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을 훔치다

   
KBS 파노라마 [신의 뇌]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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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사
   
13000
2015�� 04��



■ 책 소개


KBS <신의 뇌> 제작진이 밝혀낸 과학과 종교의 비밀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


KBS 파노라마 <신의 뇌>를 바탕으로 쓰였다. <신의 뇌>는 2부작으로 방송이 나갔지만, 사실 4부작으로 기획된 다큐멘터리였다. 방송하지 못한 나머지 2부작 분량은 책상 한쪽 구석에 밀쳐두었고, 책 출간이 결정되면서 애초 4부작을 위해 준비했던 자료까지 모두 다 이 책에 담기로 했다. 이 책에는 신과 인간에 관한 몇 가지 질문과 답, 그리고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만날 법한 실존적 고민과 그때 참고하면 좋을 만한 자료 목록이 포함되어 있으며, 방송에서 시간관계상 생략했던 인터뷰는 박스 글로 담았다.


<신의 뇌> 제작진은 한 가지 질문과 함께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 질문은 이렇다. “21세기 과학의 시대에, 똑똑한 사람들이 왜 신을 믿을까?” 그러기 위해 <신의 뇌> 제작진은 하버드대학 신경외과 의사인 이븐 알렉산더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인류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만신 김금화, ‘무신론 전사’라고 불리는 유명한 무신론자 마이클 셔머, 17개국을 여행하며 40여 가지 종교를 체험한 위르겐 슈미더, 14번이나 환생한 린포체, 기도와 명상으로 병을 고쳤다는 신자들, 우리나라 대표적 종교학자인 정진홍 등을 만났다.


특히 『총,균,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이 신을 믿는 이유는 손해보다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신의 뇌> 제작진은 “우주선이 혜성을 탐사하는 이때, 인간의 지성이 무한대로 뻗쳐나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신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그만큼 똑똑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믿음은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인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지 모른다.


■ 저자
김은주
1995년 KBS에 입사해 <피플 세상 속으로>, , , <환경 스페셜>, <과학 스페셜>, 등 다수의 휴먼·과학·문화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지은 책으로 냉장고를 통해 과학 발달과 인간의 욕망을 고찰한 『욕망하는 냉장고』가 있다. 현재 KBS <다큐멘터리 3일>을 연출하고 있다.


박정아
1970년 12월 25일, 성탄절에 태어났다. 초등학생 때는 교회에, 중고등학생 때는 성당에 다녔고, 대학생 때는 유물론에 심취했다. 가족 중에는 불교 신자가 많고, 무속신앙을 가진 분도 몇 분 있다. MBC 공채 작가로, 1997년 MBC〈PD수첩〉으로 방송에 입문했다. 1999년 12월 31일 자정이 지나고 종말론이 거짓임이 밝혀지자, 약간 당황했다. 종말론에 속은 또 다른 피해자인 MBC PD와 넉 달 후인 새천년 첫 만우절에 결혼했다. 이후 KBS , <병원24시>, , <역사 스페셜> 등의 프로그램을 집필했으며 현재 19년차 방송작가 겸 해직 언론인의 아내다. 산 날과 살 날이 반반인 중년에 접어들면서, 신의 섭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


김연미
EBS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거쳐 KBS 파노라마 <신의 뇌>의 작가로 일했다. 인문학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이 많다.


■ 차례
프롤로그 : 21세기에도 신은 건재하다


제1장 신의 목격자들
삶 이후의 삶 천국에 다녀온 뇌과학자 파스칼의 영적 체험 인류 최초의 ‘달 성찬식’ 신의 무한하고 강력한 힘 : 이븐 알렉산더


제2장 신의 뇌
신의 자리, 갓 스폿 ‘신 헬멧’을 개발하다 명상하지 않은 뇌 vs 명상한 뇌 무아지경과 오르가슴 기도와 명상이 뇌를 변화시킨다 육체를 넘어선 믿음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 믿음의 뇌 : 마이클 셔머


제3장 죽음과 영혼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지옥에 가기 싫은 남자 영혼의 무게는 얼마인가? 영혼의 증거를 찾다 14번이나 환생한 영혼 구원 확률 높이기 프로젝트 : 위르겐 슈미더 죽음을 넘어선 사람들 : 샘 파니아


