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한 잔 하실래요?

   
강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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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3��



■ 책 소개
color=#8000ff>이제카페에 앉아 ‘과학’을 마시자.
힉스 입자 이야기부터 시험관 고기까지! 


연탄과 와인, 은행잎의 과학적 공통점, 노란 불빛을내는 백열전구에 얽힌 이야기, 프렌치프라이를 맛있게 튀기는 과학적 원리, 발레리나와 중력의 관계 등 음식, 영화, 책, 물건 등 생활의 잡다한것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커피 한 잔을 주문하듯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저자 강석기
영화, 바둑, 화장, 은행잎, 달리기, 바나나, 와인을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물리학 방정식과 화학 분자구조가 나온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과학이 강석기가 이야기하면 따뜻한 감성을 덧입는다. 최고급요리사는 재료를 가리지 않듯이 그의 과학 이야기는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는다. 잡다하고 소소한 일상의 모든 것이 커피 한잔에 녹듯이 과학으로버무려진다. 그래서 그가 차린 과학카페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현재 「동아사이언스」의 전문기자로 서울대에서 화학을, 동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공부했다. 이번 책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독자들과 ‘과학’으로 소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차례
초대의 글 : 여러분을 과학카페에 초대합니다 
추천의 글 : 커피 향기가 풍기는 과학 이야기 
프롤로그 :결코 싫증을 느낄 수 없는…… 

PART1 에스프레소 - 과학 핫 이슈
1 힉스 입자, 명명자는 이휘소 박사! 
2 아인슈타인과 디랙, 파울리, 뉴트리노
3 2010년 노벨물리학상 논란 
4 대장균의 추억 
5 나사의 중대 발표, 비소 박테리아 
6 구제역과 시험관고기

PART 2 카페 콘파냐 - 유명한과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7 퀴리 부인의 남자 : 폴 랑주뱅 
8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 : 우장춘
9 쾌활함 속에 가려진 사랑의 아픔 : 리처드 파인만 
10 수학에 신들린 남자 :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11 의학을배우면서까지 생명을 이해하려 했던 과학철학자 : 조르주 캉길렘
12 수학자보다 수학을 사랑한 철학자 : 마틴가드너

PART 3 카페 라테 - 영화와책으로 만나는 과학 이야기
1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붉은 여왕 가설 
14 『셜록 홈즈』 : 지문의 과학
15 영화 <인셉션&& : 펜로즈 계단에서 길을 잃다 
16 영화 <인 타임&& : 텔로미어와 노화 
17발레 <홍등&& : 왜 붉은색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가 
18 발레리나는 중력을 믿지 않는다

PART 4 카페 마키아토 - 사진 속에담긴 과학자의 삶
19 전설의 과학자 : 제임스 왓슨 
20 공룡과 결혼한 화석 사냥꾼 : 바눔 브라운 
21인정받지 못한 물리학자 : 리제 마이트너 
22 침팬지의 눈빛에서 영혼을 발견한 동물학자 : 제인 구달 
23 아마추어이기에 더위대했던 곤충학자 : 장 앙리 파브르 
24 향기에 매혹돼 아웃사이더가 된 과학자 : 루카 투린 

PART 5 카푸치노 - 생활 속 과학 이야기
25정들었던 백열전구야, 안녕 
26 연탄과 와인, 은행잎의 공통점 
27 카제인나트륨의 진실 
28 바둑 천재 이창호의 비밀
29 인공지능 : 스티브 잡스 vs 존 매카시 
30 한국 여자들의 화장법 : 확장된 표현형 

PART 6 모카커피 - 호르몬의 과학, 그 속의 남과여
31 비타민D는 영양소일까, 호르몬일까 
32 알려지지 않은 콩의 비밀 
33 술맛이 달게 느껴질 때생각해봐야 할 것들 
34 맘에 안 드는 상대와 결혼할 때 일어나는 일들 
35 밤꽃 향기의 이유 있는 유혹 
36 남자와아버지의 간극 

