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인문학

   
김성연
ǻ
서사원
   
16800
2023�� 05��



■ 책 소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는 우리.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GEN Z는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년기부터 디지털 세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디지털 세계를 접했던 M 세대와 달리, 그들은 더 어린 시절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보며 자랐다. 이것이 한때 유행했던 ‘MZ 세대’가 M 세대와 Z 세대로 세분화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이 GEN Z를 타깃으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Z 세대는 이 시대의 이면을 보기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의 명암을 제대로 알고 균형 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10년 이상 IT 분야에서 다양한 디지털 경험을 설계한 디자이너다. 애플리케이션, 소셜 미디어, 각종 웹사이트의 사용자 경험이 기업의 이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전 세계 수십억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짚는다. 그리고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도록 설계되는 다양한 다크 패턴, 점점 경계가 흐릿해지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고도화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윤리적인 문제 등 이전에는 없었던 이슈를 독자들에게 던져 준다.

■ 저자 김성연
저자 김성연은 글 쓰는 디자이너이다. 약 10년간 실무에서 앱과 웹을 통해 디지털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현재는 ‘우디’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와 각종 매체에 관련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 디자인 윤리 커뮤니티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운영하며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용자를 사로잡는 UX/UI 실전 가이드’가 있다.
  
■ 차례
들어가며

CHAPTER 1 우리의 삶이 소수에 의해 디자인되고 있다고?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의 경고
디지털 세상은 내가 오늘 어딜 갔고, 뭘 봤는지 모두 알고 있대!
나도 모르게 가입된 사이트의 비밀: 다크 패턴 이야기
넷플릭스는 어떻게 내 마음을 정확히 아는 걸까?

Chapter 2 이 세상은 어떻게 디자인되고 있을까?
AI가 내 친구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세상
동영상을 본다고? 쇼츠가 대세지: 1분 미만 세로 콘텐츠의 시대
은밀한 제2의 학교 폭력: 사이버불링
흐릿해지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메타버스
‘아니면 말고’에 절망하는 사람들: 가짜 뉴스의 그림자

Chapter 3 매일 더 완벽히 디자인되는 우리들의 세상
우리는 왜 SNS에 중독되는 걸까?
매일 쓰는 앱에 담긴 여덟 가지 심리학 법칙
매일 보는 인스타그램? 지루할 틈이 없어요: 당겨서 새로고침과 슬롯 머신
딱 10분만 보려고 했는데 벌써 2시간이 지났어!: 무한 스크롤과 무한 재생

Chapter 4 디자인으로 디지털 세상 읽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이모지 이야기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다른 사람이 나의 집중력을 감시할 수 있다면?
왜 아무 기능도 없는 휴대폰을 출시할까?: 라이트폰
디지털 때문에 동물들이 위험해진다고?: 동물권 감수성

Chapter 5 바위 같은 완벽한 세상을 내리치는 달걀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포용적 디자인
키오스크는 누구에게나 편리해야 한다: 정보 약자를 위한 디자인
음식을 산 걸까 쓰레기를 산 걸까: 제로 플라스틱을 꿈꾸며
가짜 달걀로 지구 구하기: 비건 푸드와 대체 식량
행동하는 브랜드가 좋아요: 브랜드 액티비즘
알고리즘을 거부한다: ‘에코챔버’에 빠지지 않으려면?

Chapter 6 완벽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디지털 공해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일상인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앱
인간을 위해 탄생한 AI 기술들
챗GPT 현명하게 이용하기

나가며

 




GEN Z 인문학


우리의 삶이 소수에 의해 디자인되고 있다고?

나도 모르게 가입된 사이트의 비밀: 다크 패턴 이야기

여러분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다 의도치 않게 어떤 사이트에 회원 가입이 되거나 탈퇴가 어려워 내지 않아도 될 이용료를 아깝게 낸 적이 있나요? 보통 이런 일을 겪으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죠. 하지만 이런 사례에는 굉장히 치밀한 제작자의 설계가 숨어 있답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심리적 약점을 잡아 인터페이스를 복잡하게 디자인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을 ‘다크 패턴(Dark Patterns)’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다크 패턴을 살펴볼까요?


