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박명금, 손민원, 김보희, 김보선, 김현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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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원
   
18500
2023�� 07��



■ 책 소개


아이를 키우며 매일 맞닥뜨리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인권 침해 사례들

이 책은 양육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아동 인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아동과 양육자를 돕기 위해 쓰였다. 인권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이 강의에서 만난 수많은 부모에게 자주 받은 질문들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제시한 뒤, 그 상황을 인권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가상의 인물, 가공된 사연이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겪어 보았을 사연이기에 크게 공감하고 그동안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대했는지를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 저자 
박명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20여 년간 교육에 전념해 왔다. 현재는 대학에서 예비 유아 교사를 양성하면서 심리상담센터 교육소장, 교류분석 상담사, 교류분석 교육 영역 전문가로 아동과 부모, 교사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부모행복교실 강사,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놀이 컨설턴트, 국가인권위원회 영유아 분야 위촉 강사를 지낸 바 있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위촉강사로 아동 권리 교육을 하고 있다.

손민원
청소년들의 진로 상담을 하면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만난 후로 이웃의 존엄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현재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상임이사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의 위촉 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 한국여성경제신문, 서울여성가족재단 등 여러 매체에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성 평등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김보희
#1388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서울시립마포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등의 기관에서 상담과 강의를 하며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부모를 만나 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강사를 거쳐 현재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아동 권리 교육 강사, 서울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 강사로 활동하며 아동과 아동의 일상을 함께하는 직업군 종사자,양육자 대상으로 아동 인권 실현을 위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보선
안양여성의전화 성폭력·가정폭력 전화상담원과 인권강사,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강사, 법무부 소년보호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현재는 안양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아동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위촉 강사로 아동 권리 교육을 하고 있으며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이 사회에 아동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현정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동 권리를 처음 접한 뒤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강사를 거쳐 육아종합지원센터,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부모, 교사, 아동들에게 아동 인권, 아동 권리 교육, 폭력 예방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학대 피해 아동의 지원체계에 관심이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아동 인권 문제를 고민하면서 현실에서 아동 인권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며

1부 영유아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1. 배가 고파서 우는 게 틀림없어요
2. 기저귀 떼는 것이 어려워요
3. 우리 아이는 과일 포비아
4. 언제까지 엄마 ‘껌딱지’ 할래?
5. 남의 물건을 자꾸 가져와요
6. 엄마를 지켜야 하는 아이
7. 체벌과 헤어질 결심
8. 지금부터 공부시켜야 할까요?
9. 여자답게, 남자답게?
10. 남매 전쟁? 육아 전쟁!
11. 친구 앞에서 표현을 못 하는 아이

2부 초등학생, 어리다고 얕보지 마세요
1. 야구장의 무법자
2.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고 싶어요
3. 차별의 씨앗
4. 애들은 들어오지 말란 말이야!
5. 멋에 살고 멋에 죽는 아이
6. 유튜브가 뭐길래
7. 나는 ‘주린이’ 너는 ‘요린이’?
8. 더 놀고 싶은 아이
9. 언니와 동생,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10. 아빠가 좀 힘든 상황이야
11. 아이의 사생활도 지켜 줘야 하나요?
12.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요?
13. 혹시 학교 폭력일까?

3부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1. 그런 애랑 놀지 마라
2. 천국 갈래, 지옥 갈래?
3. 엄마를 닮아서 미운 아이
4. 성적보다 소중한 너!
5. 우리 가족은 ‘호모 스마트쿠스’
6. 어쩌다 성교육 말고, 제대로 성교육
7. 엔진은 페라리, 브레이크는 자전거
8. 울음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아이
9. 무조건 공부나 해

나가며
참고 문헌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영유아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언제까지 엄마 ‘껌딱지’ 할래?