PART 7 아메리카노 -진화 이야기
37 다윈과 월리스에게서 배워야 할 점 
38 사람의 뇌가 침팬지보다 세 배나 큰 이유 
39판다는 유전자 고장으로 고기 맛을 몰라~ 
40 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 
41 아십니까? 감자가 인간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42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ART 8 비엔나커피 - 음식에 담긴 과학 이야기
43 자연의 우연이 준 선물 
44미수(米壽)의 인류학자, 발효에 빠지다 
45 이스트 안 들어간 빵? 
46 바나나는 파랗다! 
47 맛있는 프렌치프라이의 비밀
48 다이어트 비법, 식전 소주 한 잔이나 씀바귀

에필로그 : 49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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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달인을 통해 대한민국 주부들

과학 한 잔 하실래요?


에스프레소 - 과학 핫 이슈

구제역과 시험관 고기

2010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퍼졌던 구제역으로 35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가 매몰됐다. 우리나라 가축 매몰 역사상 최악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국(2001년 1000만 마리 살처분)과 대만(1997년 380만 마리)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우리나라에는 소 300만 마리, 돼지 900만 마리 정도가 사육된다. 합치면 인구의 4분의 1이나 되는 수치다. 이처럼 많은 가축이 살고 있는 건 물론 우리가 그만큼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한 사람당 1년에 소고기는 7킬로그램, 돼지고기는 18킬로그램 소비한다. 한 세대 만에 소비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식생활 서구화란 말이 실감난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광우병 같은 문제가 터지면 필자는 늘 이참에 채식주의를 실천하자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육식을 포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기 맛을 알아버린 우리들에겐 너무나 큰 희생이기 때문이다.


성체줄기세포 배양해 근육 만들어

과학저널 「네이처」 2010년 12월 9일자에는 기괴한 기사가 실렸다. 니콜라 존스란 자유기고 저널리스트의 글로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의 연구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연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미래의 얘긴가? 하고 읽어봤는데 웬걸 이미 수년째 진행되고 있는 연구였다.


글은 시험관 고기 연구자인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대 마크 포스트 교수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포스트 교수는 원래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조직공학자였는데 이를 의학에 이용하는 것보다 스테이크를 만드는 데 써먹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는 돼지에서 얻은 근위성세포(근육 성장과 재생에 관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증식시킨 뒤 세포 덩어리를 틀에 고정해 전기충격을 줘 실제 근육 같은 조직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그냥 세포 덩어리는 씹히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살코기는 결국 동물의 근육이다). 이처럼 세포에서 배양하는 장치에서 얻은 고기를 시험관 고기라고 부른다. 시험관 고기는 콩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인조고기(소위 콩 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축을 도축해서 얻지는 않았지만 진짜 고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험관 고기 연구는 네덜란드 정부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200만 유로(약 30억)를 지원한 진지한 프로젝트이다.