제4장 믿음의 생물학
신의 응답, 기적 병을 고치는 교회 기도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신과 산타클로스의 차이 믿음의 약물 3총사 기도하는 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뇌 믿음의 놀라운 힘 믿음을 만들어내는 뇌


제5장 신들의 생존법
태초의 신 오직 인간만 신을 믿는다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믿음의 본능 : 케이크 상자 실험 신의 유전자 종교와 동정심 : 모자란 의자 실험 엘리야의 들판 : 키부츠 실험 종교와 팬클럽 신을 믿는 이유 : 재러드 다이아몬드


제6장 이로운 믿음, 해로운 믿음
예루살렘에서 우리가 본 것 양날의 칼 ‘문제는 믿음이야, 바보야!’ 종교의 초심 신의 한 수 : 정진홍


에필로그 : 파스칼의 내기


 




뇌, 신을 훔치다


신의 목격자들

천국에 다녀온 뇌과학자

그런데 의식을 잃은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아침, 그는 거짓말처럼 깨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말은 사실일까? 그가 본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븐 알렉산더는 그때의 특별한 경험을 소상히 들려주었다.


그가 맨 처음 기억하는 건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인 지하 세계 같은 것이었다. 나무뿌리 같은 게 주변을 감싸고 있었는데 별로 유쾌한 곳은 아니었다. 다행히 빙빙 회전하는 아름다운 빛이 다가와 그를 구출했는데, 완벽한 멜로디가 흐르고 있던 그 빛은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그 빛을 따라가자 어떤 문이 열렸고 그는 하늘을 날 듯 문을 통과한 후 아름다운 계곡으로 나갔다. 그곳은 정말 완벽한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신이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그는 좀 난감해했다. 그는 신을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나 단어는 없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신은 우리의 이해나 설명을 훨씬 넘어선 무한하고 경이롭고 강력한 존재여서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천국에서 만난 신 또는 창조적인 근원을 옴이라고 불렀다. 옴은 그가 신의 나라에서 들었던 소리라고 했다. 잠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밝히는데 그 당시 이븐 알렉산더는 옴이라는 단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몇 년 후에야 옴이라는 말이 동양의 종교와 관련된 용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신인지 아냐고 물어보실 수 있는데 그건 오로지 무한하고 영원하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롭고 놀라운 일입니다. 신이든, 다른 무엇이든 당신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세요. 신의 나라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신의 나라가 보여주는 순수하고 풍부하고 완전함을 느끼고 나면 그 단어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인정, 용서, 수락, 자비죠.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그것은 분명히 진짜이고 구체적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제가 만났던 신입니다."


과학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뇌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내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뇌와 의식은 현대 과학이 가장 최근에 연구를 시작한 분야로, 솔직히 말해서 과학은 의식에 대해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인 닉 허버트Nick Herbert도 이런 고백을 했다. "우리가 의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발이 아니라 머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뿐이다."

파스칼의 영적 체험

우리는 신과 직접 대화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를 알고 있다. 반신반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무당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무당을 꼽으라면 역시 만신 김금화다. 우리는 그녀를 4번 만났는데,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이미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 소개되어 있으므로, 신과의 만남과 관련된 대목만 이야기하자.


"노상 들리면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어요? 비몽사몽간에 생시 반, 꿈 반……. 그런 예언 같은 게 와요. 그러니까 귀에 환청처럼 소리가 들릴 때도 있는데 보통은 머리로 와요. 그게……어떤, 잊어버렸던 것이 생각나는 것처럼 꼭 그래요.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서 문득 기억이 난단 말이죠. 마치 영화 필름처럼 스쳐갈 때도 있는데, 그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후다닥 말이 나와요. 무섭죠. 그 말이 생시처럼 너무 잘 맞으니까."



