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담배의 모든 것

   
이옥(역자: 안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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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14000
2008�� 01��



■ 책 소개
18세기 조선 사대부 이옥이 쓴 『연경』을소개하는 책이다. 담배와 흡연을 다룬 저작인 『연경』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부터 3권까지는 담배의 재배와 성질, 도구 등 조선후기의 담배 생산과 향유의 구체적인 실상을 설명하였다. 4권은『연경』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 조선 후기 사람들의 담배를 피우는 갖가지장면을 문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옮긴이는 『연경』과 함께 근대 이전 지식인들이 쓴 여러 담배 관련 자료를 수집해2부에 담았다. 이것을 『연경』에 등장하는 내용과 비교하고, 조선시대 애연가들과 금연가들의 사유 및 정서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일반적인 주제가 아닌 담배라는 주제를 과감하게 선택한 이 책은 당시 학술계 내부에 일어난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 저자 이옥(李鈺, 1760∼1815)
18세기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문필 활동을 한 문인이다.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字)는 기상(其相)이며,문무자(文無子)·매화외사(梅花外史)·화석산인(花石山人)을 비롯한 많은 호를 사용했다. 한평생 소품문 창작에 전념하여 발랄하고 흥미로운 작품을많이 남겼다. 성균관 유생으로 있던 1792년 국왕이 출제한 문장시험에 소품체(小品體)를 구사하여 정조 임금으로부터 불경스럽고 괴이한 문체를고치라는 하명을 받기도 했다. 일과(日課)로 사륙문(四六文) 50수를 지어 옛 문체를 완전히 고친 뒤에야 과거에 응시할 것을 허용한다는 징벌을받았고, 또 경상도 삼가현에 충군(充軍)을 당한 쓰라린 체험도 하였다. 그로 인해 관계로 진출이 막혀버렸고, 이후 문학 창작에만 매달리며 인생을보냈다. 자기만의 개성적인 문체와 내용을 고집함으로써 군주로부터 견책을 당할 만큼 독특한 창작 경향을 보였다. 『연경》 일반 사대부가 쓰기를꺼려하는 저서의 주제이니 독특한 창작물에 속함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한 창작 경향의 결과로 그의 작품은 그가 살던 시대를 파악하는 예민한 촉수노릇을 한다.

■ 역자 안대회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학과와 같은 학교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박사이며, 영남대와 명지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담백한 글 솜씨로 옛글과옛사람의 삶을 구수하게 풀어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자료 읽기와 해석, 그리고 관련 연구에 10여 년 이상을 몰입해온 실증적인 탄탄함이있다. 지금은 수백 년을 넘나드는 감성의 고리와 사유의 흔적을 찾아 고전 속을 종횡무진 횡단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의 프로페셔널』『선비답게 산다는 것』『조선후기 시화사 연구』 『18세기 한국 한시사 연구』 『7일간의 한자여행』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산수간에 집을짓고』 『소화시평』 『궁핍한 날의 벗』 『북학의』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서설 - 18세기 조선의 흡연문화사 


제1부 연경(烟經), 담배의 모든 것 
담배의 경전서문 烟經序 
담배의 경전, 첫째 권 烟經 一 
서문 
1. 씨 거두기 
2. 파종하기 
3. 구덩이 파고 심기
4. 모종하기 
5. 뿌리를 북돋기 
6. 뿌리에 거름 주기 
7. 약 치기 
8. 순 지르기 
9. 꽃 피는것 막기 
10. 해충 제거하기 
11. 화(火)를 조심하기 
12. 잎 제거하기 
13. 잎 따기 
14. 잎 엮기
15. 잎 말리기 
16. 잎 바람 맞히기 
17. 토굴 속에 보관하기 


담배의 경전, 둘째 권 烟經 二 
서문 
1. 담배의 유래 
2. 담배를뜻하는 글자 
3. 담배의 신(神) 
4. 담배의 효과 
5. 담배의 성질 
6. 담배 애호가 
7. 산지별 품평
8. 담배의 감별 
9. 담배 모조품 변별법 
10. 담배 값의 비교 
11. 담배 맛 보강 
12. 담배에 물뿜기 
13. 담뱃잎 펴기 
14. 담뱃잎 썰기 
15. 담뱃잎 보관하기 
16. 담뱃잎을 대통에 채우기 
17.담뱃불 붙이기 
18. 담배 피우는 법 
19. 연통연(烟洞烟)의 소개 