- 숨겨진 비용

여행을 준비하며 숙소를 예약할 때, 홈 화면에 표시된 금액과 예약 절차를 마친 최종 숙박 가격이 눈에 띄게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확인해 보면 처음 가격에 각종 수수료나 봉사비가 잔뜩 붙어 있죠. 이때 대부분의 사용자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 때문에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결제까지 하게 됩니다. 여기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숙박 광고 배너까지 더해지면 다크 패턴은 더 쉽게 소비자를 유혹하겠죠.


- 로치 모텔(Roach Motel)

회원 가입은 쉬운데 탈퇴가 무척 어려운 다크 패턴입니다. 가입은 PC와 모바일 둘 다 가능한 반면, 탈퇴는 PC에서만 가능한 서비스가 종종 있어요. 이마저도 탈퇴 메뉴를 찾기 어렵게 깊숙이 숨겨 두거나 제대로 보이지 않게 해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탈퇴를 마음먹어도 갑자기 귀찮아져서 서비스 해지를 미루기도 합니다. 이런 다크 패턴을 마치 바퀴벌레를 잡기 위한 장치 같다고 해서 ‘로치 모텔’이라고 부릅니다.


- 개인정보 쥬커링(Privacy zuckering)

이 다크 패턴은 회원 가입 시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약관을 읽기 위해 ‘자세히 알아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훨씬 더 복잡한 약관이 등장해요. 저 역시 이런 약관을 모두 꼼꼼히 읽어 보지 않습니다. 대체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글에 질려 그냥 ‘내 정보 공유하기’를 클릭하게 되죠. 이때 예상보다 더 많은 양의 개인 정보가 공유되니 검증되지 않은 사이트에서는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다크 패턴은 점점 더 넓게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는 구독 경제, 즉 서비스나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잠시 빌리는 형태가 널리 활용되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이 나타나는 다크 패턴은 처음에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사용자 동의 없이 정기 결제를 하거나 결제 해지를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유료로 바뀌는 시점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는 이를 팝업이나 푸시 알림으로 정확히 안내해 줄 의무가 있지만 잘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세상은 어떻게 디자인되고 있을까?

흐릿해지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메타버스

생활 깊숙이 스며든 메타버스의 세계

메타버스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상을 뜻하는데요, 크게는 다음 네 가지 형식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 증강현실

AR(Augmented Reality)이라고도 불리는 증강현실 기술은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나 영상을 덧입히는 기술입니다. 가장 익숙한 예로는 ‘포켓몬 GO’, ‘스노우’ 같은 게임과 카메라 앱의 필터 기술이 있겠네요.


- 라이프로깅

삶을 뜻하는 ‘라이프(life)’와 일지에 기록한다는 의미의 ‘로깅(logging)’을 합쳐 만든 말인 라이프로깅은 ‘삶을 기록한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있습니다. 차고 달리면 내가 뛴 거리와 코스를 보여 주는 안경, 시계, 반지 같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즉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처럼 작은 기계에 IT 기술을 적용해 몸에 착용할 수 있도록 한 기기나 내가 여행한 곳을 기록할 수 있는 여행 기록 앱 등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 미러월드

IT 기술로 실제 세계를 가상에 옮겨 놓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지구 구석구석을 위성사진으로 보여 주는 ‘구글 어스(Google Earth)’가 있습니다. 저는 낯선 곳을 갈 때 미리 구글 어스의 로드뷰 기능을 활용해 그곳의 특성을 파악해 놓는답니다.


- 가상 세계

기술로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입니다. 마치 게임 같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페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 기술은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성추행을 하거나 성적인 대화를 강요하는 일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별일 아니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페토의 유저는 71%가 7~18세입니다.


