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실력이 국어 실력이다
들어가는 말 - 한자 실력이 곧 국어 실력이다
여러 교육전문가들이 공부의 시작은 학습개념어를 정확히 익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학습개념어를 익히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는 한글이지만 본래의 뜻은 한자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과서 속의 학습용어들도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습니다. 교과서 속의 학습용어들은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당연히 머릿속에 학습용어들이 자리 잡을 수 없게 마련입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이 한자(漢字)만 알아도 교과서에 실린 학습용어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소리글자인 한글로 표현하는 우리말의 70퍼센트 이상은 뜻글자인 한자로 되어 있으며, 교과서 속 학습용어의 대부분이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번 살펴볼까요? 우리는 한글로만 쓴 ‘명사’를 앞에 두면, ‘이름난 인사를 뜻하는 명사(名士)’인지, ‘품사의 하나인 명사(名詞)’인지 그 뜻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한자의 뜻을 이해하면 보다 명확하고 깊이 있게 그 용어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 교과서 한자어 뿌리
이름 名(명)은 깜깜한 밤(저녁 석: 夕)에는 그 사물이나 사람이 구체적인 특징을 입(입 구:口)으로 말해야만 구분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누구에게나 고유하게 붙여진 ‘이름’이 되겠지요.
말씀 詞(사)는 높은 벼슬을 맡은 사람(맡을 사: 司)이 아랫사람에게 뭔가를 지시해 말한다(말씀 언: 言)는 데서 ‘말씀하다’, ‘알리다’의 뜻을 갖게 되었답니다.
따라서 名詞(명사)란 사람이나 사물에게 붙여진 이름(名)을 나타내는 말(詞)입니다. 이 명사는 특정한 사람이나 물건에 쓰이는 이름일 때는 고유명사(固有名詞)라 하고, 일반적인 사물에 두루 쓰이는 이름일 때는 보통명사(普通名詞), 자립적으로 쓰일 때는 자립명사(自立名詞), 그 앞에 반드시 꾸미는 말이 있어야만 하는 의존명사(依存名詞)로 나뉘기도 한답니다.
한자를 알고 나니 그 뜻은 물론 용어의 개념이 확실하게 잡히죠? 이러한 방식으로 초중등 교과서에 실린 학습개념어들을 익힌다면 공부하기가 훨씬 쉽고 재미있을 겁니다.
제1부 우리말의 이해와 문법
음운[音韻(소리 음, 운 운)]
한글은 지구 상의 소리를 거의 다 적을 수 있는 과학적인 문자입니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도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소설 『대지』를 쓴 미국 작가 펄 벅과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 등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한글이 지구 상의 거의 모든 소리를 글로 적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자음과 모음이라는 음운을 조합해 소리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音韻(음운)이란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音)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韻)를 말합니다. 음운은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말인 국어의 음운은 자음 19개(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와 모음 21개(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예시)
하늘 마늘: ‘하늘’과 ‘마늘’은 무엇이 다를까요? ‘하늘’은 자음인 ‘ㅎ, ㄴ, ㄹ’과 모음인 ‘ㅏ, ㅡ’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과 ‘마늘’은 ‘ㅏ늘’은 서로 같고 단지 그 앞에 오는 음운인 ‘ㅎ’과 ‘ㅁ’만 다른데, 이처럼 국어의 낱말은 음운이 하나만 달라도 전혀 다른 뜻을 지니게 됩니다. 따라서 음운은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인 것입니다.
* 교과서 한자어 뿌리
소리 音(음)은 지금은 ‘설 입(立)’과 ‘말씀 왈(曰)’로 이루어져 있지만, 최초의 글자인 갑골문(고대 중국에서 거북의 등딱지나 짐승의 뼈에 새긴 문자)에 새겨진 ‘音(음)’자는 사람의 입(口)에 나팔과 같은 관악기(辛)를 불고 있는 모양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즉, ‘音(음)’은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를 표현한 글자이죠.
운 韻(운)은 ‘소리 음(音)’과 ‘둥글 원(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글자는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音)’를 ‘둥글게(員)’ 한정 짓는다는 것을 뜻하므로, ‘소리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한답니다.
