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쇼크

   
최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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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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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4��



■ 책 소개
전문가가 알려주는 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것. 일반 독자들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것을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바이러스를 마냥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서 빨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이면서 세계적으로 전염병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저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을 남김없이 해소해준다.

 

바이러스의 정체와 미생물의 역사,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 계기, 오래전부터 인류와 공생해 온 바이러스의 역사, 그리고 어떻게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문적이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전개한다. 위험의 진원지가 되는 야생 밀림의 이야기부터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적인 재앙 시나리오까지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세계적인 대처법부터 개인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예방법까지 서술한다.

 

■ 저자 최강석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물전염병 예방연구를 전공으로 동대학원에서 석사,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하였고 프랑스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등에서 아프리카 전염병 연구를, 한국국제협력단 수의전문가로서 몽골 정부의 구제역 방역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로서 동물바이러스 전염병의 국제적인 확산 방지를 위하여 다양한 국제협력 기술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전염병 관련 100여 편의 연구논문과 특허를 발표하는 등 지금도 전염병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러스의 습격』, 『바이러스 이야기(공저)』, 『Newcastle Disease(영어, 스페인어, 터키어동시출간)』,『전염병의 위협, 두려워만 할 일인가(역서)』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제1장 박쥐로 시작된 인류 대재앙의 공포
01 ㅣ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간 메르스 바이러스, 진범은?
02 ㅣ 치사율 60% 에볼라 바이러스의 출발은 과일박쥐였다
03 ㅣ 중국 대륙을 덮친 사스 바이러스의 범인은 사향고양이?
04 ㅣ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박쥐가 주범일까?
쉬어가는 페이지 l 인류를 공포로 몰아간 바이러스 전염병 유행의 역사

 

제2장 바이러스, 두려움의 실체를 파헤쳐라
01 ㅣ 바이러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02 ㅣ 바이러스를 알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미생물의 역사
03 ㅣ 생활 도처에 함께 숨 쉬고 있는 바이러스
쉬어가는 페이지ㅣ 영화 「감기」에 등장한 치사율 100%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의 공포

 

제3장 바이러스,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01 ㅣ 판데믹, 에피데믹, 그리고 엔데믹
02 ㅣ 평범하게, 하지만 끔찍하게 일상에 다가온 바이러스
03 ㅣ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힘, 면역 시스템
04 ㅣ 반갑지 않은 바이러스의 습격
쉬어가는 페이지 l 영화 소재로 애용되는 ‘좀비 바이러스’의 실체는?

 

제4장 신종 전염병, 지구촌을 위협하다
01 ㅣ여전히 위험한 화약고: 신종 전염병 출현 위험 요소들
02 ㅣ 야생의 습격: 위험의 진원지
03 ㅣ 하루면 충분한: 전염병 세계 확산의 여건
04 ㅣ 쓰나미 같은: 전염병의 무시무시한 확산속도
쉬어가는 페이지 l 바이러스를 보는 현미경은 집채만 한 현미경이다?

 

제5장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
01 ㅣ 먼저 할 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
02 ㅣ 하루 만에 진범 찾기: 유전자 검사기술이 가져온 진단 혁명
03 ㅣ 진범만큼 위험한: 잠재적 위험요소 찾기
04 ㅣ 지구촌 감시자들: 전염병 조기경보 시스템
05 ㅣ 치명적 진범 찾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비장의 무기들

 

에필로그
참고문헌




바이러스 쇼크


박쥐로 시작된 인류 대재앙의 공포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간 메르스 바이러스, 진범은?

