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종말시계

   
크리스토퍼 스타이너(역자: 박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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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2��



■ 책 소개
1갤런당 유가가 2달러씩오를 때마다 도미노처럼 일어나는 세계 경제와 사회의 대격동 시나리오를 예측한 책으로, 저자는 화학, 건축, 토목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우리의 일상이 석유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15년 전에 마지막으로 타본 비행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고, 태양열을이용해 생산된 전기와 온수를 사용하고 물을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석유의 공급 부족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매우구체적이며 사실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그리고 양어장의 수산업 종사자와 항공업 관계자, 지하철 토목 전문가와 철도 경영자까지 다양한 취재를 통해석유가 걸프 만 지역의 사막에 묻혀 있는 찐득한 검은 액체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 저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크리스토퍼스타이너는 「포브스 매거진(Forbes magazine)」의 수석 보도 기자이다. 그는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으며,일리노이즈 대학에서 토목을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 역자 박산호
한국 외국어대학교인도어과와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세계 대전 Z』『카르페 디엠』『내 인생은 로맨틱코미디』『경영의 창조자들』『당신을 키워주는 상사는 없다』『도살장』『차일드 44』『내 안의 살인마』『솔로이스트』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 - 석유가 사라진 이후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
프롤로그 -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세상
4달러의 전주곡 - 유가가 지배하는 인간의 삶
1갤런당 6달러- 멈춰 선 SUV의 무덤
1갤런당 8달러 - 사라진 항공기, 텅 빈 하늘
1갤런당 10달러 - 자동차의 개념이뒤바뀌다
1갤런당 12달러 - 교외 지역을 탈출하다
1갤런당 14달러 - 작은 마을의 반란, 월마트의 굴욕
1갤런당 16달러 -초밥의 종말
1갤런당 18달러 - 철도의 르네상스
1갤런당 20달러 - 에너지의 미래
에필로그 - 21세기의 어느 날, 뉴욕브룩클린





석유종말시계
 
4달러의 전주곡 - 유가가 지배하는 인간의 삶

치솟는 유가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 이 질문에 대해 미숙하게나마 두 단어로 답을 해보면 이렇다. 너무나 많이. 하지만 이는 이렇게 단순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석유와 휘발유는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무더운 여름날 1갤런당 3달러 50센트를 내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면서 석유의 존재를 절절하게 실감할 때도 있다. 그리고 또 어쩔 때는 뉴욕 시민이 아이다호에서 먼 길을 거쳐온 감자 하나를 살 때나, 또는 당신이 쌀쌀한 밤에 집의 자동 온도 조절 장치의 온도를 높이거나, 먹다 남은 음식에 랩을 씌워서 보관할 때나,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고등학교가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주 대항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기로 하는 것과 같이 휘발유의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그만큼 폭넓게 우리 생활에 확산될 걸 의식하는 순간도 있다.


왜 유가 상승은 멈추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 때문에 2008년과 2009년, 석유 수요가 감소하긴 했지만 그 소강상태 또한 일시적일 뿐이다. 근일 내로 당시 경기가 살아난다면 그만큼 석유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또 전 세계 인구분포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층인 중산층이 증가하면 그에 발맞춰 석유 수요도 커지게 된다. 향후 12년 내에 세계 인구는 10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중산층은 전보다 10억 8,000명이 더 늘어나고, 중국에만 새로 6억 명이 중산층으로 진입할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중산층은 지금보다 30퍼센트 증가해서 2020년까지 지구상의 전체 인구의 52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2025년에 중국의 중산층은 세계에서 가장 큰 중산층 집단이 될 것이며, 인도의 중산층은 지금보다 10배가 더 늘어날 것이다.


