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빠

   
서창현
ǻ
네시간
   
13000
2011�� 09��



■ 책 소개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블로그를 운영 중인 준혁아빠 서창현의 아이와 아빠를 위한 육아 책으로, 저자가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49권의 책을 소개한다.

저자는 말한다. 책을 읽어주는 일은 세상살이에 대해아이에게 얘기하는 방법이고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된 후라도 잊지 못할 청아한 푸른 꿈을 심어주는 방법이라고.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이란블로그로 많은 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저자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아빠와 아이가 겪는 일상과 함께 49권의 책 이야기를 풀어가고있다. 언제 어느 때든 아이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들로 가득하며, 잔잔하지만 결코 가볍게 넘기지 못할 녹록지 않은 저자의 소중한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아이는 키우는 것도 가르치는것도 아니며 아이가 자랄 뿐이고 아이가 배울 뿐이며 아이가 걸어갈 뿐이라고 얘기하는 저자는 부모가 제 갈 길 가는 아이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주며따뜻한 시선을 걸어가는 아이들의 등에 던져줄 것을 권하고 있다. 

삶에 고단한 많은 아빠들이 이제 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책 아빠가 되어 ‘아, 아이와 놀아주는 이렇게 쉬운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저자 서창현
2000년 9월 사내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조그만 중소기업에서프로그래머로 일하며 그냥 저냥 살아가던 가난한 남자가 갑자기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 것이었죠. 나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니 욕심이 생기더군요.누구보다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 

하지만 수월찮게 비용이많이 드는 아이의 교육비는 매달 대출이자 갚기도 힘든 아빠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퍼뜩 생각해낸 것이 책이었습니다. 가장 적은비용으로 만족할 만한 교육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으며, 아이와 눈 맞추며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놀이 방법이기도 했죠.

특별한 사교육 없이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잘자라주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이 어떤 방식의 교육을 했는지 문의할 정도로 괜찮은 학업 성적을 보여주었죠. 그래서 부모님들께 특별한 방식이없었음을 말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책을 읽어주며느꼈던 감정들을 부모님들과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 그런 블로그를운영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책을 쓰게 됐네요. 

특별히저를 소개할 만한 경력이나 이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사람이라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다른 부모님들과똑같이 아이를 바라보면 행복해지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저처럼 평범한 3,40대 아빠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아이와 교감하는 방법을 얘기하고자합니다. 부디 평범한 모든 가정에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차례
Chapter One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십니까? - 많은 기대는 잠시 내려두고 책을 읽어주세요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 그곳에는
재미있어야 읽어줄 맛이 납니다 - 침 튀기지 마세요 
하루 한 권 차고 넘칩니다 - 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채소만 먹으라고한다면? 전 울어버릴 겁니다 - 책 먹는 이유 
뭘 기대하십니까? -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그림책이 쉽다고요? - 숲 속으로
아빠는 기억합니다 -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온전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 엄마 마중 
그리운 사람, 그리움으로 남을사람 - 아버지와 딸 

ChapterTwo 시간을 내어주세요 - 아빠의 유일한 사랑은 너라는 것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아이에게 시간을 나눠주세요 -겁쟁이 우리 아빠 
그래, 대답해줄게 - 숲 속의 요정 
비밀 친구와 대화 중, 방해하지 마세요 - 검은 사자 
아이들이생각하는 행복의 가치 - 아빠는 궁전을 사주신대요 
어느 멋진 날 - 비오는 날의 소풍 
죄송합니다, 마나님! - 돼지책
끔찍하게 어려운 일 - 꼭 잡아 주세요, 아빠! 
엄마의 편지 - 리디아의 정원 
기꺼이 악당이 되어주마! - 나와 결혼해주실래요?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그분들이 계십니다 - 안녕 빠이빠이 창문