바이러스, 모든 것을 삼키다

2015년 6월, 여름 기운이 완연한 어느 더운 날,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서울의 한 단골 식당에 들어섰을 때의 그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식당은 꽤 넓은 규모임에도 평소에 미리 좌석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맛으로 꽤나 유명한 식당이었다. 평소 같았으며 손님으로 가득했을 그 시간에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라곤 단 하나의 테이블, 바로 필자의 지인들이 전부였다. 식당 주인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듯 단 하나의 테이블을 위해 정성을 쏟았다. 그 당시 손님 발길이 뚝 끊긴 식당들에 대한 뉴스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제발 저런 뉴스를 내보내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자꾸 내보내니 손님이 더 없어." 주인의 푸념은 이어졌다. "메르스 환자가 여기 근처에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발생지 중동을 방문했다가 5월 4일 국내에 입국한 감염자였다. 5월 20일 확진 판정이 나기 전까지 그 환자는 수도권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고, 가는 병원마다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다. 제2의 사스가 될까? 메르스 사태 초창기, 폭발적인 감염자 수 증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우리나라에 쏠렸다. 한국으로의 여행 자제령이 내려졌고 한국 방문객은 급감했다. 평소 중국 관광객으로 가득 찼던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해졌다. 마지막 환자가 발생한 7월 5일까지 총 47일간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불행하게도 38명이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했다.


비단 식당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짧고도 긴 수개월 동안 메르스라는 전염병은 우리나라 사회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갈망하며 병원에 들렀다가 날벼락을 맞은 듯 메르스에 걸렸다. 병원으로 호송된 환자들의 경위가 위험하다는 뉴스가 하루에 멀다 하고 흘러나왔다. 첫 메르스 환자에 의한 일차 확산의 진원지였던 경기도 평택시는 한동안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들은 대부분 취소되었다. 환자 발생 지역에 있는 학교들 중 상당수는 휴교령이 내리기도 했다.


그 지역에서 남의 일같이 바라봤던 메르스가 발생하면, 감염자의 동선에 따라 지나갔던 사람들은 공포스러운 바이러스가 옮을까봐 전전긍긍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특정 지역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마스크로 무장했다. 누가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6.25 전쟁 때의 난리는 나리도 아니었다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몹쓸 병에 걸릴 수 있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렇듯 전염병, 특히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은 단지 전염병 통제라는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염병 자체보다도 과도하게 포장된 두려움은 공포를 만들어내 사람들의 가슴속에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면 사회적 활동들이 위축되고 그 피해가 사회 곳곳에서 휘몰아치듯이 일어난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사람 사는 곳이면 신종 전염병 출현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충격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 이전에 발생했던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사태 때에도 그랬다. 저명한 바이러스 학자 네이선 울프는 이 사태를 예측이라도 한 듯 바이러스 폭풍이라고 표현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메르스 유행 초기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다소 혼란은 있었지만 모두 병원 내 감염으로 끝났다. 지역사회 전파 사례 하나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2003년 홍콩발 사스가 세계적 확산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한국발 메르스는 한국의 병원 내 감염으로 끝났다. 아직도 메르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동 지역과는 분명 다른 문제 해결 역량을 우리는 보여주었다. 메르스 사태는 전염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일시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고 끝이 났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가 전염병을 대처하는 데 있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숙제는 남겨졌다.


알리 자키 박사의 결심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홍해 근처 항구도시 제다시에 있는 한 사설병원에 60세 남성이 고열과 호흡곤란 등 심한 폐렴 증세를 호소하며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 남성은 비옥한 토지와 대추야자 과일이 풍부한 인근 곡창지대 비샤지역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가게 주인이었다. 그 병원에서 폐렴을 완화하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집중적으로 처방받았지만 그 환자는 호전되지 않았다. 병원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입원한 지 11일째 결국 신부전으로까지 이어져 사망했다.


그 병원에 근무하던 이집트 태생의 바이러스 학자 알리 자키박사는 호흡기 괴질 환자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 진단연구실에 환자 객담 검체가 도착했다. 그가 하는 일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평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연구실에서 배양하고 있던 원숭이 콩팥세포에 환자 객담 검체를 접종했다. 며칠이 지나자 세포 속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알려진 호흡기 질환 유발 바이러스를 조사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고 이 바이러스가 기존에 알려진 호흡기 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임을 직감했다.