유가가 너무 높게 올라 미국과 유럽 같은 곳에서 심각하게 수요가 위축된다고 해도, 한 번에 10퍼센트씩 경제가 성장하는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석유 사용이 여전히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큰 규모의 성장은 하룻밤 사이에 증발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 중국 같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는 성장하기 위해서 석유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석유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세계 석유 수요를 늘리는 계층에 맞는 수입과 삶의 스타일을 보유한 채 이 세계에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수요에 대한 압박은 점점 증가하는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를 찾아서 추출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이른바 ‘피크 오일’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지점에 도달했다. 피크 오일이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에 오른 뒤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20개 주요 산유국의 절반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나라들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85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석유의 절반이 그 유전지대의 0.03퍼센트인 지역에서 공급된다는 점이다. 이는 거대 유전지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거대 유전지대의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세계 석유 공급량 역시 어쩔 수 없이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붕괴되는 석유 기반시설의 경고
급격하게 치솟는 수요와 줄어드는 공급이라는 단순한 경제학에 덧붙여 휘발유와 에너지 가격에 대해 또 다른 측면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석유 기반시설이 무너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유수의 석유 관련 투자 전문 은행인 ‘시몬스 앤 인터내셔널’의 창립자인 매튜 시몬스는 세계 곳곳에 위치한 정제소, 파이프라인, 착암기, 저장 탱크의 80퍼센트가 부식되고 녹슬어서 이에 대한 수리나 대체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즉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기반시설을 다시 짓거나 수리하는 데 50조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이 들어간다. 이 비용은 줄어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쓰든, 긴박하게 필요한 보수 공사에 투자하든 결국엔 실수요자이자 소비자인 우리에게 전가될 것이며 이로 인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다.


모든 에너지 가격을 뒤흔드는 유가 도미노
석탄, 천연가스, 에탄올, 심지어 원자력과 같은 다른 에너지원의 비용 역시 유가에 맞춰 인상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사촌들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의 일부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따라서 유가가 오르면 석탄과 곡물을 기반으로 한 연료 가격 역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 역학은 하나의 시세로서 작용하게 된다.


어떤 이들에게 고가의 에너지는 전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에게는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질까, 아니면 악화될까? 우리의 정교한 문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효율 높은 에너지를 어디서 취할 수 있을까? 우리 집은 그대로일까? 우리 사무실은? 차는? 우리 동네는?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유가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대한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1갤런당 8달러 - 사라진 항공기, 텅 빈 하늘
유가가 피할 수 없는 지점인 8달러대로 오르게 되면 대대적인 규모의 항공사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다. 항공사들은 제트기 연료로 등유를 쓰는데 제트기 엔진은 그 등유를 물 쓰듯이 쓴다. 737기는 1분당 약 13갤런의 등유를 소비한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연료 단위는 갤런이 아니라 파운드이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1분당 91파운드를 쓴다고 볼 수 있다.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비행하는 737기는 대략 2만 5,000파운드의 연료를 소비한다. 같은 루트로 가는 747기는 10만 파운드 이상을 소비한다.


불과 6년 전인 2003년만 해도 연료비는 항공사 운영비의 채 13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몇 개월 동안 유가가 1갤런당 4달러가 되자 연료비는 항공사 운영비의 40퍼센트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실로 놀라운 수치이다. 비행기 가격, 지상근무원들과 조종사들에 들어가는 비용, 보험, 공항세, 비행기의 보수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한 항공사 운영비의 거의 절반이 그르렁거리는 유선형의 기계를 공중에 띄우기 위해 필요한 탄화수소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유가가 8달러가 되면 항공사들은 연료비로 운영비의 60퍼센트를 쓰게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항공업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미 항공사들의 암울한 미래
유가 8달러 시대가 지속되면 미국에서 유럽까지의 일반석 가격이, 그것도 그나마 저렴한 편이 2,000달러가 될 것이다. 가족을 데리고 대서양을 횡단해서 파리나 런던이나 로마 같은 곳에 짧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심지어 중상층이라고 해도 선뜻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유가가 8달러에서 더 오르게 되면 대서양 횡단 비행은 점점 더 최상류층과 부자들의 독점물이 될 것이다. 유럽으로 한 번 여행을 가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하고, 돈을 절약해서 10년에 한 번 다녀올까 말까 한 것이 될 것이다.


