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홍수현
ǻ
국일미디어
   
13000
2011�� 04��



■ 책 소개
아이를 암기하는 게 아닌생각하도록 이끄는 엄마는 아이의 창조적인 두뇌를 길러낸다!
그 바탕에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엄마의 지혜가 담겨있다.

내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길 바라는 이세상 엄마들은, 아이의 행복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말을 잘 듣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엄마의 지나친 간섭은아이를 점점 수동적으로 바꾸어, 끝내는 자신의 생각조차 알지 못하는 로봇으로 만들어 버린다.


딱딱한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렇게 하세요”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동반자로서 엄마들과 공감하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렇게 하고있어요”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학년별 독후활동 방법&&, <실천력 100% 시간표 만드는 방법&&, <글쓰기실력까지 키워주는 일기 쓰는 방법&& 등 저자가 직접 연구한 노하우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현명한답안까지 제시해 준다.

■ 저자 홍수현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두 아들과온종일 그림책 읽는 모습을 보고 20%만 더 노력하면 다른 아이들도 가르칠 수 있겠다는 남편의 말에 용기를 얻어 <생각 교습소&&를열게 되었다. 아직 롤러코스터도 타보지 못한 겁쟁이에 보통엄마지만, 자녀교육만큼은 통 큰 용기를 가진 엄마표 선생님이다. 자기주도 학습으로원하던 서울교대 과학영재원 합격의 꿈을 이룬 아들과 입소문만으로 멀리서 아이를 봐달라고 찾아와 주는 학부모들에게 보람을 얻는다며, 수년째<생각 교습소&&를 통해 많은 아이들을 만나오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를 극복하려면,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스스로사고하려면, 엄마는 지나친 간섭은 삼가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도마찬가지입니다. 누렇게 변해가는 벼가 안쓰러워 
양산을 받쳐주는 농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차례
Prologue -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를 꿈꾸며 

1장 모든 아이는 ‘스스로 생각 발전소’를 가지고 태어난다
스스로 생각하고 싶어하는 아이들 
Tip) 아이의 생각을 쑥쑥 키우는 대화법 
매일 아이의 생각을 묻는수다쟁이 엄마 
Tip) 부모를 위한 그림책 목록 
생각의 폭을 넓히는 그림책 읽기 
Tip) 최상의 육아 교육서, 그림책
엄마와 선생님의 두 이름 
Tip) 생각하는 아이의 그림책 읽는 방법 
이 시대의 엄마 역할

2장 아이를 제대로 알고 이해할 때엄마도 자란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형제 
아이들 뇌의 놀라운 비밀 
Tip) 좌뇌우세형 아이 vs 우뇌우세형아이 
생각을 입체화하는 마인드맵 
아이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엄마의 꿈이 아닌 아이의 꿈이 커지도록

3장 사고(思考)뭉치 아이로 키우는엄마의 노하우 
1. 솔로몬도 울고 갈 엄마 지혜 
상상력이 꾸물꾸물 자라나는 우리 집 
다윈, 파브르의엄마처럼 
자기주도형 아이로 이끄는 마법의 시간표 
Tip) 실천력 100% 시간표 만드는 방법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은먹이를 잡는다 
생각그물로 엮어주는 일기쓰기 
Tip) 글쓰기 실력까지 키워주는 일기 쓰는 방법 
지도는 길 떠나는 아이들의길잡이 
아이들 스스로 과학관 백배 즐기기 
화산 같은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숫자와 양을 한 번에 배우는 짤짤이
Tip) 놀면서 가늘고 길게 공부하는 요령 
아이의 호기심 풍선에 바람 넣기 
넌 금동대향로에서 태어났단다 
세상이 온통학습의 장場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는 오감만족 캠핑 
Tip)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캠핑장 

누리 집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단어 
눈물 쏙 빼는로봇놀이 
아이의 요구, 어디까지 수용할까 
책임감이 뒤따르는 용돈 관리 
아이의 생애 첫 아르바이트