Chapter Three 세상살이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 네 호주머니를 살펴보렴 네가 찾는 것이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랑을 전할 땐 말이 필요 없을지도 몰라 - 낱말 공장 나라 
세상에 끝이란 없단다- 바람이 멈출 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아이는 - 루디의 한 가지 소원 
재미,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공룡은 팬티를 좋아해
너의 장점은 너무 많아서 - 숟가락 
따듯함은 어둠을 이긴단다 - 빨간 버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야 - 나는 왜 날수 없을까? 
호주머니 속 행복 - 소년이 찾은 파랑 
아마 별이 됐을 거야 - 저 파란 별이 리사예요 
달엔 토끼만 사는 것은아니란다 - 달지기 소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덤입니다 - 화가 몰 아저씨 이것이 정말 미술인가요? 
같이 상상해볼까? - 네가만약 
숨은그림찾기 - 동강의 아이들 
좋으면 좋다고 말해 - 달을 선물하고 싶어 
아가는 배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야 -아가야, 안녕? 

Chapter Four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단다
인기 짱이 되는 방법 - 닐루화르의 미소 
너의 시각이 반드시 올바른 건 아니란다 -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삼형제 이야기 
규칙보다 중요한 것은 - 도서관에 간 사자 
그래, 너도 꼬맹이구나 - 잘했어, 베니! 
무서워해도 괜찮아 -침대 밑에 괴물이 있어요! 
수줍음은 없어질 겁니다. 장점을 찾아준다면 - 부끄럼 타는 아이 핼리벗 잭슨 
나눠도 그리 손해 보진않아 - 아무도 안 줄 거야! 
진심을 전달한다는 것 - 사자가 작아졌어! 
칭찬은 어렵구나 - 에드와르도 : 세상에서 가장 못된아이 
설거지가 어때서? - 종이 봉지 공주 
그것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 지각대장 존 
양해 부탁드립니다 - 토끼 아저씨와빨간 미끄럼틀 
미리 평가한다면 후회할지 모릅니다 - 어린 음악가 폭스트롯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안녕, 나의 별
잠이 오지 않을 때 - 양을 세면 잠이 와요! 

에필로그 - 아빠 노릇 혹은 아빠 짓




책 아빠


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십니까?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 『그곳에는』마리루이즈 피츠패트릭 글, 그림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인터넷을 연결한 후 육아, 교육, 학습 방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쏟아져 나오는 그 엄청난 정보의 양에 기겁을 하게 됩니다. 예전처럼 옆집 엄마, 친정엄마에게 전화하지 않더라도 양육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일도 아닌 세상이 됐죠. 젖병 소독 시 적당한 물의 온도와 시간부터 아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적절한 기저귀 교환 방법, 아가의 뇌를 활발하게 만드는 마사지 방법 등 시시콜콜한 정보부터 초보 부모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보까지, 그야말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특히, 아이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전 세계 어떤 나라의 부모들과 맞붙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에게 교육에 관련된 정보는 아이의 장래가 걸려 있다며 눈이 빠지도록,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찾아 헤매는 정보 중 하나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방법, 자기 주도적 학습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방법, 영어의 고수가 되는 방법,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방법 등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정보를 취득한 부모들은 빠른 시간 안에 아이에게 적용시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저희 부부도 예외가 아니어서 좋다고 소문난 교육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10만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을 해봤습니다. 정신없었습니다. 고수 엄마, 고수 아빠들의 찬란한 성과에 아득해지는 기분도 들었고요. 아동심리학, 아동교육학 박사의 따끔한 질책에 반성도 해봤습니다.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취미를 붙여주면 과학에 눈을 뜨는 영재가 된다는 말에 현미경을 사줬지만, 현미경 구입 후 이틀 만에 살포시 변기에 집어넣는 아이의 무지함에 좌절도 했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며 아이에 대한 무한한 칭찬을 요구하는 박사님의 가르침을 따라 칭찬만 줄기차게 했더니 겁을 상실한 채 엄마에게 주먹질을 하는 5살 폭력 아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가끔 생각해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절대적 객관성을 유지한 채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교육 방법이 실려있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은 아마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쌍둥이에게도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이 발견되는데, 서로 다른 부모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말하면 피곤할 정도로 다르죠. 그렇게 다른 아이들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길을 걸으면 동일한 결과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 아닐까요?


