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현대 전쟁학의 대가이자세계적인 역사학자 가브리엘 콜코의 최신작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세계 금융위기까지를 광범위하게다루면서 미국의 패권이 어떻게 약화되고 쇠락의 길을 가는지를 보여준다. 쇠락하는 미국의 힘, 그리고 그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체제의 파괴,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 주도의 연합, 이란과 이라크와 이스라엘, 세계 경제에 관한 최근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논거를 토대로 미국이 더 이상 초월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권국이 아님을 증명한다.
■ 저자 가브리엘 콜코(Gabriel Kolko)
1932년뉴저지 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2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졸업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뉴욕주립대에서 강의했다. 이후캐나다로 이주해 1970년 요크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동 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임 중이다. 윌리엄 애플먼 윌리엄스, 하워드 진등과 더불어 초기 신좌파(New Left)를 주도한 역사학자로 인정받았으며, 특히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연구해"정치자본주의(Political Capitalism)"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는 행동하는 학자이기도 했다.베트남전쟁 중에 그는 프랑스와 남베트남, 북베트남을 수차례 방문해 직접 공산주의자들과 만나 대화했으며, 구호물자를 모아 베트남에 보내기도했다.
냉전의 기원, 20세기 미국의 대외 정책,베트남전쟁, 중동 문제 등을 연구해 14권의 책을 발표했는데, 그의 역사 관점과 주장은 토머스 매코믹, 로이드 가드너, 브루스 커밍스 등 진보적역사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석학인 노암 촘스키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대외 정책을 비판하는 많은 저서에서 가브리엘콜코의 주장과 논거를 인용하면서 그의 연구 업적과 논점에 대해 경의를 표해왔다. 일례로, 촘스키는 1972년에 발표된 콜코의 저서 『힘의한계』에 대해 최근 진화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을 정확히 고찰한 가장 의미심장한 연구 성과라 극찬한 바 있다.
『미국의 부와 힘:사회 계급과 소득 분배 분석』『보수주의의 승리』『전쟁의 정치학: 세계와 미국의 대외정책, 1943∼1945』『힘의 한계: 세계와 미국의 대외정책 1945∼1954』『전쟁의 세기: 1914년 이후의 정치, 분쟁, 사회』『전쟁의 시대: 세계와 맞선 미국』 등의 주요 저서에는 역사학,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아우르는 그의 넓고 깊은 학문,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양심, 인류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역자 지소철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해적과 제왕』『2003이라크 전쟁』『아버지들의 신념』『공산주의 현주소」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 왜 미국의 세기는 막을 내리는가?
1부 덫에 걸린 자본 - 미국의 금융 위기
1장세계 금융시스템의 변화
2장 대량 금융 파괴 무기들
3장 미국, 금융 폭격을 당하다
2부 소멸하는 패권 - 불안한 미국의 대내 외정책
4장 무엇이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가?
5장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6장 부상하는 유럽, 소멸하는 미국
7장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합리적전망
3부 준비된 재앙 - 중동 정책의한계
8장 이스라엘의 탄생
9장 미국의 무능, 이스라엘의 마지막 기회
10장 이란과 미국, 세기의 대결
4부 정보와 기술, 그리고 미래의 전쟁- 향후 국제관계의 미래
11장 정보의 한계
12장 기술과 미래의 전쟁
13장 미국의 세기는 막을 내리고있다
제국의 몰락
덫에 걸린 자본 - 미국의 금융 위기
미국은 상품 및 서비스 수지에서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자동차와 장난감, 중국산 의류 등에 대한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미국이 이미 적자 상태에 있던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상품 및 서비스 수지의 적자는 일곱 배나 증가했고 2006년 상품 수지는 8,38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기록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할 무렵 연방 정부의 수입, 지출, 부채는 흑자였다. 그가 흑자를 적자로 돌리는 데는 일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적자는 4,000억 달러로 증가했다(2008년). 2008년 6월에 열린 미 의회합동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이라크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은 3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달러화 대신 유로화가 준비통화로 격상되고 있다. 무역가중 달러지수는 2002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 연 평균 10퍼센트씩 하락했다. 달러의 가치와 지위 하락 역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금융폭격을 당하다
지금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여기 반대하는 사람들(그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최전선에서 자본주의를 수호해온 기관들과 개인들의 주장을 믿는다면 우리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혹은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가까운 미래에 위기를 맞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손실
