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중요하지만 쉽게 잊는 문제들에 대한 고찰과 제안
지구온난화, 핵발전소, 기후변화, 미세먼지, 4대강 사업,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경제성장 또는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행해지고 발생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주목한다. 전 지구 차원의 환경 문제가 당장 내게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인식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는 어떤가? 어쩌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들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거나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원인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대로 두면 발생할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점점 견디기 어려워지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멀쩡했던 강에 녹조가 끈적끈적하게 발생하는 원인, 어린 아이들의 몸에 부스럼이 생기고 성적으로 조숙해지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의 지나친 탐욕이 원인이라면 탐욕의 원인도 살펴야 한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준 조상처럼 다음 세대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생략할 수 없는 질문이다.
■ 저자 박병상
저자 박병상은 도시와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헤매는 고집불통의 서생. 군 생활을 빼고는 태어나 한 번도 인천을 떠나지 않은 ‘환경운동을 하는 생물학자’다. 1976년 인하대학교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와 박사 과정을 1988년까지 마치고, 가톨릭대학교 환경사회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졸업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생태적 시각으로 여러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강의했고, 현재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다.
평소 독자와 대중에게 ‘느림의 권리’를 주장하며, 후손의 입장에서 생태계의 질서를 허무는 생명공학을 반대할 뿐 아니라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개발과 지역의 소통을 거부하는 대형 중앙집중 편의시설, 그리고 땅의 황폐화를 부르는 단작을 반대한다. 대신 제철·제고장 농작물 먹기, 생태계와 문화의 다양성 회복하기, 대면사회 회복하기를 주장한다. 또 참여의 가치를 설파하며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운동이라고 강조한다. 독립운동에 이은 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환경운동도 가능한 시절이 왔으니 이제 후손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마음먹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환경 칼럼을 연재하며, 토론회와 공청회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자로 악명을 쌓고 있다.
『동물인문학』『탐욕의 울타리』『파우스트의 선택』『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우리 동물 이야기』『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녹색의 상상력』『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등을 썼고, 다수의 공동 저서가 있다.
블로그는 http://blog.daum.net/brilsymbio
■ 차례
프롤로그
제 1부. 낭떠러지로 달려가기
기후변화 시대의 풍경 기억상실
인구가 줄어든다고? 반갑기 그지없다!
지구온난화가 호시탐탐 매립 해안을 노리고 있다
선언만으로 지구온난화가 늦춰질 수 있다면
흐름을 멈춘 강은 썩는다
자연은 괴롭고 후손의 삶은 위태롭다
탐욕이 개발을 주도하는 세상에서 규제가 갖는 의미
서해의 갯벌은 핵발전소를 품을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을 기업의 이익과 맞바꾸는 나라
성조숙증 부추기는 사회
국제 경기 이면에서 풍기는 악취와 평창 걱정
공기마저 자본에 포섭된다면
경제 성장 없이도 풍요로울 수 있을까
제 2부. 낭떠러지에서 벗어나기
지구온난화 시대의 물 사용법
도시는 녹지와 습지가 필요하다
마스크는 미세먼지의 대안이 아니다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 심기
차라리 주차권을 사고팔면 어떨까
길이 곡선일 때 사람도 생태계도 건강하다
노화는 피해야 할 질병이 아니다
잉여인간들이여, 궐기하자
물 부족 국가를 위한 빗물 활용기
태양과 바람과 지열만으로 에너지를 충족할 수 있다면
이웃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대안화폐 또는 지역화폐
요즘 세상에서 기본소득은 기본권
중독된 편의를 버려도 행복은 줄어들지 않는다
에필로그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
낭떠러지로 달려가기
지구온난화가 호시탐탐 매립 해안을 노리고 있다
태풍 피해에도 아랑곳 않는 신도시 건설
예전부터 인천은 태풍이 적고 피해도 크지 않았다. 바다 위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막을 수 없어도 드넓은 갯벌이 해일의 파고를 완충하기 때문인데, 갯벌이 거의 매립된 요즘은 안전을 확신하지 못한다. 2010년 추석을 하루 앞두고 인천 연수구에서 고층아파트를 휘감은 태풍 곤파스는 베란다 통유리를 세차게 흔들었고 그 이튿날부터 새시 기술자들은 밀려드는 일감으로 홍역을 앓아야 했다. 그래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 다행이었는데, 2003년 9월 12일 남부 지방을 휩쓴 태풍 매미는 달랐다. 마침 추석 연휴라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았어도 마산 주민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안 매립 때문이었다. 완만한 갯벌이 넓게 펼쳐졌던 조간대가 사라지자 바다 위에 둥둥 띄워 놓았던 통나무들이 부두를 넘어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아파트 단지의 상가 지하로 노도처럼 몰려들었고, 친지와 노래방을 찾은 이들이 한꺼번에 희생된 것이다. 당시 사망 실종자가 전국적으로 132명, 재산 피해가 4조 7810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갯벌을 광범위하게 매립해 조성한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 단지들은 앞으로 괜찮을까? 연수구 앞에 남았던 갯벌을 모조리 매립해 조성한 송도 신도시는?
