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연출의 사회학

   
어빙 고프먼(역:진수미)
ǻ
현암사
   
17000
2016�� 01��



■ 책 소개

 

우리의 일상적 삶은 연극 무대와 같고
오늘도 우리는 그 무대에서 연기를 펼친다!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새로운 사회학의 길을 연 어빙 고프먼의 첫 저서. ‘연극으로서의 사회적 삶’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빛나는 통찰력으로 일상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면서, 우리의 일상적 삶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아를 연출하는 공연과 같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고프먼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적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꼼꼼하게 살핀다. 그리고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미세한 삶의 모습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치밀하게 분석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넘어선 견고한 실체라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개인들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실현·유지·변형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경험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다시 펼쳐지는 듯하고, 그 밑바닥과 배후에 숨어 있는 구조와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 저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
캐나다에서 출생하여 토론토 대학교를 졸업하고(1945) 시카고 대학교에서 「섬 지역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행위(Communication Conductin an Island Community)」(1953)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국립정신병원 연구원을 거쳐 UC버클리,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를 역임했다. 1982년 제73대 미국사회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나 급격히 진행된 위암으로 사망했다.

 

고프먼은 미시사회학 분야를 개척한,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다양한 직업 현장과 조직, 정신병동과 도박장, 거리와 파티의 상호작용, 스파이와 사기꾼들의 세계를 특유의 통찰력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자아 연출의 사회학』(1959), 『정신병원(Asylums)』(1961), 『낙인(Stigma)』(1964), 『상호작용 의례(Interaction Ritual)』(1967), 『프레임 분석(Frame Analysis)』(1974), 『담화의 형태(Forms of Talk)』(1981)와 같은 명저를 남겼다.

 

이 책 『자아 연출의 사회학』은 고프먼의 첫 저작으로 미국 사회학계의 주목을 받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는 고전이다. 특히 대면 상호작용에 대한 ‘연극적 접근(Dramaturgical Approach)’과 다양한 자료(민속지적 현장 관찰 자료, 소설, 신문 기사 등)를 활용한 분석 방법은 당대 사회학계의 거시적ㆍ계량적 편향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역자 진수미
전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랜들 콜린스의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사회적 삶의 에너지』, 어빙 고프먼의 『상호작용 의례』를 번역했다.

 

■ 차례

 

책머리에
서문

 

1장_ 공연
2장_ 팀
3장_ 영역과 영역 행동
4장_ 모순적 역할
5장_ 배역에서 벗어난 의사소통
6장_ 인상 관리의 기술
7장_ 결론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추천사




자아 연출의 사회학


서문

개인이 계산된 비의도성을 내보이려 시도해도, 그것을 꿰뚫어 보는 능력은 우리 자신의 행동을 조작하는 능력보다 더 발달되어 있다. 정보 게임이 몇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든, 목격자는 행위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므로 의사소통 과정 초기의 비대칭성이 유지된다.


앞으로 다룰 내용에 관해 몇 가지 용어를 정의하자면, 상호작용(대면 상호작용)은 개인들이 마주 보는 자리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행동을 말한다. 한 상호작용은 한 시점에 개인들이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공연이라는 말은, 한 시점에 한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모든 행동으로 정의하겠다. 배역 또는 배역 연기란 공연에서 전개되는 미리 정해진 행동 유형과 다른 시점에 연출했던 행동유형을 말한다.


공연 

배역에 대한 믿음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분투하면서 우리가 구축해온 스스로에 대한 관념을 가면이라 한다면, 가면은 우리의 참 자아, 우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자아다. 결국 역할이라는 것은 우리의 제2의 천성, 인성을 구성하고 통합하는 성분이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 이 세상에 들어와, 성격을 획득하고, 그러면서 사람이 된다.

  

사실상 사람에게는 자기가 존중하는 집단의 수만큼 많은 사회적 자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대개 상대하는 집단에 따라 자기의 각기 다른 면을 보여준다. 부모와 선생님들 앞에서는 얌전하기 짝이 없지만 거친 제 또래 친구들 앞에서는 불량배처럼 욕설을 내뱉고 건들대며 걷는 청소년들이 많다. 우리는 자식을 클럽 친구 대하듯, 고객을 고용 노동자 대하듯, 상사나 고용주를 친한 친구 대하듯 하지는 않는다.


일상 삶에서는 공연자가 뻔히 드러날 거짓말로 궁지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거짓 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빗대어 말하기, 모호성 전략 취하기, 결정적인 말 생략하기 따위의 의사소통 기법은, 엄밀히 따지면 딱히 거짓말이라 할 수는 없는 말로 왜곡된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 이득을 누리는 방법이다. 대중매체 역시 나름의 기법을 개발하여 적용한다. 카메라 각도와 편집을 영악하게 처리함으로써 유명인사에 대한 대중의 소소한 반응을 거센 흐름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 공연을 냉소적으로 보는 관점은 공연자가 조성하는 관점만큼이나 일면적이다. 공연자가 조성한 인상과 관객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인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참된 실체인지 가려낼 필요조차 없는 사회학적 쟁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사회학적 쟁점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일상의 공연에서 조성된 인상은 무너지기 쉽다는 사실뿐이다. 우리의 관심은 어떤 종류의 실체가 조성된 인상을 깨뜨리는지 알려는 데 있다. 어느 쪽이 참된 실체인지의 문제는 다른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가 묻고 싶은 질문은 "주어진 인상이 어떻게 무너지는가?"이다. 이 질문은 "거짓 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는 다른 질문이다.