결과가 같다 하더라도 원인은 다를 수가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종종 잊어버립니다. 그러니 방법, 규칙, 연구 결과라는 미명하에 아이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이죠.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웃기지도 않게 지진아라는 딱지를 붙이고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인 거죠. 엄마가 하자는 대로 했는데, 아빠가 하자는 대로 했는데, 조금 힘에 부쳐서 뒤쳐졌을 뿐인데 묘한 시선을 감내해야 하니 말입니다. 이럴 때 부모님들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선택한 길을 걷고 계신가요? 만약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처한 현실에 큰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그것이 부모님이라 할지라도)이 선택해준 길이라면 현재가 불만족스러울 때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있겠죠.(누군가를 원망한다는 것은 그리 상큼한 기분이 아닐 겁니다.)


언젠가는 도착할 것이라 소망할 뿐입니다

『그곳에는』이란 그림책이 있습니다. 조금은 의미심장한 제목입니다. 한 소녀가 갈색 가방을 손에 쥔 채 눈앞에 펼쳐진 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소녀는 목적지를 모릅니다. 또한 목적지에 언제쯤 도착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소망할 뿐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소나무보다 큰 사람이 되어 있기를, 그곳에 도착하면 이치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곳에 도착하면 별 헤는 법을 알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소녀는 길을 걷다 가끔은 무섭습니다. 그곳으로 가다가 무섭게 달려드는 용을 만날 수도 있고 길을 잃어 헤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하죠. 꼭 그곳에 가야 하는 것인지,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면 소녀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적어도 의문이 드는 날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건 소녀의 자유 의지였으니까요. 소녀는 생각합니다. 오늘만 멈춘 것이라고. 언젠가는 그곳에 도착해서 푸른 하늘에 연을 날리겠다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입니다

길을 걸을 땐 볼거리가 있어야 하죠. 스치는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하늘의 구름도 쳐다보고 길가의 들꽃도 감상하며 걷는 걸음은 즐거운 법입니다. 볼거리 없이 앞 사람의 엉덩이만 줄기차게 쳐다보고 가야 하는 길은 쉽게 지칩니다. 한마디로 감흥이 없습니다.


부모가 끌어당기는 길, 앞서나가며 이정표 세워주고, 지름길 알려주며, 늦었다고 윽박지르는 길에 서 있는 아이들은 피곤할지 모릅니다. 쉬어야 하는 순간 걸으라는 엄포가 떨어지고 예쁜 꽃을 발견했는데 앞을 보라며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면 한숨 나올 테니 말이죠.


고대 그리스에는 아이가 학교를 갈 때 아이를 보살펴주는 노예가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는 길, 혹시라도 다른 길로 가진 않을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따라가는 것이 그 노예의 일이었다고 하네요. 그 노예를 "pedagogue"라고 불렀다는데요, 그 말이 "교육학(Pedagogy)"의 어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주세요

아이에게 시간을 나눠주세요 - 『겁쟁이 우리 아빠』티베 벨드캄프 글, 필립 호프만 그림

"아빠, 놀자"

너무 맛있게 자고 있던 일요일 아침. 전쟁터 같던 직장은 까맣게 잊고 꿈꾸는 것도 사치라며 열심히 늦잠을 잡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평일과 달리 일요일 아침은 천국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물론 꼬맹이 녀석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덤벼들기 전까지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지만요. 평소엔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일요일 아침이면 8시가 채 되기도 전에 일어나 온갖 악행(?)을 저지릅니다. 곤히 잠자고 있는 아빠의 똥꼬를 사정없이 찌르는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짓을 해맑게 웃으며 저지릅니다. 혹시 자다가 똥침 맞아보셨습니까? 안 맞아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어기적거려야 하는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정말 녀석이 내 아이가 아니었다면, 골백번도 넘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겁니다. 녀석은 고통스러워하는 아빠 얼굴에 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는 힘차게 외치죠. "아빠, 놀자."


