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우연을 예측하고 운을 통제하는 수학적 사고의 힘
26세 젊은 나이로, 가장 촉망받는 과학 저술가에게 주는 ‘웰컴 트러스트 과학 논문상’을 수상한 수학자 애덤 쿠하르스키는 라스베이거스의 룰렛 테이블부터 홍콩의 경마장까지 도박장에서 한판 대결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룰렛과 로또, 포커, 경마, 스포츠, 주식 등 한 번의 내기에서 시작해 학문적 발견으로 이어진, 나아가 수학과 과학의 발전을 불러일으킨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
한 끗 차이로 이기고 지는 승부의 이야기를 통해 확률의 기본 법칙, 카오스 이론과 나비효과, 게임이론, 켈리 공식, 마르코프 연쇄 모형 등 수학과 통계학, 과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운과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승리’가 사실은 예측가능하고 설계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과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에 도달하게 하는 수학적 사고들을 알 수 있게 된다.
■ 저자 애덤 쿠하르스키(Adam Kucharski)
런던대 위생열대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에서 수학적 모델링을 가르치고 있다. 1986년생으로 워릭 대학교를 거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계학에서부터 사회적 행동까지 폭넓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해왔던 그는 2012년, 가장 촉망받는 과학 저술가를 선정하는 웰컴 트러스트 과학 논문상(Wellcome Trust Science Writing Prize)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조류독감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염 역학에 관한 그의 연구는 《BBC》, 《AP 통신》, 《AFP》, 《타임스》,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적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과학적 지식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는 그는 영국왕립과학연구소(Royal Institution), 영국 과학 페스티벌(British Science Festival), 톡스@구글(Talks@Google) 등에서 대중 강연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영국과학협회(British Science Association)가 주관하는 로절린드 프랭클린 강의상(Rosalind Franklin Award Lecture)을 수상했다. 현재 《노틸러스》(Nautilus), 《BBC 포커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등에 대중적인 과학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 역자 정훈직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회사원이 되었다가 영어 강사로 일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괴짜 물리학》과 《피그말리온》이 있다.
■ 차례
서문 승부의 세계에서 수학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1장 무지의 3단계_ 룰렛은 우연의 게임일까
룰렛의 무작위성 / 데이터의 패턴을 찾는 통계적 접근 / 무엇이 무작위성을 만드는가 / 룰렛 회전의 물리적 원리 / 유대몬스와 룰렛 알의 궤적 / 과학적 베팅 전략의 시작
제2장 복권의 비밀_ 이기는 운을 설계하는 법
스크래치카드의 허점 / 베팅 조직의 등장 / 완전한 사업
제3장 수학자와의 한판 승부_ 베팅은 어떻게 과학이 되는가
카드 카운팅, 카지노와의 대결 / 경마의 패리뮤추얼 베팅 / 회귀 분석에 의한 경마 예측 / 완벽한 예측 모델을 찾아서 / 솔리테르에서 몬테카를로 법까지 / 마르코프 연쇄 / 자금 관리를 위한 켈리 기준 / 베팅의 세계를 움직이는 과학
제4장 수학은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_ 과학기술이 가져온 베팅의 진화
스포츠 예측 / 마이클 켄트와 컴퓨터 그룹 / 예측을 좌우하는 데이터 / 베팅 업체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 베팅의 방식이 바뀌다 / 베팅의 세계에 뛰어든 금융투자 회사 / 예측 모델의 한계
제5장 로봇의 등장_ 금융시장에 돈을 걸다
자동 갬블러의 등장 / 자동 프로그램의 오류 / 금융시장을 휘젓는 자동 프로그램 / 복잡한 거래 생태계 / 금융과 갬블링의 경계
제6장 게임에 허풍이 필요할까_ 승리에 도달하기 위한 게임 이론
내시 균형과 블러핑 전략 / 포커 월드 시리즈 결승전 / 최적 전략 / 페널티킥과 미니맥스 이론 / 자동 프로그램의 규칙 기반 전략 / 후회 최소화 기법 / 게임 전체를 통제할 수 없는 자동 프로그램 / 치누크의 승부 전략 / 복잡성의 문제
제7장 기계는 어떻게 배팅하는가_ 인공지능과 게임
자동 프로그램과 포커 게임 / 사람 같은 기계가 가능할까 / 패턴 인식과 신경망 / 기계는 게임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 기계 vs 인간 / 인간이 아닌 갬블러를 찾아라
제8장 승리는 운일까, 실력일까_ 과학과 베팅의 관계
운과 실력의 상관관계 / 현실에 대한 모델로서의 과학 / MIT의 갬블링 수업 / 과학에 영감을 불어넣다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수학은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_ 과학기술이 가져온 베팅의 진화
베팅 업체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켄트가 갬블링을 업으로 삼았던 전 기간 동안에 라스베이거스의 스포츠 베팅은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중단되었다.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 때쯤이면 캔트의 내기 돈은 이미 걸린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아주 밀접한 관계로 보이던 갬블링과 경기가 분리되게 되었다. 2009년에 라스베이거스에 새로운 기업이 들어온 다음에야 카지노들은 이 잘못된 갬블링의 벤다이어그램을 마침내 정정했다. 그 기업은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금융 서비스 업체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계열사인 캔터 게이밍이었다.
