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가장 위대한 발명가는 "우연‘이다?
‘우연’의 도움을 받아 탄생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발명품 50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지식들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생물학의 첫걸음은 어떠했는지, 전기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텔레비전은 어떤 여정을 지나왔는지, 자동차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방사능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또한 이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고 한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그 고마운 우연은 미래의 발견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게 그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구한 위대한 발명품들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우연’이 만나는 순간 탄생한다.
다양한 사진과 함께 구성되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은 성인 독자는 물론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과학을 흥미롭게 접하고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 저자 마리 노엘 샤를
프랑스 보르도 국립농학대학을 졸업한 공학자로서, 포도 재배 및 포도주 양조 분야의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아키텐에서 벌어진 일(Histoires vraies en Aquitaine)』(Le Papillon Rouge, 2010)을 포함해 다양한 책을 써냈다.
■ 역자 김성희
부산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성의 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외계 생명체를 찾아서』『인간의 유전자는 어떻게 진화하는가』『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분류와 진화』『우유의 역습』『철학자들의 식물도감』『부모의 심리백과』『바다는 왜 파랄까』『빅뱅은 정말로 있었을까』『우리는 어떻게 꿈을 꿀까』『에너지 전쟁』『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태양은 왜 빛날까』『남자와 여자의 뇌는 같을까』『식물은 왜 꽃을 피울까』 들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 참으로 고마운 우연!
폭약 시장의 폭발 | 주방 보조가 된 마그네트론 | 비극으로 끝맺은 웃음 | 지나치게 풍만한 여환자 |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 약이 된 독가스 | 사과를 본 자, 달을 보다 | 햇빛이 의사 | 심장을 살린 남자 | 우물에서 건진 보물 | “떴다 떴다 비행기…” | 파파 박사의 테스트 | 유리망치로 못을 박다! | 껍질에 숨어 있던 비타민 | 극저온이 가져다준 깜짝 발견 | 소리에서 색깔이 보인다면? | 갈고리에서 얻은 아이디어 | 태양의 숨바꼭질 | 관심이 능률을 높인다? | 꿈에서 본 심장! | 지루한 미사 | 한 단계씩 천천히 | 개구리즙 맛 좀 봅시다! | 창문으로 들어온 곰팡이 | 푸코의 진자 | 죽은 개구리를 춤추게 하다 | 행복을 주는 알약 | 미치광이 괴짜 과학자 | X선의 사나이 | 닭에게 면역이 생기다 | 카우보이의 필수품?| 포목상과 현미경과 극미동물 | 마법의 스파크 | 화약의 숨겨진 효험 | 전기가 말을 하다 | 이는 출입금지 | 구름을 가두다 | 병을 고친 건 수도사가 아니었다! | 모터를 돌려라! | 포세이돈이라 불린 예민한 개 | 부러진 프로펠러 | 개와 파리 | 고무는 정말 이상해! | 지독한 박테리아 | 아메리카는 없었다!| 이것만 있으면 달라붙을 걱정은 끝 | 기적의 용액 | 운전자들의 은인 | 얼음 속 기포에 간직된 기억 | 부정직한 세공사와 천재 수학자
감사의 글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
폭약 시장의 폭발
1864년 9월 3일,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는다. 가문 소유의 폭약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막내 동생을 포함한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일을 계기로 노벨은 폭약을 보다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나이트로글리세린은 1864년에 어느 이탈리아 화학자가 개발한 폭발성 액체로, 그전까지 사용된 가루 화약에 비해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어서 거대한 폭약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유감스럽게도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다. 약간의 충격에도 폭발이 일어날 만큼 불안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다루고 옮기기가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던 노벨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그것도 나이트로글리세린이 든 플라스크를 바닥에 떨어뜨린 무시무시한 순간에! 노벨은 폭발이 일어나는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이트로글리세린은 폭발로 노벨을 날려버리는 대신, 작업실 바닥에 깔려 있던 톱밥에 얌전히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톱밥과 같은 역할을 해줄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행운의 여신은 노벨에게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노벨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던 창고에는 커다란 나무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각 상자에는 나이트로글리세린이 든 양철통들이 흰색의 미세한 가루 속에 조심스럽게 보관되어 있었다. 그 가루는 충격 흡수용으로 넣어둔 다공질의 흙으로, 죽은 규조류가 바다나 호수 바닥에 쌓여서 생성된 규조토라는 것이었다. 나이트로글리세린과 규조토의 혼합물은 반죽 상태로 만들기가 쉬웠다. 게다가 순수한 나이트로글리세린보다 폭발력은 약해도 뇌관을 작동시켰을 때에만 폭발한다는 점에서 폭약으로 쓰기에 이상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노벨은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안정화하는 방법을 마침내 개발해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에 다이너마이트(dynamite)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벨은 189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 남긴 유언은 자신의 전 재산으로 재단을 만들어 매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라는 것이었다.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의 다섯 분야에 주어지는 노벨상이 바로 그렇게 탄생한다.
