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으며, 엄마의 유형을 총 4가지로 분류하여소개한다. 각각의 육아법은 자녀를 바꾸기보다는 엄마 스스로를 가꾸는 방향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는 육아법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좋은 길잡이역할을 할 것이다.
■ 저자 서형숙
1958년생. 결혼 후 대학원 공부를놓고 육아에 전념하며 전문 주부가 되었다. 1989년부터 시민운동을 하며 먹을거리, 농업, 환경, 교육 등 살림 전반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해왔다. 2006년, ‘달콤한 육아 · 편안한 교육 · 행복한 삶’의 비결을 후배 엄마들에게 나누고자 북촌 계동 작은 한옥에 [엄마학교]를열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엄마학교』『엄마라는 행복한 직업』『거꾸로 사는 엄마』가 있으며 『엄마학교』는일본과 대만에서도 출간되었다.
엄마학교 홈페이지 &http://momschool.org
블로그&http://blog.naver.com/unan
■ 차례
추천의 글
여는 글
1. 다정한 엄마 되기
아이가 필요로 하는 순간엔 하던일도 멈춘다
한 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지극한 사랑과 지극한 마음을 전한다
늘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아이가내 곁에 있다는 것에 언제나 감사한다
손톱만큼이라도 잘하는 것이 보이면 봇물 터지게 칭찬한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정확한 말을쓴다
상처 입은 아이 곁에 늘 함께한다
야단을 쳐야 할 땐 야단칠 일만 가지고 야단친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준다
2. 영리한 엄마 되기
오감을 만족시켜 준다
원없이 놀게 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도록 자신감을 북돋워 준다
선행 학습보다는 적기 교육이 낫다
학원 수업보다 다양한경험이 우선이다
인생의 가장 큰 조언자, 책을 친구로 만들어 준다
스카우트 활동은 자신감과 리더십을 키운다
"정직해라" 말로도가르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을 알게 한다
"함께 사는 사회"를 알게 한다
유기농산물이 건강한 몸과 똑똑한 두뇌를만든다
3. 대범한 엄마 되기
아이 혼자 떠나는 여행을보낸다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토록 한다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인다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집중도잘한다
고3보다 중요한 평생을 생각한다
선생님을 믿어야 아이는 학교가 즐겁다
부적절한 체벌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길가의아이들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넨다
4. 행복한 엄마 되기
"참 행복"에집중한다
행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아이가 자란다
나를 사랑한다, 나를 칭찬한다, 나를 존중한다
아빠를 존경하면 모두가행복하다
우리 가족만의 축제를 연다
추억이 쌓이면 행복이 쌓인다
아침은 늘 웃으며 맞는다
감사할 줄 아는 아이는 엄마를최고로 행복하게 해 준다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함께 나눈다
닫는 글
엄마 학교
1. 다정한 엄마 되기
손톱만큼이라도 잘하는 것이 보이면 봇물 터지게 칭찬한다
아이들이 할 일을 엄마가 뭐든 대신 해 주면 얼마나 편하고 빠르고 쉬운지 누구나 안다. 그래도 내 몸속 생명이 세상에 나와 살아가려면 숨쉬는 것부터 혼자 해내야 한다. 출산을 하면 탯줄을 잘라야 아이도 엄마도 살 수 있다. 아이가 혼자 하는 것이 느리고 어설프더라도 아이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 줘야 한다. 혼자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을 차차 하나씩 천천히 해 나가면 아이는 성취감을 느낄 것이고 엄마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아이 스스로 하도록 두지 않는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클 기회를 박탈하는 부모라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학교의 일들도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면 엄마도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미리 스스로 하게 되야 엄마가 아이 대신 살지 않게 된다. 유치원부터 그리 하는 게 좋고 정 안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어떻게든 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뭐든 스스로 하게 했다. 그런데 둘째 홍원이는 시간 개념이 없어서 놀다가 학교 숙제를 밤중에 하기 일쑤였다. "잠깐이면 할 숙제이니 하고 놀지 그러니?"하면 숙제는 제 문제니 두고 보란다. 기다려 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의 당돌한 말을 듣고 얼마간은 내가 아이 쳐다보며 화를 참느라 애를 먹었다. 아이의 게으른 행동이 한눈에 들어와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라고 꾹 참고 지냈다. 또 지금 못 가르치면 평생 따라다니며 아이 숙제를 챙길 것이기에. 단,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놀고 싶은 것 다 놀더라도 학교는 꼭 가야 하고 숙제 또한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어려서부터 주지시켰다. 대신 엄마인 나도 아이와의 약속은 꼭 지켰다.