1갤런당 10달러 - 자동차의 개념이 뒤바뀌다
유가 10달러는 진보와 기술에 대한 보루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가 10달러는 차와 미국인의 깊고도 절절한 관계를 끊고 실용주의와 절약이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사실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유가 10달러 시대를 대비해왔다.


UPS는 2005년, 연료비로 21억 달러를 지출했다. 2008년에는 그 연료비가 두 배로 늘었다. 유가가 10달러로 오른다고 해서 UPS가 현재의 사업 모델을 포기할 수는 없다. UPS는 2007년 지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배달 기사의 루트에서 좌회전을 해야 할 루트를 모두 없애고 다른 루트를 이용하도록 해 2850만 마일의 주행거리와 300만 갤런의 휘발유를 절약했다. UPS는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휘발유 부족이라는 심각한 타격을 완화시키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점에 이르면 석유 사용을 중단할 준비가 될 것이다. UPS는 미국보다 휘발유 값이 3배나 높은 유럽 주요 도시에서 많은 전기 트럭을 시험적으로 운행하고 있는데, 현재 런던 중심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런던 중심부에 진입하는 차량은 통행료로 16달러를 내야 하지만 대체 에너지를 쓰게 유도하려는 영국 정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기 트럭에는 이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게다가 휘발유에 들어가는 비용을 없애서 런던에서 전기 트럭 사용은 재정적으로 이득을 보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UPS가 런던에서 전기 트럭을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10달러에 이르면 UPS는 지금처럼 순전히 연소 기관에만 의존하던 기존 배달차량 부대의 구성을 전폭적으로 바꾸는 데 전념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별반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그저 새롭고 신기한 종류의 차로 인식되며 소호를 누비고 다니는 전기트럭이 그때 가서는 UPS 트럭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UPS는 전기 트럭이 디젤 트럭을 대체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소비자들과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부족한 한 가지는 바로 재정적인 동기다.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가 두 자리 숫자가 되고 센트 대신 달러 표시가 올라오게 되면 UPS의 전기 트럭과 플러그로 충전하는 전기차들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전기차의 세계로 가는 다리,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러그 접속식 하이브리드 차량은 어떤 형태로든 2010년경에는 도로에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코 저렴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가 6달러 혹은 그보다 낮을 때는 그런 비용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이 6달러를 향해 올라가면 플러그 접속식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치와 유용성 역시 올라가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게 될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소 에너지 해법
수소 연료 전지는 깨끗하고,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 전지는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분리해 그 분리한 전자들을 회로를 통과시키면서, 이 회로로 모터를 돌리거나 전구를 켜는 식으로 작동한다. 회로를 통과한 전자는 다시 연료 전지로 돌아와 남은 수소 이온과 산소와 결합해서 수소 연료 전지의 무해한 배출물인 수증기가 된다.


그런데 연료 전지를 제조하는 데 거금이 든다는 문제 외에도 수소의 가장 큰 단점은 어디서 수소를 얻을 것이냐는 문제다. 가장 단순한 원소들이 모여 생성된 이 물질이 저장된 거대한 보고란 없다는 뜻이다. 또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공기나 물에서 수소를 뽑아낼 수 없다. 그러므로 생각지도 못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본질적으로 수소 에너지 저장량은 화석 연료의 저장량과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수소 에너지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기차가 넘어야 할 고비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개인적인 교통수단을 휘발유 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문명을 지속시킬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유가가 10달러가 되면 차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전기차는 가격이 높고, 또 전기차의 중고차 시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로 달리는 차를 쉽게 살 수도 없을 것이다.


