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아이의 인성과 자존감을해치지 않는 공감과 화해의 기술!
20년 이상 자녀교육분야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활동 중인 메리 커신카는 부모와 아이의 ‘기싸움’은 단순히 사랑과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부모와아이의 기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아이가 처한 상황과 속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후 이에 맞춰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야만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 안에는 각자 지닌 성향과 생활방식을 통해 부모와 아이의 기질을 체크하고 그것에 따라 아이의 감정을 코치해주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세세한 대화법과 연령별, 상황별 노하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저자 메리 커신카(Mary SheedyKurcinka)
20년 이상 자녀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메리 커신카는 부모들은 물론 의료인,교육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기질, 신경 생물학, 수면의 중요성, 감정 코칭 등과 같은주제들을 선구적으로 소개해 왔다. 학문적 이론보다 실제 사례를 많이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메리는 전문 지식을 문제 행동들과 잘 연관시켜 쉽게이해시키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연구는 「뉴욕타임스」를 비롯 「굿하우스키핑」「워킹 마더」 같은 전문 잡지에수록되었다. ‘유아기 자녀를 둔 가족 교육 프로그램’과 ‘기질 강한 아이를 위한 워크숍’(Spirited Child Workshop)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아이와의 기싸움』 외에도 그녀가집필한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으로 교감하라(Raising Your Spirited Child)』와 『잠 못 드는 미국(Sleeplessin America)』 등은 1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재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살고 있는 메리는 두 자녀의 자랑스러운엄마이다. 두 자녀는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여전히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 역자 안진희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며 다양한 영화를 홍보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책을 기획하고 번역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에 관심이많다. 기획하고 옮긴 책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비밀』『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등이 있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유아용 교육 애니메이션 <키오카&&의 영한 번역 작업을 책임지고 있다.
■ 차례
한국어판서문 -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한국의 부모님들께
프롤로그 - 아이와의 관계에 사랑만으론 부족하다
Part1. 기싸움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1장 아이의인생을 위한 승리
Part2. 아이와유대감 쌓기
제2장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제3장 격렬한 감정 가라앉히기
제4장 기준을 강화하고 유대감형성하기
제5장 아이의 감정 폭발을 진정시키는 법
제6장 공감이 이끌어내는 놀라운 힘
Part3. 기질이 알려주는 기싸움의 진실
제7장기싸움의 뇌관
제8장 부모가 분노하는 이유
제9장 아이가 분노하는 이유
제10장 침묵의 대처 vs 수다 떨기
제11장 너무 민감하거나 너무 분석적이거나
제12장 특수한 상황에 처한 아이
Part4. 인생에서 꼭 필요한 기술 가르치기
제13장스트레스에 나가떨어진 아이들
제14장 할 거야! 말 거야!
제15장 제게 명령하지 마세요!
제16장 얘기 좀 할 수있을까요?
Part5. 아이의 앞날을축복하라
에필로그 - 아이의 모든 것이부모에게는 기회다
아이와의 기싸움
기싸움에 대한 새로운 이해 아이의 인생을 위한 승리 감정 코칭이 가장 중요한 이유20년 넘게 수많은 가족을 만나 오면서 기싸움을 경험하지 않은 가족은 한집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가 눈을 마주치며 해맑게 웃고 나서는 방금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때 부모가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는지 익히 들었다. 자기 일에 상관하지 말라며 악다구니를 쓰는 아이도 있다. 뭐든지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혼자서는 위층에 올라가지 않거나, 숙제를 안 하거나, 잠자리에 들 시간에 혼자 있기 싫다며 울기도 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혼자 잤으면서 말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강해져야 하고 더 이상 아기처럼 굴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타임아웃 제도나 보상 시스템도 도입해 보고, 심지어 엉덩이까지 때려 보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보상 시스템, 타임아웃 제도, 윽박지르기, 엉덩이 때리기 등이 아이의 행동에 제제를 가하기는 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뇌관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냄비에서 물이 끓는데 뚜껑만 닫고 정작 불은 끄지 않은 격이다. 물은 계속 끓고, 결국 뚜껑은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감정은 기싸움 뒤에 숨어 있는 뇌관과 같다. 이 감정을 식별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자기 감정을 깨닫는 법과 이 감정을 좀 더 조심스럽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물이 끓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혼자 불을 끌 수 있는 법을 배운다면 냄비의 물이 끓어 넘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원시적이고 반사적인 뇌인 대뇌변연계에 따라 움직인다. 감정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고, 한계를 설정해 주고,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아이는 생각하는 뇌인 신피질에 연결하기 시작한다. 이 연결이 풍부해질수록 뇌 회로 구성이 더 강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멈추는 것이 쉬워진다. 궁극적으로 아이는 자기 감정을 식별하고, 단순한 반사 반응에서 벗어나 더 적절한 반응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을 다독이면 싸움은 사라진다아이가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그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 분류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면 정서 지능이 강화된다. 부모와 싸울 이유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예일 대학 심리학과 피터 살로베이 교수는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자기 감정을 이해한다.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자기 감정을 알아차린다. 이것이 정서 지능의 핵심이다. 아이는 감정을 알아차림으로써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좌절감이나 질투심 같은 감정의 희생양이 되기 전에 감정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동생이 성가시게 하면 벌컥 성을 내고 후려갈겨서 결국 곤경에 처하는 대신 짜증, 약오름, 불만 등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약할’ 때 알아차리면 좀 더 쉽게 감정을 조절하고 더 효과적이며 적합한 반응을 할 수 있다.