2003년 중국 사스 사태를 순간 떠올렸다. 그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사스 바이러스는 아니었다. 그는 이 바이러스가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연구소 롱퐁시에 박사팀에게 자신이 검사한 결과와 함께 바이러스 샘플을 보내 신종 바이러스를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검사 결과도 알리 자키 박사의 검사 결과와 일치했다. 더욱이 그 바이러스는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임이 밝혀졌다. 그 소식을 듣고 알리 자키 박사는 고심했다.


"이 바이러스가 퍼지면 얼마나 위험할까? 만약 모르고 방치한다면 그건 재앙이 될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발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을 국제사회에 급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9월 15일 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사실을 편지로 써서 국제전염병기구 소식지인 프로메드 메일에 보냈다. 그 편지는 9월 20일자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그의 편지가 공개되자마자 며칠 뒤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알리 자키 박사의 사례와 매우 유사한 카타르 환자가 입원해 있으며, 이 환자 역시 동일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서 최근 중동 지역 폐렴 사망자들에 대한 역추적 조사도 이루어졌다. 사우디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기 두 달 전에도 요르단 폐렴 사망자 두 명이 메르스에 걸렸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첫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 중동 여러 지역에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암시했다. 알리 자키 박사는 검체 시료를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당국의 승인 없이 네덜란드 연구소로 불법적으로 반출한 혐의에 의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다니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박사의 노력으로 메르스가 알려지게 되었다.


알리 자키 박사의 노력으로 초창기 묻힐 뻔했던 메르스의 출현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중동 지역 보건당국과 영국에서 대응조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전염병 유행이 확산되면 누군가 괴질의 원인을 밝혔겠지만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중동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는 전염병 재앙으로 번졌을지도 모른다.


낙타의 수난

낙타도 소와 마찬가지로 참으로 온순한 동물이다. 그런 낙타가 메르스에 걸렸다. 중동에서 가축으로 사육하고 있는 등 봉우리가 한 개인 단봉낙타가 바로 그 불행의 주인공이다. 몽골에서 사육하는 등 봉우리가 두 개인 쌍봉낙타도 메르스에 걸릴까? 쌍봉낙타를 키우는 지역에서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같은 낙타이기 때문에 쌍봉낙타도 메르스에 걸릴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메르스에 걸린 낙타는 사람처럼 독감과 유사한 심한 증상을 앓지는 않는다. 최근 단봉낙타를 대상으로 실험한 논문자료들에 의하면, 낙타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주입해도 약간의 콧물 정도만 보이고 바로 회복했다. 그러다 보니 중동 지역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단봉낙타가 메르스에 걸렸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중동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는 낙타와 무턱대고 접촉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중동 지역의 메르스 환자 수백 명이 낙타가 메르스에 걸렸는지도 모르고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 감염 방지를 위해 중동 지역을 여행하거나 방문할 때 낙타나 낙타 체액 접촉 금지, 멸균하지 않은 낙타 우유 섭취 금지, 낙타 생고기 섭취 금지 등을 권장한다. 사람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중간 전파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동물이 중동 지역 단봉낙타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되어가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동을 포함하여 여러 지역에서 낙타에 대한 메르스 검사가 이루어졌다.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의 감기 바이러스처럼, 낙타가 원래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일까? 왜 지금에서야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일까? 평생 낙타와 살았던 농민들이 지금 메르스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무엇이 문제일까?


낙타는 중동 지역 농민들과 수천 년 동안 접촉하면서 살아온 가축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빈번하게 되면 그 동물로부터 전염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논리를 적용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3년 전이 아니라, 낙타의 가축화가 진행되었던 수천 년 전 사람에게 넘어왔어야 했다. 과거에 중동 지역에서 채혈해 보관 중이던 낙타 혈청을 꺼내어 조사가 이루어졌다. 뜻밖에도 메르스 감염 항체는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최소한 10여 년 전 낙타들에게서도 광범위하게 메르스 양성반응이 나왔다.


