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교황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 최악의 재정 부패 스캔들과 이에 맞서는 프란치스코의 비밀스런 개혁에 대해 폭로하는 책이다. 저자 잔루이지 누치는 바티칸 검은 세력들의 속임수와 계략에 대해 놀랍도록 자세하고 현장감 있게 풀어냈다. 예를 들어 성인으로 추대되는 데 약 75만 유로이라는 돈이 들지만, 관련 거래에는 어떠한 서류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부동산, 돈과 관련된 부정부패 문제도 심각하다.
개혁가로서의 프란치스코는 놀랍도록 확고하고 굳세다. 그는 교황청 직속 감사단을 구성해 교황청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했다. 또한 경제사무국 등 새로운 개혁기관을 만들고. 관련 계좌를 동결시키는 등 전례 없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이 책이 발간된 이후, 프란치스코는 후속조치로 시복시성 관련 부문에 바티칸 최초로 외부 회계감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의 개혁에는 여전히 고난이 따르고 있다. 마피아나 프리메이슨으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그를 반대하는 추기경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개혁 조치 중 명확한 성과가 드러난 부분은 거의 없다. 과연 프란치스코 교황의 외로운 싸움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프란치스코의 도전에는 바티칸의 미래, 교회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다.
■ 저자 잔루이지 누치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TV 뉴스 앵커,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바티칸 주식회사 Vaticano SpA』, 『교황 성하 Sua Santita』를 썼다.
이탈리아,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출판돼 100만 부 이상 팔린 『교황 성하』는 바티칸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인 ‘바티리크스 스캔들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 역자 소하영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공역 『원자 폭탄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비밀 프로젝트』, 『하버드 머스트 리드 에센셜』, 『다빈치에서 인터넷까지』 등이 있다.
■ 차례
바티칸시국 기관 조직도
교황청 주요 사건 발생순서
시작하며
PART 1 프란치스코 교황의 충격적인 고발
01 프란치스코, 비밀문건을 건네받다
02 바티칸 재정은 통제 불능의 수렁에 빠져 있다
03 프란치스코의 신랄한 비판
04 감사관들의 ‘저주받은 편지’
05 우리는 모른 척 눈감을 수 없다
PART 2 성인들을 찍어내는 공장
01 지금까지 없었던 변화가 시작되다
02 COSEA : 교황이 임명한 사람들
03 첫 번째 전쟁의 서막이 오르다
04 성인들의 공장
05 COSEA가 은행 계좌를 동결하다
06 패닉에 빠진 바티칸은행
07 프리메이슨이 개혁에 잠입할 수도 있다
PART 3 성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가?
01 추기경들이 누리는 특혜
02 가난한 자들을 위한 돈은 어디로 가는가?
03 교황청 행정부의 말하고 싶지 않은 진실
04 교황청의 적자를 메우는 베드로 성금
05 답을 얻지 못한 열세 가지 질문
06 교황들의 비밀계좌
PART 4 수갑을 찬 바티칸
01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한 ‘람보’ 추기경
02 이탈리아의 구속영장을 허가하다
03 바티칸은행, 돈세탁의 무대가 되다
04 바티칸 금융을 움직인 아버지와 아들
05 유령 자선 단체와 기록되지 않은 계좌들
06 조사를 통해 발견된 시한폭탄
PART 5 교황청의 무거운 죄
01 교황들은 변할 수 있어도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02 바티칸이 조세피난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03 바티칸 상점들의 문을 닫아라
04 담배 회사와의 무서명 비밀 계약
05 프란치스코의 사명을 방해하지 마라
PART 6 바티칸의 막대한 부동산 자산
01 노사제의 아파트를 훔친 추기경
02 평가할 수 없는 부동산 자산들
03 시세가 적용되지 않는 임대료
04 프란치스코의 사람들, 등에 칼을 맞다
05 대농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06 유럽의 바티칸 거류지
PART 7 연금기금에 구멍이 뚫리다
01 연금기금의 적자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02 바티칸은 절멸 위기에 처했다
03 ‘바티칸 자산관리센터’의 등장
PART 8 개혁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다
01 COSEA의 비밀문서를 도둑맞다
02 ‘이 메시지를 교황에게 전달하라, 너희들은 끝났다’
03 국무원장 베르토네의 시끄러운 퇴장
04 추기경들의 권력이 줄어들수록 평신도들의 힘은 커진다
PART 9 전쟁 제1막 : 예산 감축과 관료주의 폭력
01 과연 변화는 일어나고 있는가?
