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극단의 민영화, 그 끝을 보여주는 미국의 충격적 현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검은 자본의 실체!
일본 ‘정치·사회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 『빈곤대국 아메리카』 시리즈의 완결판. 2008년에 발표되어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츠츠미 미카가 『빈곤대국 아메리카』 시리즈의 완결판『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로 다시 돌아왔다.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노무라 증권에 근무하던 중 현장에서 9.11 테러를 경험한 츠츠미 미카는 이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미국의 충격적 실상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려내고 있다.
부시 정권 8년이 끝나고 오바마 정권 2기에 접어든 현재 막대해진 적자를 끌어안고 급기야 재정의 벼랑에 서 있는 미국. 하지만 최근 몇 십 년간 착실히 준비단계를 거쳐 이 나라의 권력구조를 뿌리째 변질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 그것은 지금 바야흐로 국경을 넘어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세계를 잠식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무대로 발을 뻗는 주식회사 빈곤대국 미국이 그 뒤를 쫓는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의 가까운 미래를 거울처럼 비춰주고, 기로에 선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져주고 있다.
■ 저자 츠츠미 미카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뉴욕주립대학을 거쳐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뉴욕 지국원을 거쳐 미국 노무라 증권에 근무하던 중 9·11 테러를 경험했다. 이후 저널리스트로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꾸준한 집필과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보도가 가르쳐주지 않는 미국의 약자혁명』으로 일본저널리스트 회의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출간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일본에서만 30만 부가 넘는 판매와 더불어 제56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2009 신서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출간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와 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의 저서로는 『그라운드 제로가 준 희망』 『사회의 진실을 발견하는 방법』 『정부는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 등이 있다.
■ 역자 김경인
조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외국어전문학교에서 통·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며 일한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즐거운 불편』 『슬픈 미나마타』 『돼지가 있는 교실』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엔데의 유언』 『아주 사적인 시간』 『딸기를 으깨며』 『목요조곡』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제1장 주식회사 노예농장
그토록 꿈꾸던 퇴직생활이…… | 대출금의 함정 |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 허수아비가 된 독점금지법 | 속 빈 강정, 식품안전심사 | 부활한 농노제 | 또 하나의 파문, 유전자변형 농산물 | “이 실험결과는 폭탄이다!” | 학회지에 잠입한 바이오기업 관계자 | GM 식품과 원전에 공통되는 ‘안전 신화’ | 짓밟힌 주민투표 | 암호는 ‘말하지도 말고 묻지도 마라’
제2장 거대한 식품피라미드
수직통합 붐이 시작되다 | 식품업계와 월스트리트는 최강 콤비 | 업계 관계자로 꽉 찬 FDA | 식품의 공업화로 풍요로워진 항생물질시장 | ‘유기농식품’이라는 꿈을 파는 기업 | 파산하는 소규모 유기농가 | 성냥갑 속 유기농 닭고기 | 이것은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GM 연어 | GM 종자를 방임한 ‘몬산토 보호법’ | FDA가 외국의 식품정책을 관리하다, 식품안전근대화법
제3장 GM 종자로 세계를 지배하다
자유화로 인해 사라진 중소농가 | 기업 참여로 무국적화 되는 농업 | 다국적기업이 꿈꾸는 땅, 이라크 | 명령 81호 | 인도의 ‘하얀 금괴’ | 인도와 미국의 1%가 손을 잡다 | 수출용 GM 대두 농지로 탈바꿈한 아르헨티나 | 아이티의 피해지 부흥을 GM 종자로 지원하다 | 미국은 최강의 외교용 무기를 손에 넣었다 | 다른 나라의 식품까지 지배하는 NAFTA, FTA, TPP | EU의 GM 규제는 무너질 수 있다
제4장 분할 판매되는 공공서비스
“미국 최고의 위험도시에 어서 오세요!” | 미국 지자체의 90%는 5년 이내에 파산할 운명 | 증가하는 것은 저임금 서비스업뿐 | 공교육의 전면해체 | 소방서, 경찰, 공원이 사라지다 | 고용을 되살리는 마법의 지팡이, 노동권법 | 비상사태 선언한 디트로이트 | 민영화된 꿈의 도시
제5장 “정치와 매스컴도 사버려라!”
