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최병성
ǻ
이상북스
   
16000
2015�� 04��





■ 책 소개


지금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거대 자본과 권력, 언론이라는 골리앗과 10여 년을 싸운 한 시민기자의 기록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여러 단계의 재배·제조·유통 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른다. 그 많은 단계를 거친 먹거리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집’도 안전하지 않다니! 안전하지 않은 것뿐 아니라, 각종 발암물질과 심지어 방사능까지 내뿜는다는 게 믿어지는가?


이 책의 저자 최병성은 우리가 매일 가족과 밥 먹고 잠 자는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알 게 뭐야. 내 일도 아닌데 뭐!” 하며 지나치지 못했다. 맞설 상대가 골리앗과도 같은 거대 기업들과 관련 정부부처라는 사실도, 자신이 ‘시멘트’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목사’라는 사실도, 그가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뛰어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일해 번 돈으로 장만한 ‘내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져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 앞에 그는 의로운 분노로 일어섰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미친 듯’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을 파헤치고 뒤쫓은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다. 1999년 8월 이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시멘트는 각종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가득한 온갖 산업쓰레기로 만들어,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유독성 지정폐기물보다 더 많이 검출되는 진정한 ‘쓰레기 시멘트’가 되었다. 이익에 눈먼 시멘트 회사의 탐욕과 환경부의 무책임한 방치 속에서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는 탄생했다.


■ 저자 최병성
목사,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 기자, 사진작가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저자 최병성은  ‘세상을 바꾸는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에게 알려준 산 증인이다. 그는 우리의 집과 사무실, 학교가 각종 산업쓰레기로 만든 발암물질 검출되는 ‘쓰레기 시멘트’로 건축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10년 간 직접 발로 뛰며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을 파헤쳤다. 시민기자가 되어 그것을 널리 알리고, 거대 시멘트 기업들과 정부를 상대로 나 홀로 싸움을 벌였다. 이 책은 그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보고서이자 그의 외롭고 지난한 투쟁 기록이다. 그동안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도록 허가해 주면서 변변한 쓰레기 사용기준조차 두지 않은 안일한 정부부처를 독촉해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은 약간의 제도 ‘개선’이 아니라 ‘쓰레기 시멘트’ 금지다.


인터넷 혁명시대에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라!”라고 외치는 그가 인터넷 매체에 쓰는 글은 매번 50만 회가 넘는 클릭 수를 기록하며 세상에 퍼져나간다. 환경재단이 선정한 2007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2007년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상 대상, 2008년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운동부문 대상, 2010년 오마이뉴스 기자상 대상, 2011년 언론인권 특별공로상 등을 수상했고, 펴낸 책으로는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강은 살아있다』『알면 사랑한다』『이슬 이야기』『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살아있어 기도합니다』『청소년을 위한 숲과 생명 이야기』『복음에 안기다』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_ 차라리 밀가루로 집을 짓자 김인국
들어가는 글_ 세상의 변화는 단 한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1장 변화의 기로에서
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건강한 시멘트를 위한 해결책 /
아파트 한 채에 들어가는 시멘트 비용 / 우리의 목숨 값이 고작 3480원?


2장 방사능 나오는 아파트
‘쓰레기 재활용’ 차원에서 만들어진 쓰레기 시멘트 /
유독성 지정폐기물보다 발암물질이 더 많은 시멘트 /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보다 안전하다 /
시멘트, 인류 역사상 건강에 가장 나쁜 건축재료 /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
쓰레기 시멘트도 굳으면 안전하다? /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게 하는 ‘꼼수’


3장 쓰레기 시멘트, 이렇게 만들어진다
시멘트 공장은 합법적인 쓰레기 소각장 / 쓰레기의 질량보존의 법칙 /
반도체 공장의 폐기물도 시멘트 공장으로 / 전 세계적인 폐타이어를 수입하는 쓰레기청소 국가
폐부동액의 진실 / 매립장 쓰레기의 시멘트 공장행을 막아낸 과정 /
재벌 시멘트 회사의 약속과 거짓말


4장 일본의 쓰레기 식민지로 전락한 대한민국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 / 30일 천하로 끝난 일본 쓰레기 독립 /
거짓말 위의 거짓말 / 일본 쓰레기를 되돌려 보내다


