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전방욱
ǻ
이상북스
   
18000
2017�� 11��



■ 책 소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제제기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소개하고, 이 생명공학 기술의 함의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전반부는 모델 생물 개발, 체세포 치료, 생식세포 치료, 작물 및 가축 개량, 유전자 드라이브 등 과학적인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기술했다.

 

한편 책의 후반부에서는 변리사, 변호사, 증권 전문가의 전문 조언을 받아 국내외의 다양한 크리스퍼 관련 도서가 구체적으로 담지 못한 기술의 특허, 사업화, 규제의 문제 등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를 다룬다. 또한 아직 해결되지 못한 ‘편집이냐, 교정이냐’라는 용어의 문제까지 예리한 시각을 놓지 않는다.

 

위력적인 기술에는 위력적인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으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성과에 무비판적으로 열광하지 말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또한 과학자들의 자기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시민인 우리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과학자의 자기 규제와 전문가의 자기 규제 플러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 참여 방식이 구현될 때 과학기술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또 다른 장이 될 것이다.”

 

■ 저자 전방욱
저자 전방욱은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강릉대학교에 부임해 학장(2006-2008)과 총장(2012-2015) 등을 거쳐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생명윤리학회장(2008-2009),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윤리위원장(2010), 아시아생명윤리학회 부회장(2010-2014)을 역임했고, 현재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플로리다 대학 식물학과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1991-1992)을 마치고 평범한 생물학자의 길을 걷다 학계에서 소홀히 다루어지던 생명윤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수상한 과학』을 썼고, 캘거리 대학 커뮤니케이션문화학부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다(2004-2005). 이 연구 결과로 제1회 한국생명윤리학회 논문상을 받았다(2006).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의 윤리적 함의를 연구하며, 최근에는 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기술윤리, 신경윤리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 차례
저자 서문 - 과학, 생명을 편집하다

 

제 1 장.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등장
생명의 암호 DNA / 돌연변이 / 초기의 유전자가위 / 공격의 기억 / 크리스퍼와 치즈 / 공동 연구 / 절단 부위의 수리 / 유전자가위의 장단점 / 위력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제 2 장. 실험동물의 생산
유전적 변이와 질병 모델 / 다양한 동물 모델 / 동물 복지 / 유용 물질의 생산 / 장기 이식 동물 / 대체 장기의 배양 / 윤리적 균형

 

제 3 장. 체세포 치료
기적적 치료 / 질병 치료의 방식 / 개별적인 병의 치료 / 신약 개발 / 기술 문제 / 윤리 문제

 

제 4 장.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전조 / 첫 번째 실험 / 논쟁 / 두 번째 실험 / 연구 러시 / 세 번째 실험 / 한 ‧ 미 공동 실험 / 기술적 함의 / 윤리적 함의 / 사안별, 다중심적 규제 방식 / 다섯 번째 실험 / 계속되는 생식세포 편집

 

제 5 장. 치료와 증강의 경계
체세포 치료, 생식세포 치료, 그리고 증강 / 생식세포 치료의 기술 문제 / 생식세포 치료의 윤리 문제 / 무엇이 질병인가 / 생식세포 증강의 윤리 문제

 

제 6 장. 농작물과 가축 개량
식량증산의 필요성과 기존의 육종 방법 / 식물 유전체 변형의 난점 / 식물 유전체 변형 방법 / 식물체 편집 / 크리스퍼 파스타 / 각국의 규제 기준 / 바람직한 규제 / 모호한 기준 / 우려의 시선 / 가축 개량

 

제 7 장. 멸종과 복원
유전자 드라이브 / 모기와 질병 / 사용처 / 유전자 드라이브의 기술 한계 / 모기 멸종의 윤리 / 규제 하의 연구 / 모기에게 국경이 있을까 / 매머드의 복원

 

제 8 장. 특허권 경쟁
특허는 누구의 것인가 / 특허권 경쟁의 영향 / 대리 라이선싱 / 유전자 편집 기술의 상업화 / 스타트업

 