왜 아프리카 지역에 메르스 환자가 없었을까? 왜 지금에서야 메르스가 나타났을까? 두 가지 그럴듯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교차반응을 보이나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아니면 오래전 낙타에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종간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과정은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간 재조합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은 낙타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2년에 어떤 환경적 변화에 의해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갑작스러운 변신이 일어났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신종 바이러스에서도 그러하듯이, 사람 바이러스로의 변신은 원래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자연국주동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연숙주와 사람 간 바이러스를 연결하는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 몸속에서 일어난다. 숨어있는 배후가 있다.


숨어있는 배후

사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했던 당시부터 이미 과학자들의 이목은 야생박쥐를 향하고 있었다. 이 바이러스가 박쥐 바이러스, 사스 바이러스와 같은 부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과학자들은 사스의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 메르스 바이러스라고 명명하기 전에는 사스 유사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스가 유행할 당시 재래시장 사향고양이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단독 범인으로 몰렸지만 나중에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스 바이러스의 기원은 중국 남부 지역 동굴에 사는 중국관박쥐라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자 중동 지역에 서식하는 어던 박쥐종이 메르스 바이러스 기원 동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건 박쥐 바이러스야!" 필자 또한 그렇게 예측했다.


예상했던 대로 결과는 적중했다. 박쥐 검체에서 2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그중 코로나 바이러스 한 종이 비샤 지역 빈집에 서식하던 이집트 무덤박쥐 한 마리에서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치했다. 그러나 이집트 무덤박쥐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트린 진범이라고 확신하기에는 확인된 증거가 아직까지도 완전하지 않다. 박쥐 바이러스를 세포배양으로 분리배양하는 데 실패했고, 바이러스 게놈의 중요 유전자 대부분이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2005년부터 세계 각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 바이러스 찾기에 열을 올렸다. 제2의 사스 출현을 예측하고 사전에 그런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동안 중동 지역 야생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여태껏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 바이러스가 중동에서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사스와 유사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위험은 경험에서 근거한 관측치를 벗어나 곳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야생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중동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았을까? 왜 메르스가 출현한 이후에서야 허겁지겁 야생박쥐 조사를 취하고 중동지역 야생박쥐 코로나 바이러스를 파악했을까? 만약 그전에 중동 지역 박쥐 조사를 철저히 했더라면, 그래서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면 메르스 출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을까?


메르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박쥐에서 분리되고 있지만, 그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박쥐에서 야생 상태로 분리되는 상당수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에 막혀 사람 세포에서 증식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람 바이러스로 변신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므로 그 변신을 예측하고 사람에게 위협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분석기술은 여전히 미비하다.



바이러스,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힘, 면역 시스템

외부의 침투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2015년 봄, 메르스 사태로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메르스 감염자 동선이 공개되자 감염자가 머문 식당이나 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들이 이용했던 대중교통도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들로 붐볐다. 혹시 감염자가 흘린 바이러스 입자가 하나라도 묻어서, 그 몹쓸 전염병에 걸릴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병증을 나타내기 전 잠복기 상태에서 메르스 감염자는 몸 바깥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든 메르스 바이러스든 간에, 설령 바이러스 입자 한 개가 묻어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병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포함한 숙주 동물은 그런 병원체 침투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대충 굴복하는 호락호락한 대상은 아니다. 이들 외부 침입자를 격퇴시킬 수 있는 방어체계, 즉 면역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 면역 기능이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을 정도의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에야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병을 일으킨다.


얼마나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와야 병에 걸리는 것일까?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능력에 따라 분명히 차이는 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끔찍한 인체 실험이 불가능한 이상,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어야 병이 걸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동물 바이러스 실험 경험으로 대충은 유추해볼 수 있다.


