빨랐고 관찰 능력도 좋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과학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무지했기에 아이에게 미술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몰랐고, 누군가에게 내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지도 않았다. 혹여나 아이가 미술 쪽에 관심을 갖고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할까 봐 겁이 났었다.


지금은 영재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영재 학부모들과 영재 담당교사를 위한 연수교육을 하면서 가끔 과학 영재 아이들의 부모들과 상담을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내 아이가 진짜 과학 영재가 맞는 것 같나요? 아닌 것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려고요."


그분들에게 내가 당신의 아이는 과학 영재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정말 포기하고 아이들을 편하게 내버려 두실까? 내게 그렇게 물어오는 엄마들에게 이 아이에게 영재성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그렇게 묻는 엄마들의 심리를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엄마인 내가 잘 아니까…….


단, 이렇게 이야기를 해 드린다. "이 아이가 이 활동이 좋다고 하면, 그냥 하도록 해주세요. 단, 억지로 시키지는 마세요. 아무리 영재라고 해도 싫은 것을 하는 것은 정말 효과가 없거든요."


혹시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부모라면 한 번쯤 내 아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들은 다른 것은 바라지 않고,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이 온전히 달린 아이로 건강하게 태어나주기만 한다면 감사하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에게 욕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은 왜일까? 아이가 다른 아이와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내 아이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행복해하는 엄마들…….


이것은 정말, 엄마만 행복한 것이다. 나는 날마다 모두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내 아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힘들게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아이가 행복한 것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귀한 것이 아니겠는가…….



제3장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중학생, 자존감이 싹트는 시기

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아무리 학원이 잘 가르친다고 해도 엄마만큼 애정을 가지고 잘 가르치겠는가 싶어서였다. 그렇게 가르쳐 온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 치른 중간고사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밤마다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는데……. 더욱이 수학 성적은 기가 막혔다. 68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검은색 쓰레기봉투를 가져와서는 아이에게 그 안에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정하게 내뱉었다.


"종이도 쓸모없는 종이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사람도 공부를 못하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그 안에 들어가서 왜 성적이 그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반성해!"


그리고 밤늦도록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무척 충격을 받았는지 말이 없어졌다.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밤마다 엄마와 함께 공부를 하고 나서도, 늦은 시간까지 아이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은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 알았다. 문득 새벽 두 시경에 아이의 방에 들어갔는데, 뭔가 하고 있던 것을 숨기는 것이 아닌가? 빼앗아 보니, 만화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던 것을 빼앗아 찢어서 휴지통에 넣고는 몹시 화난 표정으로 그만 자라고 하고는 그 방을 나왔다.


다음 날 불시에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이의 방 이곳저곳을 검사했다. 만화를 그린 것이 더 있나 싶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책꽂이에 빼곡히 꽂혀 있는 연습장들에는 모두 만화가 그려 있었다. 그동안 그려놓은 만화가 어찌나 많은지 기가 막혔다. 춘천농공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조금 소홀해져서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쓴 탓이라고 내 자신을 탓하면서, 만화가 그려져 있는 연습장 모두를 아이가 보는 앞에서 찢어버렸다. 그러자 아이는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는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도 불시에 검문검색을 해보면 여기저기에 만화가 수도 없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가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아이와의 전쟁을 오랫동안 지속해야 했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은 말인데, 자신이 정성들여 그린 만화를 그렇게 한순간에 찢어버리는 엄마가 너무 미워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모두 자신의 자식 같은 창작물이기에 자신에게는 무척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어떻게 그토록 심하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는 사춘기였는데도 참으로 착한 아이였다. 그때 아이는 내게 단 한 번도 대들지 않았으니까. 그저 슬픈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만약 그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에게 화를 내는 대신에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엄마로서 나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자녀교육을 하면서 엄마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아이의 성격과 성적 등이 안 좋은 건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아이가 아닌 엄마에게 있다.