제 9 장. 프레이밍 전쟁
용어 해석의 중요성 / 편집이냐, 교정이냐 / 정밀성의 신화 / 과장과 마케팅

 

제 10 장. 과학자의 자기 규제에서 시민 규제로
다양한 규제 방식 / 각국의 규제 상황 / 아실로마의 환상 / 제2의 아실로마 회의가 필요할까 /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정상회담 / 자기 규제 플러스 / 시민 숙의의 필요성

 

퀴즈
용어 해설
참고문헌
찾아보기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등장

크리스퍼와 치즈

1987년 오사카 대학의 나카타(Atsuo Nakata) 연구팀은 창자 속에 살고 있는 대장균의 유전체를 분석하다가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어떤 것과도 닮지 않은 DNA 부위를 발견했다. iap(isozyme converting alkaline phosphatase) 유전자 부근에서 발견된, 29염기쌍을 갖는 반복단위 사이에 32-33개의 독특한 스페이서(spacer) 서열(반복서열 사이에 위치한 비반복 서열)이 끼어 있는 이 구조는 복제할 때 발생한 실수처럼 보였다. 1995년 이후 스페인 알리깐떼 대학의 모히카(Francisco Mojica) 연구팀은 다른 원핵생물과 고세균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험과 컴퓨터 검색을 통해 밝혔다. 얀센 연구팀은 네 종류의 크리스퍼 연관(CRISPR associated, Cas) 유전자가 크리스퍼 배열 부근에 존재함을 알아냈다.


이 배열의 생물학적 의미를 찾기 위해 몇 가지 가설이 제안되었으나 2005년에 접어들어서야 세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크리스퍼 배열에 들어 있는 스페이서 서열이 플라스미드(plasmid, 박테리아 세포 내에서 독자적 증식이 가능한 염색체 이외의 DNA 분자)나 파지에서 유래하는 DNA와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로써 크리스퍼가 외래 DNA의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낸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2000년대 초 덴마크의 한 요구르트 회사 과학자들은 요구르트와 치즈의 종균인 유산균의 유전자 서열 결정을 하는 동안 크리스퍼 배열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들은 2005년에 크리스퍼 배열의 존재와 파지 저항성과의 연결고리를 처음으로 생각해 냈다. 그리고 2007년, 바랭구(Rodolphe Barrangou) 연구팀은 크리스퍼 배열이 실제로 파지 저항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들은 그들의 박테리아주의 바이러스 저항성을 증가시키고자 했다. 과학자들은 그 박테리아 균주들이 크리스퍼 배열 안의 DNA와 짝이 맞는 DNA를 가진 모든 바이러스에 대해 완벽한 면역반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테리아 균주가 짝이 맞지 않는 바이러스로 감염되면 박테리아 세포는 바이러스로부터 새로운 DNA 조각을 훔쳐 그것을 잘라 크리스퍼 배열로 넣어 새로운 면역 능력을 갖게 된다.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배열의 그 정보를 재감염 동안 특정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데 사용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것은 경찰관이 전과자의 지문을 등록해 두었다가 유사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대조해 범인을 검거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크리스퍼 배열은 DNA를 인식하고 실제로 바이러스를 파괴한다. 크리스퍼 배열은 후에 짝을 이루는 DNA를 파괴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해서 이후의 바이러스 감염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이 시스템을 자연적으로 이용하지만 과학자들은 배양 시 면역반응을 부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유전자가위의 장단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단백질에 근거한 유전자가위(ZFN과 TALEN)와 달리 RNA가 안내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디자인하고 만들기가 쉽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표적하는 DNA열과 짝을 이루는 sgRNA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험이 손쉽다. 또한 여러 유전체 부위를 동시에 편집할 수 있는 효율적인 다중편집(multiplex editing) 능력으로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 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다른 방법으로는 변형하기 어려운 유전체 영역을 쉽게 편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후성 유전체처럼 염기가 메틸화된 부위도 절단할 수 있는데, 이는 구아닌(guanine)과 시토신(cytosine)의 함량이 높아 표적이 어려운 DNA 부위다.


