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하늘에서 바다를 연구하다

   
유주형 외
ǻ
지성사
   
8000
2020�� 12��



■ 책 소개


세계 최초 정지궤도 해색위성 천리안 1호!
하루에 한 번 관측했던 극궤도 해색위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실시간 자료 수집이 가능해지다!

세계 최초의 해색위성 정지궤도 천리안 1호! 약 36,000킬로미터 고도에서 지구를 공전하면서 하루에 한반도 주변 해역을 중심으로 동북아 해역 2500킬로미터×2500킬로미터의 면적(대한민국의 약 60배)을 고정 관측하고 있다.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에서 바로 수신된 자료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 해양관측위성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유일한 기관인 해양위성센터의 연구진들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이 책은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에서 보내온 위성 영상 자료를 과학적 자료로, 기상 자료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게 어떻게 연구진들이 보정하고 분석하는지를 독자 눈높이에 맞춰 핵심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위성 자료와 이를 보정한 자료들을 비교하는 사진을 비롯해 위성에서 관측한 다양한 사진 자료는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기술 개발에 뜻을 둔 많은 청소년들에게 도전해볼 만한 가치와 용기를 북돋아주기에 손색이 없다.

■ 저자 유주형
저자 유주형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전 지질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에서 지구물리 분야로 석사를, 원격탐사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Helmholtz Zentrum Geesthacht 연구소(전 GKSS Research Centre)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쳤으며, 미국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방문과학자로 지냈다. 2003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전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 대학교(UST)와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과학기술전문대학원(OS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원격탐사를 이용하여 연안이나 해양에 대한 분석기술 개발과 활용 연구에 관심이 있으며, 약 120여 편의 국내외 논문을 발표했다.

■ 저자 안재현
저자 안재현은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뒤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전자에서 그래픽스 관련 연구 개발로 경력을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위성센터로 이직한 뒤 해양 광학 분야에 입문, 안착하게 되었다.

그 이후 삶에서 가족이 1순위이고 그다음으로 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천리안 해양위성 시리즈의 알고리즘 개발과 검증에 몰두하고 있으며, 지금은 천리안 해양위성 관련 연구가 삶의 일부분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국내외 많은 관련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의 해색위성 개발 자문과 학술지의 편집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여는글
1. 우주에서 바다를 연구할 수 있다고?
인공위성과 바다 / 개성 넘치는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 위성은 왜 다양할까?

2. 천리안 위성의 특별한 눈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 바다 색의 비밀 / 바닷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 위성에서 얻을 수 있는 바닷물의 정보는?

3. 천리안 위성으로 더 또렷하고 정확하게
영상 자료의 보정 / 해수 반사도를 정확하게: 복사보정 / 위도와 경도 정확하게 맞추기: 기하보정과 영상 이어 붙이기 / 위성과 바다 사이의 방해 신호 제거하기: 대기보정 / 바다 색으로 바닷속 정보 알아내기 / 위성 자료가 잘 맞는지 확인하기

4. 천리안과 사람들
해색위성의 역사와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 천리안을 만든 사람들과 해양위성센터 / 천리안 덕분에 / 해양관측위성 천리안 1호의 성공과 천리안 2B호의 개발

참고 문헌
그림에 도움 주신 분

 




천리안, 하늘에서 바다를 연구하다


우주에서 바다를 연구할 수 있다고?

개성 넘치는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지구 관측위성은 남극과 북극을 따라 지구 주위를 돌며 지구 전체를 관측하는 극궤도 위성이 대부분이다. 그 밖에 지구의 특정 지역만 지속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지표 약 36,000킬로미터 높이의 고도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정지궤도 위성도 있다.


위성 이름에 왜 ‘정지’라는 낱말을 붙였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정지라는 것은 멈췄다는 뜻인데, 정지궤도 위성은 정말로 하늘 위에 멈춰 서 있는 것일까? 사실 궤도 위에서 위성이 정지하면 곧바로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런데 왜 한군데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일까?