또 다른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도 한번 살펴볼까요? 로블록스는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사용자에게 직접 게임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을 하며 사용자 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아이템 거래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 역시 유저의 62.3%가 7~18세입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아바타를 꾸미는 등 커스터마이징하면서 자신과 아바타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아바타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로 추행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면 실제 나에게도 심리적인 악영향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아바타 성추행을 일으키는 많은 사람이 성인이라는 것입니다. 10대들은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할 때 현실 세계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아바타 간 사생활 침해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아직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필요한 지침을 만들어 어린 유저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매일 더 완벽히 디자인되는 우리들의 세상

매일 쓰는 앱에 담긴 여덟 가지 심리학 법칙

우리가 매일 쓰는 앱에는 다양한 심리 법칙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법칙들은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게 하거나 클릭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고민을 줄여 더 나은 선택을 돕기도 하죠.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앱을 설계할 때 자주 사용되는 심리학 법칙들을 미리 파악해 두면 객관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대표적인 여덟 가지 심리학 법칙을 살펴봅시다.


- 제이콥의 법칙(Jakob's Law)

제이콥의 법칙은 닐슨 노먼 그룹이라는 세계적인 사용자 경험 컨설팅 그룹의 창립자 제이콥 닐슨이 만든 심리 법칙입니다. 새로운 앱이나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과거의 익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을 판단한다는 것이죠. 회원 가입 과정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생각해 보면 디자인은 조금씩 달라도 가입 방식 자체는 서비스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서비스마다 회원 가입 방식이 제각각이라면 어떨까요? 매번 새로운 절차를 이해하고 또 익숙해지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겠죠. 따라서 매일 사용하는 앱을 디자인하는 데 ‘익숙함’이라는 가치는 무척 중요하답니다. 릴스 기능을 제공하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메신저 기능을 제공하는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앱이 형식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익숙함 때문이랍니다.


- 피츠의 법칙(Fitt's Law)

여러분이 화면에서 무언가를 클릭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죠. 대상의 크기가 작고 위치가 멀수록 클릭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반대로 대상의 크기가 크고 위치가 가깝다면 클릭하는 시간이 줄어들겠죠. 피츠의 법칙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개념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자주 사용하는 앱이 화면 아래 쪽에 위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버튼들은 여러분이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대부분 엄지손가락으로 닿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만약 버튼이 엄지가 닿기 힘든 위쪽에 위치한다면 어떨까요? 그만큼 클릭하는 데 시간이 들고 또 귀찮아지겠죠. 이러한 심리적인 장애물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사용하기 쉽다고 생각한 앱은 화면에 배치되는 요소 하나하나의 크기와 위치까지 섬세하게 고려된 형태로 설계된 것입니다.


- 힉의 법칙(Hick's Law)

무언가를 선택할 때 선택지의 개수가 많아지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법칙입니다. 보기가 세 개 있는 문제보다 열 개 있는 문제에 들이는 시간이 당연히 더 오래 걸리겠죠? 이러한 힉의 법칙은 일상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다음 두 리모컨을 비교해 볼까요?


왼쪽의 리모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한눈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서 머리가 지끈거리지는 않나요? 안심하세요. 당연한 반응입니다. 반면 오른쪽 리모컨을 보면 어떤가요? 버튼 수가 적어 이해하기 쉬운 느낌이 드나요? 그렇다면 오른쪽 리모컨이 힉의 법칙을 잘 활용한 셈이겠네요. 만약 여러분이 이용하는 앱이나 웹사이트의 사용이 쉽게 느껴진다면, 선택지가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 밀러의 법칙(Miller's Law)

사람들은 규칙 없이 나열된 정보보다 일정한 규칙으로 묶인 의미 덩어리를 더 잘 기억한다는 심리 법칙입니다. 다음 두 가지 숫자의 나열을 비교해 볼까요?


