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자신이 사는 곳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알아가고 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리 아파트 빼곡한 도시의 동네라도 자연은 그 틈을 비집고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가만히 들여다보라. 보도블록 틈에 피어나는 민들레와 이름 모를 잡초들, 전선 위에서 지저귀는 참새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까치나 까마귀, 아니면 가로수로라도 발견할 수 있다. 실은 집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낮은 산이나 공터 또는 시에서 조성한 공원, 아니면 길모퉁이에 생뚱맞게 자리 잡은 오래된 정자라도 있기 마련이다. 정신없이 바쁜 도시의 삶이라지만, 자신이 사는 동네의 자연을, 자연의 상태를, 그 자연에 스며든 그 동네의 역사와 문화에도 한번 눈을 돌려 보면 어떨까?
『지역생태활동가, 도코로지스트 이야기』는 그러기 위해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먼저 ‘필드’를 정해 지속적으로 정기적으로 다녀 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그 장소는 당신에게 또 다른 모습을 선사할 것이고, 그 속에서 당신은 귀퉁이 자연이라도 조금 더 깊게 누리며 훨씬 풍요로운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재밌게 놀 수 있는 길이다.
■ 저자
하코다 아쓰시
저자 하코다 아쓰시는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들새회에 취직해 히메지 시 자연관찰의 숲에 부임했다. 그후 1992년부터 요코하마 자연관찰의숲 레인저로 활동하며 주로 자원활동가를 양성하는 일을 했다, 1996년 동경만 들새공원 레인저를 거쳐 1997년 동경본부 사무실로 돌아와 레인저 양성 강좌 및 자연관찰 시설 직원과 자원활동가를 대상으로 연수와 컨설팅 업무를 하며 자연보호활동과 관련된 인재양성 업무를 하고 있다.
물푸레생태교육센터 (기획)
기획 물푸레생태교육센터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생태보전시민모임에서 시작된 비영리 사단법인 지역생태교육공동체입니다.
■ 역자 김미라
역자 김미라는 교토교육대학 대학원에서 “학교 비오톱의 교재화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이과교육학 석사를 마쳤다. 2001년부터 생태보전시민모임에서 생태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했으며, 2014년부터 (사)물푸레생태교육센터 센터장으로, (사)자연의벗연구소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저자 서문
역자 서문 -도코로지스트? 도코로지스트!
제 1 부 나의 이야기
0 내가 사는 마을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
1 도코로지스트란 어떤 사람인가
2 도코로지스트에 끌린 이유
3 이렇게 시작했다
4 그다음 단계
5 도코로지스트 모임을 시작하다
6 지역을 변화시키는 도코로지스트
제 2 부 지역생태활동가, 도코로지스트 되기
0 시작은 걷기
1 가장 먼저 필드를 정한다
2 한 손에 지도를 들고 걷는다
3 필드를 보는 법, 걷는 법
4 기록하기
5 관리하고 발신하기
6 멋진 도코로지스트 되기
제 3 부 3인의 도코로지스트 이야기
0 도코로지스트의 세 가지 유형
1 취미로 즐긴다
2 아이들을 키운다
3 숲을 보전한다
부록 1 하마구치 데쓰이치 강연록
부록 2 5인의 한국 도코로지스트 이야기
1 봉암갯벌생태학습장 이보경
2 생태보전시민모임 민성환
3 우포늪 이인식
4 생태교육연구소 ‘터’ 두꺼비친구들 박완희
5 황새 지킴이 도연 스님
지역생태활동가 도코로지스트 이야기
나의 이야기
도코로지스트란 어떤 사람인가
건강 열풍과 함께 걷기가 주목받고 있다. 걷는 행위에는 흔히 운동 부족 해소, 기분 전환, 나아가 자연관찰이나 사적지 둘러보기 등의 목적이 있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걷기는, 걷기를 통해 그 장소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고 그 장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산책이다. 그와 같은 걷기를 하는 사람을 도코로지스트(그 장소의 전문가)라 부른다.
여기서 도코로지스트란 장소를 나타내는 도코로(所)에 ~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ist르 붙인 조어로서, 그 장소의 전문가라는 의미다. 2005년쯤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말로,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산의 도코로지스트○○공원의 도코로지스트○○호수의 도코로지스트 등등의 용법으로 쓰일 수 있다.