이는 지구에서 관측하는 나와 위성이 회전하는 각속도가 같기 때문이다. 지구는 하루에 팽이처럼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한 바퀴 자전하고, 위성은 지구 둘레를 하루에 한 바퀴 돌도록 고도를 조정했기 때문이다(<그림 1>). 이 높이의 고도를 정지궤도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 360도 자전하고, 위성도 하루에 360도로 지구 둘레를 일정하게 공전하므로 회전하는 거리가 아닌 단위 시간 동안에 회전하는 각도, 즉 각속도가 같다. 따라서 지구 위에 서 있는 내가 보기에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위성으로 한 지역을 계속 관찰해야 하거나 지구상의 한 지점에서 끊임없이 위성과 통신하며 자료를 주고받으려면 정지궤도 위성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같은 지역의 날씨를 집중적으로 관측하는 기상 위성이나 매일 위성 TV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통신위성이 대표적인 정지궤도 위성이다.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바다를 관측하기 위해 정지궤도에서 위성을 활용한 사례가 없었다. 극궤도 위성보다 약 50배나 멀리 떨어져 있어 원하는 자료를 얻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27일에 발사된 천리안 1호는 정지궤도 위성에 세계 최초로 해양관측센서 GOCI(Geostationary Ocean Color Imager)를 탑재하여 정지궤도에서 한반도 주변 바다를 매시간 가시광선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극궤도 위성이 목표 해역을 하루 한 번 사진을 찍는다면 천리안 1호는 해양관측 탑재체 GOCI로 하루 8번 촬영하여 동영상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의 위성과 비교하여 아주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천리안 1호의 해양관측 영역은 비록 지구 표면의 1.2퍼센트에 지나지 않지만 황해 주변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 인간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따라서 전 지구 해수면 평균 수온 상승 속도보다 3.5배가 높은 해역이다. 동해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바다 전체가 거의 닫힌 형태이기 때문에 지구 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이는 기후변화를 연구하기에 아주 적합하여 전 지구적 환경 변화의 지표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천리안 위성의 특별한 눈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빛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우리가 눈으로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빛이 관찰 대상에서 반사 또는 산란되어 우리 눈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천리안 해양관측위성도 햇빛이 없으면 바다를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암막 커튼을 친 캄캄한 온실 속의 붉은 장미를 생각해 보자. 장미를 보려면 먼저 온실에 친 커튼을 걷어야 한다. 곧이어 온실 안으로 들어온 빛이 장미에 반사된 후 우리 눈에 도달해야 비로소 장미가 보인다.


무지개에서 볼 수 있듯이 빛은 한 가지 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파장이 다른 여러 가지 색으로 되어 있다. 온실 속으로 들어온 백색의 태양 빛이 장미에 닿으면 대부분의 색은 꽃잎에 흡수되고 유별나게 붉은색만 튕겨 나와 우리 눈에 붉게 보인다.


왜 붉은색만 나오는지는 각각 물질의 광학적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빛이 튕겨 나오는 현상을 ‘빛의 반사’라고 하는데, 이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이다. 우리가 물체에서 다양한 색을 느끼는 이유는 빛이 사물에 닿을 때 흡수 또는 반사되는 파장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물체 표면에서 빛이 흡수되면 눈에 도달하는 빛이 줄어들고, 빛이 반사/산란되면 눈에 도달하는 빛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나뭇잎에 있는 광합성 색소인 엽록소는 청색과 적색 파장을 흡수한다. 그러면 나머지 색 가운데 흡수가 덜 된 녹색 파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튕겨 나와 우리 눈에 도달하게 되어 나뭇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마다 흡수하고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면, 이와 반대로 색 측정장치(파장대 별로 빛의 세기를 재는 분광측정기)로 물체의 반사 특성을 측정하여 그 물체가 무엇인지 추리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인공위성에서 원격으로 바다 색을 측정하여 분광기로 분석해 보면 어떤 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이 가시광을 이용한 위성 원격 탐사의 기본 원리이다.


참고로, 빛은 광자라는 알갱이들의 다발을 뜻한다. 광자가 나아가다 물체 표면에 충돌하여 사라지면 ‘흡광’ 현상이며, 방향만 바꾸어 튕겨 나가면 ‘산란’ 현상이다. 만약 물체 표면이 거칠어 광자가 여러 방향으로 산란이 일어나면 이를 ‘난반사’라 하고, 산란 후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정반사’라고 한다.


위성에서 얻을 수 있는 바닷물의 정보는?

우리는 바다 색을 관측하는 해양 탑재체로 바닷물에 포함된 주요 성분 물질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어서 바다 색의 정보와 해양 지식을 활용하여 어디에서 식물플랑크톤이 많이 생겨났는지, 바다에 떠 있는 유·무기물이 어떤 종류인지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바다에서 가장 많은 생물량을 차지하는 식물플랑크톤을 탐색하면 해양생태계의 환경변화는 물론 기후변화를 분석할 수도 있다. 식물플랑크톤은 육지의 식생(풀과 나무 등)처럼 1차 생산자이자 1차 생산량의 대표 지수이기 때문에 이들의 모여 있는 군집 분포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하면 바다에 사는 생물들의 환경이 좋아지는지 또는 나빠지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육지의 나무가 그렇듯 바다의 식물플랑크톤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을 계속 관찰하면 이산화탄소의 순환과 관련한 기후 변화를 중·장기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다가 탁해지는 정도인 탁도와 수질 변화, 적조 발생, 녹조/갈조의 이동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관측할 수도 있다.



