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실용음악과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
『실용음악과 졸업 후 뭐하지?』는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 자녀를 실용음악과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부모님, 실용음악과 재학생 및 졸업생, 그리고 실용음악이 궁금한 모든 이들을 위한 도서이다.
이 책의 저자 최영준 교수는 실용음악 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음악가로 보낸 25년 세월과 교육자로서 보낸 15년 세월을 공유함으로써 실용음악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참된 등불이 되겠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
■ 저자 최영준
*퓨전밴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의 리더
*오픈 스페이스 Factory 593의 대표
*UCSI University Institute of Music 전임강사
상명대학교, 청운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등에서 전임 교수를 한 적이 있다. MBC TV의 서세원, 손숙, 이재용 등의 토크쇼에서 밴드 마스터를 하였고, 음반 프로듀서로 또한 음반 회사 경영자로 활동하였다. MBC TV 판소리 서바이벌 광대전 자문위원과 전주 대사습놀이대회의 심사위원을 하였다. 미국 보스턴 소재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회사 중의 하나인 Analog Devices Inc. 연구원으로 Onkyo, Denon 등의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에 들어가는 SHARC칩을 MIT의 Berry Vercoe 그룹의 Extended Csound 카드로 현하는 일을 했다. 전자가야금, 전자해금, 스마트폰 악기와 국악 가상악기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특별 초청 작가로 인터렉티브 즉흥 음악인“ Live Coding” 공연을 하였다.
저서로는 『버클리스타일의 재즈피아노』『재즈찬송가 피아노곡집』『컴퓨터 음악 편곡법』『알고리즘 작곡법』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1. 입학을 하게 된 동기
음악이 좋은가? | 부모의 입장 | 세대 차이 | 슈퍼스타가 되어 잘 먹고 잘 살려는가?
2. 음악가
배고픈 음악가 | 신자유주의가 배고픈 음악가에게 미치는 영향 | 배부른 음악가
3. 착취당하는 음악가
착취당하는 음악가 | 국악의 늪에서 헤엄쳐 나오지 못하는 그대 | 기획사: 기획사의 허와 실 | 자전거 타기 | 포털사이트: 불합리한 수익 구조
4. 졸업 후 당장 먹고 살길
레슨, 학자금 상환, 생활 수단 | 10년 후에도 레슨…… 음악가인지, 생활인인지, 가정주부인지, 백수인지…… | 가격결정력의 마법 | 시간강사: 착취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 교수: 교육산업 먹이사슬의 포식자 | 예술가와 돈 | 예술가와 상업음악가 | 해외진출에 대한 정부의 지원
5. 잘못된 교육산업의 피해자
새로운 교육 채널 |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선진 교육 시스템 출현 | 입학과 동시에 데뷔 | 클래식과 재즈, 그 반목의 사회구조
6. 위기탈출 넘버 원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내 인생 주변의 이상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 | 음악가의 성장 단계 | 고급문화의 탄생 | 복수하고 싶을 때 | 죽고 싶을 때 읽으세요 | 시련을 벗어나고 싶을 때 | 삶이 두려울 때
7. 폭풍 속으로
빚에 관하여 | 음악 시장의 변화 | 음악장르의 블루오션을 찾아보자 | 배고픈 버클리 졸업생, 배부른 MIT 졸업생 | 우리가 맹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8. Vision of the Road(이 길의 비전)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 비전은 있니? | 인격의 완성을 위해 | 노력하는 사람들 | Action & Reaction(작용과 반작용) |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 뒷산 약수터와 개똥에서 얻은 지혜 | 아주 오래전 철학자들이 남긴 유산 | 시련을 벗어나고 행복해지는 방법
9. Wonderful Life(멋진 인생)
Wonderful Life (멋진 인생) | 행복한 음악가 | 밴드 리더의 자격 | 이치에 맞게 살다 즐겁게 죽자 | 자유로운 작곡가 | 성공한 음악가의 삶을 사는 방법
10. 희망을 버리고 살길을 찾자
음악의 미래 |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 희망을 버리면 살 구멍이 생긴다
당부의 말씀
글을 마치며
실용음악과 졸업 후 뭐하지?