2012년 2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포스트 교수는 최근 시험관 고기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소의 줄기세포에서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2012년 가을에 시험관 소고기를 다져 만든 햄버거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현재는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 시험관 소고기로 햄버거 하나를 만들려면 33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가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대형화되면 승산이 있다고 포스트 교수는 주장한다. 물론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돈을 대줄 투자자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포스트 교수는 시험관 고기가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이며 채식주의자들도 죄의식에서 벗어나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험관 고기 생산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고기를 키울(?) 때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량은 소를 키울 때의 절반 수준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10퍼센트 미만, 물 사용량은 5퍼센트 수준, 땅은 1퍼센트 정도다. 또 시험관 고기는 근육세포 덩어리일 뿐 신경이 없기 때문에(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연결된 신경중추가 없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라는 단체는 2012년 6월까지 상용화 수준으로 시험관 닭고기를 만드는 연구자들에게 100만 달러를 준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PETA는 2012년 4월 정례 모임에서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험관 고기가 상용화되는 건 생산비가 기존 고기와 경쟁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므로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물론 당사자인 포스트 교수는 충분한 연구비만 있다면 10년 뒤에는 가능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시험관 고기는 무슨 맛일까. 수년 전 포스트 교수의 실험실을 찾은 러시아의 방송 저널리스트가 고기를 집어 먹는 돌발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먹어보고 나서 "육질은 괜찮은데 맛은 없네(Its chewy and tasteless)"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실제 시험관 고기는 노란빛이 도는 옅은 분홍색이라 보기에도 별로 먹음직스럽지 않다고 한다. 색이 옅은 건 혈관이 없는데다 근육에 있는 미오글로빈 단백질의 양도 적기 때문이다. 포스트 교수는 현재 근육 내 미오글로빈의 양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복제 가축의 고기도 (시장에 나올 경우) 먹을까 말까 고민해야 하는 마당에 시험관 고기라니 너무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시험관 고기는 지금은 필요악인 사육과 도축도, 역병이 돌아 가축 수백만 마리를 땅에 파묻어야 하는 곤혹스러움도 피할 수 있는 대안일 순 있겠지만 말이다.



카페 콘파냐 - 유명한 과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 : 우장춘

유명한 과학자일수록 정작 우리는 그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퀴리 부인이나 아인슈타인은 물론 석주명(石宙明, 한국의 나비 연구가이자 언어학자이다)이나 우장춘(禹長春) 같은 분들도 그런 예일 것이다.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들의 본격 전기를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최근 우장춘 박사에 대해 좀 자세히 알아볼 일이 생겨서 인터넷 서점에서 전기를 검색해봤는데 19권 가운데 한 권을 빼고는 모두 어린이용이었다. 물론 어린이 책이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우장춘의 위대함뿐 아니라 안 좋은 면까지, 즉 실체를 파악하기에 위인전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목록 거의 맨 밑에 쓰노다 후사코라는 일본인이 쓴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1992년 번역 출간된 책이라(원서의 제목은 『나의 조국』으로 1990년 출간) 품절이었지만 혹시나 해서 한 대학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다행히 소장돼 있었다. 책을 빌려 와 읽었는데 역시 성인용답게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명성황후를 암살할 때 가담한 우범선의 아들

1914년 동경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유학한 쓰노다 후사코는 40대 중반부터 집필을 시작, 주로 전기를 썼는데 1980년 들어 한일 역사로 관심을 돌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민비암살』을 집필, 1988년 출간해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 취재 중 명성황후를 암살할 때 가담한 우범선(禹範善, 조선 훈련대 제2대대장)이 한국 근대 농업의 아버지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라는 말을 들었던 쓰노다 여사는 일본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우장춘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는다.


그 뒤 쓰노다 여사는 일본에서는 우 박사의 자녀들과 옛 동료들을 만났고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우장춘 박사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며 치밀한 취재를 했다. 그리고 1990년 76세의 나이에 이 책을 출간했다. 쓰노다 여사가 우장춘에 관심을 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서 태어나 50년을 넘게 산 한일 혼혈아가 어떻게 가족은 남겨두고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에 혼자 갈 생각을 했느냐는 점이다. 아버지의 행위에 대한 속죄였을까, 아니면 일본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위인전에서 읽었듯이 피폐해진 조국(한국)을 도우려는 애국심의 발로였을까.


저자는 책 끝부분에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추측을 하고 취재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하는 집념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여성이어서인지 쓰노다 여사는 우 박사의 아내인 고하루 여사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두 사람이 결혼할 때 신부 부모가 끝까지 반대해(혼혈아와 하는 결혼이라서) 고하루 여사는 결국 부모와 의절까지 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우장춘은 장차 태어날 자녀들의 성 문제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여 부모와 의절한 고하루 여사가 지인인 스나가 호헤이 씨의 양녀로 입양된 뒤 데릴사위가 되는 형식으로 성을 스나가로 바꾼다. 우장춘의 자녀들의 성이 스나가인 이유다. 그런데도 우 박사 자신은 원래 성을 계속 썼다. 그는 논문에 영문으로 자신의 이름을 Nagaharu U라고 썼는데 나가하루는 長春(장춘)을 뜻하는 일본말이고 U는 禹(우)의 한국어 음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자녀들의 정체성에 선을 그은 것일까.