기업이 입법부를 사다 | 강력한 힘으로 주법을 쥐락펴락하는 ALEC | 기업을 위한 모델법안 |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교육 비즈니스를 위한 법안이다” | ‘이민배척법’으로 꽃피는 교도소산업 | 급기야 기업의 정치기금이 무제한으로 | 세계의 모든 부유층이 미국의 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 | 선거란 효율적인 투자다 | 148만 건의 선거광고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송국 | 기부금의 출처를 알면 당선 후의 정책을 알 수 있다 | 티파티 그늘에 가려진 스폰서 | 과격한 인물이 진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 | 과점화하는 매스컴과 소프트한 뉴스들 | 왜 대통령 공개토론에 제3당은 안 나오는가? | 기업이 시민운동을 이용한다
에필로그 글로벌기업한테서 주권을 되찾자
기업은 모럴보다 손해와 이익으로 움직인다 | 대형은행에 예금자의 힘을 보여주자 | 1%보다 그것을 지지하는 시스템을 공격하라
마치며
약어 설명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
주식회사 노예농장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미국의 식품정책이 크게 방향전환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규제완화라는 말로 국가 전체의 구조개혁을 단행한 레이건 정권부터다. 석유가격의 급등과 이상기온에 의한 농업 파괴로 1970년대에 발생한 세계 식량위기는 미국에 크나큰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때부터 미국 정부에게 식량의 존재는 자국민을 배불리기 위한 것에서 외교상의 무기로 탈바꿈했고, 석유와 더불어 새로운 장기 전략이 되었다. 미국에 부여된 광활한 토지와 기술, 그리고 자본, 이 은혜를 지금 사용하지 않고 대체 언제 사용하겠다는 말인가? 전통적인 농업은 시대착오적이며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고, 세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강한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는 논조가 미국 전역에 만연했다.
미주리대학의 농업경제학자 존 이카도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무역 정책에 따라 보다 많은 제품을 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생산해낸다는 목표 하에 토지는 집약되고, 단일재배에 집중된 대규모 공장형 산업으로 바뀌어간 겁니다. 영세 농가는 소멸되고, 농업종사자는 주식회사경영에 복리후생도 없이 저임금으로 고용되는 파트타임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산업혁명 이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가 도입된 업계는 시차가 있을지언정 결국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속도가 빨라진 이 거센 물결에 농업 또한 휩쓸리고 말았다.
또 하나의 파문, 유전자변형 농산물
가축공장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식품을 크게 바꿔놓은 것은 복수의 생물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합체해서 전혀 새로운 유전자 구성으로 조작한 GM(유전자변형) 농산물이다. 농작물에서 GM 농산물의 비율이 최근 20년 동안 급격히 확대되어,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근대의 95%, 대두의 93%, 옥수수의 40%가 GM 농산물이다. 이렇게 미국인의 식생활을 점유하는 GM 농산물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GM은 새로운 기술인만큼 장기간에 걸친 환경이나 인체에 대한 영향을 검증할 만한 실험결과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유전자 연구와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공학) 분야의 권위자인 푸스타이 박사는 3년에 걸쳐 GM 감자를 쥐에게 먹인 결과 쥐의 면역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실험결과를 공표한 직후 박사는 연구소에서 쫓겨났다. 실험에 대해 매스컴에 발표하거나 연구팀과 접촉하는 것도 금지당하고, 실험 자료는 모두 몰수당했다.
2001년 영국의 과학 잡지 「네이처」에 GM 농산물이 멕시코의 재래종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논문의 필자에 대한 수십 통의 중상 메일이 쇄도했다. 엄청난 메일에 압도당한 「네이처」는 이듬해 호에서 논문을 삭제했는데, 나중에야 그 메일들이 몬산토가 고용한 PR회사에 의한 것임이 판명되었다.
짓밟힌 주민투표
2012년 11월, 거액의 자금경쟁이 되어버린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그때,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미국 소비자에게 또 하나의 중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있었다. 바로 GM 식품의 라벨표시의무화를 묻는 법안인 프로포지션 37에 대한 주민투표였다. 과연 캘리포니아 주의 주민투표 결과 역시 찬성 44.8%, 반대 55.2%로 부결되었다. 가결되면 미국 최초로 GM 식품 라벨표시의무화가 성립되었을 이 법안에 대해, 몬산토를 비롯한 대규모 바이오식품기업은 "표시 의무화에 뒤따를 수고와 인건비 때문에 식품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며 대규모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환경저널리스트 데이지 루사는 안전을 감시해야 하는 정부가 국민보다 기업 편에 서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미국 정부의 규제기관은 기업과 유착하고 있습니다. 중립적인 입장의 제3기관에 의한 안전성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에게는 선택의 여지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미국은 GM 농산물의 인체실험장입니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도 거대기업이 미국의 사법을 초원한 권력을 쥐고 만 겁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주민투표 결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격입니다."
