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한민국 과학자

   
박일삼
ǻ
이매진
   
10000
2005�� 10��



■ 책 소개
대한민국 과학자들이 들려준 일과꿈, 과학 한국의 미래! 상상 속 세계를 현실의 삶으로 만드는 사람들, 과학기술에 새로운 영역을 접목해 과학의 지평을 넓히고 일상을 바꿔나가는젊은 과학기술자들, 가상의학, 로봇공학, 천문우주, 과학사진, 영화음악, 컴퓨터 솔루션 등을 아우르는 우리 시대의 ‘퓨전 사이언티스트’들을인터뷰하다.

 


이 책은 유비쿼터스 세상을 살게 될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과학기술의 세계를 알린다는 취지로기획돼,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 SK텔레콤 홈페이지 ‘U-world : 일삼씨의 유쾌한 인터뷰’에 연재한 것이다. 과학을 어렵게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인터뷰 형식을 취한 덕분에,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과학자 개인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과정에서 겪은 경험들과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다.


■ 글 박일삼·사진 박진희
이 책에 실린글을 쓴 박일삼은 과학종합미디어 동아사이언스에서 출판담당 기자로 일했다. 월간 「과학동아」에 과학 서평을 연재했고, KBS 3라디오 〈사랑의책방〉과 YTN 〈사이언스 플러스〉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과학과 예술, 과학과 역사, 과학과 사회와의 만남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 만남의자리를 주선하고, 지켜보고, 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박진희(PAK7130@hotmail.com&>)는 신문사 사진기자와외신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월간 「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희망을 찾고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그런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사진기자들의 모임인 ‘THE MINOR’의멤버다.


■ 차례
들어가는글


퓨전 사이언스의 개척자 원광연 KAIST 전산학과 교수
이미지 사이언스의 시대가 온다하동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엔지니어, 디자인에서 비전을 찾다 김원택 국제디자인대학원 디자인혁신센터장
컴퓨터 기술로비즈니스한다! 이경희 한국오라클 실장
감성으로 디자인하는 디지털 공간 최진원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지구역사 밝히는 세계적인공룡학자 허 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소리로 영화를 움직인다 이규석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교수
우주 비밀 열쇠를 들고 돌아온과학자 김석환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비주얼 컴퓨팅, 가상현실 연구의 숨은 거장 김명희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책을 들고 세상밖으로 나온 과학자 정재승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일본엔 아시모, 한국엔 NBH??1 유범재 KAIST지능로봇센터장
연구원이 선택한 창업, CEO가 집중한 기술 한미숙 (주)헤리트 대표이사
또다른 과학서핑




나, 대한민국 과학자


지구 역사 밝히는 세계적인 공룡학자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공룡 화석을 현장에서 직접 발굴해 한반도 중생대 환경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공룡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과학자로 2000년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에서 수여하는 ‘21세기 위대한 과학자’상과 2002년 같은 곳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국제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미국인연구소에서 뽑는 ‘21세기 위대한 지성’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전남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찬 커다란 입을 벌리며 무서운 속도로 달려 들어 다른 동물을 한 입에 찢어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부채 같은 판을 달고 다니는 스테고사우루스, 코뿔소처럼 머리에 뿔이 난 트리게라톱스…, ‘공룡’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대표적인 이름들이다. 그런데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라는 공룡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낯선 영어식 발음 앞에 어디선가 들어본 우리나라 지명이 붙은 이 이름은, 전남대 허민 교수가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에 붙인 학명이다. 먼 옛날 한반도는 수많은 공룡들이 뛰놀던 공룡 천국이었다는데, 세계적인 공룡학자 허민 교수를 만나 듣는 비하인드 스토리.


약 6천 5백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남쪽의 곤드와나와 북쪽의 유라시아 대륙이 서서히 분리되면서 지구에는 벌써 수백 년째 화산 폭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화산재와 연기가 푸른 하늘을 뒤덮은 지구에 초속 30Km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혜성이 돌진해 오면서 지구는 또 다른 운명을 맞게된다. 1억 6천만 년 동안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공룡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리게 된 것.


