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이다

   
박건
ǻ
나비의활주로
   
20000
2017�� 11��



■ 책 소개

 

시대정신을 담은 예술은 그 어떤 말보다 강하다!
그 어떤 억압도 예술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부조리한 정치 현실과 시대의 모순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1980년대에 인간다운 삶을 위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며 시대의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보다 대중적인 출판미술로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화가가 지난 15년여의 시간 동안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 시대 예술가들의 그림과 삶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온 발자취를 이 책에 모아 담았다. 특히 언론에서 많이 다루는 큰 전시보다 지나치기 아쉽고, 혼자 보기 아까운 동시대 시각문화 현장을 기록하고 있어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예술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작가들의 집이나 개인전, 단체전을 찾아다니면서 촬영했던 사진과 작가들의 400여 점에 이르는 그림과 사진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실감케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시대의 낌새를 엿볼 수 있는 예술 작품들과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시대정신을 담은 예술 세계와 우리 시대의 아픔, 우리 시대의 초상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될 것이다.

 

■ 저자 박건
저자 박건은 동아대학교에서 미술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오윤의 작품세계 연구> 논문으로 졸업했다. 1980년, ‘시대의 낌새를 뚫어 보는 작업-강도’ 전 이후 ‘박건 미술행위’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83년, <시대정신기획위원회>를 결성하여 <시대정신> 전시기획과 <시대정신> 지를 창간하고 3권까지 발간했다. 1990년, <전국미술교과모임>을 결성하고 『신나는 미술시간』(푸른나무, 1990) 편집을 맡았다. 2002년부터 양평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조화로운 삶-<숲과 날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니어처, 전자그림, 퍼포먼스로 일상과 시대의 정서를 담는 작품활동을 하는 한편, 동시대 시각문화와 사는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리뷰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강>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고 <꽝>, <남북교접도>, <복면부처>, <재규어1026>, <원전소나타> 등이 있다. <투견도>로 정의‧화평국제미술전(중국 장춘, 1995)에서 입상했다. 저서로 『예술은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이다』(나비의 활주로, 2017)가 있다.

 

■ 차례
예술가는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을 그리는 사람이다

 

1장. 지금부터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 사는 이야기
길 없는 길
도랑물에 모를 심다
“지금부터 식사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밥도 굶고 물도 못 마셨다”
“집 구경 하세요”
바느질하다 느낀 절정
이런 보석 보셨나요?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그럼, 국물은 뭐로 내죠?”
아찔한 순간, 산산조각 난 아스팔트
사먹는 밥 말고 친구가 내놓은 주안상
“신옥진 선생님, 진드기는 잡으셨나요?”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 잠들다
“선생님, 살던 집을 꾸미지 마세요”
허물까, 말까
비닐하우스 지붕, 혼자서 덮을 수 있을까?
울릉천국,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집 공사 시킬까, 내가 할까?
“섭섭함다, 23세임다”
“좋다! 인상에 남는 똥이다”

 

2장. 동시대 시각문화 현장
시민에게 문화를, 예술가에게 작업실을!
하우스 전시를 아시나요?
사진으로 꿰뚫어보는 한국현대사
바보 같은 전쟁은 이제 그만
용산 참사, 예술이 함께한다
DJ 950만 원, 박정희 1,000만 원, YS 500만 원
옛 기무사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회
동백 보며 숲길 걷고, 들차 먹고 음악 듣고
그림아, 날 살려라, 유기농지 살려라
신나는 미술, 삶을 보셨나요?
오감으로 만끽하는 ‘우리 땅 터벌림’
그림 속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비늘이…
NLL에 무슨 일이 있나요?
김근태, 예술적 마음 지닌 정치인이었다
지리산에서 만나는 우주, 예술, 집
미술가들은 왜 ‘레드카드’를 뽑았는가?
동피랑 마을로도 모자라, 통영 기웃거리는 사람들
예술가가 사는 집, 옆집예술
7인의 사무또라이, 박근혜 대통령과 맞장 뜨다
동시대 미술과 한판 놀아볼까
냄새도 없고 볼 수도 없고, 곁에 악마가 있다
광장예술, 횃불에서 촛불로