02 충격적인 반대 선언, 그리고 냉각 기류
03 복음을 전하는 비용도 줄여야 할까?
04 바티칸 관료주의의 반격
05 보라색의 의미
PART 10 전쟁 제2막 : 떠오르는 펠 추기경
01 프란치스코의 혁명 : 경제사무국과 경제평의회
02 새로운 조직의 설립
03 추기경들의 대립
04 예산안을 언제 승인할 것인가?
05 펠 추기경, 소아성애 스캔들의 생존자
06 위원회는 얼마를 받고 일하는가?
07 독처럼 퍼지는 악소문
08 교황청의 청소부
09 제시카, 한 성직자의 숨겨진 이름
끝내며
주 석
성전의 상인들
프란치스코 교황의 충격적인 고발
바티칸 재정은 통제 불능의 수렁에 빠져 있다>
바티칸의 재정은 파산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상태였다. 한쪽에서는 견적 비용을 부풀렸고, 계약서에는 속임수가 난무했다. 공급자는 바티칸에 한물간 물건을 비싼 가격으로 떠넘겼다. 재정은 통제 불능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실 인사와의 불투명한 금융 거래가 들끓었다. 이로 인해 바로 전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가 채택한 정책들은 변화를 불러오지 못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가 사임을 선택한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프란치스코가 바티칸의 실정을 고발한 곳은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 바로 그 방이었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기 전날 밤 열린 비밀회의에서는 바티칸의 부정행위들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공유되었다. 그는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대표되는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택한 이유도 어쩌면 교회의 앞날에 대한 걱저오가 우려 때문일지 모른다.
교황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출 관련 문제들을 비판하면서 그의 목소리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가장 큰 분노를 느끼는 문제는 아직 꺼내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것은 바로 수입원 관리의 문제였다. 가톨릭 신자들의 기부금과 유산으로 진행되는 투자에 어떤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자세히 다루겠지만 지금부터 밝혀내고자 하는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신자들이 낸 돈이 옳은 일에 사용되고 있는가? 아니면 교황청의 행정 기관에 의해 부정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프란치스코는 걱정이 어찌나 깊었던지, 또 다른 사례를 들어 좌중을 더욱 압박했다. 감사 기관에서 묘사한 바티칸의 상황은 그에게 아르헨티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 아래에서 어두운 날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교회가 아주 부정한 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가 지방 성직자로 지낼 때 회계사가 투자에 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말해주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예수회 지방 교구가 얼마나 많은 훌륭한 신학대들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정직하고 믿을 만한 은행에 투자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줬죠.
나중에 새로운 회계사가 전반적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습니다. 그는 교회가 투자한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물었죠. 거기서 그는 60%가 넘는 투자금이 무기 제조에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투자, 윤리, 위험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받을 경우 잘못된 방향으로 현혹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여기 투자하면 높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해도... 너무 믿지는 맙시다. 우리는 투자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투자에 신중을 기울여야 하고 위험성이 높지는 않은지 최대한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잘못된 투자로 스위스에 1,000만 유로 이상의 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또한 어떤 부처에서는 위성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그러니까 같은 기관에 속해 있지만 독자적인 운영이 이뤄지는 부처들이 존재한다는 루머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처들의 재무제표에 기록이 남지 않지요. 어떤 부처들은 그들 자신의 돈을 따로 갖고 있고 심지어 사적으로 운용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재정 장부는 뒤죽박죽입니다. 우리는 장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계속 얘기했다간 여러분들을 너무 걱정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교회의 선을 위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제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나이 많은 소교구 사제 한 명이 있습니다. 그분은 돈 문제에 관해서는 지극히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자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프란치스코의 신랄한 비판
교황은 교회의 재정 관리 상태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는 서신을 보낸 국제 감사관들의 성도 이름도 밝히지 않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우려와 걱정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한다. 그는 또한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UBS, 블랙록, 골드만삭스에 맡긴 돈의 처참한 결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 은행들이 두 눈을 치켜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초기 투자금 9,500만 유로의 절반이 날아갔다.