천리안 위성으로 더 또렷하고 정확하게

영상 자료의 보정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으로부터 온 첫 영상 자료는 원시적인 자료로 전문가 외에는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정보들로 가득하다. 이를 목적에 적합한 영상으로 바꾸려면 여러 가지 보정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각각의 색(파장대wavelength band, 줄여서 밴드)에서 디지털 값으로 촬영된 빛의 세기 영상을 정확한 밝기 값으로 바꿔 주는 복사보정, 영상의 위치를 정확한 지구의 위도와 경도 위치로 맞춰 주는 기하보정, 16개 해역으로 나누어 촬영한 한반도 주변 영상을 하나의 영상으로 이어 붙이는 영상 붙이기(슬롯 합성), 바다와 천리안 해양관 측위성 사이를 채운 대기(大氣)의 영향을 제거하여 정확한 바다 색을 찾아내는 대기보정, 마지막으로 각 파장대별 신호 값으로 바닷물 속의 다양한 물질 정보를 계산하는 과정으로 나뉜다. 그럼 각각의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자.


해수 반사도를 정확하게: 복사보정

디지털 카메라로 광고 사진을 찍거나 영화를 촬영할 때는 조명이나 촬영 설정들을 조정하여 원래 모습보다 더 멋지게 표현한다. 우리가 보통 휴대전화로 찍은 셀카 사진 등에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을 좀 더 예쁘게 만드는 데, 이를 영상보정이라 한다.


하지만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에서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보정’으로는 정보를 분석할 수 없다. 색을 통해 바다를 관찰하려면 바닷물에 반사된 정확한 빛의 세기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꾸미거나 왜곡됨이 없어야만 한다.


이때 분석을 위해 디지털 값으로 저장된 영상을 색깔(밴드)별로 정확한 밝기로 계산하는 과정을 복사보정이라 한다.


그렇다면 천리안에서 얻은 영상을 어떻게 보정해야 정확한 밝기를 알아낼 수 있을까? 아무 의미 없는 디지털로 저장된 값을 광학적인 빛의 세기로 바꾸려면 인공위성 발사 전 실험실에서 디지털 값과 밝기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이 상관관계 값을 ‘복사보정계수’라고 한다.


그러나 영상 감지기(image sensor)는 우주에서 우주선 등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도(빛을 느끼는 정도)가 둔해지므로 영상 품질이 떨어지고, 원래의 복사보정 계수도 점차 변한다.


위성 발사 후에 실험실 복사보정을 할 수 없으므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정확한 바다의 빛세기(광도)를 현장에서 측정하고, 대기 중의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고체와 액체 입자들) 농도를 알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태양빛이 대기를 통과하여 다시 위성으로 되돌아왔을 때의 밝기를 이론적 계산을 통해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측정한 밴드(파장)별 바닷물의 정확한 빛세기와 에어로졸 농도 정보들을 대량으로 저장한 뒤 이를 이용하면 위성에서 관측될 밝기를 이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데, 이 예측 값과 실제 위성 관측 값을 비교하면 더욱 정밀한 복사보정계수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대리 교정이라 한다.


이 대리 교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0.5퍼센트 이하의 오차율로 복사보정을 마무리한다. 아주 엄격한 기준에서 본다면 영상 감지기의 각 화소(pixel, 영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사각형 모양의 작은 점들)별로 감도나 잡신호 특성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 복사보정은 모든 화소 각각에 적용된다.


위성과 바다 사이의 방해 신호 제거하기: 대기보정

위성에서 관측된 광신호가 정확하게 보정이 되어도 문제가 남아 있다. 이는 위성에서 관측하고 분석하는 색과 밝기(광신호)가 모두 바다에서 올라온 신호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아주 멀리 있는 산을 보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희뿌옇게 보인다.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더 뿌옇게 보인다. 이렇게 뿌옇게 보이는 대기 신호는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에어로졸이나 공기 분자 등으로 산란되어 발생한 것이다.