비극으로 끝맺은 웃음
호레이스 웰스는 치과의사로서, 이후 의학 역사가 마취 수술의 선구자로 기억하게 되는 인물이다. 사건의 시작은 그가 아주 우연히 어떤 가스의 효과를 발견한 1844년 12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웰스는 친구들과 함께 당시 크게 유행하던 공연을 보러갔다. 이른바 웃음가스로 불리는 아산화질소(nitrous oxide)를 관객에게 흡입시켜 쇼를 벌이는 자리였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가스라면 마취제로도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웰스는 웃음가스를 일단 흡입한 다음, 몇 주 전부터 아팠던 어금니를 제자 한 명을 시켜 뽑게 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발치의 고통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부터 아산화질소를 제조하는 법을 배웠고, 자신의 환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기술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웰스는 자신이 거둔 쾌거를 널리 알리는 일에도 곧 착수했다. 그래서 1845년 1월, 웰스는 보스턴 의과대학에서 공식적인 실험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치과계에서 마취 수술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은 바로 웰스 덕분이었다. 그의 실험 이후 과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한 마취제 개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웰스는 명예가 실추됨은 물론 건강까지 나빠져 결국 치과의사를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잊지 않았고, 그래서 1847년 사람들에게 자기 견해를 알리기 위해 파리로 떠난다. 이번에는 그 사이 새로운 마취제로 등장한 클로로포름(chloroform)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험 과정에서 웰스는 며칠 만에 클로로포름에 중독되어 버렸고, 폭행죄로 감옥에 갇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고 만다.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웃음가스라고 불리며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준 가스가 정작 그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한 번도 웃게 해주지 못하다니……. 웰스에게 웃음가스는 웃음은커녕 죽음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게 될 만큼 고통을 안겨준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사과를 본 자, 달을 보다
지극히 평범해서 존재감이 없는 학생. 그 주인공은 바로 수학, 물리학, 광학, 천문학 등의 많은 분야에서 이름을 빛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다. 뉴턴이 누구나 인정하는 과학 천재로 손꼽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는 우연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 일도 포함되었는데, 여기서 우연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 한 알의 형태로 등장한다.
뉴턴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또한 뉴턴은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았다. 그 여름 저녁, 과수원에 앉아 있다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무언가를 가까스로 피했을 때도 한참 공상에 빠져있던 중이었다. 문제의 물건은 썩은 사과 한 알이었다. 그리고 그 사과가 달려 있던 나무 위로는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달은 왜 안 떨어질까?