1950년 한국에 온 우 박사는 한국전쟁 발발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 한국의 농업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일본에 전량 의존했던 배추와 무의 종자를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벼와 감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제주도에 귤을 대량 재배하자는 것도 우 박사의 아이디어다. 우 박사는 1959년 위와 십이지장궤양 수술 후유증으로 타계했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과로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한편 고하루 여사는 1950년 우 박사가 혼자 한국으로 간 뒤 어렵게 자녀들을 키우면서 자녀들이 장성한 뒤 한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 박사는 한국에 간 지 수년 뒤 현지처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했다고 한다. 고하루 여사는 이 사실을 알고도 아픔을 삭이고 자녀들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했고 1959년 우 박사가 위독하자 서울에 와서 임종을 지켰다.


매일 우물 청소하며 어머니 기려

1953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우 박사는 출국 허가를 신청했지만 정부는 (우 박사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염려해) 끝까지 외면해 결국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이때 우 박사는 "이것이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을 위해서 봉사해온 나에 대한 대우란 말인가!"라고 절규했다고 한다. 이때 들어온 조의금으로 우 박사는 우물을 파고 자유천(慈乳泉)이라고 명명했다. 자애스러운 어머니의 젖이라는 뜻이다. 그 뒤 그는 아침마다 우물 주변을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1959년 우 박사가 위독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여키로 하고 농림부장관 이근식이 병원을 찾아 수여식을 거행했다. 우 박사는 "고맙다……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일 뒤인 8월 10일 오전 3시 10분 아내 고하루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장춘은 숨을 거뒀다. 해방 전후 극도의 혼란 속에서 굶주리고 있던 한민족에게 작물의 씨앗과 희망의 씨앗을 동시에 안겨준 우장춘 박사는 진정 위대한 한국인이 아닐까.



카푸치노 - 생활 속 과학 이야기

카제인나트륨의 진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다방에 간다는 게 뜻밖일 정도로 카페가 번창하고 있다. 원두를 즉석에서 갈아 수증기로 뽑아낸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인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테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럼에도 대세는 여전히 인스턴스 커피, 그중에서도 프림과 설탕이 같이 있어 먹기 좋은 조제 커피(커피믹스란 상품명이 일반명사화됐다)다. 대형마트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조제 커피라고 한다.


카제인나트륨, 과연 화학적 합성품인가

최근 배우 김태희 씨와 강동원 씨가 모델로 나오는 조제 커피 신제품 광고가 화제다. 프림 속 화학적 합성품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문구가 들어간 텔레비전 광고는 식약청에서 광고시정명령을 받기도 했지만 계속되고 있다. 최근 신문광고를 보면 이 제품의 프림에는 카제인나트퓸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고 한다. 광고 문구가 말풍선 안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김태희 씨의 말인 것 같아 솔깃해진다.


카제인이면 우유 단백질인데 그 염(salt)인가? 궁금증이 생겨 집에 와서 『식품화학』이란 책을 들었다. 화학이 전공인 필자는 식품이나 요리의 과학(대부분 화학의 영역이다)에 관심이 많아 수년 전 독일 학자들인 벨리츠, 그로쉬, 쉬베를레가 쓴 1000쪽이 넘는 분량인 『식품화학』의 영어판을 샀던 것이다. 워낙 설명아 잘돼 있어 식품과 관련해 궁금한 게 있을 때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림은 콩글리시일테니 크림(cream)이나 크리머(creamer)를 찾아봐야 하나?……? 색인에는 크림만 나와 있어 페이지를 찾아 앞뒤를 뒤적거리다 프림 항목을 발견했다. 정식 이름은 뜻밖에도 커피 화이트너(coffee whitener)다. 직역하면 커피 백화제(白化劑) 정도일 텐데 아무래도 이름을 잘못 붙인 것 같다.