휘발유 차는 유가가 10달러를 넘어가더라도 남아 있겠지만 유가가 계속 오를수록 그 역할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휘발유 차를 집의 한쪽에 모셔두고 위급한 상황이나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쓰게 될 것이다. 이는 차가 우리 사회와 체제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도록 놔둔 75년간의 세월이 종말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1갤런당 14달러 - 작은 마을의 반란, 월마트의 굴욕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모든 미국인의 벽장에 세계화를 가져다 준 원동력이었던 월마트는 유가가 14달러로 오르면 쇠퇴해서 결국은 죽게 될 것이다. 준 교외 지역과 미 전역의 전원 풍경에서 유령 상자(새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아무도 쓰지 않고, 돌보지 않는 건물)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유가 14달러가 되면 월마트가 중국의 싸구려 상품을 미국 전역에 퍼뜨릴 수 있었던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 대양과 대륙을 넘나들며 곳곳에 상품을 공급했던 월마트의 공급망은 아주 중요한 상품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 중요한 물건 목록에 주걱과 볼펜은 포함되지 않는다.


고유가는 두 가지 이유로 대부분 도심보다는 시내 가장자리와 교외 지역에 위치한 대형 상점들이 쇠퇴하는 데 일조한다. 첫째로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차를 타고 별 목적도 없이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기차가 있긴 하겠지만 차들과 도로는 더 이상 사회를 결속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집에서 채 2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상점으로 걸어가지, 지금처럼 월마트, 마이어, 타겟과 같은 대형 쇼핑센터에 가기 위해 5마일에서 10마일씩 차를 타고 가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이자 월마트의 몰락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할 일은(적어도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월마트) 소매점의 방대한 생산과 유통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월마트 모델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가가 낮아서였다. 월마트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매장에서 파는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즉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거대한 화물선을 이용해 다시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 별로 비용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담 없는 가격대의 휘발유를 구할 수 없다면 중국에서 온 제품들을 대량으로 운송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월마트의 큰 이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항구에서 물류센터를 거쳐 매장으로 제품을 옮기는 일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월마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회사다. 월마트는 매년 매출액이 거의 4,000억 달러에 이르며 직원만 210만 명이다. 월마트가 주춤하면 전 세계가 알아차린다. 월마트는 전 세계적으로 6,000명의 제품 제조업자들과 거래하고 있으며 그중 80퍼센트 이상이 중국에 있다. 월마트가 무너지면 중국의 제조업 역시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펜, 저가 의류, 가정용품과 같이 싸구려 물품을 만드는 제조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물량의 상품을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사들이 파산하고, 제품 공급망이 열에 하나씩 쓰러지고, 실직자들이 급증할 것이다. 소도시에 있는 대형 유명 상점들, 마을 주민들에게 거의 모든 것을 공급했던 그 상점들 역시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소도시는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 찾은 정체성을 만끽하며 월마트가 퍼뜨렸던 동질화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것이다.


홈디포, 로우스, 타겟, K마트 같은 소매상들도 자사 소속의 거대한 상점들을 닫아서 유령 상자의 수가 늘어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만 1만 개의 유령 상자들이 집단 세계화와 대량 상품 판촉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썩어가는, 거대한 묘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월마트가 사라진 시골 마을의 미래
미국의 작은 마을들보다 월마트의 영향력이 더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없다. 월마트는 사실상 미국의 시골 마을들을 자사 전속 고객층으로 흡수해왔다. 시골에 사는 소비자는 닭다리 하나를 사건, 자루걸레를 사건, 망치 하나를 사건, 아마 월마트에서 쇼핑을 할 것이다.

아이오와 대학의 경제학자인 케네스 스톤은 월마트가 시골 지역사회에 불러온 변화를 상세히 기록해서 명성을 얻었다. 월마트는 1982년 처음 아이오와에 쳐들어왔다. 그리고 그 후 10년 동안 아이오와 주 전역을 휩쓸었다. 스톤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는 1983년에서 1993년 10년 동안 2,300개의 소매상점을 잃었는데, 그 중 37퍼센트는 식품점이었고, 43퍼센트는 남성 의류점이었고, 33퍼센트는 철물점이었다.