우리는 그저 많은 수치들 중 몇 개를 통해 대략적으로만 손실 규모를 계산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의 위기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함께 시작되었다.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총 가치는 1조 3,000억 달러였으나 현재는 그보다 훨씬 가치가 떨어져 있다. 이 위기가 미국의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통계에 의하면 이 위기로 인해 주택 가격은 앞으로 10퍼센트 더 하락해서 수조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간접적으로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더 큰 금융 시장에서 여러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시장은 독일, 프랑스,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은행들을 거대한 소용돌이에 밀어 넣음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진화해온 세계의 금융 시스템 전반에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은행들은 주로 차입매수에 포함시키려 했던 사모펀드 부채에 약 3,000억 달러를 넣어두고 있다. 이 은행들은 이 채권들을 할인해서 팔거나 대차대조표에 기입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이든 손실이 불가피하다. 파산에 직면했던 독일작센주립은행이 173억 유로를 차입해 구사일생으로 회생한 사건으로 유럽의 은행들이 대부분 미국에 있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sset-backed commercial paper, ABCP)과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5,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에서의 실패로 유럽 역시 위기에 직면했다. 그 여파는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대혼란의 가장 큰 희생자는 헤지펀드이다. 약 1만 개의 헤지펀드들 대부분이 모든 것을 운에 맡기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기업들에 자본을 제공하면서 은행보다 더 큰 리스크를 감수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상업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었다. 많은 헤지펀드가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수학적 모델에 의지해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돈을 가장 많이 잃은 것이 이런 헤지펀드들이지만 2007년 8월에는 다른 전략을 토대로 투자한 헤지펀드들 역시 손실을 입었다. 대규모의 파산과 긴급구제금융이 이어졌고 그런 사태에는 대형 투자회사들도 일부 끼어 있었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서 돈을 회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투자 보유액의 실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논란이 분분하고 평가액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그 가치를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모두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소멸하는 패권 - 불안한 미국의 대내ㆍ외 정책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합리적 전망
미국의 대외 정책 딜레마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의 야망이다. 그 야망은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토대로 어디서든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련이 있을 때는 미국의 야망이 조금이나마 통제되었다. 소련의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고, 유럽에는 부분적인 균형, 즉 공포라는 심리적 균형점이 있었다. 게다가 소련은 언제나 동맹국들에게 미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조언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억제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사라졌듯이 나토 역시 SEATO와 CENTO처럼 해체의 과정을 밟고 있다. 1999년 세르비아를 상대로 벌인 전쟁은 나토의 종식을 더욱 가시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파병을 반대하는 한편 나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소련에 맞서는 대신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에 반발했다. 나토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은 점점 붕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적어도 8개국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UN에 따르면 그 외 30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는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소련이 존재했고 다른 국가들이 가난해서 핵무기를 만들 수 없었던 시절과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는 더 위험해졌고,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자신의 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은 채 50년 전에 품었던 야망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종 무기들도 급속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여기에는 미국의 무기 수출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2001년 부시 정권이 출범했을 때 이라크는 중요한 의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럼즈펠드의 말을 빌리면 부시 정부는 “전향적인(forward-leaning)” 대외 정책과 적극적인 군사행동주의에 몰두했다. 만일 9.11 테러가 없었다면 부시 정부는 중국과 맞서려 했을 것이다. 중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대등한 경쟁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는 나중에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비록 이라크가 군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재앙이 되었고 베트남전쟁 보다도 더 짧은 시간 안에 미국 국민들을 소외시켰지만 말이다. 미군은 동요하고 있고 무기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라크는 여러 개의 세력권으로 쪼개지거나 내전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라크인들에게도 그 전쟁은 재앙이었지만 실상은 한국, 베트남 등 여러 지역에서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저지른 실패가 다시 한 번 반복된 것일 뿐이다.