5장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과 허상
10년 만에 만들어진 배출가스 규제항목 / 일본인보다 발암물질에 20배 더 강한 한국인? /
자원재활용이 아니라 쓰레기 소각이다 /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사람들 /
30년 뒤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재앙 / 쓰레기 시멘트보다 더 나쁜 쓰레기 찬양 기사


6장 쓰레기 시멘트의 주범은 환경부
환경부가 만든 엉터리 쓰레기 사용기준 / 일산화탄소를 둘러싼 거짓말 시리즈 /
환경부는 시멘트 회사의 앵무새 / ‘불법’과 ‘편법’을 조장한 환경부 /
폐농약 사용을 허가하려던 환경부의 꼼수 / 액상 지정폐기물은 지정폐기물이 아니다? /
오직 환경부의 재활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


7장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10년 싸움
환경부의 거짓 기자회견에 맞장 뜨다 /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한방에 날리다 / 대한민국 검사를 변호사로 고용하다


나가는 글_ 이렇게 하면 좀 더 건강한 집이 된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세상의 변화는 단 한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쓰레기 시멘트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기 전, 오랜 시간 고민했다. 어떤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혼자였고, 상대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전 지식경제부)의 비호를 받는 거대 기업이었다. 그것도 한 개 회사가 아니라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쌍용양회(쌍용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시멘트 회사들이었다.


한번은 한밤중에 시멘트 업계 고위 임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 내 가족을 들먹이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전화였다. 덕분에 나는 쓰레기 시멘트와 전쟁을 치르는 지난 세월 동안 늘 앞뒤를 살피며 낯선 사람을 경계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에 낯선 사람이 함께 타면 내리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지금까지 시멘트 업계에서 내게 어떤 해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스스로 조심해야 했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시멘트 회사들에게, 쓰레기 시멘트의 진실을 세상에 공개하는 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버려져야 할 유해성 쓰레기를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것은 자원고갈 시대에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과 자원의 재활용이란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긍정적 측면 이전에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가 결코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변화의 기로에서

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드디어 희망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위한 지난 10년간의 싸움에 승리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코 건설이 경남 창원시 가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폐타이어가 들어간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건설이 폐타이어로 만든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다. 시멘트 제조에는 폐타이어보다 더 위험한 쓰레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공장의 홍보물을 보면 ‘21세기 산업 생태계의 신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시멘트 공장이 대한민국의 쓰레기처리 시설임을 자랑한다. 시멘트에 들어가는 쓰레기 목록은 석유화학, 섬유, 자동차, 전기, 전자, 제지, 철강, 반도체 등 다 나열하기도 어렵다. 이 많은 쓰레기 중 폐타이어 하나를 제외했다고 안전한 시멘트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다.


이제 건강한 시멘트를 향한 변화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바람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소비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그동안 아파트 선택의 기준은 역세권, 조망권, 학군 등이었다. 그러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 쓰레기 시멘트 사용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아파트 한 채에 들어가는 시멘트 비용

“만약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진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이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하던 말이다.


아파트 건축에 소요되는 시멘트 비용을 산출해 보았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축설계를 하는 대학교수도 레미콘 관계자들도 ‘잘 모른다’였다.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던 중 드디어 모 건설회사 임원을 통해 정확한 시멘트 비용을 산출해 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흔히 32~33평 아파트라 불리는) 아파트 한 세대 건설에 소요되는 총시멘트 값은 평균 130만 원에 불과했다. 1300만 원도 아니고 고작 130만 원에 불과하다니, 믿겨지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여기에 복도와 지하주차장 등의 공용면적까지 다 합해도 한 세대당 소요되는 시멘트 값은 평균 160~170만 원이면 충분했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하고 안전한 시멘트로 아파트를 지으면, 아파트값이 얼마나 더 오를까? 모 관계자를 통해 아파트 한 채에 50만 원만 더 들이면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S건설이 H시멘트사에 시멘트 값의 20퍼센트를 더 주고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한 시멘트를 주문생산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이 이야기들을 토대로 하면, 32평 아파트의 총 시멘트 값 130만 원의 20퍼센트인 26만 원만 추가하면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하고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숨값이 고작 3480원?