 

3장. 작가와 통하다 - 개인전 리뷰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을 그리다 》 안창홍
‘한국형상미술’ 나무와 숲을 보다 》 이흥덕
꽃남방에 새빨간 구두, 어디서 봤더라? 》 김원근
삶과 ‘통’하는 생생 조각 》 김주호
“내가 그리면 누구든 다소곳해져요” 》 박재동
급소를 찌르는 누드사진 》 헬무트 뉴튼
“난 포르노가 좋고 중독되어 있다” 》 최경태
음란물 제조 작가 그림이 팔린다? 》 최경태
“어른들만 직접 가서 보세요” 》 최경태
‘쓰레기’와 ‘여고생’으로 ‘삶의 진경’을 보여주마 》 주재환, 최경태
“밟아주세요”, 35년 만에 되살아난 ‘바닥화’ 》 정복수
‘찌르는’ 모내기는 땅과 벌이는 애정행각 》 박문종
돌아와 다시 만난 바다 》 고제민
달동네에 빠진 일본 여성화가 》 사치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 》 윤석남
불온한 시대, 불안한 소녀의 날개 》 류준화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 박미화
콩들의 반란, 콩들의 축제 》 정정엽
기괴한 벌레, 썩은 과일 그림 본 적 있으세요? 》 정정엽
콩, 촛불이 되다 》 정정엽
거울 뒤 ‘엄마’ 앞으로 옮겨, 작가의 일은 이런 것 》 정정엽
하나 되어 큰 달, 그리고 벽에 걸린 달 》 윤주동
세상을 풍자하는 ‘칼 노래’, 이윤엽을 만나다 》 이윤엽
사진들을 보니, 어이 눈물이 나는가 》 김영수
소통을 꿈꾸며 날아간 엄지손가락 》 김성응
‘꼼작 마 망치’, ‘못 쓸 것’들의 예술적 전복 》 박불똥
박근혜 풍자 포스터 벌금형, 포스터 경매로 갚는다 》 이하

 

4장. <세월오월> - 홍성담의 골든타임
<골든타임> 논란에 홍성담, ‘국적 포기’ 선언
“박근혜 후보, 전시장 와서 <골든타임> 직접 보라”
박근혜 충성파들과 맞서 혼자 싸우다
“대통령 풍자그림 좀 보면 안 되겠니?”
<세월오월> 책임지겠다는데 광주시, “안 된다“
오키나와 작가들, “<세월오월> 못 걸면 비엔날레 불참할 수도”
토론회로 ‘대통령 풍자그림’ 전시 결정?
광주에서 쫓겨난 <세월오월>, 결국 대만으로 ‘망명’
<세월오월> 걸개그림, UN 본부 앞에 펼쳐지다
독일 가려던 박 대통령 그림, 누가 막았나
전시 거부당한 <세월오월>, 국민 공감 작품으로 급부상
홍성담 작가 그림,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해설
세월호 3주기 맞아 광주에서 <세월오월> 걸개그림 공개

 

5장. 시대정신 - 촛불을 들다
세월호는 대한민국
어여쁜 송편만 보아도 목이 메인다
대통령의 누드는 ‘여성 비하’ 아니다
‘표현의 자유’ 징계를 철회하라
새해 꼭 탄핵 받으세요
탄핵의 탄생
피눈물 잠
탄핵의 잠
국정농단탄핵도
자유한국농단탕
“그만혜”




예술은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이다


지금부터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 사는 이야기

도랑물에 모를 심다

올 봄, 땅 정리를 하며 샘이 솟는 곳에 연못을 파고 도랑길을 냈다. 황량하던 연못이 부들과 연이 자라면서 예뻐졌다. 연못에 홀린 개구리도 이곳으로 왔다.


도랑이 심심해 미나리를 심었다. 동네에서 모내기하고 남은 모를 주워 한 줄로 심었다. 도랑물 모를 키우고, 버린 모들은 물을 만나 뿌리를 내리니 둘 다 제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흐뭇했다. 서로 세월 동무 하면 한여름 소낙비에도 거뜬하겠지. 게다가 가을에는 곡식을 머금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두둑한 느낌마저 들었다. 댓 걸음 길이에 몇 포기 벼를 심으며 의미를 부여하고는 잊고 있었다.


