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처음인데요

   
마쓰바라 다카히코(역:이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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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B
   
16000
2018�� 01��



■ 책 소개

 

물리를 싫어하는 사람을 사로잡은 흥미로운 물리학 입문서

 

저자 마쓰바라 다카히코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이 물리학을 싫어하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원인을 사람들이 어려운 물리학 계산 때문에 고통 받았던 경험에서 찾았다. 그래서 저자는 복잡한 계산이 아닌 일상적인 언어로 물리학을 설명한다.

 

이 책은 고전물리학의 탄생 배경과 물리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킨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성립되는 과정까지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학 역사를 개괄한 책으로 보면 오산이다.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가 진짜”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실 이것은 물리학의 궁극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물리학은 아주 오랜 시간,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이런 점에서 물리학은 인문학적이다.

 

■ 저자 마쓰바라 다카히코
1966년생으로 교토대학 이학부를 졸업한 후 히로시마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고야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준교수를 거쳐, 현재 KEK(고에너지 가속기 연구기구) 교수다. 2012년에 일본천문학회에서 주는 하야시주시로상을 받았다. 저서로 《우주에 바깥쪽은 있는가》《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현대우주론》《우주론의 물리(상·하)》《대규모 구조 우주론》《우주의 탄생과 종말》《우주의 암흑 에너지》 등이 있다. 

 

■ 역자 이인호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한편으로 글밥아카데미 일본어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10년 후, 이과생 생존법》 《문과 출신입니다만》 《과학 인문학으로의 초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공역) 등이 있다.

 

■ 차례
추천하는 글
들어가며

 

제1장 물리학은 아름답다
신기하게도 세계는 존재한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요소로 분해한다
물리학은 아름답다
물리학이란 어떤 것인가
물리학의 이상과 현실
계산은 물리학의 본질이 아니다

 

제2장 천상 세계와 지상 세계는 똑같다
천상 세계와 지상 세계
천동설과 지동설
원운동에서 벗어나다
갈릴레오의 천체 관측
뉴턴과 근대 물리학
물체가 지구의 중심까지 떨어지지 않는 이유
원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
다양한 힘의 근본

 

제3장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질을 계속 나누다 보면 어떻게 될까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 작은 원자
화학 반응식과 원자의 존재
원자가 존재할 것 같은 이유
원자론과 통계 역학
원자의 수를 세다

 

제4장 미시 세계로 들어가다
기본적인 물리 법칙
원자와 전자의 관계
러더퍼드의 모형
플랑크의 대발견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
원자 속의 양자
보어의 양자조건

 

제5장 기묘한 양자의 세계
하이젠베르크와 행렬 역학
슈뢰딩거 방정식
양자역학의 해석
확률에 지배당한 세계
본질적인 불확정성
신비로운 관측의 순간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위그너의 친구
양자역학은 완전한가
비상식적인 양자역학
수많은 세계가 있다는 해석
 비상식적인 생각을 받아들이다

 

제6장 시간과 공간의 물리학
시간과 공간이란 무엇인가
전기와 자기의 정체
진공 속에서 작용하는 힘
진공 속을 퍼져 나가는 파동
에테르는 존재하는가
시간과 공간에 관한 상식을 버리다
뒤섞이는 시간과 공간

 

제7장 시공간이 낳는 중력
중력의 정체
휘어지는 시공간
이는 올바른 이론인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론
미지의 세계에 응용하다

 

제8장 물리학이 나아갈 길
낡은 우주관에서 새로운 우주관으로
현대의 입자물리학
양자론과 중력
중력을 양자화할 수 있는가
우주와 미지의 물리 법칙
물리학의 미래

 

나가며
참고문헌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물리학은 아름답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요소로 분해한다

물리학은 비현실적이라고

물리학은 이 세계가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는지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질서 있는 현상을 가능한 많이 찾아내고 철저하게 조사한다. 따라서 물리학 연구에서는 되도록 단순한 상황을 가정하고, 이 상황을 정확히 표현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를 이해하지 않은 채 물리학을 배우기 시작하면 물리학을 비현실적인 상황만 가정하는 학문으로 오해하고 말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은 자기 인생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품는다.