가을태풍이 오는 이유를 기후 전문가들은 바다가 뜨겁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해마다 0.8회 접근하는 가을태풍이 해를 달리하며 무서워지는 건 해안 개발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초고층 빌딩의 침수는 부산에서 그칠 리 없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바다의 수온 상승이 동북아시아 연안에서 두드러지므로 인천도 예외일 수 없는데, 해안에 밀집된 발전소를 수온 상승의 원인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인천 앞바다는 화력발전소의 집합소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탄산칼슘 껍질을 가진 조개가 지천인 갯벌은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예방한다. 그런 갯벌을 매립하고 치솟은 건물들은 전기와 화석연료의 과소비가 없으면 잠시도 온전할 수 없다. 전기가 이틀 이상 끊긴다면 초고층 빌딩들은 서슴없이 피난해야 할 애물단지로 변할지 모른다. 지진에 이어 쓰나미가 덮친다면? 개흙으로 뒤덮인 아스팔트에 뒤엉킨 승용차들은 꼼짝달싹 못하겠지…….
서해의 갯벌은 핵발전소를 품을 수 없다
후쿠시마, 그 이후
지진대 위라도 안전하다고 장담하던 후쿠시마의 발전 시설 4기는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에서 폭발을 피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수천 도까지 치솟은 노심의 핵연료가 20센티미터 두께의 강철 압력용기를 녹인 뒤 1미터의 철근콘크리트를 뚫고 지하수와 만난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도 여전히 핵분열 중인 핵연료가 내뿜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보낼 수는 없다. 동경전력은 그것을 퍼 올려 방사성 물질을 걸러 냈고, 방사성 물질이 농축된 오염수는 저장탱크에 임시로 담아 놓았지만 저장탱크도 현재 포화 상태다. 게다가 기술적 한계로 오염된 지하수를 모두 퍼올리지는 못해 바다로 직행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한 번은 저장탱크의 결합 나사가 풀려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나간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사고는 종종 발생할 것이다.
우리의 서해안은 안전할까
우리의 서해는 아직 안전하다. 일본을 회유하는 어류가 서해로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터전인 갯벌을 뭉텅뭉텅 매립해 개발한 이후 어획고가 크게 줄었어도 아직 풍요롭다. 하지만 치명적 위험 요소가 도사린다. 우리와 중국의 핵발전소들이 서해를 둘러싸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는 현재 58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지만 사고확률은 우리보다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발전소를 관리/운영하는 주체와 감시/통제하는 주체가 완전히 분리되었을 뿐 아니라 통제권한이 운영 주체를 압도하기 때문인데, 사고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우리는 그렇지가 않다. 감시통제 기관이 발전소의 건설/운영 주체에 종속돼 있으니 부정부패와 거짓 보고가 만연하고 시설 교체 시 불합격 설비와 부품을 무모하게 허용한다.
만약, 만약에 한빛으로 이름을 바꾼 영광의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처럼 7등급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서해를 거의 영원히 잃게 된다. 고리의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그 순간 변경 30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재산가치와 봉급생활자의 급여까지 즉각 사라지겠지만, 바다는 남는다. 물론 처음엔 오염되겠지만 동해로 확산되며 희석될 테니 수십 년 뒤 허용 기준치 이하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수심이 낮고 확산이 느린 서해는 그렇지 않다. 갯벌 깊숙하게 오염될 우리의 서해안은 결코 회복을 꿈꿀 수 없다.
아직 이렇다 할 사고가 없다지만 핵발전소의 폭발 사건은 발전소의 수와 무관하지 않다. 수명이 연장된 발전소일수록 더 위험한데, 일반적으로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30년을 넘지 못한다. 서해의 운명은 시방 핵발전소에 저당되었다. 우리의 삶도 저당되고 말았다.
