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왜 초보운전자보다 운전 경력이 긴 사람이 더 큰 사고를 낼까?
“별일 있겠어?” “난 잘하잖아!”라는 생각에 기반을 둔 안전불감증을 안전 의식 혁명으로 해소한다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관한 것은 물론, 자동차를 오래 몬 사람들이 더 큰 사고를 저지르는 이유, 프로 선수처럼 스키를 잘 타는 사람들이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는 이유, 젊은 남자들과 어린이들이 늘 안전 사고를 저지르는 이유, 저타르 담배와 폐암 발병률 상승의 관계, 2003년 2월 18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대구 지하철 화재가 왜 사망자만 198명에 달했던 대참사로 이어졌는가까지 상세하게 다루었다.
■ 저자 하가 시게루
1953년 출생, 교토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심리학 전공). 국철철도노동과학연구소 연구원, JR(Japan Railway) 철도 총합기술연구소 주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릿쿄(立敎) 대학 문학부 심리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릿쿄 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이며, 문학박사이기도 하다. 운수안전위원회 업무 개선 전문가회의 위원, JR 서일본 안전연구추진위원회 위원, 일본항공 안전 고문 그룹(advisery group) 멤버, 게이오(京王) 전철 안전 어드바이저 등을 겸임했다. 전문 분야는 산업심리학, 교통심리학, 인간공학이다. 주요 저서로는 《그림으로 본 실패의 줄거리》 《실패의 메커니즘》 《실패의 심리학》 《교통사고는 왜 없어지지 않는가》(번역서, J. G. Wilde 저)가 있다.
■ 역자
조병탁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산업구조조정, 생산성 측정 및 향상 방안, 제조업 균형 경쟁력 평가(BSC) 및 관리, 브랜드 가치 측정, 패션산업 부가가치 향상 부문 등에 정책 연구 및 컨설팅을 수행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정경대학에서 다국적기업론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종합생산성지표로 분석한 기업내부진단법》 《투명성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면헌
울산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사 학위를 받고, 일본 아오야마 학원(靑山學院)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공공?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생산, 품질, 표준화, 현장 개선 등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2005년부터 대?중소기업 간 성과공유제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 출범(2011)과 함께 상생 협력 문화 확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지원 사업 등을 추진했고, 현재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동반성장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21세기 표준전략》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제1장 “안심해! 안심해!”라는 말의 함정
난폭 운전의 원인이 자동차의 안전장치라고? | 안전 장비를 갖추고 등산하면 더 위험해진다고? | 타르를 줄인 담배 때문에 암 환자가 늘었다고? | 세계 최고의 방파제가 세계 최악의 참사를 일으켰다고? |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주의하라고? | 안전 대책이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고?
제2장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사고를 저지르는 이유
초보운전자도 조심조심 운전하면 사고를 면한다고? | 젊은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잘 일으킨다고? | 안전 성과 교육을 받은 고교생들이 운전면허를 땄더니! | 훈련 덕에 익숙해지니 사고를 더 많이 저질렀어요! | 프로의 경지에 오를수록 리스크도 커진다고? | “난 천재야!”라는 자신감이 대형 사고의 원인이라고?
제3장 사고의 원인은 시스템과 장치보다 사람
안전장치를 해도 사용자 때문에 다시 위험해진다고? | 안전 대책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 5분 일찍 가려다 50년 먼저 죽어 있다? | 우리 동네 교통사고율은 왜 제자리를 맴돌까? | 독일 택시 운전사들이 ABS 장착 차량으로 실험해보았다 |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운전사들도 같은 실험을 해보았다 | 우수한 안전장치를 도입해도 사용자 때문에 사고가 난다고?
제4장 ‘스릴’과 ‘리스크’는 종이 한 장 차이
‘리스크’의 뜻이 ‘나쁜 결과’라고? | ‘나쁜 결과’에도 차이가 있다고? | 결과가 나빠도 그것이 꼭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 나는 ‘나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나쁜 결과’를 받아들임으로써 생기는 이익도 있다고? | 상황에 따라 ‘나쁜 결과’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 ‘도련님’들이 사고를 많이 저지르는 이유가 있다고? | “스릴 만점!”의 결과가 “대형 사고!”라고?