담배의 경전, 셋째 권 烟經 三 
서문 
1. 담배를 써는 작두와 칼
2. 써는 데 따른 담배의 품질 
3. 대통 
4. 담배설대 
5. 담배쌈지 
6. 담뱃갑 
7. 담배합
8. 화로 
9. 부젓가락 
10. 부시(火刀) 
11. 부싯깃(火茸) 
12. 연대(烟臺) 


담배의 경전, 넷째 권 烟經 四 
서문 
1. 담배의 쓰임새 
2. 담배를피우기 적절한 때 
3. 흡연을 금하는 때 
4. 담배가 맛있을 때 
5. 담배 피우는 것이 미울 때 
6. 흡연으로시간을 잰다 
7. 담배 고질병 
8. 담배 상품 
9. 흡연의 멋 
10. 유사 흡연 


제2부 담배, 그 애증의 기록 
1. 담배 연기(烟經)- 이옥 
2. 남령의 한평생(南靈傳) - 이옥 
3. 담파고의 일생(淡婆姑傳) - 임상덕 
4. 금연론을 반박한다(南草答辨)- 이빈국 
5. 남령초(南靈草)를 주제로 질문에 답하라 - 정조 
6. 금연책을 제안한다(記烟茶) - 이덕리 
7. 담바고사연(淡巴菰說) - 이현목 
8. 남초(南草) 이야기(南草說) - 황인기 
9.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질서가담배로 인해 파괴된다(論長幼尊卑之壞於南草) - 윤기 
10. 담배를 예찬하는 노래(煙茶賦) - 임수간 
11. 남초가(南草歌) -박사형 


미주 


부록 
1. 연경 원문 
2. 연경영인본 





연경, 담배의 모든 것


담배와 흡연을 다룬 저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은 『연경(烟經)』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담배의 경전’이다. 1810년 이옥(李鈺)이 쓴 단독 저술이다. 오랜 동안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책이 존재한 줄조차 몰랐다. 도서관에 갈무리되어 있던 이 책이 몇 년 전 김영진 교수의 논문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연경』은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으로, 경북대 남권희(南權熙) 교수가 기증한 장서인 남재문고(南齋文庫)에 들어 있다. 전체 분량은 25장이고, 판의 크기는 11.9㎠×21.7㎠이다. 판심(版心, 옛 책에서, 책장의 가운데를 접어서 양면으로 나눌 때에 그 접힌 가운데 부분)에 ‘화석장본(花石庄本)’이란 원고지 이름이 박혀 있는 사란공권(絲欄空卷)에 정사(正寫)하였다. 이 원고지는 이옥이 사용하던 것이므로 저자 수고본(手稿本)이다. 글씨도 이옥의 친필이다. 사침(四針)으로 제본하였고, 겉표지는 황지(黃紙)이다. 중국책 스타일로 아담하고 세련되게 만든 책자이다.


이옥(李鈺, 1760~1815)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문필 활동을 한 문인이다. 한평생 소품문 창작에 전념해 발랄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많이 남겼다. 성균관 유생으로 있던 1792년 국왕이 출제한 문장 시험에 소품체(小品體)를 구사하여, 정조 임금으로부터 불경스럽고 괴이한 문체를 고치라는 엄명을 받기도 했다. 『연경』은 일반 사대부가 저서로까지 쓰기를 꺼려하는 주제를 다룬 책이므로 독특한 창작물에 속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한 창작 경향의 결과로 그의 작품은 그가 살던 시대를 파악하는 예민한 촉수 노릇을 한다.


담배는 조선에 들어온 지 200년이나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즐기는 기호품이므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기록이 없다. 이옥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사물을 다른 저술이 많이 등장한 사실을 열거하여, 그러한 사물들도 저술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담배에 관한 저술이 없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더욱이 이옥은 애연가였다. 결국 애연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호품인 담배를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한 저술이 없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그는 밝혔다.


담배의 경전
담배의 유래

◎ 옛날에는 중국에 담배가 없었다. 명(明)나라 숭정(崇禎) 초엽에 여송국(呂宋國, 필리핀)으로부터 민(?, 복건성) 지역으로 전래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북쪽 국경을 벗어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술처럼 쪄서 먹었고 피우는 시기는 겨울이 가장 좋았다.