첫 번째는 장소에 애착을 갖는 것의 중요성이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도코로지스트 명칭의 유래이기도 하다. 지금 생활을 즐기면서 뿌리를 다시 만들어 가는 것, 그 방법의 하나가 도코로지스트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메시지는 폭넓은 분야에 흥미를 갖는 것의 중요성이다. 한 장소에 애착을 가져 그 장소의 모든 것을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하나의 전문 분야에만 머무를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것의 중요성이다. 자신의 필드를 지키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가 반드시 학문의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도코로지스트란 어떤 사람일까? 도코로지스트는 엄밀한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필드에 자주 다니고, 그 장소에 관해서라면 다양한 분야에 통달해 있으며, 토지에 애착과 귀속감을 가진 사람이다. 농업과 수산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는 이런 이들이 이미 있다. 각각의 생물 이름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어떤 생물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그 생물을 언제쯤부터 볼 수 있고 언제쯤 안 보이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또 지역에서 오랫동안 취미로 자연관찰을 해 온 사람 중에도 그 땅의 자연을 자세히 아는 도코로지스트가 많다. 도코로지스트의 전문성은 대학에서 공부를 해 습득한 지식이 아닌, 그 장소를 걸었던 시간과 그 장소에 대한 강한 애정만 있으면 누구라도 습득할 수 있다.
도코로지스트에 끌린 이유
2008년 당시 나는 일본야조회에서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역 아이들에게 자연애 관해 전해 주는 자원활동가 리더와 지역의 자연을 조사하는 자원활동가를 육성하는 일 등이 주요 업무였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갓 태어난 아이와 5세 여자아이의 아버지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는 아이들을 가능한 한 자연 속에서 자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휴일에도 일에 쫓기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더욱이 일로 자연에 나가는 일이 많아 모처럼의 휴일에는 쇼핑을 하거나 집에서 빈둥거리고 쉬고 싶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서도 그런 생활을 하다가 우리 아이들이 자연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딸이 네 살일 때,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서 산책을 하다가 마주친 가로수에 붙어 있던 매미 껍질에 눈길이 갔고, 나는 그것을 손으로 집어 딸에게 건네려 했다. 나야 항상 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큰딸은 갑자기 얼굴을 감싸고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는 엄마 뒤에 숨어 나는 째려보았다. 또 한 번은 방에 나방 한 마리가 날아들어 벽에 찰싹 붙었다. 이것을 보더니 딸은 또 격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휴일에 캠프장에 갔을 때도 산책로가 있는데도 걷고 싶지 않다며 실내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른 가정의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데리고 다니는 동안 내 아이는 자연에서 놀지 못하는 아이로 자란 것이다.
도코로지스트가 되려고 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버지는 신발 제조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었고, 전국에 영업소가 하나 둘씩 개설되어 아버지는 여러 지방으로 전근을 다녔다. 소년 시절에 거의 일이 년에 한번 꼴로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내게는 살던 동네에 애정을 가져 본 경험이 없다. 여러 동네에 산 것은 그만큼 다양한 문화에 접할 수 있는 기회기에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계속 같은 동네에 살면서 자신이 사는 동네에 뿌리를 내린 친구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었다.
흔히 육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듯,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그리고 내 어렸을 때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 경우에 그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은 한 지역과 깊이 관계 맺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의 결핍을 육아를 하면서 채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도코로지스트라는 말이 뒤에서 받쳐 주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시작했다
딸은 공원에 가는 건 좋아했지만 숲에는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손과 옷에 흙이 묻는 걸 싫어했고 곤충과 이파리의 촉감이나 진흙 개구리 등 눅진거리는 것들을 무서워했다. 숲에 들어서며 잡고 있던 손을 슬쩍 놓으면 곧바로 내게 달라붙었다. 그래도 끈기를 갖고 휴일마다 데리고 나갔더니, 조금씩 산에 익숙해져서 한 달이 지나자 도토리나 동백나무 열매를 주머니 가득 가져오거나 쥐며느리나 개미, 송장벌레, 사마귀 등의 작은 곤충이나 벌레를 채집통에 넣어서 가지고 돌아올 정도가 되었다.
아이와 숲을 걷기 시작하고 반년이 지나 딸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고, 항상 다니는 동네에 텃밭을 빌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15평방미터 정도의 넓이로 시작해 1년 후에는 면적을 두 배로 늘렸다. 여름에는 오이, 토마토, 피망, 가을에는 고구마, 겨울에는 무, 순무, 양파를 길렀다. 텃밭을 빌리면서부터 우리 가족과 그 주변 장소(필드) 사이의 관계가 더욱 강하게 묶인 것 같다. 필드에 다니는 빈도도 두 배가 되어 사람들과의 만남도 늘었다.