4장 믿고 기다리기, 엄마의 믿음이아이를 변화시킨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 
남과 다른 꿈을 꾸는 로베르토처럼 
파이팅만 외치는아빠의 전술 
진정한 나비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 
아이에게 배운 특별한 사과법 
Tip) 아이와 함께하는 비폭력대화
아이라는 선수에게 가장 좋은 코치는 부모 
정답은, 믿고 기다려 주는 엄마의 지혜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1장 모든 아이는 ‘스스로 생각 발전소’를 가지고 태어난다
스스로 생각하고 싶어하는 아이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인 윤구와 윤성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저의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일은 ‘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고되었습니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세상의 모든 부모가 겪었거나 겪고 있을 육아전쟁을, 저 또한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전쟁을 마치고 평온하게 잠든 두 아이의 천사 같은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듯 저 역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모든 게 어설픈 초보엄마였지만, 저는 행복한 육아전쟁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저도 성장했기 때문이지요.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영아기와 유아기를 지나, 본인의 생각을 알게 되는 초등학생이 되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겠지.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대로 저 역시 제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현재 여러 친구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은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업은 여러 친구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교습소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책이란 읽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한 것이야”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힘, 즉 ‘스스로 생각 발전소’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제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생각 발전소’를 일깨워 주고 싶다는 바람이 저의 교육철학이랍니다.


저는 아직 롤러코스터도 타보지 못한 겁 많은 보통엄마에 결혼하고 전업으로 육 년 이상을 지내온 두려움 많은 주부입니다. 이런 제가 책을 통한 사고력 교습소를 운영하게 한 힘은, 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던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사교육의 도움 없이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격려한 덕분에 큰아이가 원하던 서울교대 과학영재원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수년 동안 교습소를 운영하면서 유치원 때부터 인연을 맺어 수업하던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는 것을 보면 제 아이들이 커가는 것처럼 보람을 느낍니다. 또 어머니들의 입소문을 통해 한 시간이 걸려서 수업하러 오는 아이들, 방학이면 바다 건너에서 찾아오시는 어머님, 한 학생의 형제자매, 사촌까지 가족처럼 수업을 하게 되는 즐거운 인연을 맺기도 합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발전소를 활기차게 가동시킬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고 왜 생각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것이라고, 그래야만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생각 교습소를 꾸려가고 있답니다. 


매일 아이의 생각을 묻는 수다쟁이 엄마
4, 5세의 윤구와 윤성이는 매일같이 수다쟁이 엄마인 저와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놀았습니다. 아이들 입이 늦게 터진 탓에, 처음엔 저만 많이 떠들었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입이 터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실컷 떠들었답니다.


낮에는 아이들을 많이 뛰어놀게 했습니다.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놀거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찰흙놀이를 했어요. 뇌에 관련된 책을 보니 사람의 뇌는 7세 이전에는 감성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하고, 그 이후엔 이성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가 발달한다고 해요.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글자를 읽게 하고 무언가를 암기하게 하는 것보다는 사물을 만지고 느끼게 하는 체험학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래야 직관력과 창의력이 발달하기 때문이지요.


늦은 오후부터는 그림책을 읽어주었어요. 아이들은 엄마의 목소리로 그림책 읽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방에 이불을 펴고 셋이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면, 이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다채로운 그림이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맘껏 즐거워지니까요.


책은 제가 읽지만 그날 읽을 책은 모두 아이들이 직접 골랐습니다. 어떤 날에는 공룡에 꽂혀 공룡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고, 어떤 날에는 자동차에 꽂혀 자동차 관련된 책만을 읽어달라고 하는 등 책읽기는 도미노처럼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면 윤구가 고른 책, 윤성이가 고른 책이 옆에 가득 쌓여요. 사실 따끔거릴 정도로 목이 아픈 날도 있었지만 저는 그 많은 책을 모두 읽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번 읽은 책을 여러 번 읽어달라고 요구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지극히 당연한 거더라고요. 한 번 읽어주었다고 해서 아이들이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때 엄마가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복습할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됩니다. 제 경험상으로, 아이들에게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게 여러 권의 책을 대충 읽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상상하고 생각할 여유를 줍니다.