여기가 쓰레기 소각장일까? 눈길 닿는 곳마다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가득 쌓인 이곳은 마치 ‘쓰레기 박람회’가 열리는 곳 같아 보인다. 쓰레기가 가득한 이 곳은 쓰레기 소각장이 아니라 시멘트 공장이다. 1999년 8월 이후 시멘트 공장이 소각장 허가를 받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고 있으니, 그때부터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은 전국 최대의 쓰레기 소각장이 된 셈이다.


당신의 생명값은 3480원이다. 당신 자녀의 생명값 역시 3480원에 불과하다.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냐고?


한국양회공업협회가 수원대학교에 용역을 준 <순환자원 처리방법에 따른 LCA 비교>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에서 재활용하고 있는 순환자원을 소각/매립 처리할 경우 최종 처리비용은 2006년을 기준으로 약 174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쓰레기 시멘트를 만들면 절감된다는 1740억 원을 전 국민 일인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3480원이 된다.


아, 우리가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이유가 고작 3480원 때문이다. 나와 우리 가족의 일인당 생명값이 고작 3480원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쓰레기 시멘트를 허가한 환경부는 우리의 생명값을 3480원으로 취급한 것이다.



방사능 나오는 아파트

‘쓰레기 재활용’ 차원에서 만들어진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높게 나온 이유를 찾아보았다. 시멘트 벽이었다. 같은 안방에서도 석고보드 벽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나온 원인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로 만든 철근 때문이거나 시멘트에서 나오는 방사능 때문이다.


원래 시멘트란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1400도 고온에 태워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점토 대신 석탄재와 하수 슬러지, 소각재, 각종 공장의 오니가 사용되고, 철광석과 규석 대신 제철소 고철에서 발생한 쓰레기인 슬래그와 폐주물사 등이 사용된다. 그리고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을 사용한다.


석회석과 소각재,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슬래그 등의 각종 비가연성 쓰레기와 폐타이어, 폐고무 등의 가연성 폐기물을 혼합해 태우고 난 재가 우리의 집을 짓는 시멘트가 된다. 그 결과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가득하다. 바로 이 때문에 시멘트에 방사능이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보다 안전하다

‘중국산’이라면 유해물질 가득한 값싼 제품이라고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중국산이 국내 제품보다 훨씬 더 안전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멘트다. 국내 시멘트에는 발암물질 6가크롬과 인체 유해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데 반해 중국산 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이 거의 없다.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 시멘트보다 안전하다’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모든 시멘트와 중국산 시멘트를 구입해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다. 중국산 시멘트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는데, 국산 시멘트 중 동양시멘트에서 발암물질 6가크롬이 무려 110ppm 검출되었다. 환경부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기준 20ppm의 5배가 넘는 수치였다.


중국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시멘트 제조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산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없는 이유는 딱 하나다. 시멘트 제조 시 쓰레기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9년 6월 전국에 8000여 개가 넘는 시멘트 공장의 품질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4000여 개의 공장을 폐쇄했다. 놀랍게도 같은 해인 1999년 8월, 한국은 IMF로 경영이 어려워진 시멘트 공장들을 위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도록 환경부가 허가해 주었다. 중국 시멘트와 국산 시멘트의 유해물질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쓰레기 시멘트, 이렇게 만들어진다

반도체 공장의 폐기물도 시멘트 공장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슬러지가 시멘트 공장에 들어와 시멘트가 된다고?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슬러지가 반입되는 공장은 영월 쌍용양회 공장만이 아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모든 시멘트 공장들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와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슬러지를 사용한다.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의 슬러지를 전문 산업폐기물 소각장으로 보내 처리하려면 톤당 50~60만 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면 단돈 10만 원이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폐기물을 배출하는 반도체 공장은 쓰레기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시멘트 공장은 톤당 10만 원이라는 쓰레기 처리비를 버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적인 폐타이어를 수입하는 쓰레기청소 국가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중국 음식 짬뽕에 빠지지 않는 홍합. 그러나 사실은 홍합이 아니다. 정확한 이름은 홍합을 닮은 지중해담치다. 이 지중해담치가 마산과 창원, 여수 등 전국의 양식장에서 폐타이어에 키워진다. 폐타이어를 손가락 길이로 잘게 썰어 끈에 엮어 지중해담치를 양식한다. 우리가 홍합으로 알고 먹는 것은 홍합이 아니라 폐타이어에 양식한 지중해담치다.