몇 해 전, 닭 백신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이 바이러스를 최소한 얼마나 투여해야 숙주 동물인 닭이 감염되어 면역이 자극되는지, 바이러스 최소량을 결정하는 동물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우선, 닭 백신 바이러스인 뉴캐슬병 바이러스를 농도별로 주입해서 닭이 감염되는지 조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닭 한 마리당 100만 개의 바이러스를 주입한 집단에서는 실험에 사용한 모든 닭이 감염되어 면역반응을 유도했다.


10만 개의 바이러스를 주입한 집단의 경우 10마리 중 7마리에서 면역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1,000개의 바이러스를 주입한 집단의 닭은 바이러스에 감염조차 되지 않았다. 이 실험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바이러스의 경우, 최소한 1,000개 이상 감염성 바이러스를 닭에 주입해야 바이러스가 닭에서 증식할 수 있다. 이보다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들어가 증식할 틈도 주지 않고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제거한다는 뜻일 것이다. 바이러스 종류마다, 숙주 동물마다, 바이러스 전염성이나 증식성에 따라, 감염에 필요한 바이러스의 최소량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가축에게 심한 피해를 주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최소한 800개 이상 감염성 바이러스가 호흡기도로 들어와야 돼지가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사람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와야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약 40년 전 자료이지만, 전염성이 강한 계절 독감의 경우 최소한 수백 개 이상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입자가 사람의 코를 통해 들어와야 독감을 일으킨다고 한다. 전염성이 약한 바이러스일수록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양은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계절 독감보다 전염성이 약한 메르스 바이러스의 경우, 사람에게 실험한 적은 없겠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많은 양이 들어와야 메르스에 걸리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한 닭 실험 결과를 보면, 우리는 중요한 부분을 또 하나 발견할 수 있다. 100만 개의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 모든 닭은 감염을 일으키지만, 그 이하의 바이러스 수를 주입했을 때 감염되는 닭이 있고 그렇지 않은 닭이 있었다. 물론 바이러스의 양이 적을수록 감염되는 닭의 비율은 줄어든다. 바이러스 10만 개를 주입했을 때 감염되지 않는 닭이 있는가 하면, 바이러스 1만 개만 주입해도 감염되는 닭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모든 닭이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 양보다 적은 경우, 같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더라도 감염이 되는 닭 개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닭 개체도 있다.


사람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발병 환자가 흘린 바이러스가 심하게 오염된 환경에 노출된 경우, 같은 조건이라도 병에 민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만약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등 위생적인 생활습관으로 노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을 가능한 한 줄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손이나 코에 묻은 바이러스 양을 90% 이상 줄이게 된다면 병에 걸릴 확률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개인위생, 사소할 수도 있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다.


사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각종 면역세포들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유기적으로 외부 침입자를 퇴치한다. 만약에 이 네트워크의 어느 부분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마치 강둑이 무너지듯, 폭풍처럼 증식한 바이러스는 참혹하게 숙주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지경에 이르면 숙주는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기 힘든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숙주 생명을 지키는 힘은 면역에서 나온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

>먼저 할 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

마스크의 시대, 전염병을 통제하다

메르스 공포가 한국 사회를 뒤덮던 2015년 6월 아침, 메르스 관련 기사들이 방송, 언론의 메인 뉴스를 독점하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하는 사람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고 분주히 움직였다. 전철역 입구마다 간이 마스크를 파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았고, 폭발적인 마스크 수요에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마스크 제조회사는 일시적이지만 엄청난 대목을 맞고 있었다. 메르스가 만든 사회상은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가 한국 사회를 강타할 때의 사회상, 그 데자뷔였다.


