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페터 슈포르크
ǻ
갈매나무
   
16000
2013�� 08��



■ 책 소개
유전자 염기서열보다 단순하고 강력한 세계로안내하는 후성유전학 사용설명서


우리 몸에서 무엇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환경이나 생활방식의 영향을받을까? 후성유전학은 세포에 저장되고 전달되지만 유전형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분자생물학적 정보들을 다룬다. 후성유전학은 말한다. 삶의 방식이미치는 영향이 우리 몸의 세포에 새겨질 수 있고, 후성유전물질이 특히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가 있다고 말이다. 체질과 인성,신진대사 등이 유전적으로 그저 주어지는 것일까? 신체와 정신을 주관하는 생물학적 유전 프로그램에 플러스 알파된, 생활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자신은 물론 자손의 체질까지 건강하게 할 수 있는 후성유전학에 주목해보자. 

■ 저자 페터 슈포르크
1965년생. 신경생물학 박사이며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독일어권의 유수 언론에 기고했으며, 우리말로도 번역된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를 비롯한 다수의 책을 썼다.

■ 역자 유영미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도서부터 인문, 교양 과학, 사회 과학, 에세이, 기독교 도서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해왔다. 옮긴 책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감정 사용 설명서』『시간을 빼앗긴 사람들』『분노한사람들에게』『인생의 재발견』『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등이 있다. 『스파게티에서 발견한 수학의 세계』로 2001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 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차례
저자의 말 -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다! 
프롤로그 - 후성유전학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TAKE 1 유전자는 왜 스위치를 필요로 할까? -유전학에서 후성유전학으로…
TAKE 2 인간이 유전물질에 대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 - 환경의 영향에 대한 고찰
TAKE 3인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강인한 성격을 만드는 것
TAKE 4 건강과 후성유전학 - 질병의 예방은 모태에서부터 시작된다
TAKE5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생물학적 프로그램 - 장수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것들
TAKE 6 특별한 책임 - 우리는 유전자만 물려주는것이 아니다
TAKE 7 새로운 길목에 선 바이오의학 - 후성유전체 프로젝트

에필로그 - 유전물질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참고문헌 
찾아보기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유전자는 왜 스위치를 필요로 할까? - 유전학에서 후성유전학으로

새로운 자유를 선사하다

생물들은 유전자 변화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텍스트를 손대지 않고 유전자 조절의 변화를 통해서도 복잡성을 높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또 있다. 바로 분자생물학적 시스템은 환경과도 의사소통한다는 점이다.


환경과의 정보 교환은 세 종류의 시간적 차원에서 일어난다. 첫 번째 차원은 몇 초에서 하루 단위의 영역이다. 여기서의 주역들은 전사인자들과 같은 특정한 신호 단백질이다. 전사인자들은 DNA의 조절 영역, 즉 프로모터와 결합함으로써 유전자나 유전자의 무리들을 잠시 동안 켜거나 끈다. 이런 과정은 세포들에게 일종의 단기기억을 선사하지만,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저장할 능력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가령 췌장의 한 세포가 자신의 표면에서 혈당치가 올라간 것을 측정하면 즉각 인슐린을 혈액으로 내보내는 반응을 한다. 이 호르몬은 혈당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다른 세포들을 활동하게 만들어, 세포핵 쪽으로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인슐린 유전자를 읽도록 하고, 그로써 세포들은 인슐린을 생산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충분한 인슐린이 조기에 만들어지게 된다. 