그렇다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에 대한 관심(심한 경우에는 간섭)과 물심양면적인 지원 등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엄마 자신의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잘 견뎌낸다. 자존감이 있어야 엄마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아이의 사생활』에서는 부모의 자존감이 높아야 아이의 자존감도 높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부모의 자존감이 높으면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잘되게 하려면 엄마부터 변해야 한다. 아이에게서 현재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그 문제의 원인을 아이가 아닌 자신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모 자녀의 관계가 좋아지고, 아이 스스로 성공에 이르게 할 것이다.


개인차가 무시되는 일그러진 교실

빈틈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획일화된 교육현실 속에서 사는 것만으로 내 아이는 충분히 힘들다. 엄마라면 내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파악하고, 내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과학고에서 만난 학생 중에 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다. 분명 수학은 가인데, 과학글쓰기를 아주 잘하는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수학 성적이 낮으니까 당연히 성적도 하위권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 찾아 온 엄마가 그 아이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너, 이래도 이 학교에 계속 다닐 거니? 이제 그만 포기하고 검정고시 준비해."


그 아이는 그날 엄마의 그 말에 얼마나 마음이 다쳤을까? 그래도 수학경시대회에서 은상이라는 성적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과학고에 진학할 때만 해도 엄마에게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을까? 한 번 두 번 아들의 성적표를 보면서 자랑스럽던 아들이 갑자기 저능아로 변한 것이다. 그 엄마는 학교에 올 때마다 아들에게 짜증을 냈다. 사실 엄마가 그런 말로 아이의 가슴을 후벼 파지 않아도 그 아이는 충분히 자존심이 상했고 학교생활을 힘들어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성적이 최하위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후에 과학실험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쓰는 것만큼은 가장 잘했다. 나는 그 아이를 내가 운영하던 교내 화학동아리인 ChRoM에 데리고 와서 탐구논문 실험을 시키고는 논문을 작성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릉대 화학과 교수님에게 사사교육을 받은 후의 논문도 그 학생이 주도해서 쓰게 했다.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발표하는 실력도 뛰어났고, 발표하고 나서 받게 되는 날카로운 질문들에 대해서도 매우 대처를 잘했다.


그 학생이 2학년이 되었을 때, 1학기에 조기졸업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려대에서 논술고사로 수시모집을 했다. 수시모집에 뽑히면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성적이 더 우수한 학생들도 지원했지만 오로지 그 아이 한 명만 합격했다. 그 아이의 가장 뛰어난 논문 실력이 논술고사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으니까. 수학시험을 봐서 뽑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대학을 다니면서도 성적이 우수했던 그 학생은 카이스트 대학원 과정에도 합격해 잘 다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재능이든 우습게 보일만 한 재능은 없다. 모든 재능을 소중하게 대해 줘야 할 것이다. 나는 과학고에 근무할 당시에 수학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꼭 이 아이의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수학을 못 한다고 포기하지 마라. 어디에든 길은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만 한다면……."



제4장 대학에 입학해 사회생활을 준비하기까지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선택하는 것에 대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안 돼. 내가 오래 살아본 사람으로서 이야기하는 거야. 그건 위험하다니까……라고 하며 아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면, 결국 아이는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인간은 실패를 겪은 후에 더욱 성장할 수 있다. 공부든 일이든 실패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생겨난 자신감은 값진 보물이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가끔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소위 내 아이를 위해서라고 변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내 아이의 인생에 참견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것에 실패하고 상처를 입는다 해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자고…….


물론 아이 혼자 실패하고 쓰러지고 넘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많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이가 하는 일마다 참견하는 대신 격려의 말을 건네주자.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바르게 걸어갈 수 있도록 하자. 아이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말고 기다려보자. 실패의 아픔을 겸허히 받아들여 본 사람에게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을 테니까…….


