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

   
나카야마 유지로 (지은이), 김선숙 (옮긴이)
ǻ
성안당
   
18000
2026�� 01��



■ 책 소개


실패와 방황의 한가운데서 스스로를 정답으로 만든 한 외과 의사의 진짜 이야기

일본의 현역 외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카야마 유지로가 의대 입학부터 임상 실습, 국가시험, 수련의 시절의 좌절과 조직과의 갈등,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책임의 무게까지 숨김없이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은 결과만을 보여주는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하고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한 개인의 선택과 생존의 기록이다.

저자 나카야마 유지로
외과 의사, 작가. 1980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세이코가쿠인 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삼수 끝에 가고시마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암·감염증 센터 도쿄도립 고마고메병원에서 수련했으며, 같은 병원 대장외과 의사로 10년간 근무했다.

2017년 2월부터 3월까지 후쿠시마현 다카노병원 원장으로 근무한 뒤,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 종합남동부병원 외과 의사로 근무했다. 2018년 4월 교토대학 대학원 의학연구과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공중위생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10월부터는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쇼난동부종합병원 외과에서 근무 중이며, 2023년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참여 수술 건수는 한 해 약 200건, 지금까지 2,000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했다. 전문은 대장암이나 서혜부 수술치료, 외과 교육, 감염 관리 등이다. 외과 전문의, 소화기외과 전문의, 암 치료 인정의, 내시경외과기술 인정의, 임상연수 지도의, 감염관리 의사, 로봇외과학회 인정 로보닥(RoboDoc), 로봇수술 프록터(감독관) 등의 자격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시리즈 누계 7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울지마 수련의』(겐토샤), 15만 부 이상 판매된 『의사의 속마음』(SB크리에이티브) 외에 『우리는 신이 아니다』(신초문고), 『행복한 죽음을 위해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겐토샤) 등이 있으며, 그 외 수술 교과서 『라파 S』(메디컬뷰), 『다빈치 도입 완전 매뉴얼』(메디컬뷰)과 간호학 교과서 『별다른 수고 없이 할 수 있는 간호 실습 책 즈보칸』 등이 있다.

두 자녀의 아버지다.

■ 역자 김선숙
대학에서 일문학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책을 찾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시간 낭비를 확 줄여주는 초효율 공부법』, 『자신을 컨트롤하는 초집중력』, 『싸우는 식물』, 『과학의 대이론』, 『IT 용어 도감』, 『통계학 도감』, 『식품 보존 방법』,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심리학 도감』, 『잠 못 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뇌』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1 세상에 하나뿐인 너에게-의대생의 고뇌
1 하고 싶은 일은 찾았니?
2 내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기
4 고독을 애써 감추려 하지 마라
5 ‘선택’이란 선택한 쪽을 정답으로 만드는 일
6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피해도 괜찮아
7 나 같은 사람이 그 일을 해도 될지 고민된다면
8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가능한 일-임상실습 현장에서
9 인생 여정을 마치는 그날을 생각하자
10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정말 하고 있어?-암 환자가 던진 질문

PART 2 진정한 도약을 꿈꾼다면-의사국가시험에 도전하다
1 너는 왜 일하지?-천직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
2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현인 의사의 가르침
3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4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삶의 방식-행복의 총량이 늘어나는 사고
5 중요한 일은 반드시 혼자서 결정해라-외과 의사로서의 신조
6 큰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7 포기하는 것도 전략이다-공부에 약한 내가 택한 시험 전략

PART 3 좌절을 극복하다-수련의의 갈등
1 행운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의 노력-의사의 구직 활동
2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직장에서
3 ‘넘어야 할 벽’에 부딪혔을 때
4 정면 돌파는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
5 동기의 죽음이 가르쳐준 것
6 어른들이 대놓고 말하지 않는 돈 이야기-수련의의 월급
7 의사로서 마주한 ‘죽음’의 이면
8 마음이란 무엇인가-정신과 수련에서 배운 것들
9 조직을 떠날 때의 치밀한 계산-의국을 벗어나며 고민한 선택

