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

   
주형일
ǻ
한국문학사
   
18000
2023�� 06��



■ 책 소개


미디어와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디지털 시대의 필수재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미디어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특히 인터넷·PC·스마트폰·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되었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빠르고 손쉽게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이용하는 미디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가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주어지는 정보를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팩트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스스로 미디어 탐정이 되어 미디어 안에 숨겨진 트릭을 발견함으로써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야 한다. 미디어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미디어 활동을 감시하고 비평하는 능동적 이용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완성하는 것,
바로 미디어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

현재 스마트 미디어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챗GPT, 가상 재화, 사물인터넷, 네트워크 컴퓨터, 딥러닝, 디지털 휴먼, 디지털 키오스크, 메타버스, AI 스피커, 디지털 컨버전스, 1인 미디어의 증가,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 등 온갖 최첨단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현상이 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반면에 이로 인한 부작용의 양상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포모 증후군, 딥페이크, 탈진실, 사이버 렉카, 저작권 침해, 필터 버블, 인간 직업 감소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스마트 미디어의 뛰어난 기능에도 주목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비판적 이해와 수용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 저자 주형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5대학교와 1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디어와 성』 『사진과 죽음』 『영상커뮤니케이션과 기호학』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읽기』 『문화연구와 나』 『영상미디어와 사회』 『이미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미디어학교』 『이미지가 아직도 이미 지로 보이니?』 『똑똑한 이상한 꿈틀대는 뉴미디어』 『생존 사회』 등이 있다.번역서로는 『문화의 세계화』 『일상생활의 혁명』 『중간예술』 『미학 안의 불편함』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환자』 『정치실험』 등이 있다 .

■ 차례
들어가며

Chapter 1 디지털 시대를 사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없는 세상을 살 수 있을까|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은 모든 학문의 십자로|미디어의 목표는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완성하는 것|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공존하는 시대|챗GPT를 둘러싼 인공지능 전쟁에 뛰어든 미디어|디지털 시민으로 거듭나는 방법, 미디어 리터러시|TIP.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디어 생태계

Chapter 2 격동의 역사 속에 미디어가 있었다
미디어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결정한다: 미디어의 속성|마라톤의 전령은 무엇을 전달했을까?: 구두 미디어|대성당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인쇄술의 발달: 인쇄 미디어|사진과 영화를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히다: 사진과 영화의 발명|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든 텔레비전: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유비쿼터스 시대에 새로운 부족사회가 태어나다: 디지털 미디어|세상을 뜨겁게도, 차갑게도 만드는 미디어: 핫미디어와 쿨미디어|TIP. AI와 컴퓨터 그래픽스 최첨단 기술의 결합, 디지털 휴먼

Chapter 3 영화가 보여주는 미디어의 겉과 속
영화는 왜 노래를 불렀을까?: 영화에서 꿈꾼 세상|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일까?: 〈시민 케인〉|윤리와 권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언론: 〈스포트라이트〉, 〈더 포스트〉|영상이 충격적이니 시청에 주의하십시오: 〈나이트 크롤러〉|TIP. 정보전염병을 퍼트리는 사이버 렉카의 위험성|우리는 당신의 사생활이 궁금하다: 〈트루먼 쇼〉|TIP. 가상의 ‘부캐’가 부각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구독,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구독좋아요알림설정〉|나는 네가 어제 한 일을 알고 있다: 〈서치〉

Chapter 4 디지털 혁명, 인류를 초연결 사회로 만들다
디지털 미디어,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만든 매력적인 세계관: 디지털 컨버전스|IT혁명과 소셜미디어의 합작품, 초연결 사회: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디지털 노마드에서 호모 모빌로스로 진화하다: 이동성의 혁신|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당신의 미디어를 바꾼다: 인터랙티브 미디어|TIP.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개별화된 생비자가 콘텐츠 시장을 지배한다: 생비자 미디어|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이버 가상세계, 메타버스: 사이버스페이스|TIP. 현실의 재화가 되는 가상 재화, 창작자 경제

Chapter 5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미디어 효과의 모든 것
초강력 권력이 주입하는 메시지의 효과는?: 마법의 탄환 이론|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 인지부조화 이론|매스 미디어보다 오피니언 리더를 더 신뢰한다: 2단계 유통이론|의제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생산자가 된 대중: 의제 설정 이론|당신은 왜 미디어를 이용하는가: 이용과 충족 이론|미디어는 현실세계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문화계발 효과 이론|침묵이 과연 나를 구할 수 있을까: 침묵의 나선 이론|이데올로기는 개인을 주체로 호명한다: 의식산업의 호명|TIP. 미디어에 소개된 맛집에 줄을 서는 이유, 밴드왜건 효과