"커피 프림이나 농축우유(연유)처럼 쓴다. 유제품과는 달리 식물 지방을 쓴다. 보통 카제인나트륨이 단백질 성분이다." 이런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전형적인 프림 처방이 소개돼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도 봤는데 더 볼 게 없다. 다만 프림의 어원을 알 수 있었는데 1952년 나온, 크림 분말과 유당, 우유 단백질을 섞은 크리머의 상표명이 Pream이라고 한다. 또 유제품이 아닌 크리머, 즉 우리가 아는 프림은 1958년 처음 나왔다고 한다.


크리머를 개발한 이유는 쉽게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우유나 크림, 또는 농축우유는 액체이기 때문에 번거롭다. 따라서 크림을 건조해 분말을 만든 게 크리머인데 문제는 건조를 거치면서 맛도 안 좋게 변하고 가루가 물에 잘 안 녹아 덩어리가 진다는 것이다.


결국 연구자들은 다른 처방을 찾았고 6년 만에 크림지방 대신 식물지방, 유당 대신 포도당, 우유 단백질 대신 카제인나트륨을 쓰고 몇 가지 원료를 더해 우유의 풍미는 유지하면서도 물에 잘 녹고 냉장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오늘날 프림의 원조를 선보였다. 게다가 재료비는 오히려 덜 들었다.


카제인나트륨은 우유 단백질을 정제한 것

그렇다면 김태희 씨와 강동원 씨를 내세운 신제품의 차별화 포인트, 즉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썼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우유에서 카제인이 주성분인 우유 단백질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수산화나트륨 같은 알칼리 처리를 하고 80~90도로 열을 가하면 카제인 단백질만 녹아 나온다. 이 용액을 건조해 분말로 만든 것이 카제인나트륨이다. 즉 정제된 우유 단백질이다. 광고에서 화학적 합성품이라고 쓴 표현이 시정 명령을 받은 이유다.


식품도 산업으로 넘어가면 원료의 품질이 일정하고 가공이 쉬운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므로 혼합물(유당과 유청단백질이 포함된)인 우유 단백질보다는 정제된 카제인나트륨을 즐겨 쓴다. 신제품은 이런 처리가 안 된 좀 더 천연에 가까운 원료(무지방 우유는 카제인이 주성분인 혼합물이므로)를 쓴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큰 의미가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우유를 천연지수 100, 기존 프림을 0이라고 했을 때 차별화를 강조하는 이 제품은 기껏해야 5나 10 정도가 아닐까 한다. 어차피 프림이라는 게 여러 원료를 섞어서 우유나 크림의 효과를 낸, 한마디로 손이 많이 간 제품이기 때문이다. 분유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프림처럼 가루가 물에 스르륵 녹게 만들려면 유화제 같은 첨가물을 넣지 않고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물론 필자가 기존 프림을 감싸려고 이런 얘길 하는 건 아니다. 기존 회사도 오십보백보인데 프림 포장지에 식물성이라고 강조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동물성보단 식물성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막연한 생각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기자들조차 이런 생각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버터는 몸에 안 좋으니 식물 기름으로 만든 마가린을 먹으라고 권하곤 했다. 지금 그랬다가는 고소당할 일이다.



모카커피 - 호르몬의 과학, 그 속의 남과 여

맘에 안 드는 상대와 결혼할 때 일어나는 일들

명절이면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불편한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결혼할 때를 놓친 미혼 남녀들이다. 이들이 집 안 어른들께 들었을 말들. "그만 골라라.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다." "옛날엔 얼굴도 모르고 결혼해도 잘만 살았다." "너 나이 먹는 걸 생각해야지……."


