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 취한 과학자

The Emperor of Scent

   
챈들러 버(역자 : 강미경)
ǻ
지식의숲
   
22000
2005�� 07��



■ 책 소개
냄새에 매혹된 루카 투린이라는과학자가 인간의 몸에 관한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인 "인간은 어떻게 코로 냄새를 맡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특별한 재능을 펼치는 과정을그린다. 루카 투린은 인류가 풀지 못했던 인체 미스터리 중 하나인 후각, 즉 냄새를 맡는 과정의 신비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과학자이다.냄새에 관한 이론은 냄새 수용체가 냄새 입자의 형태를 통해 냄새를 인지한다는 "형태 이론"과, 진동을 통해 냄새를 인지한다는 "진동 이론"이서로 대립해 왔다. 루카 투린은 독학으로 익힌 화학과 물리학 지식을 동원하여 과학계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형태 이론"에 맞서 진동 이론을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했고, 그것을 논문으로 써서 과학잡지 「네이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네이처」는 과학계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루카 투린의 논문 게재를 일 년 가까이미루다가 그의 논문에 사망 선고를 내림으로써 결국 형태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만다. 그리고 기득권자라고 할 수 있는 형태주의자들은 2004년노벨 생리·의학상까지 수여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바로 후각 연구를 위해 일생을 바친 한 아웃사이더 과학자의 삶을통해 과학계의 현실과 모순을 고발한다. 한 인간의 열정과 그를 좌절시키는 과학자들 세계의 실상 그리고 향수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 저자 챈들러 버
1963년 미국시카고에서 출생했다. 프린시피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제와 일본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베이징 이민족중앙연구소에서 중국사를 공부하고 파리 정치대학에서 국제관계를 연구했으며, 이탈리아 알프스에 있는 선사문화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다.1987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의 동남아지국 특파원을 시작으로 「뉴욕 타임스 매거진」「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에 기고했으며, 저널리스트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분리된 창조물(A Separate Creation)』이 있다.


■ 역자 강미경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나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내가 만난희귀동물』『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영화로 본 새로운 역사』『유혹의 기술』『야성의 엘자』『나에서 우리로』 등이있다.


■ 차례
I.창조 
1. 냄새의 미스터리 
2. 향기에 취해 
3. 새로운 이론 
4. 「네이처」의 입장

&>II. 전쟁 
5. 향수 산업 
6.작가 노트 
7. 인도에서 
8. 러시아까지 
9. 과학의 현실 


감사의 말/옮긴이의 글/찾아보기 





향기에 취한 과학자


I. 창조


1. 냄새의 미스터리
누군가에게서 보란(수소와 붕소의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분자를 건네받아 코에 갖다 댄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분명히 그 냄새를 맡게 된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보란은 20세기 초 무기화학자들이 만든 물질로, 그 이전의 인류 환경에는 존재한 적이 없지만 우리는 그 냄새를 맡는다. 바로 이 점이 불가사의다. 보란의 독특한 생김새를 인식하도록 진화해 온 수용체가 없는 상태에서도 인간은 바로 그 자리에서 보란의 냄새를 맡는다. 생김새로 냄새 분자를 식별한다는 가정에 따르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냄새는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두 가지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첫째는 과학 분야로, 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푼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상이 돌아갈 것이다. 둘째 분야는 돈과 관련된 상업 분야로, 인공적으로 제조된 냄새가 매년 약 2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냄새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빅 보이스’라는 7대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이들 기업은 타이드 세탁 세제, 클로록스 표백제, 팜올리브 비누와 연관된 분자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값비싼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 루카 투린의 이론이 생소한 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투린의 이론은 수많은 기술자와 기업 간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북미와 유럽?일본의 거대 기업을 위협하는 과학 기술을 의미한다. 나아가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생물학의 토대를 이루는 보편적인 가정, 즉 형태 이론을 뒤엎고 인간의 몸 안에서 놀랍도록 미세한 전기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으며, 그 메커니즘은 인간의 살로 이루어졌다는 가히 혁명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2. 향기에 취해
루카 투린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예술사를 전공한 아델라 만델리와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인 청년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가 두초 투린 사이에서 1953년 11월 20일,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1982년 루카 투린은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후 프랑스 니스 근처의 빌프랑슈 해양관측소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향수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공식적으로는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화학과 물리학도 파고들기 시작했다.