국왕이자 가톨릭교회 전체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인 교황이 현재 바티칸이 처한 상황을 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하자 당연히 좌중의 불안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는 모든 종류의 기관, 기부금, 지출 내역까지 살펴보고 싶어했고 곧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위원회는 교황이 바라는 대로 회계 장부를 샅샅이 뒤져서 바티칸의 상처들을 찾아내고, 바티칸시국을 재조직하고자 했다.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해온 작업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들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을 돕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해온 작업을 기반으로 삼아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특별 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이 위원회의 구성은 종교 사업 기구를 위해 설립된 위원회의 구성원과 동일합니다. 여러분들 중 한 명이 이 위원회의 사무총장이 되든, 또는 의장이 되든 간에 작업에 속도를 좀 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이 끝나지 않는 작업으로부터 어떠한 결론을 얻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선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교회의 선을 위한 경영, 사도적 사업의 선을 위한 경영입니다. 저는 이 추기경들의 회합에 적어도 한 번은 감사단을 초대해 반나절 정도 서로 정보와 걱정거리,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합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지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 정도입니다.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질문이나 의견이 있으십니까?
교황이 말을 마치자 발리니 추기경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재무 관련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바티칸의 현 상황에 책임질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바티칸의 앞날에 대한 낙관적인 의견도 내놓았다.
"우리의 개혁 활동은 애초에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부처의 장들은 적절한 자산관리 기술을 자신의 부처에 도입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즉 발리니는 감사관들과 교황이 주장한 것만큼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 발리니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국제 감사관들의 의견을 새겨들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감사관들은 자신들의 전문인 재무 분야에 대해서만 바른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중요한 지적을 해준 거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티칸에 생긴 문제 혹은 역기능의 원인은 단 한 가지 때문입니다. 우리가 행정 문화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때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특별한 경우일 뿐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위성 행정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들을 뿌리 뽑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 말씀 드리자면 그 작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현재도 진행 중이고,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이라면 교황께서 갖고 계신 걱정도 조만간 덜어지리라 봅니다.
발리니 추기경은 현재 바티칸이 처한 곤경의 원인이 단지 관리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관리 문화의 소홀이 바티칸에 재정적 손실을 불러온 유일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교황은 즉각 대답한다. "발리니 추기경이 말씀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관리 문화에 관한 것 말이죠. 우리는 즉흥적으로 해결합니다. 아르헨티나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그때그때 말이나 규칙을 지어냅니다. 투명성이나 규약, 절차와 같은 문화가 존재하지 않지요."
교황은 그 자리에서는 개인들이 저지른 문제를 당장 건드리지 않고 말을 아낀다. 당분간은 추기경들을 너무 예민하게 만들거나 경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됐다. 예산안과 대차대조표라는 캄캄한 구덩이를 탐사하는 것은 새로운 위원회의 몫이 될 것이다.
성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가?
추기경들이 누리는 특혜
교회의 심장부에는 검은 구멍이 있다. 그 검은 구명은 바티칸의 방만한 재정 관리와 회계 부정, 횡령에 의해 만들어졌다. 구멍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애쓰던 프란치스코는 자신을 도와줄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것은 교황청 역사상 유례없는 선전 포고였다.
그는 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야 할 돈이 교황청의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보내온 자선기금이 교황청의 잘못된 행정 때문에 생긴 지출 구멍을 메꾸는 데 사용되었다.
앞서 말했듯 지금의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단출하고 허름한 튜닉을 즐겨 입으며, 노숙자를 시스티나 성당에 초대하기도 한다. 성직자를 소명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사용되지 않은 채로 내버려진 대학 기숙사, 회관, 호스텔이 많다. 프란치스코는 교회의 여러 수도회와 행정 부처들에 부탁해 그 공간을 가난한 사람들의 안식처로 사용하게끔 했다.