최근 몇 년간 캔터 게이밍은 여러 대형 카지노에 상주하는 베팅 업체가 되었다. 베네치안, 코스모폴리탄, 하드 록(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한 카지노 이름들-옮긴이)에 있는 스포츠 구역으로 걸어 들어가면 수십 개의 대형 화면과 베팅 기계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을 전부 캔터가 운영한다. 야구에서부터 축구까지 모든 스포츠가 중계되는 가운데 숫자와 이름들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줄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고, 이 줄들은 다양한 경기의 배당률을 보여 준다. 이러한 배팅 라인들은 사람들이 내는 소음에 맞춰 올라가고 내려온다. 스포츠 바와 증권거래소가 혼합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이곳은 영원히 반짝이는 카지노의 불빛 아래 술과 데이터가 함께 뒤섞이는 장소다.
캔터가 운영하는 화면에 나오는 숫자들은 구경꾼들의 감정을 반영할지는 모르지만 실제로는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베팅 라인을 조정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제어된다. 캔터는 이를 마이다스 알고리즘이라 부른다. 경기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게시된 배당률을 업데이트한다. 마이다스 덕분에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경기 중 베팅이 대규모로 성행하기 시작했다.
마이다스소프트웨어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받는 사람은 2000년에 캔터에 입사한 영국 출신의 앤드루 개루드이다. 그 전에 개루드는 일본계 투자은행에서 트레이더로 일했었다. 개루드가 라스베이거스로 옮겨간 것은 보기보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개루드는 그저 금융 파생상품에 가격을 붙일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하다가 스포츠 경기 결과를 중요시하는 예측 모델로 갈아탔던 것이다.
캔터의 목표가 가장 크게 드러났던 때는 2008년으로, 당시 캔터는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컨설턴츠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의 거의 절반을 포함한 네바다 주 전역에 있는 베팅 업체들을 위해 배당률을 계산해 줬다. 그런데 캔터는 이 회사의 예측 능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당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캔터는 스포츠 전반에 걸쳐 과거 경기 결과들이 있는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던 것이다. 야구에서 축구까지 캔터는 어떻게 특정한 사건이 경기를 바꿔 놓았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런을 하나 더 친다면 팀이 이길 확률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뉴잉글랜드 패트라이어츠가 경기 막바지에 이른 순간 마지막으로 한 번의 공격 시도를 할 수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높을까?
개루드에 따르면 단순하고 평범한 사건들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쉽다. 예를 들어 미식축구 팀이 20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 팀이 터치다운으로 득점할 확률을 계산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경기 도중에 성공과 실패가 여러 번 있을 수 있는데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상대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건들이 알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개루드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핵심적인 사건들, 즉 변화를 크게 일으키는 사건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된다. 많은 갬블러들이 직감에 의존하는 반면 마이다스는 그 터치다운이 어느 정도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캔터는 어떻게 마이다스가 그 예측을 모두 다 맞출 수 있게 할까? 정답은 다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캔터와 같은 업체가 예측 모델을 이용하여 모든 게임 결과를 맞추려 한다고 생각한다. 캔터에서 스포츠 데이터 부서를 이끄는 매슈 홀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홀트는 2013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는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기 중에 어디에서 중요한 장면이 나올지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베팅 라인을 만듭니다."