우선 그는 사과가 떨어진 이유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 즉 만유인력에 포함되는 지구의 인력 때문임을 알아냈다. 뉴턴은 달이 사과처럼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관해서는 다소 어지러운 설명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달이 지구 쪽으로 끊임없이 당겨지고 있긴 하나 너무 빨리 돌고 있어서 지구에 떨어질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뉴턴은 그 유명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 달보다 더 멀리까지 내다보았다. 만유인력이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뉴턴이 내놓은 개념들은 17세기 말에는 혁신 그 자체였다. 뉴턴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책으로 펴낸 것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약 20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는 그 20여 년의 시간을 내내 여러 연구에 몰두 했으며, 특히 수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극저온이 가져다준 깜짝 발견
1873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요하네스 판데르발스(Johannes van der Waals)는 동료 물리학자들 앞에서 모든 기체는 액체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자신의 계산에 따르면 온도를 충분히 낮게 가져갈 수만 있다면 어떤 기체라도 액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경쟁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를 일컫는 절대영도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절대영도는 실질적인 물리학적 한계로, 섭씨온도로는 영하 273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경쟁은 초전도(superconductivity)라는 중요한 현상의 발견을 가져왔다. 초전도 현상이란 어떤 물질의 온도를 절대영도 가까이 내렸을 때 전기저항(도체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옮긴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발견되고 10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비밀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을 만큼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기체를 액체로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쉽게 액체로 바뀌는 기체도 있지만, 아주 낮은 온도를 요구하는 기체도 있다. 1908년, 이제는 헬륨만이 액체가 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과감한 성격을 지닌 한 남자가 이 고집스러운 기체를 마침내 굴복시킨다. 그 주인공은 바로 카메를링 오너스(Kamerlingh Onners)라는 이름의 물리학자다. 극저온의 세계를 탐험하는 그의 계획은 이제 금속을 대상으로 옮겨갔다.
1911년 4월 4일, 실험용 쥐로 사용된 금속은 수은이었다. 그리고 이날 오너스는 놀랍게도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을 냉각시키자 전기저항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전자가 얼어붙는 것도 아닌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은의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초전도체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또 한 가지 밝혀진다. 쉽게 말해 초전도체가 되면 자석 위로 떠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초전도체의 그 같은 성질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공중에 떠서 달리는 기차를 꿈꾸기 시작했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기부상열차가 등장하면서 그 꿈이 현실이 되기도 했다. 초전도 현상을 활용한 대표적 기술로는 병원에서 찍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사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갈고리에서 얻은 아이디어
일명 찍찍이로 통하는 벨크로(velcro)가 바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사건은 1948년 스위스의 어느 산에서 시작되었다. 조르주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아일랜드 포인터 종 애완견을 데리고 새 사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지 그는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옷과 개의 털에 작은 공처럼 생긴 열매가 잔득 달라붙은 걸 봤을 때도 평상시와는 달리 크게 짜증을 냈다. 짜증이 날만도 했다. 옷에 붙은 걸 떼어내려고 하면 장갑에까지 들러붙는 그 고약한 열매들과 실랑이를 하다보면 누구나 짜증스러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평화로운 산행을 방해하는 그 불청객은 바로 우엉의 열매다.
하지만 우엉 열매가 옷에 달라붙은 것만으로 벨크로라는 기발한 발명품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발명가로서 메스트랄의 첫 번째 장점은 무엇이든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옷에서 떼어낸 우엉 열매도 연구실로 가져와 현미경으로 관찰했고,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열매를 뒤덮고 있는 가시마다 작고 단단한 갈고리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메스트랄은 우엉 열매의 원리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잠금장치였다.