Chapter 6 기호를 알면 미디어가 보인다
미디어는 대상을 그럴듯한 신화로 포장한다: 광고 기호|서사 구조를 꿰뚫으면 스토리가 보인다: 서사 분석|첨예한 갈등 후 승리하는 스토리에 열광한다: 이항 대립|과도한 인스타그래머블은 피로감을 유발한다: 인상 관리|TIP. 소셜미디어의 선택지, 포모 증후군 VS 조모 현상|사람들을 설득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기술: 수사학|인지적 복잡성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진다: 구성주의

Chapter 7 차이와 갈등을 넘어 소통하는 미디어
젠더에 따른 문화적 방언의 차이를 넘는 길: 젠더렉트|타 문화 사이 거리감을 줄여주는 소셜미디어: 문화 간 소통|알고리즘에 숨겨진 확증 편향의 위험성: 집단사고와 확증 편향|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민주주의 꽃 피우다: 미디어 공론장|자유와 윤리, 둘 다 잡아야 하는 언론: 언론의 포지션|타인의 진실에 대한 번역이 필요한 시대: 탈진실 시대|TIP. 딥러닝과 딥페이크, 최첨단과 범죄 사이 ‘양날의 칼’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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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으로 거듭나는 방법,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원주민에게 꼭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언어나 글을 통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입는 옷이나 사용하는 물건을 통해서도 자기를 표현할 수 있다. 그림이나 사진·영화·텔레비전·인터넷 같은 매체를 통해서도 생각과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미디어인 우리의 몸에서부터 오늘날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디지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를 이용해 우리는 상호작용하며,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삶을 영위해간다. 따라서 미디어를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아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인간의 사회적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리터러시(literacy)는 ‘문해력(文解力)’을 뜻하는데,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더 나아가 문장을 이해하고 글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이지만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글을 쓰고, 남이 쓴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단순히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그 결과 디지털 미디어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인터넷·PC·스마트폰·소셜미디어 등의 뉴미디어는 일상생활에서 물과 공기처럼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는 온갖 최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 방법이 복잡할뿐더러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정보의 진위를 분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맹점을 악용하여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범죄가 성행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짜 정보는 팬데믹이나 대형 사건과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정보 회전 속도가 빠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가짜 뉴스, 딥페이크, 탈진실 등 가짜 정보가 미디어나 인터넷 등에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두고 ‘인포데믹(infodemic)’이라고 한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과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로 ‘정보전염병’이라 부르는데, 그 위력이 대단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가짜 정보의 온라인 확산속도가 진짜 정보보다 6배나 빠르다고 한다.


이렇듯 최첨단 디지털 환경 하에서 건강한 시민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은 필수에 가깝다. 시민들은 미디어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비평하고 미디어 활동을 감시하는 능동적 이용자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는 코딩 기술에서 시작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사회를 살아가는 디지털 원주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격동의 역사 속에 미디어가 있었다

미디어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결정한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는 미디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인간의 몸은 가장 오래된 미디어이다. 표정과 몸짓은 물론 몸의 자세나 형태 등이 모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시용된다. 태초부터 사용되었던 말도 몸에 있는 입이 만들어낸 소리로 구성된 것이다.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문자와 활자가 발명되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그림, 사진과 영화 같은 영상도 흔히 사용되는 미디어이다. 인간의 지식과 기술이 발달하자 전기와 전파를 이용한 여러 미디어가 발명되어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해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가 생겨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맞게 되자 학계에서는 미디어 전개 과정의 탐구를 통해 사회와 문화의 역사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1964년 캐나다 학자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은 미디어 개념을 넓은 의미로 재정의하면서 미디어 자체의 속성이 사회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무엇보다도 인간의 감각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같이 보이는 말·문자·전화·신문·텔레비전 등을 미디어라고 부르지만, 매클루언은 “인간의 몸을 확장하고 감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미디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안경은 눈을 확장한 것이고, 바퀴는 발을 확장한 것이며, 옷은 피부를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안경·바퀴·옷도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철도도 미디어이고, 화폐·주택·무기 등도 미디어가 된다. 한마디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창출해낸 미디어는 모두 특정한 기술적 속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선글라스는 짙은 색의 유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눈을 잘 보이지 않게 은폐하는 속성을 가진다. 선글라스를 쓰게 되면 눈을 중심으로 얼굴의 상당 부분이 가려져 전체적인 얼굴을 식별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선글라스를 쓴 사람의 얼굴을 눈으로 식별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가려진 부분을 상상하게 된다. 선글라스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맨얼굴의 사람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얼굴에 쓰던 마스크도 비슷한 작용을 했다. 이처럼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미디어는 단순히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마는 것이 아니다.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감각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면 인간의 심리적 상태가 변하게 되고, 그를 통해 사회적 환경도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가 직접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람에게 단기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미디어가 감각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면 인간의 심리적 상태가 변하게 되고, 그를 통해 사회적 환경도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가 직접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람에게 단기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미디어의 기술적 속성은 인간의 특정한 감각을 발달시키고 인간관계와 사회제도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메시지이고, 미디어는 중립적인 전달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다. 우리는 영화나 텔레비전이 가진 사회적·문화적 악영향을 논의할 때 콘텐츠에 내포된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지적한다. 즉, 미디어가 아니라 메시지가 문제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클루언은 영화나 텔레비전이 가진 기술적 속성 자체가 우리의 특정한 감각을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영화나 텔레비전의 내용이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영화나 텔레비전의 존재 자체가 사회와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미디어인 이유는 텔레비전 뉴스나 드라마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텔레비전의 기술적 속성이 시각과 청각 같은 감각을 특정한 방식으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쇄된 책이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켰다면 책의 내용이 특별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대량으로 생산된 책이 사람들의 시각을 활성화함으로써 논리적 사고의 발달을 촉진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매클루언의 생각이다.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이 유명한 문장은 미디어의 기술적 속성이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처럼 기능한다는 뜻이다. 매클루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디어는 마사지(massage)다”라고도 말했다. 인간의 몸을 자극함으로써 감각을 직접 건드리고 몸의 변화를 유발하는 마사지처럼 미디어는 우리 몸의 감각에 직접 작용해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유발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 인류를 초연결 사회로 만들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당신의 미디어를 바꾼다