마스크의 시대! 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3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는 단 한 명의 감염자로 인해 감염자가 탄 홍콩발 비행기 속도에 맞추어서 순식간에 28개국으로 번져나갔다. 비행기를 통한 해외여행이 대중화된 이후 벌어진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2003년 봄,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마스크를 쓴 중국인 신부 사진이 잡지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해 4월, 국내 산업용 마스크 제조회사 관계자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마스크 주문량이 평소보다 30배 이상 폭증했다고 말했다. 발생 국가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썰렁하게 변해갔고, 발생 지역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실제로 마스크가 사스 예방에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마스크는 사스 같은 호흡기 질병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독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크고 작은 수십만 개의 물방울이 뿜어져 나온다. 이때 분비되는 가래나 타액에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안면 마스크는 감염자가 내뱉은 구강 분비물이 입과 코를 통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주고, 감염자가 생활환경으로 내뱉는 것 또한 막아준다.


실제로 독감 환자가 내뱉는 가래와 침 등 큰 덩어리의 구강 분비물 속에 바이러스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면, 안면 마스크가 가지는 전염 차단 효과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 잘 보여준다.


사소하나 중요한 개인위생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노력은 제한되어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이다. 개인위생이 왜 중요할까? 예를 들어보자. 어느 주말, 외출을 하면서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이 접촉하는 곳을 필자가 얼마나 만지는지 스스로 관찰해 보았다.


집 밖을 나서자마자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버스를 타면서 손잡이를 잡고, 하차 버튼도 눌렀다. 전철을 타면서도 손잡이나 좌석에 손을 댄다. 가끔은 전철 철기둥을 손으로 잡았다. 지인을 만나는 식당에서 식당 문손잡이를 잡고, 테이블 호출 버튼을 눌렀다. 화장실에 가서는 볼 일을 본 후 변기 버튼을,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기 위해 손잡이를 당겼다. 어디를 가든 항상 필자의 손은 남들이 만진 곳을 만지느라 분주했다.


필자의 손은 단지 주변에 존재하는 물건만 만지는 것은 아니었다. 수시로 얼굴을 만졌고, 코를 만졌고, 입에도 손을 갖다 대었다. 누군가가 만진 곳을 필자가 수시로 만지고 있었다. 손으로 물건을 만지고, 그 손을 얼굴에 갖다 대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만약 감염자가 만진 곳이라면 바이러스가 필자의 손에 묻을 수 있고, 그 손으로 얼굴이나 입, 코를 만지면 그 병원균이 몸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메르스나 사스 같은 신종 전염병은 감염 환자의 기침이나 가래 등을 통해 병원균이 잔뜩 배출된다. 그런 분비물이 묻은 곳을 수시로 만지는 손이 감염의 주된 핵심 수단이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탐구생활 숙제로 손 씻기를 제대로 했을 때 손에 묻어있는 균을 얼마나 없애주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이 모두가 실험 대상이 되어 실험한 적이 있었다. 우선 손 씻기를 하기 전에 손바닥을 면봉으로 살짝 문지른 다음 실험 용기에 균을 배양했다. 나름대로 손을 청결히 유지한다고 했는데도, 가족 구성원 모두의 손에는 세균이 가득했다. 가족이 위생적으로 생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원래 손에는 세균이 가득하게 묻어있다.


그다음 그 손을 수돗물로만 씻은 경우, 비눗물로 깨끗이 씻은 경우, 손 세정제로 씻은 경우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 손을 수돗물로만 씻을 경우에는 손에 있던 세균 수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반면에 비누나 손 세정제로 씻은 경우에는 세균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둘째 아이는 독후감을 이렇게 썼다.


"손에 균이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다음부터 비누로 손을 자주 씻어야겠다."


사회생활을 할 때,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어디서든지 손 씻기 등 개인위생만 제대로 지켜도 손에 묻은 병원균의 80% 이상이 제거된다. 당연히 그러한 위생적인 생활을 통해, 감염의 위험은 훨씬 줄어든다. 겨울철 독감이 유행할 때나 신종 전염병이 유행할 때, 단지 손 씻기 운동 등을 말만 하지 말고 왜 개인위생을 지켜야 하는지 가상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홍보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면 일반 대중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피부로 와 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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