우리는 지금도 저녁 여덟 시가 되면 하던 일을 미루고 다 같이 앉아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곤 합니다.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부분이 나오면 초등학교 5,6학년 된 아들 둘을 옆에 끼고 앉아 소리 내어 읽어줍니다. 이제는 다 큰 녀석들이지만, 아직도 아이들에게 엄마의 목소리는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몰입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아닌 책을 읽고,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회 문제와 결부시켜 보는 등의 토론을 즐겨합니다. 그렇게 책읽기와 토론하기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2장 아이를 제대로 알고 이해할 때 엄마도 자란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형제

신기하게도 윤구는 엄마를, 윤성이는 아빠를 닮은 외모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키우다 보니 두 아들의 성향도 정반대라서 제 배에서 태어난 형제인데 어쩜 이리 다를까 물음표를 가지게 했습니다. 큰 아이 윤구는 어릴 때부터 지식 위주의 딱딱한 책을 술술 읽을 정도로 이해력이 뛰어났습니다. 게다가 책에 나온 숫자나 이름, 사건 등을 한 번만 봐도 다 기억할 만큼 암기력도 좋았어요.


큰 아이의 비상함에 내심 으쓱했던 저는, 둘째 윤성이도 당연히 학습능력이 뛰어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그런데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윤성이는 문자나 숫자에 퍽 둔감한 편이었어요. 엄마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는 영재일 거라고 기대하잖아요. 그런데 기대에 못 미치니 속상하더라고요. 게다가 자연스레 형과 비교까지 하게 되니, 녀석이 안쓰럽게 느껴져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윤성이를 계속 지켜보니, 수학문장제처럼 논리적인 문장은 읽기 싫어하는 대신 창작책은 아주 좋아했습니다. 또 주변의 사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느낀 점을 그림으로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예술적인 감각이 있었어요. 가끔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신기하고 기발한 생각을 툭 던져서 저를 놀라게 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다른 두 아이를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졌습니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 똑같이 학습하는데 두 아이는 왜 다르게 받아들일까? 하고요.


교습소에서 만나는 친구들 중에 윤성이와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이 참 많더군요. 학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는지 상담합니다. 저처럼 답답해하며 가슴치고 있는 부모님들, 옆집 아이는 잘하는데 내 아이는 왜 따라오지 못할까란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시는 부모님들을 만납니다. 그럴 때면 저는 과거의 저와 윤성이 이야기를 들려 드리죠. 엄마라서 더 모를 수도 있거든요. ‘내 새끼이니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세상 모든 엄마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야를 좀 더 넓혀서 내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세요. 새로운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세요”라고 말입니다.


3장 사고(思考)뭉치 아이로 키우는 엄마의 노하우
솔로몬도 울고 갈 엄마 지혜
상상력이 꾸물꾸물 자라나는 우리 집

얼마 전, 거실 한쪽 벽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던 전면 책장을 치웠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 자리에는 특별한 것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바로 학교에나 어울릴 법한 대형 화이트보드 칠판이랍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수시로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합니다. 제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벽에 전지를 수시로 갈아 붙이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낙서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그런데 전지를 갈아 붙이는 게 생각보다 꽤 귀찮더라고요. 그때 마침 제 눈에 띈 게 바로 학교 칠판이었어요. “우와 이렇게 큰 걸 어디서 샀어요?” “크니까 정말 좋다~” 아이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힘들게 마련한 보람이 느껴져 흐뭇해지더라고요. 그날부터 아이들은 화이트 보드 칠판에 무엇이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리고 메모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졸라맨의 이야기가 한가득 채워져 있고, 어느 날은 수학문제를 한가득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또 어느 날은 스타워즈의 스토리가 재탄생되어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도 했고, 어느 날은 며칠 전 다녀온 미술 전시회의 작품을 흉내 낸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했어요.


