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주진우
ǻ
푸른숲
   
13500
2012�� 03��



■ 책 소개

리포트, 이것이 팩트다, 꼼꼼한 뒷얘기, 
어느 탐정이 쓴 정통시사교본!

노건평 게이트를비롯한 참여정부 때 벌어진 대부분의 게이트, 신정아 사태, 장자연, 순복음 교회 세속,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 특검, 에리카 김과 BBK 메모특종, 그리고 최근 나경원 1억 원 피부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등 최근 10년여 간 우리 정치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 현장에늘 있었던 주진우 기자의 첫 책. 

정통시사활극이라는부제에 걸맞게 지난 십여 년간 우리사회의 역사적 흐름을 결정지은 사건들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이것이 팩트다’라는 코너를 통해 그 기사를 쓸당시의 상황이나 지금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의미 등의 취재후기를 담았다. 언론, 삼성, 검찰과 경찰, MB정부, 친일파, 사회적 약자들까지저자가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맞서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 저자 주진우
정통시사주간지 「시사IN」 기자.권력과 비리가 출입처다. 나는 꼼수다 출연 후 국내 유일무이 사인하는 기자. 사탄기자라는 별명도 있다.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돈 20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하고 받는 돈30퍼센트, 나머지 50퍼센트는 약자 얘기 들어주는 것으로 받는 대가다. 나는 사회가 나아지는 데 벽돌 두 장만 놓아야지 이 생각밖에 없다. 딱벽돌 두 장.

■차례
프롤로그 - 불타는 취재 연대기 

제1장 검경, 개가 되고 싶었다 
유영철 사건 진짜 추격자 체포되다 
부당거래검사와 도가니 판사 

제2장 삼성,10년간의 취재파일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삼성과 맞장 뜨기 
제3장 종교,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마피아 
큰목사님은 무엇을 사랑하는가? 
무엇이 높은 신부님들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제4장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거짓이 되기로한다 
조선일보, 센 놈이 더 세지는가 
MBC가 이제야 파업을 하는 이유 

제5장 MB, 간단하다 
MB를 여는 열쇠, 에리카 김 
가카는얼마나 부자일까? 

제6장 우리는 노무현을아직 보내지 않았다 
노무현은 노오랗다 
무슨 죄를 지었나? 
누가 노무현의 곁을 지켰나?

제7장 친일파와 빨갱이
친일파의 애국 백년사 
빨갱이 김대중과 박정희 신화 

제8장 우리는 모두 약자다 
당신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기사는 수단일 뿐이다 

에필로그 - 혼자 피하면쪽팔리는 거다





주기자


프롤로그 - 불타는 취재 연대기

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학교 성적은 괜찮았지만 언제나 뒷줄에 앉았고 뒷골목을 누볐다. 어렸을 때 같이 놀던 친구들도 거칠었다.


이제는 주먹 쥐고 몸으로 싸우는 일은 없다. 하지만 나는 힘센 놈들과 계속 싸운다. 권력을 휘두르고 부패를 기반으로 저희들끼리 나눠먹는 걸 보면 총을 쏘고 싶은 심정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려고 한다.


나는,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로 가는 과정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행법과 더불어 정서법을 들이대고 기준점을 넘으면 가차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지 않았나. 게다가 기자들은 힘센 놈들 이야기만 듣는 게 현실 아닌가. 이게 공정한가. 이게 정의인가.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말이다. 나는 17살 주진우다.



검경, 개가 되고 싶었다

유영철 사건 진짜 추격자 체포되다

[리포트] 보도방 업주들이 유영철을 체포·수사했다

- [시사저널 775호] 2004.08.24

유영철 씨의 체포 과정을 밝힌 경찰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찰이 밝힌 검거 경위는 이렇다. 7월 15일 오전 2시 30분 기동수사대의 한 형사는 자신의 정보원인 보도방 업주로부터 "우리 애(출장마사지 여성)가 실종됐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유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위치 추적에 나섰던 경찰은 5시가 넘어 유 씨가 나타났다는 추가 연락을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보도방 업주 4명과 합세해 유 씨에게 수갑 2개를 채웠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제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된다. 7월 13일 서울 신림동의 한 보도방에 소속된 여자가 사라졌다. 그때가 세 번째였다. 장부를 보니 모두 6523번 전화를 받고 난 후였다. 보도방 업주들을 수소문한 결과, 6523은 실종된 우 아무개 씨의 죽은 어머니 전화였다. 보도방 업주 임 아무개 씨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서울 전역의 보도방 업주들에게 연락해 6523번에게서 연락이 오면 바로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다.