추석 다음 날, 코스모스와 함께 말라 죽은 잡초들을 베어 뉘어놓으니 나 몰라 하고 버려둔 벼들이 드러나며 놀라게 했다. 잡풀에 가려 자라지 못한 줄 알았던 벼들이 늘씬한 맵시를 드러내며 황금 이삭을 매달고 있는 게 아닌가!


손길, 눈길 제대로 주지 않았거늘 저 홀로 건강하게 자란 벼들의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고 기특했다.


바람 덕이지. 살랑살랑 부는 바람으로 잡풀들이 흔들려 햇살이 드문드문 비쳤을테고 구름과 비, 새벽이슬과 벌레들도 이삭들을 지켰을 테니까.


이렇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제 몫을 하는 자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몇 그릇이나 될까마는 이 벼들로 밥을 지어 설 차례상에 올려 고마움을 새길까 한다.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 잠들다

2007.05.18.

올해로 일흔이셨다. 권정생 선생의 건강을 아는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전우익 선생보다, 이오덕 선생보다 일찍 돌아가실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분이 먼저 떠나시고, 몇 해를 더 사셨다.


권정생 선생은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몽실언니》가 티브이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받은 돈을 어린이문학협의회에 보태라고 고스란히 떠넘기기도 했는데 회원들이 이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자신의 책이 <느낌표>에 방영되면 베스트셀러가 될 텐데도 아이들이 책방에서 스스로 책을 고르는 행복을 빼앗는다고 티브이 방영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는 돈보다 생명과 인간을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천하고 버림받은 쪽에 있었다. 사람뿐 아니라 무지랭이도 그랬다. 흔한 개똥을 보고 《강아지똥》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방의 생쥐를 내치지 않은 일도, 풀벌레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도 자연과 사람을 중심에 놓고 길어 올린 삶의 철학이다.


권정생 선생 문학의 주제는 정치와 사회의 부조리, 이를테면 분단과 전쟁이 어린이와 여자, 없는 자와 약한 자에게 어떤 상처와 고통을 주는지 깨우쳐준다. 이는 스스로 깜박거리는 목숨의 불을 간신히 피워가면서 온갖 신체적, 물질적, 또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아온 자신이 보고, 겪고, 들은 이야기들에 가깝다. 그리고 억눌리고 버림받고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에 참인간의 모습과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동시대 시각문화 현장

시민에게 문화를, 예술가에게 작업실을!

2004.08.15. 오아시스프로젝트 - 목동 예술인회관 스쾃

2004년 8월 15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목동에 세우다 만 예술인회관을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예술 공간으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오아시스프로젝트에 의해 펼쳐진다.


오아시스프로젝트는 방치되어 있는 도심 공간을 예술활동 공간으로 되살려 문화도시와 자율적 예술공동체를 추구하는 프로젝트다. 이런 운동은 다른 나라에서 스쾃이란 이름으로 점거 예술활동이 행해져왔다.


스쾃은 불법 점거를 일컫는 말로서 1835년께 오스트리아의 목동들이 허가 없이 남의 초지에 들어가서 양을 먹이던 행위에서 유래됐다. 유럽에서는 산업혁명을 거치고 1900년대 초부터 가난한 도심의 노동자들이 잠잘 곳을 찾아 빈 집에 들어가 살면서 시작됐다.


목동에 있는 예술인회관은 5년째 공사 중지로 방치되고 있다. 오아시스프로젝트에 참여하는 400여 예술인들은 창작의 권리를 찾기 위한 예술 행동을 지난 7월 초부터 준비하여 드디어 8/15를 기점으로 스쾃을 하게 되었다.


예술인회관의 소유주격인 한국예술인총연합(이하 예총)은 오아시스프로젝트의 불법무단점거에 대하여 서울경찰청에 진정서를 내고 활동가를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충돌하고 있다.