고등학교 물리 수업을 떠올려 보면, 공기저항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물체를 던지면 어디에 떨어질지 구하라는 등 당최 쓸모없어 보이는 계산을 한다는 인상이 있다. 물리학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이는 오해다.


물리학의 본질은 현실 세계의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현상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복잡한 채로 이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대신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요소로 분해한 다음 하나씩 이해하면 훨씬 수월하다. 가령 손에 든 공을 머리 위로 수십 센티미터 던지는 정도라면 공기저항의 영향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를 무시해도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 즉, 공기저항이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물체가 날아가는 현상을 단순한 법칙으로 풀어내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력과 공기저항은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공기저항의 영향은 절대 0이 아니다. 프로 골프 선수가 공기저항을 무시하며 경기를 진행하면 결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골프공이 몇십 미터나 날아가는 상황에서 공기저항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과 공기저항의 영향을 동시에 생각하면 문제가 대단히 복잡해진다. 하지만 사실 이 두 가지 요인은 따로따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공을 위로 던졌을 때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의 중력에 의한 현상이며, 공기저항은 공기가 공의 운동을 방해하는 현상이다.


공기저항을 무시하고 중력만 작용하는 상황을 연구하면 중력의 성질을 알아낼 수 있다. 한편으로 중력을 무시하고 공기저항만 작용하는 상황을 연구하면 공기저항의 성질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두 가지 힘의 성질을 각각 알아낸 다음 이를 합치면 중력과 공기저항이 둘 다 작용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상적인 상태에서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알아낸 다음 이를 조합함으로써 현실적인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리 법칙은 게임의 규칙과 같다

물리학에서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이유는 뭘까? 왜냐하면 그것이 현실의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요소로 분해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수법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요소로 분해하고 관찰한 다음에 그 현상의 배후에 있는 질서를 밝혀낸다. 과학은 이런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단순한 질서를 물리 법칙이라고 한다. 물리 법칙은 이 세계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가에 관한 규칙이다. 물리를 게임으로 비유해 보자. 어떤 게임이든 반드시 규칙이 있고 게임은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이 세계는 물리 법칙이라는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 같은 것이다. 다만, 그 규칙이 공개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자연을 관찰해 규칙을 찾아내야만 한다. 자연계의 올바른 규칙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물리학이 하는 일이다.


바둑이나 장기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규칙 자체는 간단해도 이를 조합하면 무수히 다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바둑알을 놓는 규칙은 단순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바둑을 두는 것은 매우 복잡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한 수많은 상황만 놓고 보면 매우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잘 관찰하다 보면 게임의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 관찰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잘못된 규칙을 옳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관찰하면 그 규칙에 반하는 상황을 찾아내고, 규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리 법칙을 찾을 때도 똑같다. 자연계를 충분히 관찰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잘못된 법칙을 옳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계속 관찰하면 그 법칙에 반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고 법칙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규칙을 이해한 것만으로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물론 복잡한 현상 뒤에 있는 단순한 질서를 밝혀냈다 해도, 그 복잡한 현상을 즉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는 것과 그 게임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기본적인 법칙을 알아내는 것과 그 법칙이 복잡하게 조합되어 이루어진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다만, 게임에서 이기려면 최소한 게임 규칙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바탕으로 복잡한 게임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물리학에서도 기본적인 법칙을 바탕으로 복잡한 세계가 존재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세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물리의 기본적인 법칙부터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법칙을 아는 일과 복잡한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일 사이에는 상당히 큰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무슨 일이든 우선 기초부터 쌓아야 한다.


