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같은 소리 하네

   
데이브 레비턴(역: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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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퀘스트
   
15000
2018�� 07��



■ 책 소개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국회의사당의 헛소리 대행진!
과학을 조작하는 정치인들의 12가지 수법과 이를 간파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정치인들은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때때로 과학을 교묘하고 조심스럽게 조작한다. ‘진짜 강간이라면 임신할 리 없다’는 이상한 말로 낙태를 금지하려고 한 전 하원의원 토드 아킨부터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지어낸 말”이라고 트위터에 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 책은 과학을 탈을 쓴 거짓말과 헛소리를 12가지 유형으로 나눠 일반 대중이 조작된 과학을 쉽게 간파하고 이에 반박할 수 있게 돕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끼치면서도 정치인들이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이라는 면죄부로 가짜 과학을 퍼트린다면, 우리도 이제는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 저자 데이브 레비턴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슬레이트 등에 글을 쓴다. 뉴욕대학교에서 과학 저널리즘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며 공인들의 발언을 점검하는 FactCheck.org에서 근무했다.

 

■ 역자 이영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쌤통의 심리학》《걸 온 더 트레인》《실례합니다만, 매너를 지켜 주시겠어요?》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들어가는 글

 

1. 지나친 단순화-확신은 대개 무지에서 나온다
2. 체리피킹-과학은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3. 아첨과 깎아내리기-마술사는 양손으로 트릭을 쓴다
4. 악마 만들기-다 저 사람들 탓이다
5. 블로거에게 떠넘기기-인터넷은 넓고 미꾸라지는 많다
6. 조롱과 묵살-겨우, 애걔, 고작, 별것 아니네
7. 문자주의적 논리-야구공은 누가 던졌을까
8. 공적 가로채기-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
9. 확실한 불확실성-두 손 놓고 있으라는 주문
10. 철 지난 정보 들먹이기-인간적으로 떠난 버스는 잊자
11. 정보의 와전-결국은 아무 말 대잔치
12. 순수한 날조-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

 

결론 : 고의적인 침묵
주석
찾아보기

 




과학 같은 소리 하네


체리피킹-과학은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오클라호마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제임스 인호프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국회 모임을 오랫동안 이끌어왔다. 이 비공식적 단체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화당의 비주류에서 주류로 떠올랐다. 인호프는 기후학의 사기성을 주장하는 연설을 수도 없이 했고,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을 줄이기 위한 법안들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했으며, 국제사회의 협상까지 방해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26일, 인호프는 상원회의장에 눈뭉치를 하나 가져왔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밖에서 가져온 눈뭉치랍니다. 지금 밖은 아주, 아주 추워요. 계절에 안 맞게 말이죠.” 그런 다음 상원의장에게 눈뭉치를 잡아보라며 던졌다. 추위와 눈이 계절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떠나서, 단 하나의 데이터(추운하루, 한 번의 눈보라, 눈뭉치)로 더 일반적인 관점을 증명하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유형의 논리적 오류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익숙한 오류일지도 모른다. 바로 ‘체리피킹’,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서 취하고 더 큰 증거를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체리피킹’은 여러 형태를 띤다. 그중 인호프의 눈뭉치는 ‘일화 증거의 오류’의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 눈보라가 치거나 뉴욕이나 시카고에 며칠 동안 한파가 몰아닥칠 때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때다 싶어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떠들어댄다. 그들은 반대되는 증거 앞에서는 입을 꼭 다문다. 기후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면, 다시 말해 기온이 극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매일의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고ㆍ최저 기록은 변칙적이다. 우리가 ‘기후’라고 부르는 장기적 추세와 달리 단기적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2월 26일 하루가 아주 춥거나 아주 덥다고 해서 그날이 장기적 동향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계의 기후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구의 기온을 측정한다. 그중 하나가 지상에 있는 수천 개의 기온 관측소다. 온도계 하나만 있는 곳도 있고, 좀 더 복잡한 기구를 갖춘 곳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바다에 부표를 띄우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배의 엔진 기계 안에 온도계를 정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방법이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위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기권의 최하층인 대류권을 포함해 다양한 고도의 기온을 복잡한 기구들로 예측한다. 이들 기온 측정 방식은 저마다 다른 오류를 내포하기 때문에 수정과 조정이 필요하다.