사실상 월마트는 이 마을들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작은 마을들에는 한때는 5개에서 6개의 블록 내에 지은 집들로 둘러싸인 마을의 중심적인 상업 지역이 있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설계된 마을 형태는 차가 생활의 중심이 아니었을 때 명백하게 나타냈다. 그 당시에도 차가 있었겠지만 아직은 그 반짝반짝한 크롬 외장으로 우리 삶을 휘감지 않았을 때였다. 마을에는 항상 중심이자 심장이 되는 곳이 있었고 그곳을 기점으로 집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월마트는 그 중심, 심장을 떼어내서 땅값이 가장 싸고 토지구획법이 존재하지 않는, 마을에서 몇 마일 떨어진 양철 지붕을 깐 대형 상점에 이식했다. 그러자 두 가지 일이 발생했다.


월마트가 침투한 도시 지역은 거대 매장이 망한다고 해도 그 사업을 맡아서 할 동네 상점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0.5에이커의 대지 위에 수수하게 지은 목조 가옥에서 살아간다는 교외의 이상적인 삶은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다. 그런 추세를 받아들인다면 소도시의 미래는 없는 것으로 속단하기 쉽다. 하지만 소도시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소도시에서의 삶이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그런 삶을 추구하고 도회지의 빠른 삶보다 소도시에서의 한가한 삶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소도시에서의 삶은 우리가 오랫동안 시골 생활 하면 연상하게 되는 그런 삶과 비슷해지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쓰는 물건은 주로 월마트와 그런 종류의 대형매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평범한 식품과 차별화되는 유기농 식품과 유기농 제품들은 소도시가 아니라 대도시에서 오히려 더 구하기 쉽다. 남부 중서부든 북동부든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간 가장 질이 낮은 상업주의 문화와 접해온 것이다. 그들이 구매하는 물품은 순전히 전국적 규모의 회사들이 낮은 유가에 힘입어 자사의 저가 제품들을 미국 구석구석에 판매한다는 전략에 따라 결정돼서 그 지역까지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가 되면 미국의 소도시로 들어오는 평범한 싸구려 물건들의 전성기가 끝나고, 대형 매장들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1갤런당 16달러 - 초밥의 종말
값싼 기름이 구축한 식품 네트워크

현재 세계의 식품망에 대한 독특한 점은 아주 많다. 현재 세계적으로 어떤 나라의 인건비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고, 또 어떤 나라의 인건비는 어이없을 정도로 낮다. 모든 시장의 인건비를 따져보는 이유는 세계 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운송비가 놀랄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르웨이 해에서 잡은 대구를 얼려서 중국으로 보내면 거기서 아주 낮은 보수를 받는 노동자들이 그 대구의 창자를 들어내고, 가시를 발라낸 후, 포장한다. 그렇게 멋지게 변신한 대구는 다시 고향인 노르웨이의 슈퍼마켓으로 돌아가서 자국의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로 스칸디나비아인들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감귤로 유명한 스페인 해안에 있는 대형 식품도매상에 아르헨티나 산 레몬들이 수천 개의 노란색 병정처럼 선반 위에 일렬로 도열해 있는 동안, 스페인의 레몬들은 지역 감귤 지역 과수원의 땅바닥에서 썩고 있다. 뉴질랜드가 남반구에 찾아온 겨울과 악전고투를 벌이는 동안 키위를 재배할 수 있는 이탈리아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과일인 키위의 세계 최고 수출업자가 됐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때로는 부조리하게 얽혀 있는 세계의 식품망을 재편성하는 일은 치솟는 유가가 벌이는 마지막 묘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표준이자 한없이 복잡해진 식품 네트워크를 개조하려면 아주 중요한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계기가 바로 유가 16달러이다. 농업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그 변화는 생선과 가축 같은 것에 영향을 미친 후 유제품과 다른 동물성 식품으로 옮겨갈 것이다. 주로 수입하는 데다 화석연료를 만드는 비료 역시 변화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원유를 먹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분명 인상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 인상 덕분에 전에는 수입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했던 밀을 이제 직접 키우게 될 것이다.