두 번째 차원은 진화적 차원으로 몇 천 년 이상의 오랜 세월을 통해 진행된다. 진화는 환경의 자극에 대한 대답을 찾기까지 몇 천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였다. 이것은 DNA 텍스트의 우연한 변화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몇 세대가 지난 다음에야 - 또한 유익함이 증명될 때에야 비로소 - 한 생물의 자손들에게서 확고하게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로써 장기적으로 특정한 환경 조건에 특히 잘 적응하는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개개인이 그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차원은 첫 번째 차원과 두 번째 차원의 중간에 놓여 있는 후성유전학적 차원이다. 후성유전체의 스위치들은 이들 양극단 사이에서 일하며 세포에 일종의 장기기억을 부여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 인간에게 아주 중요하다. 세포에 부여된 장기기억은 몇 달, 몇 년, 일생에 걸쳐, 나아가 두세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 개인에게 후성유전이란 개념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그것으로 어느 기관을 일목요연하게 개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예른 발터는 말한다. 우리 보통사람들은 여러 세대 후까지 생각하며 살기는 힘들다. 반면 후성유전학자들은 환경에 대한 개인의 적응을 다루며, 자녀들과 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주시한다.


후성유전적인 제2의 암호는 유전암호와 달리 개체가 죽으면 거의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유성생식을 통해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면서 다시금 새로이 생겨난다. 부모와는 약간 다른 모양으로 말이다. 새로운 후성유전체가 어떤 모습일지, 일생을 살면서 어떻게 변화할지는 역시 외부의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후성유전 스위치의 중심 과제 중 하나는 환경과 유전자 사이를 중재하는 것이다. 환경 조건이 변화하면 제2의 암호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각 세포의 유전자 활성 패턴을 바꾸며, 신체와 정신도 변화시킨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들은 하나의 세포 주변에서 원래의 신호가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하여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년의 경험이 일생 동안 우리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이유를, 또는 임신기 어머니의 영향이 자녀의 당뇨병 발병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후성유전체 덕분에 생물들은 일생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아도, 즉 유전자 텍스트를 바꾸지 않아도 다양한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제2의 암호는 생물이 가장 유연하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인간이 유전물질에 대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 - 환경의 영향에 대한 고찰

쌍둥이들이 달라지는 이유

마드리드 국립 암센터의 마리오 프라가는 국제 연구팀과 함께 40쌍의 일란성 쌍둥이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 중 가장 어린 쌍둥이는 세 살, 가장 나이 든 쌍둥이는 74세였다. 첫 분석에서는 모든 남매들이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일란성 쌍둥이가 보이는 성격과 건강의 차이는 유전자상에 원인을 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환경의 상이한 영향이 쌍둥이들에게 차이를 가져온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과학계에서 일란성 쌍둥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이 마련해준 완벽한 실험대상이 되어왔다. 그들은 물려받은 것과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이 인간의 삶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유전자가 동일한 그들이 보이는 어떤 차이는 이론적으로 유전적이지 않은 원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어떤 특성이 어느 정도의 퍼센트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어느 정도가 다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의 영향이 어떻게 인간의 생리학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의문 중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들도 많다. 프라가와 동료들은 후성유전학 스위치에 해답의 열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우리의 세포핵에서 생활방식과 여타 환경의 영향들을 계속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들은 쌍둥이의 DNA가 특정 부분에서 얼마나 강하게 메틸화되었는지, 그리고 그곳의 히스톤 단백질에 서로 다른 부속물이 부착되어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그 결과 제2의 암호가 생물 세포와 환경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증거가 나타났다. 프라가는 “가장 어린 쌍둥이 커플은 후성유전학적으로 동일한 반면, 가장 나이 든 커플은 가장 확연하게 서로 달랐다”라고 결론 내렸다. 요컨대 나이가 들수록 쌍둥이는 환경에 더 오래 노출되고, 따라서 환경의 영향이 그의 후성유전체를 변화시킬 빈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쌍둥이 남매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나게 된다. 프라가에 따르면 후성유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서로 다른 경험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쌍둥이들을 설문한 자료는 이런 추측을 뚜렷하게 확인해주었다. 전체적으로 연구자들은 쌍둥이들의 약 3분의 1에게서 후성유전학적 차이를 발견하였다. 주로 더 나이 든 쌍둥이 커플들에게서 차이가 많이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이들 중 공교롭게도 삶의 대부분을 서로 다른 사회적 반경에서 살았거나 서로 다른 ‘병력’을 지닌 쌍둥이들의 후성 유전물질이 가장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23세의 쌍둥이 자매가 건강상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나이 들면서 쌍둥이들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은 오히려 평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 한 사람이 당뇨가 있을 때, 다른 한 사람도 당뇨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것은 당뇨라는 흔한 질병이 유전자보다는 환경의 영향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일 뿐 아니라, 제2의 암호가 지닌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프라가와 동료들에 따르면 “후성유전체의 미미한 차이만으로도 한 인간의 표현형에 커다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분자생물학자들은 우리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에 축적하게 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성인병의 발병 여부를 좌우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까지는 이런 변화들이 정말로 있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스페인과 덴마크의 쌍둥이 연구와 더불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한스 뵤른손 팀이 뚜렷한 근거를 내놓았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자들은 111명의 아일랜드인들과 126명의 미국인들의 유전물질을 후성유전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2008년에 발표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11~16년 간격으로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그들이 지닌 DNA의 생화학적 스위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뚜렷이 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두 사람의 후성유전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후성유전물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연구자 앤드류 파인베르크는 이 선구적인 결과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우리는 후성유전학이 현대 의학의 중심에 서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식생활과 기타 환경적 영향들이 후성유전적 구조들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신체의 모든 세포에 동일한 DNA 염기서열은 변화시키지 못한다.” 이런 인식은 우리의 일상과 바이오 의학의 미래에 분명히 중요한 결과들을 낳을 것이다.