예술인회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결정된 것으로 400억 원의 공사비용 중 170억 원을 문화관광부 지원을 받아 1996년 4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에 들어갔으나 예총 측의 시공회사 선정 잡음과 회사 측의 연이은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옛 기무사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회

2009.09.13.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옛 이름은 국가보안사령부(보안사)다. 군사기밀의 보안 지원, 방첩활동,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처리, 특정범죄 수사 따위가 주요 임무다. 그런데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복무 중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1991년 1월 기무사로 명칭을 바꿔 달았다.


기무사는 지난해 11월 과천으로 옮겼다. 그리고 옛 기무사 자리(서울 종로구 소격동)에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 빈틈을 비집고 역사의 질곡이 얽힌 기무사 터와 건물에서 특별한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홍보팀장 조상민 씨를 만났다.


기획은 현대미술연구소인 사무소가 했다. 매년 플랫폼을 개최해왔는데 올해 3회째다. 이번 전시 총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인 김선정 씨다. 다양한 관점과 동시대의 미술 경향을 보다 가깝게 소개하기 위해 일본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인 마미 카타오카가 P1 공동 기획자로 참여했다.


왜 기무사인가?

아시다시피 옛 기무사 건물은 일반인 통제구역이었다. Void of Memory(기억의 공허)라는 주제로 미술을 통해 공공장소로 변모시키는 데 뜻이 있다. 도시 안에 존재하지만 한동안 비어 있거나 잊힌 공간들을 예술을 통해 재발견하고 기억을 되살려내려는 것이다.


NLL에 무슨 일이 있나요?

2013.10.06

10월 5일, NLL 관련 전시가 기획되고 있는 강화군 박진화미술관을 찾았다. 개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민통선 안에 자리한 미술관 주변은 논과 밭이 공존하면서 문화공간으로서 자부심과 호젓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전통혼례 남북통일도>는 팸플릿에만 인쇄되어 있고 전시장에는 걸려 있지 않다. 전시기획을 총괄한 작가(이재민)에게 물었더니 박불똥 작가가 출력할 돈이 없어서 팸플릿에만 싣기로 했단다. 대신 남북문제를 다룬 캔버스 작품들이 걸려 있다.


NLL, 읽기도 어려운 북방한계선을 뜻하는 이니셜을 세간의 논쟁거리로 끌어들인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여 굴욕적인 회담을 한 것처럼 주장하며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번 전시기획을 총괄한 이재민 작가는 전시취지를 보이지 않은 선 NLL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면서 평화가 깨지고 생명의 존엄이 여지없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며 생명을 살리는 관점에서 NLL이 평화와 생태환경을 위한 미술전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전시를 조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술가들은 왜 레드카드를 뽑았는가?

2014.09.04.

9월 들어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귀신, 간첩, 할머니가 막을 올렸다. 광주비엔날레도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로 개막했다. 인천에서는 황해미술제가 레드카드 전을 열었다.


레드카드는 반칙을 일삼는 선수를 퇴장시키는 것과 같이 우리 사회에 대해 예술가들이 느끼는 경고장 같은 전시다. 인터뷰는 오픈을 앞두고 지난 3일, 황해미술제 기획위원 정정엽 작가와 진행했다.


어떻게 기획했나?

작년에 이미 이 주제를 꺼내 들고 준비해왔다. 그 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지만 이미 그 불안은 그전부터 감지되고 있지 않았나? 레드카드 전은 우리 삶의 불안과 위기감의 정체를 되돌아보고 역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실존적 질문을 함께 해보고자 기획했다. 예술은 평화적 충돌이다. 일상,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가 예술가의 촉수로 어떻게 감지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준비했다.


황해미술제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예술의 유쾌한 반전이 필요할 때다. 다양하게 생성된 작가들의 미적 통찰력을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흔들리며 가는 존재가 검열 없이 활발하게 소통하는 평화적 충돌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그동안 황해미술제는 미술인들의 사회적 발언과 삶과 예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통해 우리 삶의 주변을 총체적으로 탐구한 작업을 소중히 담아왔다. 이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이어졌으며, 인천 시민들에게는 다채로운 미적 체험과 예술과 삶의 긴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동시대 미술과 한판 놀아볼까

2016.08.07.

트렁크만 한 공간에 색다른 3가지 전시 디지털 판화전, 특별한 소장품전, 한국현대미술선 33권전이 함께 열린다.