‘체리피킹’은 이 책에서 다룰 오류 중 가장 광대하게 쓰인다. 정치인들은 어떤 과학적 쟁점에 흙탕물을 튀기고 싶을 때 여러 버전의 ‘체리피킹’기법을 사용한다. 기후학 세계에서는 거의 단골손님이다. 지구온난화는 말 그대로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아주 광범위한 문제다. 기온부터 빙하 소실, 기상이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쟁점과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에 제동을 걸려고 마음먹은 정치인은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다.


전 알래스카 주지사이자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이며 어록 제조기이기도 한 세라 페일린은 2015년 여름 오바마 대통령이 알래스카주를 방문한 것을 비난하면서 이 책략을 구사했다. 페일린은 CNN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오바마가 줄어드는 빙하를 보러 간 것을 두고 전체 상황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초 이래 지구가 겪은 주기적인 변화, 즉 기상 변화를 나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상 변화를 인간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오바마는 여기에 와서 빙하를 보았고 줄어드는 빙하 하나를 가리켰다. 하지만 이곳에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빙하도 있다. 그런데 오바마는 그 사실을 무시한 채 빙하를 기상 변화의 한 사례로 이용했다.”


빙하를 체리피킹한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정작 페일린 자신도 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면 빙하가 눈으로 몸집을 늘리는 양보다 녹는 양이 더 많을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실제 관측 결과도 그렇다. 그런데 오히려 몸집이 커지는 빙하도 있다. 공기가 더워지면 그 안에 더 많은 습기를 품을 수 있어서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많아진다. 그런데 기온이 별로 높지 않아 여름에 녹는 빙하의 양이 겨울에 불어나는 양보다 많지 않은 지역에서 강수가 강설의 형태로 나타나면 빙하는 더 커진다. 따라서 페일린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커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빙하를 선택해서 지구온난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굉장한 ‘체리피킹’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빙하 대다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알래스카주 빙하에 관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얼음이 해마다 75기가톤씩 사라지고 있다. 1기가톤이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들릴지 몰라도 이는 10억 메트릭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게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해보고 싶다면, 아프리카 코끼리 1억 마리나 흰수염고래 600만 마리 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3천 채를 상상하면 된다. 기온 상승이 일부 빙하의 질량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쳐두고라도, 이 놀라운 수치들은 페일린의 주장이 ‘체리피킹’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페일린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단 하나의 사례로 더 큰 추세를 반박하려 들거든 이것이야말로 나쁜 과학의 전형적인 특징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 부부가 부엌에 앉아 모닝커피를 즐기고 있다. 집 저쪽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린다. 깨진 창문 근처에 야구공이 하나 있고, 두 아이가 멀찍이 앉아 있다. 책을 읽는 척하며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는다. 아버지가 한숨을 쉰다. “안다쳤어?” 아이들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가 묻는다. “창문 너희가 깼니?” 아이들은 당당하게 고개를 든다. “아니요!” 부모는 서로를 마주 보며 눈썹을 추켜세운다. “안 깼다고? 그럼 누가 깼는데?” “야구공이 깼어요. 우리가 아니라.” 엄밀히 따지면 아이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야구공이 유리창을 깼다. 이 풋내기 논리학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문자주의적인 논리를 폈다. 유치한 예처럼 들리겠지만, 정치인들은 자기에게 편리할 때 바로 그런 전략을 사용한다.


최근의 사례라면 뭐니 뭐니 해도 미국에서 한창 시끄러운 정치적 쟁점인 프래킹에 관련한 발언이다. 상원의원 제임스 인호프는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기법인 프래킹을 둘러싼 규제 및 입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949년 이후 오클라호마주는 프래킹 규제에 앞장서왔으며, 미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직 지하수 오염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이 발언은 근본적으로 ‘야구공이 유리창을 깼다’와 다를 바가 없다. 바로 ‘문자주의적 논리’전략이다.


우선 프래킹이 뭔지 알아보자. 프래킹은 ‘수압파쇄’의 약칭으로, 지하 심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추출해내는 기법이다. 프래킹의 원리는 바위를 깨뜨려 작은 틈에 숨어 있는 석유와 가스를 빼내는 것이다. 먼저, 전통적 방식으로 석유ㆍ가스를 추출할 때와 거의 비슷하게 유정을 판다. 그런 다음 수천 갤런의 물과 모래, 그리고 화학 물질을 조합해 만든 프래킹 유체를 유정 안으로 보낸다. 그러면 압력을 받은 암반이 부서지면서 가스와 석유가 새어나오는데, 그 석유와 가스를 지표면으로 끌어올린다. 인호프가 보도자료를 낼 즈음엔 국유지나 부족민의 땅에 새로 판 유정의 90퍼센트가 프래킹 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호프의 발언은 국유지와 부족민의 땅에 판 유정과 관련해 내무부가 발표한 규제에 대한 응답이었다. 규제로까지 이어진 주된 쟁점이자 프래킹을 둘러싼 좀 더 전반적인 논쟁거리는 수질오염이다.