성조숙증 부추기는 사회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계란과 우유
카리브의 열대우림 푸에르토리코는 관광산업으로 재정을 꾸려가며 식량의 대부분을 식민지 모국인 미국에서 조달한다. 어느 해인가 그곳의 세 살 여자아이가 월경을 했다. 화들짝 놀란 부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병원에서는 또래보다 몸집이 큰 그 아이가 계란 노른자를 입에 달고 지냈다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그 계란에 여성호르몬이 높은 농도로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의 공장식 양계장에서 많은 계란을 빠른 시간 내에 받기 위해 닭 모이에 여성호르몬을 적지 않게 주입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 덕분에 가격이 저렴한 계란을 입에 달고 지낸 아이는 그만 생후 3년 만에 임신이 가능한 신체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는 어린이가 부쩍 늘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종종 들린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닐 텐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여자 어린이의 경우 만 8세, 남자 어린이는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성조숙증으로 치료받는 어린이가 2016년 현재 8만 6352명으로 2015년보다 1만 400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체지방이 늘어난 현상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전문의는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한 성적 자극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성조숙증 어린이는 상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덜 자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조숙증의 원인을 짐작하고 있다면 근본 대책을 세워야 책임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전문의는 서구적 식습관과 운동 부족을 성조숙증의 원인이라고 상투적으로 지적하지만, 그런 생활습관이 최근에 불거졌을 리 없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거듭 발생하고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이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제기하고 육류 위주의 식습관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지만 우리의 축산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식습관도 바뀌지 않아 성조숙증이 오히려 늘어났다. 시민단체들에서 여성호르몬을 적지 않게 포함한 계란과 우유의 문제, 체내 호르몬 분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 문제를 숱하게 제기해 왔지만 정부와 기업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공기마저 자본에 포섭된다면
답은 과학기술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머리카락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를 마스크로 막을 수 있을까? 숨 쉬기 곤란할 정도로 촘촘한 필터도 무사통과해 허파꽈리에 박힌다는 초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라 부르는데,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는 한 침묵의 살인자의 발생을 현재 어느 기술로도 막기 어렵다. 그러자 실내 공기 정화기 제조회사가 상품광고를 앞세우며 등장했다.
모기장보다 조금 더 촘촘해 보이는 필터가 온갖 미세먼지를 막아 준다니 소비자는 그저 신묘할 따름인데, 균까지 막아 준다는 항균필터에는 OIT(옥틸이소티아졸론)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다니 가습기 살균제에 놀란 가슴은 다시 공기 정화기 소식에 덜덜 떨게 생겼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의 산소를 고갈시킬 것이라고 최근 영국의 한 대학 연구진이 밝혔다고 한다. 바닷물의 수온 상승으로 대기권의 산소 70퍼센트를 책임지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태계에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는데, 바닷물 온도가 섭씨 6도 오르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멸종하고 대기 중 산소가 고갈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2100년에 바닷물 온도가 6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서 바닷물의 온도가 100년 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공기마저 자본에 포섭된다면 우리는 거리에서 방독면 쓰고 우쭐대는 군상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이미 생수병이 그렇지 않은가. 생수병이 물 오염을 해결했던가? 오염된 대기는 돈 밝히는 자본이 해결하지 못한다. 자본의 무책임한 질주를 멈추게 하는 소비자가 시민운동에 나설 때 비로소 지켜 낼 수 있다. 답은 자본이 앞세우는 과학기술보다 자연스러움에 있다.
경제 성장 없이도 풍요로울 수 있을까
더글러스 러미스는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물었다. 경제가 어느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기업은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니 규모를 줄여야 하고, 그 여파로 실업이 속출하니 개인은 빚에 쪼들리게 된다. 그러므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류 경제학자와 경제 담당 기자들은 이야기한다. 경제가 충분히 성장하면 그 사회는 풍요로울 게 분명한 듯한데 더글러스 러미스는 고개를 젓는다. 경제 성장이 없어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 건데, 무슨 뜻일까?