폐타이어는 인체에 안전한 물질이 아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고온과 고압을 견디기 위해 다양한 유해물질이 첨가된다. <오마이뉴스>는 ‘한국타이어, 돌연사 위험물질 사용했다’는 2008년 2월 18일자 기사에서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암성 유기용제인 톨루엔, 자이렌, 솔벤트 등을 다루다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노동자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등으로 5명이 폐암과 뇌수막종양, 1명 자살 등 모두 13명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타이어 공장에 사용하는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전했다. 타이어가 안전한 천연고무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70미터에 이르는 기다란 시멘트 소성로의 온도를 1400도로 유지하기 위해 폐타이어와 폐고무 등의 가연성 쓰레기를 석회석과 함께 혼합해 투입한다. 시멘트 소성로 안에 투입된 폐타이어는 자신을 태워 소성로의 온도를 높여주고, 타고 난 재는 자연스럽게 시멘트가 된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의 쓰레기 식민지로 전락한 대한민국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

한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고철 수입이 오히려 증가한 이상한 나라다. 그뿐 아니다.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는 매년 폐기물 처리현황을 발표한다. 이 중 석탄재 처리 현황을 보면, 수출 대상국이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만 끝없이 이어진다.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국내 화력발전소마다 석탄재가 쌓여 있는데, 시멘트 공장들은 왜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해 올까?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로 많은 돈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려면 톤당 20만 원의 처리비용이 든다. 그런데 단돈 5만 원만 주면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이 와서 석탄재 쓰레기를 서로 가져가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 시멘트 기업들이 일본의 쓰레기를 치워주니 일본은 국토도 청결해지고 쓰레기 처리비용도 절감하는 이중의 효과를 본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일본에서 던져주는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주머니를 채운 덕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 쓰레기로 만든 집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집, 국내 쓰레기만이 아니라 일본 쓰레기까지 들여와 지었으니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라고 기뻐해야 하는 걸까?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과 허상

10년 만에 만들어진 배출가스 규제항목

해외 시멘트 공장들은 굴뚝의 배출가스 중 수십 종류의 유해물질과 중금속을 규제한다.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통해 주변 환경오염을 막고 안전한 시멘트를 제조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중금속 규제기준이 단 하나도 없었다. 고작 먼지, 황산화물, 질산화물 등 세 개 물질에 대한 규제기준만 있었다. 환경부는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발암물질을 가장 잘 견디는 강철 체력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국내의 쓰레기 소각장조차 시멘트 공장보다 규제 항목도 많고 기준도 더 엄격했다.


“각성하라 환경부, 독가스가 맛있구나!”

영월 쌍용양회 공장 마을에 붙어 있던 현수막 내용이다. 시멘트 공장을 위한 특혜 덕분에 공장 주변 주민들은 유해가스를 마시며 병들고, 국민들은 발암 시멘트로 만든 집에서 사는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각성 요구다.


사회적 논란이 일자, 쓰레기 사용 10년이 지난 2009년이 되어서야 환경부는 쓰레기 소각장 기준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기준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규제항목과 기준치는 아직도 외국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환경부는 시멘트 소성로 관리를 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쓰레기 시멘트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사람들

“시멘트 공장은 주민 건강 피해에 총 6억 2300만 원 배상하라.”

2013년 5월 8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이 시멘트 분진으로 인한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 A시멘트 등 4개 사에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진폐증은 환경개선으로 우리 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질병이다. 그러나 광산이나 먼지 관련 직업에 근무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연이어 진폐증이 발견되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것도 한두 시멘트 공장만이 아니라, 국내 모든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진폐증 환자가 대거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시멘트 공장의 분진 발생이 얼마나 심각했기에 이런 기록을 세운 걸까? 시멘트 공장에 가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공장 주변 마을엔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시멘트 예술품들이 즐비했다.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시멘트 분진이 기와지붕과 담벼락을 하얗게 덮었고, 기와지붕이 마치 종유석 같아 보이기도 했다. 돌담벼락도 날려온 시멘트 가루로 놀라운 예술품이 되었다. 사람이 일부러 시멘트를 붓는다고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었다.


동해의 쌍용양회 공장 부공장장을 만나 시멘트 분진에 대해 인터뷰했다. 돌아온 답은 놀라웠다. 그는 “설탕 공장에 설탕 가루 날리고, 시멘트 공장에 시멘트 가루 날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시멘트 분진을 당연하게 여겼다.