한반도 공룡, 최초의 발굴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모습은 공룡 연구자들이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엮은 공룡시대 멸망의 시나리오다. 공룡의 멸망 원인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룡의 제왕 티라노사우루스의 포효 소리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된 이유는 여전히 과학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약 2억 2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해 백악기 말에 멸종하기까지 1억 6천만 년 동안이나 지구의 주인이었던 동물, 공룡. 대략 3백만 년 정도의 인류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공룡이 지구를 장악했던 세월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2백 년 전 공룡뼈와 화석들이 여기저기서 발굴되면서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해, 1841년 영국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웬이 화석파충류를 디노사우르(dinosaur)라고 명명한 것을 동양에서 공룡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공룡 연구가 이뤄졌을까.


“1970~80년에 경남 고성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모아졌죠. 초기에는 해안 특수 지형에서 자연적 노출로 발견된 것만 주로 연구했어요. 우리나라가 공룡 서식지로 주목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어려움이 컸지요. 그러다 1990년대 이후부터 실질적인 발굴이 진행됐어요.”


공룡박사로 잘 알려진 전남대 허민 교수의 말이다. 바로 그 ‘실질적인 발굴’을 주도한 사람이 허 교수로, 1996~1998년 전남 해남군 우항리 고생물화석지가 우리나라에서 공룡 화석 발굴이 이뤄진 첫 장소이다. 물론 허 교수 이전에도 선구적인 지질학자들이 여러 공룡 유적을 발견해 연구를 해왔고, 한반도 공룡 연구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허 교수의 활동은 자연적으로 노출된 화석지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발굴 개념을 도입해 공룡의 실체를 밝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허 교수는 1990년대 초 해남국 우항리 일대 바닷가 지층에서 고생물 화석과 지층을 조사하던 중 정체불명의 발자국을 여러 개 발견했다. ‘혹시 공룡 발자국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허 교수는 사진을 찍어 세계적인 공룡학자인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마틴 로클리 교수에게 보냈고, 그 결과 공룡 발자국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당장 발굴을 시작하기 힘들었고,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영국 웨일스대학교로 2년간 유학을 떠나게 된다. 유학을 마치고 늘상 마음에 걸렸던 바닷가를 찾은 허 교수는 농업용 저수지를 만드는 공사로 없어지기 직전인 유적지를 목격하고 당장 전라남도에 공사 중지를 건의한 뒤 직접 발굴에 나섰다.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탄생
“해남군 우항리 일대의 고생물화석지는 약 8천 3백만~8천5백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형성된 퇴적층이었어요. 1996년~98년까지 수행된 발굴 및 종합학술연구로 그곳에서 514점의 다양한 공룡 발자국 화석과, 443점의 익룡 발자국 화석, 그리고 1천여 점의 새 발자국 화석 등이 확인됐죠. 세계적인 고생물 화석 산출지가 사라질 뻔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해요.”


우항리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정교한 대형 용각류 화석을 비롯해, 세계 최대 크기의 익룡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새 발자국 화석 등 그 가치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규모였다. 우항리 익룡 발자국 화석에는 허 교수의 바람대로 그곳 지명을 따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허 교수는 해남군 우항리 일대를 시작으로 보성군 비봉리, 화순군 서유리, 여수시 사도 등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공룡 발자국과 뼈 화석을 발굴했고, 이런 허 교수의 연구는 국내 공룡 연구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또 발굴된 공룡 화석들은 한반도 중생대의 고생물 진화와 고생태 환경을 밝히고, 당시의 지구 고생물과 자연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연구로 허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에서 수여하는 ‘21세기 위대한 과학자상(2000)’과 ‘올해의 국제 과학자상(2002)’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인명연구소에서 ‘21세기 위대한 지성(2003)’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허 교수가 대학에 진학 할 때만 해도 공룡 연구란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사실 허 교수도 처음에는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지질학과를 선택했고 공룡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전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학원 시절에 화석을 연구하면서 공룡과 인연을 맺었고, 1990년대 초 해남에서 공룡 발자국을 찾은 것이 공룡 세계로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당시만 해도 공룡 연구는 미개척 분야여서 외국서적을 찾아 일고, 일일이 해외에 있는 석학들에게 문의를 해가며 혼자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발굴과 연구 단계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발굴 현장에서 다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허 교수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사제지간 이상의 애정을 갖고 있다.


