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신들의 사랑

   
김원익
ǻ
메티스
   
20000
2016�� 04��



■ 책 소개

 

내 사랑은 과연 어떤 신의 사랑을 닮았을까?
나는 과연 어떤 신을 닮았을까?

 

그리스 신들은 인간을 빼닮았다. 그들은 인간처럼 사랑하고, 싸우며, 도둑질하고, 간통한다. 정말로 인간과 다르지 않은 진솔한 모습은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관계의 기본법칙을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의 12주신에 하데스와 헤스티아를 보탠 총 14명의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를 사랑이란 테마에 초점을 맞춰 세대순으로 살펴본다. 아울러 각각의 신이 대변하고 있는 인간 유형을 분석한다.

 

■ 저자 김원익
문학박사, 신화 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 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 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프로그램 <책하고 놀자>에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2년여 동안 진행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게르만 신화’, ‘신화구조론’, ‘그리스 로마 문화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기업체, 지역 도서관, 병원 등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활발하게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호의 모험》, 평역서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공저), 《신화, 세상에 답하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 감수한 책으로는 《후who,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1 부 | 여신들
1. 질투의 화신 헤라 1
2. 질투의 화신 헤라 2 
3. 질투의 화신 헤라 3
4. 모성의 포로 데메테르
5. 평화주의자 헤스티아
6. 얼음 공주 아테나 1
7. 얼음 공주 아테나 2
8. 얼음 공주 아테나 3
9. 모태 솔로 아르테미스 1
10. 모태 솔로 아르테미스 2
11. 모태 솔로 아르테미스 3
12. 프로 사랑꾼 아프로디테 1
13. 프로 사랑꾼 아프로디테 2
14. 프로 사랑꾼 아프로디테 3
15. 프로 사랑꾼 아프로디테 4

 

2부 | 남신들
16. 변신의 귀재 제우스 1
17. 변신의 귀재 제우스 2
18. 폭풍노도의 격정파 포세이돈 1
19. 폭풍노도의 격정파 포세이돈 2
20. 우울한 은둔자 하데스
21. 냉철한 합리주의자 아폴론 1
22. 냉철한 합리주의자 아폴론 2
23. 냉철한 합리주의자 아폴론 3
24. 경계를 넘나드는 헤르메스 1
25. 경계를 넘나드는 헤르메스 2
26. 고독한 일벌레 헤파이스토스
27. 든든한 보호자 아레스 1
28. 든든한 보호자 아레스 2
29. 여성적 남자 디오니소스 1
30. 여성적 남자 디오니소스 2

 

나가는 말
참고문헌




그림으로 보는 신들의 사랑


질투의 화신 헤라

대지모신에서 질투의 화신으로 추락

제우스의 정실부인이자 결혼과 가정의 여신 헤라는 로마 신화에서는 유노라고 불렀고, 영어로는 주노라고 부른다. 헤라라는 말은 원래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헤로스의 여성형으로 여주인 혹은 여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원이 말해 주듯 헤라는 원래 그리스 반도의 원주민들 사이에서 위대한 대지모신이었다. 하지만 위풍당당했던 여신은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이방의 남신들이 그리스 반도를 점령하면서 초라한 질투의 화신으로 추락하고 만다.


헤라 여신은 가끔 원통형 왕관을 쓰고 한 손에 왕홀을 든 채 위풍당당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중 원통형 왕관은 레아나 키벨레 등 소아시아 지방의 대지모신들이 즐겨 쓰던 모자이며, 왕홀도 다른 여신들은 들고 있지 않은 권위의 상징으로 헤라가 한때는 모든 신들을 지배하던 추상 같은 대지모신이었음을 암시한다. 그래서 아르고스의 헤라 신전에 안치되어 있던 상아와 황금으로 된 폴리클레이토스의 헤라 좌상도 원통형 왕관을 쓴 채, 한 손에는 석류를, 다른 한손에는 꼭대기에 뻐꾸기가 앉아 있는 왕홀을 들고, 우미의 여신 카리테스 세 자매와 계절의 여신 호라이 세 자매가 부조로 새겨진 옥좌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사모스 박물관에 전시된 헤라 신전에서 출토된 봉헌물의 출처가 아르메니아, 바빌론, 이란, 아시리아, 이집트 등으로 아주 널리 분포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헤라 여신은 사모스뿐 아니라 그 주변 지역에서 대지모신으로서 대단한 명성을 누렸고 참배객들도 아주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헤라 여신은 본토에서는 주로 아르고스에서 숭배를 받아 아르고스의라는 뜻의 아르게이아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미케네, 스파르타, 코린토스, 티린스, 페라코라 등에도 그녀의 신전이 있었다.