아이들은 마음껏 화이트보드 칠판을 채워갔습니다. 아마도 하얗고 넓은 칠판이 아이들의 머리와 손을 자극해, 상상하고 표현하고픈 마음을 키웠던 것 같아요. 보드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의 언어와 생각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덕분에 저는 매일같이 팔이 아프게 보드판을 지워야 했지요. 하지만 쉬지 않고 무엇이든 표현하고 메모하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력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꾸물꾸물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화이트보드 칠판은 우리 집 거실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여 아이들에게 상상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아주 커다란 메모지가 아이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셈이에요.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을 늘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메모 노트도 부럽지 않답니다.


화이트보드 칠판은 저와 아이들의 소식통 역할도 톡톡히 해주고 있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질문을 칠판에 써두면 아이들이 생각을 쓰기도 하거든요. 또 아이들이 그날그날 해야 할 숙제들을 적어두기도 하고요.


동굴벽화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요? 문자와 종이가 없던 시기, 원시인들은 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공간인 동굴의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게 아닐까요? 그들이 남긴 동굴 벽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동물이다.’


저는 제 아이들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화이트보드 칠판에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표현하고 남겨주기를 바랍니다. 또 그 안에서 원시인들이 그러했듯이 지금보다 더 큰 미래와 꿈이 자라나길 기도한답니다.


생각그물로 엮어주는 일기쓰기
교습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를 초등학교에 갓 입학시킨 초보 학부모가 교습소에 찾아왔습니다.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엄마의 눈 속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런데 이내 요즈음 걱정거리가 한가득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학교 준비물부터 시작해 각종 ‘챙기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예요.” 그러면서 뭐니 뭐니 해도 하루에 한 번씩 꼭 써야 하는 일기쓰기가 가장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일기쓰기에 대한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방법이 그림 그리듯 머릿속의 생각을 그물로 짜내는 ‘생각그물 일기쓰기’입니다.


첫째, 일기의 소재는 아이들의 눈, 귀, 코, 입, 손을 통한 모든 자극 속에서 찾아주세요. 일기쓰기의 소재를 잘 찾으면 절반은 썼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게 소재 찾기랍니다. 일기장을 앞에 두고 “오늘은 한 일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우선 일상생활 속 작은 일들로부터 느낀 아이들의 생각을 연상하게 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 중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말, 코로 맡은 냄새, 손으로 만진 느낌, 입으로 한 말들을 떠올려 보자.”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을 흔히 ‘소크라테스 질문법’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개념인 ‘질문이 담긴 대화’는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과 질문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생각을 끄집어내 주제를 정하는 게 첫 번째 방법이랍니다.


둘째, 아이가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법을 사용해 주세요. 질문을 통해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생각이 깊어지게 하려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생각을 이어가게 만드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 기분이 안 좋았어?” “응, 그랬구나. 그럼 그럴 때 너라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기분이 좋을 때 몸은 어떻게 움직이는 것 같니?” “슬플 때의 눈을 그림으로 표현해 볼까?” 이런 질문법들은 아이의 다양한 생각과 상상을 유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답니다. 물론 항상 의식을 하고 질문해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것은 엄마의 몫이므로 꼭 염두에 두세요. 그렇게 질문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는 아마 그날의 일들을 풀어놓느라 하루 종일 종알댈 겁니다.


셋째, 머릿속의 생각그물을 엮어 일기장에 펼치게 해 주세요. 아이들이 일기장에 직접 글을 쓰기 전까지, 엄마는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의 생각이 끊이지 않도록 계속 도와주는 게 중요해요. 아이들의 머릿속이라는 넓고도 넓은 바다에서 뛰어노는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 색색의 예쁜 열대어들을 그 안에서만 놀게 하지 말고, 그물에 잘 담아서 밖으로 건져낼 수 있도록 옆에서 이끌어주세요.