양방향 미디어로의 진화

“디지털 미디어가 상호작용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상호작용적‘이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콘텐츠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사용자는 콘텐츠를 탐색하고 클릭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는 미디어 플레이어를 사용하여 비디오를 재생할 때 사용자는 재생 속도를 조절하거나 재생목록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사용자는 콘텐츠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은 2022년에 개발된 챗GPT와 나눈 대화이다. 나의 질문에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가 설명했듯이, 디지털 미디어는 상호작용적 미디어, 즉 ‘인터랙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 대화형 미디어)’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은 두 개의 영역에서 발견된다. 하나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미디어와 이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초기에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이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었다. 휴대전화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이메일을 송수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는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가능해진 ‘빠르고 간편한 상호작용’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송하기만 하는 매스 미디어가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되면서 콘텐츠 제작자와 수용자 사이에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의 경우에는 신문사나 방송국이 제작한 콘텐츠를 수용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보기만 했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과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 후에는 수용자가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상호작용성의 구현을 통해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좀 더 편하고 능동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다.


AI가 나에게 답하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은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술 중의 하나이다. 인공지능 연구는 1940년대부터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사이버네틱스는 인간이나 동물의 자기 제어의 원리를 기계 장치에 적용하여 통신, 제어, 정보 처리 등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인공지능 연구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1950년 영국의 공학자 튜링은 기계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했다. 튜링 테스트의 요지는 상대방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눈 후에 인간이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내용이 대화를 유지했다면, 상대방을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인공생명(artificial life, AL)’에 대한 연구도 시작되었다. 인공생명 연구는 외부 자극에 대한 곤충이나 동물의 인지적 반응을 기계로 실현하기 위해 출발했다. 이 연구에서는 초보적인 인지 단계에 있는 기계가 학습을 통해 점차 인간과 같은 고도의 인지 단계로 발전하는 방식으로 인공적 생명체를 만들려고 시도하는데, 주변 환경의 자극에 반응하며 움직이는 로봇이 대표적인 인공 생명체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기계가 인간과 대화하면서 의견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라면, 인공생명은 기계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이다. 기계는 인간의 작용에 대해 적저라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갖출 때 인간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로 간주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자연언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말에 직접 반응하는 디지털 미디어가 증가하고 있다. 애플 아니폰의 ‘시리’, 삼성 갤럭시의 ‘빅스비’, 구글의 ‘구글 나우’처럼 음석인식에 기반한 개인 비서 서비스와 네이버의 ‘파파고’와 같은 번역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텍스트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대화하는 챗봇 형태의 챗GPT는 단순한 채팅뿐만 아니라 광고 카피나 학교 과제용 보고서를 대신해 써줄 정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능력을 과시한다.


또한 포털사이트, 온라인 쇼핑몰, 1인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파악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외에 이용자가 내리는 명력에 따라 전기·가스 등의 가정용 기기가 작동한다거나 자동차가 자율주행하는 것과 같은 사물인터넷 서비스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결과이다.