특히 올림피아에 있었던 헤라 신전은 제우스 신전보다 그 역사가 오래 되었으며, 시칠리아의 그리스 식민지였던 마그나 그라이키아의 파이스툼에는 헤라 신전이 두 개나 있었다. 그중 하나는 그동안 포세이돈 신전으로 전해내려 오다가 1950년대에 비로소 헤라 신전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헤라 여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올림피아에서는 제우스 신전보다 더 먼저 건축되었고 시칠리아에는 두 개나 지었을까? 또한 헤라의 많은 별칭 중에는 여왕이라는 뜻의 바실레이아도 있는데, 이것 또한 헤라가 한때 그리고 원주민을 호령하던 신들의 여왕 대지모신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호메로스는 자신의 작품에서 자주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고 헤라는 그의 아내임을 강조하며 여신을 질투의 화신으로 묘사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그것이 바로 대지모신으로서의 헤라의 흔적을 지우고 그녀에 대한 숭배를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헤라가 한눈을 파는 남편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애를 태웠는지를 부각시켜 보여준다.


뻐꾸기로 변신한 제우스를 품은 헤라

헤라가 사랑한 대상은 남편 제우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런데 헤라가 제우스와 결혼하는 과정을 보면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미적지근하다. 아주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어느 날 아름다운 헤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그녀가 산에 홀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제우스는 비를 내리게 한 후 비에 흠뻑 젖은 뻐꾸기로 변신하여 여신의 무릎에 내려앉았다. 그걸 보고 헤라가 가엾게 여기고 뻐꾸기를 가슴에 품자 제우스가 재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녀와 강제로 사랑을 나누려 했다. 헤라는 처음에는 완강히 저항하다가 결국 제우스로부터 자신을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그를 허락했다.


이렇듯 헤라에게는 제우스와 결혼하여 그의 아내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사람들이 헤라를 결혼과 가정의 여신으로 삼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헤라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다. 특히 제우스가 한눈을 판 대상에게는 무차별적인 보복을 가했다. 제일 먼저 그녀의 질투의 표적이 된 것은 바로 숲의 요정 칼리스토였다.


헤라의 분노를 사 곰으로 변신한 칼리스토

칼리스토는 원래 독신주의자였다. 그래서 독신자의 수호신 아르테미스 여신을 믿고 따랐다. 그녀는 다른 요정들과 함께 아르테미스 여신을 따라다니며 숲속에서 사냥을 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우스가 요정들 사이에서 칼리스토를 발견하고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던 제우스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드디어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몇 달이 흐른 뒤 아르테미스 여신은 요정들과 목욕을 즐기다 우연히 칼리스토가 임신한 사실을 발견하고 상대가 누구냐고 다그쳤다. 칼리스토가 머뭇거리며 아르테미스라고 하자 어안이 벙벙해진 여신은 그녀를 무리에서 추방했다. 영문도 모른 채 버림받은 칼리스토는 혼자 살며 아들 아르카스를 낳아서 길렀다.


그런데 정말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모양이다. 얼마 되지 않아 헤라가 제우스와 칼리스토의 관계를 알고 분노하여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칼리스토는 틈만 나면 산속을 헤매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러자 제우스는 불쌍한 아들 아르카스를 헤르메스의 어머니 마이아에게 맡겼다.