일기쓰기의 첫발을 어떻게 내딛느냐에 따라 아이의 글쓰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가장 지겨웠을지도 모를 일기쓰기. 하지만 엄마들의 노력에 따라 우리 아이들에겐 가장 즐거운 일기쓰기가 될 수도 있답니다. 잊지 마세요. 시시해 보이지만, 앞으로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좌지우지하는 게 일기랍니다.


4장 믿고 기다리기, 엄마의 믿음이 아이를 변화시킨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

아이들이 자신들 앞에 닥친 문제나 궁금증 등을 해결할 때, 저는 거의 간섭을 안 하는 편입니다. 스스로 답을 찾아 고민하고, 풀리지 않을 때는 괴로워서 몸부림을 치는 과정을 수없이 겪어야 부모로부터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중 수학경시 문제를 풀 때는 유독 더 그렇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두고 끙끙대는 아이들을 향해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만 건넬 뿐입니다.


“아휴, 왜 안 풀리지? 너무 어려워.” 윤구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저는 못 들은 척합니다. 그러자 입을 삐죽 내밀곤 다시금 연필을 고쳐 쥐고 문제 풀기에 돌입합니다. “엄마, 아빠, 좀 도와주세요~” 윤성이는 막내 특유의 애교까지 부립니다. “어려워도 혼자 해봐. 할 수 있어.” 그러나 썰렁한 제 목소리에 윤성이 역시 더 이상 투정을 부리지 못하고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합니다.


윤구와 윤성이는 엄마, 아빠도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학 경시 문제를 풀 때면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 엉켜 버렸기 때문이지요. “엄마, 답 좀 보여주세요.” 했다가 “아니야, 더 해볼게요”를 반복하면서 한 시간 넘게 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합니다.


아이들이 끝내 문제를 풀어내고야 말았습니다. “아하, 쉽네!” 언제 힘들어했냐는 듯 문제 풀기에 성공한 윤구, 윤성이의 얼굴빛이 환해집니다. 그러자 저 역시 입가에 미소가 퍼졌습니다. “수고했어, 얘들아.” 저는 두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었답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무심한 척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론 저 역시 씨름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러운 마음에 애가 탑니다. 문제를 앞에 두고 끙끙대는 아이들 모습에, 쉽게 푸는 방법을 알려줄까 고민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심지어는 속성 학원을 알아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여물어가기 위해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잘 압니다. 아이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제를 노려보고만 있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 푸는 방법을 찾아내고 환호하는 경험도 수없이 하고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기쁨을 많이 느껴본 아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벼도 봄에 모내기를 한 후 뜨거운 햇빛과 몰아치는 비바람을 이겨내야 누렇게 익어가듯,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햇살에 노랗게 변해가는 벼가 안쓰러워 양산을 받쳐주는 농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도 그런 농부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싶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깝고, 끙끙대며 보내는 시간도 아깝지만, 낱알이 토실토실 영글어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입니다.


제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서 수학경시 대회와 영재학원을 준비하기 때문에, 좌절을 많이 경험합니다. 하지만 수상자,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 있을 때 이 모든 걸 혼자 해냈다는 뿌듯함에 더욱 보람을 느끼는 듯합니다. 분명 아이들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키만큼 커다란 자신감을 배웠을 겁니다.


세상을 배워가는 중인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패했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입니다. 아이가 혼자서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기쁨을 알게 되면, 그 아이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게 됩니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 비가 오게 만든다는 어느 아프리카 부족도, 분명히 언젠가는 비가 내릴 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겠지요. 제 아이들도 무조건 된다는 믿음으로 될 때까지 시도하여 성공을 성취해내는 기쁨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결국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는 것을 아이들은 스스로 배워갈 것입니다. 엄마는, 아이 곁에서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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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