신의 뇌

신의 자리, 갓 스폿

당시 의사들은 영적 체험을 일으키는 이 측두엽에 아주 의미심장한 이름을 붙인다. 갓 스폿Gods Spot, 신의 자리라는 뜻이다. 천상이 아니라 지상, 그것도 인간의 뇌 속에서 신의 거처를 찾아낸 것이다. 사실, 뇌전증은 그리스 시대부터 신의 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뇌전증을 뜻하는 영어 단어 에필렙시epilepsy도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히다라는 뜻의 그리스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측두엽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유명한 비유 하나를 들어보자. 우리가 바닷가에서 누군가의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치자. 발자국의 주인은 못 보았지만,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안다. 같은 이치로, 우리는 신을 못 보았지만 뇌 속에 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므로 또 다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신은 실제로 존재하며, 갓 스폿은 신을 감지하도록 설계된 특별한 센서일 가능성 말이다.


신 헬멧을 개발하다

신 헬멧의 작동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뇌전증 환자의 예고 없는 발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헬멧 안에 전극을 연결한 후 갓 스폿이 있는 측두엽 부위에 일부러 전류를 흘려보내 뇌를 자극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 헬멧이 놓인 방을 천국과 지옥이라고 불렀는데, 지원자들을 모집해서 실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영적 체험이나 그 비슷한 뭔가를 감지했다는 사람이 80퍼센트나 되었다. 천사나 죽은 가족을 만났다는 사람, 유체 이탈을 했다는 사람, 신을 만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기도와 명상이 뇌를 변화시킨다

앤드루 뉴버그는 이 실험을 통해 성직자들의 뇌 변화는 후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에게 최적화된 뇌, 즉 영적 체험을 일으키는 갓 스폿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도와 명상이 뇌를 후천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앤드루 뉴버그는 수십 년씩 종교 수행을 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뇌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론적으로는 육체까지 통제하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추측했다.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

현대 과학은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뇌가 신을 느낀다는 신경학적 증거는 아주 많이 찾아냈다. 인간의 뇌 전체가 갓 스폿이 될 수 있으며, 명상과 기도는 뇌를 변화시키고, 특히 이성적인 전두엽을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뇌가 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뇌가 신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뇌가 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실제로 신이 존재한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종교가 금기시하는 곤란한 질문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 질문은 이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까?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



죽음과 영혼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예일대학 철학 교수 셸리 케이건Shelly Kagan은 삶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나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죽음을 나쁘게만 보는 걸까? 셸리 케이건은 그 이유로 ① 반드시 죽는다는 죽음의 필연성必然性, inevitability, ② 얼마나 살지 모른다는 죽음의 가변성可變性, variability, ③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불가능성豫測不可能性, unpredictability, ④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편재성遍在性, ubiquity 등 죽음의 4가지 특성을 꼽았다.


영혼의 증거를 찾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는 일이다. 샘 파니아는 이 일을 하기에 아주 적당한 인물이다. 사망 확률이 높은 환자들을 살리는 것이 그의 직업이고, 그만큼 임사체험자를 접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2008년부터 대규모 실험에 착수했다. 임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유체 이탈, 즉 자신의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었다는 이야기에 착안한 것이다. 이 실험을 어웨어 프로젝트라고 부르는데, 미국과 유럽 등 25개 응급센터, 1만 5,000개 병실이 참가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아이디어는 의외로 단순하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응급의학과 병실에 엉뚱한 사진이나 그림을 놓아둔다. 산소마스크나 제세동기 같은 게 아니라, 젊고 예쁜 여성이나 아기, 강아지 사진 같은 것 말이다. 이 사진을 병실 천정에서 약 20센티미터쯤 아래쪽 선반에 둔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는 물론 아무리 키 큰 의사나 간호사라도 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사진이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의료진들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한다. 또 병원마다 사진의 내용과 위치도 모두 다르다. 그런 다음, 이 사진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촬영 당시 샘 파니아가 근무하던 병원에 숨겨진 그림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젊은 여성의 사진이었다(우리가 다녀간 직후 다른 사진으로 교체되었다).