젠장, 이럴 땐 회사에 내는 사표보다 집에 내는 사표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녀석은 절대 엄마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똥침을 주는 만행을 저질렀다간 일요일 아침이 우울하게 변해버린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했으니 만만한 아빠를 건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이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야단을 덜 맞는다는 사실쯤은 쉽게 파악합니다. 여하튼 불타는 엉덩이를 손으로 비비며 일어난 아빠에게 녀석은 눈을 말똥거리며 요구합니다.


"놀자"입니다. 어떻게 노느냐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놀자"라고 말하죠. 축구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소풍을 가자는 것도 아니고 TV를 보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놀자"입니다. 참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일요일 아침마다 겪게 되는 당혹감, 지칠 줄 모르는 녀석의 에너지에 가끔은 짜증도 나고 가끔은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아내에게 떠넘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그리 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진 말이죠.


겁을 내는 사이에 아이들은 달아나버립니다

이런 그림책이 있습니다. 『겁쟁이 우리 아빠』. 비슷한 내용의 동화책이 꽤 있습니다만 『겁쟁이 우리 아빠』는 직설적으로 아빠에게 아이와 놀아주라고 얘기하지 않고 에둘러 얘기합니다. 겁먹지 말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귀여운 그림과 재미난 상황으로 표현한 책이죠. 아이와 함께 읽다보면 평범한 줄거리에 비해 아빠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책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어릴 적 제 눈에 보이던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내였습니다. 귀신 잡는 해병대도, 빨간 팬티 슈퍼맨도 우리 아버지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아버지의 굵은 손가락과 뻣뻣한 수염, 그리고 다부진 어깨는 언제나 저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용솟음치게 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제 키가 자라고, 제 마음이 자라고, 아버지의 머리에 흰색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강해 보이던 아버지께서 작아집니다. 아버지께 제 어깨를 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스무 살 무렵에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꽤나 늦게 알아차린 셈이죠.


애석하게도 소개드리는 책의 주인공 톰은 아빠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너무 빨리 알아차립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어림잡아 6살 정도 되는 꼬맹이가 자신의 아빠가 겁쟁이라는 것을 눈치챈 겁니다. 톰의 아빠는 동물들을 무서워합니다. 그중에서도 나비를 제일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집 안에서 움직이질 않습니다. 도무지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덕분에 톰은 외롭습니다. 이 부분에서 독자로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진짜 겁쟁이일까요? 아니면 톰의 눈에만 겁쟁이로 보이는 걸까요? 저는 왠지 후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톰이 동물들을 이용해서 아빠를 집밖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 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퇴근 후 방바닥 혹은 거실 소파에 찰싹 달라붙어 움직일 줄 모릅니다. 스포츠 중계가 시작되면 TV 리모컨이 자신의 분신인 양 절대 손에서 놓으려 하질 않죠. 한 손에 리모컨 움켜쥐고 대형 모니터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는 모습은 자못 비장한 기운이 흐르기도 합니다.


이런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을 외롭게 합니다. 놀아달라는 아이의 눈빛은 TV 모니터 불빛에 묻혀버리기 일쑤고요. 잡아달라며 내민 손은 TV 리모컨에 우선순위가 밀려버리죠. 아빠들은 스스로를 가족으로부터 분리시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자라 어느덧 홀로 설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그때서야 후회가 밀려옴을 경험하는 것이죠. 작가가 생각하는 아빠는 어떤 의미에서는 겁쟁이라기보다는 바보일지도 모릅니다. 책의 주인공 톰처럼 재기 발랄한 방법으로 아빠 마음의 문을 여는 아이가 없는 한 아빠들은 스스로를 고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죠.


작가는 아빠들에게 겁쟁이처럼 몸 사리며 우물쭈물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겁을 내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은 멀리 달아나버린다고…. 용기를 내어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친구가 되면 흰머리 가득한 그날이 와도 아이들은 아빠들의 친구로 있어줄 것이라고….