A. 9582384929

B. 958) 238-4929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 B 예시가 더 기억에 잘 남을 거예요. 사람은 형태를 인지할 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들을 덩어리로 묶어서 보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밀러의 법칙은 웹사이트나 앱에서 주로 그룹핑 기법에 활용됩니다. 그룹핑 기법이란 특징이 비슷한 정보들끼리 모아서 보여 주는 것을 말해요. 예를 들어, 유튜브 메인 화면에는 왼쪽에 메뉴 목록과 내가 구독하고 있는 채널들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콘텐츠들이 묶여서 보입니다. 이러한 그룹핑 없이 콘텐츠와 메뉴가 섞여 있다면 혼란스러울 겁니다. 앞으로 어떤 앱이나 웹사이트를 사용할 때, 비슷한 정보끼리 잘 묶여서 정리되어 있다면 밀러의 법칙을 떠올려 보세요.


- 폰 레스토프 효과(Von Restorff Effect)

폰 레스토프 효과는 여러 시각 요소가 모여 있을 때 형태나 특징이 튀는 다른 하나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심리 법칙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앱에 아직 읽지 않은 정보가 있을 때 표시되는 빨간색 알림이 있습니다. 만약 알림이 빨간색이 아니라 무채색이라면 다양한 색상의 아이콘들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지 않을 거예요. 따라서 디자이너는 구성 요소들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튀는 형태로 다르게 나타내야 합니다.


-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아직 끝나지 않은 사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심리 법칙입니다. 드라마나 웹툰을 보다 보면 스토리상 중요한 순간에 한 화가 끝나며 다음 화에 대한 기대를 남기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이때는 드라마의 내용보다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여러분들의 기억에 영향을 줍니다.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예고편인 ‘티저 광고’ 역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앱이나 웹사이트에서는 여러분이 어떤 프로세스를 모두 끝마치지 않았을 때 진행표시줄에 알림을 띄워서 일을 마치도록 독려하는 용도로도 쓰인답니다.


- 서열 위치 효과(Serial-Position Effect)

사람의 기억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처음과 끝에 주어진 정보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죠. 이를 ‘서열 위치 효과’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처음과 끝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첫 번째 장이 강렬하지 않다면 청중은 금세 지루해할 겁니다. 이러한 서열 위치 효과는 웹사이트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커다란 상품 배너나 강렬한 카피라이팅 등에 활용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장 중요한 구매하기 버튼 등이 있겠죠. 지금 자주 가는 사이트에 한번 접속해 보세요. 처음 시선이 닿는 요소가 시각적으로 강조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앞으로 이런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날 때는 서열 위치 효과가 적용됐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 심미적 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

우리는 어떤 사물의 디자인이 아름다우면 실제와는 상관없이 간단하고 사용하기 더 편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관이 아름다운 디지털 제품들을 떠올려 봅시다. 실제로 기능이 별로거나 불편해도 제품의 외관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심리적으로 너그러워지는 효과가 있답니다. 여러분도 실제 기능이나 사용성과는 별개로 예뻐서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나 기기가 한두 가지쯤은 있을 거예요.



디자인으로 디지털 세상 읽기

디지털 때문에 동물들이 위험해진다고?: 동물권 감수성

우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VR을 쓰는 젖소들

모스크바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소들이 VR 기기로 사계절 내내 맑은 여름 풍경을 본다고 밝혔습니다. 소는 사람에 비해 빨간색은 잘 인식하지만, 파란색과 녹색은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도 기술에 반영되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들은 불안감을 덜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유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주장입니다. 수의사와 함께 설계한 VR 고글은 소머리의 특징을 고려해 특수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실제로 우유 생산량을 높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젖소들의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농식품부는 이후 VR 고글을 쓴 젖소의 우유 품질을 더 과학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이런 긍정적인 측면들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고글을 쓴 소의 모습을 보니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기술이 만들어 낸 소의 심리적 안정이 우유를 얻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착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더 좋은 사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젖소가 행복하면 VR 없이도 고품질 우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VR 고글의 몇 가지 한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VR의 짧은 배터리 수명으로 인해 고글을 벗었을 때 젖소가 느낄 수 있는 정신적 충격 등입니다.