하나하나의 현상은 단순한 질서를 지니고 있다 해도, 그러한 현상이 여러 개 모여서 매우 복잡한 현상을 이룰 수 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복잡한 세계는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질을 계속 나누다 보면 어떻게 될까

물을 계속 반으로 나누기

학교에서 배우기에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실감하기 힘든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다채로운 세계가 사실은 종류가 유한한 여러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때때로 우리는 물질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물 1L, 다시 말해 물 1kg을 반으로 나누면 500g이 된다. 물 500g을 반으로 나누면 250g이다. 이런 식으로 물 1kg을 10번 반으로 나누면 1g이 조금 못 되는 무게로 줄어버린다. 여기서 10번 더 반복하면 1mg이 못 되는 무게가 된다. 물 1mg은 물방울 하나의 30분의 1 정도 분량이다.


이렇게 양이 줄어 버려도 물은 여전히 물이지, 다른 무언가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얼마든지 더 나눌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으로 물을 계속 반으로 나누다 보면 언젠가는 물 분자 하나가 남아서 더는 나눌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상태에 이르려면 물 1L를 85번 반으로 나누어야 한다.


2배로 불리기를 85번 반복하기

85번이나 반으로 나누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하기 위해서 반대로 작은 것을 2배로 불린다고 생각해 보자. 쌀 한 톨을 2배로 불리면 쌀 두 톨이 되고, 한 번 더 2배로 불리면 4톨이 된다. 이를 10번 반복하면 1,024톨이 되며, 무게로 따지면 약 20g 정도다. 2배로 불리기를 10번 반복할 때마다 1,024배가 되므로, 85번이나 반복하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이에 관해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의 오토기슈(주군 곁에서 말 상대를 하는 관직 - 옮긴이)인 소로리 신자에몬에게 상을 내리겠다면서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신자에몬은 첫째 날에 쌀 한 톨, 둘째 날에 쌀 두 톨, 셋째 날에는 쌀 네 톨이라는 식으로 매일 전날의 2배만큼 쌀을 내려 달라고 청했다.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보니 다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85일 동안 반복하면 마지막 날에 받을 쌀의 양은 10의 21제곱수kg이다. 이만큼의 쌀이 있으면 전 세계 인구 73억 명이 매일 쌀을 서 홉씩 6억 년 이상 먹을 수 있다. 부피로 환산하면 10억km3인데, 이는 지구 전체의 바다 부피와 비슷하다.


원자는 엄청나게 작다

반대로 말하면 지구상의 바닷물을 모두 쌀로 바꿔서 이를 85번 반으로 나누면 쌀 한 톨이 된다는 뜻이다. 반으로 나누기를 85번 반복하면 이만큼이나 양이 줄어 버린다. 지구에 있는 바닷물 전체 중 쌀 한 톨만큼의 비율이 바로 물 1L 중 물 분자 하나의 비율과 같다. 원자와 분자의 세계가 얼마나 작은지 약간은 실감이 났을 것이다.


이처럼 원자의 세계는 몹시 작다 보니,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원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오늘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사실 원자의 존재가 밝혀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의 물리학

시간과 공간에 관한 상식을 버리다

상식을 버린 아인슈타인

이제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 그는 20세기 이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킨 물리학 혁명에서 홀로 수많은 공적을 남긴 천재였다. 아인슈타인은 진공 속에서 나아가는 빛의 속도가 누구에게나 일정하다는 맥스웰 방정식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맥스웰 방정식은 물리의 기본 법칙이다. 기본 법칙은 언제 어디서는 성립해야 한다. 서로 운동하고 있는 두 관찰자가 있을 때, 어느 쪽에서나 맥스웰 방정식이 성립한다. 맥스웰 방정식뿐만 아니라 모든 물리의 기본 법칙은 관측자가 운동하든 말든 성립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 빛의 속도는 누가 측정해도 일정해야 한다. 빛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쫓아가면서 측정하든 빛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측정하든 항상 결과는 같다. 이는 비상식적인 일이지만, 실험 결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에테르의 바람이 부는 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이 실패했을 때도 에테르는 존재하지만 속도를 측정할 수 없을 뿐이라며 이것저것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오히려 상식을 버렸다. 알게 모르게 당연한 전제로서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상식이다. 아인슈타인은 애초에 속도란 어떤 개념인지부터 다시 되짚어 봤다.