프래킹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일부는 상수도에 충분한 양이 축적되면 우리 건강에 분명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구토, 복통, 현기증, 졸음, 경련, 빠르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 사망(함량이 아주 높을 경우). 첫 몇 시간은 이렇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을 비롯해 온갖 심각한 건강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정으로 흘려보내는 물질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으니, 수질오염 사례가 생긴다 해도 그 원인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오염이 발견될 때마다 석유산업계와 그 정치적 동맹자들은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런 방해공작이 있었지만, 프래킹과 석유ㆍ가스 개발 산업에서 비롯한 수질오염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래킹이 식수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인호프의 발언이 있고 나서 환경보호청은 마침내 프래킹과 수질오염에 대해 그때까지 밝혀진 사실을 요약한 보고서를 발표했고, 다양한 메커니즘이 식수 오염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석유ㆍ가스 시추가 식수에 끼치는 위험한 영향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다양한 오염경로를 모두 살펴보고, 모든 사고 경위서와 오염물질 유출 사례, 시멘트 포장의 결함을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집스레 ‘문자주의적 논리’를 쓰는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단 하나의 과정, 단 하나의 오염경로에 초점을 맞춘 다음, 어떤 문제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바로 제임스 인호프가 한 일이다.


핵심은 용어다. 인호프는 구체적으로 ‘프레킹’을 언급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하 1.5킬로미터 아래에 있는 암반을 깨뜨려 물과 모래, 프래킹 유체를 주입하는 기법 자체를 의미한다. 유정 시추, 깨진 바위로부터 가스 추출 지표면에서 이뤄지는 작업(뻔질나게 오가는 트럭과 프래킹 유체, 끌어올려지거나 다른 유정으로 주입되는 폐수 등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어떤 과정의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에 대해 완벽히 옮은 주장을 했으니 인호프는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프래킹에 대해 그런 주장을 펼친 이유가 프래킹뿐만 아니라 석유ㆍ가스 시추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망라한 규제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인호프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프래킹 작업 과정에만 집중하거나, 석유ㆍ가스 시추 작업의 전반적인 환경을 이야기하거나. 이것이 바로 ‘문자주의적 논리’의 특징이다. 넓은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사안을 어느 한 측면이나 엄격한 정의에 선택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프래킹 같은 복잡한 쟁점에서 이 수법을 간파하기란 아주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을들은 가스 시추에 대해 잘 모르고, 규제와 단속 증가에 따른 이득에 관한 정밀한 논의보다 “오염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말 한마디가 이해하기 훨씬 쉽다.


‘문자주의적 논리’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논점의 구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단어 선택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인의 한 특정 측면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누가 야구공을 던졌지?



확실한 불확실성-두 손 놓고 있으라는 주문

정직한 과학자라면 자신의 연구분야가 완성됐다거나 완벽한 합의에 이르렀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법을 찾지 못했고, 은하계를 빛의 속도로 여행할 수 없으며, 생명의 기원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과학에 절대적이고 완벽한 100퍼센트 증거란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어떤 문제에 행동을 취하는 것을 미루거나 반대한다. 바로 ‘확실한 불확실성’ 수법이다. 짐작하겠지만, 이 책략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논쟁에서 반복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사용된다. 기후학은 본디 진흙탕처럼 흐리멍덩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넓고 기후는 복잡하니 그걸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수많은 난관에도 기후와 그 변화에 관해 엄청나게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미 지구 기온이 섭씨 1도 정도 올랐고 앞으로 몇 년, 몇 십 년 안에 훨씬 더 높아질 거라는 온난화 분석은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온난화의 거의 대부분을 인간이 초래했다는 사실 역시 절대 깨지지 않을 결론이다. 앞서 말했듯이 기후학은 광범위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쟁점이 많다. 첫 사례로, 2000년 대선토론에서 15년을 건너뛰어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존 엘리스 ‘젭’ 부시의 발언을 보자. “몇 퍼센트를 인간이 초래했고 몇 퍼센트가 자연발생적인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단히 난해한 문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과학적으로 확실하다고 말하는 건 아주 오만한 짓이다.” 인간이 온난화를 초래했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하지”않으며, 과학은 “대단히 난해”하다. ‘젭’ 부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의문을 제가함으로써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틀렸다. 지구 온난화에 인간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가에 관해서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밝혀졌다. 귀띔하자면, 거의 전부다.