거대한 식품피라미드
수직통합 붐이 시작되다
수직통합이란 생산 공정이 다른 기업에 의해 제휴나 합병, 또는 매수됨으로써 경쟁자가 사라지고 시장이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거대기업의 산업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한때는 미국에서 금지되어 있었는데, 최근 들어 크게 완화되고 말았다. 그 결과 대규모 식료품점이 지역의 소매업자나 경쟁상대인 교외의 회원제 대형할인매장 등을 차근차근 매수해 산하로 쓸어 모으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목적은 기업의 이익확대였지만 대외적 슬로건인 "온 나라 식탁에 싸고 신선한 식재료를!"이라는 말에는 매력이 넘쳤다.
이런 매수 극(劇)이라는 순풍을 타고 대성공을 거둔 것이 1988년 창업 이후 고작 12년 만에 미국 소매업의 정상에 우뚝 선 대규모 마켓 월마트다. 월마트는 그 후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합병과 매수를 추진해서 한층 더 규모를 확대해나갔다. 지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식품이 차지하고 있고, 미국 어디선가 식품이 구입될 때마다 3달러 중 1달러는 월마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한다. 과점화로 인해 1등이 된 월마트의 영향력은 미국경제의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식품업계는 완전히 그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이윽고 미국 식품판매의 50%(지역에 따라서는 80~90%) 이상을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타깃 등 4개 회사가 점유하게 되었다. 흡수·합병이 거듭됨으로써 식품가공업계 역시 도태되어 펩시코, 크래프트푸드, 네슬레 등 상위 3개 사를 포함한 거대 다국적기업 20개가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이건 정부 이후 일관되게 자유 시장을 표방해온 미국.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규제를 한없이 완화한 이후에 봉착한 것은 소수 대기업에 의한 시장독점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부분 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식품의 공업화로 풍요로워진 항생물질시장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전체 식중독 환자의 1%에도 미치지 않던 항생물질 내성균 감염자 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더불어 살모넬라균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물질도 해가 거듭될수록 잘 듣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1990년 말까지 전체 미국 제약기업이 판매하는 항생물질 중 70%가 인간이 아닌 가축에게 투여되고 있었다. 가축들이 공장이 아닌 농장에서 키워지던 1950년대에는 가축에게 사용되던 항생물질의 양이 연간 230톤이던 것에 비해, 2005년에는 그 80배에 해당하는 1만 8,000톤에 달했다. EU에서는 1998년 이후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가축에게 항생물질을 투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그 양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공장식 농장의 확대와 항생물질의 수요는 비례한다고 USDA 내의 바이오업계 연구기관 직원인 캐롤라인 창 박사는 말했다. "항생물질이나 성장호르몬 같은 약제가 대규모 가축공장의 확대와 더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어요. 가령 임신 중인 소는 하루에 7리터의 우유를 만들어내는데, 특수한 약제를 섞은 먹이나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그 양을 30리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생산효율을 우선시하는 가축공장의 경영자나 주주들에게는 장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가축용 약제의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균학 전문가이고 규제위원회 위원장인 루이즈 슬로터 하원의원은 최근 수십 년간 미국에서 일어난 식품의 공업화, 가축공장, 곡물의 단일재배,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공식품업계 등이 인간의 건강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이렇게 지적한다. "195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식재료에서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분이 약 40% 감소했어요.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채소와 옛날보다 훨씬 저렴해진 값으로 쉽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음식이란 가공하면 할수록 속이 텅 비게 되잖아요. 그 증거로 미국인의 건강상태가 그간에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비만이나 당뇨병, 알레르기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것은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GM 연어
2012년 12월, FDA는 승인만 받으면 인류 역사상 최초의 GM 동물이 될 GM 연어의 환경영향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의 환경과 천연 연어의 양식에 GM 연어가 해를 끼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옥수수와 같은 농작물과 달리 연어는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다닌다. 만일 GM 연어가 양식시설에서 도망쳐 자연계로 들어가서 천연종과 교배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천연종의 멸종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매서추세츠 주에 있는 바이오 기업 아쿠아바운티 측은 안전대책이 이미 세워져 있다고 말한다. "생식 능력이 없는 암컷만 개발하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습니다. 다만 아주 드물게 생식 능력을 가진 개체가 나올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일단 인공적으로 다른 유전자의 공격을 받은 동물 유전자는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변형된 유전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갑자기 변이되어 물고기가 다시 번식 능력을 갖게 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유전자가 조작된 물고기의 성질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도 미지수다.