1985년경 투린은 냄새의 비밀을 다룬『냄새와 분자의 진동』(1977년 출간)이라는 책을 접했다. 저자인 R. H. 라이트는 맬컴 다이슨이라는 영국 과학자가 이미 1938년에 제시한 개념을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다이슨은 인간의 코가 지닌 놀라운 능력에 주목했다. 분광기는 분자의 진동을 측정해 안에 있는 원자를 정확하게 알아맞히는데, 이때 포착되는 진동은 원자의 무게와 연결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각각의 분자의 진동은 신분증에, 파수는 지문에 해당한다. 인간의 코가 분광기처럼 작용한다는 맬컴 다이슨의 1938년 논문은 냄새가 형태가 될 수 없으며, 냄새는 곧 진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형태가 아니라 진동을 내세울 경우 냄새는 즉각적이고 무한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어떻게 그 모든 분자의 냄새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단 말인가? 이 같은 다이슨의 이론은 루카 투린에게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살로 분광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분광기는 적외선을 쏘아야 하며, 분자를 보관하는 주머니가 있어야 하고, 에너지원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살로 분광기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사람들은 냄새를 형태라고 보았다. 모든 분자는 지문처럼 저마다 독특한 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냄새 분자가 감각 기관으로 날아들면 감각 기관이 그 형태를 감지해 냄새를 알아낸다. 소화 효소에서부터 신경 전달 물질, 면역 체계에 이르는 다른 감각 기관들도 바로 이 형태를 통해 작동한다. 따라서 형태는 곧 냄새며, 냄새는 곧 형태다. 이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진동주의자와 형태주의자로 나뉘어졌다.