7월 15일 새벽 5시, 6523번이 서울 신촌의 한 업소로 아가씨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했다. 임 아무개 씨와 차 아무개 씨는 선배와 동료에게 연락했다. 이들 5명은 여자 1명을 태우고 신촌으로 내달렸다. 차 안에서 한 사람이 기동수사대의 아는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들은 마포경찰서 서강지구대에 가서 납치범이 나타났다고 신고했다.


오전 5시 30분 신촌 그랜드마트 뒤편 굴다리. 의심이 가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바로 유영철 씨였다. 차에서 내린 보도방 업주들이 유 씨를 에워싸고 몸수색을 했다. 하지만 유 씨는 태연하게 "반팔 입은 사람이요? 이리로 갔어요"라고 말했다. 보도방 업주들은 의심했다.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차에 태웠다.


그런데 조수석에 탄 유 씨가 무언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약을 먹는 것으로 알고 제지했는데 입에서 출장 마사지 전단지가 나왔다. 잠시 후 자동차 바닥에 버린 6523 전화기도 발견했다. 이때 기동수사대 양 아무개 형사가 도착해 옆에 있던 파출소 직원과 수갑을 채웠다. 이때까지도 보도방 업주들과 경찰은 자기들이 잡은 남자가 유영철인지 모르고 있었다.


유 씨는 체포 과정에서 자신을 폭행한 보도방 업주들이 경찰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보도방 업주들의 폭행과 집요한 추궁이 유 씨의 입을 연 것이다.


기동수사대에 도착한 지 3∼4시간이 지난 점심 무렵에야 유 씨는 보도방 업주 일행이 경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다음부터는 발뺌을 하기 시작했다. 기동수사대에서 유 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 시작했다. 서울 신사동과 혜화동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횡설수설했다. 증거가 없었다.


[이것이 팩트다] 술 한잔 사주시면 제가 다 데려오겠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문이 쌓여갔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나는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쯤 다른 시각으로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 경찰 고위 간부와 목욕을 하던 중 유영철 검거에 보도방 업주들이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원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보도방 업주들 중심으로 찾아달라고 했다.


보도방 업주 3명이 왔다. 3명이 설명하는 유영철 검거 스토리는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 보도방 업주들은 기동수사대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던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이들 휴대폰에는 유 씨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찍힌 날짜도 경찰 발표 이전이었다. 느낌이 왔다.


내가 한참 파고 있을 때, 경찰은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잡았다고 깔때기를 마구 들이댔다. 2000년 서울경찰청 범죄분석팀에서 심혈을 기울인 프로파일링 기법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고 떠들었다. 특히 기동수사대(주로 강력 사건을 다루는 부서로 현재는 광역수사대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대다수가 특진 대상자라고 들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보도방 업주들이 유영철을 잡았다는 기사를 썼다. 경찰 발표와는 상반된 이야기였다. 기동수사대는 하루아침에 잔칫집에서 초상집이 됐다.


[꼼꼼한 뒷얘기] 조폭과 사채 대처법

조폭 기사를 쓰는 걸로 조폭이 위협하거나 하면 싸우면 된다. 내가 그놈하고 싸우면, 무조건 그놈은 잡혀간다. 때릴 것 같으면 신고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조폭에게 쫄지 않는다. 협박 전화가 와도 그냥 "바쁘니까 내일 전화해라" 그러고 끊는다. 그럼 널어버린다 발라버린다 등등 욕이 살벌하지만 그게 다 작전이다. 욕을 퍼붓고 있을 때, "야, 바쁘니까 좀 있다 해, 임마" 하면 바로 어? 어떻게 하지? 그쪽에서 먼저 쫀다. 또 내가 먼저 어디서 만나자고 하면 당황한다. 만나서 문제 될 것 같으면 또 신고하면 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나는 거의 사채 전문 해결사가 됐다. 해결에도 룰은 있다. 사채업자 돈을 떼어먹을 순 없으니까 원금 수준에서 협상하는 거다. 사채를 빌렸는데 갚기 싫다고 나한테 메일을 보내는 분들, 원금은 갚아야 합니다. 자제해주세요.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 센 놈이 더 세지는가