소비자의 불안과 전문가의 경고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M 동식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지는 1980년대 이래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2012년에는 FDA가 혈액응고 약의 재료로 GM 염소를 승인했고, 이에 뒤이어 캐나다에서 개발된 환경에 좋은 분뇨를 배설하는 GM 돼지가 현재 인증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FDA는 GM 연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쿠아바운티가 안전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 안정성 승인을 내주었다.
GM 종자로 세계를 지배하다
기업 참여로 무국적화 되는 농업
글로벌화에서 경쟁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술, 자본,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업에 대한 기업 참여 확대 정책이 산업계의 강한 요청으로 전면에 드러나 있다. 사실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던 농가나 동족회사의 농지, 생산시설 등은 최근 수십 년에 걸쳐 하나둘 거대 농업 관련 기업 산하로 옮겨갔다.
앞서 언급한 농업경제학자 존 이카도 박사는 이런 가격경쟁을 위한 생산 확대와 농업에 대한 기업 참여 확대 정책에 경종을 울린다. "미국에서는 국민이 더 이상 자국의 농업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먹을 것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느 정도 생산할 것인지를 결정할 결정권이 개인에서 다국적기업으로 급속하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은 미국의 농업은 대규모라 생산성이 높고 정부가 농업을 보호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호받는 것은 농가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미국인조차도 아닙니다."
다국적 애그리비즈니스는 정부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대규모화를 꾀하기 위한 국내법 개정을 반복하고 월스트리트의 후원으로 시장을 독점했다. 그 결과 주주를 비롯해 시장과 생산지 등 모든 것이 국경을 초월했다. 생산효율과 이익확대를 목표로 끊임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 흐름 속에서 생산자인 농가 역시 말단에서 일하는 톱니바퀴 같은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다. 농업을 둘러싸고 형성되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지역사회와 공동체 같은 부가가치는 농업을 소유한 기업이 그 지역과 나라에서 멀어질수록 의미와 빛을 잃어갈 것이다.
수출용 GM 대두 농지로 탈바꿈한 아르헨티나
GM 종자의 안전성 논의가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GM 종자 기업은 처음에는 자국인 미국을, 뒤이어서는 타국의 농업을 차례차례 수출용 거대산업으로 바꿔나갔다. 1980년대 초까지 아르헨티나는 대부분 소규모 가족경영 농가로 구성된 다양성과 생산성이 높은 풍요로운 농업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1970년대 석유위기 당시 늘어난 달러표시 채권의 금리가 1970년대 말 4배까지 인상된 뒤부터 아르헨티나는 전락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 무렵 미국의 대기업 애그리비즈니스는 급격히 증가하는 공업식 농장의 가축용 사료로 GM 대두를 공급했는데, 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규모 생산지를 급하게 찾고 있는 실정이었다. 채무초과로 힘겨워하는 아르헨티나는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었다. 다국적기업과 해외투자가는 무엇보다 먼저 아르헨티나의 싼 토지를 사들인 다음, 거액의 대가를 돌려줄 사업으로 몬산토의 GM 대두 재배를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1996년 아르헨티나 국내에서 1만 헥타르였던 대두 밭이 겨우 4년 만에 1,000배인 1,000만 헥타르로 확대되었다. GM 밀이나 GM 면과는 달리 GM 대두는 특수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덕분에 수십만 명의 농민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자국의 농업이 외국기업을 위한 거대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하자, 미국을 비롯해 이라크나 인도가 그런 것처럼 아르헨티나 농민들 역시 주권을 잃고 고향을 떠나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다.
분할 판매되는 공공서비스
"미국 최고의 위험도시에 어서 오세요!"