결국 젖소를 좁은 축사에 가둬 우유를 착취하는 현재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앞으로의 생산은 양과 질의 문제 이전에 상품 생산 과정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에 관한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콘텐츠로 소비되는 동물들

여러분은 유튜브에 귀여운 동물이 등장할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귀여운 동물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생각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비단 유튜브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틱톡 같은 숏폼 플랫폼에서도 동물들은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콘텐츠로 소비되는 동물 중 다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동물 관련 콘텐츠를 대개 즐거움을 위해 시청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학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제작자 역시 콘텐츠의 조회 수가 목적이므로 소재나 제목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게 됩니다.


더불어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상 과도한 연출도 문제입니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동물 복지 자선단체 ‘레이디 프리씽커(Lady Freethinker)’는 유튜브에서 동물이 피해를 입었거나 심각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 등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2,053개를 파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린 고양이나 개가 뱀이나 악어 같은 포식자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을 때 사람이 등장해 구해 주는 영상이 연출로 밝혀졌습니다. 이 외에도 동물끼리 싸움을 붙이거나 동물을 고문하거나 동물이 천적에게 먹히는 영상들은 모두 합쳐 12억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단체는 가이드를 위반한 동물 학대 영상들을 삭제하도록 하는 청원을 계속해서 진행 중입니다



바위 같은 완벽한 세상을 내리치는 달걀들

알고리즘을 거부한다: ‘에코챔버’에 빠지지 않으려면?

알고리즘이란 말은 이제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됐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게 간택받았다’ 같은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알고리즘에는 ‘추천 시스템’이 있습니다. 내 취향에 맞는 맞춤 상품 같은 개념이죠. 넷플릭스가 내 관심 콘텐츠를 계속해서 추천해 주거나 쇼핑몰에서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 주는 것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런 추천 알고리즘은 내 생각을 좁히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업데이트 한 콘텐츠가 주로 추천되기 때문이죠. 바꿔 말하면 생각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소유의 개념이 옅어지고 ‘공유’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요즘,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과 어떻게 잘 어울려 살아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이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이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견해만 부풀려져 마치 진실인 것처럼 되돌아오는 것을 ‘에코챔버(Echo-chamber)’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내 의견을 말할 때 큰 광장에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내 의견과 비슷한 사람들만 가득 모여 있다면 커다란 에코챔버와 다르지 않겠죠. 에코챔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확인하고 크게 키우는 ‘확증 편향’을 강화합니다.


에코챔버라는 비눗방울에서 벗어나려면?

- 나와 생각이 다른 채널 팔로우하기

여러분이 온라인에서 만나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은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저마다의 정치, 문화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생각이 비슷한 채널과 반대되는 성향의 채널을 팔로우하면 알고리즘의 편향에서 벗어나 한 가지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내 견해와 딱 맞지 않는 콘텐츠에 일부러 ‘좋아요’ 누르기

소셜 미디어에는 나의 의견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무척 많습니다. 이때 나와 의견이 다른 콘텐츠에 일부러 ‘좋아요’를 누르면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여러분의 소셜 미디어 피드는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콘텐츠로 한층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 피드 노출 순서를 최신순으로 변경하기

여러분의 소셜 미디어 피드의 콘텐츠 노출 순서는 대부분 추천순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친구가 콘텐츠를 방금 올렸더라도 알고리즘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에게 곧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최신순으로 변경하면 그 순간 더 이상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소셜 미디어가 투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걸 알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보지 못한 온라인상의 친구들이 올린 게시물이 한꺼번에 떠서 잠시 놀랄 수도 있겠네요.


- 팩트 체크 및 비판적 사고하기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정보를 바로 수용하거나 믿지 말고 의식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하며 팩트 체크를 해야 합니다. 수많은 정보가 소셜 미디어로부터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편향된 정보나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피드에 나온 뉴스의 출처와 그 출처의 건전성을 체크하고, 관심 있는 주제는 두 개 이상의 채널에서 교차검증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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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