스스로 멈추고 강렬한 감정을 조절한다.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스스로 멈출 줄 안다. 분통을 터뜨리고 참았다 다시 터뜨리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다 보내 버리지 않는다. 때리고, 물어뜯고, 욕하고, 물건을 던지기보다는 기준을 설정하고 지켜 나간다. 감정이 점점 격렬해지는 것을 알아차릴 줄 알고 휴식을 취하고, 깊게 심호흡을 하고, 달리기를 하는 등 자기만의 방식을 통해 스스로를 진정시킬 줄 안다. 발끈하거나 성질 부리는 것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일 뿐이다.
감정을 유발한 계기를 찾아낸다. 선천적인 성격에 따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 심사숙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다. 깜짝 놀래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러한 일이 스트레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파티, 영화 관람, 쇼핑이 재미있는 일이 되기도 하고 짜증만 돋우는 일이 되기도 한다. 삶의 여정에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포기할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할 것인지도 선천적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자기 인식을 잘하고, 그 결과 감정을 유발한 계기를 찾아내며, 이를 피하거나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대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인생의 우여곡절에 대처할 수 있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을 어른들에게 하지 않는다. 대신 혼자서 옷 입는 것을 거부한다든지, 흐느껴 운다든지, 밤에 자다가 깨는 등 유아기로 퇴행한다. 네 살짜리라면 배변 실수를 하거나 옷장 안에 있는 물건을 무서워하고, 열두 살짜리라면 무기력해지거나 반항할지도 모른다. 반면,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스트레스 신호를 감지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공포와 불안을 알아차리고 이를 조절한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알기 때문에 불안을 행동으로 표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이가 인생의 역경을 이겨 내도록 도와주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내면의 힘이 있다는 의식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서로 잘 지낸다.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제게 명령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또한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하면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한다.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혼자서 숙제를 하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정리정돈을 한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최고일 때 중요한 일을 하고, 필요할 때 주위에 도움을 구하고, 우선 순위를 정할 줄 안다.
아이와 유대감 쌓기 공감이 이끌어내는 놀라운 힘 민감한 반응의 중요성당신의 가르침에 아이가 마음을 열려면 당신이 슬픔, 실망, 좌절, 배고픔, 공포, 피로 같은 자신의 감정을 들어 주고 자신의 신호와 조화되는 따뜻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할 거라는 사실을 아이가 신뢰해야 한다. 신뢰감은 건강한 관계의 기초다.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아이는 당신이 힘을 행사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네소타 아동, 청소년 그리고 가족 협회 회장인 마샤 패럴 에릭슨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가 신뢰감을 형성하려면 두 가지 메시지를 받아야 한다. 첫째, 나는 내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육자에게 의지한다. 둘째, 나는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 아기뿐 아니라 모든 아이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이러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신뢰는 상대방의 정직함, 존엄성, 신뢰성, 정당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의미한다.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은 신념이다. 신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믿음을 의미하고, 아이는 보통 부모에게 신념을 가지고 있다. 신념은 충성과 신의다. 아이가 당신에게 기꺼이 협력하려면 당신을 믿어야 하고 당신을 신뢰해야 하며 당신에게 신념을 가져야 한다.