엄격함, 투명성과 더불어 가난, 자선은 프란치스코가 설교나 연설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었다. 그는 특히 수녀들과 신부들에게도 검소한 생활을 장려했다. 자동차를 고르는 문제를 사례로 들어 설교하기도 했다. 2013년 6월 6일, 그는 신학 대학생들과 수련 수사, 수련 수녀들 앞에서 그 문제에 관해 꽤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정말이지 저는 최신 모델의 자동차를 타는 형제님이나 자매님을 보면 정말 슬픕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물론 자동차는 필요한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기도 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자동차를 꼭 사야 한다면 보다 수수한 것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화려한 자동차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면 배고 고파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해주세요. 만약 우리 중에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갖지 못한 가짜 형제, 가짜 자매를 보게 된다면 역겨움을 느껴야 합니다!"
그는 처음으로 본보기를 보인 교황이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한 섬에 간 적이 있다. 그때 교황은 섬에 살고 있는 교구민이 제공한 피아트의 지프를 타고 다녔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땅인 아씨씨에 방문했을 때도 소형차를 탔다. 또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베로나의 한 사제가 자동차 르노4를 줬을 때, 교황님은 그 차를 받기는 했지만 곧 폐차장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새로운 교황의 파격적인 말과 행동에 놀라고 낯설어했던 교황청의 많은 추기경들은 이내 자신들도 새로운 시대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말뿐이었고 본심은 감춰져 있었다. 추기경들의 실제 태도는 이들의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조소 섞인 농담에 잘 드러나 있다. "추기경들은 차고에 리무진이랑 고급 세단을 갖고 있으면서도 밖에 다닐 때는 피아트 500 같이 작은 차를 타지. 그러면서 집은 또 고급 아파트라니까."
마지막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교회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추기경들의 대부분이 로마 심장부에 위치한 호화로운 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풍족한 삶을 산다.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이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헤드라인 기사로 나온 적이 있다. 그는 바티칸에 있는 팔라초 산 카를로라는 아파트먼트에 사는데, 꼭대기층의 아파트 두 채를 합쳐서 거대한 독채를 만들고 혼자서 사용한다. 베르토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 그렇다.
교황청의 추기경들은 400~500㎡, 심지어 600㎡에 이르는 궁궐 같은 집에 산다. 고위급 추기경들의 임대 아파트에 대한 데이터는 프란치스코가 지시한 2013~2014년 감사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이들은 보통은 개발도상국에서 온 선교 수녀들과 함께 산다. 선교 수녀들은 추기경들의 비서이자 청소부, 가정부로 일한다. 방들은 대기실, TV 시청실, 욕실, 응접실, 다과실, 서재, 개인 비서실, 문서 보관실, 기도실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다. 건물 외관은 하나같이 멋들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한 추기경 집단은 성 베들 광장의 반대편인 이터널시티의 심장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건물에 산다.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이 사는 레지던스도 여기에 있다. 1944년에 태어난 그는 주교성의 장관이자 교황청 남미 위원회의 위원장이다. 그의 아파트먼트는 거의 500㎡에 이른다. 84세의 세르지오 세바스티아니 추기경 또한 주교성과 시성성의 소속 의원으로 424㎡ 크기의 아파트먼트에 산다. 재미있는 것은 여든 살 넘은 추기경들의 역할이란 주로 상징적인 것일 뿐 콘클라베의 투표권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호화 저택들과 비교하면 교황이 지내고 있는 카사산타 마르타 201호는 50㎡도 채 되지 않아 벽장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추기경들이 누리는 특혜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추기경들은 교황청의 공직에 있는 동안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공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1㎡당 7~10유로의 월세를 내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년 80세를 넘긴 후에도 직위를 유지하는 추기경들이 많고, 덕분에 그들은 무료 집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아파트먼트의 엄청난 크기에 대해 비난을 받으면 추기경들은 자신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관리해주는 수녀들이 두 명에서 네 명 정도 있고, 이 수녀들에게도 공간을 마련해주다 보니 방이 많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변명하곤 한다.