또한 냄새를 연구하다보면 생물학자들은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간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냄새 메커니즘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으로 실제로 냄새 분자를 흡입하는 코의 단백질 수용체를 밝혀낸 생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수용체가 없으면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드디어 1991년 린다 벅이라는 젊은 분자생물학자가 G단백질 군에서 냄새 수용체를 발견했다. 1993년 투린은 인간의 코도 분광기처럼 진동을 간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다이슨의 논문을 독파했다. 그리고 린다 벅이 발견한 후각 수용체에 관한 자료로 샅샅이 훑고, 냄새 분자가 전자분광학을 통해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공유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콧속에 분광기가 있다는 주장으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던 다이슨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했다. 투린은 곧 새로운 냄새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3. 새로운 이론
루카 투린은 자신의 이론을 연구하는 데 빅 보이스의 연구소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이미 이브생로랑의 리브 고슈, 겔랑의 아프레 롱데 등 향수에 관해 평을 쓴 원고를 1992년 출간한 것을 계기로 향수 제조자들과 접촉할 수 있던 터였다. 그리고 유기화학자 월터 스튜어트와 함께 새로운 이론을 공동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투린은 특정한 진동음을 찾아 그것이 특정한 냄새를 뜻하는 암호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것의 열쇠는 바로 파수 2500에서 반응을 보이는 전자의 진동에 있었다. 파수 2500이라는 숫자는 서로 완전히 다른 두 분자(S-H 보란과 B-H 보란)가 모두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둘은 형태가 서로 달랐다. 투린이 아는 한 여기에는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즉 둘 다 파수 2500이라는 진동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진동이 특정한 냄새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가 형태 이론을 논박하기 위해 자세히 파고들면 들수록 형태 이론에 의문을 갖게 하는 예들이 속속 나왔다. 형태주의자들은 후각 체계가 해당 분자의 복잡한 표면 어딘가에서 특정 냄새가 나는 형태를 읽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빅 보이스의 냄새 화학자들도 동의하는 것이었다. 린다 벅은 우리의 코 안에 서로 다른 1,000개의 수용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냄새로 서로 다른 1만 개의 분자를 식별할 수 있다. 각각의 수용체가 하나의 형태를 담당한다면, 다시 말해 각각의 형태가 하나의 냄새에 해당한다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형태 이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형태주의자들은 ‘약한 형태 이론(공식적으로는 오도토프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다)’이라는 변형된 형태 이론으로 즉시 반격에 나섰다. 약한 형태 이론의 핵심은 일종의 점자와 같은 냄새 분자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벅이 말한 1,000개의 냄새 수용체가 냄새 분자마다 굳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즉 어떤 수용체는 분자에 나 있는 특별한 형태의 옹이를, 또 다른 수용체는 둥그렇게 생긴 혹을, 또 다른 수용체는 홈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감지한 ‘옹이’와 ‘혹’과 ‘홈’을 모두 더하면 냄새의 아스팔트가 만들어진다. 그들이 주장하는 미스터리의 열쇠는 바로 이러한 조합에 있었다. 그러나 약한 형태 이론의 역시 형태주의자들이 당면한 문제, 즉 분자의 형태 가운데 어느 부분이 냄새 정보를 운반하느냐는 아주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투린은 「네이처(Nature)」에 실을 논문 초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황과 보란이 파수 2500에서 진동한다는 사실을 수수께끼를 푸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러고 나서 다이슨의 이론을 한 방에 날려버린 거울상이성질체가 제기하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했다. 카르본이라는 거울상이성질체는 진동은 동일한데도 냄새가 달랐다. 이 분자의 오른쪽 상에서는 캐러웨이 씨 냄새가 나는 데 비해, 왼쪽 상에서는 박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진동이 동일하면 냄새도 같아야 했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각종 자료들을 섭렵하다가 수용체 안에 갇힌 분자들에 빛을 투사하면 분자의 한쪽 면에만 빛이 가게 되어 그 부분만 진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냄새 분자들의 구조를 관찰하여 박하 분자들은 카르보닐(산소 원자와 탄소 원자가 이중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캐러웨이 분자들은 모두 카르보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카르보닐을 첨가한 카르본의 경우 왼쪽 상에서는 박하 냄새가, 오른쪽 상에서는 캐러웨이 씨 냄새가 나는데, 이를 토대로 투린은 박하 냄새가 나는 왼쪽 카르본의 전자들은 카르보닐을 공명시키지 못하며, 그 때문에 C=O 안의 이중 결합이 내는 진동음을 읽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카르보닐을 첨가한 왼쪽 카르본에서 캐러웨이 대신 박하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수용체가 왼쪽 분자를 붙잡고 있어서 전자 광선이 카르보닐을 공명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투린은 추정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카르보닐을 가지고 있는 부탄온(카르보닐을 가지고 있음) 60퍼센트 비율에, 박하 카르본을 40퍼센트로 섞어서 냄새를 맡았더니 캐러웨이 냄새가 났다. 투린은 우리가 캐러웨이 씨 냄새를 맡을 경우 박하라고 읽는 진동과 캐러웨이 카르본(매니큐어 제거제, 시중에서는 보통 아세톤이라 불리는데, 이게 바로 카르보닐이다) 냄새가 나는 진동을 동시에 맡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내용을 논문에 넣었다.