지금 우리 아이는 대학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졸업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바쁜 내 아이에게 응원을 보낼 뿐이다. 어떤 직장을 선택할지, 내 아이의 선택을 나는 믿는다. 일본의 여러 애니메이션 회사에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아쉽게 떨어지게 된 우리 아이,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한 아이는 절대로 기죽지 않고 다음에 도전할 회사를 찾고 있다며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준다. 나는 그런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며 항상 감사할 줄 아는 내 아들, 이제 나는 내 아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해 성공해 주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이 험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엄마의 소중한 아들로 태어나서 이제껏 잘 살아준 것에 감사한다.


"아들아, 나는 너로 인하여 오늘도 충분히 행복한 엄마란다.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상관없단다. 내 아들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들……. 아들아,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제5장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행복한 교육법

융합인재 교육을 위해

얼마 전부터 새로운 교육의 한 동향으로 STEAM이 각광받고 있다.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의 첫 자를 따서 만든 새로운 용어이다. STEAM은 미국에서 발표한 STEM에 Art를 추가해 STEAM으로 발전된 개념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으로, 통합교육의 한 가지 방법인 것이다. 즉, 창의적인 과학교육을 위해 과학·기술·공학 및 예술과 수학이 융합한 형태의 교육을 실행하고, 이를 통해 21세기 융합시대에 적합한 창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융합이라는 현상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융합한 스마트폰이 세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융합적 사고를 지닌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특히 교육 분야에서 그 움직임이 두드러져 STEAM 교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계촌중학교는 전교생이 21명인 작은 학교이다. 교장을 포함해 교사가 9명밖에 안 되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외진 곳에 있어서 농어촌 벽지로 불리는 학교이며, 아이들은 사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이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교육의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교사로서 의지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얼마든지 최대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방과 후에 아이들과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과학 활동밖에 없기 때문에 2010년 3월에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나서 다시 과학수업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아이들 중에는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를 더 좋아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들만 데리고 활동한다면 방과 후에 일찍 집에 가는 아이들에 대한 또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고, 또한 학부모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선택한 교육방법이 바로 STEAM 교육이었다.


이 교육방법은 농촌의 낙후된 교육환경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면단위의 농촌 아이들은 학교 수업 외에 학원 수업 등을 받기가 힘들다. 2012년 3월부터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자 아이들은 토요일에 아무런 교육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과학에 흥미가 없거나 과학을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전교생이 토요일 방과 후 활동으로 오전에 4시간씩 STEAM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활동을 한 후 아이들의 작품 중에서 우수한 작품은 꼭 전시를 해주고, 학부모님들을 초청해 그 작품들을 보여드린다. 그러면서 아이들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도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데 성적이 좋다고 해서 작품의 창의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저마다 지닌 능력들은 정말 다양하다. 평소에는 말이 없고 늘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아이도 이 활동에서만큼은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면,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계촌중학교 전교생 21명은 모두 토요일 오전에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 평창에서 제일 작은 이 학교는 과학 분야에서 단연 최고의 학교가 되었다. 과학실험대회, 과학발명품대회, 과학동아리대회, 창의력경진대회, 과학전람회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었다. 2010년에는 강원도과학동아리발표대회에서 우수상, 2011년도와 2012년도 모두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도에는 전국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가 학생들과 함께 이런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한광호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교사가 무엇을 하고자 할 때 항상 격려해 주고 도와주는 관리자의 도움 없이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기가 힘들다.


이제 우리 학교 아이들은 작은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시골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결코 기죽지 않는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고액과외를 받지 않아도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니까……. 계촌중학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교에 오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는 아이들은 매일 아침 7시 10분이면 학교로 와서 재잘재잘 떠들며 논다. 버스가 하루에 두 번밖에는 안 다니고 이른 아침에 첫 번째 차가 있기 때문에 7시 10분이면 학교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꼭 도시에 살지 않아도 좋다. 시골학교에서 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중학생 시절에 마음껏 뛰어놀며 행복하게 지냈던 시간이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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