쓰레기 시멘트의 주범은 환경부

환경부가 만든 엉터리 쓰레기 사용기준

역시 예상대로였다. ‘개선’과 ‘기준’이라는 미명하에 유독성 쓰레기의 시멘트 사용을 합법화하는 악법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을 ‘개선’과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속인 것이었다.


1999년 8월, 환경부가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사용기준도 없었다. 그동안 시멘트협회로부터 고발을 당하면서도 나는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2009년 3월, 환경부가 쓰레기 사용기준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결코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 수 없는 속임수에 불과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답은 하나뿐이다. 환경성도 경제성도 없는 쓰레기 시멘트 제조를 중단하는 것이다. 중국산 시멘트엔 왜 발암물질이 없을까? 이유는 하나다. 시멘트 제조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넣지 않기 때문이다. 유독성 발암물질 쓰레기를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환경부의 쓰레기 사용기준으로는 건강한 시멘트를 만들 수 없다.


환경부는 시멘트 회사의 앵무새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되는 쓰레기의 종류와 사용량조차 파악하지 못한 환경부.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못한 게 아니라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시멘트 공장의 돈벌이를 위해 탄생한 쓰레기 시멘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현실 속에서도 환경부는 시멘트 공장에서 쓰레기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외국의 시멘트 공장들은 40퍼센트까지 쓰레기를 사용하는데 국내는 10퍼센트에 불과하니 더 많은 쓰레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쓰레기 종류와 사용량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부가 어떻게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10퍼센트의 쓰레기만 사용한다는 자료를 얻은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시멘트 공장이 건네준 자료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읽은 것이다. 환경부는 스스로 조사해 본 적이 없다.


오직 환경부의 재활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

환경부 공무원들은 ‘개선’하라는 국회의원과 장관의 지시를 왜 ‘개악’으로 역행하는 것일까? 환경부 공무원들은 국민의 건강보다 시멘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왜 그토록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한겨례>가 2006년 9월 15일자 ‘환경부, 시멘트 업계 ‘배려’ 이유는’이라는 기사에서 환경부 폐기물정책 성공의 핵심열쇠가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소각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바다에 폐기하지 못해 발생할 음식물쓰레기 침출수와 하수오니 처리까지 시멘트 공장에 맡기려니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환경부의 재활용 성과가 올라간다. 환경부에게 쓰레기 시멘트는 ‘소각’이 아니라 ‘재활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재활용’ 성과를 올리기 위해 국민의 목숨을 쓰레기 시멘트라는 도박판에 걸어놓은 환경부. 더 이상 쓰레기 시멘트 개선을 환경부에 맡길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10년 싸움

대한민국 검사를 변호사로 고용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서울 강남 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통지서가 왔다. 담당 형사와 통화했다. 동양시멘트주식회사 외 7개 시멘트 회사 사장들이 나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사건 조사가 수서경찰서에 배당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멘트 기업들이 고발한 내용에 따라 협박하듯 취조하던 형사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씩 내미는 증거자료들 앞에서 오히려 담당 형사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검찰 역시 나를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기세등등하던 검찰이 왜 나를 기소하지 않았는지 ‘불기소이유통지서’를 신청했다.


시멘트가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근거가 없듯이, 시멘트가 아토피의 원인이 아니라는 근거도 없다. 따라서 시멘트가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내 주장이 허위가 아니라는 검사의 변론은 얼마나 명쾌한가!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이렇게 훌륭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부자다. 나를 변호해 주는 변호사로 대한민국 검사를 고용했으니 말이다.


이제 쓰레기 시멘트 공장 사장님들께 한 가지 부탁한다. ‘시멘트 안에 유해물질이 아무리 많아도 굳으면 안 나온다’는 망상으로 온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가지 말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살 돈으로 쓰레기 시멘트가 아토피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는 조사를 해보시라. 그 확실한 근거를 내게 가져오면 바로 그날로 나는 쓰레기 시멘트 논쟁을 끝내겠다.


정작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사람은 시멘트 공장 사장님들이 아니라, 쓰레기 시멘트에 속아 살아온 국민들과 쓰레기 시멘트를 매일 만지는 180만 건설 근로자들이다. 이뿐 아니라 시멘트 공장의 분진으로 인해 진폐증에 걸리고 호흡기질환으로 고통당하는 시멘트 공장 주변 주민들이다. ‘적반하장’이란 속담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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