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탄핵 이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뜨거운 검증
길고 뜨거웠던 탄핵 정국이 끝나고,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작에 놓였다. 그동안 자질이 없는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과정을 비참하게 그리고 뼈아프게 목도해야 했던 우리는 이제 무엇을 바라봐야 할까? 빈사 상태에 이른 민주주의, 아슬아슬한 경제와 외교, 꺼져가는 출생률, 점점 더 불안해지는 노후, 길이 보이지 않는 일자리 문제 등 모든 상황이 절망적인 ‘헬조선’의 이 나라에서 우리는 다시 ‘희망’을 꿈꾸고 만들어갈 수 있을까? 《운명에서 희망으로》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집단 심리, 그리고 문재인’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 문재인’을 이해하고 판단해볼 수 있는 다양한 단초들이 페이지 곳곳에 담겨 있다. 문재인이 걸어온 길,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문재인의 생각들이 그의 말과 심리학자의 분석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 저자
문재인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19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법조인, 시민운동가.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경남중고등학교와 경희대 법대를 졸업하고 특전사로 병역 의무를 마쳤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고 줄곧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변호인을 맡았고 서거 이후에는 장례 절차와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았다. 그 뒤로는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아름다운봉하재단 감사 등을 맡았으며 관련 기념사업이 가야 할 방향에 관심을 쏟았다.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범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서 야권을 이끌었다.
이나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 석사를, 뉴욕 융 연구소에서 분석심리학 디플롬을 취득했다. 뉴욕 신학대학원 목회신학 강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외래 겸임교수, 한국 융 연구소 교수, 이나미 라이프 코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상담을 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고유한 심리에 관심을 두고 설화와 민담, 문학 작품 등을 연구해왔다. 특히 〈중앙SUNDAY〉에 연재해 온 칼럼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를 통해 한국인의 집단 심리와 사회 현상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작업을 했다. 저서로 《심리학이 만난 우리 신화》, 《다음 인간》, 《한국 사회와 그 적들》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_ 심리학자가 인간 문재인을 분석하는 이유
다시,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기 위해 / 우리의 미래를 그에게 걸 수 있을까? / 인간 문재인,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1부 심리학자의 시선 : 대한민국, 정치, 그리고 문재인
문재인 신드롬, 문재인 프레임
한국 정치의 심리학
대통령제와 문재인
모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와 문재인
정치판의 부성 콤플렉스와 문재인
영웅 콤플렉스와 문재인
2부 문재인의 삶 : 걸어온 길이 말해주는 것들
실향민이라는 뿌리
운명을 견뎌온 삶
피난길의 기적, 메리디스 빅토리호
판자촌의 아이
거제에서 부산 영도로
일찍 철이 든 소년
사회의식에 눈뜨다
독서 그리고 삼국지
문제 학생의 의리
방황, 대학, 특전사
아내와 가족
따뜻한 가슴, 차가운 머리의 변호사
노무현의 제갈공명
큰 정치를 꿈꾸다
3부 문재인의 생각 : 새로운 희망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프레임 공격’에 대한 반론
친박 단체와 노년층의 정서
언론의 영향력과 세대 변화
출산에서 노후까지, 복지를 말한다
공공부문 확대와 일자리 정책
노동과 갈등 그리고 소통과 통합
먹거리 문제와 자원
남북관계, 대북정책, 안보와 북핵 문제
군대, 복무와 처우에 관하여
환경 문제와 에너지 외교
트럼프의 미국, 아베의 일본
저성장 시대의 경제정책
동성애, 낙태, 윤리적 이슈들
국민건강과 사회보험
출판과 문화예술, 그리고 도서관
학제와 교육, 아동수당과 보육
양극화 문제와 노블리스 오블리주
변화와 희망을 향한 원칙
4부 문재인에게 보내는 고언 :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를 바라며
그는 선한 사람이다
그는 신중한 사람이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는 단호한 사람이다
그는 희생적인 사람이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다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끝내는 말
혼자서는 할 수 없어도 함께라면 할 수 있다
운명에서 희망으로
우리의 미래를 그에게 걸 수 있을까?
