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낳은 뒤 엄마들은 모성만 있다면 아이 기르기가 쉽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몸도마음도 출산 후유증으로 힘든 지경이 되면 남에게 다 있는 모성이 나에게만 없는 것 같아 좌절하기 마련이다. 이때 생각을 바꾸어 모성보다는‘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아이를 기르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격려하는 마음을 건넨다.
■ 저자 서형숙
1958년생. 결혼 후 대학원 공부를놓고 육아에 전념하며 전문 주부가 되었다. 1989년부터 시민운동을 하며 먹을거리, 농업, 환경, 교육 등 살림 전반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해왔다. 2006년, ‘달콤한 육아 · 편안한 교육 · 행복한 삶’의 비결을 후배 엄마들에게 나누고자 북촌 계동 작은 한옥에 [엄마학교]를열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엄마학교』『엄마라는 행복한 직업』『거꾸로 사는 엄마』가 있으며 『엄마학교』는일본과 대만에서도 출간되었다.
엄마학교 홈페이지 http://momschool.org
블로그 http://blog.naver.com/unan
■ 차례
여는 글 _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있을뿐이에요
다정한 엄마는 아이를 살펴요
1. 인사성 없는 아이,잘 기르는 묘안이 있을까요?
2.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 길들이는 법 있나요?
3. 뭐든 다 하게 하면버릇없어지잖아요?
4. 어떻게 때리지 않고 길러요?
5. 별난 아이, 잘 클까요?
6. 오줌 못 가리는 아이, 어쩌면좋죠?
7. 다른 곳에 아이를 데려 갈 때 어떤 준비를 하나요?
8. 언제까지 놀려요?
9. 아기 엄마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마음가짐은 뭘까요?
영리한 엄마는 아이와 흥정해요
1. 고집쟁이 아이,길들일 수 있나요?
2. 수다쟁이 엄마가 아이를 잘 기른다는데 말 없는 저는 어떡해요?
3. 놀고 난 장난감을 치우지 않는데 좋은방법 없을까요?
4. 컴퓨터에 빠져 사는 아이, 어떻게 해요?
5. 멋 내기에만 관심 있는 아이, 해결책은 뭔가요?
6.학교에서 안 가르치니까 가르쳐 보내야 하잖아요?
7. 빈둥거리는 아이, 일으킬 수 있나요?
8. 애 때문에 살림이 안 돼요.어쩌죠?
대범한 엄마는 아이를 놔둬요
1.정보력 넘치는 다른엄마들을 보면 불안하고 휘둘려요
2. 태도가 불량한 아이 때문에 걱정이에요
3. 비싼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따끔하게 꾸짖기힘들어요
4. 자존심이 아주 강한 아이가 미워요
5. 놀지 말았으면 하는 아이와 놀아서 겁나요
6. 아이들 싸움, 어디까지관여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요
7. 육아 문제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풀기 어려워요
8.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만나기가거북해요
9. 직장인 엄마에게 육아는 정말 무서워요
10.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아이 기르기가 두려워요
행복한 엄마는 아이와 웃어요
1. 50점 맞고 와도칭찬해요
2. 최고의 것으로 준비해요
3. 전폭적으로 지지해요
4. 아이가 자라도 대화가 이어져요
5. 다른 생명체도소중히 해요
6. 당당해서 아이가 좋아해요
7. 인생의 달콤함을 누려요
8. 우리 것을 잘 알아 시야가 넓어요
9. 남편도좋은 아빠로 키워요
10. 엄마 밝히는 아이도 사랑으로 품어요
맺는 글 _ 사랑은 부메랑처럼 돌아와요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여는 글 _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있을 뿐이에요
자녀 교육 강의를 한 지 10여 년, 엄마학교를 연 지 2년이 되었어요. 엄마학교에서 여러 엄마들의 눈물, 하소연과 마주했지요. 그 안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 있었어요.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엄마학교를 찾아와서 얻어 가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학교에는 각양각색의 엄마들이 옵니다. 시어머니가 보내주셔서, 시아버지께서 책을 사주셔서, 남편이 권해서 오기도 해요. 강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우는 엄마도 있어요. 한 번은 두 엄마가 마주앉아 강의 내내 코를 풀어 대서 감기가 심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참회하고 갑니다"란 글을 남겼더군요. 왜 이런 회한에 싸이는 걸까요? 결국엔 육아의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지요.