PART 4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새내기 외과 의사의 성장
1 상사와의 갈등-내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다면?
2 그 말은 제대로 전달되었을까?-혼자가 아닌, 팀으로
3 일의 대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응급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것들
4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인간관계-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5 인생의 문은 늘 다른 사람이 열어준다-수술 집도 기회를 얻다
6 너의 밑바닥은 어디인가-자기를 알다
7 누구나 다 죽는 이 세상에서-구할 수 없는 생명
8 내일 죽는다면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우리의 인생은 유한하다

에필로그

 




너에게 보내는 편지

진로를 정한 날
사랑하는 너에게 이제 조금은 부끄러운 내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나는 부모님의 노력 덕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합하여 6년제로 운영하는 중고일관교(가나가와현에 있는 세이코가쿠인)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편차치 50, 즉 중간 정도에 머물렀다. 중학교 입시에서는 편차치 68(상위 약 3.6% 이내)로, 전국 상위 10위권에 드는 명문 학교에 들어갔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중학생 때부터 나는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적어도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지금 공부 안 하면, 비 오는 날에도,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에도 참고 견디며 밖에서 일해야 할 거야.” 

그리고 또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세상에는 힘든 일을 해주는 사람이 꼭 필요해. 그 덕분에 세상이 돌아가는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시원한 방에서 정해진 시간만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건 아니란다.” 

물론 어떤 일이든 다 소중하고, 직업에 귀천이란 없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일하는 환경이 다르고, 받게 되는 보수가 확연히 다르다. 그건 세상의 분명하고도 냉정한 현실이다. 그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서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너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돈 같은 건 없어도 돼. 그렇게 사는 건 추해.” 

사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돈은 사치를 위한 무기가 아니라 불쾌한 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어 도구라는 것을. 무엇보다도, 이 방어 도구는 나뿐 아니라 내가 아끼는 사람들, 그러니까 바로 너희가 고통받거나 상처 입지 않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수단이다. 

돈이라는 갑옷은 너희가 차에 치일 위험을 줄여주고, 돈이라는 투구는 머리를 다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을 낮춰준다. 뜻하지 않은 폭력이나 위험한 상황에서도 너희를 지켜주며, 기침이나 인후통이 있을 때는 일을 멈추고 쉴 수 있게 해준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나는 돈도 잘 벌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내 성적은 정말 형편없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은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약해서, 이과는 애초에 나와 맞지 않았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영어와 사회도 썩 잘하진 못해서 문과에 더 맞는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에게 맞는 직업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앞서 언급한 신문 기사 한 편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사에는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그곳에서는 소규모 부대를 조직하여 기습이나 매복 등을 통해 유격전을 벌이는 게릴라 무장 세력이 마을을 습격하는데, 그들의 목적은 약탈이나 파괴가 아니라 마을의 소년들과 소녀들이었다. 소년들은 다섯 명씩 묶여 세워지고, 그중 한 명이 지목되면 나머지 네 명이 그 친구를 죽이도록 강요당했다. 소녀들에게는 아이를 낳게 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다시 병사로 자라나 전장으로 내몰린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끔찍한 이야기를 읽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기사 내용 자체도 잔혹했지만, 나를 가장 크게 뒤흔든 건 그 소년 소녀들이 바로 내 또래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왜 저 아이들은 그 나라에 태어나서 그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왜 나는 평화로운 일본, 게다가 그럭저럭 잘사는 집에 태어나 앞으로 뭘 하며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걸까?’ 

이 생각은 곧 깊은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그렇구나, 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곳이구나. 사람마다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완전히 다르구나.’ 

그 거대한 불공평이 마치 길을 막고 누운 굵은 통나무처럼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 세상에 나는 절망했다. 

하지만 내가 멍하니 앉아 있든, 울며 소리를 지르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렇다. 이 세상의 불공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어 내전이나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에 돈을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돈을 준다고 해서 분쟁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단순히 돈이 아니라 영토나 권리, 나라, 믿는 종교처럼 더 큰 것을 두고 다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쟁을 해결해주는 혁명가가 되는 건 어떨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혁명가가 되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그리고 혁명가는 단명한 사람이 많아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의사가 되어 직접 그 현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면 어떨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로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길이라면 일본에서 의사로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도 살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정했다. 의사가 되겠다고.