고통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는 대안
땅을 중심으로 자급자족하는 삶, 공동체의 회복이 대안이 되겠지만 자본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웃과 함께 내일도 살아가야 할 민중이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행동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자본의 맨얼굴을 직시하고 은행이 묶은 사슬을 자급자족 공동체로 풀어내야 한다는 거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도시를 아직 벗어날 수 없어 자급자족을 모색하기 어렵다면 궁색하더라도 도시에서 마련한 대안을 별도로 모색해야겠다. 이윤보다 공유를 선도하는 기술로 자본의 탐욕을 최대한 극복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해 보자. 1970년대 영국의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으로 해고되어서도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원하는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며 공동체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대한문에서 분노를 삭이는 노동자들도 당연히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부품만으로 자동차 한 대를 뚝딱 만든 경험이 있지 않나! 숙련된 기술을 가진 그들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도 공동체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얼마든 구상할 수 있을 텐데, 자동차 이외에 석유위기와 지구온난화를 대비할 물건을 창안해 만들어 널리 보급할 수는 없을까? 노력하며 궁리하면 우리나라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의 선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거기에도 자금이 필요하겠지. 은행에서 빌리지 말자. 은행 이자의 굴레는 민중의 마음을 모아 조직한 협동조합으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성장이 없어도 불행하지 않았던 조상의 삶으로 돌아가면 고통은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
낭떠러지에서 벗어나기
마스크는 미세먼지의 대안이 아니다
어느새 일상이 된 미세먼지주의보
크기가 들쭉날쭉한 황사에는 당연히 미세먼지가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로 우리나라까지 많이 날아온다. 중국 산업 단지에서 날아오는 황과 질소산화물, 중금속을 포함하는 미세먼지가 사람의 기관지와 허파까지 침투할 경우 알레르기성비염과 기관지염, 고질적 천식이나 폐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거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는 집에 머물 것을 권유하는 데 그친다.
시민의 건강보다 중요한 행정은 없다
환경단체들은 미세먼지를 주로 내놓는 디젤 자동차의 저감 장치 의무 부착과 압축천연가스 버스의 도입을 요구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역행해 경유 택시의 도입을 추진하는 무모함을 과시한다. 유럽과 미국은 막대한 미세먼지의 원흉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적극 검토하는데 우리는 증설할 계획을 세운다.
숲과 습지가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적다. 날아오는 미세먼지의 양은 비슷하더라도 어느 정도 차단하고 씻어 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많았던 이튿날 도로 가장자리에 살수차가 물을 흥건히 뿌리면 어느 정도 먼지가 씻겨 나간다. 가로수나 근린공원의 조경수 잎사귀 위로 물을 뿌리면 적지 않은 먼지가 씻길 텐데, 뿌연 시내에서 그런 차량을 본 적이 없다. 물이 없어서? 예산이 부족해서? 기술력은 이미 충분할 텐데.
도시의 하수는 막대하다. 그 하수는 전량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정수처리한 뒤 바다 또는 강으로 내버린다. 우리나라는 100여 년 전의 프랑스 파리처럼 활하수를 중간에서 처리해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유럽보다 1.5배 정도 강수량이 많아서 빗물을 받아 도시의 먼지를 제거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빗물 전도사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는 서울시가 한 해 동안 빗물을 배제하는 데 들이는 예산이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예산 40억 원의 100배가 넘는다고 한다.
실은 예산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민의 건강보다 중요한 행정이 있을까? 관련 장비는 지역 특성에 맞게 연구개발해 장만하면 된다. 설마 장비를 구입할 예산이 없다고 하지는 않겠지? 진정성만으로 당장 시행할 대책도 있고 적극적 검토를 거쳐 시행할 대책도 있을 텐데, 여전히 마스크 타령이다.
노화는 피해야 할 질병이 아니다
실버산업? 노화방지 산업!
