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57명의 시노그라퍼, 171개의 대표작으로 보는 작품 세계
1975년부터 2015년에 활동한 시노그라퍼 57명의 다양한 예술성을 보여준다. 각 시노그라퍼의 상징적인 작품 세 편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이미지를 묘사하기 전 시노그라퍼의 약력과 미학 성향을 간략하게 설명했고, 시노그라피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도입부에 실었다. 도판을 통해 다양한 작업 방식이나 구상 단계를 거쳐 작품이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의 구성으로는 시노그라퍼들을 크게 네 세대로 나누었다. 1세대는 1970년대 왕성하게 활동한, 새로운 길을 만든 ‘개척자들’, 2세대는 연출가와 시노그라퍼의 협업이 활발해진 1981년 이후, 시노그라피 발전에 공헌한 ‘드높이 날아오른’ 세대다. 3세대는 예술 영역이 복잡해지고 분산, 재구성됨에 따라 제작팀 안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 시기로, 시노그라피가 ‘뿌리내리는 데’ 기여한 이들이다. 마지막은 1970년대 태어난 이들로, 새로운 상황에서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세대다.
■ 저자 뤼크 부크리스 외
저자 뤼크 부크리스는 문학 박사. 그르노블-알프스 대학 연극학과 명예교수. 시노그라퍼 연합회 및 시노그라피 유럽연구소 운영.
■ 역자 권현정
역자 권현정은 1967년 생.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3대학 연극학 석사, D.E.A., 파리 10대학 연극학 학사, 박사. 현재 서강대학교 유럽문화학과 교수.
주요 논문: 「연출에 있어서 비어 있음의 미학」, 「연출의 탄생」, 「연출의 흐름과 텍스트의 위치」, 「무대미술의 관례성-맨션에서 ‘임의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무대유형(전환·고정·분산무대)별로 연구한 「1945년 이후 프랑스 무대미술의 형태 미학」.
■ 차례
서문 작품 세계 / 미학 풍경
개척자들 1975-1985
앙드레 아카르 | 질 아이오 | 르네 알리오 | 미셸 라파엘리
드높이 날다 1985-1995
질론 브룅 | 장폴 샹바 | 알랭 샹봉 | 프랑수아즈 다른 | 제라르 디디에 | 기클로드 프랑수아 | 장 아스 | 야니스 코코스 | 미셸 로네 | 장기 르카 | 클로드 르메르 | 크리스틴 마레 | 필리프 마리오주 | 클로에 오볼렌스키 | 아고스티노 파스 | 리샤르 페두지 | 로베르토 플라테 | 니키 리에티 | 다니엘 로지에 | 장마르크 스텔레 | 장피에르 베르지에
뿌리내리다 1995-2005
피에르 알베르 | 스테판 브론슈베그 | 에마뉘엘 클로뤼스 | 이브 콜레 | 알렉상드르 드 다르델 | 프랑수아 들라로지에르 | 앙투안 퐁텐 | 드니 프뤼쇼 | 자크 가벨 | 디디에 구리 | 다니엘 잔토 | 에릭 뤼프 | 뤼디 사분기 | 레몽 사르티 | 니콜라 시르 | 에릭 수아예 | 질 타셰 | 샹탈 토마 | 로랑스 빌르로 | 피에르앙드레 베츠
새롭게 다시 출발하다 2005-2015
클레르 바르덴 | 아드리앵 몽도 | 오렐리앙 보리 | 다미앵 카유페레 | 마르크 레네 | 크리스토프 우브라르 | 로르 피샤 | 필리프 케느 | 에마뉘엘 루아 | 로리안 시메미 | 오렐리 토마 | 앙투안 바쇠르
1975-2015년에 활약한 프랑스 시노그라퍼 약력
저자 약력
역주
역자 후기
참고 문헌
인명색인
Photo Credit
프랑스 시노그라퍼
드높이 날다 1985-1995
질론 브룅
"시노그라피는 보는 것과 듣는 것, 그 사이에 있다. 시노그라피는 공연의 구성 요소이면서 다른 요소들 사이에 슬며시 자리한다. 각각의 소리가 울리는 빈 공간으로, 관객이 연주 가능한 공명 상자이자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노그라피는 교차로다. 의미가 솟아오르는 수직선이자, 연기에 필요한 조형성을 잃지 않으면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을 보여주는 수평선이다. 리듬과 색깔, 채움과 비움, 그림자와 빛이 섬세하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모리스 블랑쇼가 말했듯이 그 중심에는 배우가 있다. 시노그라피는 사라지면서 완성되는 작품, 부딪치면서 존재를 증명하고, 존재를 드러내면서 홀연히 멈추는 작품이다."