아이에게 화내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엄마들은 하나같이 그래요. "아는데 안 된다.", "선생님은 사랑을 많이 받아서 사랑하는 법을 안다."라고요. 당치 않아요. 사람은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갖고 살아요. 다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느냐 그냥 주저앉느냐의 차이예요. 있는 힘을 다해 인생을 빛나게 살려 노력하는 빛이 보이지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엄마 되는 법도 배우고 함께 노력해야죠. 아이를 낳고 보니 모성이 있어 아이 기르기가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몸도 마음도 출산후유증을 겪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육아의 달콤함을 누릴 수 없죠. 더구나 다른 이들은 다 모성이 있다는데 나만 그런 게 없는 것 같으면 더욱 좌절하게 돼요.
현대사회, 더구나 공부만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대에선 더욱 엄마노릇이 어려워요. 핵가족화되어 제대로 아이 돌보는 것을 관찰할 시간마저 없었고, 어떤 곳에서도 엄마의 마음가짐을 가르쳐주지 않아요. 그런데 다른 생명을 길러야 해요. 거기다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데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니 두렵기 그지없죠.
모성보다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 또는 생태적 감수성으로 아이를 길러요. 곁에 생명이 배고파 하니 먹여야 하고, 추워하니 입혀야 하고, 젖었으니 갈아 줘야 해요. 그뿐입니다. 모성, 부성이라기보다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더 아이를 제대로 기른다고 봐요.
그런데 곁에 있는 생명체를 온 힘 다해 돌보다 보니 어느덧 어린 아기가 엄마에게 대가를 치르데요. 젖을 먹이면 말간 눈동자로 내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해요. "낳아 주어 고마워요."라고 속삭이는 듯해요. 더 자라 옹알이를 시작하죠. 내가 대답을 하면 아이의 옹알이는 더욱 길어져요. "엄마, 나 기르느라 힘들지요? 내가 무럭무럭 잘 자라 효도할게요."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아요. 이런 말 들으면 황홀하지 않은가요? 아이가 말을 걸어오고 감사 인사를 하다니……. 아이는 엄마의 수고와 노력을 잊지 않고 새삼 확인해 줘요.
아이는 아침마다 물 머금고, 꽃보다 더 아름답게 피어났어요.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또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도 알려 주었어요. 양육은 서로에게 축복입니다. 아이를 기르며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어요.
아이를 기르는 동안 아이를 잘 들여다봤기에 아이의 눈빛을 읽고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지요. 아이를 살피고, 아이와 흥정하며 아이를 좀 있는 그대로 둔다면, 분명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어요. 그러면 아이 기를 용기가 생기고 힘이 나요.
엄마학교에서 이런 것을 배운 엄마들의 말이 생각나네요. 엄마학교에 오면 막 집에 가고 싶어진대요. 얼른 집에 가서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고 해요. 결국은 아이를 바로 알고, 감수성이 발달한, 엄마만이 육아의 달콤함을 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간 엄마학교를 꾸리면서, 신문과 잡지에 글을 연재하면서 받은 많은 질문들을 풀었어요. 여러 엄마들의 하소연을 다독이는 글을 담았어요. 이 책을 통해 많은 엄마들이 더욱 힘차게, 슬기롭게 아이를 기르길 바랍니다.
다정한 엄마는 아이를 살펴요
뭐든 다 하게 하면 버릇없어지잖아요?
뭐든 안 된다고 하면 진짜 안 될 때 "안 돼."해도 아이는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려요. 하지만 뭐든 하게 두면 진짜 안 될 때 "안 돼."하며 낮은 소리로 말을 해도 아이가 듣지요. 남을 해코지하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 하게 하세요.
고집/짜증/떼 모두 아이에게 제 생각이 생겼다는 징조예요. 축하할 일이지요. 하지만 고집은 키워주되 짜증은 달래고 떼는 잡아야 아이 기르기가 편안하고 아이도 행복해지지요.
