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정치인 문재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문재인을 사랑하고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의 힘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정치의 길에 들어선 이후 한 사람 한 사람을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참여정부 시절의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당시의 성과와 한계를 넘겠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전력하고 있는 문재인의 비전과 약속을 담았다.
이 책은 전주의 한 시장에서 만난 초등학생과의 짧은 인터뷰로 시작된다. 정치참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한 글과 출마선언문을 통해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에 대한 그의 확고한 의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바라고 있는 세상을 위한 비전과 정책방향들을 정치 경제 사회로 세분하여 구체적인 진단과 소명을 풀어낸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혁명 등 주요 공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의지, 타 정당 후보들과의 차별성이 드러나는 담대한 발언 등도 가감 없이 담았다.
■ 저자 문재인
대한민국의 법조인·사회운동가·정치인. 1953년 경상남도 거제시 출생.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비서실장을 역임하였고,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2012년 6월 17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차례
정책이 미래다
-정치의 미래
시대정신을 보는 눈 | 상생과 통합의 정치, 가능하다 | 지역주의, 갈등의 극복 | 검찰 개혁, 너무나 중요한 | 당당한 외교 | 강한 안보 | 남과 북 그리고 평화
-경제의 미래
경제민주화 대작전 | 재벌 개혁, 경제민주화의 다른 이름 | 포용적 성장 | 협력적 성장 | 사회적 경제, 일석삼조 | 에너지의 미래 |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 | 국책사업일수록 절차 지켜서ㅣ통상은 신사답게 | 농업 살림살이 | 기본에 충실한 금융 | 하우스 푸어 구출하기 | 세금은 예외 없이 | 다시, 균형발전을 향해
-사회의 미래
일자리 혁명 | 노사관계의 기준은 사람 | 언론을 제자리에 | 공영방송도 제자리에 | 복지는 투자다 | 주거도 복지다 | 고령화 사회를 위한 준비 | 여성이 미래다 | 어린이를 위한 나라 | 교육도 사람이 먼저 | 학교를 묻지 않는다 | 창의력에 박수를
참여가 힘이다
듣고 싶습니다 | 트윗 초보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정책이 미래다
정치의 미래
당당한 외교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기조를 설정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웃에는 일본과 중국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의 평화, 그리고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바탕을 두고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북핵 문제를 6자 회담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도 뜻을 같이 하고 있으므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문제를 푸는 데 다자간 외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들인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도 호혜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균형 있는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관계의 나라라도 그 어느 한쪽으로만 올인해서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이면서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외교정책도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한국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입니다. 한미동맹 관계는 우리나라 안보의 핵심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이러한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에만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다른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중 관계가 퇴보하고 신뢰가 훼손된 것은 가장 큰 외교적 실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사회 체제를 가지고 있고 세계적인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가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본다면, 미국도 중국도 서로 갈등적 경쟁을 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시대는 이미 막을 내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냉전 시대의 이념과 외교정책에 사로잡혀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악영향을 주고 주변국에까지도 부담을 지우는 외교정책은 이제 시대에 맞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탈북자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주로 중국으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북으로 송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은 문제가 불거질 때에만 보수 진영에서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에게 부담을 주어서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을 더 부추기는 결과만 낳고 있다고 봅니다.
한미동맹의 근간이 충실하게 유지된다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이유는 없습니다. 역으로 한미동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 핵 문제만 해도, 참여정부 때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의 협조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하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중국하고도 협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균형적 외교가 필요합니다.