형태소[形態素(꼴 형, 모양 태, 바탕 소)]
형태소를 파악할 때는 먼저 자립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의미에 따라 분석을 해야 쉽게 알아낼 수 있답니다.
形態素(형태소)란 글자의 꼴(形)과 모양(態)을 이루는 바탕(素)을 말하는데, 뜻을 가지고 있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일컫습니다. 단어를 좀 더 작은 단위로 나눈 것인 형태소를 더 나누면 뜻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잣나무’는 ‘잣’과 ‘나무’로 나누어도 뜻을 잃지 않지만, ‘나무’를 ‘나’와 ‘무’로 더 나누면 뜻을 잃게 되죠. 따라서 ‘잣나무’는 ‘잣’과 ‘나무’의 두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예시)
토끼가 매우 귀엽다.
형태소는 뜻을 가지고 있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이므로, ‘토끼가 매우 귀엽다’는 ‘토끼’, ‘가’, ‘매우’, ‘귀엽’, ‘다’ 등 5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 교과서 한자어 뿌리
꼴 形 (형)은 이정한 격자형의 틀(평평한 견: ?)을 놓고 붓(터럭 삼: ?)으로 글자나 어떤 사물의 모양을 그려낸다는 데서 ‘꼴’, ‘형상’이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모양 態(태)는 수시로 변화하는 마음(마음 심: 心)의 움직임(능할 능: 能)에 따라 신체에 나타나는 몸짓이란 데서 ‘모양’, ‘태도’라는 뜻이 생겼답니다.
바탕 素(소)는 누에고치에서 막 뽑아 놓은 실타래(가는 실 사: ?)를 물에 빨아서 줄에 늘어뜨린(드리울 수: 垂=主) 모양에서 유래한 말로 ‘희다’는 뜻을 지니게 되었으며, 이러한 상태는 다른 색으로 물을 들일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바탕’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답니다.
단일어[單一語(홑 단, 한 일, 말씀 어)]
單一語(단일어)란 하나(單一)의 형태소로 된 단어(語)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손’, ‘발’, ‘물’, ‘불’, ‘땅’, ‘밥’ 등을 말합니다.
* 예시)
소(형태소) = 단일어, 나무(형태소) = 단일어
‘소나무’는 ‘소’와 ‘나무’, 두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단일어가 아닙니다.
* 교과서 한자어 뿌리
홑 單(단)은 사냥도구의 일종인데 두 개의 가닥(V)이 하나로 묶인 모양에서 ‘홑’이란 뜻을 지니게 되었다고 앞에서 배웠죠?
한 一(일)은 손가락 하나 또는 하나의 선을 그어 놓은 모양인데, 숫자에서 ‘하나’를 뜻하죠. 이 글자는 ‘첫째’, ‘처음’을 의미하면서도 ‘전체’라는 뜻도 지니게 되었답니다.
말씀 語(어)는 여러 사람이 각각 자신(나 오: 吾)의 의견을 내세우며 말하다(말씀 언: 言)는 데서 ‘말씀’, ‘말로 따지다’의 뜻을 지녔다고 했죠?
복합어[複合語(겹칠 복, 합할 합, 말씀 어)]
複合(복합)은 ‘두 가지 이상이 하나로 합치는 것’을 말합니다. 복합어에는 어근과 접사로 이루어진 파생어와 두 개 이상의 어근으로 이루어진 단어인 합성어가 있답니다.
複合語(복합어)는 둘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하나의 형태소에 접사가 붙어 겹치거나(複) 두 개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合)되어 만들어진 말(語)을 뜻하죠. 예를 들면, ‘덧신’, ‘먹이’와 같이 어근과 접사가 결합한 파생어와, ‘집안’, ‘공부방’과 같이 어근과 어근이 결합한 합성어로 나눌 수 있답니다.