고집은 다 들어 줘요. 고집은 제 생각이 있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것저것 놀 궁리 같은 것들이죠.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 어이없는 숨바꼭질 같은 갖은 고집을 부려도 다 들어주었어요.
짜증은 잘 다독여요. 말을 겨우 할 무렵까지는 엄마가 조용히 소리를 낮추고 아이를 품고 토닥이면 아이의 짜증이 사라지지요. 말을 할 줄 알고 알아들을 때 짜증내면 아이를 꼭 껴안고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어요. 아이가 짜증을 내지 않으면 하는 바람을 기도로 바꾸어 아이를 대하니 아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내게 다가왔어요. 조금 더 자라서 이유 없이 짜증내며 말하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예쁜 우리 왕자님, 예쁘게 말해야지."라고 했어요. 점차 짜증내지 않는 아이가 되더군요. 그렇게 아이를 기르다 보니 내가 짜증내지 않는 엄마가 되어 있었어요.
떼는 잡아야 해요. 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쓰고 울면,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니 가던 길을 멈추고 집으로 데려왔지요. 언제, 얼마나 사야 할지 알린 다음, 서로 잘 지키도록 노력했어요. 우선 떼를 써도 안 된다는 것을 미리 가르쳐 주었어요. 어느 날 네 살 아들이 "우유 조"하는 괴성을 지르며 떼를 썼어요. "말로 할 수 있는데 왜 소리를 질러. 우유 주세요.하면 줄게."라고 낮은 소리로 말한 후 들은 척도 않고 두었어요. 세차게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 떼를 써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니 10여 분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았어요. 이때 화가 나서 또는 시끄러워서 참견하면 아이를 이길 수 없어요. 모르는 척 해야 그나마 빨리 끝나요. 시끄러워도 내 앞에 두어 함께 감내함이 옳습니다. 떼쓰는 게 보기 싫으니 다른 방으로 격리시키는 것은 도움되지 않습니다.
근 30분이 지났을까 아이가 그랬어요. "우유 조." 어려도 성질은 있어서 엄마한테 "우유 주세요."까지 하진 않았어요. 그러면 어때요. 아이의 백기를 받아냈잖아요. "우리 예쁜 아들, 예쁘게 말하는구나. 우유 달라고? 그래 엄마가 우유 줄게." 웃으며 아이를 맞았어요. 이렇게 한 번 제대로 다루면 아이는 어설픈 떼로 엄마를 이기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떼쓰는 아이를 소리를 질러 가르치려 하니 엄마도 아이도 고되지요. 아이는 절대 큰소리로 가르칠 수 없어요.
엄마는 언제나 아이가 내 곁에 살아있음에 고집 부리고 짜증내고 떼쓴다.고 여겨야 어떤 행동도 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엄마가 속마음 찾기를 하면 아이 기르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지요.
영리한 엄마는 아이와 흥정해요
놀고 난 장난감을 치우지 않는데 좋은 방법 없을까요?
- 장난감 정리로 놀이로 풀어요
노는 시간에 치울 시간도 안배해야 해요. 아이들은 놀다 보면 먹는 것도, 오줌 누는 것도 잊어버리곤 해요. 그렇게 놀기에 있는 힘을 다 썼는데 치워야 한다면 곧 맥이 빠질 거예요.
아이들은 절대 흥미롭지 않은 일을 할 수 없어요. 힘도 빠지고, 흥미도 없으니, 치우기에 힘쓰지 않는 거예요. 안 치우려고 잔꾀를 부리고, 게으름을 떨기 마련이지요. 거기다가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서 아이 마음을 상하게 하면 더욱 치울 맛이 없어질 거예요. 그러므로 아이의 상태를 보아 적당히 놀았다 싶으면 치우도록 유도하면 좋아요. 말하자면 치우는 시간도 노는 시간에 안배하는 거죠.
놀이처럼 정리도 경쟁적으로 하게 하세요. 주어진 정리 시간에 놀기 쟁이, 내기 쟁이, 따라 쟁이인 아이 습성을 충분히 발휘시키세요. 아이보고 치우기를 놀이처럼 하게 장단을 맞춰 주세요.