한일 관계로 화제를 돌리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서 일제 강점기 피해자에 관한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일제 강점기 시대의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 저는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왔습니다. 참여정부 때에는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한일회담 문서 공개에도 관여했고, 피해 보상지원법 제정 작업을 비롯해서 관련법을 개정할 때에는 청와대에서 담당 수석으로 일했습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 다시 변호사로 돌아왔을 때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 소송에서 1, 2심의 변호사로 공동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법적으로 푸는 것은 무척 까다로운 일입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한일회담이 진행되던 당시에 협상을 잘못하는 바람에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또 그들은 한일협정 당시 일본에게 식민지 지배 책임 명목으로 받은 경제협력자금을 피해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썼습니다. 만약 당시에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더라도, 경제 성장을 이룬 후에는 국가가 책임을 다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피해자들을 외면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피해자들은 국가가 국민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치욕스러운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가는 그 한을 풀어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늦었지만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개개인이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일본에 쓸데없는 변명거리만 제공해준 한일협정에 대해서 대법원이 사법주권을 새롭게 세우는 판결을 내린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개개인이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를 이끌어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외교적으로 일본 정부에 책임을 질 것을 정식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완결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익 정치인들은 강제동원 사실을 은폐하면서 피해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계속 그런 태도를 취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지도적 국가로 존중받기 힘들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는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한편,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직접적인 요구를 하는 한편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국제 사회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지도록 압박해야 합니다. 살아 계신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 드리고, 먼저 돌아가신 분들은 지하에서라도 한을 풀 수 있도록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강조해도 국민들의 정서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비밀리에 국무회에서 통과시켰다가 국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협정 서명 직전에 중단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북 감시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일본과 유용한 군사적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정부에서 국민적 의견 수렴은 물론이고 심지어 의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비공개로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체결하려고 한 것은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문제가 확산되자 정부에서는 이제 와서 서명하지 않으면 국가적 망신을 당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외교적 망신을 자초한 것은 한일관계의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적인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협정을 몰래 추진하려고 한 정부의 독단적인 태도였습니다.
정부에서는 대북억지력을 협정 추진의 구실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일 간의 협정 없이도 대북억지력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현재의 한미동맹만 가지고도 충분합니다. 북한에 대한 중요한 고급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입니다.
이번 협정은 일본이 노리고 있는 군사대국화와 군비확장만 도와주는 결과가 되고,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자극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은 아직까지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독도가 자기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영토 분쟁으로 몰고 가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부정적인 판단이 듭니다.
경제의 미래
경제민주화 대작전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이면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것이 재벌 개혁 문제입니다. 재벌과 그들을 대변하는 일부 언론은 경제민주화가 재벌의 손발을 묶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의 재벌은 오로지 자신들의 경쟁력과 경영 능력만으로 오늘날의 성과를 이룬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벌은 과거 국가와 국민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최근까지 각종 지원과 특혜가 재벌에게 집중되어 왔습니다. 재벌들은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흡수하면서 고속 성장을 해 온 것입니다. 물론 우리 경제가 이 정도 수준까지 성장한 데에 재벌이 기여한 바는 큽니다. 하지만 지금은 재벌이 경제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10대 그룹의 매출액은 전체 기업 매출의 50%를 넘어섰습니다. 이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10대 그룹의 상장사 주식의 시가총액도 전체의 50%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우리의 경제력이 계속해서 대기업으로 집중되고 있고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0~2009년 취업자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은 취업자 수가 307만 명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반대로 44만 명이 줄었습니다.
재벌을 개혁한다고 해서 재벌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해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소수의 재벌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불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재벌이 여러 분야를 독과점 하면서 담합을 하거나 계열사끼리 일감을 몰아주면서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를 방치한다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계에서 부당한 불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품을 납품받는 관계에서 만약 원자재 값 상승이나 경쟁 제품의 가격 인하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손해를 납품업체로 떠넘깁니다. 납품 업체들로서는 제품을 만들어봐야 손해가 되기도 하지만, 대기업의 횡포 앞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익은 대기업이 챙기고 손해는 중소기업이 떠안는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대기업의 경쟁력은 살려야겠지만 중소기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재벌들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1%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방대한 계열사를 장악하는 순환출자 구조일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만약 이 구조를 없앤다면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의 재벌을 장악할 것이라 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은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순환출자라는 편법을 동원해서 총수 일가가 극소수의 지분만으로 수십 개의 대기업을 장악합니다. A라는 기업이 B에 출자하고, B라는 기업은 C에 출자하고, C가 다시 A에 출자하는 것이 순환출자입니다. 시작점이 되는 A라는 기업 하나만 경영권을 가지고 있으면 순환출자 안에 있는 모든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재벌들은 순환출자를 통한 이른바 선단식 경영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순환출자를 그대로 두는 것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선거 구호용 경제민주화일 뿐입니다. 외국인들에게 경영권을 빼앗긴다는 우려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지분은 단지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지 경영권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기존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기간 동안에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결과는 어떻든, 재벌 대기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제어장치를 두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재벌에 대한 견제 장치도 대부분 무력화시켰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금산분리 완화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산업자본이 가질 수 있는 은행 소유 한도를 4%에서 두 배가 넘는 9%로 올려놓았는데,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다시 되돌려 놓고 은행이 재벌들의 금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들의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와 같은 각종 폐해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거나 사면을 받는 모습들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박탈감이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법치, 법과 원칙, 법질서라는 말을 습관처럼 해 왔지만 이러한 엄정한 법치는 늘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강했고 강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하다는 게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특히 재벌 총수들은 마치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수시로 보여 왔습니다.