한편 투린의 새로운 냄새 이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기계, 즉 코의 점막에 박혀 있으면서 냄새 분자에 전자를 쏘아 대는 수천 개의 소형 분광기를 상정하고 있었다. 「네이처」를 비롯한 과학계에서는 세포의 기계 장치 안에 있는 전기 동력원의 위치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G단백질 수용체를 발견한 린다 벅의 논문이 나오고 나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애썼지만 문제의 냄새 수용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입증하지 못했다. 이들 수용체가 어떤 냄새에도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수용체가 냄새와 만날 때 일어나는 반응인 ‘1차 수용’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후 리처드 액설이 수용체 뉴런은 후각망울을 향해 계속해서 새로운 신경 돌기를 발사하며, 신경 돌기가 후각망울의 어느 지점에 떨어지는지는 신경 돌기가 운반하는 냄새 수용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논문을 발표했다. 후각망울은 뇌에서 냄새 신경을 관장하는 부분으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사멸하고 재생하는 인간의 신경계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써 이들 수용체가 후각계에 전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입증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1차 수용’이 아니라 후각의 신경 계통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편 투린은 이러한 경향과는 상관없이 수용체를 붙잡고 씨름했다. 그는 냄새 수용체 안에도 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전자들은 그 틈의 한쪽 입구로 들어갔다가 반대쪽 입구로 빠져나올 터였다. 사람이 어떤 냄새를 들이마시게 되면 냄새 분자가 코로 빨려들어와 틈에 빠지게 된다. 분자들이 틈 속으로 빠지는 순간 전자들은 서둘러 안쪽과 바깥쪽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넌다. 수용체의 종류는 각기 다르며, 바깥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자기만의 전압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다리로 뛰어들기 전에 에너지 일부를 버려야 한다. 이제 모든 수용체를 정렬시킨 다음 수용체마다 동일한 분자를 채워 넣는다. 그런 다음 틈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자들을 이들 수용체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전자들은 적정한 양의 에너지를 버려야만 반대쪽으로 갈 수 있다. 전자들은 남는 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답은 분자의 진동에 있다. 이 과정을 관찰한다고 가정할 경우 에스컬레이터의 높이가 특정 분자의 진동과 일치할 때에만 전류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투린이 생각한 인간 분광기의 기본 구조였다. 이제 인간의 콧속에 있는 부품들을 모조리 찾아내야 했다.


세포 안에서 에너지가 이동하는 경로를 다루는 학문인 생에너지학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 투린은 생체 분광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NADPH(니코틴아미드아데닌디뉴클레오티드인산)이라는 건전지가 존재하며, 이 건전지에 맞는 ‘GSGLLA(수용체의 일곱 개 고리 가운데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연속체)’라는 소켓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확보했다. 그리고 전자가 이동하기 위해 전자를 저장하는 전선의 역할을 하는 금속 이온으로, 아미노산 연속체 CGSHL을 찾아냈다. 이것은 아연이 첨가된 인슐린으로(아연은 인슐린에 잘 달라붙는다는 의미) 냄새 수용체의 접합면과도 일치했는데, (인슐린 수용체는 냄새 수용체도 아연에 달라붙은 성질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냄새 수용체에는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전자를 유도하는 금속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로써 그는 기계의 부품을 모두 구한 셈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모두 정리하여 1995년 7월 25일 투린은 「네이처」의 기사 담당자인 니콜라스 쇼트에게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 제목은 ‘1차 후각 수용과 관련한 분광 메커니즘’이었다.


4. 「네이처」 의 입장
「네이처」에 제출한 논문이 심사의원들로부터 거절된 것을 알게 된 투린은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다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정 작업이 끝나자 반박문을 동봉해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1995년 10월 7일 두 번째 논문의 심사 결과도 거절이었다. 투린에게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심사 위원 전원이 전체 질문에서 핵심을 이루는 요소, 즉 냄새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논문이 실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투린은 논문의 불확실한 성격이 정 걸린다면 ‘가설’이라는 전제 아래 논문을 출간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하면 「네이처」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1995년 10월 31일 그는 편지를 세심하게 공을 들인 편지를 봉투에 넣어 쇼트에게 부쳤다.