이 전시는 동시대 주요한 미술작가를 발굴, 기록하는 출판회사 헥사곤의 한국현대미술선 33권 출간을 축하하고, 지속 발간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현대미술선 기획위원회가 주관하고, 트렁크갤러리(대표 박영숙)가 마련한 전시다.


잊을 수 없는 <세월오월>, 디지털 판화로 소장할 수 있다

아트포스터전은 한국 동시대 작가들의 감동적인 대표작품들을 일반 시민들도 부담 없이 소장하고 즐길 수 있게 기획된 디지털프린트전이다. 작가의 친필 서명이 있어 소장 가치가 있고, 전시와 운반이 간편하고, 합리적인 값으로 격조 있는 선물을 나눌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현재 미술계는 진작, 위작, 대작으로 얼룩진 형국이다. 작품의 출처와 유통 경로가 투명하지 못한 탓이다. 작품성보다 환금성, 예술을 축재의 도구로 다루는 거대 자본의 불평등한 구조가 문제의 원인이다. 이런 시점에서 그 경로를 투명하게 하고, 합리적인 값으로 시민들도 향유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디지털 판화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광장예술, 횃불에서 촛불로

2017.06.14.

동학 횃불에서 광화문 촛불까지 광장예술의 구슬이 꿰어진다. 키워드 한국미술 2017년,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 작품 전시가 6월 13일부터 8월 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자리 잡은 광장문화를 예술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동학, 제주4/3, 4/19, 1987년 6월, 2002년 월드컵, 2008년 촛불, 2016년 광화문 등 한국현대사를 이끌어온 광장과 이를 예술로 표출한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시대를 훑어보면 광장은 권력자의 통치공간에서 민중혁명의 공간으로 발전해왔다. 탄핵정국의 촛불광장은 철저히 계산된 비폭력과 뛰어난 자발성이 문화예술 축제로 승화되고 여론을 창출하면서 마침내 감동의 정치와 사회 변혁을 이끌어냈다. 그 후 몇 달 안에 이런 전시가 가능한 것은 민중예술이 한순간 타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니라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밤하늘의 별 같은 작품으로 흩뿌려지고 시대정신으로 이어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와 심포지엄에 100여 명에 이르는 작가와 토론자가 참여한다. 그러나 공적 기금과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광장예술이라면 기획취지에 부합하는 인선 또한 신중한 배려가 따라야 한다. 광장예술에서 소중한 점은 수많은 자발성이 어울려 일으키는 힘이다.


전시작품 중에는 광장예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을 찾기 힘든 작품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또한 제주4/3항쟁, 전단 미술, 평화의 소녀상, 더러운 잠, 웹 미술 등 작가뿐만 아니라 시민미술과 만평 등 일부 주효한 광장 성격의 작업들이 빠진 점은 아쉽다.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광장예술에 대한 미학적 논의가 확장되고, 보다 합당한 미술관 속 광장이 되길 바란다.



작가와 통하다 - 개인전 리뷰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을 그리다 》 안창홍

2006.04.18. 안창홍 개인전 페이스

안창홍의 페이스 전이 4월 19일부터 50일간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먼저 <자화상>이 눈길을 끌었다. 와장창, 깨진 거울에 비치거나 예리하게 베인 모습이다. 신자유주의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본성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쯤 되겠다. 작가는 실제 부서진 얼굴을 작업하면서 스스로 섬뜩함과 대리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칼로 사진을 베고, 찢고, 옮기고, 나누고 덧붙이면서 예쁘기는커녕 보기만 해도 아프게 망쳐놓고 말았으니 시대의 아픔을 안창홍 감성으로 제대로 표현한 셈이다.


베어져 벌어진 속살에선 핏방울마저 나오지 않는다. 통증도 없는 듯하다. 괜찮을까? 아니다. 곧 선홍색 핏방울이 송글 맺히고 철철 흐를 것 같다. 그제야 아리고 통증도 오겠지. 작가는 인간의 무모한 욕망과 일그러진 모습을 증명하려는 듯 에폭시 속에 가두어 박제화했다. 손가락을 보라, 12개. 요즘, 세상을 움켜쥐려면 저 또한 모자라지 싶다.