숙제 도움을 9시까지만 주기로 했기 때문에 좀 부담이 되는 것은 미리 가져와 내게 도움을 청하도록 했다. 아프거나 서로 이해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했지만 보통 때는 아무리 애원해도 9시 이후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어려운 문제를 놓고 혼자 끙끙거려도 엄마가 봐 주지 않으니 엉터리 숙제를 해 가게 되었다. 그 후 아이는 어려운 숙제가 있으면 초저녁에 들고 와서 봐 달라고 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제 일을 제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연장에서 아이들은 기다려 주면 다 알아서 한다는 말을 꺼내면 몇몇 엄마들은 그냥 두어도 자기 아이가 공부를 잘하니까 저렇게 말한다고도 하는데 큰 아이도 공부를 못할 때가 있었고 작은 아이도 5학년이 될 때까지 성적이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기에 거기에 의지하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대신 책을 읽히며 기다렸다. 아이가 가장 잘하는 놀기, 축구하기를 칭찬하며.
사실 작은 아이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초등학교 내내 그런 수준의 성적을 유지했으니. 그래도 조바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거나 몹쓸 짓을 하는 아이는 아닌데 무엇이 문제랴 생각했다. 다만 아이가 무슨 일은 하든 나는 중간이야. 이 정도밖에 못해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유의했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도록 신경을 썼다. 그래서 손톱만큼이라도 잘하는 것이 보이면 칭찬을 봇물 터지게 했다. 그랬더니 홍원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교 성적이 부쩍 올라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 다들 어리게만 보고 노는 거 말고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 싶던 아이가 엄마가 믿고 기다려 주니 생각보다 훌쩍 잘 컸다.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엄마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특히 아이가 느릿느릿 서툴게 배워 나아가는 모습을 믿어야 한다. 엄마가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면 아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터득해 나간다. 날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씩 커간다. 마치 한 방울의 빗물이 대지를 적시고 나아가 강물을 이루듯. 그러니 혼자 하게 두자. 잘하나 은근히 살피되 답답해도 기다리자. 제 숨을 내가 쉬어 줄 수 없다. 자라서도 탯줄 달고 다니면 얼마나 번거로울까? 둘 다 잘 사는 법을 택해야겠다.
2. 영리한 엄마 되기
학원 수업보다 다양한 경험이 우선이다
선행 학습을 안 하니 우리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교과 과정을 미리 배운 아이들에겐 수업 시간이 지루한 반면 미리 배우지 않은 아이들은 눈 빠져라 선생님을 바라보게 된다. 심지어 아이 옆자리에 와서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또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아이가 학원에 안 가면 그냥 무료하게 있을 것 같지만 아이들은 신기한 것을 찾아내 잘 논다. 중3때 첫째 태경이는 학원에 가지 않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동안 컴퓨터로 날마다 조금씩 수화를 배웠다. 수화를 어느 정도 익힌 다음에는 동생에게 가르쳐 비밀 얘기는 다 그것으로 나눴다. 가만 보니 엘리베이터 같은 조용해야 할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수단으로도 썼다. 아주 쓸모 있어 보였다. 수화를 조금 알고 나서는 컴퓨터로 점자를 배웠다. 아이에게 왜 점자를 배우냐니까, 밤에 책 읽다가 잠들 때 불 끄는 게 귀찮으니까 점자 책을 가슴에 안고 읽다가 잠들겠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학원에 억지로 보내지 않은 것이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혼자서 해 볼 수 있는 체험이란 체험은 다 해 보았고, 그 체험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니. 무엇보다도 과외 수업에 매이지 않아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은 태경이가 이정향 감독을 만난 거다. 5학년 2학기가 되자 성당에서 연극을 한다며 아이들을 모은 적이 있었다. 연극 제목은 학교 가지 않는 날. 연출은 훗날 영화 <집으로…>를 만든 이정향 감독이 맡았다. 그런데 막상 연극 연습이 시작되자 아이들이 저마다 학원에 가야 해서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다. 날마다 연극 연습에 빠지는 아이가 많자 이정향 감독은 태경이에게 여러 역할을 주었다. 또 조감독을 시켜 명실공히 2인자로 연극을 지도하게도 했다. 우리 집에도 몇 번 전화를 해서 아이를 연극 연습에 계속 보내 주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아이에게 무료 연극 지도해 주는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앉아서 받는 복 터진 엄마가 되었다.