이제는 재벌들도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회사의 주주는 물론 국민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친 무거운 범죄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여러 차례 재범을 저질러도 집행 유예나 사면으로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경제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나 회사 경영을 내세우지만, 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만연하면 불법과 탈법이 일상화되고 회사와 국가 경제에도 계속해서 걸림돌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서 불법정치자금과 비자금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는 법적으로 최저형량을 5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관 재량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합니다. 최저형량을 최소 7년으로 올리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한다면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관습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총수나 고위층의 범죄를 그 밑에서 대신 뒤집어쓰고, 처벌을 받고나서는 승진 가도를 달리는 관행이 있어 왔습니다. 조폭이나 다를 바가 없는 나쁜 문화입니다. 앞으로는 범죄행위로 형이 확정된 대주주나 임직원은 일정 기간 이사로 취임하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이런 악습을 차단해야 합니다.
재벌 대기업들의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한 납품 가격 인하에도 강력한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적발되어도 형사 처분이 미미한 수준이고 과징금도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에 비하면 너무 낮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 걸리면 큰 이익을 보고 걸린다고 해도 손해볼 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하여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이는 실제 손해를 입은 액수만이 아니라 징벌의 의미로 그 이상을 배상하는 것입니다. 실제 손해를 입은 액수만을 계산하면 손해가 입증되지 않는 부분들은 제외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실제 손해보다 적은 액수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에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중소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면 그 기업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사업 기회를 거의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실제 손해액의 5~10배는 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입니다.
사회의 미래
복지는 투자다
복지가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지는 오래입니다. 선거 때마다 복지정책이 주요한 정책 대결 지점으로 자리 잡았고요. 복지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복지를 불우이웃돕기쯤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복지를 미래를 위한 투자, 사람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 상황에서 복지를 강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의미 있는 성장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먼저 복지를 통해서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사회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자영업에 지나치게 몰려 있는 과잉인력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사회와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잘 갖춰진 복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거나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해도 복지 시스템이 완충작용을 함으로써 사회적 충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재계에서는 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재계에서 앞장서서 사회 안전망 확충을 촉구하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안전망은 부실한 상황에서 노동 유연성만 강조한다면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해고가 곧 삶의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가 있을 때마다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20명이 넘는 정리해고 노동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쌍용자동차의 비극은 고용의 안정성은 물론 복지에 대한 투자가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 일자리 창출, 자영업 고통 경감, 삶의 질 향상, 이렇게 1석 4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향해 과감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 정치권의 복지정책은 보편적 복지와 맞춤형 복지가 대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춤형 복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제대로 된 맞춤형 복지라면 보편적 복지와는 반대말이 아닙니다. 박근혜 의원은 생애맞춤형으로 복지를 하겠다고 했으니 각 단계별로 필요한 모든 종류의 복지를 제대로 하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의 복지를 보면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될 복지도 일부만 선별해서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제대로 된 맞춤형 복지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초중학교 무상급식이 그런 사례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복지서비스의 종류에 따라서는 선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복지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계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 국민에게 제공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또 의료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보육, 교육, 건강보험 이런 과제들은 빈부의 구별 없이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복지입니다. 초중학생의 경우 부잣집 아들도 학비를 내지 않습니다. 다만 복지 선진국들일수록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복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후진국일수록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가 주류를 이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선별적 복지라는 말이 낙후된 복지 또는 극빈층만을 위한 복지의 동의어처럼 사용되게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논쟁은 부정확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히 쟁점을 짚는 차원에서 보면, 보편적 복지냐 아니면 빈곤층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잔여적인 복지냐 하는 것이 올바른 대비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잔여적인 복지를 신봉해 왔고, 그것을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가 진짜 맞춤형인지, 아니면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복지에다 포장만 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잣대가 있습니다. 