그러나 Cas9의 sgRNA 성분은 표적 DNA와 어느 정도 짝을 잘못 이룰 경우가 있기 때문에 표적이탈효과(유전자가위에 의해 발생하는 비의도적인 이중가닥 절단)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TALEN과 ZFN의 강력한 표적적중 활성은 Cas9을 능가하며, 이 유전체 편집 도구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은 유망한 결과를 낳고 있다.


위력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2013년 봄, 다우드나는 교정에서 동료 밴스(Russell Vance)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밴스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인간 질병의 마우스 모델을 만들고 싶어했다. 밴스는 다우드나의 실험실에 학생을 보내 유전자가위의 일부 성분을 얻어 갔고, 불과 몇 주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털 색깔을 바꾼 마우스를 얻었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전의 기술을 사용하면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실험이었다. 배아실험에서는 보통 오른쪽에서 피펫(pipette)으로 마우스의 수정란을 고정하고 왼쪽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성분을 난자에 주입한다. 이 난자들을 암컷 마우스에 착상하면 동물들은 정상으로 발달해 태어난다.


밴스는 검은색의 마우스 계열에서 털 색깔을 만드는 데 필수인 유전자를 표적하는 sgRNA를 디자인해 그 유전자를 망가뜨렸다. 그랬더니 여덟 마리 중 여섯 마리의 마우스가 흰색의 털을 갖고 태어났다. 이 마우스들의 돌연변이 DNA서열을 조사하면, 원하는 곳에 정확히 유전자가위로 절단된 변화가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마우스들은 이 유전적 변화를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밴스의 마우스 실험은 이 기술의 위력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실험이 갖는 윤리적 함의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체세포 치료

개별적인 병의 치료

유전체 편집 방식은 2009년 이래 의학 요법에 적용되었다. 상가모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 환자에서 면역세포를 편집하기 위해 ZFN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TALEN을 사용하는 암면역 요법도 이미 두 명의 환자에게 시도되었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 등의 벡터를 통한 교정된 단백질 발현과 같은 다른 치료 전략도 있는데, 이런 시스템으로는 온전한 길이의 단백질이 발현될 수 없기 때문에 기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단축된 단백질이 사용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직접 교정하고 조절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ZFN과 TALEN과 같은 다른 유전자 편집 도구와 비교할 때 특히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현재 동물 모델에서 유전자 이상의 병증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실명, 혈액 이상, 선천성 심장질환의 체내 요법으로 진전될 것이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에디타스메디신(Editas Medicine)은 뒤센근이영양증, 낫세포빈혈증 등과 같은 일부 유전질환에서 치료 연구의 원리증명실험을 끝내고 임상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약 개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또한 진단 마커를 개발하고 치료 표적을 밝히는 잠재적 역할을 가질 것이다. 유전자가위는 동시에 여러 유전자 자리를 표적해 다중편집을 할 수 있으며, 더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에서 보다 정확하게 뉴클레오티드의 변화를 일으켜 질병을 재현하는 세포 및 동물 모델에서 맞춤 의약품을 밝힐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이것은 영장류 질병 모델의 수립 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의약품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데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2015년 5월,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의 바콕(Christopher R. Vakoc)연구팀은 특히 암과 같은 복합 질병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기반한 유전체 수준 선별법이 항암제의 선발과 디자인에 유망하다고 밝혔다.


기술 문제

체세포 치료에서 사용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상당한 주목을 끌게 되었다. 이 기술은 치료 방법이 없는 유전병으로 고통 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한편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허황되거나 섣부른 치료 효과를 주장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또 임상연구로 진행하기 위해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첫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표적적중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집중적인 임상시험과 조사를 통해 질병의 바탕이 되는 발병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미래의 맞춤형 정밀 의학에 필수다.