학교 방과 후 교실의 경험도 우리 아이들에겐 아주 소중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반원초등학교에서는 수학 책을 일곱 권이나 내신 선생님이 무료로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을 하셨는데 학생들을 다 학원에 빼앗겨 그야말로 파리를 날렸었다. 학교에 계신 정규교육을 받은 선생님은 도외시하고 학교 밖에서 교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그랬다. 학년에 상관없이 학생을 뽑아서 우리 아이들은 둘 다 그 선생님과 공부를 했다. 나는 선생님의 대여섯 명밖에 안 되는 귀한 학생들 가운데 두 명이나 보낸 귀하신 몸이라 선생님께 정말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황송하게도 가끔 선생님께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항상 무엇인가를 배운다. 좀 여유롭게 둔다면 아이 스스로 많은 추억을 만들고 꾸며 오히려 더욱 윤택한 일상을 꾸리게 된다.
인생의 가장 큰 조언자, 책을 친구로 만들어 준다
나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책과 가까이 지내도록 마음을 썼다. 우선, 항상 책 읽는 환경을 만들었다. 두 아이를 낳았을 때 나는 학생 신분이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했지만 학업을 끝낸 후에도 주부로서의 역할, 환경문제, 농업 현실, 공동체 운동에 관심이 많아 그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 항상 책이 있었다. 책은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책으로 성을 쌓기도 하고 탑을 만들기도 하는 등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책을 통해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책 속의 비밀을 알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 안의 책뿐 아니라 다른 책을 보게 하려고 아이들이 어려서는 업고 안고 서점에 다녔으며, 좀 자라서는 손을 잡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서점에 갔다. 부담 없이 그냥 둘러보고 오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사기도 했다. 그러한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아이들은 혼자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서점에 들른다고 한다.
또한 책 읽는 기쁨이 무엇인지 맛보게 했다. 책 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도, 모험담도, 옛날 이야기도, 미래 이야기도 있고 또 다양한 정보가 숨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아이들은 여러 이야기를 즐기고 지식을 습득해서 만들고 꾸미고 직접 해 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책만 읽으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 두려움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도 절감하게 되었다. 둘째 홍원이가 6학년 때 발코니에 십자매를 기르게 되었을 때는 『새 기르기』 책을 읽고 또 읽어 그 새의 4대 후손까지 걱정 없이 잘 키웠다. 뭐든 책 안에 정보가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조사할 것이 있으면 정보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책들을 다 꺼내 놓고 봤다. 여행을 떠나도 책부터 챙겼고 그 힘으로 장거리 배낭여행도 성공적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3. 대범한 엄마 되기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토록 한다
간혹 강연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그런다. 컴퓨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얼마나 화를 내고 걱정들을 하는지 그 말을 하는 엄마들은 눈물을 보이기 일쑤다. 안타깝다.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컴퓨터는 이제 아이들에겐 우리 어른들 수다처럼 생활 자체다. 우리가 수다를 통해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고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아이들도 컴퓨터를 통해 그런 것을 얻는다. 우선 컴퓨터를 인정하고 그 다음에 지나친 부분은 의논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인생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다. 아이들의 컴퓨터를 인정하자. 컴퓨터를 아예 안 하고 공부만 했으면 하는 욕심은 포기하자.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컴퓨터를 공부와 병행하도록 타이른다. 공부하는 동안은 컴퓨터를 포기하게.