11월 「네이처」가 여전히 묵묵부답인 가운데 투린이 그의 냄새 이론을 소개하는 BBC의 프로그램 <허라이즌>의 방영 날짜가 다가왔다.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투린의 냄새 이론에 대해 그야말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네이처」는 BBC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에 대해 일정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투린은 너무 실망한 나머지 쇼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1996년 6월 중순이 되자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그해 6월 20일 투린이 먼저 쇼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결국 「네이처」가 루카 투린의 논문을 거절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


그 즈음 투린은 자칫하면 그의 이론이 폐기될 수도 있는 동위원소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동위원소는 전자와 양성자의 숫자는 같지만 중성자의 숫자가 다르다. 투린은 수소와 중수소의 형태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데 주목했다. 수소는 원소 가운데 유일하게 중성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수소의 원자는 무게가 0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작기 때문에 수소 원자의 무게는 결국 양성자의 무게이다. 그리고 중수소는 한 개의 전자와 한 개의 양성자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에 중성자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동일한 전자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동일한 껍질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보면 동위 원소는 서로 쌍둥이다. 「네이처」의 일부 심사위원들의 주장대로 형태 이론이 맞다면 형태가 똑같은 동위 원소는 냄새가 같아야 한다. 하지만 진동 이론이 맞다면 동위 원소들은 서로 진동이 다르기 때문에 냄새도 달라야 한다. 이를 토대로 투린은 ‘동위 원소 효과’, 즉 형태는 정확히 일치하지만 냄새는 다른 두 개의 분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동위 원소 실험이 실패할 경우, 다시 말해 그가 선택한 동위 원소 두 개의 냄새가 같을 경우 그는 끝장이었다.


투린은 실험에 사용할 동위 원소를 찾다가 향수 제조자들이 오렌지 꽃의 효과를 원할 때 사용하는 약품인 아세토페논에 주목했다. 그는 수소가 들어 있는 일반적인 아세토페논과 수소 대신 중수소를 첨가한 아세토페논의 냄새를 비교해 보았는데, 분명히 서로 다른 냄새가 났다. 이를 알게 된 투린은 BBC 방송 프로그램이 나간 뒤 논문을 실어주겠다는 제안을 한 「케미컬 센스」의 스티브 반 톨러에게 전화를 걸어 논문 게재를 요청했다. 투린은 아세토페논 증거를 첨부해 논문을 발송했고, 「케미컬 센스」는 1996년 7월 31일 논문을 받아 9월 30일 투린의 논문을 출간했다. 그리고 투린은 이 결과를 쇼트에게도 알렸다. 쇼트는 투린의 글을 또 다른 심사위원에 보여주었는데, 심사 위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다. “우리는 (형태의) 가설에 매우 만족하며, 여러 가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 수용체에 관한 일반적이고도 광범위한 지식을 무시한 채 일시적인 물리학 이론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네이처」의 입장이었다.



II. 전쟁


5. 향수 산업
냄새가 진동이라는 투린의 말이 옳다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수천 가지의 냄새가 존재할 게 틀림없다. 빅 보이스는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냄새, 즉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한 황홀한 냄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냄새를 개발할 수 있는 냄새 예측 연산 방식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루카 투린이 냄새 예측을 연구하기로 한 것은 1996년 1월이었다. 하지만 냄새를 예측하려는 투린의 노력이 지금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냄새가 진동이라는 이론을 주장하기는 쉽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해 냄새를 예측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론 자체를 입증해야 한다. 즉 냄새가 진동임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 특수한 분자 구조가 장미향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론상의 분자 구조가 장미향을 내는지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단 말인가?”라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분자의 진동 크기(즉 코의 분광기가 느낄 수 있는 진폭)를 측정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투린은 자신의 가설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냄새 예측 연산 공식을 만들었다.


갓 만들어진 연산 방식이 정확하고 확실한 공식으로 발전하려면 진동과 냄새의 상관 관계를 입증하는 자료가 필요하다. 즉 분자의 진동이 냄새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진동(즉 냄새)을 예측할 수 있다. 수천, 아니 수백만 개의 분자로부터 상관 관계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상관 관계가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었다. 데이터베이스는 빅 보이스의 소유였다.