베팅 업체의 목표는 갬블러들의 목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US 오픈에서 두 테니스 선수의 실력이 완벽하게 같다고 가정해 보자. 확률은 50 대 50이며 이는 1달러를 걸었을 때 정당한 상금은 1달러라는 의미다. 갬블러가 두 선수 모두에게 돈을 건다면 걸었던 액수와 동일하게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베팅 업체는 배당률을 1달러로 정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95센트를 배당금으로 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두 선수 모두에게 돈을 거는 사람은 5센트를 잃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각 선수에 동일한 액수를 건다면 베팅 업체는 고정된 수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기 돈이 한 선수 쪽으로 몰린다면 어떻게 될까? 베팅 업체는 어느 쪽이 이기든 같은 액수를 얻고자 배당률을 조정해야만 할 것이다. 조정된 배당률에서는 한 선수가 승리할 가능성이 낮게 나올 수 있다. 두 선수의 실력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아는 똑똑한 갬블러들은 따라서 배당률이 높은 선수에게 돈을 걸 것이다. 일을 늘 제대로 하고 있는 베팅 업체들은 이런 일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결과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맞추려고 배당률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남기려고 그렇게 한다.
매일 마이다스 알고리즘은 컴퓨터의 예측 결과와 실제 베팅을 모두 반영하여 내기 돈이 들어올 때마다 배당률을 수정한다. 이런 묘기와도 같은 일을 수십 가지 스포츠 종목에 대해 실행하는 동시에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베팅 라인을 업데이트한다. 수익을 더하기 위해 캔터와 같은 베팅 업체들은 갬블러들의 돈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갬블러들은 어느 쪽에 돈을 걸고 있는가? 특정한 사건에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갬블러들과 베팅 업체들 사이에서 정보가 오고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경우 갬블러들은 그들의 라이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할 것이다. 어떤 베팅 조직이 뛰어난 전략을 만들어 냈다는 소문이 돌면 다른 조직들도 어쩔 수 없이 한몫을 챙기고 싶게 된다. 많은 베팅 전략들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대개는 연구 논문들을 꼼꼼하게 살펴봄으로써 기본적인 예측 모델을 짜 맞추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포츠 베팅 산업은 경쟁이 심해서 가장 효과적인 기법들 몇 가지는 베일에 싸인 채로 남아있다. 통계학자 이언 맥헤일은 이렇게 말한다. "예측 모델들은 그 특성상 소유권이 중요하므로 이미 공개된 것들이 가장 뛰어난 모델인 경우는(있다 해도)아주 드물다."
갬블러들이 누가 가장 뛰어난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긴장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축구 베팅의 판돈이 가장 크게 몰리는 경우가 많은 대규모 아시아 시장에서는 베팅이 인스턴트 메시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동시에 베팅 업체와 갬블러 사이에서는 정보가 날아다니는데, 각자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돈을 걸 것인지를 알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한 베팅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베팅에서는 비밀 정보망이 무한합니다. 신경전이 엄청나죠."
영국과 미국이 아닌 아시아의 베팅 시장은 어떨까? 아시아에스는 갬블링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많은데 모든 베팅이 적법한 것을 아니다. 중국의 불법 베팅 시장의 규모는 홍콩기수클럽에서 거래되는 합법적인 베팅 총액의 열 배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법 베팅은 인도에서도 흔하다. 인도 크리켓 국가대표 팀이 호적수인 파키스탄과 경기를 할 때면 판돈 총액이 30억 달러(3조 4,000억 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시아 베팅 시장은 변하고 있다. 갬블러들은 뒷골목 술집 어딘가에 있을 암시장 베팅 업체들을 더 이상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현금을 들고 암구호를 외워 와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돈을 건 수 있다. 지저분한 방들 대신에 휘황찬란한 콜센터들이 들어섰다. 새롭게 형성된 베팅 산업은 불법적인 암시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규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산업은 현대적이고 기업들로 구성된 동시에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회색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서 판돈이 큰 베팅의 경우 많은 서양 갬블러들은 아시아를 갬블링 장소로 선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베팅 업체들이 판을 크게 벌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갬블러들은 자신의 전략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걸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팅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니면 베팅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 허랠러보스 불개리스는 미국 베팅 업체들이 자신의 판돈을 받아들이길 꺼린다고 불평해 왔다. 받아들일 때조차도 도움이 안 될 정도로 한도액을 낮게 정한다. 기껏해야 수천 달러 정도만 걸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양의 베팅 업체 전부가 실력 있는 갬블러들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영리한 갬블러들의 내기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독려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게 된 업체가 있다.