웃지 못할 가짜 공룡 사건
“공룡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하지만 한여름 뙤약볕이나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굴 현장을 지키려면 연구에 대한 열정 못지 않게 서로에 대한 봉사와 희생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뛰어난 학생보다 사람됨이 좋은 학생을 더 신뢰해요.”


그래서 허 교수는 자신과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은 그냥 허 교수와 학생이 아니라, 공룡 사랑으로 똘똘 뭉친 ‘동지’라고 했다.


“수억년 동안 지층 속에 묻혀 있던 화석을 발견하고 직접 발굴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반도 공룡 화석에 대한 연구성과를 국내외 학자들에게 발표하고 인정받았을 때의 즐거움도 커요. 그래서 일년의 절반 이상을 이곳저곳 헤매고 다니는 저를 보고 남들은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해도 그냥 웃지요.”


이렇게 한반도가 공룡의 서식지였다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고, 사람들이 공룡에 관심을 갖게 되자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공룡 발자국을 발견했다’, ‘공룡 화석인지 한번 봐 달라’, ‘희한한 공룡알이 있다’는 문의가 끊임없이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은 가짜로 밝혀지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는 일도 허 교수의 몫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가짜 공룡알을 애지중지 싸서 들고 온 사람들이 ‘가짜’라는 말을 듣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 그냥 실험실에 두겠다는 사람들의 소박한 정성을 느낄 때면 마음이 훈훈해진다고, 그래서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전시실에는 진짜 공룡알과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가짜 공룡알도 여럿 전시되었다.


세계적으로 약 2억5천만~1억3천8백만 년 전 시대인 중생대 쥐라기 공룡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진척된 데 비해, 공룡이 퇴화하고 사라져가던 백악기는 연구가 부족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몽골, 중국 등지에서 백악기 공룡 화석이 다량 발굴되고 있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 교수는 지층이 다양해 연구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백악기 공룡을 총체적으로 규명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공룡 연구의 메카를 꿈꾼다
허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공룡연구센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로는 공룡알을 통한 1억 년 전 고환경 규명, 공룡 발자국을 통한 공룡의 속도 측정, 공룡의 생태 연구 및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 해석 등이 있다. 이 중 한반도 공룡의 발자국 조사와 측정은 거의 끝난 상태. 지금까지 티라노사우루스의 평균속도가 시속 70Km로 알려져 있는 데 비해, 새로운 데이터 분석으로 최고 속도가 30~40Km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허 교수는 초식과 육식 등 공룡의 종류별로 속도를 좀더 면밀히 측정해 곧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또 공룡알을 컴퓨터 단층(CT) 촬영해서 당시의 기후와 온도를 유추해내고, 공룡의 뼈화석으로는 공룡의 멸종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공룡 뼈화석과 규화목[硅化木. petrified wood. 지층에 묻힌 나무줄기에 외부로부터 물에 녹은 이산화규소가 스며들어 단백석(蛋白石. opal)으로 변화된 화석 상태]같은 식물화석, 그리고 퇴적층을 비교해 공룡 멸종 당시의 식생과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지구의 역사와 그 위에서 일어났던 변화를 밝혀내는 작업은 단지 과거를 밝히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에요. 고기후학을 연구하면서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는 지구를 위한 적절한 대책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화석을 보면서 미래의 우주 생물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지요. 공룡 연구는 대기오염 방지와 대체 자원 개발 등 미래의 과학과도 연관돼 있어요.”