"이제 치우자. 제일 큰 책 가져다 꼽기. 누가 먼저 하나 보자." 소란스레 엄마가 나서서 큰 책을 책장에 꼽기 시작하면 아이도 질세라 책을 들고 덤벼요. 아이들끼리도 서로 경쟁이 붙어 더 많이 치우려고 서둘러요. 그 다음에 "중간 책, 작은 책 순으로 치우자."해요. 그러면 작은 책을 잘못 가져 왔다며 도로 갖다 놓기까지 하면서 아이들은 치우기에 열중해요.
"노란색 장난감부터 모으자. 첫 번째 통에 넣는다."라고 말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잽싸게 모아 와요. "파란색은 두 번째 서랍에 넣는다. 엄마는 한꺼번에 두 개나 들고 왔다."라고 자랑을 하면 아이들은 더 분주히 움직여요. 이런 수다로 아이 혼을 빼며 치워내는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따라하고, 내기를 하며 놀기를 좋아하므로 효과가 있지요. 신나게 노는 것뿐 아니라 신나게 치우는 놀이도 즐기게 되지요. 한 가지 한 가지 잘 치울 때마다 칭찬도 소란스럽게 해야 해요. 그 수다 속에서 아이가 크기 때문이에요.
쉽게 치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세요. 잘 놀고 쉽게 치우기 좋은 조각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이 길들이기에 좋은 방법이에요. 가령 작은 조각이 많은 레고 같은 블록놀이를 하고 나면 바로 모아서 접을 수 있는 전용 보자기가 있으면 편리해요. 줄을 잡아당기면 낙하산처럼 천이 모아지도록 만듭니다. 줄을 풀어 보자기를 펼쳐 블록 놀이를 하고, 줄을 당기면 다 모아지니 아주 간편하지요. 원하는 곳에 가져다 놓으면 정리 끝이에요. 어디 이웃에 가져가기도 좋은 이동 놀이판으로도 손색이 없어요.
엄마는 아이에게 징검다리가 되어 줘야 해요. 아이가 어려워 할 때, 잘 못할 때, 그때만 징검다리가 필요해요. 아무 때나 아이 앞에 나타나 이것 해 주고, 저것 가르쳐 주면, 아이가 튼실하게 크지 않아요.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가 부족한 게 보이면 그때 한 돌 한 돌 아이가 건너오도록 길을 놔주면 되지요. 엄마도 아이도 서로 편히 지내는 법이에요.
대범한 엄마는 아이를 놔둬요
직장인 엄마에게 육아는 정말 무서워요
요즘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직장인 엄마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유능한 직장인 엄마들이 아이 기르는 대목에 이르면 대부분 의기소침해져요.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해요. 당연하죠.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덕분에 일을 척척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엄마 되는 법은 배우지 않았으니 서툴고 자신 없는 게 정상이지요.
안달형 엄마가 있어요. 뭐든 다 해내야 성이 차고, 어떻게든 앞서 가려고 하죠. 서두르지 마세요. 세상엔 다 때가 있어요.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미리 서둘러 자꾸 시켜 대면 아이의 에너지가 미리 방전되어 정말 해야 할 시기엔 집중할 수 없어요. 어려서는 원 없이 놀게 하고, 엄마도 덩달아 여유 있게 즐기며 기다려 보세요. 내가 해본 바로는 노는 것이 최고의 학습이에요. 뭐든 해낼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거든요.
탯줄을 떼세요. 아이가 태어나면 탯줄을 떼야 엄마도 아이도 살 수 있듯이 아이 스스로 살아가게 두어야 해요. 아이 숨을 엄마가 대신 쉬어줄 수는 없잖아요. 책가방 싸기, 준비물 챙기기, 환경미화, 수행평가, 시험 등은 아이의 몫이니 혼자 하게 두세요.