제5장 안전 의식 갖추기와 시스템 개선하기
가장 적절한 결정을 내렸는데 왜 에러가 날까? | ‘의도야 좋았지만’ 여러 사람이 죽을 뻔했어! |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뭘까? | 운전자의 능력과 교통 환경 개선 중 무엇이 먼저일까? | 운전자는 실제로 이런 행동을 한다고? | 휴먼에러(인재)를 분석하여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제6장 대참사의 원인은 리스크에 대한 착각과 오해
무엇이 리스크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까? | 잘못된 안내 방송이 피해를 키웠다고? | 재난 경고를 무시해서 피해를 키웠다고? | 사람들이 패닉(공포심)에 빠지는 조건은 따로 있다고? | 과대평가되는 위험과 과소평가되는 위험 |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표’가 있다 | 80만 원 손해 볼 가능성 100%, 100만원 손해 볼 가능성 80% | 이익이 먼저일까, 손해가 먼저일까? | 리스크를 의논하는 사람이 많으면 리스크가 높아진다고?
제7장 리스크에 대해 한 마디씩 해보기
안전해서 안심하는 게 아니라 ‘잊고 있어서’ 안심한다고? | 복어독은 괜찮고, ‘미친 소’의 고기는 안 된다고? | 전문가를 믿는 이유는 정보를 취사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얼마나 위험하냐고요?” | 리스크 ‘0(zero)’의 신화에 도전한다 | “이제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도 될까요?”
제8장 스릴과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차이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데 리스크는 피하고 싶다고? | 횡단보도까지 가기 귀찮아서 무단 횡단을 하고 있지 않나요? |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하지는 않지요? | 풍선이 안 터지게 하면서 공기를 넣는 게임(BART) | 리스크에 관대한 것도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 ‘사고뭉치’를 쫓아내도 시스템을 안 바꾸면 소용없다
제9장 최고의 리스크 관리 방법은 ‘공존하기’
‘매니지먼트’의 진짜 의미를 아는지? | 소 잃고서 외양간 고치지 말고,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자 | 호미로 막을 일에 주의하지 않으면 트랙터로도 못 막게 된다 | “아차!” 하고 외쳤다면 왜 그랬는지 돌아보자 | 2005년, 일본의 땅과 바다와 하늘이 알려준 안전 관리 방법은? | 교통사고를 막는 데 적절한 운전자 행동 모델이 있다? 없다? | 자신이 운전을 잘 한다고 믿는 이여, 대형 사고를 겪으리라 | 방어 운전이 왜 교통사고 예방에 최선인가? | 지난 10여 년간 일본에서 벌어진 대형 교통사고들을 살펴보자 |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대책’을 제시한다 | ‘안전에 도움되는 기술’이 좋은 기술 | 안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한 4개의 당근 | 하는 일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이 안전 의식을 높여준다 | 리스크에 너무 관대하면 꿈도 희망도 없어진다
맺음말
참고 문헌
안전 의식 혁명
"안심해! 안심해!"라는 말의 함정
타르를 줄인 담배 때문에 암 환자가 늘었다고?
일본인의 사망 원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암(악성 종양, 악성 신생물)이지만, 암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폐암이다. 게다가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50년 전에 비해 무려 10배에 달한다. 일본인의 흡연율이 매년 낮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와 폐암은 상관 없나보네?"라며 안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니, 이미 늦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개인이 일생 동안 피운 담배의 누적 개피 수에 비례해서 폐암 사망자 수가 증가한다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 연구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사람, 또는 담배를 피우다 금연했지만 그때까지 상당히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운 사람은 폐암에 걸릴 리스크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1920년 이후에 태어난 남성들이 폐선암(肺腺癌, 폐암의 일종)에 많이 걸렸다. 그 요인으로 1960년경부터 널리 알려진 저타르(低-tar) 담배의 영향을 지적하는 연구자가 있다. 니코틴 함유량도 낮은 저타르 담배로 바꾼 애연가는 니코틴 흡입량을 확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는 간격이 짧아지기도 해서 담배 연기를 폐에 오래 간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량의 타르와 기타 발암물질을 폐 속에 집어넣어 폐선암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저타르, 저니코틴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는 순한 담배는 사실 괴물인 것이다.