한 해 두 해 세월이 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말까지 들으면 명절엔 해외여행이라도 가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래, 어른들 말씀이 맞긴 하지 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일부일처제의 불가피한 귀결

여성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사실 배우자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건 주로 여성들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일부일처제를 채택하는 동물들에서 보편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어떤 배우자를 택하느냐가 어떤 새끼를 낳고 어떤 환경에서 기르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훨씬 야만적인 제도 같지만 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다처제(하렘)가 암컷(이제부터는 다 동물로 생각하겠다)에게는 속 편하다. 수컷끼리 죽어라고 싸워 가장 뛰어난 녀석이 암컷들 모두를 차지하므로 암컷의 입장에서는 평균 이상의 씨(유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여성들 모두 까도남 현빈의 아내가 되는 셈이다.


아무튼 현실은 일부일처제. 그렇다 보니 배우자에 만족한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살면서 정이 들겠지.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왕립학회보B」에 실린 논문을 보면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호주 맥커리대학 사이먼 그리피스 교수팀은 일처일부제인 호금조(Gouldian finch)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호금조는 다양한 색상의 깃털이 아름다운 새로 머리의 털이 빨간 종류와 검은 종류가 있다. 그런데 암컷은 머리색이 같은 수컷을 선호한다. 연구 결과 머리털 색과 관련한 유전적 요인이 새끼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색이 다른 부모에서 태어난 새끼는 사망률이 40~80퍼센트 더 높았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조건에서 짝짓기 실험을 했다. 큰 새집에 암수 새들을 수십 마리 넣고 짝을 찾게 하거나(자유 선택) 작은 새장에 암수 한 마리씩을 넣었다(강제 짝짓기). 이 경우 가능성은 네 가지다. 맘에 드는 짝 선택, 맘에 안 드는 짝 선택, 맘에 드는 짝 배당, 맘에 안 드는 짝 배당.


연구자들은 각각의 경우에 대해 암컷이 첫 번째 알을 낳는 데 걸리는 기간을 조사했다. 그리고 짝이 정해진 뒤 12시간 뒤와 두 번째 알을 낳았을 때(수주 뒤)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코스테론)의 수치를 조사했다.


맘에 드는 짝을 택한 암컷들은 만난 지 평균 25일 만에 첫 알을 낳았다. 반면 맘에 안 드는 짝을 선택한 암컷들은 평균 54일로 2배가 넘었다. 게다가 혈중 코티코스테론의 수치도 두 시점 모두 맘에 안 드는 짝을 선택한 암컷들이 3배나 더 높았다. 이런 경향은 짝을 지정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내가 선택을 하든 어쩔 수 없든 간에 맘에 안 드는 짝을 만날 경우 생식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짝을 맺은 뒤 12시간 뒤 잰 코티코스테론 수치는 수컷의 행동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수컷에 대한 암컷의 태도가 반영된 결과다. 즉 이런 상대와 부부가 된 게 맘에 안 든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이런 마음 상태는 함께 산 지 수주일이 지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때를 놓치면 선택의 여지없어져

요즘은 고르고 고르다 아예 혼자 살겠다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나이가 들수록 눈을 낮추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흩어져 살다가 짝짓기 철에 번식지로 몰려오는 딱새의 경우 수컷들이 미리 와서 둥지 자리를 마련한다.


흥미롭게도 일찌감치 도착한 암컷들조차 방문하는 수컷의 수는 열 마리를 넘지 않고 보통 이틀 내에 짝을 정한다. 늦게 도착한 암컷들은 처음 만난 수컷과 짝을 맺거나 심지어 다른 종의 수컷을 선택하기도 한다. 마음이 다급해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을 나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making the best of a bad situation)이라고 부른다.


안타깝게도 이번 실험 결과는 나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예 짝짓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게 어떤 이점이 있기에 암컷들은 이런 고집을 부릴까.