일곱 살 로아는 엄마랑 같이하지 않으면 미술 학원도 태권도도 학원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어린이집은 거의 내내 울면서 다녔어요. 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유치원에 입학할 때도 두 달 동안 매일 울어서 엄청 애먹었어요. 작년에는 문화 센터에 종이접기 수업을 등록했는데 결국 제가 보조 교사로 들어갔어요. 선생님도 적응할 때까지 처음 한두 번은 괜찮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올해도 미술 학원 체험을 갔다가 엄마랑 같이하는 게 아니면 안 하겠다고 울어서 체험 활동도 못 하고 그냥 왔어요.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지 고민입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학교는 절대 엄마랑 못 간다. 혼자 다녀야 한다.”라고 말해 주는데 벌써 엄마랑 안 가면 학교 안 갈 거라고 난리예요. 새로운 환경을 낯설어하고 적응을 잘 못하는 우리 로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동 인권 한 스푼

아동에게는 타고난 기질이 있습니다. 그 기질에 그동안의 생활 경험과 교육,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더해져 성격이 되고, 사회적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어떤 자극이나 요구에 반응하는 행동이 각자 다른 이유도 기질과 성격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부모와 양육자를 만나, 얼마나 애착을 잘 형성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기질과 강점을 살려 순탄하게 지내기도 하고, 반대로 아슬아슬 줄타기하며 부적응 상태에 놓이기도 합니다.


애착도 인권의 영역일까요?. 그렇습니다. 애착은 아동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제공해 주며, 아동기뿐만 아니라 성인기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줍니다. 사람은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태어나면서 기본적인 권리를 가집니다. 영유아의 인권 존중은 안정 애착에서 시작됩니다. 아동에게는 안전한 보호와 함께 좋은 애착 관계가 필요하고, 건강한 사랑을 충분히 지쇡해서 받는 것이 권리가 됩니다.


양육자와 충분한 애착을 형성한 아동은 성장하면서 조금씩 독립해 갑니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불안을 달래고 다시 도전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라는 이름의 안전 기지가 필요합니다. 가족 구조에 따라 그 이름은 달라질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죠.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그 안전 기지에 돌아와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기관이나 환경에 적응할 때 불안이 높은 아동은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경험들로 충전 속도가 느릴 수 있습니다. 아동이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 그 요구를 무시하거나 거절하는 것, 밀어내고 재촉하는 것은 아동 고유의 속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억지로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도 있겠지만 퇴행이나 다른 형태의 부적응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겁내는 아이라면 미리 학교를 구경하러 가거나 운동장에서 놀면서 학교를 편하게 느끼고 즐겁게 기대하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에 대비할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여자답게, 남자답게?

일곱 살 재석이는 평소에도 “남자는~” 또는 “여자는~”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남자는 주먹이지.”라고 말하는가 하면, 한 살 아래 여동생이 태권도를 열심히 할 때 “여자가 단 높아서 뭐하냐?”라고 놀리기도 해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놀이터에서 점점 남자 친구랑만 놀려고 하고 “여자는 제발 좀 빠져라. 가서 너희들끼리 놀아.”라고 선을 긋는 걸 본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여자아이랑 노는 친구에게 “OO이랑 XX이는 사귄대요. 뽀뽀해! 뽀뽀해!” 하고 놀리다가 싸워서 선생님께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동 인권 한 스푼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조 1항

당사국은 자국의 관할권 안에서 아동 또는 그의 부모나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인종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무능력,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관계없이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차별을 함이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각 아동에게 보장하여야 한다.