둘째, 원하는 세포나 조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성분을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5년 동안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의 임상시험이 실시되었는데, 이 결과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담은 벡터를 전달할 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AAV 벡터가 특히 유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광범위한 종류의 세포를 통과하는 효율성이 높고 세포 독성과 면역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셋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할 때 비상동말단접합에 비해 상동의존성수리의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체세포 치료를 위해 유전자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 경우 문제가 되며, 다양한 수리 경로를 통제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넷째, 환자에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적용할 때, 의도했던 표적을 벗어나 세포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표적 서열이 아닌 유전체 좌위에서 비의도적으로 이중가닥이 절단되면 돌연변이나 염색체 재배열이 일어날 수 있다. 표적이탈 돌연변이의 빈도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지만, 최근 개발된 전 유전체 스크리닝 방법으로 비의도적인 이중가닥 절단을 찾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DNA 수리 이후 돌연변이 극복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독성과 안전성 조사 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AAV의 단백질과 Cas 단백질에 대한 면역반응도 해결해야 할 기본 문제다.



치료와 증강의 경계

체세포 치료, 생식세포 치료, 그리고 증강

유전자 치료에는 생식세포 치료와 체세포 치료 두 가지가 있다. 생식세포 치료는 배우자세포(난자와 정자) 및 초기 배아의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변화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질병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 반면에 체세포 치료는 비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한다. 이 세포에서 일어난 변화는 유전자 치료를 받은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래의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체세포 치료는 질병 과정을 늦추거나 역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두 종류의 유전자 치료 가운데 체세포 치료는 덜 논쟁적이며 학계 및 산업계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반면 생식세포 치료는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으로 인해 많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치료와 증강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또 있다. 비판자들은 생식세포 치료가 운동능력이나 키와 같은 비의료적 특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유전체 편집을 사용하는 유전 증강의 길을 열 가능성을 강조했다.


생식세포 치료의 윤리 문제

인간 배아 유전체 편집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유전질환 예방, 맞춤형 보조 생식술, 유전적 증강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배아의 지위, 대리 동의, 기술의 안전성, 인간 유전자 풀(gene pool)의 변화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유전질환 예방

인간 배아 유전체 편집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질병 예방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단일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은 대략 3600종류로 알려졌는데, 출생 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주의 깊게 조사해 보면 배아 편집의 근거가 크게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유전체 편집을 위해서는 우선 시험관 수정 배아를 만들고 착상전유전자진단으로 질병을 가진 배아를 골라내 유전자를 수선한 배아를 착상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착상전유전자진단법만을 이용해 위험성이 없는 배아를 골라 착상하는 편이 훨씬 쉽고 안전하다.


또한 유전체 편집은 모든 배아가 결함이 있을 경우에만 실제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부모 모두가 동형접합인 상염색체 열성질환(예를 들면 낭포성섬유증, 페닐케톤뇨증)의 경우와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이 상염색체 우성질환[예를 들면 헌팅턴병, 가족성샘종폴립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일 경우 생식세포 편집은 건강한 유전적 친자를 낳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단일 유전자 질환에서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이 경우에도 아이를 갖지 않거나 난자와 정자 기증을 받는 것과 같은 대안이 존재하므로, 유전적 친자를 갖는 이익이 유전체를 변형해 아이 자신이나 미래 세대에 발생할지 모를 잠재적 위험성을 정당화할 정도로 충분히 큰 것인지는 의문이다.


맞춤형 보조생식술

유전체 편집 배아를 연구하는 더욱 직접적인 목적은 불임이나 습관성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 편집된 배아로 보조생식술(ART)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장벽들이 사라지면 유전체 편집을 통한 맞춤형 ART는 기증자의 배우자세포나 입양을 원하지 않는 불임 부부들에게 선택 사항이 될 수 있다.


맞춤형 ART의 위험을 감수하기 전에, 기증받은 배우자세포나 배아를 사용하거나, 특정 증상을 갖는 아이의 출생을 회피하기 위해 착상 전 또는 산전진단 기술을 포함한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도 알아 두어야 한다.