공감으로 반응하기민감하게 반응하고 신뢰감을 쌓으려면 아이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아이를 더 잘 이해하도록 자기 자신을 아이의 감정에 투사하는 능력을 ‘공감’이라 부르고, 이러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효과적 양육의 뿌리다. 하지만 아이의 슬픔과 좌절 혹은 공포가 비난, 때리기, 할퀴기, 거부 등과 온통 뒤범벅일 때 민감하게 공감하는 양육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
화요일은 언제나 힘들었다. 줄리가 일주일에 한 번 아침 시간에 피아노 교습을 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피아노까지 가르치려면 정신이 없지만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늘도 줄리는 허둥거리고 있었다. 열이 목까지 뻗쳐 올라오고 얼굴은 시뻘게졌다. 그녀는 이마를 덮고 있는 앞머리를 훅 불면서 피아노 교습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애썼다.
우선 일곱 살짜리 해너의 수학 숙제를 도와주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급하게 화장을 하면서 해너의 숙제를 도와주려니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여섯 살배기 토드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방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서 급하게 지시했다. “얼른 옷 입어. 늦었어.” 하지만 토드는 줄리의 방에 들어서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싫어, 안 입을 거야. 절대 안 해!” 그러고는 누나를 향해 돌진하더니 바닥에 넘어뜨리고 수학 시험지를 빼앗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뭐 하는 거야?” 결국 줄리는 소리를 질렀고, 토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신이 줄리라면 처음에 어떻게 반응했겠는가?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어떻게 느꼈겠는가?
토드의 행동을 살펴보자. 토드는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고 누나를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흐느껴 울었다. 토드의 행동이 말이었다면 그 아이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일까? 다만 핵심은 아이의 행동은 당신을 화나게 하려는 노력이 아닌 하나의 메시지로 바라봐야 평정을 유지하고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기이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이번에는 아이의 시각에서 진술한 것이다. 여섯 살배기 토드는 잠에서 깼다. 토드는 아빠가 무척 그리웠다. 최근에 직장을 옮기고부터 출장이 잦았다. 토드를 깨우고 옷 입는 것을 도와주는 일은 아빠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일을 토드 혼자서 해야 할 때가 많았다. 특히 오늘은 어젯밤에 축구하다 넘어진 쪽 다리가 아프고 너무 피곤했다. 일어나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엄마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엄마가 방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서 서둘러 옷을 입으라고 지시하는 순간 커다란 실망감이 몰려왔다. 게다가 누나가 안방에서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광경을 본 순간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토드는 누나에게 뛰어들어 수학 시험지를 꽉 붙잡았고, 엄마까지 나무라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토드는 자기 감정에 압도되었다. 표면적으로는 갑자기 덤비면서 반항적인 말들을 외쳤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깜짝 놀라고 깊이 실망했다. 토드는 아빠가 애타게 그리웠고 엄마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했다. 오늘 아침에 피아노 교습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토드는 강렬한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그 결과 본능에 따라 반응했다.
기준을 강화하고, 토드가 누나를 공격하는 걸 막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토드가 순조롭게 협조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힘든 상황에는 최소한 두 사람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두 사람은 각자 감정, 욕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상황을 당신의 시각뿐만 아니라 아이의 시각에서도 바라보려는 시도가 신뢰감의 토대를 형성한다. 아이는 당신이 자기 말을 들어 주고 자기의 시각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믿을 것이고, 그러한 믿음 때문에 당신에게 더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
기질이 알려주는 기싸움의 진실기싸움의 뇌관 새들에게 모이를 주기 시작했을 때 13킬로그램 정도 되는 포대를 샀다. 그런데 실로 봉합된 포대를 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때때로 바늘땀을 한땀 한땀 자르기도 했지만 영원처럼 느껴질 만큼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운이 좋을 땐 한 땀을 잡아당기면 실이 마법처럼 한 번에 주르륵 풀리기도 했다. 마침내 바늘땀을 관통하는 실마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날 내 좌절감은 끝났다. 그 실마리를 잡아당기면 실이 순식간에 풀려서 쉽게 포대를 열고 모이를 꺼낼 수 있었다.