질론 브룅은 리옹 건축학교에서 공부한 후, 프라하 연극학교에서 시노그라피를 공부했다. 1979년부터 연극과 오페라, 서커스(극단 아르카오스)에서 활동하며 백여 편이 넘는 시노그라피와 의상을 창조했고, 퐁피두센터와 라빌레트 과학관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파리 8대학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보르도 3대학 교수로 연출과 시노그라피 석사 과정을 지도했다. 이론과 실기의 병행으로 공간 표현력이 풍부하다.
시간에 얽매인 당신
작가: 발레르 노바리나
연출: Claude Buchvald, Gilone Brun
시노그라피/의상: Gilone Brun
오로지 빛과 배우의 움직임으로 노바리나의 언어가 들리는 공간을 구상하고자 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청동으로 암탉-여신을 만든 것처럼, 배우는 텍스트를 조각하며, 공간에 몸으로 글을 쓴다. 무대 바닥은 납처럼 푸르스름하다. 관객 위에서 쏘아지는 조명으로 물이 튀어 오르듯 바닥에 빛이 번진다. 시간성에서 벗어나 멈춰 있는 빨래터, 이곳에서 말을 세탁하듯 끊임없이 말을 쏟아낸다. 하나같이 말이 이끄는 대로 불현듯 튀어나왔다가, 기력이 완전히 소진되어 물에 쓸려가듯 사라진다.
제라르 디디에
"우선 희곡을 읽고 작가의 지문에서 실마리를 얻는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나 소장품을 보면서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미지나 형태를 찾은 다음, 모든 자료를 식물 표본처럼 모아놓고 평면에 초안을 그린다. 연출가와 처음 만날 때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계속 문제를 제기하며 꼬불꼬불한 모색 과정을 거치지만, 연출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간을 창조할 때, 내가 만든 공간에서 배우가 편안해 할 때, 나는 행복하다."
리옹 국립고등연극예술/기술학교에서 시노그라피를 공부한 제라르 디디에는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면서 화가로도 활동했다. 자크 니셰, 알랭 프랑송, 마리클로드 피에트라갈라, 모리스 베니슈 같은 예술적 성향이 다른 연출가/안무가와 150편이 넘는 오페라와 연극을 올렸다. 새로운 공간을 다양하게 실험한 1970년대 시노그라퍼로 활동을 시작했고, 많은 연극인들이 다시 극장 안으로, 정면 무대로 돌아오는 1980년대에도 새로운 공간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고도를 기다리며
작가: 사뮈엘 베케트
연출: Philippe Adrien
시노그라피: Gerard Didier
현대판 고전으로 제약이 많지만 창의력을 자극하는 희곡이다. 제라르 디디에는 부조리극에 따라 붙는 상투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10톤이나 되는 잿빛 모래를 무대 바닥에 듬뿍 깐다. 객석에서 25미터 떨어진 안쪽 벽을 뚫고 달이 떠오른다. 파트리스 트로티에의 조명이 곁들어져, 희곡에 담긴 상황의 심오함과 작품의 무게를 유감없이 전달한다.