어느 날 장성한 아르카스가 사냥을 하다가 곰으로 변해 버린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아들을 알아보고 기뻐 달려갔지만 아들의 눈에는 어머니가 단지 사냥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자가 이렇게 상봉하게 된 것도 헤라의 질투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르카스가 막 활시위를 당겨 어머니에게 화살을 날리려는 순간 하늘에서 제우스가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부리나케 어머니와 아들을 하늘로 불러들였다. 이어 어머니는 큰곰자리, 아들은 작은곰자리로 만들어 하늘에 별자리로 박아주었다. 하지만 헤라의 질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오케아노스 신에게 부탁하여 그 별자리들이 신선한 바다에 가라앉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는 항상 극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헤라 유형의 여자와 그녀의 사랑법

헤라의 사랑은 일편단심 남편 제우스에게로만 향해 있다. 헤라의 질투는 결국 남편 제우스에 대한 자신만의 너무 지독한 사랑의 방식이었다. 헤라 유형의 여자에게 인생 최고의 목표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베넷 부인처럼 든든한 남편을 만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헤라 유형의 여자는 한 가정을 꾸려서 아내와 가족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는 남자에게 더욱 마음이 끌릴 수 있다.


헤라 유형의 여자에게 남편의 기쁨은 곧 자신의 기쁨이요, 남편의 성공은 곧 자신의 성공이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마냥 좋고 무엇이든지 남편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 심지어 자식들보다도 항상 남편이 우선이다. 그래서 헤라 유형은 남편에게 너무 종속되어 있을 수 있다. 남편이 자기보다 일찍 죽으면 정체성을 잃고 깊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남편을 따라 자살하거나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처럼 즉시 재혼할 수 있다. 그녀에게는 남편이라는 핵우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헤라 유형의 여자는 남편이 자신에게 조금만 소홀히 하는 낌새가 보여도 자신을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불안은 근거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은 심하면 우울증을 거쳐 의부증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무엇보다도 남편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녀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으면 안 된다.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서도 안 된다. 남편은 수많은 남자들 중 한 사람일 뿐이며 남편보다 더 훌륭한 남자들도 많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1996년에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 조강지처클럽은 헤라 유형의 여자가 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브렌다, 앨리스, 애니는 대학시절의 단짝친구들이다. 그들은 졸업 후 각자 바빠 만나지 못하다가 또 다른 단짝친구 신시아의 자살을 계기로 아주 오랜만에 해후한다. 이어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중에 그들 모두 젊은 여자들에게 남편을 빼앗기고도 아무런 대응을 못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돕고 살라는 신시아의 유서를 읽고 나서 더 이상 남편에게 끌려 다니는 수동적인 삶을 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강지처클럽이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셋이 힘을 합쳐 남편들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한다. 초기에는 갈등도 생기지만 얼마 후 그들은 드디어 남편들을 혼쭐을 내주고 가정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2007년 SBS에서 방영된 조강지처클럽이라는 드라마도 위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듯 무대만 우리나라로 바뀌었을 뿐 내용이 거의 같다.



프로 사랑꾼 아프로디테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사랑의 여신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에서는 베누스라고 불렀고, 영어로는 비너스라고 부른다. 행성 중 금성의 이름도 아프로디테의 영어식 이름을 따라 비너스라고 부른다.


『신통기』를 쓴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우라노스의 아들 크로노스가 어머니 가이아를 괴롭히던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 바다에 던지자 가라앉으면서 거품이 일었고 그때 조개를 타고 솟아올랐다. 하지만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를 쓴 호메로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 된 후 그와 물의 요정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호메로스보다는 아무래도 헤시오도스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더구나 태초에 사랑이 있어야 그 영향력으로 그후에 무엇이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아프로디테 여신은 미의 여신답게 그림이나 조각의 소재로 아주 인기가 많았다. 그림 중에는 1484년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아프로디테의 탄생에 관한 두 가지 설 중 헤시오도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거품에서 조개를 타고 태어난 뒤 우선 키테라 섬에 잠시 들른 다음 키프로스에 상륙하여 도금양 덤불에 몸을 숨겼다. 아프로니테가 키테레이아나 키프리스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보티첼리의 그림은 제목과는 달리 아프로디테가 태어나는 장면이 아니라 키프로스에 상륙하는 장면만을 보여준다.


보티첼리의 그림 왼쪽에서 입김으로 바람을 일으켜 아프로디테 여신이 타고 있는 가리비 조개 배를 밀어주고 있는 신은 서풍의 신 제피로스이고, 그가 가슴에 안고 있는 여자는 그의 아내이자 로마에서는 플로라로 불리는 꽃의 여신 클로리스이다. 그림 오른쪽에 있는 여인은 계절의 여신 호라이 세 자매 중 한 여신인데 아마 봄의 여신인 듯하다. 그녀는 키프로스 해안에서 아프로디테에게 입혀주려고 양손에 옷을 들고 아프로디테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는 해부학적으로 볼 때 실제 인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목도 이상할 정도로 길쭉할 뿐 아니라 왼쪽 어깨도 보통 인간이라면 취할 수 없는 포즈이다. 그래서 미술사가들은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가 미술사에서 매너리즘을 선취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포즈들이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를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또한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는 벗은 몸인데도 불구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볼 때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을 상징한다고 한다.