이 조항은 담배가 중국에 전해지게 된 유래와 과정을 담고 있다. 조선에 담배가 전해진 유래와 과정 대신 중국에 전해진 경로를 위주로 쓴 이유는 이옥이 담배가 중국에 먼저 전해졌다고 판단한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담배의 중국 전파 경로를, 중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오함(吳?, 1909~1969)은 『연초를 말한다(談烟草)』란 글에서 세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 번째 경로는 일본에서 조선으로, 다시 조선에서 요동 지역으로 확산된 경로다. 두 번째 경로는 필리핀에서 복건, 광동(廣東)으로 전파되고, 다시 북쪽으로 확산되어 아홉 곳의 변방(九邊) 지역으로 확산된 경로다. 세 번째 경로는 남양(南洋)군도에서 광동으로 전파되어 북방 지역으로 확산된 경로다. 중국 광주에서 조선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었다고 추정하는 학설도 있지만 억지주장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오함의 학설은 중국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옥은 서문에서 임경업 장군이 여진족에게 담배를 전해준 사실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조선에서 중국으로 담배를 전파한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승(野乘)』에서는 선조 때의 학자인 윤격(尹格)의 언급을 전재하여, “공께서는 일찍이 ‘명종 말엽과 선조 초년에 담배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그러더니 끝내는 임진왜란이 발생하였다. 광해군 말엽부터 금상(今上, 인조) 초엽에 사람들이 앞 다투어 뒤트기를 입으니 북쪽 오랑캐와 통하게 될 조짐이 아닐까?’라고 말씀하셨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말이 과연 사실로 밝혀졌다”는 기록이 보인다. 윤격의 말에 따르면, 조선에 담배가 등장한 시기는 상식에 비해 수십 년 앞선다고 볼 수 있다.


◎ 처음에는 담배를 엄하게 금지하였다. 그러나 수자리 사는 군졸들이 병들게 되자 마침내 금지하지 못했다.

이것은 중국에서 발생한 일이다. 조선 조정에서는 흡연을 금지하지 않았다. 왕포(王逋)가 『인암쇄어(蚓庵?語)』에서 “숭정(崇禎) 계미년에 명령을 내려 흡연을 금지하고, 민간에서 사사로이 연초를 재배하는 자를 도형(徒刑)에 처했다. 그러나 이익은 무겁고 법은 가벼워서 백성들은 여전히 금령(禁令)을 무릅쓰고 재배하였다. 그 뒤에 다시 명령을 내려, 법을 어기는 자는 모두 참형(斬刑)에 처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군대에서 한질(寒疾)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지 못하자 마침내 금법(禁法)을 완화하였다.


◎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담배 한 근 값이 말 한 마리 값이 나갔다.
이것 역시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지 조선의 경우는 아니다. 왕포가 『인암쇄어』에서 “담뱃잎은 민(?) 지역에서 나왔다. 변방 사람들이 한질에 걸리면 이것이 아니면 고치지를 못했다. 산해관(山海關) 밖에서는 말 한 마리를 담뱃잎 한 근과 바꿨다”라고 했다. 이옥이 말한 것은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담배의 효과
◎ 택풍자(澤風子)가 이런 말을 하였다.
“담배는 배부른 사람은 배가 꺼지게 만들고, 배고픈 사람은 배부르게 만든다.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깨게 만들고,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은 취하게 만든다.“


위대하도다, 담배의 효과여! 남쪽 나라 사람에게 빈랑(檳?)나무 과일이 있는 것과 같다.


택풍자는 이식(李植, 1584~1647)의 호다. 현재 전하는 이식의 문집에는 이 말이 전하지 않는다. 이식이 했다는 이 말은 송나라 학자 나대경(羅大經)이 『학림옥로(鶴林玉露)』에서 빈랑의 신통한 효험을 칭찬한 유명한 말을 담배에 적용해 표현한 것이다. 애연가로 유명한 장유의 『계곡만필(谿谷漫筆)』에는 이러한 대목이 있다.


“옛날에 남쪽 비장 사람들은 빈랑을 중시하여,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깨게 만들고,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은 취하게 만든다. 배고픈 사람은 배부르게 만들고, 배부른 사람은 배가 꺼지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빈랑을 몹시도 좋아해서 칭송하고 찬미한 말이다. 남초를 즐기는 지금 사람들 역시, ‘배고픈 사람은 배부르게 만들고, 배부른 사람은 배가 꺼지게 만든다. 추운 사람은 따뜻하게 만들고, 더운 사람은 서늘하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남초를 칭송한 말이 빈랑을 칭송한 말과 너무도 흡사하니 한바탕 웃음에 붙일 만하다.”