[이것이 팩트다] 조선일보의 대한민국

2012년 1월, 조선일보는 1면에 단독이라며 <김정남 "천안함, 북(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도쿄신문 편집위원하고 김정남하고 이메일 인터뷰를 했는데, 김정남이 천안함 사건은 북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인터뷰 당사자가 천안함 얘기는 물어본 적도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냥 소설을 써서 내놓았는데 그 이메일 인터뷰 전체를 공개한 책이 나와서 거짓말이 밝혀지게 된 거다. 파장은 있는 대로 키워놓고, 사과는 안 한다. 원래 조선일보 기자들은 사실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날조 기사를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여론을 몰고 가는 게 조선일보의 생존 수법이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나는 조선일보를 깔때기라고 했다. 결국 모든 결론이 북한이고, 모든 미스터리한 일은 북한 소행이다. 잘못된 것은 모두 김대중이나 노무현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 벌어지든 결론은 정해져 있다. 그들은 팩트를 보도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기사로 만든다.


조선일보의 힘은 개인의 욕망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나온다. 삼성처럼. 대부분 조선일보를 욕하면서도 잘 보이고 싶어 한다. 지식인들이 특히 그러한데 조선일보에 나오면 대우받고 출세했다고 생각한다. 원고료도 다른 신문사보다 높아서인지 평소에 뭔가 잘 보이면 도움이 될 거라 여긴다.


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조선일보 90주년 생일선물로 기사를 하나 쓰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별로 안 좋아했다. 굳이 거기하고 싸워야 하나, 저놈들이 힘이 센데 혹시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사실 해코지, 없다. 할 수 있는 거, 별로 없다. 조선일보가 괴롭혀봤자 별거 아니다. 전 사원이 다 쪽박 찰 일도 없고 손해는 그냥 좀 감수하면 된다. 그런데 그 조금의 손해를 사람들은 크게 생각한다. 엄청 잘 먹고 잘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면 모를까. 조선일보에게 받을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조선일보 기사가 문제가 있더라도 혹시나 불편해질까 봐 웬만하면 모른 척했지만 앞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책에 조선일보 때리는 내용을 세게 넣는데 출판사가 가려준다며 뺀다면 그건 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가야 조선일보가 잘한다. 이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이게 조선일보의 힘이다. 괜한 공포.


장자연 씨의 매니저 유장호 씨를 만났다. 그 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작 장 씨가 유서에 분명하게 지목한 조선일보 사장은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 경찰 높은 사람한테 따졌다.

"왜 수사를 안 해요? 그리고 왜 나를 조사하는 거예요?"

"음…… 그래도 이렇게 됐으니 해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조사했나요?"

"안 했죠."

"방상훈 사장은 안 하고 저만 수사하는 게 말이 돼요?"

"말은 안 되죠. 근데…… 좀 도와주세요."


조선일보 사장은 수사 발표 하루 전날 조사를 받았다. 그것도 딱 한 번. 35분 만에. 이름과 주소만 써도 30분인데 35분에 무슨 조사를 받나. 무슨 수로 조서 11장을 끝내나. 뭘 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친절하게 문답도 알아서 다 써오고 조선일보 사장은 사인만 한 거다. 미친 수사력이다.


한 젊은 여성이 죽어가며 말을 남겼는데 사람들은 못 들은 척한다. 개인적 억울함뿐 아니라 범죄행위가 있다는데 경찰은 변죽만 울리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당시 장자연 리스트 수사 지휘를 한 경기경찰청장이 바로 조현오 청장이다.



우리는 노무현을 아직 보내지 않았다

누가 노무현의 곁을 지켰나?

2012년 다시 선거 바람이 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MB는 레임덕에 빠져 있는 불쌍한 대통령으로 묘사된다.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을 대신해 전면에 나섰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주변을 보라는 말이 있다. MB 주위에 이권공동체가 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동지가 있었다. 노무현과 동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왜 그들은 폐족이 되어야 했을까?


[리포트] "대통령과 친했다고 무조건 잡아들이니……"

[시사IN 83호] 2009.04.13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오래된 친구이자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57)이 구속됐다. 자신의 회사에서 회사 돈 266억 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였다. 그러나 검찰의 관심은 강 회장의 돈이 노 전 대통령과 측근에게 흘러갔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이 팩트다] 강금원과 천신일, 그 하늘과 땅 차이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MB에게는 천신일 회장이 있고, 노무현에게는 친구 강금원이 있었다. 대통령 옆에 있다가 두 번이나 옥살이를 했지만 그는 깨끗한 사람이었다.