그 대신 엄마도 포기할 게 있다. 지나치게 컴퓨터에 빠져 지내는 아이에게 컴퓨터를 일정 시간 못하게 하려면 엄마도 자신이 즐기는 일을 아이 앞에 맹세하고 포기해야 한다. 내 희생이 따르지 않고는 아이의 문제를 고칠 수 없다. 내가 좋은 것을 포기할 때의 아쉬움을 알아야 아이의 야속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래야 공평하다. 아니, 그래도 아이는 성인이 아니고 제가 놓인 상황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므로 많이 억울하다. 그 마음도 헤아려 아이를 끌어안아야 둘 다 이겨 낼 수 있다.
뭐든 간섭하려 들면 한도 끝도 없다. 교우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사춘기로 접어들면 엄마 눈엔 모든 게 불안해 보인다. 불량한 아이와 사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중1 때 태경이는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까지도 포기했다고 하는, 가출을 일삼는 학생과도 어울렸다. 다른 엄마들은 기겁을 했으나 나는 그 애를 내 아이의 친구로 대했다. 전화가 오면 잘 바꿔 주고, 집에 한번 데려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서운하게도 한 번도 오지는 않았지만. 그런 친구를 받아들여 주는 엄마의 대범함에 감사했는지 태경이는 중2 때 "우리 엄마는 길가 어떤 아이에게도 사랑의 눈빛을 보내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쓴 생일 카드를 내게 선물로 주었다. 아이의 친구는 우리 아이와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그 아이 역시 가슴속에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고 남에게 사랑받고 싶은 존재이다. 나는 그 사실을 늘 기억하려 했다.
홍원이는 그야말로 친구 관계의 범위가 전교생에 이르다 보니 별별 아이와 다 어울렸다. 아이가 어렸을 땐 좀 걱정이 될 때도 있어서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놀게 했다. 좋은 아이만 사귀라고 하거나 친구를 가려 사귀게 하는 것은 좋은 엄마의 태도가 아니라 생각했다. 내 아이가 그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면 괜찮지 않은가? 생각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나 역시 많은 아이들의 또 다른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복잡 미묘한 문제를 스스로 풀며 그 가운데서 견뎌 내는 힘을 기른다. 그 힘으로 내공이 길러진 아이는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보게 된다. 나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의 문화와 세계가 있으므로 자잘한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인다
노는 데 이력이 난 초등 3학년짜리 홍원이가 해질녘에 큰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엄마아!" 온몸이 희열 덩어리였다. 뭐가 이 아이를 이렇게 기쁘게 하나? 아주 작은 꼬마 딱지로 제 얼굴만큼 큰 딱지를 땄다는 거다. 친구와 겨뤄 어렵게 딴 딱지 한 장이 이 아이를 이렇게 흥분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훌륭하다며 같이 기쁜 밤을 보냈다. 아이는 밤이 늦도록 그 딱지를 만지작거리며 승리의 여진을 즐겼다. 한데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려다 말고 아이가 물었다. "엄마, 내 자전거 어디 있어?" "너 어제 저녁에 안 가져왔니?" 아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 딱지 딴 소식 전하려다가 그만 자전거를 두고 온 것이다. 아이는 새 자전거를 1층에 두지 않고 꼭 7층 집 앞까지 끌고 올라올 만큼 소중히 여겼었다. 큰맘 먹고 사 준 자전거가 아까워 부주의한 아이를 나무랄까 했다. 나는 돈 생각이 나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하지만 이미 없어진 것, 야단친다고 나타날 것도 아니니 대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더구나 지금 야단을 쳤다가는 그 마음으로 학교에 가서 어떻게 공부를 하겠는가. "너는 학교에 가서 공부해라. 엄마가 나가서 둘러볼게. 그리고 학교 끝날 때까지 엄마가 찾지 못하면 같이 찾자."