우주에서 바다를 관측할 때도 마찬가지로 위성과 바다 사이에 희뿌연 대기 신호가 섞이게 된다. 이 신호는 실제로 바닷물의 빛세기보다 너무 강해 바다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 상태에 따라 이 흐린 정도가 시시각각 달라져서 영상 분석에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바다의 광신호와 대기의 빛이 섞여 있는 전체 광신호에서 대기의 광신호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제거하고 바다의 순수 광신호만을 분리해 내는 과정을 대기보정이라고 한다.


위성에서 바다를 보았을 때 빛세기는 실제 바다의 빛세기보다 약 10배 가까이 밝기 때문에 조금만 틀려도 오차가 커져 매우 정확하게 대기보정을 해야 한다. 대기의 빛세기를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압의 세기뿐 아니라, 대기의 구성 성분까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나 위성에서 얻은 신호는 오직 색깔별 빛세기만 있고 다른 정보는 없다. 여기에 대기보정의 어려움이 있다.


대기의 주요 구성 성분은 크게 분자 상태의 공기 입자와 미세먼지나 대기 오염물 등이 합쳐진 에어로졸 입자로 나누어진다. 공기 입자의 경우 분자 종류에 따라 산란광의 세기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압 정보만 있으면 빛세기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로졸 입자는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 이 입자들이 일으키는 산란광의 세기를 추정하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대기에 의한 산란광 세기를 추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만약 바다 위 한 지점이 먹물처럼 검은색을 띤다면 바닷물 신호는 없을 것이고, 위성 관측 신호는 모두 대기 신호일 것이다.


실제로 가시광 영역에서는 이런 검은색 바다는 없다. 그러나 근적외선 파장대로 바다를 보면 바닷물의 강한 흡광작용으로 마치 검은색처럼 어둡게 보인다.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에서 근적외선(745mm~865mm 파장대)을 활용하여 에어로졸의 농도와 종류를 알아내면 다시 가시광 영역에서 에어로졸의 빛세기 신호를 이론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위성에서 측정한 각 밴드별 모든 광신호에서 에어로졸 신호와 공기 분자에 의한 광신호를 제거하면 대기보정된 오직 바닷물만의 신호를 얻게 된다.



천리안과 사람들

해색위성의 역사와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약 20년 동안 해양 과학자들에게 가장 놀라움을 안겨준 위성은 아마 해색위성일 것이다. 1978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해색위성인 CZCS(Coastal Zone Color Scanner)를 개발하여 궤도에 올렸다.


원래 목적은 연안 해양환경 감시였지만, CZCS 위성으로 전 지구 식물플랑크톤의 분포를 알게 되면서 해양의 식물플랑크톤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기후변화 연구에 강력한 도구로 떠올랐다.


CZCS 위성은 약 8년간 활동한 후 1986년 수명을 다했지만 연구를 이어갈 후속 위성이 없었다. 10년 후인 1996년 일본이 ADEOS(ADvanced Earth Observing Satellite; Midori) 위성에 OCTS(Ocean Color Temperature Scanner) 해색 탑재체를 개발하여 발사했으나 1년도 못 되어 태양 전지판의 구조적 문제로 전력 고장을 일으켜 운영이 중단되었다.


1997년 8월 미국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에서 SeaWiFS(Sea-viewing Wide Field-of-view Sensor) 위성을 개발해 발사에 성공하면서 해색위성을 활용한 연구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후 연속된 해색위성 시리즈인 MODIS(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VIIRS(Visible Infrared Imaging Radiometer Suite) 1호와 2호 등이 성공적으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SeaWiFS를 비롯한 기존의 해색관측 위성들은 모두 전 지구를 관측하는 극궤도 위성들이라 하루 1회만 관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해양환경에서 한 해역의 시간적인 변화를 좀 더 자주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 해색관측 위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정지궤도는 극궤도에 비해 약 50배 멀리 떨어져서 지구 환경을 관측하기 때문에 극궤도와 동일한 성능으로 관측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0년 우리나라에서 천리안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위성 개발 전문가들과 해양관측위성 활용 전문가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이 꼭 필요한지 반신반의했던 많은 사람들도 운영 성과를 보고 나서야 그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천리안 1호는 해양관측위성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한 번에 바꾸어 놓았다. 또한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해양관측위성 개발 연구를 이끄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자료는 해양영토 관리뿐만 아니라 모든 해양 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전 지구적인 변화나 넓은 지역에 걸친 해양 연구 등 우리 눈으로 한 번에 볼 수 없는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동시에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의 매시간 촬영 기능으로 실시간 해양관측이 가능하게 되었고 해양 연구뿐만 아니라, 육상과 대기 관측 분야에까지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처럼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의 활용 분야는 엄청나게 다양하며 무궁무진한 연구 주제와 해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에 힘입어 NASA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 기획을 현재 추진 중이다.