다년간의 연구 결과 알아낸 사실은 실로 꿰매어 봉합한 포대처럼 기싸움에도 실마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실마리를 손에 쥠으로써 기싸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기싸움의 뇌관인 ‘감정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다. 실마리는 기싸움 전체를 아우르는데 때로는 실마리가 하나이기도 하고, 때로는 실마리가 여러 개이기도 하다. 이 실마리들을 인식하고 이해할 때 당신 자신과 당신의 아이가 경험하는 감정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식별하는 일은 기싸움을 방지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행히 당신은 네 가지 실마리만 기억하면 된다.
* 기질과 유형: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아이의 우선적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 의학 요소: 아이에게 고통을 주는 환경 요소* 스트레스: 아이의 삶 속에서 고통을 야기하는 환경 요소* 발달 단계: 아이가 수행하는 발달 단계
기싸움의 실마리들기질과 유형: 아이가 지닌 전형적 스타일은 무엇인가?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기질적 속성들은 당신이 얼마나 완고한지, 쉽게 좌절하는지, 민감한지, 활동적인지, 규칙적인지, 감정의 강도가 심한지, 그리고 변이와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설명해 준다. 이러한 속성을 인식하는 것은 아이의 반응을 이해하고 아이의 행동을 야기하는 감정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질은 타고나는 것인 만큼 기싸움의 뇌관인 감정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완고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는 영아 때부터 자신의 목표에 매우 헌신적이다. 다른 아기들은 전기 콘센트에서 쉽게 떼어 놓을 수 있는 반면 완고한 아이는 계속 만지려고 한다. 7년 후에도 어떤 임무든 어떤 문제든 상관없이 자신의 목표에 매달릴 것이다. 반면, 전기 콘센트나 특정한 장난감에 매달리지 않고 쉽게 관심을 돌리는 아기가 있다.
기질을 이해하는 것은 아이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아이가 경험하는 대로 세상을 경험해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의 하루를 촘촘히 엮은 실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경험하는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의학 요소: 의학적 소견이 의심되는 육체 증상이 있는가?의학 요소는 아이의 행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귀가 들리지 않아서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귀가 들리기는 하지만 당신의 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불안 장애나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우울증, 알레르기, 학습 장애 등의 가족력이 있다면 아이의 행동이 이러한 문제들과 연관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수도 있다. 의학 문제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아이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 그 의학 문제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스트레스: 아이가 평상시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가?그동안은 기싸움이 전혀 없었다. 이사, 이혼, 새로운 교사와의 만남, 동생의 출생, 어린이집 가기 등이 있기 전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함께 지내던 천사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전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괴물로 변해 버렸다. 순조롭게 잠자리에 들던 착한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가지 마요!” 당신이 성심껏 만들어 낸 규칙적인 일과는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모든 일을 혼자서 척척 잘해 내던 아이가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는다.
아이는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아이의 행동에 가공할 만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몸이 싸우거나 도망치기 위해 각성 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해 버릴 지경이다. 아주 사소한 요구도 아이를 경계 밖으로 밀어 버릴 수 있다. 스트레스 징후를 인식하는 것은 아이의 공포와 불안을 식별하고, 압박감을 느끼는 아이를 위해 조정이 필요한 순간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발달 단계: 아이의 행동이 전형적인 발달 단계인가?아이가 특정한 나이에 이를 때까지는 기싸움이 없었을 것이다. 아이가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나서 환하게 미소 짓고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당신이 하지 말라고 한 바로 그 일을 서슴지 않고 한 것은 두 번째 생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생일이 지나고 난 후 아이가 이렇게 외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제게 명령하지 마세요!” 열 살이나 열두 살이 되고부터는 당신이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벌컥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모든 아이는 일정한 정서 발달 단계를 거친다. 기싸움은 아이가 새로운 발달 단계에 진입할 때나 스트레스가 넘칠 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발달과 관계된 기싸움이 아이의 생일이나 생일에서 반년쯤 지났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나이에 맞는 ‘정상’ 발달 단계를 안다면 아이가 경험하는 새로운 감정을 이해하고 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기술 가르치기 할 거야! 말 거야!니컬러스는 두 살이고 기어오르는 것을 좋아했다. 1미터가 조금 안 되는 장난감 선반은 포기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니컬러스는 꼭대기에 몸을 얹은 다음 환하게 웃었다. 해낸 것이다. 엄마는 지켜보고 있다가 미소를 지어 주었다. 니컬러스는 안전했고 선반이 망가질 염려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올라가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니컬러스가 발을 흔들더니 뒤꿈치로 선반을 차기 시작했다. 엄마는 니컬러스의 발을 부드럽게 잡아서 멈춘 다음 다시 놓아 주었다.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해. 안 그러면 내려놓을 거야. 어떻게 하고 싶니?” 그녀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니컬러스는 앉아 있을 수도, 계속 차서 내려올 수도 있었다. 선택은 아이의 몫이었다.