건강과 후성유전학 - 질병의 예방은 모태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는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

아구티 쥐는 황금빛 털가죽을 가졌지만 뚱뚱하고 굼뜨며 나이가 들면 당뇨나 암에도 쉽게 걸린다. 많은 포유동물의 털 색깔은 소위 아구티 유전자에 의해 정해진다. 아구티 유전자에는 모낭으로 하여금 표준에 맞는 검은 색소 대신 더 밝은 색소를 생성하도록 하는 효소의 암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아구티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검은색 털가죽이 만들어진다. 또 아구티 유전자가 신체의 다양한 부분에서(후성유전적으로 조종되어서) 서로 다른 정도로 활성화되면, 줄무늬 혹은 얼룩무늬를 가지거나 점박이인 동물이 탄생한다.


아구티 쥐의 경우 색깔을 조절하는 DNA 조각이 변하여 암호화된 효소가 검은 털가죽 색소를 완전히 눌러버린다. 전달물질이 신진대사에서 부가적으로 몇몇 다른 중요한 조절회로를 엉망으로 만들면 살이 찌기 쉽고 인슐린 생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체내의 악성 종양과의 싸움에서도 일반 쥐들에 비해 승산이 별로 없다.


랜디 저틀은 몇 년 전에 그의 동료 로버트 워터랜드와 함께 실시한 실험에서 새끼를 밴 황색 아구티 쥐들에게 특정 영양보충식품을 다량으로 먹여, 음식이 털 색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고자 했다. 저틀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아구티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메틸기와 특히 쉽게 결합하여 유전자를 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미의 영향이 새끼들의 세포 속 메틸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새끼들의 털 색깔로 금방 표시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틀과 워터랜드는 새끼를 밴 동물들에게 세포의 메틸기 장치를 도울 수 있는, 소위 ‘기름칠을 잘할’ 성분인 엽산, 비타민B12, 콜린, 베타인을 사료에 섞어 먹였다. 학자들은 새끼를 밴 다른 아구티 쥐들에겐 일반적인 사료를 먹였다.


그 결과 두 그룹의 어미들이 낳은 새끼들은 정말로 색깔이 다르게 태어났다. 특수 사료로 메틸화 식사를 한 쥐들은 대부분 아주 정상적이고 날씬한 갈색의 새끼들을 낳았다. 새끼들은 커서도 보통 쥐들보다 더 비만해지거나 병에 걸리는 일도 적었다. 반면 특수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어미들은 황색 아구티 쥐들을 낳았다.