남녀는 신체적‧생리적 조건에 관계 없이 협약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함께 누려야 합니다. 성차별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말과 행동에 어떤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는지를 점검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재석이는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자는~’ 하고 계속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석이가 만나는 사람이 부모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석이는 좋아하는 게임 속에서, 구독하고 있는 유투버의 영상 속에서, 친한 친구나 동네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에서 다양한 성 역할을 경험하고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때마다 일일이 부모가 살펴보고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동이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도 남녀는 나누어 표현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습니다. ‘남자, 여자’ ‘아들, 딸’ 대신에 ‘친구, 사람’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돕는 것, 아동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가치와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 아닐까요? ‘남자답게, 여자답게’보다는 ‘나답게’ 살아갈 때 비로소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나 자신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나와 다른 이들을 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생, 어리다고 얕보지 마세요

유튜브가 뭐길래

보검이는 아홉 살입니다. 우리 집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유튜브 시청은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제저녁에 남편이 저를 부르더니 아이 스마트폰과 연동된 PC에서 유튜브 시청 기록을 보여 줬어요. 유튜브를 보는 날이 아닌데도 만화부터 성적인 느낌이 드는 영상까지 이삼일 만에 100편도 넘게 봤더라고요. “오늘부터 당장 스마트폰 압수야. 이리 내놔!” 했더니 아이는 눈빛으로 레이저를 쏘아 대더군요. 하지만 자기도 할 말이 없는지 순순히 내놓았습니다. 그래도 속은 것이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부모를 속일 수 있죠?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럴까요?


아동 인권 한 스푼

아동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것일까요? 손가락 터치 하나만으로 다른 세상으로 쑥쑥 들어갈 수 있는 곳. 온갖 정보와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 나고, 전 세계 누구와도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는 곳. 스마트한 디지털 세상은 아동들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입니다.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며,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아동에게 스마트폰을 금지하거나 최소한의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디지털 환경에서 안전한 정보에 접근할 권리,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되거나 개인 정보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권리 등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아동의 안전한 디지털 이용을 위해서 성인들이 노력하고 보호해야 할 측면입니다.


스마트폰은 건강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사용했는지보다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서 멈출 힘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두 시간을 사용하고도 그만하라고 할 때 불같이 화를 내면 위험한 신호이고, 한 시간을 사용하고도 규칙에 따라 쿨하게 끌 수 있다면 조절이 가능한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규칙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때의 규칙은 자발적이어야 납득이 되고, 유지할 힘이 생깁니다. 규칙을 정할 때는 협상을 잘해야 합니다. 협상이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허용받는 최상의 경험은 아니더라도 서로 한발씩 양보해 차선을 선택하는 경험이 되도록 해 주세요.


혹시 학교 폭력일까?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날, 부동산 앞을 지나는데 사장님이 불러 세우더니 대뜸 “무진 엄마, 요새 집에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말을 거는 거예요. 야근이 많아 아이와 눈 마주칠 시간도 없다고 하니까 학교에서 무슨 일 있는지 살짝 알아보래요. 가슴이 덜컹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요즘 애가 인사도 안 하고 너무 표정이 없고 우울해 보인다고 합니다. 무진이한테 물어보니 학교에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다니기가 싫다고 합니다.


다음 날 담임 선생님께 전화해서 여쭤 보니 학교에서 너무 말이 없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걱정된다고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겠다고 하십니다.


아동 인권 한 스푼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화가 나거나 걱정되기도 하고, 마치 내가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감정적으로 흥분하여 아이를 다그치거나 반대로 사회적 체면을 생각하여 문제를 덮어 두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상해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행동이 거칠어졌는지, 비밀스러운 전화와 만남이 있는지, 성적과 생활에 기복이 심하며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지, 돈 씀씀이가 증가하는지 등의 행동 징후를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학교에 지각과 결석을 자주 하고 전학을 가고 싶어 한다든가, 용돈을 지나치게 요구한다든가, 소지품을 자주 잃어버린다든가, 친구가 거의 없거나 몸의 상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피해 아동의 행동 징후가 있는지도 꼼꼼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기본일 것입니다.