안창홍은 30여 년 동안 일상을 미끼로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연작으로 남기고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의 현대사는 일개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이 흩어지는 상처를 <가족사진> 연작으로 표현했다. 시간의 덧없음을 표현한 <봄날은 간다>,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어른의 세계를 풍자한 <위험한 놀이> 연작도 같은 맥락에서 그린 작업이다.


안창홍의 연작 속에 담긴 기본 정신은 가면과 위선으로 가려진 인간의 본성과 본질을 드러내 보이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생명, 사랑, 죽음, 분노에 관한 것들이다.


내가 그리면 누구든 다소곳해져요 》 박재동

2010.06.29. 박재동 화백 손바닥 그림

박 화백은 초면이든 구면이든, 함께 자리한 사람들을 재담을 곁들여 그린다. 자신이 없거나 돈 받고 그릴 마음이라면 섣불리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최근 서울시교육감 인수위원장까지 맡아 먹물, 인기, 권력을 두루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탈과 겸손을 잃지 않고 현장을 찾는다. 미술이 자본권력의 상업성에 놀아날수록 박재동의 그림은 낮은 곳과 공공성을 앞세운다.


박재동의 손바닥 그림은 알쏭달쏭, 고상하거나 무게 잡는 그림과는 다르다. 도리어 부질없는 권력, 권위, 폭력 따위들을 조롱하거나 발가벗겨놓기도 한다. 아이, 아저씨, 아줌마, 동네 분들이 사는 모습을 친근하고 진솔하게 담아 소통하는 일이 그림 그리는 이유다.


그림이 다 되었다 싶으면 그는 스케치북을 북 찢어 한마디 건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내가 그리면 누구든 다소곳해져요, 하하하.


박재동은 마치 풍매처럼 그림을 매개로 민중들의 사랑과 희망을 꽃피운다. 벌, 나비처럼, 산천처럼.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정치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한다. 돈과 경쟁이 광폭해도 사람 사는 정을 꺾거나 흐릴 수 없다는 믿음이 손바닥 그림처럼 따뜻하게 살아 있다.


돌아와 다시 만난 바다 》 고제민

2015.09.17. 고제민 개인전 엄마가 된 바다

인천에서 미술교사로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고제민 선생의 《파인아트콜렉션》이 출간됐다. 그리고 그 출간기념 개인전이 18일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열린다. 개인전을 앞두고 작가와 나눈 대화다.


작업은 어디서 하고, 다뤄온 소재와 주제는?

주로 학교 미술실에서 한다. 배다리 수도국산 자락에 자리해 자연스럽게 마을 골목길을 오가게 된다. 골목길은 오래된 포구로 이어지는데 북성 포구, 만석부두, 북항은 그렇게 내 눈에 들어왔다. 노을 지는 무렵의 선창가 풍경이나 바닷가 공장 굴뚝은 고달픈 삶을 이야기하는 듯했고, 자식을 키워 내보내는 엄마 품을 닮은 듯하다. 먼 길을 돌아 엄마 품으로 돌아온 듯했고,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이 생겼다. 그 후 나를 다시 찾는 마음으로 꽃, 인체, 집, 섬, 바다를 그려왔다.


인체뿐 아니라 풍경에도 외로움이나 내면적 정서가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단순한 풍경은 아니다. 어머니 심정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온기를 지역과 내면 심정을 대비해 표현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거칠고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풍경이 되기도 한다. 나 자신의 감성이 녹아 있는 내면의 풍경을 담으려 했고, 풍경의 내면을 그리려 한다.


작가는 인천으로 돌아와 포구와 바다, 북방한계선의 섬들, 골목길과 섬 집을 찾아나섰다.

나이가 들어선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게 숙명 같고, 애써 가꾸어온 나를 벗어버리면서 만나게 된 게 결국 바다였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만나고 이웃을 보게 되면서 결국 바다로 가게 되었고, 바다는 나에게 삶 그 자체로 보였다.