그렇다면 장유가 한 말을 이식이 한 말로 저자가 잘못 기억하고 썼을 가능성도 있다. 『학림옥로』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영남 사람들은 빈랑으로 차를 대신한다. 그리고 빈랑으로 풍토병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먹지를 못하다가 차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한 해 남짓 머물게 되자 하루라도 이것이 없어서는 안 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빈랑은 네 가지 공훈이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빈랑을 오래 먹으면 벌겋게 얼굴이 붉어져 술을 마신 것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술이 취한 사람을 술에서 깨게 만든다. 술을 마신 뒤에 빈랑을 먹으면 술기운을 해독하고 가래를 내려가게 하며, 숙취를 갑자기 깨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는 배고픈 사람을 배부르게 만든다. 넷째는 배부른 사람을 배가 꺼지게 만든다. 공복에 빈랑을 먹으면 음식을 배불리 먹은 더부룩한 느낌이 들게 하고, 배부른 뒤에 먹으면 음식이 빠르게 소화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담배의 효과에 대해 이규경(李圭景) 역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담배가 지닌 약효도 인정할 만하다. 빈랑의 네 가지 효과에 비한다면 과장인 듯하나, 추위를 막고 습기를 물리치며 기를 빠르게 소통시키고 골수에까지 퍼지게 하는 점은 틀리지 않다”면서 담배의 네 가지 효과를 빈랑에 빗대어 인정했다.


담배의 쓰임새
첫째, 밥 한 사발을 배불리 먹은 뒤에는 입에 마늘 냄새와 비린내가 남아 있다. 그때, 바로 한 대를 피우면 위(胃)가 편해지고 비위(脾胃)가 회복된다.
둘째, 아침 일찍 일어나 미처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목에 가래가 끓고 침이 텁텁하다. 그때, 바로 한 대를 피우면 씻은 듯 가신다.
셋째, 시름은 많고 생각은 어지러우며, 하릴없이 무료하게 지낸다. 그때, 천천히 한 대를 피우면 술을 마셔 가슴을 씻은 듯하다.
넷째,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간에 열이 나고 폐가 답답하다. 그때, 서둘러 한 대를 피우면 답답한 기운이 그대로 풀린다.
다섯째, 큰 추위가 찾아와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려 수염에도 얼음이 맺히고 입술이 뻣뻣하다. 그때, 몇 대를 연거푸 피우면 뜨거운 탕을 마신 것보다 낫다.
여섯째, 큰비가 내려 길에는 물이 넘치고 습기로 눅눅하여 자리와 옷에는 곰팡이가 핀다. 그때, 여러 대를 피우면 기분이 밝아져서 좋다.
일곱째, 시구(詩句)를 생각하느라고 수염을 비비 꼬고 붓을 물어뜯는다. 그때, 특별히 한 대를 피우면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시가 절로 나온다.


흡연으로 시간을 잰다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자를 세우고 그 그림자로 재는 법,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재는 법 등이 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시간에 관계없이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장소에 관계없이 측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그렇다면, 차라리 담배로 시간을 측정하는, 간편하고도 쉬운 방법에 비해 편리성이 떨어진다고 하겠다. 어떤 사람은 정해진 시간 내에 시를 짓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서둘러 가는 길을 재촉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잠깐 쉬는 시간을 여유 있게 즐기기 위해서, 또 어떤 사람은 다가오는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담배 한 대나 두 대를 피우는 시간으로 재기도 하고, 심지어는 세 대, 네 대까지 피워,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기 일쑤다. 비록 담뱃대 대통의 크기가 깊고 얕은 차이가 나고, 담뱃잎이 마르고 젖은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시간의 경과를 재는 데는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화색(火索)이나 시계(辰鐘)를 장만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유사 흡연
◎ 불은 몹시 뜨겁고 담배는 몹시 독해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해외(海外)에는 불을 먹는 백성들이 있고, 신선 가운데는 불을 토하는 자가 있다.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이와 같은 종류다.
◎ 의술에는 통연법(筒烟法)이 있어서 귀로 연기를 내기도 하고 이로 연기를 내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이와 무엇이 다른가?
◎ 옛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질병을 고친다는 남조(南朝) 시대의 성스런 불에 비교하기도 하고, 화기(火氣)로 인한 명(明)나라 말엽의 재앙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오행의) 불이 나무를 해친다는 부류가 아닐까?
◎ 지금은 쓰임새가 술보다 크고, 공훈은 차(茶)보다 앞선다. 차나 술의 종류라고 선뜻 말할 만하다.
◎ 향연(香烟)을 사랑하여 고질병이 된 사람들이 있거니와, 담배를 피우는 것은 향연의 부류가 아닐까?
◎ 남방 사람들은 빈랑(檳?)을 즐겨 먹어서 품안이나 소매에 늘 넣어두고 있다가 재와 섞어서 먹는다. 따라서 그로 인해 이가 모두 붉게 변하였으니 담배를 먹는 것과 같다. 담배를 즐겨 먹는 사람은 이 안쪽이 모두 검어서 구노(拘奴)가 까만 것과 같다.
◎ 근래에는 서양이 또 코로 마시는 담배인 비연(鼻烟)을 전해왔다. 노랗고 검은 가루를 가져다 콧구멍으로 흡입하면 좋은 담배 한 대를 피운 것과 맞먹는다. 코담배는 또 담배의 별종이다.