사람들은 벨크로의 생김새 때문에 이 새로운 발명품을 선뜻 사용하려 들지 않았다. 어쨌든 벨크로는 1951년에 스위스에서 특허를 얻었고, 1958년에 미국으로 진출한다. 그리고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달에 인류의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에 드디어 주목을 받게 된다. 암스트롱이 달에서 주운 암석 몇 개를 우주복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챙겨 넣었는데, 바로 그 주머니에 벨크로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창문으로 들어온 곰팡이
이번에 이야기할 우연한 발견은 아마 의학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우연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1928년에 최초의 천연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플레밍은 세균 감염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1921년 11월의 어느 날, 감기에 걸린 플레밍은 배양 중인 세균 표본들이 잔뜩 놓인 쪽을 향해 그만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그 재채기가 부주의한 실수가 아니라 행운이었음이 밝혀진 것은 며칠 뒤의 일이다. 놀랍게도 재채기를 한 바로 그 방향에 있던 세균들이 증식을 멈춘 것이다! 플레밍은 감기가 걸렸을 때 나오는 콧물에 항균 성분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세균을 파괴할 수 있는 라이소자임이라는 효소를 발견하게 된다.
1928년 9월, 고마운 우연은 다시 한번 플레밍의 연구실에 찾아온다. 플레밍은 2주일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길이었는데, 연구실을 둘러보다가 창문 하나가 계속 열려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 창가에는 배양 접시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병원균에 해당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다가 내버려둔 접시였다. 그리고 그 접시에는 세균 대신 균류, 다시 말해 곰팡이가 생겨나 있었다. 세균이 증식을 못한 이유가 바로 그 곰팡이 때문인 것 같았다. 그 기적 같은 물질을 만들어낸 곰팡이는 실제로 창문을 통해 들어온 것이었다. 확인 결과 문제의 곰팡이는 푸른곰팡이의 일종인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으로 밝혀졌고, 그래서 플레밍은 그 물질에 페니실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행복을 주는 알약
힘센, 건강한을 뜻하는 라틴어 valeo에서 이름을 딴 발륨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의 신경안정제로, 1960년대에 우연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그 개발자는 1908년에 지금의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레오 헨리크 스테른바흐(Leo Henryk Sternbach)라는 화학자다. 어릴 때부터 화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40년에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제약회사인 로슈사(Roche社)의 연구소에 들어갔다.
로슈사 입장에서는 대박으로 통하는 신경안정제 시장을 손 놓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신경안정제 연구를 시작하게 된 스테른바흐는 자신이 1930년대에 폴란드 크라쿠프 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연구를 활용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연구는 목재용 물감에 쓰이는 물질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연구 프로그램은 중단되고 말았다.
2년 후, 이제 로슈사는 신경안정제 개발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스테른바흐의 동료인 얼 리더(Earl Reader)가 연구소 선반을 정리하던 중에 유리병 두 개를 발견한다. 당연히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을 화합물들이 검사에서 제외된 덕분에 2년간 무사히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스테른바흐는 그 유리병들을 버리려다가 마음을 바꾸어 지금이라도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사흘 후, 검사 결과를 받아든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화합물 가운데 하나가 신경 안정 효과 성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스테른바흐가 발견한 것은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새로운 종류의 화학 물질이었다.
근육 이완, 심신 안정, 긴장 완화 등의 효과를 지닌 벤조디아제핀은 지난 60년간 수백만 명의 불안과 불면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게 마련이다. 행복감을 주는 이 기적의 알약은 1980년대에 들어 그 중독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불신의 눈총을 받게 된다. 나중에는 여성들이 벤조디아제핀을 탄 음료를 모르고 마시고 잠들었다가 못된 짓을 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났고, 그 여파로 벤조디아제핀은 강간범이 쓰는 약으로 불리기에 이르렀다.
전기가 말을 하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 과학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e Grahan Bell)이 발명한 전화기는 철로 된 진동막이 자석의 성질을 지닌 금속 몸체에 걸쳐진 형태였다. 작동 원리는 사람이 진동막에 입을 대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일련의 연쇄 반응이다. 청각장애인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던 그는 소리가 공기 중으로 전달되는 진동에 의해 발생하는 청각적 감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의 귀가 소리를 듣는 원리를 이용하면 기계로도 말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험 도중, 벨은 사람의 말소리를 전기로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우연히 확인하게 된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전신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던 벨과 조수는 이상한 금속성 소리가 전신기의 선을 타고 들려오는 것을 듣게 된다. 벨은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몇 달 후인 1876년 2월에 전화기 발명 특허를 등록했다.