1998년에 창립되었을 당시 피너클 스포츠의 포부는 확실히 대단했다. 베팅 한도액이 높아서 기존의 여러 베팅 업체들보다도 최대 허용 판돈이 컸다. 피너클 스포츠는 참가자들이 원하는 횟수만큼 최대 금액을 거는 일을 기꺼이 허용한다고 밝혔다. 어떤 참가자가 꾸준히 돈을 벌어간다 해도 피너클 스포츠는 그 사람을 막지 않았다. 2003년에 그러한 생각은 베팅업체들의 확고한 신념에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베팅 업체가 돈을 벌고 싶으면 영리한 갬블러들이 큰돈을 걸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 그들의 신조였다. 그리고 당연히 큰돈을 반복해서 걸지 못하게 하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피너클은 어떻게 그 일을 해 낼 수 있었을까?
모든 베팅 업체들이 전체적인 베팅 활동을 관찰하지만, 피너클은 돈을 거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영리한 갬블러들의 판돈을 받아들임으로써 피너클은 이 갬블러들이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빌 벤터가 자신의 예측과 해피밸리에 게시되는 일반인의 배당률을 조합하는 일과 많이 다르지 않다. 베팅 조직이나 베팅 업체들이 모르고 있는 것을 대중들은 알고 있을 때가 있다.
피너클은 일반적으로 일요일 밤에 배당률을 최초로 게시한다. 이 수치들이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기에 처음에는 작은 액수의 판돈만을 받아들인다. 피너클은 처음에 돈을 거는 일은 거의 항상 재능 있는 작은 판돈 갬블러들이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초기 배당률이 틀린 경우가 자주 있다보니 영리한 갬블러들은 공격을 퍼부으며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피너클은 경기에 대한 예측을 훨씬 잘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만 있다면 이러한 소위 100달러짜리 천재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피너클은 정보를 얻기 위해 영리한 갬블러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정보를 구매하는 전략은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되어 왔고, 그 결과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었다. 2003년 여름에 미국 상원의원들은 트레이더들이 중동의 사건들을 추측할 수 있도록 하는 국방성의 정책 분석 시장에 대한 안건을 접하게 되었다. 생화학 공격이나 쿠데타나 아랍 지도자의 암살 등과 같은 사건들에 대한 내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내부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것을 활용하려 한다면 국방성이 시장 활동을 통해 그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안건이었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계획을 알려 주게 된다. 이 안건의 배후 인물인 경제학자 로빈 핸슨은 정보기관들은 그 의미상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불미스러운 사항들을 보고하게 한다고 말했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그는 다른 종류의 거래들에 비해 시장 거래를 더 좋거나 나쁜 것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상원의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 생각을 기괴하다고 말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하다고 한 의원도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 정책이 죽음과 파괴 속에 존재하는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서 그 안건은 오래 가지 못했다. 7월 말이 되자 국방성은 이 아이디어를 폐기했다. 경제적이라기보다는 도덕적인 결정임에 틀림없었다. 비판자들은 그 안건의 비윤리성을 공격했지만 소수의 의원들은 베팅 시장이 어떤 사건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설문조사 참가자들과는 달리 갬블러들에게는 맞춘 것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이 있다. 갬블러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때는 자신이 낸 의견(또는 자신이 만든 모델)을 행동으로 직접 보여 주는 것이다.
오늘날 피너클 스포츠는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갬블러들의 견해를 조사한다. 사람들은 다음 대통령의 정체성이나 누가 아카데미상을 받아 갈지를 두고 내기를 할 수 있다. 피너클은 자사의 방식에 대한 신념이 강해서 인기 있는 행사들에 정기적으로 큰돈을 건다. 과거에는 챔피언스 리그 축구 결승전에서 50만 달러(5억 7,000만 원)를 거는 일도 가능했었다. 피너클의 사업모델에는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에 피너클이 내기를 걸지 않는 게임들도 몇 개가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에 피너클은 경마 종목에는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경마를 베팅 종목에서 제외시켰다.