어떻게 하면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천재가 아니다. 학교에는 동아리를 열심히 하면서도 항상 상위 30등 안에 드는 야나기우치나 아다치 같은 아이들이 꽤 여럿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나는 애초에 머리의 구조부터 다르다. 게다가 우리 형만 봐도 그렇다. 짧은 시간 동안 공부하는 데도 나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외우고, 훨씬 잘 이해해 낸다. 그런 사람들과 공부로 겨뤄서 이길 수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같은 학년 210명 중에서 190등쯤 했다(시험이 끝날 때마다 학년 전체의 등수가 공개됐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 가야 하고, 의대에 가려면 적어도 40등 안에는 들어야 했다. 

의대를 꿈꾸는 것조차 어려운 성적이었기에, 앞으로의 싸움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도 의사만이 입는 특별한 유니폼, 흰 가운을 걸친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 이것이 바로 ‘동경’이라는 감정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노력이 필요한 이유
노력에 관해, 너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진심을 다해 쏟은 시간과 에너지는 결코 너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그에 상응하는 노력 없이는 어떤 목표도 이루어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 동안 입시학원에 다니며 매일같이 공부에 매달렸다. 첫해는 죽기 살기로 공부했지만, 성적은 좀처럼 의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주변 친구들도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가끔은 노래방에 가거나 공원에서 밤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한번은 여학우를 괴롭히던 남자와 학원 뒤 주차장에서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한 일도 있었다. 

가을이 되자 실력을 점검하는 모의고사가 있었다. 결과는 ‘국립대 의대 E 판정’. A부터 E까지 이어지는 등급 체계에서 E는 사실상 불합격을 뜻했다. 가을이니 본시험까지는 채 반년도 남지 않았다. 눈앞이 아찔해졌다. 나는 로손 편의점 앞에서 친구가 피우던 담배를 낚아채, 내 왼손등을 지졌다. ‘치익’ 소리가 났다. 뜨겁지는 않았으나 찌릿찌릿한 통증이 뇌 속까지 훑고 지나갔다. 

이 고통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반드시 의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여기서 재수하며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그날 생긴 화상의 흔적은 지금도 내 왼손등에 흐릿하게 남아 있다. 

재도전할 수 있는 너는, 이미 선택받은 사람이다
3월, 불합격 통지를 받은 뒤 나는 다음 해를 준비하며 입시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다 의대 진학반에서 함께 공부했지만, 나처럼 불합격한 한 친구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나카야마는 좋겠다, 삼수할 수 있어서. 우리 집은 형편이 안 돼서 이번 한 번으로 끝이야. 의대는 이제 포기하려고. 넌 꼭 열심히 해서 의사 돼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내가 삼수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엄청난 행운이다. 이게 바로,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야기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하고 싶어도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더 나아가, 태어날 때부터 고난이 예정된 듯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네가 건강하고,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언젠가 네가 무언가를 이루게 된다면 그것이 온전히 너 혼자만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과장이 아니라, 너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딛고 서 있는 것이며, 그 너머에는 너를 위해 애써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다. 

어쩌면 너는 그런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를 지탱해 주는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고마움만큼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절대로 ‘모든 건 내 실력 덕분’이라며 오만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나도 가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친구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나카야마는 좋겠다. 삼수할 수 있어서.” 이 말은 늘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준다. 

그저 듣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토목공이 없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진료소가 없으면 진찰도 할 수 없다. 사냥꾼이 없으면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처리할 수 없어, 논밭은 물론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생긴다.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힘든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직업이든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상상력을 키우는 데 필수 요소다.

마치 숨이 턱 막히는 8월 한여름에 뼛속까지 시린 2월의 추위를 떠올리는 것과 같다.

특히 의사나 사회의 리더라면, 세상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노력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설적인 편집자이자 겐토샤 사장인 겐조 도루 씨는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마음이 없으면 진정한 친절을 베풀 수 없다는 뜻이다.

겐조 사장은 당시의 총리대신을 대할 때나, SNS를 통해 알게 된 익명의 나를 대할 때나 조금도 달라짐 없이 늘 한결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를 위해 내 책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기꺼이 몸을 움직이는 친절을 보여주었다. 지위나 관계를 따지지 않고, 그렇게까지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인생에서도 흔치 않다.