허 교수는 “지질학은 묻혀 있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발굴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과거 지구의 역사와 환경을 밝혀내는 일은, 결국 지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는 믿음이다. 허 교수는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우던 어린이들이 커서는 공룡을 연구하려는 꿈을 접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기초 학문을 연구하는 어려움과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앞으로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룡에 대한 사랑을 키우며 평생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허 교수가 이끄는 한국공룡연구센터가 세계적인 학습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해, 머나먼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한반도가 또 다른 의미의 공룡 천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과학 서핑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http://www.dinorc.co.kr
고성 서이버 공룡 테마파크 http://www.dinopark.net
해남 사이버 정보관 다이노피아 http://dino.haenam.info


우주 비밀 열쇠 들고 돌아온 과학자
김석환 -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천문우주연구원에서 일했다. 영국 런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런던대 광학연구소 기술 개발부장으로 있었고, NASA에서 우주관측기기 개발을 제의 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교환 교수,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 비상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2년부터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갤렉스(GALEX)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연세대 자외선우주만원경연구단 과학탑재체연구실장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 다가올 2007년 10월 최고의 뉴스는 단연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는 2004년 12월부터 우주인 공개 선발에 들어갔다. 우리보다 앞서 우주인을 탄생시킨 일본과 영국에서의 경쟁률이 각각 300대 1과 650대 1이었다고 하니, 호기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경쟁률은 그 몇 배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보다 앞서 우주 탐사 계획을 참여하고 있는 자랑스런 한국인 과학자들이 있다. 바로 ‘갤렉스’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 연구단이 그들. 우주의 기원과 진화의 비밀을 풀고 있는 연구단의 핵심 멤버, 김석환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하로 쏘아올린 꿈
“10, 9, 8, 7, 6, 5, 4, 3, 2, 1, 발사!!!” 2003년 4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첫 번째 우주관측위성인 갤렉스(GALEX. Galaxy Evolution Expiorer)가 발사됐다. 그로부터 1년 반, 갤렉스가 보내오는 자외선 우주관측자료는 우주의 나이와 은하의 형성 그리고 진화 과정을 밝히는 결정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갤렉스는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을 비롯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제트추진연구소(JPL), 프랑스 우주천문연구소(LAS) 등 세계 최고의 천문우주 관련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은화진화탐사 계획이다. 1998년부터 시작한 이 계획에서 우리나라는 과학임무와 소프트웨어 개발, 과학탑재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김석환 교수는 연구의 중요 과제인 과학탑재체 제작에 필수적인 국제 특허를 2개나 갖고 있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 우주광학관측기기 개발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는 김 교수는 NASA에서 우주관측위성체 제작에 참여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중 갤렉스 계획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김 교수의 귀국 소식이 전해진 2002년 10월 언론에서는 일제히 ‘모국 강단서는 세계적 명성 김석환 박사’, ‘세계적인 명성 천문학자 김석환 씨 모교 연세대 교수로 온다’, ’영?미 교수직 포기하고 고국 강단에‘ 등의 보도로 김 교수에 대한 관심사가 기대를 나타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자로서의 무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런던대 우주광학관측기기 개발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광학연구소 기술개발부장으로 일했어요. 광학기기 제조회사인 옵티컬 제네릭스(Optical Generics Ltd.)에서도 기술 개발을 맡고 있었죠. 말하자면 대학과 벤처에서 동시에 활동했던 셈인데, 연구 환경이나 대우 모두 최고 수중이었기 때문에 사실은 영국에서 터전을 잡고 살 생각이었죠.”


사심 없는 노력과 열정
그런데 1998년 NASA에서 우주관측 위성체 제작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NASA는 천문우주학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인 최고의 기관, 김 교수는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서 유일하게 NASA의 과학탑재체 개발 과정에서 참여하게됐다. 미국 국무성의 ‘무기기술 이전 금지규정’ 때문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NASA지만 김 교수의 능력은 국적을 초월하는 효력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으로 갈 때 3년만 일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어요. NASA에서 일했던 1998년부터 2003년까지의 경험을 살려 이전에 하던 연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생각이었죠. 그런데 모교 후배인 연세대 천문학과 이영욱 교수의 간곡한 요청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거죠.”