이 책은 개인적인 반성과 의무감에서 시작되었다. 자질이 되지 않는 대통령이 만드는 무능과 부패의 폭포를 맞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면담하면서 차례로 검증해보고 싶었다. 해서 내친 김에 문재인이란 대통령 후보에 대해 심층 분석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해보는 용기를 냈다. 환자도 아닌데 정신과 의사의 심리 분석 방식의 질문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데 의외로 선선히 한번 만나보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궁금해졌다. 지나친 돈과 권력은 건강한 사람도 결국은 이상하게 만드는 일들이 허다한데, 그는 과연 어떨까. 그래도 그는 기본적인 인격이 반듯하기에 그동안 다른 대통령들이 겪었던 비참한 말로의 저주를 피해나갈 수 있을까? 그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1부 심리학자의 시선 : 대한민국, 정치, 그리고 문재인
문재인 신드롬, 문재인 프레임
정치인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처럼 대중들에게 심리적인 투사(Projection)의 대상이 된다. 투사란, 실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한 감정 반응이 실리는 심리적 콤플렉스를 그 대상에게 갖다 붙이는 낮은 수준의 자기 방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역시 정치인으로서 대중의 투사 대상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는 문재인의 친구"라고 이야기하며 대중에 소개한 적이 있지만 사실 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던 문재인! 그가 다시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 때부터였다. 아들도 사위도 아닌 그에게 장례 과정을 총괄하는 일을 부탁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관심거리가 되었고, 실제 잘못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 부부를 끝까지 지켜주었던 사람이 문재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만든 이명박 정부와 언론에 대해 흥분하고 분노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나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강하지만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이미지로 각인된 문재인은 그 후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고, 결국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
문재인을 대세라고 보는 문재인 신드롬과 문재인을 문제로 보는 문재인 프레임은 사실상 쌍으로 가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는 사랑 받으면서 누군가에게는 혐오스런 존재로 낙인찍히기도 하는 게 이분법으로 나뉜 정치판에 서 있는 정치인들의 운명일 수 있다. 그러나 큰 정치인이라면 그런 이분법을 극복하고 자기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투사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대중의 인기로 권력을 얻게 되지만, 결국 대중들의 실망과 함께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던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정치사를 가만히 살펴보고 중심을 잡고 중용의 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신드롬도 문재인 프레임도, 결국 문재인이란 사람 그 자체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하나의 껍질일 뿐이다. 짧은 만남의 시간이었지만, 문재인에게는 그런 대중의 투사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정의로운 길을 택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관찰할 수가 있었다. 어쩌면 문제는 그의 주위에서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인의 장막과, 너무나 높은 기대로 쉽게 실망하게 되는 대중들의 포용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2부 문재인의 삶 : 걸어온 길이 말해주는 것들
운명을 견뎌온 삶
이나미 : 피난 내려오신 이후로 부모님이 여러모로 굉장히 힘드셨던 것 같아요.
문재인 : 세상 물정을 잘 모른 점이 있었죠. 빨리 적응해서 장사를 잘한다든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유능한 사람들이 있는데, 두 분 다 그러지는 못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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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부모님의 고생담에 대해 과장되거나 감상적인 태도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가 아버지에 대해 "무능했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혹 냉정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적응을 잘한 사람들은 그럼 유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대가 어떻게 변하건, 권력의 주변에 잘 편입하는 발 빠른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똑같이 머리가 좋다고 해도 그런 계산이 밝은 사람들이 더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무능하고 둔한, 그래서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는 실패자로 전락해버린다. 하지만 유능과 무능을 세속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권리가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만약 그의 아버지가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다면 유능한 고위 관료가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책을 좋아했다던 그의 어머니 역시 현대의 젊은 여성들처럼 맘껏 공부를 했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들의 무능함은 어쩌면 시대가 남긴 상처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힘든 내색도, 불평도, 원망도 없이, 그렇게 말없이 운명을 견디는 부모가 실은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성장과정을 말해주는 핵심 단어일 것 같다. 문재인의 아내, 김정숙 씨의 말에 의하면 "다들 너무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 없어서" 처음 시집왔을 때부터 분위기를 띄워가며 대화를 나누었을 정도라고 한다. 문재인이 "말이 많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런 집안 배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 문재인은 과묵하고 신중하지만, 그래서 "정치인으로서는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사람을 가린다, 적극적이지 못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머리가 좋고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말을 하지 않으면 거만하다, 사람 가려서 사귄다 하는 오해도 더러 받게 된다. 먼저 술잔을 따라주면서 우스갯소리라도 해야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깰 수 있는 법인데,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좀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홍보에 서툴러 보이기도 한다. 그가 참여정부 시절, 청렴하고 열심히 일한 것에 비해 주류 매스컴에서 좋은 이미지로 비쳐지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문재인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뿌리 뽑힌 자들을 대변하는 인권변호사가 된 데에는 가난하게 떠돌아야 했던 피난민 일가로서의 기억들이 하나의 동력이 되었을 수 있다. 고통은 비슷한 종류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더 잘 안다.