속도란 무엇인가

속도, 즉 빠르기에 관해서는 초등학교 때 배운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이동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눈 결과가 속도다. 빛이라면 1초에 30만km를 이동하므로 초속 30만km가 된다. 이때 빛을 초속 10만km로 쫓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멈춰있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 사람은 1초 후에 10만km 앞에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빛은 1초 후에 30만km 앞에 있을 것이므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과 빛의 거리 차이는 1초 후에 20만km가 될 것이다. 즉 빛과 이를 쫓아가는 사람의 거리가 1초 만에 20만km 벌어졌다. 속도가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인 이상,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때 빛을 쫓아가는 사람이 측정한 빛의 속도는 초속 20만km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이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어떤 사실이 있다. 바로 움직이는 사람과 멈춰 있는 사람이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는 가정,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은 멈춰있는 사람에게도 움직이는 사람에게도 똑같다는 전제다.


시간과 공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식에 바탕을 둔 추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초속 30만km이어야 하므로, 이 추론이 틀렸다고 해야 앞뒤가 맞는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관찰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비상식적인 이론을 펼쳤다. 이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시간과 공간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이 아니며,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즉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이론이 상대성이론이라 불린다. 특수란 말이 붙은 이유는 훗날 아인슈타인이 중력까지 포함하여 일반화한 일반상대성이론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초속 30만km로 멀어지는 빛을 초속 10만km로 쫓아가는 사람은 멈춰 있는 사람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한다. 그래서 멈춰 있는 사람 눈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빛과 초속 20만km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도, 움직이는 사람은 그와 다른 시간과 거리를 경험하므로 빛의 속도가 똑같이 초속 30만km로 측정되는 것이다.


로런츠 변환이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멈춰 있는 사람과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 공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발견된 수식은 비교적 단순했으며 ‘로런츠 변환’이라 불린다.


이 수학적 관계식은 네덜란드 물리학자 헨드릭 로런츠가 에테르를 전제한 낡은 이론에 따라 이미 유도해 낸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관계식을 전혀 다른 곳에서, 즉 시간과 공간 자체가 상대적이라는 관점에서 유도해 냈다.


로런츠 변환에 따르면 서로 움직이고 있는 관측자의 시간과 공간은 서로 뒤섞여 있다. 그 결과 멈춰 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지상에 있는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로켓에 탄 사람을 보면 마치 동영상을 천천히 재생하는 것처럼 느리게 보인다. 게다가 움직이는 사람의 길이가 진행 방향으로 줄어 보인다. 서 있는 사람이 위를 향해 매우 빨리 움직이면 키가 줄어 보인다는 뜻이다. 이 현상을 로런츠 수축이라고 한다.



물리학이 나아갈 길

물리학의 미래

환원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물리학을 기본 법칙 탐구라는 시점에서 살펴봤다. 사실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관점이라는 문제도 있다.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기본 법칙을 알아냈다 해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두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본 입자가 모두 기본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해도, 실제 현실 세계는 수없이 많은 입자가 모여 이루어져 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기본 법칙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복잡한 현상이라도 따지고 보면 기본 입자의 움직임으로 환원시킬 수 있으므로 기본 입자의 법칙을 알아내면 모든 현상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물리학의 ‘환원주의’라고 불리며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원리적으로는 확실히 수많은 기본 입자의 움직임을 기본 법칙만으로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방대한 계산이 필요하다. 조금 입자가 늘어나기만 해도 현실적인 시간 내에는 정확히 계산할 수 없게 된다. 기본 법칙으로 현실의 복잡한 현상을 모두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기본 입자가 따르는 기본 법칙을 안다고 해서 세계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대 물리학은 연구 대상에 따라 매우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있다. 기본 입자와 기본 법칙을 탐구하는 분야는 입자물리학이다.