우주관측위성의 궤도를 한 번 수정하려면 기존의 계획에 대한 재검토부터 미세 부품의 기능 점검까지 수만 가지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의 삶을 궤도 수정하는 데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에 버금가는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모교에 돌아온 이유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 과학들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후배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연감이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제 전공 분야에서 다음 세대 과학자들을 키우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사실 김 교수는 영국에서 하고 있던 광학연구와 광학기기 제조회사인 옵티컬 제네릭스의 일도 계속 하고 있다. 각종 첨단기술이 발전해 화상 회의도 가능하고 이메일이나 MSN으로 일상적인 연락도 이뤄지니 시공간의 제약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광학기기 개발의 핵심이론을 자신이 갖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친구들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김 교수의 미소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사심 없는 노력과 열정 이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별과 은하, 연구단과 갤렉스
흔히 ‘빛의 속도’라고 하면 최고로 빠른 속도를 말한다.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그 속도는 시속 30만Km.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빠르기지만, 외부은하에서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8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태양도 8분 전의 것이란 이야기. 빛의 속도로 계산하면 우리가 목격한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100억 년 전의 것이라니 실제의 그 은하는 어쩌면 지금 사라지고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천문학계에는 빅뱅 이후 은하가 언제 최초로 형성됐는지, 은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하는지 등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많다.


갤렉스는 바로 이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한 자외선우주망원경이다. 자외선 관측이 중요한 이유는 불의 온도가 높을수록 파장이 짧은 청색 계통의 빛이 나오듯이, 새롭게 태어난 아주 뜨거운 신생 별들은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인 자외선을 많이 방출하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자외선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데이터로 별과 은하의 나이를 추정할 계획이다. 갤렉스 계획이 성공하면 우주의 나이와 팽창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갤렉스는 얼마 전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 전체를 자외선으로 관측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밤하늘에서 보름당 직경의 6배 크기로 관측된다. 따라서 좁은 영역의 하늘만을 관측할 수 있는 기존의 허블우주망원경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갤렉스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한 것이다. 또 갤렉스는 본격적인 자외선 우주탐사로 가시광선으로 볼 수 없는 은하의 미세구조를 관측한다. 갤렉스의 자외선 영상은 가시광선의 영상과 비교해, 은하에 분포하는 젊고 고온의 별들과 은하 중심부의 헬륨 핵융합 단계를 별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2004년 10월에는 NASA의 우주과학 프로젝트 심사에서 갤렉스 계획이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2006년 초반에 끝낼 예정이었던 사업도 3년 정도 더 연장하게 됐다. 그동안 고생해온 연구단의 노력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셈이다.


“지난 수 년 간 프로젝트 전체로는 연인원 1만명의 전문인력, 그리고 연세대에서만 1백명 이상이 이 과제에 매달려 왔어요. NASA로서도 1천2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었죠. 어느 누구 한 사람이, 한 팀과 그룹이 잘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죠. 과학자로서의 헌신과 희생이라는, 지금은 누구도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 가치를 사랑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 학생들이 자랑스러워요.”


수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하나의 은하를 이루듯 연구단 모두가 흘린 수천억 개의 땀방울이 모여 갤렉스가 이뤄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주망원경의 힘, 천문우주의 역사를 다시 쓰다
김 교수는 갤렉스의 본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면, 천문우주 분야 교과서 전체를 다시 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우린 지금까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우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주망원경의 관측 활동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우주론 분야의 숱한 논쟁을 일거에 잠재우는 힘을 갖고 있다. 아무리 지상에서 논의가 분분한들 우주에서 전송된 사진 한 장만 하겠는가.


그만큼 우주망원경 기술은 천문우주론 자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NASA에서는 2020년을 목표로 ‘대구경 우주망원경’을 개발하고 있다. 지구 바깥의 행성을 직접 보겠다는 야심찬 목적을 담은 이 망원경 개발은 우주 생명체를 찾는 일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초대형’ 망원경이라면 직경이 50~100m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2m짜리 망원경용 거울을 제작하는 데만 2년이 걸리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낙관적이다. 2015년 안에는 30m 정도 되는 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축구장만한 망원경도 가능해질 거라는 것이다.


왜 과학을 하는가?
김 교수는 연구와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과학자뿐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도 남고 싶어했다. 한국, 영국, 미국 등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 기업을 오가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두루 거치면서 많은 한국 학생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리된 문제는 잘 풀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정의해서 해결점을 찾는 일에는 약했다.” 하지만 천문우주 분야는 물론 21세기의 유망한 연구는 모두 인류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처음 시작하는 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그것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잘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학생들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면, 프로젝트 중심, 현장 위주 실습으로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란다.