미셸 로네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예술을 하지 않는다. 나의 목적,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내 개성이 드러나는 독특함으로, 연극에서 시노그라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어떻게 자극할까 고심하지 않고, 유연하게 변형 가능하고 시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무대미술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배우다. 무대미술은 의상과 비슷하다.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 누군가에게 옷을 입히고, 꿈꾸게 하며,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교육을 받은 후, 조형예술과 드라마투르기를 공부한 미셸 로네는 1964년 파리 세계연극축제에서 아르헨티나 연출가 빅토르 가르시아를 만났다. 디종의 한 전시회장에서 공연된 「자동차 묘지」(페르난도 아라발 작, 빅토르 가르시아 연출)에서 시노그라퍼로 두각을 나타냈다. 가르시아와 공동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앙드레루이 페리네티, 메흐맷 루이소이, 샤를 토르주만 등의 연출에서 드라마투르기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공간을 창조했다. 장인 정신을 연마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 기계 장치를 섞어 항상 변하고 움직이는 무대를 만든다.
왜 베네르지는 자살했을까?
작가: 나짐 히크메트
연출: Mehmet Ulusoy
시노그라피: Michel Launay
1980년 메흐맷 루이소이 연출로 아비뇽 축제에서 선보이고, 2002년 이스탄불 국립극장에서 다시 공연된다. 나짐 히크메트의 정치적 투쟁을 다룬, 시처럼 아름다운 희곡이다. 배우를 지탱할만한 회전판이 부착된 물레방아 형태, 물을 퍼 올리는 장치를 설치한다. 커다란 원기둥으로 주인공 베네르지가 세상에 어떻게 둘러싸여 있는지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필리프 마리오주
"모든 배우는 공간과 대화하고, 모든 공간은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드라마투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나치게 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시노그라피는 작품에 봉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노그라피는 작품에 의해 결정되는 공간 구성이다. 작품 전체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간주할 경우, 시노그라피는 그 유기체의 골격 구조다. 비교적 눈에 드러나는 뼈대에 배우의 살과 숨결이 더해진다. 따라서 시노그라피는 기초 공사다. 기초 공사가 잘 되어야 의도한 대로 작품을 건설할 수 있다."
필리프 마리오주는 이론과 실기를 겸한다. 아마추어 연극을 하면서, 파리 에콜데보자르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1973년부터 1976년까지 파리 근교 카르투슈리에 소재한 수족관극단을 시작으로, 당시 연극 풍토였던 정치적 성향이 강한 실험극, 공동체를 만들어 실험하고 창조하는 연극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 세계에는 다양한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다. 접근 방법이나 예술적 색채가 다르고 상반되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공동 창작이다.「동료와 함께 미래를 구상하다」라는 글에서 공동 창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여자들의 학교
작가: 몰리에르
연출: Didier Bezace
시노그라피: Philippe Marioge
조명: Marie Nicolas
관객 2000여 명 앞에서 배우 한 명이 펼치는 연기로 연출 방향을 세우고, 아르놀프를 강압적인 인물로 설정한다. 아르놀프는 젊은 여인을 자신에게 전적으로 헌신하게 만들고, 인간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헛되이 증명하려 애쓴다. 마치 신처럼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조작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비뇽 교황청 앞마당 작은 무대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리샤르 페두지
"우리 주변 세상을 어떻게 비출 수 있을까? 세상을 다르게 비추는 방법이 무엇일까? 르네상스 창시자들처럼 현대 예술가들이 절박하게 던지는 질문이다. 조토 디 본도네, 파울 클레, 요제프 보이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찰스 밍거스, 페데리코 펠리니, 장뤼크 고다르가 바닷가 어느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다고 가정한다면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을 한결같이 강렬하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말없이 바라볼 것이다."
리샤르 페두지는 말브랑슈 아카데미에서 조각가 샤를 오프레와 데생을 공부했다. 1967년에 만난 연출가 파트리스 셰로와 연극과 오페라, 영화를 만드는데, 무대미술을 그림 그리는 수단이자 표현 방식으로 선택한다. 무대뿐만 아니라 국유 비품용 가구도 다양하게 디자인했다. 앙리 루아레트와 루브르/오르세 박물관에서 열린 수많은 전시회에 참여했고, 루브르 박물관에 궁정 역사 전시관을 상설했다. 2013년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뤼크 봉디 연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엘렉트라」(파트리스 셰로 연출, 엑상프로방스 축제), 2014년 오데옹 극장에서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에서 시노그라퍼로 활동했다.