저타르 담배는 폐암에 걸릴 리스크를 낮추는가? 폐암의 원인은 담배뿐만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다 끊었거나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어도 폐암에 걸릴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많은 흡연자는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용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담배를 끊고 싶지 않지만 암에 걸릴 리스크는 가능한 줄이고 싶은 애연가가 담배를 순한 것으로 바꾸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품이 보여주는 만큼(혹은 소비자가 믿고 있는 만큼) 발암물질이 적지 않고, 부족한 니코틴을 채우기 위해 더 자주 피우고 깊게 흡입한다면 오히려 많은 발암물질을 마시게 된다. 또한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피 수가 증가한다면 리스크는 점점 높아진다.
다른 문제도 있다. 담배를 끈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애연가가 피우던 담배를 저타를 담배로 바꾸는 것만으로 이제 담배를 끊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이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담배회사가 저타르 담배를 판매하기 때문에, 강한 담배만 판매했다면 실현되었을 흡연율 감소를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 최고의 방파제가 세계 최악의 참사를 일으켰다고?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의 해일로 2만 명이나 되는 인명을 잃어버렸다. 그중에는 해일을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이나 피난 장소에 해일이 덮쳐 희생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는 해일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주민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한 원인 중 하나는 훌륭한 방파제·방조제의 존재였다.
미야기 현의 센다이 근교에는 해안선과 나란히 흐르는 데이장호리라는 운하가 있다. 시오가마 항으로부터 아부쿠마 천의 하구까지 약 30km에 이르는 그 운하는, 에도 시대(1603~1867)의 유력자였던 다테 마사무네의 명으로 건설되었다. 그 지방에서는 해일이 와도 데이장호리에서 멈춘다고 전해지고 있어, 해저드맵(hazard map, 지진이나 화산 분화 등 재해 발생 시 긴급 대피 경로도)에도 내륙 지역은 대부분 해일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대지진 당시 센다이 평야 내륙 깊숙이까지 해일이 밀려왔으며, 센다이 시의 와카바야시 구나 나토리 시의 하마지 구 등에서도 많은 인명을 잃었다. 이 지역의 센다이 공항 또한 수몰되었다. "안심은 인간의 가장 거대한 적이다"라는 말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 나오는 대사다. 훌륭한 방파제가 있어서 안전하다고 안심했던 것이 해일에 대한 방심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안전 대책이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고?
이것도 방심과 유사한 의미로, "안전 대책이 마치 자장가처럼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안전 대책이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영어로 자장가 효과(lullaby effect)라고 한다.
산리쿠(미야기·이와테·아노모리 등 태평양 연안의 3개 현) 지방의 훌륭한 방파제·방조제는 어쩌면 자장가 효과를 발생시켜 버린 것은 아닐까? 또한 자동차 안전기술의 진보에는 자장가 효과가 함께하는 것은 아닌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같은 것이 일어난 이유는, 실제로는 안전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장가처럼 "안심해, 안심해" 하고 반복하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자신까지 잠이 들어버리고만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시스템과 장치보다 사람
안전장치를 해도 사용자 때문에 다시 위험해진다고?
사고·질병·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대책이나 훈련이 결과적으로 사고·질병·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정작 인간이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기 떄문이다. 이 현상을 리스크 보상이라고 한다.
리스크 보상이란 낮아진 리스크를 메우기 위해 행동이 변화하여, 원래의 리스크 수준으로 되돌아가버리는 것을 말한다. 좁고 구불구불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폭이 넓은 직선도로로 나온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거나, 눈 덮인 도로를 일반 타이어를 천천히 달렸던 자동차가 스노 타이어를 바꾸자마자 속도를 높이는 현상이 전형적인 리스크 보상 행동이다. 운전 속도처럼 측정 가능한 행동 변화뿐만 아니라 주의력이 낮아지거나 다른 일을 동시에 하는 등, 보다 큰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리스크 보상 현상이다.