결국 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따로 입수한 자료가 있다. 2011년에 발표된 중간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진행된 최초 3년 동안 임상적으로 사망했다가 살아난 환자는 1,500명 정도이고, 그중 약 10퍼센트인 150~200명 정도가 유체 이탈을 경험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들을 한 삶씩 인터뷰한 후 그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 중에서 뇌의 착각이라고 볼 수 없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샘 파니아의 가설이 입증된다면, 우리는 천국과 영혼을 증명하는 길에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14번이나 환생한 영혼

스탁나는 호랑이의 코를 뜻하는데 지금까지 역대 스탁나 린포체들은 예외 없이 호랑이 줄무늬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14대 린포체는 뒤통수에 있고, 13대 린포체는 등에, 그 이전에는 허벅지나 다리 등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호랑이 줄무늬가 있다고 곧바로 린포체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린포체로 인정받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몇 년 동안 린포체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린 14대 린포체는 다른 사람들의 소지품과 섞어 놓아도 신기하게 전생자轉生自의 물건만 집어냈다고 한다. 또 식성이라든지, 아주 사소한 습관까지도 전생의 고승과 똑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2013년 여름, 아이를 직접 만나본 달라이 라마는 그가 14대 스탁나 린포체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현재 어린 14대 린포체는 본격적인 린포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믿음의 생물학

신과 산타클로스의 차이

2008년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연구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은 21세에서 32세까지의 성인 남녀로 신경정신과적 병력이 전혀 없는 매우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MRI 촬영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다린 후, 한 가지 과제를 주었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신에게 기도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했다.


그런데 이 실험에는 한 가지 깜짝 미션이 더 있었다. 똑같은 참가자들에게 이번에는 산타클로스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기도하라고 주문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MRI를 촬영했다. 실험 결과, 신과 산타클로스 사이에는 아주 재미있는 차이가 발견되었다. 신에게 기도하는 동안 뇌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 곳은 대뇌 아래쪽에 있는 미상핵이라는 곳인데, 산타클로스에게 기도할 때는 이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상핵이 활성화된다는 건 어떤 뜻일까?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우리는 미상핵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 도파민Dopamine이 분수처럼 솟아났던 경험이 다들 있을 거다. 미상핵은 이 도파민을 빨아들이는 수용기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신에게 기도할 때 미상핵이 활성화되었다는 말은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쾌감과 흥분과 기쁨과 행복감에 풍덩 빠져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신에게 기도할 때는 활성화되던 미상핵이 왜 산타클로스에게 기도할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 걸까? 오르후스대학 연구팀의 보고서에 의하면 신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반면, 산타클로스는 가상의 인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믿음은 인간의 뇌 활동 방식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뇌의 형태까지 바꿀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믿음을 만들어내는 뇌

전 세계 40여 가지 종교를 체험했던 위르겐 슈미더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수많은 종교를 체험하면서 한 가지 아주 중요하고도 평범한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건 바로 믿지 않을 때보다는 믿을 때 좀더 편안히 잠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믿지 않을 때보다, 믿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걸까?


아주대학교 신경과 교수 허균은 우리의 뇌가 애초부터 뭔가를 믿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우리는 뇌를 컴퓨터, 즉 세상에서 들어온 정보를 입력해서 계산하는 정보처리 장치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자극이 들어오면, 우리의 뇌는 그중에서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뽑아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 결과 이렇게 해야겠다 혹은 저렇게 해야겠다는 믿음 체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뇌는 믿음을 만들어내는 기계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은 모두 뇌가 만들어낸 믿음에 의존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당연히 다음 질문이 생긴다. 뇌는 왜 애초부터 믿음을 만들도록 설계된 것일까? 허균 교수는 인간 세계가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과학과 이성이 발달해도, 최첨단 슈퍼컴퓨터가 나와도 우리는 올겨울 날씨가 추울지 안 추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도대체 몇 살까지 살지, 교통사고로 죽을지 암으로 죽을지,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뇌는 예측을 통해 학습을 하고, 그 학습 과정이 믿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신들의 생존법