우선 복지재정의 수준입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 공약한 것은 민주당에 비해 절반 수준입니다. 정책의 범위와 수준 자체가 맞춤형이라는 이름을 붙일 상황이 아닙니다. 또한 잔여적 복지에 대한 뿌리 깊은 관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 논란은 그 중 하나일 뿐이지요. 건강보험 보장성을 보편적으로 높이기보다 전체 고액질환자의 3분의 1에 불과한 4대 중증질환만 지원하겠다는 등 또 다른 사례들도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잔여적) 복지의 논리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쳤던 이슈는 학교 무상급식일 것입니다.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정책을 부자급식이라고 주장하면서 돈 많은 집 아이들에게 왜 공짜 밥을 주냐고 비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에만 무상급식을 한다면 학생이든 학부모든, 자신이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학교에 입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복지는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질적인 도움을 주니까 고마운 줄 알아라, 하는 식의 사고로 수치심이나 상처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혜택이 아니라 차별과 불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소득층 위주의 잔여적 복지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복지의 재원을 마련하는 사람과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을 분리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하층민 취급을 받는 듯한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세금을 내는 사람은 세금은 많이 내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는 불만이 쌓이면서 조세저항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무상급식은 절대로 공짜 밥이 아닙니다. 무상급식은 세금을 재원으로 제공됩니다. 많은 세금을 내는 부잣집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밥 한 끼를 먹는다면, 공짜 밥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비싼 밥을 먹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지 확충에 관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가 재원입니다. 선거철의 복지 공약에 대해서도 항상 지적되는 문제가 재원 조달 방안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인데, 말씀하신 복지정책을 위한 많은 재원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 국민들의 여론은 복지가 확대될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내는 것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곧, 복지에 대한 생각이 이제는 많이 성숙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국민연금을 드느니 보험사나 은행의 개인연금을 드는 게 낫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연금이 가장 수익률이 높고 위험은 적은 노후 대비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지금보다 많은 비용을 더 내지 않아도 복지 재원 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것은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부자감세로 세금 수입을 크게 줄이고 토건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을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5년 동안 줄어들고 소모된 액수가 100조에 이릅니다. 이 두 가지만 되돌려 놓거나 그만두어도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함께 가야 합니다. 사회적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이고, 벌어진 격차를 완충시키는 치료적 수단이 복지입니다. 따라서 치료와 예방, 이 두 가지가 함께 발전한다면 복지의 확충이 더 큰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복지는 불우이웃돕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새로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투자라는 것입니다. 복지 예산을 그저 소모되는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재원 마련에서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복지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인식을 전환한다면 국가재정에서 그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감대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확충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마도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누구인지를 잘 들여다보면 그러한 시각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토건 경제 속에서 성장해 온 세력들이 주축입니다. 토건 개발을 줄이고 복지 확충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의 틀을 짜는 전략에 저항하는 세력, 이 세력의 돈으로 뒷받침을 받는 세력들이 주축이 되어 내세우는 것이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5년은 4대강을 대표로 하는 토건 개발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성장에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해주었습니다. 이 사업은 22조나 되는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의미 있는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의 재정 구조가 악화되었습니다. 4대강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4대강 사업 관련 시설에 계속해서 들어갈 막대한 유지 관리비 때문에 재정 악화에 시달려야 할 상황입니다.
복지의 확충은 단순히 복지 그 자체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 한계가 드러난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의 낡은 구조를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 재구성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낡은 틀 안에서 안주해 온 세력들을 중심으로 복지 포퓰리즘 논리와 같은 저항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경제와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격동을 겪고 있는 시대에, 낡은 틀 속에 다시 주저앉을 만한 여유가 우리에게는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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