아이는 엄마가 찾으러 간다니까 안심한 듯 학교로 갔다. 자전거를 찾아보겠다고 밖으로 나왔지만 있을 리 없었다. 자물쇠를 잠가도 없어지는 판에 잠그지 않은 채 세워 두었으니 누구든 가져가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산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이 마음이 더 쓰라렸으리라. 그래도 딱지 딴 걸 자랑하려 날다시피 내게 뛰어온 아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고마워 웃음이 났다. 그 기쁨 내게 먼저 전하고, 나와 나누려다 그만 자전거를 잊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딴에는 내게 최고로 잘하려던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말했다. "홍원아, 자전거를 잃어버려서 엄마 마음이 아파. 그래도 홍원이가 딱지 땄다고 제일 먼저 엄마에게 알리러 와서 기뻐." 아이도 속이 아프단다.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니 아이도 오히려 야단치지 않은 엄마의 넓은 마음을 알아 새겼다. 나는 아이의 실수를 실수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면 더는 그 일로 서로 고통 받지 않는다. 실수를 하여 손해를 보았는데 화를 내어 손해에 또 손해를 보태는 것은 어리석다. 생각해 보니 그 후로 아들은 내게 상장 타 나르기 바빴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당장 달려와 나를 기쁘게 했다.
4. 행복한 엄마 되기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함께 나눈다
2006년 9월부터 서울 계동의 작은 한옥에서 엄마 학교를 열기로 했다. 아이 기르는 게 두렵고 싫어 아이 낳기를 꺼리고, 기르는 동안에도 꿀맛 같은 육아의 기쁨은 느끼지 못한 채 두려움에만 떠는 엄마들, 편안해야 할 교육이 혼란스럽기만 한 엄마들을 위해 엄마 학교를 만들었다. 다 같이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이 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도 잘 노는 아이도 운동 잘하는 아이도 리더십이 뛰어난 아이도 많다. 하지만 그것을 골고루 다 잘하는 아이는 드물다. 그것도 일상을 즐기면서 가족 모두와 소통하는 아이는 더더욱 드물다. 나는 복 많게도 그런 아이와 살았다. 그저 오늘을 충실히 살았더니 그리 되었다. 그런 방법을 여러 엄마들과 나누고 싶다.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본 분들의 요청으로 1999년부터 시작된 자녀 교육 강의가 이제는 자리를 잡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아이들 덕에 방송 매체와 여러 단체 강연장에서 육아, 교육, 인생 강의를 해 온 것이다. 그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어서 한 일은 결코 아니다. 학식도 돈도 필요하지 않고,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의 단절에 고통스러워하고, 흐느낄 때가 많다. 어떨 때는 마치 무슨 부흥회처럼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누구나 다 아이를 잘 기르고 싶어한다. 아이들이 성공하길 바라고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욕심이 앞서다 보니 다급해져서 때론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게 되고 그런 다음엔 회한으로 눈물짓는다. 저마다 교육열로 무한질주를 하니 그 가운데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살펴보면 요가, 노래, 바느질, 그림 도예 교실은 있어도 엄마 학교는 없다. 학교에서도 육아만 가르치지 엄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가르치지 않는다. 밥 짓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엄마 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엄마 되는 법을 익혀 훈련이 되면 아이 기르기가 수월해진다.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져서 아이랑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육아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워지고 교육이 편안해진다. 엄마라면 누구나 세수하듯 마음 닦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엄마들은 왜 마음먹은 일이 뜻한 대로 잘 안 되는지 궁금해한다. 결과를 끈기 있게 기다리고 마음을 자주 닦아야 한다.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면 더는 닦지 않아도 된다.
엄마 학교에서는 글로 다 못한 아이 기르는 지혜를 시시콜콜 소개하려 한다. 이론이나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내 아이와 지낸 세월동안 배우고 터득한 것들이다. 내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내용이다. 이제 엄마 학교에서 많은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고 육아와 교육 문제들을 풀어낼 거다. 엄마 되는 법을 익혀 엄마도 행복해지고 아이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함께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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