디트로이트는 2000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동안 주민의 4분의 1이 교외 혹은 다른 주로 도망쳐버린 도시다. 재정파탄에 의한 세출 삭감으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공공부문을 폐쇄해서 학교나 소방서, 경찰 등의 서비스를 연이어 중단시켰다. 지금 디트로이트 중심부에는 인기가 땅에 떨어진 자동차 관련 공장이나 학교, 영화관, 오피스텔 등이 방치된 채 폐허가 되어 있다. 빈곤율과 흉악범죄 발생률은 미국 통틀어 1위, 실업률 50%. 이런 현상은 미시간 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지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2년 5월, 디트로이트 시는 8만 8,000개인 가로등을 반으로 줄이는, 통칭 고스트타운 계획을 실시했다. 애당초 절반은 수리 비용초자 대지 못해 고장 난 채 방치해둔 상태였는데, 점등 수를 줄임으로써 주민의 생활공간을 축소시킬 목적이었다. 그 결과 범죄율이 훨씬 더 증가하고 주민들의 이주도 속출했다. 실업확대와 산업유출이 시의 재정을 압박하자, 디트로이트 시는 대출에 대출을 거듭한 결과 장기채무가 세입의 10배인 140억 달러에 달했다. 2012년 7월에는 인구 30만인 도시, 캘리포니아 주 스토크톤의 재정 역시 거액의 채무를 끌어안은 채 파탄이 났다.
비상사태 선언한 디트로이트
2013년 3월 1일. 미시간 주의 릭 스나이더 지사는 디트로이트 시에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파산하면 미국의 지자체 중에서 최대 규모에 속하게 될 디트로이트의 비상사태 선언은, 이러한 전개를 기다리고 있던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역사 속에서 여러 나라가 증명한 것처럼, 빚 때문에 망해가고 있는 지자체나 국가가 재정삭감을 거듭할수록 공공부문은 쇠락하고 토대부터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재정위기를 들먹이고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세움으로써 단번에 공공부문을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은 미시간 주를 비롯한 미국 내의 사례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연방, 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하고 공공부문 해체에 주력해온 오바마 정권하에서 2009년 이후 교사 30만 명과 공무원 40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공립학교 4,000곳이 폐쇄되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 지원 예산, 아이들의 영양 관리 예산,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이나 장기실업자용 실업급여 등 총 1조 2,000억 달러의 연방예산이 삭감 되었다. 주식시장이 급등하고 대기업이 공전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사회에서 최소한의 생활필수품을 보장해줄 예산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2014년에 시행될 예정인 오바마 케어로 인해 이미 대다수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은 물론이고 공공부문까지도 야금야금 먹히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오바마 대통령의 집념의 법률"이라고 찬사를 받은 이 법안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제도)와 메디케이드, 몇 천만 명에 이르는 퇴직 노동자와 저소득층이 의지하고 있는 사회보장을 한층 더 깊이 잠식해가는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속편이라는 사실을.
민영화된 꿈의 도시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엄청난 수해를 입은 조지아 주에서는, 수몰된 지역의 주민이 대부분 아프리카계 저소득층이었다는 이유로 애틀랜타 근교에 거주하는 부유층에서 불만이 확산되었다. "왜 우리가 낸 세금이 가난한 사람들의 공공서비스를 위해 쓰여야 하는가? 계속 행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피 같은 세금을 대체 얼마나 더 내야 한단 말인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그들은 이 사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마침내 최선의 해결책을 찾았다. 현재 속해 있는 지자체와는 별도로 자기들만의 자치구를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 독립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치구 운영에 관해서는 아마추어지만, 따로 걱정하지 않아도 부유층에는 대기업이 알아서 따라붙게 되어 있다. 대형 건설회사 CH2M힐이 2,700만 달러로 시의 운영을 맡겠다는 제안을 함으로써 양자 간의 계약이 즉시 성립되었다. 그렇게 해서 2005년 12월, 미국 최초로 인구 10만 명인 완전 민간경영 자치구 샌디스프링스가 탄생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자치구. 정부통치 기능을 주식회사에 위탁한 샌디스프링스의 탄생은 작은 정부를 염원하던 부유층 주민과 대기업에게는 그야말로 학수고대하던 꿈의 실현이었다.