강 회장은 노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다른 사람에게 돈 받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주었다. 아무런 조건도 없었다. 노 대통령은 강금원 회장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3년 강 회장은 구속됐다. 혐의가 산더미 같았는데 결국 공금횡령과 세금 포탈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자들은 그의 죄명이 고성방가(高聲放歌)라고 표현했다.

2009년 3월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을 먼지떨이 수사를 할 때였다. 크게 사업하는 강금원 회장이 다시 타깃이 됐다. 자기 회사 돈을 빌려갔다가 한 푼도 틀리지 않게 다 갚았고 심지어 이자까지 더해 갚았는데 구속됐다. 실제 액수도 검찰이 발표한 액수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었다.


구속될 당시 강 회장은 뇌종양으로 인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술을 요할 정도로 위중했다. 하지만 법원은 병보석마저 허가하지 않았다. 반면 2010년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회장은 교도소보다 병원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 그는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삼성서울병원 VIP룸에 머물고 있다. 옆방에는 절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강 회장은 "내가 일주일만 일찍 보석으로 나갔으면 안 돌아가셨을 것이다"라며 서럽게 울었다. 슬피도 울었다. 교도소에서 나온 후 강 회장은 뇌 수술을 받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지금도 건강이 좋지 않다. 외부 활동을 전혀 못한다. 어서 빨리 쾌차하셔야 할 텐데…….


[꼼꼼한 뒷얘기] 난 누군가를 죽이는 기사만 쓴다

난 누군가를 죽이는 기사만 쓴다. 누군가의 비리나 치부를 쓰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어쨌든 한 사람을 죽이는 기사를 쓸 때는 잠을 제대로 못 잔다. 그 사람의 인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잘 먹지도 못하고 기사를 낼까 말까 고민한 적도 있다.


나는 모든 기사를 소송을 염두에 두고 쓴다. 워낙 소송을 많이 당해서 이번 기사는 걸린다 어느 문구가 문제 된다를 어지간한 변호사만큼 알고 있다. 상대가 걸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얼마만큼 진다는 것도 거의 안다. 되도록 걸리지 않게 쓰려고 하지만 소송에 걸려 변호사비를 쓰고 배상금을 물어주고라도 꼭 쓰는 기사들도 있다.


나는 기사가 나가기 전 당사자한테 미리 말해준다. 기사를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기사 파장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이나 국정원 사람들도 내가 기사를 빼거나 고쳐주지 않는 건 알지만, 큰 기삿거리일 경우 쓸 때쯤 되면 다 알고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어디까지 나간다고 얘기해준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끔 외압을 넣는데 역효과다. 대놓고 욕한다.



우리는 모두 약자다

당신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평생 한 곳에서 살다 죽는다면 굉장히 운이 좋은 거다. 다이나믹 코리아에서는 살던 곳에서 쫓겨나거나, 수십 년 동안 밥벌이를 하던 터전이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아파트나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당연히 건설 회사들이 돈을 벌고, 땅부자들은 더 잘살게 된다. 대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 국군이나 미군이 이 땅이 필요하다고 하면 역시 쫓겨나야 한다. 평생 살아온 마을을 떠나 기댈 이웃 없는 낯선 곳으로 옮겨 사는 일은 두렵고 외롭다. 게다가 새 정착지에서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 막막하다.


살던 곳에서 지금 살던 대로 살겠다고 하면 철거 용역들이 위협하고 못살게 군다. 때리기도 한다. 대들면 경찰은 용역 깡패는 놔두고 주민만 잡아간다. 쫓아내지 말라고 시위를 하면 경찰이 잡아간다. 전쟁터도 아닌데 군인들이 오기도 한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주민들은 결국 전과자가 되어 쫓겨난다.


대한민국에 산다면, 상위 10퍼센트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만일 아직까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아주 운이 좋은 거다.


[리포트] "용산 철거 용역 목포 조폭과 관련"

[시사IN 74호] 2009.02.07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나.