행복이라는 커다란 이자를 붙여서 돌려줍니다

그저 자신이 갖고 있는 시간을 조금만 할애한다면 막연하게 "놀자"라고 칭얼대는 녀석과 꽤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엄마가 일어나기 전 함께 라면을 끓여 먹는 것도 녀석에겐 재미난 요리 시간이 되고요, 녀석을 배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눈싸움을 해도 녀석들은 숨넘어가게 웃어줄 겁니다.


아빠의 시간을 빌려주면 녀석들은 행복이라는 커다란 이자를 붙여서 아빠에게 돌려주죠. 사실 녀석들이 던져주는 미소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내어준 아빠만이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대가인 것이죠. 아이보다 TV와 더 친한 겁쟁이 아빠는 『겁쟁이 우리 아빠』라는 책을 한 번 읽어봤으면 합니다. 그림 사이에 숨은 작가의 메시지를 알아차린다면 정말 멋진 아빠로 변신할 겁니다.



세상살이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야 - 『나는 왜 날 수 없을까?』켄 브라운 글, 그림

천상천아 유아독존인 아이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저희 집 녀석이 친구들과 티격태격 싸우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조금 쓴웃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놀이터엔 서너 명의 또래가 모여 있습니다. 녀석들은 나름대로의 규칙과 배역을 정하고 놀이를 시작하죠. 아이들은 해적이 되어 칼싸움을 하기도 하고 이순신 장군의 근엄하고 장엄한 모습을 흉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혹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적 놀이를 하건 이순신 장군의 놀이를 하건 항상 어떤 배역을 할 것인가를 두고 말싸움이 일어납니다.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무조건 주인공을 하겠다는 욕심이 없지 않습니다. 해적 놀이를 한다면 선장을 하고 싶고 이순신 장군 놀이를 한다면 이순신 장군이 되고 싶은 것이죠. 하지만 주인공은 단 한 명입니다. 아이들은 해적선 한 척에 두 명의 선장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서로 선장을 하겠다며 싸우는 아이들에게 둘 다 선장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을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죠. 선장 배역을 두고도 치열한 배역 싸움을 하는 아이들은 이순신 장군 역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아이들마다 성격이 조금씩 달라서 약간의 양보심이 있는 아이라면 배역을 양보하며 놀이를 진행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희 집 녀석은 양보라고는 절대 할 줄 모르는 놈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맡지 못하면 세상이 떠나가게 울음을 터뜨리며 집으로 달려오곤 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보기엔 한마디로 대책 없는 아이였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집에 올 때마다 양보심이 없다며 야단을 쳤지만 녀석의 배역 욕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전생에 주인공 못해보고 죽은 배우 귀신이 붙었는지, 휴. 아무리 알아듣게 설명을 해도 요지부동인 녀석에게 책을 보여줬습니다. 저희 집 아이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아이들에겐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른 책이었습니다. 『나는 왜 날 수 없을까?』입니다.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표지 그림을 보면 타조 한 마리가 보입니다. 눈매가 보통 고집스럽게 생긴 것이 아닙니다. 대략 표지만 봐도 고집이 꽤 있는 타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타조는 날지 못하는 새입니다. 말 근육에 버금가는 다리 근육을 자랑하는 새이지만 몸뚱이가 너무 커서 슬픈 새이기도 하죠. 타조는 자신처럼 근사하게 생긴 새가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사실이 몹시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날겠다는 결심을 하고는 나는 연습을 합니다. 매일 높은 모래 언덕에서 뛰어내립니다. 뛰어내릴 때마다 땅바닥에 철퍼덕 엎어집니다.