기괴한 벌레, 썩은 과일 그림 본 적 있으세요? 》 정정엽

2016.01.13. 정정엽 개인전 벌레

정정엽은 한국과 현대사회에서 여성과 생명, 공존 문제를 다양한 예술 행동으로 펼치고 있는 작가다. 여성 노동, 멸종 위기 동/식물, 팥을 중심으로 한 곡식 작업 등을 통해 자신의 삶과 떨어지거나 다르지 않은 예술 형식을 고민해왔다.


왜곡된 여성 현실과 노동 문제를 터, 두렁, 여성미술연구회, 입김, 갯꽃 등의 모임을 통해 바로잡기 위해 힘써왔다. 또한 황해미술제 전시기획과 지역활동, 한국현대미술선 출판미술활동도 작업의 연장으로 실천하고 있다. 작가는 예술의 평화적 충돌이 가장 싼 값에 공존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싹과 벌레, 그리고 썩은 과일 그림

작품의 소재들은 달래, 두릅, 당귀, 냉이, 질경이, 고들빼기, 감자, 고구마, 가지 등이다. 그리고 수십여 종의 벌레들이 꽃비 내리듯 쏟아지는 작품도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시골에서 늘상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낯설다.


정정엽 작가가 그린 감자싹과 나물 그림은 그들 자체로서 격조와 존재감, 생명의 황홀감을 펼쳐 보인다. 그것도 현대문명이 추구하는, 티끌 하나 살지 않는 세련되고 럭셔리한, 초대받지 않은 공간에 느닷없이 불쑥 나타나 당혹하게 한다.


감자들은 세포가 증식되고 거대하게 자라 내장을 드러낸 채 말끔한 현대식 건축공간에 놓였다. 감자를 지원하고 연대하듯 나방도 날아든다. 기묘한 긴장감을 주면서 관객을 압도하기도 한다. 이들이 문명과 공존/화해를 하려는 것 같아 엉뚱하면서 순진하고, 애틋하면서도 우직해 보인다.


아기는 엄마의 양수에 담겨 탯줄로 숨 쉬고 밥도 먹고, 똥도 싼다. 인간은 여성의 생리와 양수를 통해 생명의 싹을 틔우지만, 그 모습을 마냥 신비롭게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통념에 젖거나 관념에 갇혀 있다.


정정엽의 <싹> 연작들은 자신의 몸을 자양분으로 생명을 키우는 모성의 힘과 놀라움을 보여준다. 생명이 거세된 현대 생활공간에 싹의 기괴한 모습을 대비시켜 모성이 사라지고, 여성을 섹시함으로만 몰아가는 왜곡된 사회적 통념을 뒤엎으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제된 현대미술과 독점 자본에 대한 반기

나방 그림은 크기에서 압도한다. 그냥 볼 수 없었던 나방의 눈과 표정, 자세도 카리스마 넘친다. 비록 가루와 모노톤의 색감이 혐오스러워 인간들은 피하려 하지만, 자연에는 나비뿐 아니라 나방도 생태계의 일원으로 엄연히 존재한다. 작가는 이를 장엄한 모습으로 캐스팅한다.


정정엽의 이번 벌레 전에는 그동안 뿌린 씨앗들이 발아하듯 온갖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부스럭거리고, 수런대고, 움트는 소리. 소리의 정체는 나물과 나방 그림이 단순한 풍경이나 정물이 아니라 생명감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임을 알 수 있다.


촌스러움은 일면 현대사회에서 죄악으로 몰린다. 그러나 정제되고 포장된 맛들은 머지않아 들통 난다. 날것들은 상상 이상으로 힘이 세다. 거대자본과 문명사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숨통이요, 내릴 수 없는 깃발이다.


현대미술이 안개 속을 헤매며 대중과 불통한다면 더불어 공존하는 삶은 가꾸기 힘들어진다. 정정엽의 최근 작업은 돈과 물질, 경쟁으로 내몰리는 배의 평형수 같은 무게감을 갖고 있다. 벌레 전에 걸린 28여 점의 생산물은 정제된 현대미술과 대량으로 생산, 소비되는 독점 자본에 대항해 맞장 뜨는 그림들이기도 하다.(2016.01.21.~02.27. 갤러리 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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