어떤 기상현상(이 경우엔 기온 상승)의 원인을 판단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주된 방식은 지문 분석 또는 지문 연구다. 특정 활동이 기후 시스템에 남기는 고유한 흔적, 즉 인간이 세상에 새긴 자국을 찾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컴퓨터 모델의 예측과 실제 관측결과를 비교한다. 컴퓨터 모델들은 기상현상을 복제하려고 시도하는 복잡한 시뮬레이션이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이 중 다수를 사용한다. 이 모델들을 통해 연구자들은 예측변수들을 더하고 빼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다.


정부간협의체는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나 태양의 활동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구체적인 기온 변화를 추산하려 했다. 그들이 찾아낸 답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가 목격한 온난화는 모두 인간이 초래한 것이며, 자연적 변동과 태양복사 같은 다른 원인은 본질적으로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지구는 더워졌다. 우리가 그 원인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 탓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이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가 실제로 얼마나 더워지고 있는지, 인간의 활동이 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면서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마지막 부분은 그 자체로 ‘확실한 불확실성’ 수법의 한 유형이다.


‘확실한 불확실성’ 전략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쟁점에서 가증 흔히 사용되기는 하지만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초반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는 모든 6학년 여학생에게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받게 했다. 몇 달 후 분노한 텍사스 주의회는 주지사의 계획을 맹비난했고, 그런 명령의 시행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을 발의한 하원의원 데니스 H.보넨은 HPV백신 접종 명령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어린 소녀들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유형의 눈속임이 대개 그렇듯, 이 발언도 아주 그럴듯하게 들린다. 효과도 제대로 모르면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주사를 맞히다니! 하지만 우리는 그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백신의 목적은 특정 유형의 HPV 전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성 활동을 하는 거의 모든 남성과 여성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험한 변종은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백신의 효과로 HPV 감염을 줄이면 해마다 수만 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의 효험을 평가할 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백신 접종 후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HPV가 유발하는 암은 20대 초반에 발병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암이 예방됐는지 아닌지 알 수 있으려면 10년은 지나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백신의 효력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미 2007년에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이 효과적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


가다실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머크 소속의 과학자들이 2005년 10월에 퓨처Ⅱ라는 대규모 연구의 결과를 발표했다. 15~26세 여성 1만 2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가다실의 아주 높은 효험이 증명됐다. 백신을 접종한 그룹에서 자궁경부상피내신종양이 발견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서도 증거가 나왔다. 2005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가다실과 아주 비슷한 다른 백신이 10~14세 여자아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엔 과학적 근거는 명백했고 그 후로 점점 더 명백해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남자든 여자든 성 활동을 시작하기 전의 어린 나이에 HPV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결국 HPV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은 과학보다는 성 생활과 도덕에 관한 논쟁의 연장선이었다. 현재로서는 백신의 효험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하원의원 보넨의 주장은 자신의 이념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는 ‘확실한 불확실성’의 또 다른 특징이다. 


정치인들은 자기에게 편리할 때에만 ‘확실한 불확실성’ 카드를 꺼내든다. 정치적 기회주의다. 과학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갖는다. 모든 측정, 모든 실험, 모든 이론과 가설은 과학과 이해력의 적대적 한계 안에서 증명된 것들이므로 어느 정도 오차가 있게 마련이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점을 지적하는 건 소신이 아니라 연막작전일 뿐이다.