독립특구의 탄생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주변 지역의 정치가와 주민들이었다. 부유층의 세금 없이 대체 어떻게 그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한 공립학교며 공립병원, 공공교통, 복지행정 등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과소화가 진행 중인 지역은 점점 뒤처지게 되고, 지자체의 재분배 기능은 작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치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반면, 샌디스프랑스가 상징하는 이 새로운 민간 경영 자치구에 대한 관심은 멈출 줄 모르고 높아만 갔다. 샌디스프랑스가 상징하는 것은 주주지상주의가 확대되는 시장 사회에서 상품화된 자치구의 모습이다. 이때 중시되는 것은 효율과 코스트 퍼포먼스(cost performance, 가격 대비 성능비)에 의한 질 높은 서비스다. 거기에는 더 이상 공공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와 매스컴도 사버려라!"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교육 비즈니스를 위한 법안이다!"
2012년 3월 6일. 위스콘신 주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마크 포칸은 자신이 직접 회원이 되어 실태를 파악한 ALEC의 내정을 주 의회 회의장에서 폭로했다. 의회라는 공공장소에서 ALEC에 대해 비판한 것은 포칸이 처음이었다. 포칸이 참석한 협의회에서는 몇몇 주에서 이미 통과된 법률에 대한 설명과 협의가 있었고, 마침 주(州)가 민간 교육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애아용 특별장학금의 구도를 설정하는 모델법안이 논의되었다.
그 모델법안은 AFC(미국아동연맹)에 의해 작성된 것이었다. AFC는 교육의 민영화, 바우처제도, 교육 비즈니스에 대한 공적예산 지출 등을 추진하는 단체다. 교육의 민영화는 ALEC가 내건 8대 테마 중 하나로, 차터스쿨 창설에 주력하고 있는 월튼 패밀리 재단이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온라인교육의 커넥션즈아카데미 등의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만일 이 법안이 성립되면 장애아 1명당 1만 3,000달러가 나라에서 지급되는데, 이것을 민간 차터스쿨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부모에게 학교를 선택할 자유가 주어지게 된다.
포칸은 모델법안 문서를 보여주면서 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보십시오.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 비즈니스를 위한 법안입니다. 기업에 의한, 기업이익을 위한 법이란 말입니다." 결국 이 법안은 위스콘신에서는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하지만 ALEC의 모델법안은 1개 주에서 실패하더라도 거미줄처럼 사방팔방의 주에서 제출된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포칸은 8월에 참가한 협의회에 대한 인상을 기업과 정치가의 짝짓기 파티 같았다고 말한다.
급기야 기업의 정치자금이 무제한으로
2010년 1월. 미국의 정치체계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보수파 주도의 최고재판소가 기업이 지불하는 선거광고비를 제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반한다.며 5대4로 위헌판결을 내려서, 기업의 기부금 상한이 사실상 철폐된 것이다.
이 판결은 기업도 유권자와 동등하게 정치에 의향을 밝힐 권리가 있다는 의미에서 시민연합(Citizens United) 판결이라고 불린다. 이로써 이익단체는 그들이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거나 원치 않는 후보를 떨어뜨릴 광고비 명목으로 정치기금을 무제한 기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판결에는 미국의 정치를 크게 바꿔놓을 또 하나의 요소가 숨어 있었다. 미국 국적이 아닌 외국기업이라도 PAC(정치활동위원회)라는 민간단체를 통하기만 하면 익명으로 기부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148만 건의 선거광고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송국
"시민연합 판결 이후 기업이 됐든 개인이 됐든 몇 억, 몇 조 달러라도 무제한으로 모금할 수 있고, 모금한 총액도 기부자 이름도 일절 공개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설령 거대 다국적기업이 한 후보자를 전적으로 밀어준다고 해도 국민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슈퍼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는 표면적으로는 후보자와 관계가 없는 단체이기 때문에, 라이벌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추악한 흑색선전을 흘려보내더라도 후보자 본인은 자기하고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버락 오바마 측이 4억 6,000만 달러, 미트 롬니 측이 3억 6,000만 달러의 광고비를 사용했다. 상대 후보를 중상 모략하는 흑색선전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방송국은 정치가 본인이나 당의 선거광고에는 광고비를 할인해줘야만 하는데, 슈퍼PAC가 의뢰한 광고에는 통상의 요금을 청구할 수 있다.
"국민은 이런 선거자금법의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유권자들은 대부분 선거자금이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조차 모릅니다. 문제는 텔레비전 광고방송이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겁니다. 대량으로 내보내는 흑색선전은 광고회사가 영상과 음향으로 만들어낸 후보자의 이미지를 유권자의 피부감각을 통해 주입시킵니다. 보통 사람들은 텔레비전 광고를 볼 때, 이것이 누가 어디에 돈을 얼마나 내서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 광고인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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