기술의 안전성

포유동물의 생식세포 유전체 편집은 일차로 접합자 내에 핵산분해효소를 미세주입(微細注入, 마이크로피펫을 사용해 세포 내 또는 모세혈관 내로 미량의 물질을 주입하는 방법)하며 시작된다. 이는 통상적인 보조생식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간 배아로 유전체 편집 핵산분해세포를 주입할 경우 안전성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디자인된 핵산분해효소가 표적을 이탈해 이중가닥을 절단할 수 있으며, 따라서 비표적 부위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TP53과 같은 종양 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아동에서도 암이 발생한다. 또한 두 유전자 자리에서 표적을 이탈해 동시에 이중가닥이 절단되면 유전체가 크게 변형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디자인된 sgRNA가 특이성을 나타내지 않으면 표적이탈효과가 자손의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아 사용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윤리적 쟁점으로 남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배아 유전자 편집을 논의하면서 어떤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 출산할지 결정할 여성의 권리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하나 논의에서 제외된 문제는 배아를 포함하는 생식세포의 윤리적 지위에 관한 것이다.


유전체 편집의 효율이 아주 높아졌기 때문에 대두된 가장 심각한 윤리적 문제는 배아세포의 유전체를 정확하게 표적해 배아세포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배아와 관련된 실험은 근본적으로 배아의 지위에 관한 윤리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아를 인간 생명의 시작으로 보아 실험이 불가능한 존재로 볼 것인가, 인류의 난치병 치료를 위한다는 대의 아래 원시선 생성 이전의 배아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는 이미 치료용 배아줄기세포의 수립을 위한 실험에서 윤리적 논란이 되어 왔다.



프레이밍 전쟁

정밀성의 신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프리스퍼 시대의 정밀 유전체 편집”이라는 타이틀처럼 정밀하고 특이적 기술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 표현대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정밀한 도구인가?


첫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결점이 없는 기술이라는 함의를 준다. 정말 그런가? 원래 이 방법은 박테리아가 crRNA가 지정하는 곳을 자르므로 표적 부위를 벗어나도 침입하는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유전공학 도구로 개발되면 이 표적이탈효과가 문제가 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sgRNA와 DNA가 쌍을 이룰 때 DNA의 이중가닥을 절단한다. sgRNA와 5개의 염기까지 쌍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도 표적으로 인식해 절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2017년 5월, 아이오와 대학의 바숙(Alexander G. Bassuk)과 스탠포드 대학의 마하잔(Vinit B. Mahajan)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치료를 받은 실험용 마우스 두 마리의 전체 유전자를 단일염기수준까지 조사한 결과,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의도하지 않은 변이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둘째, 방법이 정확하므로 결과도 정확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게 한다. 완전한 정밀성을 갖는다면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생물체에서 결과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의한 절단 부위는 비상동말단접합과 상동의존성수리의 두 가지 방법으로 수리되는데, 현재 어느 방향으로 수리가 되도록 정확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또한 비상동말단접합의 경우에는 세포가 절단된 부위의 DNA 토막을 약간 탈락시키거나 새로운 DNA 토막을 약간 추가해 절단된 곳을 화학적으로 봉합하는데, 이때 몇 개의 뉴클레오티드가 탈락되거나 추가될 것인지 통제할 수도 없고 예측하지도 못한다. 이 과정은 기본적으로 오류를 포함하는 과정이다.


셋째, 유전자 기능의 변화가 별개로 일어나고, 이것을 한정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전자로부터 형질에 이르는 개별적이면서 단순한 경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전자 기능은 다른 유전자 및 변이체의 존재, 환경, 생물체의 나이 또는 우연 등과 같은 많은 조건 변수에 의존적인 매우 복잡한 생화학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애매하게 중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멘델 이래 유전학자와 분자생물학자들은 중요한 유전적 발견을 위해 이런 조건 변수들을 배제한 실험 시스템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과장과 마케팅

2013년 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포유동물 세포에 성공적으로 사용했다는 최초의 보고 이후 유전체 편집은 비상하게 발전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모든 유망한 기술이 새롭게 도입될 때 흔히 나타나듯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이야기도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가,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유전체 편집은 임상의료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을까?