그리고 그해 3월 벨과 조수는 두 번째 우연 덕분에 자신들이 전화기를 제대로 만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날 벨과 그의 조수는 전화의 송화기와 수화기를 손보고 있었다. 중요한 사실은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에서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벨의 조수가 실수로 커피를 엎지르고는 혼잣말로 툴툴거렸고, 그 소리를 다른 방에 있던 벨이 똑똑하게 듣게 된다!
벨은 기능이 썩 좋지 않던 처음 전화기를 기초로 해서 더 좋은 전화기를 내놓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렇게 해서 1877년 7월, 벨 전화기가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1877년 7월 바로 그 달에 조수와 함께 미국전신전화회사(American Telephone & Telegraph Company, A&T)의 전신인 벨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세운다. 덕분에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큰돈을 벌었다.
개와 파리
당뇨병에 관한 연구는 19세기에 들어 활발해졌고, 1921년에는 아주 중요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인슐린을 발견하고 추출에 성공한 연구가 그것으로, 그 주인공인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Grant Banting)과 존 매클라우드(John James Rickard Macleod), 찰스 베스트(Charles Herbert Best), 제임스 콜립(James Bertram Collip)은 1923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오랜 당뇨병 연구 역사에서 결정적인 획을 그은 사건은 우연한 관찰과 다행스러운 우연의 일치가 빚어낸 산물이었다. 1889년 4월,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의 교수 오스카 민코프스키(Oskar Minkowski)와 요제프 폰 메링(Joseph von Mering)은 장에서 지방이 소화될 때 췌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은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기로 했고, 그래서 개를 한 마리 데려다가 췌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그런데 조수를 신경 쓰이게 만드는 일이 하나 있었다. 췌장 제거 수술을 받기 전까지 소변을 잘 가렸던 개가 툭하면 오줌을 지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물도 미친 것처럼 마셔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또 이상한 점은 개의 소변에 파리 떼가 꼬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메링은 개의 소변에서 당의 수치를 분석해보았고, 그 수치는 예상대로 매우 높게 확인되었다. 이로써 메링은 췌장이 당뇨병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해냈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발견을 향한 행보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인슐린을 추출하는 데는 사실 어려움이 많았다. 인슐린을 추출할 목적으로 췌장 세포를 자극하면 인슐린이 파괴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1921년, 학자들은 마침내 인슐린을 추출해서 그 특징을 정확히 밝혀내기에 이른다.
얼음 속 기포에 간직된 기억
1965년, 당시 아주 젊은 과학자였던 로리우스는 남극 아델리랜드 탐험대에 참여했다. 힘든 하루를 보낸 어느 저녁, 로리우스는 위스키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음이 보이지 않자 그날 탐험대가 채취한 빙하를 한 조각 떼어다 잔에 넣었다. 그런데 순간,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기포 소리는 위스키에서 난 게 맞았다. 게다가 잔 안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샴페인을 따랐을 때처럼 기포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얼음 조각, 즉 수천 년 된 빙하에서 떼어낸 그 얼음 조각은 지구의 기후 역사에 얽힌 비밀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서 춤추고 있는 기포들, 입안을 기분 좋게 간질이는 그 기포들은 그것을 가두고 있던 빙하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포를 분석하면 그것이 빙하에 갇힐 당시의 대기 성분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이 발견을 계기로 학자들은 극지방 빙하 자체의 성분 변화만을 연구했던 이전과는 달리 빙하에 든 기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기포들은 실제로 지구 기후의 기록 보관소에 해당하며, 덕분에 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의 농도가 지난 수 세기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시대가 시작된 이후로, 다시 말해 지난 200년간 끊임없이 증가해 왔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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