따뜻한 가슴, 차가운 머리의 변호사
1982년, 문재인은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마쳤다. 연수원을 마치면 전원 판검사로 임용되던 시기였고, 그도 당연히 판사에 임용되리라 생각했다. 유신반대 시위 전력이 결격 사유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검사로는 임용될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그는 그렇게 굽히기가 싫어서 변호사가 되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수사를 하는 쪽보다는 변호를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문재인은 사시 동기가 소개해준 노무현 변호사를 그때 처음 만나게 된다. 사실은 그 사시 동기가 노무현과 함께 합동볍률사무소를 하려 했는데,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 것인지 묘하게도 그 동기가 검사로 임용되면서 문재인이 그 자리로 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노무현과의 긴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동지로서 함께 시대의 한가운데서 많은 사건을 겪으며 성장했다. 그런 과정은 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대통령 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라고 말했던 배경을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 노무현과 문재인은 다른 기질을 지녔다. 노무현이 외향적인 직관형 정치인이라면, 문재인은 내향적인 사고형 정치인에 가깝다. 노무현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감정 등에 섬세하고 때론 예민하게 반응하는 외향형이지만, 문재인은 외부의 시선보다는 자기 내부의 원칙이 더 강한 내향형이고 하나하나 이론적으로 검토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문재인은 변호사로 만난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많은 노동 사건들이 터져 나왔는데, 그들의 변론을 거의 도맡다 했다시피 한 게 문재인기도 했다.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 모로 삶이 참 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제가 과거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1980년대 그 까마득한 시기에 민주화 운동하던 분들, 학생들, 노동자들을 많이 도와준다고 그랬는데, 사실은 내가 정치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때가 되니까 그때 그분들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저를 다 도와주시는 거에요. (중략) 세상이라는 게 그래서 돌고 도는 게 맞아요. 참 신기하죠. 벌서 30년도 넘은 일인데 그때 일이 저에게 또 도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이 끔찍한 범죄자가 되는 경우는 현실에서 숱하게 벌어진다. 문재인은 그런 사람들에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그가 변론을 맡았던 사건들 중에는 군과 관련된 사건도 있었다. 군에서 사망한 청년에 대해 국가 책임을 물어 승소한 사건이 그중 하나다. 신병 훈련 때 영점 사격을 하는 도중에 사대에서 뛰쳐나가 총에 맞았는데 자살로 처리가 된 사건이었다. 군대에 가본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처음 입대하면 얼마나 겁을 주는가. 그 청년 역시 영점 사격에 대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가다 다른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죽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의 승소 후, 국가의 군 관리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면 군에 입대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이후 입대 신체검사 시 정신과 검진이 보다 더 상세해졌다. 또 입대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이른바 관심사병 특별관리 제도도 생기게 된다.
3부 문재인의 생각 : 새로운 희망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문재인은 지금 현재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점쳐진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를 향한 검증의 날이 더욱 거센지도 모르겠다. 보수 기득권 세력을 비롯해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앞뒤 재지 않고 공격의 말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거나 "문재인이 문제"라고 말하며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고, "경제에 무능할 것"이라거나 "종북이다,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프레임을 줄기차게 들이대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대통령 후보로서 그가 갖고 있는 생각과 계획들에 대해 하나씩 자유롭게 물어보았다.
프레임 공격에 대한 반론
이나미 : 이른바 보수 세력에서는 종복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들을 많이 하잖아요? 친노나 친문은 도덕적이고 열정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일은 그것만 갖고는 안 된다, 과연 우리는 잘살게 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공격이죠.