남신들

변신의 귀재 제우스

올림포스 신들의 왕이자 하늘과 기후의 신

신들의 왕 제우스는 로마에서는 유피테르라고 불렀고 영어로는 주피터라고 부른다. 제우스는 티탄 신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올림포스 신족을 개창한 뒤 형제들과 제비뽑기로 천하를 3등분해서 자신은 하늘과 기후를 관장하고, 포세이돈에게는 바다를, 하데스에게는 지하 세계를 배분했다. 하늘과 기후의 신답게 제우스를 상징하는 새는 독수리이고 주무기는 번개와 벼락과 천둥이다.


행성 중 목성의 이름도 제우스의 영어식 이름을 따라 주피터라고 부른다. 목성은 메티스, 이오, 유로파, 칼리스토, 가니메데 등 몇 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모두 제우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이나 인물의 영어식 이름이다.


가령 메티스는 지혜의 여신으로 제우스의 첫째부인, 이오는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다가 헤라의 질투 때문에 암소로 변한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유로파는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납치한 소아시아의 아름다운 공주이다. 또한 칼리스토는 제우스가 사랑한 숲속의 요정이고, 가니메데는 제우스가 납치하여 신들의 술 심부름꾼으로 삼은 트로이의 미남 왕자이다.


《신통기》에 따른 제우스의 7명의 아내

신들의 왕 제우스는 수많은 여신들이나 인간 여인들과 사랑을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제우스의 정식 아내는 총 7명이었다. 제우스의 첫째 아내는 오케아노스의 수많은 딸들 중 하나였던 메티스였다. 장성한 제우스는 티탄 신족들과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형제자매들을 집어삼킨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약물을 먹여 그들을 토해내게 했다. 메티스는 바로 제우스에게 그 약을 만들어준 은인으로 지혜의 여신이었다. 제우스는 줄곧 메티스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신들의 왕이 되자 그녀를 첫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여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얻었다.


제우스의 두번째 아내는 티탄 신족이자 법의 여신이었던 테미스였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에우노미아(질서), 디케(정의), 에이레네(평화)라는 계절의 여신 호라이 세 자매를 낳아주었다. 제우스의 세번째 아내는 티탄 신족 오케아노스의 딸 에우리노메였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우미의 여신이었던 카리테스 세 자매를 낳아주었다. 에우프로시네, 탈리아, 아글라이아라는 이름을 지닌 이 세 여신은 삼미신이라고도 부르며 마치 수행원처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따라다녔다.


제우스의 네번째 아내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를 낳은 데메테르였고, 다섯번째 아내는 아홉 명의 무사이 여신을 낳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였다. 무사이의 단수는 무사인데 영어로는 뮤즈라고 하며 예술을 담당했다. 제우스는 티탄 신족 레토 여신을 여섯번째 아내로 삼아 쌍둥이 남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두었다. 제우스는 마지막으로 헤라를 일곱번째 아내로 맞아들여 전쟁의 신 아레스, 청춘의 여신 헤베, 산파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 등을 두었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헤파이스토스도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이었다. 하지만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제우스가 혼자 자신의 머리에서 아테나를 낳자 헤라도 질투심에서 혼자 헤파이스토스를 낳았다고 한다.


제우스 유형의 남자와 그의 사랑법

제우스의 사랑은 철저히 정치적이고 계산적이다. 신화학자들에 의하면 제우스가 변신술을 이용하여 수많은 여성들과 사랑을 나눈 것도 정치적 계산에서였다. 제우스가 그렇게 많은 사랑을 하게 된 것은 원래 그리스 반도의 원주민들이 섬겼던 여신들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결혼정책의 소산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고려 태조 왕건이 호족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무려 29명의 왕비를 얻은 것과 비견될 수 있다.