파리에서 일어난 학살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
연출: Patrice Chereau
시노그라피: Richard Peduzzi
페두지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재조명한다. 어린 시절 르아브르에서 보았던 모순된 광경이 공간에 담긴다. 한쪽에는 파편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항구와 공산품 벽돌 창고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오귀스트 페레의 현대식 빌딩이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러한 기억과 함께 부친이 보여 주었던 이태리 르네상스 양식의 궁궐 그림/건축을 섞어 공간을 구성한다. 이렇게 파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학살의 배경을 만든다.
뿌리내리다 1995-2005
피에르 알베르
"요리법에서부터 브르타뉴 지역 특산품인 손수건을 연구한 최신 논문에 이르기까지 넓은 호기심이 없다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시노그라퍼가 될 수 없다. 프랑스 문화에서 계몽 정신을 배웠다면 독일 문화에서 드라마투르기를, 감각적으로 의미를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문화는 시대를 거치면서 변하고, 이에 따라 예술도 변한다. 예술적 표현 또한 공연에 따라 달라진다. 공연이라는 감각 기계를 다루는 시노그라퍼는 복잡한 예술을 하는 배우다."
스트라스부르 고등연극예술학교에서 시노그라피를 전공한 피에르 알베르는 연극/영화/오페라에서 시노그라퍼 겸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 제작진과 여러 극단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파리 고등예술/기술학교에서 의상 디자인/시노그라피를 가르쳤다. 2011년 9월 스트라스부르 고등연극예술학교 시노그라피-의상 분과장으로 임명되었고, 관련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독일에서 첫 공연을 한 후, 조명도 디자인하며 독일 연극인과 긴밀한 협업을 계속한다.
세비야의 이발사
작곡: 자오키노 로시니
대본: Cesare Sterbini
연출: Patrick Guinand
시노그라피/조명/의상: Pierre Albert, 2004
사랑을 얻고자 쫓고 쫓기는 행위,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속임수와 부산한 움직임을 빼어난 솜씨로 그린 매력적인 오페라로,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집 벽면을 이슬람 무어 양식으로 설계한다. 그 앞에 등장인물이 삼삼오오 모이는 공간, 정열이 뒤엉키는 미로의 중심지, 마치 투우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만든다. 무대 안쪽에는 아랍의 전통 창살 무늬(무샤라비에)가 새겨진 커다란 문이 있다. 이곳에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사랑을 쫓는 투우사 로지나가 갇힌다. 조명으로 문에 그래픽 그림자를 만들고 역광 효과를 내어, 문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암시한다.
앙투앙 퐁텐
"극장에 왕이 앉던 자리, 이곳에 이제는 감독 테이블이 놓이고, 그 주위에 연출가와 팀원이 앉는다. 무대 장치가 가장 사실적으로 보이는 이 자리에서 멀어질수록, 착각을 일으키는 마술 효과가 사라지고 공간은 변질된다. 관객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변형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바로 여기에 연극의 고유성이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화가인 앙투안 퐁텐은 대리석이나 나무를 그리면서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파리 에콜데보자르를 졸업한 후 영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일했다. 낭테르 작업실에서 5년을 보내고, 에릭 로메르, 콜린 세로 영화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하며, 연출가 장마르크 스텔레의 오페라 무대를 맡았다. 음악 박물관인 시테드라뮤직, 역사 기념관인 콩시에르주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각종 전시회에서 시노그라퍼로 활동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계 장치와 그림, 원근법을 한껏 드러내며 기량을 발휘하는 앙투안 퐁텐은 시노그라피를 교육 놀이처럼 접근하고 역동적으로 구상한다.
바텔
영화감독: Roland Joffe
시노그라피: Antoine Fontaine
미술감독: Jean Rabasse
루이 대왕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사흘간 축제가 열린다. 첫날은 기계 장치가 전통 방식으로 설비되어 있는 극장에서 열린다. 생클루 연못 수로를 뛰어넘는 부피(높이 15미터 X 폭 25미터 X 길이 90미터)로 극장 내부를 만들고, 객석을 물 위에 배치한다. 둘째 날 주제는 마법에 걸린 섬으로, 땅에서 비단으로 감싼 야자수가 솟아오르고, 상상 속 식물이 양쪽에 줄지어 서 있어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작게 보인다. 셋째 날은 거울에 연회장을 조각해 보여준다.