2000년에 접어들며 미국의 노화방지 산업이 880억 달러로 성장했다고 영국의 한 언론이 전했다. 주름 제거를 위한 보톡스나 노화를 방지한다는 비타민은 물론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호르몬 요법이 등장했으며 성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피부에 바르는 시술이 성행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노화방지 클리닉의 수입이 짭짤하고 관련 책자가 불티나게 팔린단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실버산업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고령 사회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걱정은 공허하다. 내놓는 분석과 대책이 노인의 삶과 무관해 보이기 때문이다. 체력과 의지가 남아 있는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가 거의 없는 현실만이 아니다. 한참 일할 나이에 명예퇴직을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또한 제공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고령 사회 운운하며 아이를 더 낳으라고 정부와 대기업 산하 연구소가 내놓는 정책이 반가울 리 있겠는가? 건강검진 지원과 서푼어치 연금이 고작이고 행정은 실버산업에 대책을 떠넘긴 상태에서 노인 부양의 부담을 들먹이며 아이 더 낳기를 종용하는 기업의 의도는 무엇일까? 저임금으로 혹사당할 노동력의 부족을 걱정할 따름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평균수명이 아무리 늘어나도 노인은 때가 되면 떠난다. 떠나기 전까지 생산인구로 남는다면 출산율이 떨어져도 아들딸이 부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사회는 균형을 잡을 것이고, 경제가 둔화되어도 이웃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면 견딜 여력이 생길 것이다. 젊음이 건강을 독점하는 건 아니다. 나이를 부정하지 않으며 살 때, 누구나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다. 노화를 피해야 할 질병이라기보다 받아들여야 할 현상으로 인식할 때, 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은 편안할 수 있다.
물 부족 국가를 위한 빗물 활용기
어떻게 빗물을 활용할 수 있을까
2015년 4월 중부지방의 강우량을 예보하던 방송기자는 반년 만에 내리는 30밀리의 비가 최소 2500억 원 정도의 경제 가치가 있다며 기상청 추산을 제시하며 보도했다. 2500억 원이라면 대단한 금액인데, 황사나 미세먼지를 씻어 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2300억 원, 수자원의 가치로 210억 원, 화재를 막은 만큼 절약된 복구비용을 3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상청은 밭작물의 해갈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는 살펴보지 않았다. 중부지방 농민의 안타까움은 기상청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던가?
한무영 교수와 수원시의 빗물 활용법
관악산의 숲이 오랜 세월 완충하며 깨끗하게 흘려 보내던 빗물은 서울대학교가 들어서면서 넘치기 시작했고, 때때로 신림동의 하천을 범람하게 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구내의 빼곡한 건물 중 건설환경공학부가 위치한 35동은 조금 다르다. 한무영 교수가 840제곱미터의 옥상에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조성한 것이다. 정원과 텃밭을 갖춘 서울대학교 35동의 옥상에서는 해마다 250포기의 배추가 생산된다.
한무영 교수는 건물 사용자들이 옥상을 텃밭이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녹화하면 완충한 빗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냉난방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눈을 가리고 마시게 한 결과 시민들이 시판되는 생수보다 빗물을 더 선호했다며 지붕에서 받는 빗물로 도시지방의 만성 물 부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한무영 교수는 50만 평의 땅에서 1년에 200만 톤 가까운 빗물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하는데, 주택 단지나 공업 단지를 처음 조성할 때부터 빗물을 활용하는 시설과 장소를 확보하면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무영 교수는 태양광 패널을 같이 설치하면 일석이조라고 귀띔하는데, 도시에는 넓은 지붕과 옥상이 드물지 않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도 관련 시설을 새로 만들지 않고 빗물을 저장할 방법이 있다.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습지가 근린공원에 조성돼 있지 않더라도 아파트 단지에는 생활하수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직행한 뒤로 내내 비워 두고 사용하지 않는 정화조가 많은데 이것을 활용하면 된다.
이웃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대안화폐 또는 지역화폐
대안화폐의 등장
근사하게 인쇄해 발행한 국가의 화폐, 다시 말해 은행권만이 교환가치를 독점하는 건 아니다. 개개의 크고 작은 상점들도 나름대로 화폐를 발행해 신뢰하는 사람들끼리 교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주유소와 서점의 할인권이나 백화점의 상품권이 그렇다. 신용이 있는 백화점의 상품권은 경우에 따라 은행권을 비공식적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지역의 어떤 모임도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그 경우 모임의 회원들은 자신들이 발행한 화폐의 교환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 안에서 회원끼리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안화폐가 그것이다.
능력과 의지는 있지만 오직 돈이 없는 제대 청년이나 출소 수형자가 대안화폐를 발행하는 모임의 회원이 된다면 그들은 소외되거나 굶지 않아도 된다. 회원 중 식당을 운영하는 이가 있으면 거기에 가서 밥을 배불리 먹고 대안화폐로 일단 빚을 진다. 그 뒤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상점에서 일하고 대안화폐를 받아 빚을 청산하면 된다.