연구자들은 이런 몸의 상태가 암컷이 여전히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맘에 안 드는 짝과 맺어진 암컷 새가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일부일처제 새가 낳은 알 가운데 평균 19퍼센트가 바람을 피워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암컷은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까도남 차도녀로 눈만 잔뜩 높아진 시대. 매스미디어의 세례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불만에 찬 호금조 실험이 그저 새의 이야기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메리카노 - 진화 이야기

판다는 유전자 고장으로 고기 맛을 몰라~

판다가 원래는 육식도 했지만 약 400만 년 전 감칠맛 수용체 유전자에 고장이 나면서 고기 맛을 모르고 지금처럼 대나무만 먹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돼 화제가 됐다(「분자생물학진화」 2010년 12월호).


사실 판다의 턱이나 이빨, 소화계 역시 여전히 육식에 적합하게 생겼다. 판다가 속하는 곰과(科)의 동물들은 과일도 즐기지만 고기도 없어서 못 먹는다. 연구자들은 700만 년 전 판다의 이빨 화석을 분석해 이 녀석들이 이때부터 대나무를 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마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점차 초식 의존도가 심해졌고 마침내 감칠맛 수용체 유전자가 고장 나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지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만 먹는 동물들은 단맛을 모를까.


그렇다. 고양잇과 동물들은 단맛 수용체 유전자가 고장 나 있다는 사실이 2005년 밝혀졌다. 과일에 풍부한 포도당, 과당의 맛을 모르니 이런 걸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양잇과는 개목(目)에 속하는데 같은 개목에 속하는 갯과 동물은 단맛을 안다. 결국 육식동물 역시 어느 시점에서의 초식의 맛을 잃어버린 셈이다.


미각의 개인차 커

물론 사람의 단맛과 감칠맛 수용체는 모두 다 온전하다. 우리가 풀뿌리에서 벌레, 상어 지느러미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잡식동물인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미각의 세계에 살고 있을까. 최근 연구들은 미각의 민감성은 개인 또는 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고 이는 이들이 살아온 환경과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쓴맛 수용체다. 다른 미각과 달리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약 30가지나 있는데 이는 쓴맛을 주는 물질의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쓴맛은 먹으면 우리 몸에 해롭다는 신호인데 그런 물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쓴맛 수용체의 하나인 T2R16은 카사바라는, 전분이 풍부한 식물에 들어 있는 글리코시드 분자의 쓴맛을 감지한다. 따라서 보통 사람은 글리코시드의 쓴맛 때문에 카사바를 그 자체로 먹기 어렵다. 한편 카사바를 그냥 먹으면 장 안에서 글리코시드가 소화되면서 세포 독성이 있는 시안화물(cyanide)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중앙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T2R16에 변이가 일어나 글리코시드의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알고 보니 이들은 이 일대에 만연한 말라리아에 저항력이 크다고 한다. 카사바의 글리코시드가 몸에 해롭지만 몸에 기생한 말라리아 원충에는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두 효과를 합치면 카사바를 그대로 먹는 게 차라리 나았던 것이다. 결국 T2R16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했고 오늘날 이 지역의 유전자 분포에 반영된 것이다.


미각 수용체의 적용 매커니즘

이런 개인차는 훗날 인류가 만든 문화에 대한 적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쓴맛 유전자 가운데 하나가 민감한 타입인 사람은 알코올이 유난히 쓰게 느껴져 좀처럼 알코올중독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 유전자가 둔감한 경우에는 알코올에 취약하다. 한편 알코올중독성에는 단맛 수용체 유전자의 민감도 차이도 관여하는 걸로 나타났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미각 수용체가 혀나 구강에만 분포하는 게 아니라 장 속 세포에도 있다는 것이다. 뇌의 미각중추로 가는 정보는 어차피 혀나 구강에 있는 수용체에서 오는 걸 텐데(사탕을 내시경 같은 관을 통해 위로 직접 넣어주면 단맛을 못 느낀다!) 왜 쓸데없이 장에도 미각 수용체가 있을까.


이들은 맛에 대한 정보를 혈당량을 조절하는 뇌의 중추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 몸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양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적의 해법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선택의 놀라운 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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