다니엘 잔토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다. 내 앞에 있는 것을 정말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그 안에서 내가 꿈꾸는 가상의 세계를 끌어내어 창조한다. 본다는 것은 자신의 시선으로 상상하는 행위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혼자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만, 자신만의 시선 속에 홀로 있다. 주어진 시공간에서 저마다 타자를 수용하는 공동체 경험을 한다. 타자성은 관객이라는 공동체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고 연결 고리다. 홀로 있으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관객… 이러한 모순성을 깨지 않으면서 모순성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시노그라피의 중요 쟁점이다."
스트라스부르 고등연극예술학교, 스트라스부르 고등장식예술학교를 졸업한 다니엘 잔토는 클로드 레지 연출작에서 15년간 시노그라퍼로 일했다. 트리샤 브라운, 카트린 디베레스, 장클로드 갈로타, 니콜라 르리슈, 알랭 올리비에, 파스칼 랑베르, 장바티스트 사스트르, 장프랑수아 시바디에 등 수많은 연출가/안무가와 일했다. 1998년 교토 빌라 구조야마 수상자이며, 2002년 빌라 메디치 수상자로 피에르 뒤바와 공동 선정되어, 일본에서 연수 기회를 가졌다. 2008년부터 비트리 연극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 오겠지
작가: 욘 포세
연출: Claude Regy
시노그라피: Daniel Jeanneteau
조명: Dominique Bruguiere
낭테르 다변형 블랙박스 극장을 완전히 재구성한다. 거대한 6면체(30 X 20 X 10m) 공간에 작은 무대를 만들고, 그 앞에 계단식 좌석을 배열한다. 무대 뒤는 텅 비어 있다. 어둠에 묻힌 텅 빈 공간에서 집이나 가족사진 같은 오브제가 흐릿하게 나타난다. 평범하면서도 불안하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오브제는 집과 가족 주변에 불안함을 조성한다. 벽과 천장으로 완벽하게 소리가 전달되는,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무대다.
로랑스 빌르로
"시노그라피는 배우가 움직이고 연기하기 좋은 장소, 배우가 머무를 장소를 만드는 작업이다. 시노그라피는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고 배우에 의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연기 공간의 틀을 만드는 작업은 사진과 비슷하고, 3차원 공간에서 다양한 요소의 상호작용은 건축과 비슷하며, 닫힌 장소를 수용하고 변형하는 작업은 설치예술과 비슷하다. 사진과 건축, 설치 예술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내 작업에 나타난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사/건축가/조형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극은 팀워크로 창조되므로, 팀원으로서 보탬이 되고자 노력한다. 바로 이 점이 내 작업의 핵심이다."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브뤼셀 국립고등공연예술학교를 졸업한 로랑스 빌르로는 1999년부터 모교에서 만난 장 부왈로와 작품을 만들었다. 대표작으로 벨기에 작가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페우와로 가는 물건은 없다」(2000)와 장 주네의 「발코니」(2001)가 있다. 1992년부터 브뤼셀에서 극단 봉선화를 창단한 마르틴 비즈카에르(연출가/작가)와 일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는 세트 구상과 공간 창조"라고 로랑스 빌르로는 말한다. 아이들이 놀면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는 작은 모형 극장에 관심을 갖고, 코코 덩 오[하늘에서 온 코코]라는 장난감 회사를 설립했다.
발코니
작가: 장 주네
연출: Jean Boillot
시노그라피: Laurence Villerot
조명: Ivan Mathis
고위층과 화류계, 현실과 연극, 두 세계의 차이를 교묘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잘 알려진 신화적 작품 『발코니』에 접근한다. 고위층 인사(주교/판사/장군)의 위풍당당한 광기와 음산한 의식을, 매춘부를 찾아온 손님의 연기로 표현한다. 거꾸로 경사진 무대에 문짝 같이 보이는 나무판자, 거울 없는 테, 접이식 침대, 로코코 양식의 철제 침대 상부 장식, 다양한 식기류, 걸려 있거나 바닥에 널려 있는 옷가지 같은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며 공연을 진행한다.