천리안 덕분에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으로 기존 극궤도 위성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바다의 많은 현상을 관측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하루 2회 발생하는 밀물과 썰물의 바다 흐름에 따른 해양환경의 변화, 해양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적조와 녹조/갈조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해색 원격탐사의 기본 산출 자료라 할 수 있는 식물플랑크톤, 부유 물질, 용존 유기물 정보 등도 충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밖에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의 장점인 한 시간 간격의 빠른 촬영 주기는 바닷물의 이동 방향과 속력, 폐기물 투기 선박, 해빙, 해무 등을 관측하는 데 유용하여 실제로 활용되었고, 24시간 같은 지역을 관측하는 정지궤도의 특성에 따라 황사, 화산 폭발, 산불, 태풍, 유류 유출, 쓰나미, 폭설과 같은 재해/재난 모니터링도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지만 그중 과학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거나 중요한 내용을 몇 가지 알아보자.


부유 물질과 조석 작용

강은 육지에서 흘러 들어온 많은 것을 바다로 옮겨 간다. 육지의 토양이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기 전 하구에 쌓이는데, 이 토양이 바닷물의 움직임에 따라 바닷물에 섞여 넓게 퍼진다.


우리나라 서해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길고 누런색 강이란 뜻의 황허(黃河)와 연결되어 있다. 황허는 이름 그대로 엄청난 양의 황토를 나르는 강으로, 이 강이 서해로 흘러들면서 바다 색깔도 누런색을 띤다. 서해를 다른 말로 누렇다는 뜻의 한자 황(黃)을 붙여 황해(黃海)라고 부르는 것은 황허에서 싣고 온 흙 색깔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황해의 바닷물이 탁한 이유는 육상에서 흘러든 부유 물질 때문이다. 부유 물질이란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는 물질로, 부유 물질을 관측하면 밀물과 썰물 등에 따른 바닷물의 이동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황해는 밀물과 썰물 때의 바닷물 높이 차인 조차(潮差)가 매우 크다. 세계적으로 황해처럼 밀물과 썰물의 조차가 큰 해역은 거의 없다.


특히 인천 앞바다로 대표되는 경기만은 최대 조차가 약 9미터에 이르며 광범위한 면적에 바닷물의 부유 물질 농도가 높고 갯벌이 드넓게 발달했다. 갯벌은 조석(朝夕) 간만(千滿)에 따라 잠기거나 드러나기를 되풀이한다.


조차가 큰 만큼 바닷물의 이동량이 많아 부유 물질이 대량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러한 현상은 한 시간 간격으로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의 부유물 농도 분석 영상을 통해 관측된다. 다음의 <그림 17>과 <그림 18>의 시간별 위성 분석 영상 자료에서 시간에 따라 급변하는 경기만 해역의 부유 물질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육상에 있는 많은 펄과 모래를 비롯한 퇴적물들이 하천을 거쳐 바다로 흘러든다. 따라서 강 하구 부유 물질의 농도 변화를 오랫동안 위성 관측으로 분석하면 퇴적물들이 어디로 이동해서 어디에 쌓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육상 기원 오염물질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할 수 있다.


적조 이동에 따른 하루 동안의 적조 농도 변화

식물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면 적조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현상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증식을 멈추고 썩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식물플랑크톤이 한꺼번에 광합성을 한 탓에 적조 현상이 벌어지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고갈되기도 하고, 일부 유해성 적조 종들의 독성으로 물고기와 조개 등의 어패류가 질식사 또는 폐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적조도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으로 관측할 수 있다.


적조가 발생하면 바닷물이 주로 붉은색이나 검붉은색으로 변하는 등, 적조를 일으키는 종의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데,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으로 이를 알아낼 수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1995년 이후 유해성 적조가 점차 대규모화, 광역화,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이 발사된 후부터 자세히 관측할 수 있었다. 2013년 8월 13일에 촬영된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영상에는 포항 연안부터 울릉도, 독도까지 퍼진 유해성 적조인 코클로디니움(Cochlodinium)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물속에서의 수직 이동에 따라 표층에서의 적조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행히 2015년 이후로 한반도 근해에서 대규모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발생하지 않지만, 아직까지 무해성 적조는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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