또 한가지. 김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공부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회에 봉사하고 인류에 기여한다’는 답이 어느새 약간은 고루하게 느껴지는 시대지만, 김 교수는 삶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고 있는 현대지만, 전례없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는 지금 오히려 과학자에게는 협동정신이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갤렉스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일년에 수백 수 천명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학사 또는 인류사의 새로운 도전에 꼭 필요한 것이 개인의 헌신이기 때문이다. 큰 꿈을 품은 과학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나는 어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 조라는 것이 김 교수의 마지막 충고였다.


과학 서핑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http://galaxy.younsei.ac.kr
연세대학교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http://csaweb.yonsei.ac.kr
갤렉스(GALEX) 이미지 갤러리 http://www.galex.caltech.edu/imagegallery.html
허블망원경 이미지 갤러리 중 월페이퍼 http://www.hubblesite.org/gallery/wallpaper


일본엔 아시모, 한국엔 NBH-1
유범재,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장 : 서울대 제어 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터보테크 로봇개발실장을 거쳐 1994년부터 연구원으로 일했다. KIST 연구원으로 일했다.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장과 정보통신부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기술 개잘 사업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2001년 인간 친화형 홈 로봇 ‘아이작(ISSAC) 개발로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NBH-1을 개발해 크게 주목 받았다.


제1원칙,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간의 명령을 따른다. 제3원칙, 앞의 두 원칙을 지키면서 자신을 보호한다.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대에 만든 인간을 위협하는 로봇과 인간의 대결은 SF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가 된 지금도 이 원칙을 거스를 만한 로봇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을  능가하는 판단력을 지닌 첨단 로봇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인공 지능에 관한 연구 등 해결돼야 하는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먼저 개발한 건 한국이다. 세계 최초로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NBH-1’을 개발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범재 박사가 로봇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 알아보는 로봇, 세계 첫 개발’, ‘얼굴과 소리로 주인 인식 로봇, 국내서 첫 개발’, ‘무선으로 움직이는 똑똑한 인간형 로봇 개발’, 2005년 1월 초 주요 언론에 보도된 NBH-1 관련 기사의 제목이다. 유범재 박사가 개발한 NBH-1은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Network Based Humanoid) 의 약자인데, 휴머노이드란 인간과 비슷한 신체구조를 갖고 있어서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말한다. NBH-1은 주인의 얼굴을 알아보고 목소리를 구별해낼 수 있는 똑똑한 로봇으로, 2005년 2월 공모를 거쳐 ’마루‘와 ’아라‘ 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인을 알아보는 똑똑한 로봇의 등장
SF 영화에서야 인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몸체와 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을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실제로는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로봇조차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로봇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일본의 ’아시모(ASIMO)도 걸음걸이는 비교적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옆에서 툭 치면 금방 스러져 버릴 정도로 몸체가 허약하다.


NBH-1은 150cm의 키에 67kg의 몸무게를 가진 귀여운 로봇이다. 전후좌우와 대각선 방향으로 걸을 수 있고, 유범재 박사가 가르쳐준 영상과 음성도 잘 기억하고 행동한다. 예를 들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서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면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인식하고 로봇도 양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박사님 사랑해요!” 라고 말한다. 또 손을 들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신호를 보내면 ‘이리와’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런 행동은 미리 입력된 데이터를 읽고 처리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이다.


“NBH-1은 로봇이 인식하는 데이터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에 있는 서버와 주고 받도록 설계돼 있어요. 로봇이 받은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서버에 전송하면, 서버가 그 의미를 분석해서 로봇이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다시 전송해주죠. 그러니까 로봇의 뇌 기능을 담당하는 컴퓨터가 외부와 무선으로 연결돼 있는 셈이에요.”