* 예시)
낱말 - 단일어
- 복합어 - 파생어 : 어근과 접사로 이루어진 복합어
- 합성어 : 두 개 이상의 어근으로 이루어진 복합어
* 교과서 한자어 뿌리
겹칠 複(복)은 입고 있는 윗저고리(옷 의: ?= 衣) 위에 또다시(다시 복: ? = ?) 입는다는 데서 ‘겹치다’는 뜻이 생겨났습니다.
합할 合(합)은 어떠한 물건(ㅁ)을 모아둔다(모을 집: ?)는 데서 ‘합하다’는 뜻을 지니게 되었죠.
말씀 語(어)는 여러 사람이 각각 자신(나 오: 吾)의 의견을 내세우며 말하다(말씀 언: 言)는 데서 ‘말씀’, ‘말로 따지다’의 뜻을 지녔다고 했죠?
품사[品詞(물건 품, 말씀 사)]
우리가 사는 지구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죠. 생김새에 따라 민족을 구분하는데, 단어 역시 공통된 성질에 따라 분류를 한답니다.
品詞(품사)란 단어(詞)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공통의 성질을 지닌 낱말끼리 분류(品)해 놓은 것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에는 다음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명사, 대명사, 수사, 조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의 아홉 가지로 분류해서 가르치고 있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 많은 종류의 품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어의 품사
분류 기준 | 품사 | |||
형태 | 기능 | 의미 | ||
불변어 | 체언 | 조사와 결합해 여러 가지 문장 성분이 됨 |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나타냄. | 명사 |
명사 대신에 직접 가리킴. | 대명사 | |||
사물의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냄. | 수사 | |||
관계언 | 관계 기능 | 형식적인 의미 | 조사 | |
수식언 | 주로 체언을 수식함. | ‘어떤’이라는 의미 | 관형사 | |
주로 용언을 수식함. | ‘어떻게’라는 의미 | 부사 | ||
가변어 | 용언 | 서술 기능 | 동작과 작용 | 동사 |
성질과 상태 | 형용사 |
* 교과서 한자어 뿌리
물건 品(품)은 여러 사람의 입(입 구: 口)으로 특정 사물에 대해 평을 한다는 것으로, 그러한 물건은 곧 등급이 매겨지게 마련이죠. 또 한편에서는 비슷한 모양을 한 여러 개의 그릇을 쌓아 둔 모양에서 물건의 ‘품수’나 ‘등급’ 등을 나타낸다고 풀이하기도 한답니다.
말씀 詞(사)는 높은 벼슬을 맡은(맡을 사: 司)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뭔가를 지시하여 말한다(말씀 언: 言)는 데서 ‘말씀하다’, ‘알리다’의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장성분[文章成分(무늬 문, 글 장, 이룰 성, 나눌 분)]
아름다운 문장이 이루어지려면 문장의 성분들이 잘 어우러져야 한답니다. 文章成分(문장성분)이란 한 문장(文章)을 이루는(成) 낱낱의 요소(分)를 말하죠. 그 성분에는 주어·서술어·목적어·보어·관형어·부사어·독립어 등이 있답니다.
문장의 기본 골격
무엇이 | 어찌하다 | 꽃이 핀다. |
무엇이 | 어떠하다 | 꽃이 향기롭다 |
무엇이 | 무엇이다 | 이것은 꽃이다. |
문장성분
문장성분 | 주성분 | 문장의 골격을 이루는 성분 | 주어(누가, 무엇이) |
서술어(어찌하다, 어떠하다, 무엇이다) | |||
목적어(무엇을, 누구를) | |||
보어(‘되다, 아니다’를 보충함.) | |||
부속성분 | 주성분을 꾸며 주면서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성분 | 관형어(어떤) | |
부사어(어떻게) | |||
독립성분 | 다른 성분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독립적으로 쓰이는 성분 | 독립어 |
* 교과서 한자어 뿌리
무늬 文(문)은 사람의 가슴에 다양한 형태의 문양이 새겨진 모양을 본뜬 것으로 본래 어떠한 ‘무늬’를 뜻하였으나 초기의 글자가 곧 사물의 문양을 본뜬 상형글자이기 때문에 ‘글자’라는 뜻으로 보다 많이 쓰이고 있죠.