교황청의 추기경들이 교황청의 가장 중요한 부처들을 관리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가톨릭이라고 하는 세계의 중심 역할까지 해야 한다. 프란치스코는 추기경들이 지나친 혜택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 가톨릭교회가 복음의 뜻에 다라 자선 사업을 시작하고 그것을 전 세계 곳곳에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교황이 생각한 것과 현실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다
COSEA의 비밀문서를 도둑맞다
2014년 3월 30일 일요일, 동이 틀 때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었다. 성 베드로 광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세계에서 보안이 가장 철저한 곳 중 하나인 이곳에서 한밤중에 뭔가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도둑들이 보안을 뚫고 교황청에 침입한 것이었다.
깊은 적막이 비오 12세 광장에 접한 성성의 궁전을 가득 메웠다. 당시 수위실은 잠겨 있었고, 관리인은 주말이라 집에 가고 없었다. 이 건물은 나이지리아 출신 추기경 한 명과 은퇴자 한 명이 임대한 방 하나짜리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전부 상점과 사무실로 사용되었다. 특히 4층과 꼭대기 층은 전부 교황청 재무심의처의 사무실로 할당되었다. 교황청 재무심의처는 프란치스코가 사작한 로마 교황청 조사 활동의 근거지와 같은 곳이다. 여기서 감사관들은 COSEA 위원들과 팔꿈치를 맞대고 일했다. 가장 많은 비밀문서들이 보관된 곳이었으며, 교황청 재무심의처의 사무국장이자 위원회의 조정관인 바예호 발다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은 프란치스코 혁명 활동의 상징이자 중심이었다.
도둑들은 토치램프를 사용해서 문을 열고 성성 사무실에 들어가, 모든 층을 돌아다니며 금고를 열고 돈을 훔쳤다. 그들이 가져간 돈은 각 사무실당 몇백 유로가 채 되지 않았다. 성성과 교황청 재무심의처는 사무실에 현금을 거의 보관하지 않았다. 그토록 경비가 삼엄한 장소를 덮친 것치고는 벌이가 영 시원치 않은 셈이었다. 그러나 도둑들은 전문가처럼 움직였다. 그들은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와 잠금장치를 최단시간에 해체하는 방법, 어떤 문이든 쉽게 여는 방법을 알았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이 도난 사건의 독특하고도 놀라운 점은 도둑들이 건물 침입 성공 직후 보여준 행동에 있었다. 도둑들은 정해진 대로 치밀하게 움직였다. 침입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열쇠였다.
교황청 재무심의처의 사무실에 들어간 도둑들은 금고 속 돈만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여러 개의 사물함이 있는 방에도 들어갔는데, 사물함 단 하나만을 겨냥했고 여는 데 성공했다. 도둑들은 똑같이 생긴 여러 사물함 중 어느 것을 열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애초에 그 잠금장치를 해체한 목적은 돈이나 귀중품이 아니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수십여 건의 비밀문서 때문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절도가 아니었다. 도둑들은 COSEA 위원회의 비밀문서 보관소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다. 전례 없는 사건으로, 위원회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범죄였다. 교황의 조사관들이 보관하고 있던 문서와 다른 금고에 들어 있던 현금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다음 날 침입 흔적이 발견되었다. 바티칸 헌병대가 수사에 착수했고 뒤이어 이탈리아 경찰도 통고를 받았다. 두 나라의 경찰대는 합동 수사를 개시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지역이었다. 도둑들이 침입했던 건물은 라테란 조약에 명시된 치외법권 지대에 속했다. 성성의 궁전은 바티칸 성벽 바깥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교황청에 속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바티칸시국의 일부로 간주되었다. 건물의 내부는 바티칸시국의 영토에 속했으므로, 수사권은 바티칸 헌병대에게 있었다. 반면 건물 바깥의 주변 거리들은 이탈리아 수사관들의 관할이었다.