입학을 하게 된 동기
슈퍼스타가 되어 잘 먹고 잘 살려는가?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로 대변되는 1999년 우리나라의 금융위기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으며 신자유주의 계급사회와 사라진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로 다가오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계급 사회가 도래하였고 이로 인해 신분 상승 사다리가 치워져 버렸습니다. IMF와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비정규직 법안 및 중견기업들의 부도로 인해서 일반 사람들은 잽을 연속으로 맞은 권투 선수가 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과 같은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더 이상 채취할 미네랄이 없어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이 되어 버린 거죠.
입시생들은 등골브레이커가 되고 부모는 오늘 내일, 노후에 대한 보장도 없이 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올인하면서, 지난 70~80년대를 살아 헤쳐 나오며 몸에 밴 "무한 경쟁" 방식을 다시 한 번 외치게 됩니다. 그나마 부모가 도와주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고 졸업 후 직장이 없는 학생들은 바로 신용 불량자가 되어 버립니다.
이때 혜성과 같이 TV에서 신분 상승할 수 있는 쉬워 보이는 방법이 매일 등장합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웃겨서 스타가 된 가수라면 단연코 "김건모"를 빼놓을 수 없지요. 그 이후로도 많겠지만요.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가 나와 별 하는 일 없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우습게 돈을 버는 모습을 보고, 나도 노래 좀 해서 실용음악과를 나오면 김건모 씨처럼 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건모, 신승훈, 윤상 등의 80~90년대 스타들이 연일 TV에 나와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더라!"고 떠들어 댔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신분 상승 사다리를 놓친 사람들은 이것도 길이겠구나 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슈퍼스타 K의 서인국, 허각, 존박, 장재인이 될 줄 알고 노래를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건모씨가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김건모 씨는 국악과 학생이었습니다. 서울예술대학은 국악과의 인원을 일부 나누어 88년에 실용음악과를 만듭니다. 당시 타 음악 대학교 교수님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애들에게 대학교육이 무슨 필요냐 하고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들에게 핀잔을 주었다고 하네요. 격세지감이랄까요? 실용음악과 700대 1의 경쟁률과 음악과의 몇 십대 1의 경쟁률은 현재 현명한 학부모와 입시생들의 변화된 관심사를 보여 주는 것이겠지요?
스타가 되고 싶은 실존적인 내면의 문제는 스타가 되고 난 이후의 신분 상승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TV를 통해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하며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유명 인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자기 집을 공개하고 자랑하는 연예인, 성공한 벤처 사업가 등 TV에서 그려지는 성공한 삶은 어떠한 모습인가요? 안락하고 깨끗한 서울 시내의 아파트와 외제 자동차, 웬만한 사고로는 위태로워지지 않을 통장 잔고를 보유한 모습입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실제적인 모습과 비교해서 "서로 창조하며 힘을 북돋아 주는 동반자가 되자. 음악을 할 수 있는 열정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라는 말들은 얼마나 추상적이고 초라해 보일까요? 고급 아파트와 외제 자동차로 그려지는 생활이 삶을 바라보는 기본 목적인지 수단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이것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인지 성취해야 할 목표인지도 말입니다.
졸업 후 당장 먹고 살길
예술가와 돈
예술가 혹은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그 음악을 해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느냐고 질문하는 것은 매우 실례가 됩니다. 이건 마치 영화인에게 그 영화로 어떻게 손익분기점을 맞추세요? 지난번 영화는 이익이 났나요? 하고 묻는 것 같은 질문입니다. 시인에게 시집 몇 권 파셨어요? 라는 것 같은 질문이지요.
이러한 질문에 순자는 『권학』에서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비루한 것을 묻는 자에게는 대답하지 말 것이며, 비루한 말을 하는 자에게는 묻지 말 것이고, 비루한 얘기를 하는 자의 말은 듣지 말 것이며, 다투려는 자와는 말씨름을 말 것이다."
예술가, 음악가에게는 다음 작품은 어떤 방향이 될까요? 아니면 이번 연주는 이랬는데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등의 질문이 정상적인 질문일 것입니다. 만일 부모의 입장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얼마 벌었니?"하고 물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너 그 음악 해서 계속 먹고 살 수 있겠니? 네가 좋으면 어쩔 수 없다만 각오는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요. 부모님의 조언은 진심 어린 조언이 분명하니까요. 그렇지만 만일 음악 하는 자녀의 부모님이 이 책을 보신다면 이런 류의 질문과 조언보다는 용기를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헬렌 켈러는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맞는 이야기 같아서 그럽니다.