>새롭게 다시 출발하다 2005-2015
오렐리앙 보리
"우리 시대와 연극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공연 준비를 한다.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하는 무대 공간을 상상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시노그라피는 공연의 중심이기보다는 출발점으로, 장식적/조형적 역할이 아니라 무언가를 드러내고 밝히는 연극적 역할을 한다. 배우와 시노그라피는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배우가 몸으로 연기하지 않는다면, 공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시노그라피로 드라마투르기를 제시해야 한다. 드라마투르기 없는 시노그라피는 충분한 존재 이유가 없다."
오렐리앙 보리는 음향 전문 교육을 받았고, 새로운 신체 표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믈라덴 마테릭 공연(1998)에서 곡예사 겸 배우로 활동했다. 2000년에 극단 111을 만들고, 서커스/춤/시각예술/음악을 결합한 "신체극"「플랜 비」(2003)와 「대략 무한 지점」(2005)을 다원예술가 필 솔타노프와 함께 만들었다. 오렐리앙 보리의 작품은 드라마투르기나 연출이 아니라 시노그라피에서 탄생한다. 기본적으로 몸의 움직임에서 출발하며 공간과 오브제의 연극적 관계, 3차원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몸을 고려한다. 무대 장치가 함축하는 은유를 몸의 언어로 분명하게 표현하고, 리허설 과정에서 음악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든다.
교묘한 일곱 조각
구성/시노그라피/연출: Aurelien Bory
협업: Pierre Rigal
작곡: Raphael Wisson
추가음악: Arvo Part
조명: Arno Veyrat
공연 제목은 중국에서 창안된 칠교놀이(tangram: 일곱 조각으로 다양한 형상을 만드는 놀이)를 번역한 것이다. 크기가 다른 삼각형 5개와 사각형, 평행 사변형이 나란히 배열되어 전체가 사각형 형상이다. 중국 전통 오페라 경극이나 곡예 경험이 있는 연령대가 다양한 배우 14명이 "나무판자" 7개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며, 거침없이 오르내린다. 붕괴되다 통일되고, 안정을 찾다 위험에 처하는 다양한 상황을 계속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로르 피샤
"공간 창조의 출발점은 항상 몸이다. 언어가 관통한 몸, 감동을 지각한 몸에서 공간이 나온다. 신체 표현과 언어에 따라 공간의 규모와 특징이 결정된다. 따라서 텍스트와 공간을 실험하는 배우를 관찰한 후 작업을 진행한다. 시노그라피는 이론이 아니라 경험과 만남의 산물이다. 제작진이 처음에 공연 준비로 책정한 시간을 포함해, 러닝 타임보다 훨씬 긴 준비 과정을 거쳐 시노그라피 형태가 갖춰지고, 살이 덧붙여지면서 비로소 무대에 자리한다.
건축을 공부한 로르 피샤는 리옹 국립고등연극예술/기술학교 시노그라피과에 들어갔다. 배우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 배우의 연기력이 발산되는 공간, 덧없이 사라질 공간 그러나 배우가 흔적을 남길 공간을 구상하길 원했다. 2000년에 졸업한 후, 2003년부터 주로 연출가 장이브 뤼프와 연극/오페라를 올렸다. 시노그라퍼로서 관심이 있던 주변 환경과 몸의 관계, 몸이 머무르는 공간을 다루는 건축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
메기
연출: Jean-Yves Ruf
시노그라피: Laure Pichat
술집과 공업 단지가 혼합된 공간이다. 기계 장비가 설치된 공간, 증류주 제조소, 양어장이 즉흥적으로 술집으로 변한다. 물이 가득 들어 있는 사각통 여러 개가 무대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로 배우가 지나간다. 사각 물통을 배열하여 공간을 채우고, 동시에 비어 있음을 만든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물이 있는 표면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드넓은 바다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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