지방자치단체도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주민과 맺는 신용이 바탕이 된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한 화폐로 그 지역에서 얼마든 약속된 물건과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 재생 가능한 생활 쓰레기를 모아 온 주민에게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한 화폐로 지불한다면, 그 주민은 그 화폐를 받는 지역의 상점에 가서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 시가 바로 그러한데, 쓰레기 수거에 나선 저소득 계층에게 전보다 향상된 소득을 보장하고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복지를 합리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요즘 세상에서 기본소득은 기본권
반값 등록금이 대학생들에게 끼친 영향
대학 등록금의 절반 인하는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의미가 크다. 사립대학보다 등록금이 절반 가까이 낮은 서울시립대학교의 사례를 주목해 보자. 등록금을 반으로 더 낮추자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고 그 대학의 교수가 전했다. 아르바이트로 젊음을 허비하던 학생들이 비로소 도서관이나 현장을 찾아 자신의 공부를 스스로 찾더라는 게 아닌가? 등록금 반값 인하 소식이 우수한 학생의 입학이 늘었다는 소식보다 반갑기 그지없는데, 그런 소식을 듣고 잘나가는 사립대학들은 왜 반응이 없을까? 비축해 놓은 돈이 적지 않다던데.
등록금이 대폭 낮아지면서 대학생들이 비로소 책을 읽게 되었다는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교양을 넓히지 못한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 아닌가. 학력과 관계없이, 공부와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에게 넘치는 창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불안에 떠는 젊은이에게 이웃과 후손과 생태계를 배려하라는 당부는 쉽게 공감을 이끌지 못한다. 낮아진 등록금만큼 대학생에게 기본권을 제공하는 서울시립대학교는 아직 우리 대학 사회에서 예외적 사례에 지나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노인과 농촌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 모두에게 일정액을 기본소득으로 제공하면 어떨까?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든 가지 않든, 노인들의 몸과 마음은 훨씬 건강해질 것이다. 자신의 경륜을 발판 삼아 남은 삶을 보람차게 이어 갈 것이다. 그 방면 전문가들은 노인에게 들어가는 기존 예산을 조정하면 기본소득 제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농촌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정당도 있다. 녹색당이다. 일손이 늙고 부족해 우리 농촌은 화학농업과 기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그래도 농토와 수확량이 부족하니 식량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 보자. 즉각 달라질 것이다. 농토와 농민이 늘어나면서 농사지을 마음도 커질 것이다. 농촌에 농민만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소득을 받는 농민은 비로소 땅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농작물을 먹는 소비자를 위해 유기농업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겠다. 젊은이가 모이면 시골은 활발해지고 농토도 효율적으로 관리될 것이며 지금처럼 비참한 우리의 식량자급률도 성큼 높아지겠지.
중독된 편의를 버려도 행복은 줄어들지 않는다
외면할 수 없는 미래
지금까지 기껏 100년 사용한 석유는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로 발굴하는 유정보다 경제성 부족으로 폐쇄되는 유정이 훨씬 많은 현실에서 어쩌다 발견한 유정도 규모가 턱없이 작다. 유럽에서 퇴조하는 핵발전소를 우리와 중국이 요즘처럼 세운다면 우라늄도 두 세대 못가 고갈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로 감당해야 할 전기 생산 비용이 햇빛이나 바람을 이용한 발전 비용보다 높다는 걸 독일은 계산했지만, 우리는 한사코 외면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에너지 낭비를 계속 한다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도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체는 휴식이 필요하다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는 소에 광우병을, 돼지에 구제역을, 닭과 오리에 조류독감을 안겼다. 더 많은 수확을 재촉하는 비닐하우스와 농약은 농부에게 하우스병을 안긴다. 하루 온종일 돌아가는 공장은 아무리 철저하게 매뉴얼을 관리해도 안전사고를 피하지 못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지진과 쓰나미만이 폭발의 원인을 제공한 건 아닐 것이다. 2012년 9월 구미시 봉산리의 한 공장에서 불산이 터져 마을의 당산나무와 수확 직전의 농작물을 타 들어가게 한 것도 충분하지 못한 휴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독된 편의를 버려도 행복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깊어진다. 암세포는 개체의 몸에만 있는 게 아니다. 휴식 없는 사회에도 엄존한다.
우리는 시방 충분히 잘 산다. 그렇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건강해야 할 내일을 위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성장이 아니라 퇴보를 시도해야 한다. 새로 태어날 생명과 내 자신의 안녕을 위해 휴식의 가치를 만끽하자. 잃어버린 기다리는 기쁨을 되찾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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