그래서 제우스 유형의 남자에겐 결혼도 일종의 동맹일 수 있다. 한국 재벌 총수의 자식들의 결혼을 살펴보라.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가 아닌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다른 재벌총수의 자식들과 맺어지지 않는다. 제우스 유형의 남자에게 결혼은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으며 권력에 가까이 가거나 자신의 지배 영역을 넓히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그에게는 결혼도 사랑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신분상승이나 출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제우스 유형의 남자는 가슴과 머리 중 머리만 극도로 발달한 상태이다. 그가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냉혈안인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무시하고 억눌러왔던 감정의 세계에 눈을 돌려야 한다. 단단하게 빗장을 걸어두었던 가슴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살아야 한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계속해서 자신에게 하소연하고 비판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스 신들을 소재로 화가들이 그린 그림 중에는 제우스가 잠을 자면서도 왼손에 번개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이 있다. 제우스가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로 살았는지 잘 암시하는 그림이다. 자신도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듯하다. 제우스 유형의 남자도 제우스처럼 권력이나 돈이나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날마다 초긴장의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





냉철한 합리주의자 아폴론

태양, 이성, 예언, 궁술, 그리고 의술의 신

아폴론은 로마에서는 아폴로라고 불렀으며, 영어식 이름도 아폴로라고 부른다. 그는 제우스와 레토 여신 사이에서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으며, 태양을 담당했다. 아울러 태양의 밝은 빛은 이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폴론은 이성의 신이기도 했다. 아폴론은 또한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예언의 신이자, 활과 화살을 관장하는 궁술의 신이며, 의술의 신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폴론 신전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델피이다. 델피는 원래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신탁을 관리하던 곳이었다. 그 당시 가이아의 자식이었던 왕뱀 피톤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었고, 델피 신탁소의 사제 역할을 했으며, 예언의 능력도 있었다고 한다. 얼마 후 가이아는 델피의 신탁소를 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맡겼다.


제우스는 티탄 신족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뒤 제일 먼저 아폴론에게 델피를 접수하라고 명령했다. 델피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정보원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폴론이 델피 성소에 입성하려고 하자 피톤이 필사적으로 막았다. 아폴론은 이 싸움에서 녀석을 화살로 쏘아 죽이고 테미스로부터 평화롭게 신탁소를 넘겨 받았다. 델피는 아폴론이 왕뱀 피톤을 죽인 뒤로부터는 피토라고 불리기도 했다.


바티칸박물관의 벨베데레의 아폴론상

아폴론을 소재로 만든 조각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벨베데레의 아폴론상을 들 수 있다. 이 상은 BC 350-BC 325년에 원래 그리스 조각가 레아르코스가 청동작품으로 만든 것을 로마시대에 대리석으로 복제한 것이다. 벨베데레는 바티칸 베드로 성당 북쪽에 있는 교황의 여름 별장이름으로 15세기 이 작품이 발견된 이래 줄곧 그곳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 작품은 발견 당시 오른쪽팔 아래쪽과 왼손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부분이 수리되었다. 하지만 2008년 수리된 부분을 제거하고 제대로 고증하여 다시 복원하였다. 이 작품은 발견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로마시대에 복제품이 머리 하나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고대에는 그 평가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보나콜시가 밀랍모델을 만들어 청동제품을 만들고, 이어 1530년대에 이탈리아 동판화가 라이몬디가 동판화를 만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또한 뒤러의 1504년 작 아담과 이브에서 아담이 취한 포즈가 이 아폴론상의 포즈와 동일한 것을 보면, 뒤러가 그전에 로마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도 성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에 예수상을 그릴 때 이 아폴론상의 모습을 활용했다. 물론 정식으로 교황의 재가를 받아서 한 일이지만 예수상을 이교도 신상을 이용하여 만든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17, 18, 19세가 되자 벨베데레의 아폴론상은 현존하는 고대의 조각 작품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미술학계에서는 한때 그것을 그대로 본떠서 석고상을 만드는 일이 대유행이 되기도 했으며 아폴론상의 포즈는 수많은 조각이나 회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포즈의 본보기가 되었다.


특히 독일의 고전미학자 빙켈만은 이 작품을 고대 그리스 조각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했다. 독일 고전주의를 완성한 괴테도 1771년 헤르더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폴론의 벗은 조각상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으며, 자신의 몸에 수치심을 느껴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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