투린이 자신의 이론을 빅 보이스 가운데 한 곳에 넘기려고 생각할 무렵 그들 역시 그를 찾았다. 향수 제조사에서 투린은 향수 연구자들의 자료를 토대로 냄새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화학자들이 제조한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을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향수에 대한 전망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적절한 조언과 제안을 해주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투린은 그의 냄새 이론을 좀더 깊이 탐구하기 위해 필요한 실험실, 재원과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과 협력을 맺으려고 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6. 작가 노트
루카 투린의 이론이 논의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네이처」나 빅 보이스의 거대한 연구소와 같은 위풍당당한 과학 기관들이 그의 이론에 보인 반응은 전혀 과학적이지 못했다. 일전에 투린은 빅 보이스 가운데 하나인 지보당 루르의 사장 제프 웹스터가 진동 이론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이유가, 투린의 잘못이라기보다 회사 방침상 그의 입장에서는 “형태학자들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억지라고 생각하고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린의 이론에 대한 가장 철저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비평인 「네이처」에서 선정한 논문 심사 위원들이 작성한 평가서를 살펴보자. 「네이처」는 이들이 작성한 평가서를 근거로 투린의 이론을 거부했다. 나는 먼저 투린의 진영에 속한 세 사람의 과학자와 그들이 쓴 글을 검토했다. 나와 함께 글을 검토한 사람들은 글에 언급된 화학, 물리학, 생물학에 관해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들의 분석은 궁극적으로 나의 분석과 일치했다. 투린의 진동 이론은 화학, 물리학, 생물학의 견지에서 볼 때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론이며, 「네이처」 편집장 필립 캠벨의 기사를 포함한 「네이처」에 실린 비평 기사는 똑같은 말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이밖에도 그들의 글에는 지극히 상투적이고, 부정확한 부분들이 종종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형태 이론의 옹호자들이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이 문제였다.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 계통을 대표할 만한 과학자들의 의견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형태 이론의 옹호자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투린이 확신을 줄 만한 예비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했지만 진동 이론이 받아들여지려면 다른 실험실에서도 그의 이론을 확증하는 단서들이 발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루카 투린의 이론이 누구의 기득권이 문제가 되느냐에 상관없이 과학계에서 과연 공평하고 진지한 심사 대상으로 취급받았는가?”하는 것이다. 「네이처」는 이기심과 감정, 부적절한 분석에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린의 논문을 게재하는 일도 태만히 하고 있다. 이는 형태 이론가들의 증거 자료가 빈약하다는 것을 암시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그들이 투린의 논문을 주의 깊게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저명한 후각신경 과학자를 비롯해 여러 명의 과학자들에게 의견을 들으려고 시도하였으나 모두 실패한 와중에 나는 마침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7. 인도에서
1998년 봄 투린은 냄새를 주제로 한 과학자들의 회의에 초청받았다. 회의를 기획한 사람들은 그가 1998년 12월 2일에 그의 진동 이론을 발표하기를 원했다. 회의는 타타 기본과학연구소(TIFR)에서 주최했다. 이 연구소는 미국으로 치면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미국 국립보건원을 결합한 듯한 연구소로 분자생물학과 물리학을 다루었다. 초청장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냄새 과학자 에릭 모이어스뿐만 아니라 리처드 액설 연구소의 연구원과 분자생물학자 마르셀 포스탱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회의는 쿠르그라는 인도 남부의 조그만 산간 도시에 있는 휴양지에서 열렸다.


회의에서 연구원들의 발표가 이어졌지만 투린이 알고 싶은 수용체가 신호(즉 진동이나 형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부분에 관심을 두는 논문은 없고, 2차 수용에 대해서 논의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두어 사람의 발표가 이어졌고, 발표할 차례가 된 투린은 이제까지 밝혀낸 진동과 냄새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들을 제시했다. 발표가 끝나자 그가 제기한 주장을 비틀어 사방에서 질문 공세를 펼쳤다. 그들이 화학은 놓친 채 생물학의 측면만을 놓고 질문을 던질 때마다 투린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화학을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이미 한 질문을 또 다른 사람이 되풀이할 때면 그는 “그건 이미 답변한 내용입니다만.”이라고 말한 뒤 다시 설명했다. 마무리할 즈음, “그게 진동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면 귀하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모이어스가 지적하기도 했다.