문재인 : 조선말 노론이 세도정치를 통해 결국 나라를 망친 것 아닙니까. 나라가 패망하고 난 이후에는 그 세력들이 대체로 친일 지주세력으로 전환했고, 이 사람들이 해방 이후에는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세력이 되었고요. 민주화되고 난 이후에도 친일 청산 못하고, 독재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들이 우리 사회를 강고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거죠. 이 사람들이 친일에서 독재로 옮겨갈 때 반공을 내세웠듯이 지금도 구조를 이념화하는 거에요.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나라로 만들자는 거에요. 그게 촛불 시민들의 염원이잖아요. 더 진보적인 나라로 만들자, 더 좌파적인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청문회 때마다 늘 보는 것처럼 고위 공직자 후보라는 게 한결같이 병역을 기피하거나 위장전입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논문을 표절하거나 세금을 탈루하거나 이런 식으로 국가에 대한 자신들의 의무는 전혀 이행하지 않고 반칙으로 특권만 누려왔거든요. 그런 그들이 비정상적인 거죠. 그런 사람들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이념화하고 나누면서, 보수라는 자리를 참칭하는 거에요.
유능과 무능의 프레임도 허구에 불과해요. 자신들이 유능하다는 이유가 경제와 관련된 건데,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를 비교해보면 상대가 안 됩니다. 안보도 마찬가지에요. 실제로 안보를 다 망쳐놓고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파탄시키고, 전쟁이 날까 불안하게 만들고, 북핵 문제도 속수무책으로 방치한 거나 다름없거든요.
남북관계, 대북정책, 안보와 북핵 문제
이나미 : (대북 송금액이 가장 높았던 것은 사실 김영삼 정부때인데) 왜 YS,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라는 공격을 안 받았을까요?
문재인 : 햇볕정책이라는 말을 그렇게 왜곡한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북한이 얻는 도움이 1이라고 하면, 우리 경제가 얻는 이득은 거의 100도 될 수 있다고 봐요. (그 근거는) 기본적으로 구조 자체가 우리의 자본, 기술에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북한이 얻는 것은 그냥 임금밖에 없지만 우리는 막대한 이득이 생기고, 거기에 연관되는 업체들까지 후방 효과라는 것을 얻는 것이죠. 개성 공단에 120여 개 업체가 들어가 있었는데, 관련 기업들이 한 5000개는 되거든요. 그렇게 파생되는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우리 이익은 수백 배 되는 거죠. 북한 땅을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처럼 사용한 것, 그걸 통해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산시키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훨씬 우월하다는 것도 북한 주민들이 다 알게끔 했고요. 그렇게 북한을 우리한테 의존하게 만드는 그런 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런 방식으로 북한을 자꾸 개혁, 개방 또는 자본주의 체제로 이끌어내는 거죠.
이나미 :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극단적으로는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당근과 채찍이 다 필요할 수 있다는 건데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문재인 : 북한을 선제 타격해야 된다는 주장은 아주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게, 우리가 맞지 않고 때릴 수만 있으면 때리면 되죠. 그런데 우리가 적게 맞을지는 몰라도 안 맞을 방법이 없어요. 우리가 맞는 부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당연히 제재하고 압박해야죠. 필요하면 훨씬 더 고강도의 제재도 필요하구요. 제재와 압박과 협상은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하는 거죠. 단언컨대 트럼프 정부는 북한하고 대화할 겁니다. 우리가 뒤통수 맞을 수 있어요. 미국이 우리하고 똑같이 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미국은 미국대로 북한 핵의 확산을 막아야 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당여히 북한 제재하고 압박하겠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북한과 다양한 방법을 구해서 어쨌든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폐기시키게 해야 돼요.
남북관계가 풀려나가면 우선 우리로서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우리 경제가 북한으로 진출하고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시베리아 쪽으로 연결돼서 물류가 유럽까지도 갈 수 있어요.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대일로와 연결되면 우리도 물류에서 엄청난 덕을 보게 되고요. 또는 시베리아에 있는 천연가스가 가스관을 거쳐서 내려오게 되면 친환경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어요. 심지어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오래 전부터 제안하고 추진하고 있는 건데, 아시아 슈퍼그리드(Asia Super Grid)라고 몽골에 대단지 태양광과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면 이를 통해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권까지 전력수요를 다 충당할 수 있는 거죠. 국가간의 합의만 이루게 되면 사업은 손정의 회장이 민자사업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다른 나라들은 필요성에 공감해서 다들 손정의 회장 쪽과 MOU를 체결했어요. 몽골 정부도, 중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그런데 남북관계가 안 풀리니까 이게 안 되는 거예요. 이게 가능하게 되면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깁니다.