아이 스스로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 살펴주다가 잘 하게 되면 혼자 하게 해요. 하나씩 스스로 하도록 살피면 아이와 엄마가 따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어 교육이 편안해져요. 근무 중에 매일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이거 했니? 저거 해라."하며 시키지 않아도 된답니다. 길러보니 엄마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니데요. 온 세상이 아이를 길러주었어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방치형 엄마도 있어요. 아이가 뭘 좀 혼자 해보게 믿고 놔두는 거예요. 그렇다고 아예 줄이 끊어진 것은 아니에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대강의 큰 움직임은 알고 있어요. 아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이 팽팽해지면 그때는 당겼어요. 그러니까 아이가 제 맘대로 뭔가를 궁리할 수 있었지요. 엄마도 아이도 고달프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잘 유지하며 자기발전을 꾀할 수 있어요.
내버려둔 것과 놔두는 것은 현격히 달라요. 유능한 엄마니 방치하지 말고 아이를 살펴요. 어린이집, 학교에 다녀온 아이의 가방과 알림장만 들여다봐도 아이의 하루를 읽을 수 있어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공부에 관심을 갖게 살펴줘야 해요.
주눅형 엄마도 있어요. 집안일도 잘 못하고, 아이 다루기도 젬병이라며 한탄해요. 집안 일, 좀 못해도 되죠. 인생은 선택과 포기입니다. 직장 일을 하면서 살림에 집중하지 않았으니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인정하세요. 그러면 만사가 평화로워져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특히 새 학기 때가 되면 더 주눅이 드는 직장인 엄마들이 많아요. 하지만 지레 좌절하진 마세요. 아이는 엄마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있어 주었느냐는 것보다는 무얼 함께 했느냐가 더 중요해요. 그리고 직장인 엄마로서 지갑과 정보를 열어 봐요. 예를 들어 볼까요. 뮤지컬을 기획하던 한 엄마는 공연표를 준비해 아이 친구들을 초대했대요. 다른 좋은 공연 정보를 알려주면서 주변 엄마들과도 꾸준히 정보 교류를 한 거지요. 대신 전업 주부는 직장인 엄마 아이들의 학교 준비물과 과제를 챙겨주었고요. 이처럼 엄마들끼리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해지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래야 모든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그 속에 있는 내 아이도 잘 살 수 있으니까요.
엄마 되는 공부도 해야 잘 할 수 있어요. 시간과 열정을 쏟으세요. 단, 양보다 질이 중요함을 잊지 마세요. 좀 훈련되면 아이 대하기가 쉬워지고 능숙해질 거예요. 아이 말에 귀 기울이고 늘 따뜻한 눈빛과 환한 웃음으로 두 팔 벌려 맞아주는 엄마가 있다면 아이는 절로 커요. 아이 엄마가 된다는 것, 두려운 일이 아니에요.
행복한 엄마는 아이와 웃어요
아이가 자라도 대화가 이어져요
아이가 엄마에게 머뭇거리지 말고 다가올 수 있게 마음을 열어야 해요. 이 말 하면 엄마한테 혼날라, 엄마 걱정할라. 염려되어 숨기는 게 많아지면 차츰 대화가 줄기 마련이지요. 아이들이 크면서 자연 자기들만의 세계가 생기고 그러니 비밀스러운 일들이 늘어 갑니다. 그런 또래 문화야 그대로 두더라도 아직 다 자란 게 아니므로 어지간한 아이들의 일상은 엄마가 좀 알아야지요.
가능하면 아이 말에 토를 달지 않았어요. 아이가 엄마에게 말을 걸어오면 그냥 맞장구치고 들어 줬어요. 아이도 옳고 그름을 어느 정도 알아요. 그러니 염려를 놓고 그냥 아이와의 시간을 가져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까지 잡다한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짓을 했더라도 아이에게 훈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효과를 봤어요. 식당을 가든, 길을 가든, 집에 있든, 대화가 이어지니까요. 더구나 늘 아이들 말을 듣다보면 폭소가 터져 나와 파안대소하게 됩니다.