이라크의 저항이 분산된다고 해도 미국의 패배는 변함없을 것이다. 이라크가 엄청난 상처를 피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미국 정부의 전문가들도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를 예측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베트남의 재앙을 경고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우려는 무시되었다. 우리는 평화보다 전쟁이 더 고결하게 여겨지는, 비극적인 세상을 살고 있다. 또한 평화가 아닌, 전쟁에서 이득을 얻는 군수업자들이 무기 숭배를 설교하며 로비를 벌이는 바람에 “평화보다는 전쟁이 더 고결하다”는 생각이 더욱 강화된다. 미국은 이라크라는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 하겠지만 오직 이란만이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사담 후세인의 패배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것은 바로 이란이다. 그러나 이란으로서는 이라크에서의 패배와 미국 대선에서의 패배로부터 부시 정부를 구해줄 이유가 없다.
미국의 반대 세력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고 미국은 그 세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분명 헤게모니를 지키려는 과정에서 미국은 경제적으로 파산할 것이고 동맹 관계도 깨질 것이다.
준비된 재앙 - 중동 정책의 한계
이란과 미국, 세기의 대결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문에 엄청나게 늘어난 석유 수익에 대해서 이란은 미국에 고마워해야 한다. 덕분에 이란은 그 돈으로 미국의 적대 정책에 저항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확보했고, 페르시아 만 국가들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으며, 어떤 비행기든 격추시킬 수 있는 러시아제 무기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석유 회사들을 위해 이라크를 접수하려던 미국은 미련하게도 이란을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라크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중동 지역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왜냐하면 페르시아 만 국가들은 엄청난 액수의 미국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는 석유 가격의 기준 통화이기 때문이다.
2008년 3월 라이스 국무장관이 걸프 지역을 방문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는 더 이상 이란에 대한 미국의 모험을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에서 용납하기 힘든 혼란을 야기하는 바람에 그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졌다는 말도 했다. 2008년 5월 말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유대인 국가에 대한 예찬과 함께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고리타분한 설교를 늘어놓았다. 미국이 이렇게나 절망적으로 아랍 세계와 사이가 틀어졌던 적은 없었다. 그곳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1945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한편 그 지역에서 전략적 패권국으로 부상한 이란은 모든 방면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막대한 석유 수익을 쓰고 있다. 세계 2위의 석유 보유국인 이란은 자국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모든 노력들을 성공적으로 무산시켰다. 석유는 가격과 상관없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천연자원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경제는 동력을 잃게 되고, 동력을 잃으면 경제는 원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란은 미국이 도전하기에는 정말 부적절한 국가인 셈이다. 또한 이란은 중동의 다수 종파인 시아파를 자극해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2008년 5월 부시가 그 지역을 순방할 때 레바논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이란과의 전쟁이 곧 시아파가 있는 모든 곳에서의 전쟁을 의미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했고,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켰으며, 1945년(이때는 성공했지만) 이후 수차례 이란의 정권을 전복시키려 했다. 이런 중동에 대한 정책들만큼 미국의 힘이 소멸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초창기부터 계속된 미국의 수많은 개입이 그 지역에 반목과 혼란을 낳았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정치가 불안정한 핵무기 보유국 파키스탄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은 예전부터 파키스탄의 핵무기들을 통제하고자 했다(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의 노력들이 낳은 최종적인 결과는, 성공 가능성이 훨씬 더 희박한 곳으로 전쟁을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미국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은 또다시 헛된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요구들을 하면서 파키스탄과 맞서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막다른 골목에 몰림으로써 실패가 더 큰 실패를 낳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할 것인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위기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포기할지 모른다. 이란과의 전쟁은 경제적으로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유 가격이 올라가 일반 대중이 석유를 구하기 힘들어지면 수많은 나라가 정치적 불안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석유를 팔 준비가 되어 있는 국가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석유 생산량을 최대로 늘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 남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미국의 전략은 엉망진창이다. 이 문제는 전 세계 경제력의 균형과 미국 정부가 적으로 여기는 국가들의 역할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페르시아 만의 국가들은 시아파의 이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하며, 이란은 그들 국가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페르시아 만 협력회의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덕분에 이들 국가들은 초고층빌딩과 이국적인 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었다. 돈이 넘쳐나는 페르시아 만의 국가들은 미국의 주요 은행들(지난 10년간의 잘못된 경영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로부터 자금 지원을 요청받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미국의 달러화는 준비통화로서의 자격을 잃었거나 잃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 국가의 식량 수입이 증가하면서 달러화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페르시아 만의 국가들은 거액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미국이 요청하더라도 그 국가들이 미국의 항공기나 미사일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도록 허락해줄 가능성이 극히 낮다. 