인상 관리의 기술

당신이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경구나 재담을 꺼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당신의 재치가 교수대에서 처형된 아버지를 둔 사람의 목을 조이는 밧줄이 될지도 모른다. 대화에 성공하기 위한 첫째 요건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다.


당신이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만났을 때, 특히 최근에 그 친구의 가족사나 형편에 관한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면, 가족에 관한 질문이나 언급은 피해야 한다. 친구의 가족 가운데 죽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나쁜 짓을 저질렀거나 헤어졌거나 비참한 재난에 빠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의도치 않은 실수, 불의의 기습, 결례는, 무심코 그런 언행을 한 당사자를 당황시키고 부조화에 빠뜨리는 문제의 근원이다. 동시에 당사자가 그런 결과를 초래할 줄 알았다면 피했을 언행이기도 하다.


방어적 속성과 기법

연극적 용의주도함

팀의 성원들이 공연에 앞서 최상의 연출 방법을 정할 때 선견지명과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긴장을 풀 수 있을 때가 언제인지, 냉혹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시험에 들지 않고 공연자들이 최대한 위엄을 갖추고 완벽하게 배역을 연기할 수 있을 때가 언제인지 따위를 분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용의주도한 공연자는 공연 장소의 정보 여건을 잘 조절해야 한다. 19세기 런던의 나이 든 매춘부들은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 관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작업 현장을 어두운 공원으로 한정하는, 그들의 직업보다도 더 오래된 전략을 썼다. 공연자는 남들에게 보일 자기 모습과 더불어 관객이 이미 자기에 관해 알고 있는 정보도 고려해야 한다. 관객이 공연자에 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상호작용 중에 새로 알게 된 정보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반면에, 관객에게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을 경우에는 상호작용 중에 수집된 정보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엄격하게 지키던 (앞무대의) 긴장을 조금은 풀지만, 낯선 사람들이 있을 때는 공연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조일 것이다.


행동의 결과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공연자가 고도로 주의를 집중하는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명백한 예가 취업 면접이다. 면접관은 취업 지원자의 면접에서 얻은 정보만을 토대로 지원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평가를 내려야 한다. 피면접자는 자기 행동 하나하나가 극히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면접을 치르기 전에 준비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한다. 피면접자는 겉모습과 몸가짐에 신경을 많이 쓴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무심결에 좋지 않은 인상을 줄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다. 프로 권투선수는 정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대신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레슬러처럼 품격이 떨어지는 경기도 해야 한다.


보호기법

흔히 쓰이는 보호 기법으로는 무대 위와 무대 뒤 영역에 대한 접근 통제는 공연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초대받지 않은 영역에는 자벌적으로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통제된 영역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외부인은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거나 노크나 기침을 하여 미리 경고한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인의 침입을 늦추거나 서둘러 방을 정돈하고 적절한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여유를 주는 것이다.



결론 

자아의 연출과 자아

이 책에서 나는 암묵적으로 개인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지극히 인간적인 과제를 수행하면서 인상을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연자로서의 개인이고, 다른 하나는 공연을 통해 자신의 정신, 능력, 탁월한 자질을 환기시키려고 고안된 인물로서의 개인이다. 공연자로서의 자질과 인물로서의 자질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공연의 연속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의미를 갖는다.


나는 이 책에서 개념적 분석틀을 발전시키는 데 일부 연극 용어를 사용했다. 공연자와 관객, 배역과 배역 연기, 공연의 성공과 실패, 연출 신호, 무대장치와 뒷무대, 연극적 요건, 연극적 기량, 연극적 전략 따위의 용어를 썼다. 내가 비유에 불과한 연극 용어를 강조한 것은 일종의 수사학적, 전략적 시도임을 인정해야겠다.


극장의 무대에 서는 인물은 실존 인물도 아니고, 사기꾼이 완벽하게 꾸며낸 인물을 연출할 때처럼 실질적 결과를 초래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실존 인물과 사기꾼도 공연에 성공하려면 보통 사람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로 사용하는 기법과 똑같은 진짜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극장 무대에서 대면 상호작용을 연기하는 사람들은 실제 상황의 핵심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표현을 통해 상황 정의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조건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사호작용 과제에 적합한 용어의 발전을 촉진한 것이다.


견고해 보이는 사회 실재가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행하는 정교한 공연의 연속으로 유지되는 허약한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의 한결같은 참된 자아란 허상에 불과하고 상황에 따라 여러 상황적 자아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조명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남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방식, 자신에 대해 남들이 받게 될 인상을 유도하고 통제하는 방식, 남들 앞에서 행하거나(앞무대에서 보여주는 일) 남들 앞에서 행하지 않는 일들(뒷무대에서 취하는 행동)을 연극의 관점에서 예리하게 분석한다.


인간은 관계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든, 실용적 상호작용을 하든 의례적 상호작용을 하든, 우리는 늘 상황에 따라 자아를 포장하고 장식하며,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고, 상황에 적합한 태도와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 성공하면 즐거움과 활력을 얻지만 실패하면 슬픔, 분노, 후회로 위축된다. 상호작용은 그렇게 우리를 구속하고 지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또 우리에게 자부심과 긍지, 안정감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우리 인간에게는 그 모든 감정과 태도, 행동과 관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아를 획득하고 유지하며(일관되고 변함없는 자아가 아니라 복수의 상황적 자아), 사회는 더러 대립하고 분열하는 때가 있어도 대체로는 서로 협력하는 개인들의 유대로 형성되고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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