예술가와 상업음악가
예술가와 상업음악가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상업음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예술가는 왠지 고급스럽게 들리고 샘플링과 카피가 난무할 것 같은 상업음악은 자극적으로 들립니다.
순수 음악을 하는 예술가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나만의 세계에 빠져서 내 음악만을 위해 살다 가면 그것으로 충분한 인생일까요? 이런 질문에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은 돈을 버는 예술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결국 순수 예술가와 상업음악가의 차이는 결국 돈을 벌고 못 버는 차이 같습니다.
순수 예술이나 상업음악이나 서로 자극적이고, 그 자극에서 무언가 주목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이들이 돈을 잘 버는 상업음악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손에 닿지 않는 포도를 신 포도라며 비난하는 것 같습니다. 상업음악가들의 능력에 미치지도 못하면서 그들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질투심, 그렇게 얻은 부는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 저주를 퍼붓는 소심함 등 순수예술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상업음악가를 저속하게 취급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배고픈 예술가가 상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돈 잘 버는 상업음악가를 단죄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서로 가는 길이 다름을 인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위기탈출 넘버 원
음악가의 성장 단계
보통 음악을 하기로 결정하는 시기는 아마 아동기나 사춘기일 것입니다. 실용음악과에 입학하고 졸업을 하는 것도 지학(志學), 즉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둔다는 바로 이 시기입니다. 특히 사춘기는 진학 경로를 정해야 하는 시기로 음악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불타오를 때이기도 하지요. 이 강렬한 의지는 비정상적일 만큼 높은 최근의 실용음악과 입시 경쟁률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아동기나 사춘기에 음악가로 진로를 정했다면 장년기에는 음악가로서 삶을 살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결혼, 자녀, 재산 증식을 이루고 중년기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책 내용 중에 경제적인 이야기를 너무 고집스럽게 많이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차례 자문도 해봅니다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삶 자체가 자본, 즉 돈 위에 서 있어야 하는 시스템이니 돈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음악 하는 젊은 친구들은 등골 브레이커가 되기 싫어요 하는 정도의 기초적인 충효 사상은 가지고 있지만 자기 앞의 생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고등학교에서 주입식교육을 받은 데다 실용음악과의 입시 특성상 실기에 주력하고 공부를 등한시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그 결과 내신 성적이 중/하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제가 입시 심사를 다녀본 여러 대학교의 실용음악과 입시생들은 내신 성적이 중/하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아이돌들이 TV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나는 공부를 별로 안 했다, 땡땡이 치고 음악 연습, 노래 연습을 했다"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학생들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입니다. 나도 음악 할 사람인데 이따위 국어, 영어, 수학 문제를 왜 열심히 풀어야 하지? 세종대왕님이 이러라고 국어를 어렵게 만들지는 않으셨을 텐데 왜 국어가 외계어로 다가오는 것이야...... 이런 실용음악과 졸업생 중 대다수는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고, 그 경우 장년기에 음악가로 살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만일 장년기에 이런 경제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하더라도 중년기에 이 문제는 다시 대두됩니다. 음악 하는 내 삶은 왜 이리 팍팍한 거야? 혹시 장년기에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음악가의 삶을 잠시 버렸다가 중년기에 자아성찰을 하며 음악을 다시 찾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수년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손닿지 않는 것에 손을 뻗고 싶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모르고, 대부분 강박적인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찾아오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단지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문득 깨닫고 보니 날마다 탄력을 잃어가는 마음이 오로지 괴로울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도 진지하고 올곧았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신카이 마코토, 초속 5cm 2007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사
그렇습니다. 올곧았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지고 선악이 불분명해지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되고 중년이 됩니다.