기업 내 통계 예측과 영리한 갬블러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방법을 알아낸 피너클과 같은 기업들은 기존 베팅 업체의 방식에 도전장을 던져 왔다. 이들은 영리한 갬블러들의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자사의 배당률에 더욱 확신을 갖고 기꺼이 더 큰 판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변하는 존재들은 베팅 업체들만이 아니다. 갬블러들이 베팅 업체들을 아예 건너뛰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승리는 운일까, 실력일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고개를 들어 위를 보라. 시커먼 따개비 같은 수백 개의 카메라들이 아래에 있는 테이블들을 내려다보며 천장에 매달려 있다. 인공 눈 역할을 하는 이 카메라들은 약삭빠르고 손버릇이 나쁜 사람들에게서 카지노의 수입을 보호하기 위한 것들이다. 1960년대 까지는 부정행위에 대한 카지노 측의 규정은 상당히 명확했다. 카지노 측에서는 딜러가 게임에서 진 사람들에게 상금을 주거나 룰렛 참가자들이 룰렛 알이 멈춘 후 값비싼 칩을 몰래 밀어 넣는 일과 같은 것들만 신경 쓰면 되었다. 게임들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카지노를 이기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란 점이 밝혀졌다. 에드워드 소프는 블랙잭에서 허술한 틈을 발견했고, 그 틈은 소프의 베스트셀러 책 전체 내용이 될 정도로 컸다. 그 다음으로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 집단이 전통적으로 우연에 의한 게임의 완벽한 본보기인 룰렛을 쥐락펴락했다. 카지노 밖에서는 사람들이 수학과 인력을 혼합한 기법을 활용하여 복권 상금을 퍼 가기까지 했다.
승리가 운과 실력 중 어느 쪽에 달려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이제 다른 게임으로도 옮겨 가고 있다. 이 논쟁은 한때 큰 돈벌이가 됐던 미국 포커 업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2011년에 미국 정부 당국은 포커 웹사이트 여러 군데를 폐쇄하여 지난 몇 년간 미국을 휩쓸었던 포커 붐을 종결시켰다. 이러한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입법의 힘은 불법 인터넷 갬블링 법에서 온 것이었다. 2006년에 통과된 이 법으로 인해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대체로 우연에 달려 있는 게임과 관련된 은행 계좌 이체가 금지됐다. 이 법은 포커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주식 거래나 경마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이 우연에 따라 결정되는지는 무엇을 보고 판단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12년 여름 한 남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 정부 당국은 큰 포커 업체들만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게임들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추적했었다. 그들 중에는 로렌스 디크리스티나도 있었는데 디크리스티나는 뉴욕 주에 있는 스탠튼 섬에서 포커 방을 운영했다. 2012년에 관련 사건은 재판으로 넘겨졌고 디크리스티나는 불법 갬블링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디크리스티나는 유죄 판결을 기각해 달라며 재정 신청을 했고 그 다음 달에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법정에 다시 섰다. 공판 도중에 드크리스티나의 변호사는 경제학자 랜들 히브를 전문가 증인으로 지정했다. 히브는 포커는 명백하게 실력에 의존하는 게임이므로 규정상 불법 갬블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줘서 판사를 설득하고자 했다. 히브는 수백만의 온라인 포커 게임 데이터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안 풀리는 날들만 제외하면 최상급의 선수들은 매우 꾸준히 이긴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반면에 가장 못하는 선수들은 1년 내내 패배했던 것이다. 포커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포커는 실력과 관련이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됐다.
검찰 측도 데이비드 데로사라는 경제학자를 전문가 증인으로 내세웠다. 데로사는 포커에 대한 히브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데로사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1,000명의 사람들이 각자 동전 하나를 1만 번 던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모의 실험했다. 뒷면과 같은 특정한 결과가 승리를 의미한다고 가정하면 특정한 사람이 동전 던지기에서 이기는 횟수는 완전히 무작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왔던 결과는 히브가 보여줬던 것과 몹시 비슷했다. 소수의 인원이 꾸준히 승리를 거두는 것 같았고 다른 그룹은 여러 번 패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동전 던지기가 실력을 요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 아니었고, 무한한 수의 원숭이들이 타이핑을 할 때처럼 규모가 충분히 큰 실험 대상을 관찰하면 가능성이 낮은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을 뿐이다.
데로사는 돈을 잃은 선수들의 수에도 관심이 있었다. 히브의 데이터를 기초로 하면 온라인 포커를 하는 사람들의 95퍼센트가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데로사는 이렇게 말했다. "돈을 잃는 상황을 보고 과연 실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운이 나빠 돈을 많이 잃은 사람에 비해 돈을 덜 잃은 사람을 저는 실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히브는 정해진 게임에서 꾸준히 승리를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10~2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돈을 버는 사람들에 비해 손해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업체 측이 매 게임마다 상금의 일부를 가져가는 식으로 수수료를 떼어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디크리스티나가 받는 수수료는 5퍼센트였다.) 하지만 그는 실력이 뛰어난 엘리트 포커 선수들이 존재하게 된 원인이 우연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전 던지기를 하면 그들 중 소수의 인원이 꾸준히 이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뛰어난 포커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순위로 올라선 이후에도 계속 승리한다. 동전 던지기에서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수는 없다.