오직 인간만 신을 믿는다

이런 경험이 반복 · 학습되면서 인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사물과 현상, 즉 나무, 식물, 비, 바위, 태양 뒤에는 그것을 움직이는 행위자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숲 속에 곰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것처럼 말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행위자 탐지 능력이라고 부른다. 종교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 행위자 탐지 능력 외에도 2가지 능력이 더 필요한데, 인과 추론 능력과 마음 이론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인간이 지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래서 3가지 인지능력이 없었다면, 신을 믿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이 신을 믿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큰 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큰 뇌를 가진 인간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인간과 달리 동문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질문은 어떻게 해서 신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질까?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신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매일 아침 해가 떠서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오늘날 과학은 해가 뜨는 이유가 지구가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면서 해와 마주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러나 과거에는 왜 해가 뜨는지에 대한 답이 분명치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설명을 만들어냈다. 과거의 설명은 바로 신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폴로 신이 해를 마차에 실어서 옮기는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까 신을 믿는 이유는 설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신의 유전자

신의 유전자가 어떤 건지 좀더 자세히 들어보자. 예전 생물 시간에 배운 것처럼,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핵 속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고, 이 염색체는 DNA 가닥이 뭉친 실타래처럼 생겼다. DNA를 집이라고 치면, 벽돌에 해당하는 것이 염기다. 염기에는 다시 아데닌, 구아닌, 시토닌, 티민이라는 네 종류가 있는데 이 벽돌들이 다양한 조합을 이루면서 유전 정보를 저장한다. 딘 해머가 찾은 3만 3,050번째 유전자, 즉 신의 유전자는 시토닌이라는 염기를 지닌 유전자 변종 VMAT2 Vesicular Monoamine Transporter 2(소포모노아민 전달체)라고 하는데,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 VMAT2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딘 해머는 신의 유전자 VMAT2가 믿음의 생물학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즉, 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며 진화 과정을 거치며 전승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환원주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인간이 유전자의 탈것 혹은 유전자를 담는 그릇에 지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신을 믿는 이유 : 재러드 다이아몬드

인간이 신을 믿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인간의 실존적인 질문에 대해 과학은 답해줄 수 없지만 종교는 답해줄 수 있기 떄문이 아닐까요?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곰곰이 생각해보고 말씀드리죠. 먼저 과학자의 답을 드리도록 할게요. 과학자는 과학이 답할 수 없는데 종교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겁니다. 지금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지만 과학은 그 모든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언젠가는 답할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무신론자나 무신론 과학자에게 오직 종교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하면 아무것도 없다고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 왜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종교인의 답은 뭘까요?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겠죠. 무신론자는 그건 설명이 아니라고 할 겁니다. 그건 그냥 신이라는 음절일 뿐인 겁니다. 그게 설명인가요? 아닙니다. 누군가 계속해서 신이 있다면 증거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신은 무엇이 만들었나요?라고 할 겁니다.



이로운 믿음, 해로운 믿음

문제는 믿음이야, 바보야!

그러니까 문제는 결국 믿음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진실을 외면하고 비판적 사고를 무력하게 만들어 다른 믿음을 가진 이들을 악마로 보는 맹신이다. 불안을 해소하고 우리를 죽음의 공포에서 위로하던 좋은 믿음이 왜 해로운 맹신이 되고 말았을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일단 믿음이 생긴 이후에는 그 믿음을 취소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설령 믿음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더라도 우리 뇌가 이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보이는 대로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보려고 하는 것이 바로 믿음의 속성이다. 믿음은 왜 이토록 고집이 센 것일까? 믿음과 모순되는 상황과 직면했을 때 우리 뇌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신의 한 수 : 정진홍

정진홍은 종교에 대해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충고했다.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그 사람이 종교보다 정의롭고 훌륭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것은 책임지려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에 대해 비판할 건 하더라도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건 뭔지를 같이 고민해야 하며, 종교에 대해서도 아껴줄 건 아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정진홍은 오히려 종교가 세속과 멀어지는 것을 염려했다. 세속과 동떨어진 종교는 희망도 없다는 것이다. 종교인들 중에는 세상이 다 썩고 오염되어도 연꽃처럼, 불꽃처럼 우리가 세상을 밝혀야 되고, 세상이 썩어도 우리 종교는 썩지 말아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진홍은 이런 태도가 책임 의식은 좋지만, 동료 의식이 없는 태도라고 했다. 언제나 세상의 심판자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세상은 다 썩어도, 나는 썩지 않았다는 자의식이다. 이런 태도는 자기 성찰이나 자기 참회의 기회를 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참회의 기회조차 차단되면, 종교에는 정말 희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교육, 정당,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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