담배, 그 애증의 기록
담파고의 일생(淡婆姑傳)

담파고는 남만(南蠻)의 비구니인데 세상에서는 그녀의 근본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진시황 시절에 방사(方士) 서불(徐?)이 바다로 들어가 불사약을 구한 일이 있다. 담파가 동녀(童女)로서 그 뒤를 좇아갔다가 홀로 신비한 약을 얻었다. 그녀는 그 약을 숨기고 서불에게 주지 않았다. 남만 땅으로 숨어들어간 그녀는 약을 복용하고서 마침내 신령한 술수를 터득하였다. 몸을 변환시키고 형체를 숨길 수 있게 된 그녀는 풀과 나무 사이에 숨어버렸다.”


남만의 풍속은 불교를 믿는다. 담파는 자신이 영약을 숨긴 악업을 지었다고 생각하여 마침내 몸을 버리겠다는 서원(誓願)을 품었다. 성품이 몹시도 사나워 몸을 가르고 살갗을 태워도 전혀 아끼거나 연연해하지 않았다.


불가(佛家)의 담박(淡泊)한 가르침을 오래두고 익혔기 때문에 법명(法名)을 제 스스로 담(淡)이라 불렀다. 남만 사람들이 그녀를 존경하여 마침내 담파고라 불렀다. 그녀는 끝내 삼매화(三昧火)로 스스로를 태우는 법을 터득하였다. 그 법은 한 가닥 광명의 불로 수백 수천 수억의 맑고 오묘한 기운을 방출하여 코와 입 따위의 구멍으로 흩어져 들어가 인간의 마음속 수많은 더러움과 악함을 소멸시킨다. 이 술법은 처음 연기를 맡을 때는 몹시도 괴롭고 현기증이 나지만, 그 빛과 기운을 바꿔서 골수에 스며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이 담파에게 장난삼아 물어보았다.


“담파께서는 냄새와 맛이 누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때 담파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향기는 요염하고 냄새는 더러우며, 달고 신 맛은 쉽게 변질되고, 매운 맛은 독이 많은 법이랍니다. 그러니 냄새와 맛이란 도의 참모습이 아니지요. 제가 어찌 냄새와 맛을 소중히 여기겠습니까? 이른바 ‘신기한 것은 썩어 냄새나는 것이 변화하여 생겨나고, 땔감이 다 탄 뒤에는 불이 다른 곳으로 전해진다. 먼지가 날아가고 색(色)이 사라져 끝내는 공(空)으로 돌아간다’는 존재가 바로 저라고 할 수 있지요.”


사람들이 그 말을 명언이라 인정했다.