아시모의 경우 처음 만들어진 2000년에는 키 120cm에 몸무게 52kg이었지만, 이후 지능을 업그레이드시키며 몸무게가 무려 9kg이나 늘어났다. 기존에 개발된 인간형 로봇은 지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로봇의 내부에 정착돼 있어서 지능을 높이려 해도 무게가 느는 것이 문제였다. 로봇의 몸체와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NBH-1은 네트워크를 이용함으로써 그런 단점을 보완했다. 즉, 외부 서버만 정비해서 프로그램화시키면 로봇의 몸체에 무리를 주자 않고도 얼마든지 더 똑똑한 로봇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로봇의 지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NBH-1은 손목에 힘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있어서 악수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발목에는 비틀림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있어서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걸을 수도 있다. 유범재 박사는 NBH-1의 가능을 계속 발전시켜 집안 일을 돕고 간단한 심부름도 할 수 있는 홈 서비스 로봇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로봇과의 10년 인연이 만든 NBH-1
로봇 기술 경쟁에서 최대 이슈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인간처럼 두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이다. 1973년 일본 와세다대 카토이치로 교수팀이 개발한 ‘와봇(WABOT-1)’에서 시작된 인간형 로봇 개발 경쟁은 2000년 혼다사가 만든 아시모의 등장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아시모 이후 로봇 기술의 판단 기준은 얼마나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졌나, 얼마나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걷는가 하는 것으로 모아졌어요. 실제로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걷는 동작은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죠. 아주 간단해 보이는 걸음걸이 하나도 셀 수 없이 많은 미세 동작을 일일이 제어해야 가능하니까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사활을 걸고 로봇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나라를 뒤따라 가기보다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에 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이었죠.”


이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바로 네트워크 기반 기술이었다. 네트워크를 연결해 대용량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면 로봇의 성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수 있음은 물론, 하나의 프로그램을 여러 로봇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하면에서도 그 만큼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더구나 발달된 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였다. 유범재 박사는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은 지 1년이 채 안 돼 NBH-1의 개발에 성공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그동안 박사가 개발해온 다양한 로봇 기술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1991년 K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주)터보테크를 거쳐, 1994년 KIST에서 사족 보행 로봇 ‘센토(CENTAUR)를 만들 때 시각센서 개발 책임자로 로봇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인간형 머리와 눈을 가진 로봇 ‘헥터(HECTER)와, 생체감각 및 제어기능을 갖춘 지능형 로봇 ’베이비봇(BABYBOT), 그리고 ‘미모트(MIMOT) 개발에 차례로 참여했다. 2001년에 개발한 미모트는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행동할 수 있는 로봇으로, 미래에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인간을 돕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모트는 다리 없이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이지만, 인간과 비슷한 머리-눈-시스템을 가진 로봇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2001년 9월에는 아이작(ISSAC)을 개발해 ‘지능형 로봇 경진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작은 자율 주행이 가능하며 진공청소와 보안기능을 가진 가정용 로봇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홈 서비스 로봇이었다. NBH-1은 이런 로봇 기술을 모두 모아 만든 대현 휴머노이드로, 앞선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노동하는 기계에서 인간의 친구로
‘로봇(robot)이란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 일을 사람 대신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그러니까 전기밥솥도 넓은 의미에서는 ’밥하는 로봇‘인 셈이다. 로봇은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차펙(Karel Capek)이 발표한 희곡『로섬의 만능 로봇』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노예나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이 작품에서 차펙은 정신적?육체적 노동은 인간과 똑같이 할 수 있지만 인간적 정서나 영혼을 갖지 못하며, 마모됐을 때는 언제든지 새 제품과 교환할 수 있는 인조인간을 등장시키고 ’로봇‘이라고 칭했다.


우리생활에서 로봇이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산업현장에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부터, 노동의 부담을 덜어주는 산업용 기계로 출발한 로봇은 서서히 많은 기능을 갖게 되면서 활동의 폭도 넓혀갔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컴퓨터와 반도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능형 로봇이 등장하게 됐고, 여기에 정보통신공학과 생명공학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더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간형 로봇이 완성되려면 인간의 감각기능을 대신할 센서, 로봇의 머리를 담당할 인공지능 기술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 그 중에서도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춘 로봇의 뇌를 만드는 작업은 성공의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면 로봇의 정보 처리 속도와 저장 능력이 지금과는 뚜렷이 구별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로봇이 NBH-1이다.