글 章(장)은 사람이 입(가로 왈: 曰)에서 나온 소리(설 립: 立)를 글자로 나타낸 소리 음(音)과 열 십(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十(십)은 숫자의 끝이면서 완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답니다. 따라서 음악(소리 음: 音)의 한 단락(열 십: 十), 또는 소리(音)를 글자로 구성한 한 단락(十)을 뜻하죠.
이룰 成(성)은 초목의 성장 과정을 글자로 나타낸 십간(十干,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과 관련이 깊답니다. 즉 씨앗이 파종되면 가장 먼저 뿌리가 내리게 되는데, 甲(갑)은 곧 뿌리를 뜻하고, 乙(을)은 싹이 터 어느 정도 자라난 모양을, 丙(병)은 자라나 저마다 형태를 갖춘 것을, 丁(정)은 장성하게 자라난 모양을, 戊(무)는 지나치게 웃자라지 못하도록 전지가위를 이용해 잘라주어야 할 정도로 성장한 모양을 뜻하죠. 그래서 장성하게 자라나(장정 정: 丁) 전지(창 무: 戊)해 줄 정도가 되면 식물의 성장이 다 이루어진(成) 것으로 본다는 데서 ‘이루어지다’는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나눌 分(분)은 나눈다는 뜻을 지닌 여덟 팔(八)과 칼날과 칼등을 본떠 만든 칼 도(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뜻은 칼(刀)로 뭔가를 나눈다(八)는 데서 ‘나누다’란 뜻을 갖게 되었답니다.
제2부 여러 가지 글
주제[主題(주인 주, 표제 제)]
主題(주제)란 작품을 통해 작가가 주(主)로 나타내고자 하는 핵심적(題)인 사상을 말한답니다.
* 예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주제는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사랑’입니다.
* 교과서 한자어 뿌리
주인 主(주)는 등잔이나 촛대(王)의 불꽃(불똥 주: ?)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은 곧 ‘주인’이라는 뜻이 담겨 있죠.
표제 題(제)는 사람의 머리 전체(머리 혈: 頁)에서 해처럼 가장 두드러지고 평평한 곳(옳을 시: 是)은 ‘이마’라는 뜻과 함께 각 사물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표제’라는 뜻도 있죠.
해학[諧謔(화할 해, 희롱할 학)]
諧謔(해학)이란 듣고 보는 모든 사람들이 화합(諧)할 수 있도록 품위가 있으면서도 익살스럽게 희롱(謔)하는 말이나 행동을 말한답니다. 대상을 비꼬거나 공격하는 풍자와 달리 해학은 대상에 호감과 연민을 느끼게 하고 웃음을 유발하게 합니다. 해학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봄봄> 등에 잘 나타나 있죠.
* 예시)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중략)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대인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 김유정, <동백꽃>
* 교과서 한자어 뿌리
화할 諧(해)는 모든(다 개: 皆) 사람이 어울리고 화합할 수 있도록 익살스럽게 하는 말(말씀 언: 言)이라는 데서 ‘화하다’, ‘화합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
희롱할 謔(학)은 모질고도 사나운 호랑이(사나울 학: 虐) 탈을 쓰고 구경꾼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려고 익살스럽게 말(말씀 언: 言)한다는 데서 ‘희롱하다’는 뜻을 지녔답니다.
반어[反語(되돌릴 반, 말씀 어)]
反語(반어)란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와 반대(反)되는 뜻의 말(語)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못난 사람을 보고 ‘잘났어’라고 하는 것 등이죠.
* 예시)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 ‘운수 좋은 날’은 가장 슬픈 날에 대한 반어적인 표현입니다.
* 교과서 한자어 뿌리
되돌릴 反(반)은 두 손(오른손 우: 又)을 사용하여 내려왔던 낭떠러지(기슭 엄: ?)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서 ‘되돌아가다’라는 뜻이 담겨 있죠.
말씀 語(어)는 자신(나 오: 吾)의 의견을 내세우며 말하다(말씀 언: 言)는 데서 ‘말씀’, ‘말로 따지다’의 뜻을 지니게 되었답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