최근 학교 폭력은 집단화,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이유 없는 폭력과 따돌림이 늘어나고 죄의식도 희박해져서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넘어 인격적 침해가 빈번합니다. 학교 폭력은 아동 간의 장난이나 몸싸움이 아닙니다. 학교 폭력 경험은 가해 아동과 피해 아동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모든 아동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야 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침묵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방어자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그런 애랑 놀지 마라

은성이는 열세 살입니다. 하루는 스마트폰으로 웹 소설을 읽고 있기에 살펴보니 판타지를 가장한 쓰레기였어요. 친구 우빈이가 무료 사이트를 알려 줬대요. 아무래도 수상해서 스마트폰을 뒤져 보다가 우빈이랑 주고받은 ‘카톡’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XX, 동생이 죽어 버리면 좋겠어’ 같은 끔찍한 내용 투성이지 뭐예요.


저런 애랑 어울리다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싶어서 다시는 같이 놀지 말라고 말했는데 은성이는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아빠는 왜 내 폰을 함부로 보는 거야! 우빈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사귀라 마라 하는 거야. 내가 아빠 친구 만나지 말라면 좋겠어?” 하며 펄쩍펄쩍 뜁니다.


아동 인권 한 스푼

아이들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요? 친구는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평생 가는 친구가 될지 스쳐 지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중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정말 치열한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친구를 사귀고, 자신이 원하는 모임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성향의 친구가 나와 더 잘 맞는지 경험하고, 스스로 사회적 기술을 깨우치게 됩니다. 친구 관계는 혼자서만 잘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입맛에 맞는 ‘완벽한 친구’를 마트에서 쇼핑하듯이 사 올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하고 희생하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배우는 것이죠.


자녀가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부모가 친구 관계마저 대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됩니다. 대화를 나누고 좋은 선택을 하도록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관계의 결정권은 자녀에게 온전히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좋은 경계선을 그어 주는 것입니다. 그 경계선이란 친구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가 느껴질 때는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 친구의 나쁜 행동을 따라 하지 않아야 함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친구는 정말 소중한 존재지. 하지만 혹시라도 친구가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따라 하거나 휩쓸려선 안 된단다. 친구와 불편하거나 염려되는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말해 주겠니?”


나와 다른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을 무조건 멀리하고 떼어 내는 방식으로는 누구나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함을 배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친구와 함께 상생하는 좋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관계를 주도하는 힘을 길러 줍니다.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따뜻하고 유쾌한 응원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공부나 해

하나밖에 없는 딸 진경이가 울면서 말합니다.


“엄마, 저 요즘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오르고 머리도 나쁜 것 같다고요. 다 때려치우고 죽고 싶어요.”


너무 속상한 맘에 “죽긴 왜 죽어? 그렇게 나약하게 굴면 어떻게 하니? 남들 다 하는 공부인데 유난 떨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해. 내가 이 고생을 참고 있는 게 누구 때문인데 공부만 하는 네가 뭐가 힘들다고 그런 말을 하니? 그런 소리 들으면 내가 더 안 살고 싶다.”라며 화를 냈습니다.


아동 인권 한 스푼

죽고 싶다는 말은 그만큼이나 힘들다는 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무엇이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동들을 힘들게 만들까요? 아동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 보고 싶은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잘해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경험하고 알아보기 전에 학업 성취에 대한 요구부터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과 소통하며 잘 지내고, 방 정리를 잘하고,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잘해 낸다 해도 시험 성적이 잘 나올 때만큼 칭찬을 받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것은 좀 부족해도 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다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공부하느라 힘든 것은 당연히 참아 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려워도 견디고 참아 가며 공부하지 못하면 부족한 아이인 양, 미래 진로까지 걱정되는 아이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모든 아동은 저마다 타고난 성향과 기질이 다르고 적성과 흥미, 잠재력도 다릅니다. 다른 그들이 각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제 역할을 해낼지 고민할 때, 옆에서 함께 소통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동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성인들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죽고 싶다”라는 말은 “지금 너무 힘들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저 정말 살고 싶어요”라고 해석해야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까요? 생명이 있어야 미래도 있지요. 아동이 힘들다고 할 때는 가르치거나 조언하기보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경청과 공감이 먼저입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면 지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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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