초밥의 종말
초밥보다 더 요리의 시대와, 복잡하게 얽힌 세계화된 식품네트워크의 본질을 더 잘 밝혀주는 요리도 없을 것이다. 초밥은 물론 일본에서 수세기에 걸쳐 생선을 보존하는 토속적인 방법에서 시작돼 세계적인 수산업의 질서를 다시 세운 막강한 세력으로 발전된 일본 요리다. 초밥 덕분에 셀 수 없이 많은 백만장자들이 탄생했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 파트너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고, 새로운 해양 연구가 진전됐다. 또한 초밥 때문에 해적과 밀수와 국제적으로 복잡한 관료 절차가 탄생됐다.


일본이 세계 초밥 위계 체제에서 최고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초밥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생선이 하나 있다. 레스토랑에 간 손님들은 메뉴에 나온 모든 요리와 모듬회에 나온 회를 다 맛볼 수 있겠지만 초밥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생선은 단 하나, 바로 마구로다. 마구로는 참치다. 그리고 초밥 마니아들이 최고로 치는 참치는 바로 참다랑어다. 물결 모양의 반투명한 지방과 섬세하게 씹히는 맛이 있는 참다랑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생선이다. 거의 1,000파운드에 육박하는 야생 참다랑어는 세계 수산 시장 중에서도 뉴욕 증권 거래소급에 해당하는 츠키지 수산시장에서 한 마리에 10만 달러에 거래된다.


도쿄는 아직도 참치 시장의 중심으로 최고급 참치는 대부분 이곳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참다랑어 수요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런던, 케이프타운과 같이 전 세계 구석구석에 있는 도시에서 나오고 있다. 참다랑어가 배회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항상 어부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 저렴한 제트기 연료와 남아도는 항공 화물 공간 덕에 태어난 신선한 참치 시장은 진정 전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참치는 결코 잡힌 곳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갈 운명이 아니었다. 그 이동 경로는 참치가 참치 식도락가의 입속에 들어갈 때까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영공 역시 이전보다 덜 혼잡해질 것이다. 항공화물 공간 역시 점점 더 줄어들면서 텅 빈 화물칸과 함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었던 항공 화물 운임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유가가 1갤런당 16달러를 넘으면 항공 화물 운임이 5배 이상 뛰어올라 전처럼 항공 화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거기다 강력한 엔진을 단 어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며 이 거대한 물고기들을 잡는 비용 또한 올라가고, 이미 높을 대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신선한 참치 가격까지 보태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참치를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부유층은 여전히 참다랑어의 아랫배 부위인 토로의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을 만끽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참치를 먹는다고 해도 정기적으로 그 독특하게 불그스레하면서 반투명한 참치살의 광채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유일한 문제는 참치의 멸종과 유가 인상 중 무엇이 먼저 일어날 것이냐는 점이다. 참치의 생존은 에너지 가격 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물고기 집단의 경쟁에 달려 있다. 결국에는 일어나게 될 거대한 유가 인상 시기가 늦춰질수록, 더 오랫동안 참치 어업이 지속돼서 어쩔 수 없이 참치 어종의 붕괴가 가까워질 것이다. 초밥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는 두 개가 존재한다.


① 향후 5년간 유가가 소폭으로 인상돼서 우리는 세계의 어업이 무너질 때까지 비교적 자주, 저렴하게 초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② 향후 5년간 유가가 급격히 인상돼서 어업을 구하고 따라서 미래 세대는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마음껏 참다랑어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경주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