텃밭의 작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물은 가까이 흐르고 있는 요수로의 물을 끌어와서 쓰고 있다. 밭에 물을 뿌리는 사이에 물에 대해 관심이 생겨났다. 과연 이 물은 깨끗한 것인가 더러운 것인가,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가. 이런 관심으로 우선 물길을 따라 걸으며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곳까지 포함해 수로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그 다음에는 이 수로에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런데 딸과의 도코로지스트 생활을 즐기던 나는 이 생활에 익숙해져 감에 따라 종종 난관에 부딪쳤다. 그것은 부모와 일대일 관계일 때는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해 좀처럼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 무리하게 무언가를 시키려고 하면 즐거워야 할 자연 체험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느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딸이 다니는 유치원의 아이들과 함께 필드에서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유치원에는 아버지 모임이 있었다. 2009년 가을, 아버지 모임에서 새를 관찰하는 행사를 해 보자는 제의를 받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공작이 특기인 아빠들의 도움을 받아 멋진 새집을 만들어 유치원 뒷산과 농원 일부에 열 개의 새집을 달았다. 다음 해인 2010년 5월 초순, 열 개의 새집 가운데 다섯 개의 새집을 박새와 곤줄박이, 참새가 이용하고 있었다. 그중 세 개의 새집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었고 부모 새가 새집을 드나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은 대성공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부모의 반응에 크게 만족했다.
지역생태활동가, 도코로지스트 되기
가장 먼저 필드를 정한다
도코로지스트는 자신이 걸을 영역을 미리 확실하게 정해 지도에 선으로 그어 놓는다. 그 선으로 둘러싸인 범위를 필드라고 부르고, 필드 안을 구석구석 세심하게 살피며 걷는다. 범위를 명확하게 정함으로써 관찰의 집중력을 지속시켜 자연의 작은 변화도 쉽게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이 변하면 전혀 다른 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3년 같은 장소를 계속 다니다 보면 해마다의 변화가 보이고, 그것을 10년 계속하면 훨씬 더 장기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장소를 계속 지켜본다는 것이다.
집에서 필드까지의 이동 시간이 15분 이내라면 딱 적당하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비가 와도 금방 피할 수 있고, 잊어버린 물건을 가지러 갈 수도 있다. 30분 정도의 시간만 생겨도 잠깐 가서 보고 오자가 가능하고 아침 출근 전에 걸어 볼 수도 있다. 또 근처에 화장실이 없어도 집에 갈 수 있는 거리다.
필드가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너무 넓으면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생기고 너무 좁으면 환경의 다양성이 없어 흥미를 잃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처음 시작하는 필드는 3~4킬로미터의 코스를 넉넉히 잡을 수 있는 넓이가 적당하다. 도코로지스트의 첫 필드로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하천이다. 하천은 공원과 같이 시가지 안의 중요한 자연 환경이며, 자연관찰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관찰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필드라는 말에서 공원과 녹지, 큰 연못, 하천 등 어떤 일정한 규모의 자연이 있는 장소가 연상될지도 모르지만, 사실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 그 자체가 필드가 된다. 우선 지도를 보면서 집 주변을 걸어 보자. 그러면 큰 자연은 없어도 마을 안에 점점이 소규모의 자연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꼭 녹지만이 자연은 아니다. 전신주나 집의 기와, 도보 건설 예정지의 공터, 빌딩 안의 작은 틈바구니 등도 도시에 살아가는 생물들에게는 중요한 서식처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필드를 보는 법, 걷는 법
도코로지스트의 기본은 한 장소를 반복해서 걷기다. 특히 처음에는 같은 장소,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것이 장소와 친숙해지는 지름길이다. 여러 번 걸어 본 뒤에야 비로소 새나 곤충의 소리, 빨갛게 물든 열매, 길 끝에 있는 꽃 등 그 계절 생물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서 차츰 저 나무의 가지에는 사마귀의 알이 있다라든지, 저 나무에는 항상 때까치가 머물며 울곤 한다라는 식으로 항상 마주치는 생물의 행동 패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산책 코스에 있는 큰 자귀나무를 항상 관찰한다. 딸과 함께 산책하면서 옆을 지날 때 잠시 멈춰 잎과 꽃이 얼마나 피었는지와 꽃에 날아드는 곤충을 관찰한다. 그리고 작년보다 꽃이 더 많이 피었다라든지 꽃을 찾는 곤충을 잡으려고 제비가 왔다 같은 식으로, 딸과 함께 그 나무를 관찰한 일을 사진으로 찍어 필드 노트에 기록한다. 정점 포인트로는 작은 연못이나 흙이 있는 사면 등을 정해도 재밌다. 특정 장소에서 보는 풍경도 좋다.