망루에 오늘 이유를 철거민들은 용역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난 1월 20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만난 한 철거민은 "용역이 무서워 망루에 올라갔다. 그냥 있으면 일방적으로 맞으니 살려고 망루로 도망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철거민은 "용역들에게 한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공포와 분노를 짐작할 수 없다. 용역 깡패들에게 맞설 힘이 모자라니 요새를 만들고 화염병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은 폭력의 치외법권지대다. 철거가 추진 중인 용산 거리는 비열한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지난여름부터 철거를 거부한 세입자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매일 아침 오물과 음식 쓰레기가 수북이 쌓였다. 빈집에는 밤마다 불이 났다. 용역들의 소행이었다. 철거민이 떠나고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들수록 폭력의 수위는 높아만 갔다. 어렵게 식당 문을 열면 험악한 용역들이 들이닥쳐 손님과 시비를 벌였다. 편의점에서 손님이 술을 마시면 술 먹는다고 때리고, 쳐다보면 쳐다본다고 때렸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일이 용산에서는 다반사였다.


용산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한 세입자는 "신고를 해도 이 동네에는 경찰이 잘 오지 않았다. 와서도 용역이 합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말했다. 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세입자들은 거의 매일 용역에게 폭행당했다. 지켜보는 구청 직원과 경찰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용산 4구역 철거 용역을 맡은 회사는 호○건설과 현○건설산업. 사고가 난 남일당 건물과 그 주변을 관리하는 회사는 호○건설이다. 하지만 경찰 물대포를 쏜 용역 직원이 현○ 직원임을 보더라도 두 회사가 공조 철거에 나섰다는 철거민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높다.


호○건설은 2006년 2월 본격적으로 철거업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이 재개발 사업을 하는 서울 종암동·석관동·길음동·마포·아현동, 그리고 사고가 난 용산의 철거를 맡은 회사가 호○건설이다.


호○건설이 전남 목포의 폭력조직 ㅅ파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건설업계와 조직폭력배 사이에서 파다한 소문이다. 철거 회사를 운영하는 한 조직폭력배는 "입△·호○의 ㅁ과 ㅇ은 (조폭)생활하는 ㅅ파 식구들이다. 철거라는 것이 전형적인 건달 사업인데, 입△·호○은 조폭 바닥에서 가장 성공한 조직이 하는 회사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팩트다] 삶이 무너지면 종북좌파가 된다

주민들을 쫓아내는 방법은 너무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다. 용산을 보자. 불내고 죽여가며 사람을 쫓아냈는데 현장은 아직도 그대로다. 참사가 벌어졌던 용산 4구역은 현재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를 두고 다투느라 공사가 중단돼 있다. 3년 동안 공사도 진행하지 못하면서 철거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무리한 철거를 강행한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 등 몇몇 인권 후진국을 제외하고 이렇게 폭력적으로 재개발을 하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내 땅에 내가 살고 싶어도 동네가 개발되면 떠나야 한다. 이사 않고 버티면 삼성, 대림, 포스코 같은 굴지의 건설 회사들이 철거 회사에 용역을 준다. 즉 깡패들이 들어오는 거다.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는 목포에서 올라온 스노아파 일당이 철거에 나섰다(스노아 다방을 근거지로 만들어졌다고 스노아파가 됐다). 이들이 삼성물산하고 연결돼서 이 지역 정리를 맡았다. 용산 참사 당시 용역 깡패들과 삼성의 커넥션을 취재하자 삼성 측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사람이 찾아왔다. 삼성 로고도 함께 기사에 넣었다. 아무튼 이런 식의 대기업과 조폭의 유착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깡패들이 차린 철거 전문 회사 몇 개는 대기업의 비호를 등에 업고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깡패와 공권력의 공생 메커니즘은 여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깡패들이 재개발 현장에서 하는 일은 욕하고, 시비 붙이고, 불 지르고, 똥 푸고……. 깡패들이 철거하러 들어갈 때 구청 직원과 경찰이 같이 들어간다. 깡패들이 주민들을 팰 때는 뒤에 가만있던 경찰이, 주민들이 쇠파이프 들고 돌 던지면 폭력 죄로 잡아간다. 경찰들이 깡패들을 비호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국가인가?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다. 재판 결과를 보면 망루에 사람들이 올라간 건 경찰을 죽이기 위해서라는 결론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 쫓겨나면 살길이 막막하니까 터전을 지키려고 한 것이다. 깡패들이 몰려드니 겁이 나서 살려고 망루에 올라간 것이다. 자기가 죽을 거 뻔히 알면서 안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가게를 지키겠다고 망루에 올라간 사람은 3년째 감옥에 있고, 공사하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사면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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