니컬러스는 엄마는 쳐다보더니 눈을 반짝이면서 다시 다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아이의 발을 잡아서 멈추게 했다가 다시 놓아 주면서 말했다. “바닥을 찰 수는 있지만 선반은 안 돼.” 그러곤 바닥에 앉아 뒤꿈치로 바닥을 차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그 말의 의미를 직접 전달했다.
니컬러스는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더니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선반을 다시 차기 시작했다. “다음에 다시 해볼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설명을 한 다음 아이를 번쩍 들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니컬러스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화가 많이 났구나.” 엄마는 놀라지 않고 아이의 좌절감을 공감하면서 다시 확인해 주었다. “나중에 다시 해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장난감 선반에 올라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니컬러스의 엄마는 감정 코치였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정서 발달의 창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있지? 여기에서 규칙은 뭐지?’ 나는 이 과정을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요한 교훈을 배우기 위한 창문은 걸음마기에 열린다. 물론 여기에서 닫히지는 않는다. 아이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알아 갈 것이다.
니컬러스의 엄마처럼 당신은 매일 아이의 요청에 직면할 것이다. 아이는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 보고 싶어 하지만, 당신은 아이가 그 일을 했으면 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니컬러스의 엄마처럼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이가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기준을 고수할 것인가? 당신은 결정을 내리면서 자기 규율을 위한 기초를 쌓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아이는 자율적이라는 느낌, 성취했다는 가슴 뛰는 자부심, 자신이 유능하다는 만족감을 맛본다. 당신이 안 된다고 하면 아이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자신을 멈춰야 하는지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결정은 정서 지능 코칭의 본질적 요소다. 문제는 비율을 적절하게 정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막으면 아이는 두려움이 많아지고 시도해 보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다. 반면, 너무 많이 허락하면 아이는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자신감 있고 유능하고 당신이 주위에 없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결정하는 아이로 키우려는 균형이 중요하다.
평정심을 유지하라문제는 아이가 지금이 정서 발달상 중요한 단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아이의 뇌가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다. ‘어서 해! 한번 해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 아이는 행동으로 표출한다. 이 발달 단계의 반대쪽 면도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아이가 너무 겁을 내며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면 말이다.
심호흡을 하고 열까지 센 뒤에 다음을 명심하라. 반항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알아내려고 하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아이는 당신이 감정 코치로서 다음과 같이 도와주기를 원한다.
1단계 :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멈추는 법을 가르쳐라 2단계 : 감정을 식별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줘라 3단계 : 할 수 없다고 두려워할 때는 다독여라
아이의 앞날을 축복하라 에필로그 - 아이의 모든 것이 부모에게는 기회다우리는 함께 기싸움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짜 원인인 감정과 욕구를 탐색해 보았다. 그리고 그 감정의 깊숙한 곳에서 아이가 당신을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돌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는 감정이나 욕구를 경험하는 중이고, 이를 정중하게 표현하는 법을 모를 뿐이다. 당신은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
감정 코칭이 당신의 삶에서 모든 기싸움을 없애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 유대가 강해질 때 당신과 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아이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축하할 수 있다. 또한 그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단계는 매번 당신을 더 높은 이해의 수준으로 데려가 줄 것이고, 당신의 기술을 강화해 줄 것이고, 눈부신 감정의 향연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러한 유대감을 경험하면 다시는 이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여정은 우리를 구불구불한 길로 데려간다. 그 길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완만하다가 어떤 때는 비탈이 심해지기도 한다. 한걸음 한걸음이 힘겨운 지점들이 있고, 이제 한발짝도 더 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 우리는 해안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의 도전 과제는 이 길이 주는 스릴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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