캐나다 앨버타 대학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언론뿐만 아니라 연구자에 의해서도 연구의 함의에 대한 과장이 많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중국 과학자가 발표한 지난 세 건의 논문과 달리 이번 논문에서는 서론의 거의 절반이 특정 질병인 비후성심근증을 설명하는 데 할애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전자 치료는 과장 사이클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것 같다. 유망한 획기적 사건 다음에는 우선 기대가 솟구친다. 그다음 성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 자금,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명백해지면 미몽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 사이클은 반복된다.


이 과장 사이클은 새로운 기술의 채택과 성숙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①기술의 시작 단계. ②기대의 최고조 단계, 최초의 획기적인 기술의 출현과 함께 시민들의 기대가 한껏 증폭된다. 기술의 이익은 강조되고 위험성은 축소된다. ③각성에 따른 침체 단계, 실제적인 증거가 쌓이면서 시민들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단계다. 특히 부정적인 증거가 제시되면서 최초의 기대가 많이 사그라진다. ④회복 단계, 긍정적인 증거도 쌓이고 원래의 기대보다는 못하지만 기술이 사회에서 수용되기 시작하는 단계다. ⑤안정적 생산 단계, 규제가 완화되며 재정 지원이 확보되어 기술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단계다.


2012년 중반 이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일련의 논문이 출판되며 기술이 시작되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생명과학 분야의 응용과 관련해 과장 사이클의 주기는 상당히 짧아졌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한 수천 건의 논문이 출판되었고, 유전자변형된 마우스와 다른 동물 모델을 만드는 데 신속하게 채택되었듯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실험실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반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가까운 장래에 인간 건강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기초 과학 연구와 마찬가지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로부터 거둘 수 있는 임상적인 이익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다.


분자생물학에 기반을 둔 여러 치료법도 시도되고 있으나 실제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RNA간섭 치료법에 초점을 둔 회사가 세워진 지 15년이 지났지만 승인된 RNA 간섭 기반 치료법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 비롯되는 치료의 효과와 경제적 이익이 막대하리라 예측된다고 해도, 이 같은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약속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과학자의 자기 규제에서 시민 규제로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정상회담

2015년 12월, 미국과학아카데미, 미국공학아카데미, 미국의학아카데미, 영국왕립학회, 중국과학아카데미는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정상회담을 공동 주최했다. 정상회담은 3일간 열렸으며 유전자 편집의 역사, 유전자 편집과 특히 크리스퍼의 과학적 배경, 유전자 편집의 임상 적용, 생식세포 변형, 체세포 치료, 사회적 함의, 국제적인 견해, 거버넌스, 그리고 평등 및 기술에 대한 접근과 관련된 이슈 등을 포함하는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과학자와 윤리학자 등의 학자들은 미래 세대로 전파되는 인간 유전자의 변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대화에 참여했다. 요약 성명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대물림하는 인간 유전자 편집은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증명이 될 때까지 그리고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얻기까지 실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 배아가 임신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 한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은 연구를 위해 수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 연구에서 약속과 위험은 밀접하게 얽혀 있다. 기술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밝히는 것은 또한 그 기술의 이례적인 위력과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아실로마에서 위험한 슈퍼버그를 지목했던 것처럼, 그리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경우 디자이너 베이비나 증강(enhancement)처럼 극단적이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응용 가능성을 지목해 과학자들은 암시적으로 그들의 기술이 획기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위험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먼 미래에 있음직한 생물 무기, 디자이너 베이비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거나, 그리고 인간 유전자 풀을 영원히 바꾸는 것과 같은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것은 현실의 당면한 문제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다. 먼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하며, 과학자들은 시민과 자신들에게 오히려 유전체 편집의 위력과 잠재성을 확신시키려 하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해리스가 안전성 이슈는 미래의 연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옹호하는 주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배아의 유전자 편집은 생식적 개입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당연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회의 조직자들이 시민의 우려보다는 과학자들이 생각한 우려에 논의를 제한함으로써, 두 경우의 아실로마 모델은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