원자핵은 몇몇 기본 입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래도 원자핵의 거동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조금 입자의 개수가 늘어난 것만으로도 서로 복잡하게 연관되어 버려서 전체적으로 보면 기본 법칙만으로는 쉽게 예언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진 원자도 마찬가지다. 양성자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는 양자역학을 통해 수학적으로 엄밀한 해로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전자를 2개 지니는 헬륨 원소만 봐도 수학적으로 엄밀한 해를 구할 수 없다. 탄소와 산소 등 전자를 여러 개 지니는 원자는 당연히 더 어렵다. 원자가 아닌 분자에 관해서는 상당히 귀찮은 양자역학 방정식을 간신히 근사적으로만 풀 수 있다. 따라서 수없이 많은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거동을 기본 법칙으로 모두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지 알 수 있다.


기본 법칙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현상

게다가 입자가 수없이 모인 물질의 거동은 입자 자체의 법칙과는 무관할 때가 많다. 가령 열 현상을 다루는 ‘열역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열역학은 어떤 물질에서든 성립한다. 즉 물질이 어떤 입자로 구성되어 있든, 그 입자가 어떤 기본 법칙을 따르든 상관없이 성립한다. 또한 기체와 액체 등 흐르는 성질을 지닌 물질의 거동을 다루는 ‘유

체역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유체역학에서도 대상 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든 어떤 기본 법칙을 따르든 상관없이 성립한다.


이처럼 기본 법칙과 상관없이 수많은 입자가 모임으로써 보편적으로 성립하는 물리 법칙도 존재한다. 이러한 법칙은 각 입자에 대한 기본 법칙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현상을 나타내고는 한다. 즉 물리 법칙 중에는 구성 요소가 따르는 법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기본 법칙만 알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단순한 사고방식으로는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기본 법칙 탐구에는 끝이 없다

모든 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기본 법칙 탐구라는 목표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물리 법칙이란 소수의 법칙으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현대 물리학 이전에는 뉴턴 역학의 운동 방정식, 만유인력의 법칙, 맥스웰 방정식 등이 해당하였다.


이러한 이론의 틀 속에서는 기본 법칙 자체가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물리학이란 몇몇 기본 법칙을 이용해 그 밖의 다양한 현상이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학문이며, 그 기본 법칙 자체는 무조건 성립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기본 법칙인 줄 알았던 것이 훗날 더 기본적인 법칙으로 설명될 때도 있다. 뉴턴 역학을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으로 설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는 기존 기본 법칙이 새로운 기본 법칙으로 대체된 것뿐이므로, 결국 기본 법칙 자체가 왜 성립하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가령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공간이 어떤 식으로 휘어지는지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으로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기본 법칙이므로

왜 그것이 성립하는지는 일반상대성이론 안에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방정식도 기본 법칙이다.


만약 어떤 형태로든지 양자 중력 이론이 완성되면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슈뢰딩거 방정식을 설명할 수 있는 더 기본적인 법칙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사 그런 법칙이 발견된다 해도, 법칙 자체가 성립하는 이유를 그 이론 속에서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의 이론을 향한 꿈

‘모든 것의 이론’은 이론물리학자의 최종 목표다. 자연계에는 네 가지 힘이 있으며, 이들은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른 법칙을 따른다. 기본 입자의 표준 모형에서는 그중 전자기력과 약한 상호 작용에 관한 법칙이 한 가지 통일된 이론으로 정리되어 있다.


나머지 두 가지, 즉 강한 상호 작용과 중력에 관한 법칙은 통일되지 않은 채 각각 별개 이론으로 존재한다. 네 가지 힘 중 두 가지를 통일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를 확장해서 네 가지 힘을 전부 하나의 법칙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이론이 있다면, 이는 이 세상 모든 기본 법칙을 내포하는 이론이다. 기본 법칙으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의 관점에 따르면, 이는 원리적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인 셈이다.


모든 것의 이론은 필연적으로 양자 중력 이론을 포함해야 하지만, 중력의 양자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모든 것의 이론의 후보로는 끈 이론, M이론 등이 있다. 원래 이 이론은 강한 상호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 입자 대신 끈을 도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중력으로 보이는 힘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어쩌면 완전한 양자 중력 이론이 아니냐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아예 모든 것의 이론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기대만 앞서고 있으며 최종적인 이론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재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것의 이론에도 의문은 남는다

하지만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말에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처럼 보이지만, 이는 모순을 품고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말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라면, 자기 자신이 옳은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옳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는 없다.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빗대면 알기 쉬울 것이다. 한 사람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다 해도, 증거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처럼 어떤 이론이 옳다는 사실을 그 이론 내에서 증명할 수는 없다. 이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 수학적 사실이다.