결정적인 발견은, 갈색 털로 태어난 쥐들의 경우 뚱뚱한 황색 쥐들보다 아구티 유전자에 더 많은 메틸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질병을 유발하는 DNA 조각이 배아 발달기 동안에 후성유전적으로 침묵하게 된 것이다. 이는 메틸화 식사 때문인 것이 틀림없었다.


저틀은 “우리는 진즉부터 엄마의 영향이 후손의 질병 취약성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유전자 자체를 조작하지 않고, 어미의 영양만 의도적으로 보충해 줌으로써 자손의 유전자 표현을 일생 동안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예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나아가 우리는 이제 ‘우리 엄마가 먹은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사실 유전물질 중에서 아구티 유전자만이 메틸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배아기에 유전자를 후성유전적으로 침묵시킬 수 있는 동물도 쥐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황색 아구티 쥐들에게서 발견한 원칙은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인간의 경우에도 배아가 기관과 팔다리의 기초를 만들면, 효소들은 이미 첫 메틸기를 DNA에 부착시킬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자와 난자의 수정 초기에 나머지 인생을 위한 중요한 선로가 이미 놓이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여성들은 자신들의 임신 사실을 적시에 깨닫지 못하고, 민감한 시기에 영양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항상 비타민이 풍부한 영양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직 자세히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선천성 척추 기형인 이분척추증에 대해서도 살펴볼 만하다. 중부유럽에서는 신생아 1천 명 중 한 명꼴로 여전히 이런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가 임신 기간 동안에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면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이런 심각한 척추의 결함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순악구개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엽산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오늘날에는 엽산이 첨가된 식용소금도 팔리고 있다. 또한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은 엽산이 첨가된 영양 보충제를 먹기도 한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심지어 밀가루에 엽산을 첨가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후성유전학자들은 후성유전학적 효소가 메틸기를 DNA에 부착하는 데 엽산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규명했다. 그들은 이분척추증의 원인도 후성유전체 이상에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연구자들은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아이들이 질병에 대한 유전적 소질을 물려받았다면, 엽산이 그런 질병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랜디 저틀이 황색 아구티 유전자를 가진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던 것처럼 변화된 유전물질 조각을 후성유전적으로 끄도록 도움으로써 말이다.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생물학적 프로그램 - 장수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것들

적게 먹고 더 뛰어라

1915년 미국 예일대학교의 몇몇 실험 쥐가 예외적으로 장수했다. 토마스 오스본과 라파예트 멘델은 한 가설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 가설은 바로 먹이를 적게 섭취한 생물체는 에너지 소비가 적어져서 노화가 늦추어진다는 것이었다. 영양학자들은 몇몇 쥐들에게 지속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켰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벌레와 효모균, 파리와 다른 종의 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리버사이드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스티븐 스핀들러와 조셉 다비는 쥐들에게 주는 먹이를 줄였고, 몇 달간에 걸쳐 간세포의 유전자 활성화 패턴을 분석하였다. 음식을 줄인 지 약 두 달이 지나자 쥐들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 많은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졌는데, 대부분이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성장인자로서, 그리고 면역계와 염증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었다. 이런 변화는 연구자들이 계속하여 주장해왔던 것을 입증해주기도 한다. 즉 단식은 만성 염증이나 악성 변성과 싸우면서 세포를 젊게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스핀들러의 쥐들은 일반 사료를 준 쥐들보다 평균 다섯 달을 더 살았다. 설치류에게 다섯 달이란 상당히 긴 시간이다.


소식과 장수의 연관성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자료들이 이 두 가지가 깊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예컨대 쌍둥이 윌콕스 형제는 일생 동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며 소식을 했던 일본 오키나와의 초고령자들에게서 소식의 효과를 발견하였다. 미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연구도 이들의 가설을 뒷받침해주었다. 또한 베를린에 위치한 성 헤트비히 클리닉의 호르몬 연구자 미하엘 데르발은 100~105세의 초고령자 102명의 경우 BMI지수가 평균 21로 놀랍도록 낮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들 초고령자들은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았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병률도 눈에 띄게 낮았다.