타조는 땅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을 쳐다보는 다른 새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모래에 얼굴을 파묻고는 생각에 잠깁니다. 어떻게 하면 날 수 있을까? 타조는 기발한 생각을 해내죠.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어 날아오르는 것이었습니다. 타조는 열심히 기계를 만들어 날아올라봅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입니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타조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계속된 도전 끝에 타조는 자신이 만든 기계에 몸을 의지하고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책은 타조의 성공으로 얘기를 끝낼까요? 아닙니다. 마지막 장은 타조가 만든 기계를 끌어주는 친구들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따뜻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타조는 스스로 만든 기계의 힘으로 하늘을 날아오른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타조 모르게 구름 위에 숨어 기계를 끌어주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는 걸 그림은 보여줍니다. 타조는 하늘을 나는 그 순간만큼은 친구들의 도움을 눈치 채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비행이 끝나면 알게 되겠죠. 모든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절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꽤 많은 내용을 알려줄 수 있는 책입니다. 나를 지켜보는 여러 사람들이 있고 나의 노력과 지켜봐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다는 얘기를 모두 해줄 수 있는 책입니다.


아이에게 따뜻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해. 주인공은 노력이 필요한 자리지. 하지만 나를 지켜봐주는 주위 사람들이 없다면 결코 올라갈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지."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에겐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희 집 아이에게 처음 읽어줬을 때의 반응은 매우 냉랭했습니다. 나름 차분하게 말했다고 생각되는 아빠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의 습성도 바뀌지 않았죠. 그래서 아빠는 그리 큰 효과가 없는 책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은 한 번의 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저희 집 아이가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학교 반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난 후였죠. 그때 아이가 제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아빠, 친구들에게 많이 양보해야 좋은 일이 생기나봐."


자성하는 듯한 아이의 말을 들었을 때 아빠로서 기뻤습니다. 아주 많이 기뻤습니다. 그 말을 한 이후로 아이가 변했냐고요? 아니요!


아이의 승부욕과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욕심은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했죠. 자신의 욕심이 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 사소할지도 모를 변화이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엔 아주 만족스러운 변화입니다. 스스로 자신이 고쳐야 할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쉬운 철학은 아니지만 아빠로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얘야, 세상은 혼자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그러니 나눠라."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수줍음은 없어질 겁니다. 장점을 찾아준다면 -『부끄럼 타는 아이 핼리벗 잭슨』데이비드 루카스 글, 그림

아이의 소심함이 부모를 부끄럽게 하나요?

엄마 아빠 앞에서는 멍석을 깔아주지 않아도 쇼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이. 내복 바람으로 막춤을 추기도 하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를 웅얼대며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라기보다는 옆집에서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소음이지만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저만의 예술세계를 즐기고 있는 중이죠. 가끔은 만화 주인공 흉내를 내며 내복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엉덩이춤을 추기도 해서 엄마 아빠에게 신선한(?)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집에서는 수줍음, 부끄러움과는 전혀 무관한 아이로 보이는 아이들도 희한하게 멍석을 깔아주면 몸을 배배 꼬며 엄마 등 뒤로 숨어버립니다. 우리 아이가 춤을 잘 춘다며 주위 사람에게 실컷 자랑해놨는데 등 뒤에 숨은 아이는 도무지 나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요. 민망한 엄마는 결국 아이의 손목을 잡아끌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화를 낼 의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아이의 소심함이 엄마를 부끄럽게 만들어버린 거죠. 사실 아이가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지요.


저희 집 녀석이 유치원을 다닐 때도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유치원 공개 수업,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몸동작 하나하나를 따라하며 꼬물거리는 모양새가 무척 귀여웠습니다. 교실 뒤편에 서 계신 부모님들은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죠. "아빠 힘내세요"를 외치며 양팔을 들어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보여줄 때는 정말 뛰어가 안아주고 싶을 만큼 예뻐 보였습니다. 저 아이가 내 아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광고하고 싶을 만큼 좋았습니다.