페르시아 만의 국가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이란과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 이제 페르시아 만의 국가들은 미국이 현실을 바꾸려는 시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뒷받침하는 마지막 거점이었지만 역시 많은 돈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2008년 3월 라이스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완전한 실패였고, 그녀는 더 이상 협력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일부 영향력 있는 이스라엘의 전략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아랍의 반이스라엘 국가들이 석유 수출로 얻는 막대한 수익에 의해 결정날 것이라 우려한다. 그 국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한하다. 석유와 재원(財源)이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현재 너무 광범위한 지역에서 너무 과도한 임무를 떠맡고 있다. 미군은 총알받이 취급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소외되어 점차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전쟁은 모두 패하고 있다. 이 두 전쟁을 위해 돈, 아시아 지역의 장비, 세계 전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서반구에서의 통제력까지 희생되는데도 말이다. 미 합동참모본부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전쟁은 수년전부터 국경을 넘어 부족들이 관할하는 파키스탄의 북부에까지 번졌으며, 미국이 탈레반을 거의 패배시킬 무렵부터 오히려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미군은 이제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곳에서 전쟁은 수년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벌이기에는 병력이 부족하다. 또한 전쟁에 필요한 자원들은 남아시아나 이른바 제3세계의 또 다른 국가에 묶여 있다.
이란은 페르시아 만에 있는 많은 섬들을 오랫동안 요새화했다. 그들이 보유한 무기의 90퍼센트를 파괴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해도 남아 있는 10퍼센트의 무기만으로도 많은 선박과 유조선을 침몰시킬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뚫을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배치했다. 2007년 중반 미국 해군은 277척의 전투함 중 절반을 이란 영해 근처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이란은 약 140척의 전투함과 여섯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페르시아 만을 통한 석유 수출은 감소할 것이다(어쩌면 완전히 차단될 수도 있다). 또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은 이란인들의 영향을 받은 시아파 무장 세력들에 의해 발이 묶일 것이다.
현재 이란은 일본, 중국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동맹국들에 하루 평균 250만 배럴의 석유를 팔고 있고 외환 보유고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란은 그 돈으로 미국의 항공기들과 선박들을 효과적으로 격추시키고 침몰시킬 수 있는 최첨단 러시아제 무기들을 구입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제 가까운 사이가 되어 에너지 정책에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섣불리 건드리기 힘든 국가가 되고 있다. 이란이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를 갖고 있든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물리치고도 남을 내부 결속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퇴임한 올메르트와 그의 측근들은 미국에 이란과의 전쟁 구실을 만들어주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항공기들은 시리아와 요르단의 영공을 통과해야만 이란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이란인들은 시리아 상공을 무사히 지나온 이스라엘 항공기들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응책들이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자살 공격 임무에 나섰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란은 조만간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명목상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원자력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중 몇몇은 핵폭탄을 제조할지도 모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8년 파키스탄에서 핵폭탄을 구입하려 했고,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란이나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해서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수백 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부 전략가들은 상호 핵보유를 통한 전쟁 억지력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다른 변수들도 있을 수 있다.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기껏해야 낙제점을 겨우 면할 것이다. 어쩌면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동안 치른 대부분의 전쟁에서 미국은 패배했다. 만일 이란과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은 또다시 장기전을 치르고도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미국은 아마도 전쟁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와 기술, 그리고 미래의 전쟁 - 향후 국제관계의 미래
기술과 미래의 전쟁
1970년대부터 미국의 최고의 과학 선진국이라는 지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미국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들 중 상당수는 망명자들이었다. 미국의 과학기술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외국에서 유입된 ‘두뇌’ 덕분이었다. 미국은 외국 태생의 과학자들 덕분에 잠시 선두에 서서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했지만 점차 다른 국가들에 추월당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 결과 과학 기술, 다시 말해 자동차나 핵무기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 기술이 확산되었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언제든 쓸 수 있는 6,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최소 60개, 어쩌면 150개, 파키스탄과 인도가 약 110개, 그리고 북한이 15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핵 확산은 엄연한 현실이다. 많은 국가들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거나 구입한 상태이다.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그리고 어떤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 강대국들, 특히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어깨에 메고 다니거나 길가에 묻을 수 있는 ‘재래식’ 무기와 폭탄이다.