“세대마다 로봇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어요. 기성세대는 로봇 하면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다른 한편으로 뭔가 거리감을 두고 싶어하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은 로봇을 친구로 생각해요. 로봇을 친구처럼 편안한 존재로 느끼고 로봇과 대화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로봇을 연구하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1999년 만들어진 일본 소니사의 ‘아이보(AIBO)는 강아지 모양의 장난감 로봇으로.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을 수리와 램프를 통해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갖고 있어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NBH-1도 언젠가 우리와 함께 생활하며 친구처럼 지내고, 지금까지 1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로봇 아이보 못지 않은 사랑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인간과 대화하는 로봇을 꿈꾸며
유범재 박사가 개발한 NBH-1은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홈 네트워크 시스템과 연결되어 앞으로 가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2000년 2백억 달러에 불과했던 지능형 로봇 시장이 2012년 1천5백억 달러, 2020년 5천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일본 로봇공업협회는 21세기 안에 로봇 시장이 자동차 시장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이다.


지능형 로봇 개발은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중 하나. 전세계적으로 일본은 인간형 로봇 개발에, 독일은 자동차 시스템 개발에, 영국은 사이보그 개발에, 스웨덴은 의료용 로봇 개발에, 미국은 군사용 로봇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신들이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듯이, 우리나라는 지능형 로봇 개발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NBH-1은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개발한 지능형 로봇이에요. 이제 로봇을 첨단기술로 무장시킨 고급기계로 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해요. 로봇의 형태가 하드웨어라면 지능형 로봇 기술은 소프트웨어에 비유할 수 있죠. 컴퓨터 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문제는 소프트웨어에요. 지능형 로봇 기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는 거죠.”


유번재 박사는 NBH-1이 개발로 그 동안 밤낮 없이 일하면서 가족들에게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고 한다. NBH-1의 목소리 주인공이기도 한 아들은 언제쯤 아빠가 집으로 로봇을 데려올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그런 아들과 함께 SF영화를 보는 것은 연구하느라 바빠 특별한 여유를 누릴 겨를이 없는 유범재 박사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누구나 그렇듯 어린 시절 ‘아톰’과 ‘로보트 태권V를 보면서 저런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죠. 유년 시절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거만큼 행복한 일은 없죠. 로봇 연구가 어려워도 제게는 그런 기쁨이 있어요. 그런데 SF영화의 영향으로 일반인들의 로봇에 대한 기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어요.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그 만큼 또 부지런히 도전해야죠.”


로봇 영화를 보면서 아들과 함께 “아니! 저건 우리 팀이 생각해낸 아이디어 아냐~. 저길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다시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유범재 박사는 평생 자신의 상상을 발전시킬 수 있는 희열 때문에 연구를 계속한다고 했다. 어쩌다 생각이 막히면 바다를 찾아 다시 물결처럼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박사가 마치 과학이란 넒은 바다를 마음껏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느껴진다.


로봇을 말하는 여러 가지 이름
? 휴머노이드(Humanoid) : 외모가 인간처럼 생긴 로봇. 외계인이나 기타 정체불명의 어떤 것이라도 겉모습이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으므로 일단 휴머노이드.
? 사이보그(Cyborg) : 인간이나 생물체의 몸에 인공기관을 결합시킨 것. 영화 『로보캅』에서 유능한 경찰이었으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머피의 몸을 티타늄으로 보강하고 새 프로그램을 집어넣은 ‘로보캅’.
? 안드로이드(Android) : 겉보기에 말이나 행동이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 영화『바이센테니얼 맨』의 가사로봇 ‘앤드류’와 영화 『터미네이터』의 T-1000, T-X등.


과학서핑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 생체모방제어시스템연구실 http://bio-mics.kist.re.kr
아시모(ASIMO) http://world.honda.com/ASIMO
아이보(AIBO) http://www.jp.aibo.com
전세계 휴머노이드 소개사이트 http://www.androidworld.com
와우로봇 http://www.wowrobot.co.kr
로봇 박물관 http://www.robotmuseum.co.kr
한국 로봇항공기 경연대회 http://www.koreauav.com
스페이스 로봇월드 http://krsa.org/robot-file
서울로봇고등학교 http://www.gangnam-t.hs.kr
2005 한국국제로봇기술전 http://www.kirotec.co.kr
로봇창의공작교실 http://roboro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