히브에 따르면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이길 수 있는 이유의 일부는 포커선수들에게 사건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갬블러들이 스포츠 경기나 룰렛에 돈을 걸 때 그들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포커 선수들은 베팅으로 게임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히브는 이렇게 말했다. "포커에서의 내기는 결과를 놓고 하는 내개와 같은 의미가 아니죠. 선수가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게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말이죠."
하지만 데로사는 카드 패 몇 개를 두고 선수의 실력을 판단하는 일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수가 받는 카드는 매번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패는 이전의 패와는 독립적이다. 카드 한 패가 대체로 운에 의해 결정된다면 선수가 게임에서 돈을 잃고 나서 다음 게임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없다. 데로사는 이 상황을 몬테카를로의 오류에 비유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룰렛에서 붉은색이 스무 번 연속으로 나왔다고 해서 검정색이 나올 차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히브는 카드 한 패에 운이 많이 작용하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게임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야구에서 투수를 예로 들었다. 투구를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지만 단 한 번의 투구에는 운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고, 실력이 뛰어난 투수가 안 좋은 공을 던질 수도 있다. 최고의 투수와 최악의 투수를 구분하려면 우리는 수많은 수구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운보다 실력이 더 크게 결과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 우리가 얼마나 오래 가다려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히브는 주장했다. 카드 패의 수가 아주 많아야 한다면(즉 대부분의 사람이 경기하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면) 포커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으로 봐야한다. 히브가 온라인 포커게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카드 패만 봐도 실력이 운보다 영향력이 컸다. 따라서 게임을 몇 번만 해 봐도 실력이 있는 선수가 우위에 서게 되는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을 두고 저울질을 해야 할 사람은 뉴욕 사람이 잭 웨인스테인 판사였다. 웨인스테인은 디크리스티나에게 유죄 선고를 할 때 적용된 불법 갬블링 사업법에 룰렛과 슬롯머신 같은 게임들이 언급되어 있지만 포커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웨인스테인은 법에서 중요한 세부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말했다. 1926년 10월, 공항 운영자인 윌리엄 맥보일은 일리노이 주 오타와에서 일어났던 비행기 절도 사건의 준비를 도왔다. 맥보일은 미국 운송 수단 절도법에 따라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항소했다. 그는 변호사는 이 법이 정하는 운송 수단은 승용차, 트럭, 수레를 끄는 자동차, 오토바이 내지는 철로 위에서 이동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자체 추진하는 운송 수단이므로 비행기는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에 따르면 비행기는 운송 수단에 속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맥보일은 훔친 운송 수단 이동과 관련된 연방법상의 죄목에 따라 유죄가 될 수 없었다. 미국 대법원은 이에 동의했다. 대법관들은 법에 명시된 단어들이 육지에서 움직이는 운송 수단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므로 단지 비슷한 규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이 비행기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서 유죄 선고는 파기됐다.
포커는 갬블링 법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웨인스테인 판사는 이 점이 포커가 자동으로 갬블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에서 포커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은 포커에서 우연에 의한 역할이 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였다. 웨인스테인 판사는 히브의 증거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해 여름까지 연방법 하에서 포커가 갬블링인지의 여부가 판결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웨인스테인은 2012년 8월 21에 포커는 대체로 운보다는 실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 연방법에서는 포커가 갬블링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디크리스티나에 대한 유죄 선고는 번복됐다.
하지만 디크리스티나의 승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웨인스테인은 디크리스티나가 연방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뉴욕 주에서는 베팅을 좀 더 세밀하게 정의한다. 뉴욕 주 법에서는 우연이라는 요소에 상당할 정도로 의존하는게임이면 어떤 것이든 갬블링에 속한다. 그 결과 디크리스티나에 대한 무죄 선고는 2013년 8월에 다시 번복됐다. 웨인스테인이 내린 운과 실력의 상대적인 역할에 대한 판결이 의심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뉴욕 주 법이 명시하는 갬블링 사업에 대한 정의에 따라 포커도 갬블링 사업에 포함된다는 의미였다.
디크리스티나의 사례는 포커와 같은 게임에 운이 얼마나 많이 작용하는지와 관련하여 증폭되고 있는 논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상당할 정도의 우연과 같은 정의에는 앞으로 분명히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갬블링과 특정 금융 분야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고려한다면 이런 정의가 마땅히 금융 투자에까지도 적용되지는 않을까? 재능과 요행을 구분하는 선은 어디쯤에 그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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