의사가 되어 흰 가운을 걸치면, 병원 안에서는 자연스레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선생님’이라 불리고, 환자들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착각하기 쉽다. 어쩌면 나 역시 아직 그 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늘 조심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 집 화장실에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이 걸려 있다. 해 질 무렵, 넓은 들판 한가운데서 일하던 농부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장면이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이 그림을 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이 세상 모두가 이렇게 수고하며 살아간다. 나만 힘든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자만하지 말고 늘 겸손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겨야만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나는 지금까지 100번의 싸움에서 50승 50패 정도를 유지하며 그럭저럭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마흔이 넘을 무렵, 나는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 승패에 집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집착이 지나치면 마음이 무너진다. 세상에서 계속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언젠가 정신에 금이 간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정말 이기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깊이 고민해 보고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돌이켜보면 나의 30대에는 이기는 일이 많았다.

의사로서는 전문의 자격을 연이어 따냈고, 기술도 갈고닦았다. 작가로서는 첫 책을 세상에 내놓았고, 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그 소설이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울지마 인턴』 시리즈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의학서도 집필했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 바쁜 와중에 가사와 육아까지 하다 보니 마음이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 많은 일을 하며 언제 어떻게 쉬었는지 모를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살면서 깨달았다. 행복은 성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성공한 사람이 정말 행복할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잘나가는 유명인 중에는 이혼하는 사람도 있고, 중독성 약물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사생활이 폭로되는 아픔을 겪는 사람도 있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나는 먼 곳에 내걸었던 ‘성공’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대신 ‘행복’이라는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너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저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일 뿐이고, 결국 패자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그렇게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나는 네가 너만의 간판을 내걸기를 바란다.

나는 어쨌든 ‘행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조금 더 알기 쉽게 말하면,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이 당연한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행복’을 추구하고 나서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니? 이기든 지든, ‘어, 그런 거구나’ 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승부가 있지만, 그중에서 행복이 최대한이 되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거다.

그건 내게 있어 정말 큰 변화였다. ‘이제부터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 동료 의사 몇 명과 함께 책을 쓰고 있다. 동료 의사에게 첫 교과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그 후 함께 내용을 구상하고, 출판사 편집자와 함께 원고를 다듬어 나가고 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나는 이 일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의학출판사(메디컬뷰)의 유능한 세 편집자(가가 씨, 야마다 씨, 오자와 씨)와 함께 일하는 게 행복하다.

원치 않는 곳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에는 두 종류의 노력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나는 원하던 병원에 들어갔고, 수련 과정은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버텨내며 외과 의사로서 선두 그룹에 설 수 있었다.

좋은 친구들이 정보를 알려줬고, 이해하기 어려운 독서 이력이 어쩐 일인지 면접에서 통했고, 그 외에도 여러 행운이 겹쳐졌던 결과였다. 인생은 결국 ‘운’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물론, 운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한때 나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남극 관측대 동행 의사 모집에 지원한 적도 있다. 남극에서 작업할 때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중장비를 운전할 수 있는 대형 특수 면허까지 따며 준비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결국 선발되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달리 길이 없어 그대로 외과 의사 수련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만약 그때 남극에 갔더라면 외과 의사로서 어중간한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아마 나에게 남극에 가지 말고 외과 의사가 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역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그건 ‘내가 선택한 길이 나중에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을 수 있도록, 현실을 비틀어놓을 만큼의 노력’이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꽃피워라’라는 말이 있다. 어떤 자리에 놓이게 되느냐는 결국 운에 달려 있다. 늘 원하는 곳에만 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자리일지라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그 몰두의 끝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절반쯤은 거짓말을 했다. 지금 있는 그 자리가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곳일 때는 통하지 않는다. 거기서 아무리 애를 써도, 네가 가고 싶은 곳과 영영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만약 정말 그렇다고 느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미련을 접는 게 좋다.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일은 무엇이든 실행에 옮겨봐야 한다. 잘 아는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멈추지 말고 계속 행동해야 한다.

자, 이제 ‘두 가지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꽃피우기 위한 노력’을 맹목적 노력이라 한다면,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노력’은 전략적 노력이다.

맹목적 노력은 겉보기엔 아름답고, 누구나 칭찬하지만 나는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막연히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눈앞의 일에 매달리기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하는 편이 훨씬 가치 있다. 정보를 모으고, 어떤 일에 힘을 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따져보며 방향을 잡는 데 정성을 들이는 것이 결국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내가 꿈꾸는 모습을 말하다 보면, 반드시 행운이 찾아온다. 행운, 즉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 주변의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나 선생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