필드를 자주 다닐수록 그 장소의 변화를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략적으로 계절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최소한 월 2~3회는 다니는 게 좋다. 꽃과 곤충, 새 등을 처음 만난 날과 마지막 만난 날을 확인하려면 주 2~3회는 필드를 걸어야 한다. 처음 만난 날이란 벚꽃이 개화하다 산개구리가 산란하다와 같이 계절을 상징하는 사건이 처음 확인된 날이라는 뜻이다. 거꾸로 마지막 날이라는 것은 겨울새인 개똥지빠귀가 없어졌다 유지매미가 울음을 멈췄다와 같이 계절을 상징하는 사건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날을 가리킨다.
멋진 도코로지스트 되기
자신의 필드를 정해서 걷기를 시작하면, 매번 새로운 생물과의 만남이 생기고 지금까지 몰랐던 발견을 반복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필드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면서 이 생물(장소)을 보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개체수가 줄어든 식물이나 곤충을 발견하면 그 생물들의 서식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고, 외래종의 침투를 발견했다면 그것을 몰아내고 고유종을 지키고 싶어질 것이다.
혼자서는 자기 필드를 보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많은 사람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그곳이 공공장소라면 얼굴을 알고 지내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열쇠가 된다. 지역 주민이나 토지 소유주와의 소통도 중요하고 관련 행정 부서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되면 주변 개발 계획 등을 좀 더 빠르게 알게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필드를 방문한 사람에게 그 장소의 가치와 매력을 전달해 그 장소를 사랑하는 팬층으로 만들어 가도 좋다.
이처럼 사람과 사회를 움직여서 이해자와 협력자를 모으려면, 우선 당신 자신이 매력 넘치는 도코로지스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람 말이라면 한번 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들 만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필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독선적이지 않고 배타적이지 않도록 항상 자기 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그리고 다양한 주체와 서로 협력해 일을 추진해 가지려는 자세이기도 할 것이다.
3인의 도코로지스트 이야기
취미로 즐긴다
먼저 소개할 사람은 가나가와 현 야마토 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바야시 쓰토무 씨다. 고바야시 씨는 2010년부터 시내의 후카미 역사의 숲이라는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취미로 즐길 것을 활동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마음에 부담이 생기면 즐거움보다 의무감이나 남이 시켜서 하는 일 같은 느낌이 커져서 활동의 지속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마토 시에서는 시내에 흩어져 있는 녹지를 다니면서 생물들을 조사하거나 주변 주민에게 삼림의 가치와 즐거움을 전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이 도코로지스트 양성 강좌다. 고바야시 씨는 강좌 1기생으로서 후카미 역사의 숲이라는 넓이 10헥타르의 숲을 다니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모임이 생겼다. 처음에는 6명이었던 구성원이 지금은 16명으로 늘어 새, 식물, 곤충, 숲의 관리 등에 능숙한 구성원들이 육성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운다
건물 없는 유치원 전나무원을 운영하는 오가미 요코 씨는 친구의 육아를 지켜보면서 유아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나무원에는 건물이 없고, 아이들은 아침에 약속 장소에 모여 활동을 시작한다. 장소는 주로 요코하마 시 중심부와 가까운 마이오카 공원의 숲과, 도심에서 떨어진 지형이 험난하고 녹지 면적도 넓은 요코하마 자연관찰의 숲이다. 전나무원의 활동은 매우 단순하다. 정해진 녹지의 정해진 길을 왕복해서 걷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과의 만남,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
"아이들은 생물로서의 성장 과정에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존재가 자연 그 자체입니다. 생물로서의 아이들은 인공적인 공간 속에서만 자랄 수 없습니다. 전나무원에서는 온전히 자연 속에서 보육을 실시하고 우선 생물로서의 인간을 완전하게 키워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숲을 보전한다
나카즈카 다카오 씨는 요코하마 시 남부에 남겨진 습지 세가미 숲의 보전 활동을 하고 있다. 나카즈카 씨는 수림지, 습지, 골짜기, 밭 등의 유지 관리를 하는 숲 만들기 활동 단체 세가미 사토야마 숲의 모임의 사무국장으로서 생물 조사나 아이들의 자연 체험, 자원 활동가 육성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환경 자원 활동가 동료들과 함께 세가미자와 보전 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었고, 개발 문제에 대해 사업가, 행정기관, 시민이 서로 연대해 생물 보전을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안했다.
"땅에 애착이 있어서 활동을 시작한 게 아닙니다. 나는 오사카에서 나고 자라, 취직해서 요코하마 시로 이주해 왔습니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웠을 때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나 자신의 생활방식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직접적 계기였습니다. 활동에 참가함으로써 점차 이 땅에 대한 애착이 생겨났습니다. 그때부터 도코로지스트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토지에 애착을 갖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이 깊어지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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