담파는 부족이 매우 번성하여 따로 총림(叢林)의 한 일파를 이루었지만 모두들 담파고라고 불렀다. 이들의 도는 다른 나라에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명나라 만력(萬曆) 무렵에 이르러 점차 남만 배를 타고서 나라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지금은 중국 곳곳에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남방의 영험하고 특이한 도이기에 사람들이 남령(南靈)이라고도 부른다. 담파의 도는 몹시 사나운 것을 선(善)으로 알고, 담박함을 법문(法門)으로 삼으며, 향기와 맛을 찌꺼기로 여기고, 공허함과 적멸(寂滅)을 본색(本色)으로 삼는다. 따라서 그 몸을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로도 만들 수 있고, 그 마음을 식어버린 재로도 만들 수 있다. 때때로 허망한 육체를 변환시키므로 여여(如如)하고 또렷하며 존재하는 듯 사라진 듯하다. 진정한 기운이 늘 흩어져 있으면서도 늘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질서가 담배로 인해 파괴된다
오늘날 세상에서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질서가 모조리 사라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담배에 있다. 담배가 그런 질서를 망가뜨릴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질서를 망가뜨리는 이유가 담배에 있는 것이다. 하늘이 장차 담배를 통해 어른과 어린이, 높은 자와 낮은 자의 등급을 무너뜨리고 뒤섞어 뒤죽박죽의 세계를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 사람들은, “남초를 피우지 않고 투전(投錢) 놀음도 하지 않는 게 어찌 사람이랴!”라는 말까지 한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이 평소에 하는 일이 남초를 빼놓고는 없다. 담배씨를 뿌리고 재배하는 일부터 마른 잎을 따고 잎을 썰어서 피울 때까지 수고로움도 꺼리지 않고 오로지 이것만을 일삼는다. 손이 더러워져도 싫어하지 않고, 옷을 더럽혀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생각이 여기에만 있고 잠시도 잊지 않아, 농부들이 근면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심하다.


‘담배를 피우는 용구를 보면, 갑과 궤짝에는 담배를 보관하고, 청동과 대나무로는 흡입하는 용구를 만들며, 쇠와 돌로 불을 피우고, 등나무와 종이로 담뱃진을 제거한다. 앉아 있을 때는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외출할 때도 소지하고 나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추위와 더위를 따지지 않으며, 누워서도 피우고 걸어다니면서도 피우고, 말을 타고서도 피우고 용변을 보러갈 때도 피운다. 선비들은 장인(匠人)이 할 일을 하면서 담배를 친구로 삼고, 천한 사람들은 작업을 하면서 담배를 짝으로 여긴다. 아무리 심하게 병들고 피곤하다 해도 죽을 지경이 아니라면 버리지를 않는다. 세상 어디에 이러한 물건이 다시 있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흡연자들은 장죽(長竹)을 가로 물고 기다란 연기를 내뿜으면서 그것이 어른의 본보기요 훌륭한 분의 멋이라고 생각한다. 가진 것이 없어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하고, 식견이 없지만 속이 찬 듯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모두들 선망하고 사모하여, 서울이고 시골이고 가릴 것 없이 휩쓸려 유행이 되었다. 심지어는 천한 일을 직접 하는 사람들조차 잠시라도 연죽(煙竹)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연죽을 놓으면 마치 이상한 짓을 하여 사람을 놀라게 한 듯 여긴다. 아무리 무거운 물건을 들어 마소에 싣는 일을 하거나, 긴 나무를 잡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들어간다 해도, 이 물건은 언제나 입에 달려 있다. 장애물에 부딪히고 막힐 때마다 언제나 목을 비틀고 구부려 연죽을 위아래로 조절하여 요리조리 피한다. 그 모양을 보면 지극히 구차하고 몹시 위험하다.


이 물건은 사탕수수나 설탕처럼 단맛이 있는 것도 아니요, 난초나 사향과는 냄새가 다르다.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목숨을 연장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천하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아침저녁 밥을 먹지 않을지언정 남초는 그만 피울 수 없고, 위아래의 예절을 지키지 못할지언정 남초는 버릴 수 없다. 독함과 쓴맛은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딸꾹질이 나오고 현기증으로 쓰러져도 독이 있다 하여 물리치지 않는다.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은 사람들이 미워하나, 목이 따갑고 목구멍이 아릴 지경이라도 더럽다 하여 물리치지 않는다. 옷과 이불, 서적을 더럽히고 불로 태우는데도 오히려 흡연을 문제삼지 않는다. 담뱃대가 목구멍을 찌르고 혀를 쳐서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일이 생겨도 결코 흡연을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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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보다 심하게 미혹되는 것이 없는데 그것도 남초에 비하면 오히려 한참 거리가 있다. 술보다 더 탐닉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없지마는, 술을 마시지 않는 때가 더 많아서 남초에 비할 것이 못 된다.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잡기(雜技) 가운데 투전보다 심한 것이 없다. 그러나 투전도 잠시도 떠날 수 없는 남초보다는 못하다. 무엇 때문에 그런지를 알 수 없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