변화와 희망을 향한 원칙
이나미 : 제가 보기에 문재인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선비나 공무원을 했으면 훨씬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소위 정치적이라고 하는, 나쁘게 얘기하면 계산이나 꼼수, 흙탕물 같은 것들이 문재인에게는 너무 없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실은 그래서 오히려 더 앞으로 어떻게 버텨내실까 싶은 그런 마음도 들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재인 :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이 바꾸어놓았습니까? 지금 우리 당을 보면 기적처럼 바꿔놓지 않았어요? 국민들은 정치가 달라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여의도 정치 세계 내에서 하는 문법과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하고는 달라요. 과거의 패권주의는 그런 거잖아요? 밀실에서 지분 나누고 공천도 나누고 당직도 나누고. 나는 그런 식의 행태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그건 패권주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 식으로 어려워도 원칙을 지켜나가니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우리 당이 놀랄 만큼 달라진 거죠. 이번 대선을 통해서도 우리 정치판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지금 우리 당 경선 판을 보면 달라졌잖아요? 이제는 과거 구시대 정치하고는 많이 거리를 둬왔던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끼리 경쟁하게 됐다고 봅니다.
이나미 : 제가 볼 때 문재인은 내향사고형인 분이세요. 외향인 사람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정치적인 촉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발달된 사람이고, 내향인 사람은 외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원칙이나 가치관이 훨씬 더 앞서 있는 거죠. 사고형인 사람은 분명히 맞는 얘기를 하는데도 사람들은, 특히 감정형이나 직관형이 사람들은 조금 듣고 있다가 "그래서,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이렇게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고형이 소수예요. 그리고 감정형, 외향형이 다수예요. 그래서 쏠려다니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불쌍하고 애틋해서 뽑아줬다고 이런 얘기도 나오는 거죠.
문재인 : 정치로 들어온 것은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였고, 그래서 바꿔내지 못하면 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노력이 계속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가치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당장의 대통령직을 위해 원칙이나 가치를 버리거나 굽히고 나가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국민들 전체적으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끝내는 말
혼자서는 할 수 없어도 함께라면 할 수 있다
여러 자료와 면담을 종합해보자면, 일단 문재인은 융 심리학적 성격 유형으로 따져볼 때, 잠정적으로 내향적 사고형으로 판단이 된다. 내향형은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좋게 작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크게 괘념치 않아 추진력이 있고, 나쁘게 작용하면 때론 지나치게 자기 길만 가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가 있다. 여러 번 정치를 하라는 권유를 주변에서 해도 끝까지 버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만약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가 개인적인 어떠한 흠결도 없이 완벽하게 모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역시 적지 않은 실망과 좌절을 국민들에게 안겨줄 수 있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는 냉소적인 말들을 들을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할 언행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문재인에게도 몇몇 단점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자신이 그런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또 고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래서 앞으로의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해보고 싶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문재인은 자신의 약점이나 공격받아온 맹점들에 대해 경청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었고,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차근히 설명하려 했다. 정치 경험도 없는 문외한인 내가 생각 없이 던지는 질문에도 겸허한 태도로 진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더 좋은 생각이 나며 취합하고 추가하기도 했다. 그럼 되었다.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열린 태도였다.
그는 적어도 미국의 트럼프나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데처럼 죄의식 없이 막말을 하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치를 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토론은커녕 사람 자체를 아예 만나지 않아 최순실 같은 이에게 절대적인 의존을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처럼 폐쇄적인 외톨이도 아니다. 환경과 복지에 대해 무지해 온 국토를 함부로 유린하고 가난한 이들을 무시했던 이명박 대통령처럼 특권의식에 젖은 이도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없애고 유폐시켰던 전두환령 같은 폭력자도 아니다.
더욱 안심이 되는 것은 격식 없고 검소하면서도 유쾌해서 남편의 기분을 항상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아내와, 아버지에게 격의 없는 쓴 소리도 하고 자기 생각을 내세울 수 있을 만큼 세상 이치를 좀 아는 아들딸이 있다는 점, 그리고 도움받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도 그의 결벽증에 가까운 윤리의식, 올바른 의리를 높이 사서 대가 없이 도와주는 좋은 친구나 선후배들이 많다는 점 등이다. 그가 권력의 극점에 올라가서 혹시라도 애초의 뜻과 다른 아주 이상한 방면으로 나아가더라도 얼마든지 조언을 해주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완충 시스템이 그에게는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물론 정치하는 사람들의 자질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만큼 좋은 정치 환경, 성숙한 유권자의 올바른 정치활동도 시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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