그런 반면 중년기에 자아성찰을 위해 다시 음악을 시작하여 최고의 작곡가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찰스 에드워드 아이브스(Charles Edward, 1874~1954)입니다. 그는 미국이 낳은 최초의 급진적 작곡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보험 사업가로도 유명하지요. 아이브스는 바쁜 하루가 끝난 밤중이나 주말 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작곡에 열중했는데, 신문도 읽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고, 음악회에도 다니지 않으면서, 오직 자신만의 독특하고 혁신적인 작곡법으로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티보다 먼저 대담한 기법을 쓰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다년간 이중생활을 하던 그는 53세에 회사도 버리고, 작곡도 버리고 은둔생활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완전히 세상을 버린 아이브스의 제3번 교향곡은 42년 만인 1946년에 초연되어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폭풍 속으로
음악 시장의 변화
음악시장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양적으로 성장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 음악시장의 변동이라면 CD에서 MP3, iTunes같은 디지털 시장으로 옮겨 간 것인데요, 아직도 LP를 듣겠다고 LP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나, 그래도 최소한 CD는 들어야겠다고 하는 분들은 CD를 수집하긴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LP나 CD같은 오래된 미디어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하네요.
유니버설 레코드, 지구레코드 등 시대를 장악하던 레이블이 멜론이나 iTunes로 옮겨갔는데, 지구레코드, 유니버설 레코드를 살려야 할 당위성이나 명분이 있는지도 의심입니다. 그렇다면 CGV나 메가박스에 희생당한 대한극장, 피카디리 등도 그렇지요. 근대 문화유산으로 되살려서 보존해야 하나요? 일부 전통문화 보전 방식처럼 지원을 해야 하나요?
이 지원과 역차별 문제는 문화차원의 일이니 개인의 투자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라는 것과 같은 주장인데, 과한 비약인지 모르겠지만 저축은행 파산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의 문제와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용음악과 졸업생의 예견된 실업 사태도 이 사건과 비슷한 공공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교육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도 정부의 관여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교육은 공공제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모든 국민 삶의 질이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예술 시장의 양적 규모는 그대로고 분배의 문제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음악 예술의 교육 시장만큼은 확장 추세입니다. 예술인 실업사태는 예견된 재앙이고 이제 그 전주곡이 시작되었을 뿐인데 실용음악 학과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일반인들이 신뢰하게 만들었듯이, 각 대학 평생교육원이 콘서바토리(음악원)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실용음악과 입시 지원자들에게 비슷한 신뢰감을 줍니다. 그렇다면 서울시내 유명 대학의 콘서바토리들은 어떻게 태어나게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법안을 두고 있는데 그중 실용음악과와 관련된 것이 대학의 총 입학정원규제 조치입니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 가능한 대학생의 총수를 규제하는 이 법안은 1994년도에 도입되었는데, 최근 연세대, 국민대, 세종대, 명지대 같은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학교에 실용음악과 및 유사 실용음악과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학과들은 대학교 학부가 아니고 대학교 부설 평생 교육원 산하의 평생 교육기관이거나 학점은행제 교육 과정이지만, 그 대학 총장이 수여하는 졸업장을 받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그게 그것 같아 보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평생 교육원이건 뭐건 간에 지원을 잘 받고 그 학교를 다닐 수 있다면 나쁜 일은 아니고요. 이 방법은 적법과 편법의 모호한 선상에 있으니 나쁘다 좋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학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 수도 늘어나고 있으니, 실용음악과 졸업생의 대량 실업은 예견된 사태이고 피교육자의 삶의 질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CD에서 MP3로 음악 시장을 옮겨가고 있고, 온라인 음원회사의 매출도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Streaming)이 더 많아지는 추세인데다가 이런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 온라인 음원매출 중 클래식보다는 팝과 재즈 등 실용음악의 매출이 많다 보니 교육시장도 그렇게 재편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음악 교육 시장은 클래식음악에서 실용음악으로 판도가 바뀐 겁니다. 버스 떠났어요.
모 대학의 보컬 전공 입시 경쟁률이 700:1 정도 된다고 하니 이 괴이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짧은 광풍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마땅한 신분 상승의 대안이 없는 이상 다른 학문보다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용음악과나 유사학과의 입시 광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한 저축은행 사태에 우리 음악가들을 빗대어 보자면,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현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학생들이 앞으로 겪게 될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서 문제의식을 길러 주어야 음악가들의 삶이 앞으로 더 비참해지는 일이 미연에 방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요즘 다행인 것은 국악이나 실용음악을 전공한 실업자들이 자연스러운 융합, 통섭으로 새로운 음악장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들 역시 다윈의 적자생존, 진화론의 한 측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는 합니다. 국악 전공자나 실용음악 전공자나 모두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거든요.