순수한 날조-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

전 미주리주 하원의원 토드 아킨은 낙태시술 제한에 강간 피해자를 예외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선, 의사들은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말한다. 진짜 강간이라면 여성의 인체가 모든 걸 차단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진짜 강간”은 많은 정치계 수장들의 반과학적인, 그리고 많은 비평가의 경해에 따르면 반여성적인 시각을 상징하는 문구가 돼버렸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터무니없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 대다수는 금방 헛소리라고 알아들었다. 이는 ‘순수한 날조’의 전형적인 예다. 사실 관계도 따지지 않고 합리적이거나 이해 가능한 출처도 없이 ‘과학적인’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자신의 주장이 논리에 맞든 맞지 않든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고 믿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아킨의 “진짜 강간” 발언은 뒤집기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냥 헛소리니까. 강간이나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나 임신으로 이어질 생물학적 확률은 똑같다. 난자를 수정시키려고 나팔관에 들어온 정자가 달갑지 않은 손님이라는 걸, 그로 인해 만들어진 배아는 폭력의 결과로 예기치 않게 생겨난 것이니 자궁에 착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인체는 모른다. 토드 아킨이 뭐라 하든 간에 사람의 몸은 그렇게 생겨먹었다. 아킨이 발언은 금세 각계각층의 조롱을 받았고, 이 타격으로 그는 미주리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떨어졌다. 과학에 대한 허위발언이 사회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킨이 실언한 뒤로 몇 년 동안 미국에 만연한 ‘강간문화’는 대학 캠퍼스 같은 곳들에서 중점 쟁점이 됐다. 어떤 사람들은 아킨이 여성 인체의 생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그 문화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흔히 성에 관한 쟁점에서 최악의 면모를 드러낸다. 성적 성향과 관련해서 특히 그렇다. 벤 카슨 박사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2015년 초반의 인터뷰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을 20세기 중반의 인권투쟁에 비유하는데 반대했다. 인종은 자기 뜻대로 결정할 수 없지만, 동성애자가 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CNN의 크리스 쿠오모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카슨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많은 사람이 이성애자로 교도소에 들어가지만 나올 때에는 동성애자가 되어 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뻔하다.” 허무맹랑한 소리다. 교도소에서 성적 성향이 바뀌니까 동성애는 선택사항이다? 카슨은 자기 말이 진실이라고 우겼지만, 그의 주장을 증명할 증거는 전혀 없다.


우선, 논점을 벗어난 교도소 부분은 무시하고, 성적 성향과 선택의 문제에 관한 과학적 사실은 뭘까? 아직은 정답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쟁점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적 성향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택이 아니라면 뭘까? 지난 몇 십 년 동안의 여러 연구가 증명하듯, 성적 성향에는 유전적 요소가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좀 더 최근에 다른 연구자들은 우리의 성적 성향이 자궁 내에서 ‘후생적’ 효과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궁 내의 호르몬 노출 차이가 특정 유전자들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고, 그 유전자 스위치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성적 성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성적 성향에 거의 틀림없이 유전적 요인이 있으며, 성적 성향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교도소 언급은 ‘순수한 날조’이지만 참 설득력 있게 들린다. 카슨의 교도소와 동성애 선택의 문제가 이미 알려진 사실인 양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을 자신만만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성적 성향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알리면 이 엄청난 인권문제를 극복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MMR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처음 생긴 이유는 예방접종이 아이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0여 년 동안 반증이 나왔지만 백신이 신경이나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2011년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미셸 바크먼은 HPV 예방접종과 관련된 한 일화를 소개했다. “문제는 아주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오늘 밤 토론이 끝나고 한 여성이 내게 눈물을 흘리며 다가왔다. 자기 딸이 그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백신 때문에 딸이 지적 장애아가 됐다고, 이렇게 아주 위험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바크먼이 언급한 그 여성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바크먼의 목표는 사람들을 겁주어 생명을 구해줄 백신 접종을 막는 것이었다.


MMR이나 HPV 백신이 어떤 종류의 심각한 정신장애나 지적 장애를 유발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아주 안전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여느 약물처럼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백신들은 전반적으로 아주 순하다.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있긴 해도 아주 드물어서 인과관계를 확정지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계가 백신의 위험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한 건 아니다. 진지하게 연구했고, 백신 접종이 상당히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을 미룬다는 건 백신이 표적으로 삼은 질병에 아기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의미다. 백신 접종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백산 접종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독소’를 주입하려는 거대한 음모 따위는 없다. 백신은 과학의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로 한 세기 넘게 한 해에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추산으로는 단 20년 동안 73만 2천 명의 아이들이 백신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 자녀들에게 예방주사를 맞혀야 한다, 늦지 않게.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지만 ‘순수한 날조’를 경계해야 한다. “진짜 강간”아리는 둥 교도소에서 성적 성향이 바뀐다는 둥 터무니없는 얘기가 들리면 일단은 의심해봐야 한다. 그리고 백신 같은 쟁점을 둘러싼 꽤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들리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출처를 찾아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그걸 바라지 않겠지만,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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