중국은 수년 동안 사이버전에 대비해왔고, 이제는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하는 ‘사이버 웜(cyber-worms)으로 미국의 우주무기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보다는 가난한 국가들이 훨씬 중요하다. 미국이 그들 영토에서 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50년 이후 미국은 약소국들과 전쟁을 벌여왔고, 이들 약소국들은 게릴라전과 ’베트콩(Viet cong) 스타일의 전투를 통해 전투 기술을 향상시켜왔다. 헤즈볼라와의 대결에서 얻은 이스라엘의 경험이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이 겪고 있는 비참한 실패들이 이를 입증한다.
더 이상 미국의 힘이 지배적인 곳은 없다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 쓸모가 없어진 군사 기술에 미국은 수조 달러를 투자했다. 1991년 소련이 사라진 후 미국에는 유난히 값비싼 무기, 핵폭탄, 지나치게 파괴적인 무기들로 무장한, 비용이 많이 드는 공군이 남았다. 실질적인 적들의 부재는 재앙이었다. 목적을 상실한 미국은 이제 적들을 마음대로 선택하게 되었다. 가난한 아프가니스탄의 부족민들, 이라크인들, 어쩌면 중국, 볼셰비키가 사라진 러시아, 남아메리카의 군사독재정권들, 국경선을 따라 활동하고 국적이 모호한 소규모의 비밀 조직들…… 이제 선택은 무한하다. 미국은 냉전의 유산이 아닌, 진정한 적들, 인정할 수 있는 적들을 필요로 한다.
1917년부터 1991년까지 ‘공산주의’를 압도하고 역사마저 초월했던 미국의 힘과 야망이 지금처럼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던 적은 없다. 미국은 1945년 이후 그랬던 것처럼 세계가 더 이상 자국의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길러온 오만과 야망이 점차 현실과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로 인한 정치적, 군사적 결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미국은 자국과 대등한 경제력을 갖춘, 심지어 가까운 미래에는 자국을 능가할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때 미국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독립적인 힘을 갖춘 국가들과 세계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무엇이 미국의 지배력을 대신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중국과 인도가 미국보다 더 강해질까? SEATO와 CENTO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미국의 모든 동맹들은 사라졌고 나토 역시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 필수 자원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러시아와 중동 국가들의 부와 정치적 영향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자원 가격의 급등은 실질적인 추세인가, 아니면 투기꾼들의 개입인가? 핵 확산은 얼마나 더 진행될 것인가? 일본은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인가? 일본에는 언제든 이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핵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그래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질 것인가? 아마 이것이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일 것이고,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점이기도 하다.
식량과 필수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산주의 선동가들이 활동할 때보다 더 심각한 사회불안이 가난한 국가들에서 발생할 것을, 2~3년 전에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식량 가격의 급등은 사회를 전복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이끌 만한 조직화된 힘이 없다. 다양한 형태의 항의와 저항이 일어날 것이고 각기 다른 세력이 이를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공산주의가 들어서기보다는 대혼란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반대 세력이 출현할 수도 있다.
공산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로 구성된 반대 세력이 사라지면서 그들의 신뢰성도 함께 사라졌다. 무엇이 그들을 대체할 것인가? 분명히 반대 세력은 나타날 것이다.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불평등, 지구 온난화, 정치적 불안, 전쟁, 기아, 실업 등 반대 세력이 등장할 조건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반대 세력의 정확한 성격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형태든 새로운 저항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쇠락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의 힘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약해지기 시작했고, 쿠바와의 관계에서 더욱 쇠락했으며, 베트남에서 급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가 미국의 쇠락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세계 그 어디에도 미국의 힘이 지배적인 곳은 없다. 세계는 미국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변하고 있다.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역과 군사적 영역 등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미국의 힘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위기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위기들은 어느 대륙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이 지배하던 세기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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