수사관들은 주변의 감시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 수십 개를 확인해 사건 경로를 재구성했다. 보통의 사건이라면 두세 명으로 추정되는 도둑들은 건물의 주 출입구를 통과해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들의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시나리오는 조금 달랐다. 도둑들이 지하를 통해 건물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그들은 바티칸의 여러 건물을 연결하는 지하 터널들 중 한 곳을 이용해서 성성에 접근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 가정은 언뜻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긴 했지만 사실 그럴듯한 추리였다.
이 건물의 지하실은 다른 여러 건물과 통로로 이어져 있다. 다른 성성의 본부가 있는 쌍둥이빌딩이나 바티칸은행, 심지어는 사도 궁전 등으로도 갈 수 있다. 지하 통로와 야외 복도, 차폐된 통로와 노출된 통로,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미로 대부분은 21세기 초반 세계대전 당시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길을 잘 아는 사람들은 미로를 통해 모습을 감추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비밀 통로의 존재는 교황청의 이중적인 세계를 가장 잘 함축했다. 한 세계는 표면적인 사건들을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하지만 또 다른 세계는 비밀의 방들에서 완성된다. 이 두 세계가 서로 평행하며 교황청을 구성한다. 로마 시 거리 아래에는 지하 세계가 살아 움직이고 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은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그 위를 걸어 다닌다.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외부의 접근이 통제된 바티칸은행과 성성의 지하실에 비밀문서 보관 창고가 있는 것은 전혀 우연히 아니었다.
그러나 지하실에 내려간 수사관들은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사관과 교황청에서 사용하는 검은색 리무진 차량 여러 대가 차고에 그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성성과 바티칸은행의 지하 보관 창고에도 손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사도 궁전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잠겨 있었다. 감시 카메라도 많았다. 도둑들이 지하 통로를 이용해 보관 창고로 침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둑들은 비오 12세 광장을 접한 주 출입구들 중 하나를 통해 침입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자물쇠는 제대로 잠겨 있었고 손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도둑들이 열쇠를 갖고 있었던 것일까?
절도 사건에 대한 소식이 빠르게 퍼졌고, 바티칸은 발칵 뒤집혔다. 위원회 사람들도 물론 그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충격에 빠졌고 겁에 질렸다. 자라는 출장 차 런던에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자신이 신임하는 동료들로부터 수사의 진행 상황을 전해들었다. 월요일 오후, 경찰은 여러 가지 가설들을 내놨다.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은 이번 절도가 철저하게 의도됐다는 것이었다. 도둑들이 몇백 유로를 훔치기 위해 금고들을 망가뜨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멍청이가 고작 몇 푼 얻겠다고 세상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중 하나인 바티칸을 도둑질하겠는가? 몇몇 수사관들은 도둑들의 진짜 목표가 문서였다고 생각했다. 다른 물건을 훔친 것은 수사관들이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누가, 왜 그 문서들을 훔친 것일까? 누군가 그 문서들을 통해 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문서들을 없앰으로써 로마의 주교와 그의 사람들이 진행 중인 작업의 속도를 지연시키려고 했던 것일까? 확실히 도둑들은 그 공간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도 갖고 있었고 딱 맞는 장비도 가져왔다. 물론 어느 사물함을 열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았다.
그렇지만 또 다른 시나리오도 존재했다. 수사관들이 고려했던 것들 중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듯해 보였다. 도둑들은 어쩌면 메시지를 남긴 것일 수도 있다.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에게 은근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우리는 너희가 비밀문서를 어디에 보관하는지 안다. 우리는 원하면 언제든 거기에 갈 수 있다. 우리는 다 알고 있고, 너희의 모든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그날 이후로 COSEA 위원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또 언제든지 침입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모든 비밀이 노출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몇 주 후 교황청의 지도자들은 협박 시나리오의 신빙성을 잠정적으로 인정했다.
사건이 있기 몇 주 전 경제사무국의 장이 된 조지 펠 추기경과 프란치스코는 이번 절도 사건에 같은 해석을 내놨다. 경제사무국은 교황이 만든 새로운 조직으로, 앞으로 자세히 다뤄질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파헤친 사람에게 보낸 경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는 어떤 일에든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로서도 이런 식의 움직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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