기호를 알면 미디어가 보인다

과도한 인스타그래머블은 피로감을 유발한다

인상 관리를 통해 ‘긍정적인 나’를 구축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일반화된 타자의 생각을 고려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나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나 자신에 대한 타인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라고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자아연출의 사회학’이란 책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태도와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다른 사람의 눈이란 상황과 집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회사 면접을 볼 때 문신을 숨기려 노력한다면, 그 이유는 회사의 간부들이 문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문신을 좋아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고 판단하게 되면,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문신을 숨기려 하는 것이다. 반대로 문신에 대한 인식이 좋은 집단이나 상황에서는 오히려 문신을 노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문신이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신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한다.


인상 관리는 결국 사회적으로 자신이 모습을 노출하는 과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자기의 고유한 이미지를 과시하고 드러내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는 이미지를 연출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전자가 자기의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호감이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적인 이미지를 동참하는 방식이다.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에 따르면, 언어는 사물이나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상 관리도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의 의미를 만드는 작업이다. 인상 관리 방법 중에 사람을 특정한 단어로 부르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단어를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면서 사람의 인상을 좋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고가의 브랜드를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과 ‘사치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큰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훈남’이라고 부르게 되면 그 사람의 이미지가 좋아진다.


일상생활에서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상징을 조장해 인상관리를 하는 대표적 미디어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려는 동기 가운데 가장 주요한 것은 자존감 유지이다. 팔로워 수, 구독자 수, 조회 수, 좋아요 수, 댓글 수 등은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외모·능력·활동 등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측정하는 객관적 수치의 역할을 한다. 인상 관리에 실패하면 팔로워·구독·조회·좋아요 등의 수치가 즉시 감소하고, 부정적 댓글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온라인에서의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소셜미디어는 문자보다 사진 또는 영상을 주로 이용해 인상 관리를 하는데,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경우에는 외모를 드러내는 사진이나 영상을 주로 업로드한다.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이 주로 사진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올리기 적절하다는 의미의 ‘인스타그래머블 (instagrammable)’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다. 아름답고 멋진 장소나 풍경·사람·사물 등은 사진 또는 영상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기에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옷을 입고 ‘인생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상징 조작은 단순히 사진과 영상을 보정하고 조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거짓 정보와 가짜 신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의 경우 이용자는 자신의 계정을 누가 방문하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이용자는 자신의 계정을 방문하는 타인들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이 상상된 타인들이 일반화된 타자의 역할을 한다. 그들의 눈에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상징을 조작하면서 이용자는 인상 관리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상 관리에 성공하면 스타덤에 오르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기에 인상 관리를 위한 노동 강도는 매우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인상 관리는 ‘소셜미디어 피로감(social media fatigue)’를 유발하고, 자존감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차이와 갈등을 넘어 소통하는 미디어

알고리즘에 숨겨진 확증편향의 위험성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 버블’현상

집단사고는 집단의 응집력이나 동질성이 강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신념을 중심으로 형성된 집단 안에서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된 정치적 지형에서 보수적 집단과 진보적 집단은 각각 자기 집단이 내린 정치적 결정이 무결점이자 무오류라는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집단에서 일어나는 집단사고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와슨(Peter C. Wason)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신념이나 가치를 확인하거나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검색·해석·기억하는 심리적 경향”을 확증 편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선택하고, 자기 의견에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모호한 정보는 자기의 기존 태도를 지지하는 쪽으로 해서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가치·의견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하나의 이념을 추종하는 정치적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의 정치적 신념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보들만은 편향적으로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집단의 동질성과 응집력을 강화시킨다. 이들은 명시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집단사고를 형성하기보다는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확증편향을 키워가는 경우가 더 많다.


확증 편향은 보통 세 가지 유형을 나타난다. 정보의 편향된 검색, 정보의 편향된 해석, 그리고 정보의 편향된 환기이다.


첫 번째, 정보의 편향된 검색은 자기 신념이나 태도에 적합하거나 이를 지지하는 정보를 검색하려는 경향이다.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내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정보의 특정한 내용만이 인지된다. 하나의 뚜렷한 신념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은 자기의 관점에서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기의 신념이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의 정보를 발견하고 수집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두 번째, 같은 정보를 접한다고도 하더라도 그것을 편향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같은 내용의 정보를 제시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신념에 따라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는 사람들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태도에 따라 의견의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중립적으로 다양한 내용의 정보를 수집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신념과 의견이 일치하는 정보를 더 쉽게 기억하고 회상하는 식으로 편향되게 환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뉴스를 본다 하더라도 대통령 지지자들은 긍정적인 내용의 활동을 주로 기억하겠지만, 반대자들은 문제를 일으킨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주로 기억할 것이다.


확증 편향으로 인해 사람들이 가진 신념과 태도는 점점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1인 미디어나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데, 이는 사용자에게 같은 종류의 정보만이 노출되는 ‘필터 버블’을 만듦으로써 사용자가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증폭시킨다. 실제로 21세기에 들어서 세계 각국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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