모든 것의 이론이라 불릴 만한 것이 있더라도, 그 이론 안에는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기본 법칙이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 이론이 있다면 모든 것의 이론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본 법칙이 왜 성립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즉 모든 근본적인 의문이 풀리고 더는 탐구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이론은 존재할 수 없다.


정상과학과 패러다임 전환

오늘날 다양한 의문이 잇달아 해소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물리학에 관한 수수께끼가 곧 전부 해결되어 버려서 이후로는 응용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다. 물리학은 그런 진부한 결말을 맞이할 학문이 아니다. 물리학 연구과정을 되돌아보면 눈앞에 있는 의문을 하나씩 해명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었다.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 발전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바로 정상과학 단계와 패러다임 전환 단계다. 패러다임 전환 단계란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것처럼 기존 수단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상황을 타파하여 새로운 연구의 틀을 만들어 내는 단계다. 한편으로 정상과학 단계란 양자역학이 확립된 후 이를 확장하고 다양한 현상에 적용하는 등의 연구가 진행되는 단계다.


정상과학 단계에서는 순조롭게 연구 성과가 축적되어 간다. 하지만 영원히 이 단계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이윽고 이론 고찰과 실험 검증이 벽에 부딪힐 때가 온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발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시 근본적인 사고방식을 뒤집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이어서 새로운 정상과학 단계가 시작된다.


요란한 과학 뉴스를 경계해라

과학 뉴스를 보다 보면 마치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기라고 한 듯한 연구 성과가 소개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모두 정상과학의 범주다. 언론은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어휘를 늘어놓고, 연구자는 연구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쓴다.


하지만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은 바로 알아보기 힘든 형태로 찾아올 때가 많다. 플랑크가 양자론으로 이어질 아이디어를 발견했을 때는 플랑크 자신도 그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과학 혁명이라도 일어난 마냥 요란하게 떠드는 뉴스를 접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무엇이 패러다임 전환이었는지는 나중에 가서야 알 수 있다. 미리 알 수 없기에 패러다임 전환이라 불리는 것이다. 지금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분야에서 미래를 개척할 만한 연구가 탄생할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 중에도 처음에는 무명인 채로 묵묵히 연구를 수행했다고 회고하는 사람이 많다.


평범한 연구야말로 기대할 만하다

현대는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과학 발전 속도가 빠르다. 그 중요한 원인으로 과학자 수가 많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옛날에는 기초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당장 유용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연구는 사회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이 사회 기반을 지탱하는 기술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결과 과학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연구자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과학의 발전 속도도 빨라진다. 물론 꼭 작업량에 비례해서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느는 것은 아니다. 우연과 행운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지닌 여러 연구자가 수많은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어디선가 커다란 발견을 할 확률은 커지고 있다.


수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생각에 따라 연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러 연구자가 단 하나의 사고방식에 따라 연구해서는 가망이 없다. 물론 연구에는 유행이 있어서, 유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분야에 사람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연구가 진전되는 속도도 빨라지므로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한 분야에만 집중되면 막상 그 분야가 벽에 부딪혔을 때 모두가 함께 무너지고 만다.


유행하는 분야에 있으면 세간의 주목을 끌기 때문에 연구비와 일자리를 구하기 쉽다. 그래서 연구자는 현재 인기 있는 분야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분야에서는 재능이 넘치고 운 좋은 일부 연구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중요한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대다수 연구자는 그저 자잘하고 진부한 연구 성과만 내게 된다. 유행하는 분야를 수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와 동시에 평범한 분야에도 연구자는 필요하다. 지금 주목받는 분야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 미래에 꽃필 분야는 현재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분야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연계의 신비를 해명한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과학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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