리스크 보상이라는 현상은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술자에게 괴로운 문제이다. 애써 고생해서 안전성을 높이는 장치를 만들어도,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스스로 안전성을 떨어뜨려버리기 때문이다. 만약에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제조물책임법(PL법, product liability)에 따라 제조사에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눈을 판 운전자가 잘못한 것인가, 사고를 방지 못한 제조사가 잘못한 것인가? 리스크 보상 문제와 책임 소재 문제가 안전장치의 연구 개발과 보급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리스크 보상 행동은 나쁜 행위일까? 좁은 도로에서나 넓은 도로에서나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면 무엇을 위해 도로를 개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자에 따라서는 리스크 보상 행동을 행동 적응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리스크 보상이란 인간이 새로운 환경, 새로운 능력에 적응해 행동하는 현상이니,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입장의 연구자는 행동 적응의 부정적인 측면을 논하는 경우에는 음(陰)의 행동 적응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안전 대책에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런데 왜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인식하면 오히려 리스크가 큰 방향으로 행동이 변하는 것일까? 그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리스크 항상성 이론(risk homeostasis theory)이다.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단어는 원래 생리학 용어로, 외부 환경이 변화해도 몸속의 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항상성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역피드백 기능이다. 각기 센서가 있어서 적정한 수치로부터 벗어나면 자동적으로 원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체온, 혈압, 체액의 염분, 당분, 각종 미네랄 성분의 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대응책을 발동한다.
이 항상성의 메커니즘이 리스크에도 적합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 사람이 제럴드 와일드다. 와일드는 1982년 <리스크 어날리시스(risk analysis)> 지에 리스크 항상성 이론을 발표하여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와일드의 주장 중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다음 2가지다.
(1) 어떠한 활동이라도 사람들이 그 활동으로부터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익과 서로 바꿀 수 있는, 자신의 건강, 안전, 그 밖의 가치를 훼손하는 리스크의 주관적 추정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받아들인다.
(2) 사람들은 건강·안전 대책에 따라 행동을 바꾸지만, 그가 자발적으로 책임져야 할 리스크의 양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는 한 행동의 위험성은 변화하지 않는다.
결국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은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고나 질병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 정도가 리스크의 목표 수준이다. 안전 대책으로 사고가 줄어든 경우 사람들은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느끼고, 리스크를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왜냐하면 편익[benefit]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리스크의 목표 수준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이 없는 한 어떠한 안전 대책도, 단기적으로는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율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가버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스릴과 리스크는 종이 한 장 차이
도련님들이 사고를 많이 저지르는 이유가 있다고?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든 젊은 남성은 용감함이나 대담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들은 즐기기 위해 리스크가 높은 행동을 취한다는 생각도 든다. 젊은 남성의 교통사고율이 높고, 과속이나 폭주로 인한 사고를 일으키는 운전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했어?"라고 말할 만한 행동으로 목숨을 버리는 것은 대체로 남성이다.
젊은 남성이 위험한 행동을 좋아하는 것은 진화행동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리스크를 범하고 미지의 땅으로 모험 여행을 떠남으로써 새로운 비옥한 토지를 차지하기도 하고(여자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손에 넣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가 그 때문에 목숨을 버리더라도 한 사람이 영웅이 되어 영토를 획득하면 그와 그의 부족(다시 말해 그와 공통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자손들은 번성한다. 전쟁에서도 많은 젊은이가 죽지만, 승리하면 살아남은 동료들이 많은 자손을 남긴다. 그러나 동료를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면 안 된다. 물론 젊은 남성은 으레 모험이나 싸움(경쟁)을 좋아하지만 말이다.