아이가 관심 갖는 것을 엄마가 해도 좋아요. 어려서는 레고를 같이 맞추고 말 이어가기를 함께 하면 그만이지요. 그리고 엄마의 일상을 알려 주세요. 엄마들이 아이의 교우 관계, 취미에 관심을 갖듯이 아이들도 엄마의 일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대화가 끊이지 않아요.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일상을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는 게 좋아요. 엄마도 말하기/듣기를 배워 아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일목요연하게 말해 주세요. 아이가 궁금해하면 그때 더 가르쳐 주고요. 그러면 아이는 아이들만의 세계뿐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들여다보게 되어 삶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맺는 글 - 사랑은 부메랑처럼 돌아와요
언제부턴가 외식을 하거나 남편과 대학로로 늦은 산책을 나가면 꼭 들르는 집이 바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집이 되었어요. 어느 날,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자동으로 아이스크림 집에 가게 되었어요. 오십이 되어선지 몸에 군살이 붙는 것 같아 이제 아이스크림을 끊기로 했다고 말하자 남편은 무슨 소리냐 그래도 먹으라며 손에 숟가락을 쥐어 주었어요. 그때 갑자기 딸이 아이스크림을 뜬 숟가락을 내 앞에 내밀며 속삭였어요.
"태경이, 눈 감았다. 이 아이스크림 누가 먹나 보자. 여우가 먹나? 토끼가 먹나? 우리 예쁜 엄마가 먹나?"
왈칵, 기쁨의 전율로 온몸이 요동쳤어요. 아니, 20여 년 전에 밥 안 먹는 아이 앞에 밥숟가락을 들이대며, 내가 하던 말인데……. "엄마, 눈 감았다. 이 밥 누가 먹나 보자, 여우가 먹나? 토끼가 먹나? 예쁜 태경이가 먹나?"하며 어르면 놀이의 마왕답게 아이는 꿀꺽 삼키곤 했거든요. 이제 아이가 자라 내게 그 노릇을 해요.
"너, 그것 기억하니?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엄마가 내게 하던 기억도 있고 나중에 사촌들 어르던 모습도 선한데요."
그뿐이 아니에요. 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에 산타로부터 카드를 받았어요. 항상 자신들을 챙기는 엄마, 아빠를 위해 어른산타를 창조한 것이었어요.
"안녕 하슈? 아이들 돌보느라 수고가 많수. 나는 어른들의 산타라우. 세상에 처음 써보는 글씨라 삐둘빼뚤이니 이해하슈. 그럼 안녕."
기르는 동안에도 날마다 이런 소소한 재밋거리로 우리 부부를 기쁘게 했던 아이가 다 커서도 엄마를 감동시켜요. 받기만 하지 않고 어느 때부터는 아이들도 주는 쪽에 서 있더군요. 내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배울 때도 아이들은 한없이 다정했고, 요즈음 내 영어 회화 숙제 준비도 그렇게 바라지하네요. 같은 것을 여러 번 물어도 아이들이 나를 꾸짖지 않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고, 칭찬을 자주 하니 용기가 나서 더 공부하고 싶어지는 지금입니다.
어렸을 때 퇴근시간이 되면 사택 앞 신작로로 아버지를 맞으러 나갔던 기억을 살려 결혼을 하고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남편을 맞으러 가곤 했지요. 오래잖아 아이들을 앞세워 아파트 정문으로 그의 귀가 길을 따라 나가 있었어요. 아이들이 자라 일상은 아니나 간혹 신혼을 추억하며 남편을 맞으러 나가요. 버스에서 내리는 그의 얼굴은 내 얼굴보다 더 익숙하지요. 그 얼굴을 맞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황홀함이 아니에요. 하루 종일 본연의 일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하는 지금, 부러울 게 뭐 있겠어요. 해마다 오작교에서 만나는 견우직녀처럼 우리는 아침에 헤어지고 저녁에 만납니다. 일상의 이런 행복이야말로 서로를 기쁘게 하고 우리를 충전시켜요.
밥을 먹이든, 마중을 가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참 달라요. 길가 작은 풀꽃에 취해 노닥거린 것, 노을 보고 서로를 마주보던 기억이 더 강하고 좋아요.
기쁜 기억이 촘촘히 모여 행복한 오늘이 됩니다. 사랑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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