엄마 아빠 눈에 하트가 뿅뿅 나오게 하던 시간이 지나고 구연동화를 준비한 한 꼬맹이가 실력을 보여줄 차례였습니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까만 에나멜 구두를 신은 꼬맹이는 얼굴이 약간 상기된 모습으로 무대에 나섰습니다. 낭랑한 목소리와 깜찍한 표정으로 구연동화를 시작한 꼬맹이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얼음처럼 굳었습니다. 얘기하려던 동화 원고를 잊어버린 거지요. 당황하는 꼬맹이를 보고 유치원 선생님은 재빨리 동화 원고를 보여줬지만 이미 꼬맹이는 울음이 터진 상태였습니다. 할 수 없이 꼬맹이는 무대에서 내려왔고요. 뒤에서 지켜보던 부모님은 꼬맹이를 안아주며 달랬습니다. 하지만 꼬맹이는 무대에서 혼자 창피를 당했다는 생각에서인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요. 달래주던 부모님은 화가 났는지 아이를 데리고 복도로 나가버리더군요.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유치원 공개 수업은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울먹이던 꼬맹이를 화난 듯이 번쩍 안아들고 복도로 나간 부모님 생각에 조금 씁쓸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책입니다. 『부끄럼 타는 아이 핼리벗 잭슨』.


네가 만든 옷을 입어보고 싶구나

핼리벗 잭슨이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키가 아주 조그맣고 너무 조용한 성격이라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녀였습니다. 사실 소녀 스스로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너무 싫어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이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거든요. 핼리벗 잭슨은 정말 예쁘고 귀여운 소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이는 것이 창피했습니다.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골목길에선 빨간 벽돌 무늬의 옷을 입고 걸어서 사람들의 눈을 최대한 피했고요, 예쁜 꽃이 만발한 공원에 갈 때는 꽃무늬의 옷을 입어 사람들 눈을 피했습니다. 그녀의 옷은 마치 군인들의 전투복, 닌자의 위장복 같아서 여간해서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았죠.


그녀의 수줍음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어서 심지어 집에 홀로 있을 때조차 소파 무늬와 동일한 옷을 입고 소파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조금 심각한 수준의 수줍음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왕궁에서 왕비의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왕비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주 멋진 분이라서 많은 아이들에게 초청장을 보냈고요. 핼리벗 잭슨에게도 멋진 왕궁 소인이 박힌 초청장이 도착했습니다. 핼리벗 잭슨은 고민하죠. 생일 파티에 가고는 싶은데, 사람들 눈에 띄는 게 걱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멋진 옷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상상하던 왕궁과 동일한 모양의 옷.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왕궁 모양의 옷을 입고 파티에 참석했지만…. 아뿔싸, 파티가 초록 잔디 위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덕분에 핼리벗 잭슨은 화려한 의상으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왕비도 핼리벗 잭슨의 옷에 감탄을 하고 왕비의 옷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죠. 핼리벗 잭슨의 옷 만드는 솜씨는 점점 유명해져서 그녀는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의상실을 열게 됐습니다. 핼리벗 잭슨은 의상실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극심하던 수줍음을 조금은 극복하게 되지요. 물론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정도는 됐으니까요.


이 책은 그림책을 넘겨가며 아이들과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묘미가 있는 책입니다. 주위 사물에 교묘히 숨겨진 핼리벗 잭슨을 찾아내며 아이들은 감탄을 하거든요. 정말 옷을 잘 만드는 구나라며. 저자의 그림 솜씨와 수줍음에 대한 처방은 누가 보더라도 감탄할 만해서 아이들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단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끄러워하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외모를 수줍어할 수 있고요, 어떤 아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부끄러워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수줍음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왜 수줍음을 타는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더군요. 별 거 아닌 수줍음이었는데 부모님의 압박이 콤플렉스로 변해가는 건 아이들에게 종종 있는 일이니까요.


"바보처럼 왜 그래?" 라는 말보다는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라는 말이 수줍음 많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는 무엇인가를 찾게 되면 강요하지 않아도 재능을 뽐내고 싶은 순간이 올 테니까요. 왕비님은 "멋진 옷을 만들어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네가 만든 옷을 입어보고 싶구나"라고 말씀하셨죠.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순간은 부모님들의 말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등 뒤에 숨은 아이를 끌어내지 않고 그대로 숨겨주는 일은 아이가 마음 편히 재능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부모님의 신호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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