"스릴 만점!"의 결과가 "대형 사고!"라고?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이 쾌감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생리학적 근거는 없다. 많은 사람은 새로운 것, 새로운 물건을 좋아한다. 익숙하고 언제나 동일한 자극(사람이나 식물이나 영화)이나 활동은 안정감은 있어도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같은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식상해진다. 새로운 자극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어떨지 알 수 없다. 새로운 활동은 잘 진행될지 아닐지도 알 수 없다. 그러한 불확실성, 즉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것이 사실은 즐거움인 것이다. 두근두근 설레게 하는 것이다. 유원지의 롤러코스터에서 괴성을 지르는 것도 즐겁고, 어느 편이 이길지 모르지만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결과를 미리 안다면 재미없지 않을까?). 공포영화도 도박도 꾸준히 인기가 있다.
리스크가 닥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올라가고, 그 때문에 뇌 속에서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아드레날린 기초가 되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그것이 쾌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리스크를 극복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낮아지면 엔도르핀이 방출되어 다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즉, 리스크는 한 번에 두 번 맛을 느낄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이든 스릴을 좋아하는 어른이든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이 즐거우면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리스크로부터 커다란 쾌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행동이 가져다주는 이득과는 별도로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행동 그것 자체가 원인이 되는 효용을 리스크 효용이라고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리스크를 감수해도 될 만큼 결과에 따르는 효용이 높다면, 인간은 리스크가 아주 높은 행동을 피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최고의 리스크 관리 방법은 공존하기
소 잃고서 외양간 고치지 말고,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자
지금까지 사고 방지 활동은 사고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리스크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가급적 시스템에서 내보냈으며, 무인화와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나머지 사람들이 손으로 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무재해 목표, 달성하자! 파이팅!" 하는 기세로 극복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일단 사고가 일어나버리면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이면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왔다. 심지어 사망자가 나와야 비로소 처음으로 안전 대책이 나오기 때문에 사후(事後) 안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필요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 대책에 매니지먼트 사고를 도입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후 안전에서 예방 안전으로의 전화에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리스크는 이른바 사람을 습격하는 맹수라고 할 수 있다. 매수를 가둬놓은 감방의 어딘가가 부서지지는 않았는지 매일 순찰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약한 곳이 발견되면 재빨리 수리해야 한다. 열쇠를 관리하는 규정을 정하고 정확하게 지킴으로써 감방 문이 열려 도망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맹수라는 위험원이 감방 밖으로 뛰쳐나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매니지먼트할 필요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에 주의하지 않으면 트랙터로도 못 막게 된다
사후 안전에서 예방 안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리스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제로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리스크의 크기를 평가해서 우선순위를 매기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 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이다. 작업 중에 에러나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히야리 핫토("아차, 어이쿠!") 체험이라고 한다. 히야리 핫토 체험 중에는 간발의 차이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일도 포함되어 있다.
20세기 초에 미국의 손해보험회사에서 근무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 재해에 관한 보험금 청구 데이터에 의거하여 "1명이 일으킨 같은 종류의 재해가 330건 있다면, 그중에 300건은 다친 사람이 없는 재해이고, 29건은 가벼운 부상을 동반하며, 1건은 중대한 부상이 발생한다"는 1 대 29 대 300의 법칙을 발표했다. 또한 이 300건의 무상해 재해(예를 들어 넘어지는 정도의 사고)의 그늘에는 무수히 많은 불완전한 행동과 불완전한 상태가 있다고 했다. 이 경험 법칙은 일반적으로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의 중요성은 비율의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결과(피해)의 중대성은 확률적인 것이라는 점에 있다. 즉 똑같이 굴러도 아무런 상처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가 무릎이 까지는 상처를 입거나 극히 드물지만 골절을 당하는 중상을 입는다. 넘어져서 골절을 당하는 산업 재해를 줄이려면 골절 사고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넘어지는 경우에 주목하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히야리 핫토 체험은 바로 이 삼각형의 아래에 있는 300건의 무해한 재해나 무수히 많은 불완전한 행동과 불완전한 상태에 해당된다. 즉 사고의 예상 조짐, 리스크가 존재하는 장소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기업이나 의료 기관이 히야리 핫토 보고를 중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에 따라 실제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히야리 핫토 보고가 적다고 탄식하고 있는 안전담당자가 있지만, 보고를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조만간 귀찮아서 아무도 보고하지 않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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