일단은 지속적으로 소식을 하는 것이 의도적인 수명 연장을 위한 꽤 신빙성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위험이 없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은 과도한 단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현실적인 경고를 한다. 빠르게 영양실조가 찾아와 병이 들거나,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통계적으로 BMI지수가 아주 낮은 경우에도 인간의 수명은 단축된다.


충분한 수면도 이와 비슷하다. 원래 자야 하는 것보다 30분 정도 덜 잘 때 좀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수면 연구가 숀 영스테트는 정기적으로 수면의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은 세포의 수명 연장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는 추정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활성화시키려 하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할 일이다. 과도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만성 수면 부족은 신체와 정신에 굉장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과도하고 지속적으로 수면의 양을 줄이는 것은 기대수명을 대폭 감소시킨다.

 

그러므로 아주 추천할 만한 대안은 전혀 부작용이 없이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만 하는 것,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신체로 칼로리를 많이 연소시킬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인슐린 수치를 낮은 상태로 유지시킨다.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이 어우러지는 생활방식은 소식과 마찬가지로 시르투인(공복일 때 젊어지는 유전자)을 활성화시킬 것이고, 레드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길목에 선 바이오의학 - 후성유전체 프로젝트

인간은 몸에 대해 자유롭다

미국의 학술지 「사이언스」는 매해 12월 말이면 ‘올해의 발견’을 발표한다. 그 해에 이뤄진 중요한 연구 성과 열 개를 매우 객관적인 편집진의 심사로 선정하는 것이다. 2007년에는 최초로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일이 2위에 올랐다. 2008년에는 세포 재편성을 둘러싼 전 영역이 1위를 차지했다. 생물학자들이 세포의 발달 시계를 뒤로 돌리는 방법을 규명하는 가운데 질병과 세포의 생물학적 운명을 결정짓는 방식에 관한 완전한 새로운 인식에 이르렀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여기에 제2의 암호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앞으로 의학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학자들은 세포의 후성유전체를 어떻게 읽고 해석하고, 또 약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터득하고 있다. 이것은 수많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진보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학자들은 삶 속에서 환경이 유전자와 언제 어떻게 의사소통하며,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점점 더 잘 파악해가고 있다. 그것은 효과적인 예방 프로그램을 위한 새로운 단초를 열어주며, 모든 인간에게 자신의 바이오의학적인 운명과 자녀들의 운명을 스스로 좌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후성유전학은 앞으로 많은 위험한 질병을 더 잘 인식하고 치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20~30년 후에는 제2의 암호와 관련된 연구 성과 덕분에 오늘날과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사람들이 장수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오래 생동감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 안드레아스 플라게만은 후성유전학이 유발할 수 있는 두 번째 건강 혁명에 주목한다. 그는 후성유전학의 가장 중요한 실용적 잠재력은 앞으로의 예방 의학에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후성유전학들이 이제 태아기와 생후 첫 해에 어떤 중요한 생리적 구조가 조정되는지를 인식했다고 본다. 즉 그 시기부터 중요한 예방 조치를 시행하면 장기적으로 건강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비만과 대사증후군, 자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서도 예방은 중요하다. 그리고 자녀들이 강인한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릴 적에 많이 사랑해주고, 자극을 주고 시간을 주고 평온함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임산부, 젊은 부모, 아이들에게만 후성유전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2의 암호에 관한 연구 성과는 건강한 삶을 위한 충고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몸에는 그로 인한 악영향이 계속 남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후성유전학자들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내적 게으름을 극복하고 더 많이 운동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더 건강하게 먹고 특히 자녀들을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약물 대신에 이런 조언들을 더 자주 줄 수 있어야 하고, 환자들은 더 일관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을 의식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조언을 깊이 내면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유전물질에 영향을 미칠 기회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인간은 몸에 대해 그렇게 자유롭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