Vision of the Road(이 길의 비전)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 비전은 있니?
어른들이 묻습니다. "네가 하는 일에 비전은 있니?", "꿈이 무엇이니?" … 저도 물어 보고 싶습니다. 제가 늘상 하는 질문이기도 하구요.
죽을 만큼 음악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당신이 만든 음악들이 좋은 음악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당신은 이번에는 나한테 묻고 있습니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을 물었겠지요? 당신은 그 음악들을 음반사에 보냈겠지요? 당신은 당신의 음악을 남의 음악과 비교해 보기도 하고 음반사의 프로듀서가 당신의 노력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겠죠? 나는 이제 당신에게 그 모든 것을 제발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눈길을 외부로만 향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것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하고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신에겐 단 한 가지 길밖에는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십시오. 가서 당신에게 음악을 만들도록 명하는 그 근거를 캐보세요. 그 근거가 당신 심장의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고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음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것을 무엇보다 당신이 맞이하는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정말 음악을 해야 하는가?
위의 글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음악가에 맞게 고쳐 써본 것입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야기하지만 오늘도 또 다시 드는 의문. 나는 정말 음악을 해야 하는가? 해야지요. 좋은 작곡가가 되고 음악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을 보는 것이고, 그래서 릴케도 그에게 질문을 해온 신인 작가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것이죠.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은, 음악에 대한 여러분의 신념이 죽음과 바꿀 만큼 확고한지 하는 자세를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Wonderful Life (멋진 인생)
성공한 음악가의 삶을 사는 방법
성공이 무엇일까요? 그것을 얻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달려 나갑니다. 성공에는 명성과 지위, 혹은 금전적 보상이 따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람들은 돈에 가장 최고의 가치를 두곤 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면 10분도 되지 않아 상대방의 직업을 물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은 당신 재산이 얼마나 되나 하고 대놓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뭐 하세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통해 우월감과 기쁨을 느낍니다. 성선설, 성악설을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상대방의 부족함에 우월감을 느끼며 기뻐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크다는 인간의 본질은 통계적으로 입증이 되었으니 말이죠.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행을 대하면 자신이 그 덫에 빠지지 않았음을 감사하여 행복을 느낀다고 하네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일례로, 동료와 내가 함께 임금이 오르는 것보다는 동료의 임금이 나보다 낮아지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낀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다시 직업 문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직업이 의사나 변호사라고 하면 경제적인 안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공에 가깝게 보입니다. 음악을 한다고 하면 우선 머리를 갸우뚱합니다. 말로는 문화가 국력이다. 문화 콘텐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양반과 노비의 계급이 없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도 말입니다.
예술가, 즉 창조자 그룹은 항상 자본가의 착취를 받는 노동자 그룹입니다. 대다수의 음악 예술가들은 현대 사회가 표면적으로는 양반과 노비가 없는 사회라 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삶의 가치를 앞서 말한 성공과는 다른 예술적인 완성을 성공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누군가 직업이 음악가라고 하면 머리를 갸우뚱하며 내가 당신네 예술가보다는 금전적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나는 당신보다 성공한 인생이야라며 상대적 만족감을 느끼거나 혹은 그 이상의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참으로 상대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음악가를 비롯한 예술가를 만난다면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하셨나요?"라거나 "다음 작품 계획이 무엇이세요?"라고 물어 보는 세련됨을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현대의 공교육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에 살고 있으므로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우리가 스티브 잡스나 박근혜 대통령이 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사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만 지난 몇 십 년간 교육이나 매체에서는 그것을 이룬 사람들만 보여줘 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존감의 상실을 맛봅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이 대답은 앞서 길게 이야기하며 들려 드린 것처럼 매우 어려우며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다만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예술 작품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열반의 삶 혹은 모든 것을 주께 맡기는 신도의 삶이 되지 않고서는 이 성공의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듯싶습니다. 그러므로 행복한 음악가, 성공한 음악가의 삶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더 한번 도전해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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