회의가 모두 끝난 투린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 회의 저 회의 다니면서 연구직과 뒷공론을 주고받는 그 사람들에게 천막을 쳐놓고 내 물건 좀 사 달라고 애원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지금 에릭 모이어스는 평생을 엉터리 이론에 매달려 왔는데, 너무 깊이 빠져 있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어요.” 한편 회의에 참석한 다른 과학자들은 이런 지적도 했다. “투린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 그러니까 냄새 분자들의 특징과 형태에 대한 그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관련된 학문 분야가 둘 이상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죠. 이 경우 우리 같은 생물학자들에게는 물리학이 문제가 됩니다.”


투린은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에 있는 스튜어트에게 자신의 이론에 대한 거물들의 반응을 간략하게 전했다. 그러고 나서 한숨을 돌린 뒤 그간 새로운 소식이 들어와 있는지 알아보았다. 과학자들이 그의 이론에 관심을 보이며 접촉해 온 것 이외에는 특이할 만한 일이 없었다.


8. 러시아까지
인도에서의 반응을 보고 투린은 동위 원소 실험을 보강하기로 했다. 냄새가 약한 물질이 아니라 아주 강력한 냄새가 나는 물질, 즉 보란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데카보란에서 수소 원자를 꺼내 중수소를 집어넣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분자의 진동이 아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냄새 차이가 미묘한 아세토페논과 달리 냄새 차이가 확연해질 터였다.


그는 러시아에서 ‘이 물질이 많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에 보란에 대한 책을 출간한 연구소 두 곳을 찾아 전화를 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정보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소 책임자는 모스크바 과학대학 화학 교수인 엘리아스 부르셰츠키 교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중수소를 넣은 데카보란이 드디어 완성됐다는 소식이 러시아에서 날아왔다. 1992년 2월 초, 투린은 러시아로 향했다. 연구소에 도착한 투린은 데카보란을 집어들어 아주 잠깐 냄새를 맡았는데, 황 냄새가 나지 않았다.


동위 원소 2그램을 가지고 런던으로 돌아온 투린은 「네이처」의 닉 쇼트에게 “진동 이론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로 데카보란의 분자 샘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데카보란에 중수소를 넣어 만든 이 분자는 데카보란과 냄새가 아주 다릅니다. 즉 형태는 동일한데 진동은 다른 데카보란 동위원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이로써 진동 이론을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이 제기한 의문, 즉 분자의 순도와 냄새가 모두 해결된 셈입니다. 데카보란과 데카보란 동위원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내줄 용의가 있습니다. 「네이처」에서 이 놀라운 사실을 확인해 볼 의사는 없으신지요?” 쇼트에게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9. 과학의 현실
우리는 과학이 이성적이고, 객관적이고, 전지전능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훌륭한 생각은 대접받고 나쁜 생각은 버려지고, 부지런한 사람은 출세를 하고 게으른 사람은 도태되고, 성실한 연구와 정직한 자료는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도 인간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기득권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척한다. 부패는 과학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과학의 문제는 비능률과 동일시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더러 있기는 하다. 문제는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현재 세포 안의 에너지 보관소를 연구하면서 향수에 대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투린은 말한다. “사실 냄새의 문제는 해결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사실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만 인정했다면 간단하게 해결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의 독특한 접근 방식, 즉 내 코는 옳은 말만 한다는 태도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향수 안내서를 썼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지요. 그러니까 냄새를 언어로 비유해 표현하면서 내가 맡는 냄새를 신뢰하게 되었던 거지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요. 나는 평생 서로 연관성도 없고 모호하고 쓸모도 없는 그 지식들을 아주 유용한 지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사실은 없으니까요. 다만 복잡한 구조가 있을 뿐이지요. …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속담을 외국어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시인이라고 늘 말씀하셨지요. 과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분야에만 매달리면 발전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개념을 미지의 다른 분야에 적용할 경우에는 늘 신선하게 마련입니다. 지식이 답보 상태에 머물지 않게 하려면 낯선 언어를 끊임없이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합니다. 어느 한 군데 머물러서는 발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