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나 사회적 안전을 위해서 ‘자존감’은 오늘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키워드
얼마 전 한 청년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 행인들에게 칼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불특정 대상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2016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강남역 살인 사건’을 연상케 했다. 평범해 보이는 시민이 한순간 엽기적 살인마로 돌변하며 온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두 사건에는 공통 이유로 평소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자 김학진 교수는 묻는다. “무시당한다는 감정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생겨나고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걸까? 개인의 감정이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는 반사회적 폭력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적절히 통제할 과학적 접근 방법은 없을까?” 평소 ‘자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며 사회 속에서 타인과 견실한 관계를 맺고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연구해왔기에, 더욱 절실한 질문이었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생물학 용어로 재정의함으로써,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 이 책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내 몸과 소통하는 자기감이 마음의 자존감과 사회적 공감력을 높인다
뇌과학으로 본‘감정’이란 신체 항상성이 깨졌거나 앞으로 깨질 수 있음을 뇌가 미리 감지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알람 신호다. 이러한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교하게 분류한다는 것은 다양한 신체 항상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최적의 반응을 찾아내는 능력을 뜻한다. 신체가 환경과 타협하는 갈등과 중재의 과정에서, 수많은 불안과 분노, 편견과 혐오가 생겨나는 것은 우리가 마음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정교한 ‘자기 감정 인식’을 통해 신체 신호에 민감하게 적절한 감정 반응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는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리스트를 만들어주며, 이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풍부한 재료를 제공한다. 사회적 공감을 확장하기 위해 타인에게 관심을 돌리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사회신경과학자로서 저자가 제안하는 이유다.
■ 저자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계산신경과학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생물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을 사용해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 ‘인정욕구’, ‘자존감’, ‘공감’, ‘도덕성’, ‘이타성’ 등의 신경학적 기제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 구조》(갈매나무), 《단 하나의 이론》(공저, RHK), 《더 알고 싶은 심리학》(공저, 학지사), 《뇌로 통하다》(공저, 21세기북스), 《이타주의자: 사피엔스에서 인공지능까지》(공저, 사회비평), 《행복은 뇌 안에》(공저, 글항아리) 등이 있고, 역서로는 《인지신경과학 입문》(공역, 시그마프레스)가 있다.
■ 차례
머리말 ‘자기’에 대한 과학적 이해로 우리 삶을 지켜낼 수 있길 바라며 5
1부 자존감에서 자기감으로
1. 자기감의 생물학적 기원
‘프랑켄슈타인 수술’이 던진 오래된 질문 17 / ‘고무손 착시’가 주는 낯선 혼돈 24 / 왜 어떤 사람은 착시를 더 강하게 경험할까? 31 / ‘나’의 경계선을 어디까지 정할지의 문제 39 / 미래의 나를 예측하는 뇌 47
2. 알로스테시스, 뇌의 생존 전략
우리 뇌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 55 /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60 / 사회적 보상의 탄생 66 / 인정 욕구는 나의 생존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72 / 자기감과 자존감은 어떻게 다를까? 80
3. 자존감은 뇌과학이다
친한 친구에게 문내측 전전두피질이 더 반응하는 이유 89 / 타인의 기대를 깨는 뇌는 불안하다 103 / 자존감,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힘 112 / 평판을 높이는 정교한 뇌의 전략 120 / 내가 왜 지금 가면을 쓰고 있는지 안다는 것 127 /
2부 뇌가 자존감을 방해하는 방식
4. 알로스테시스 과부하가 위험하다
수많은 중독을 이기는 인정 중독 133 / 효율성만큼이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145 / 기대보다 큰 보상이 주는 행복의 역설 151
5. 우리가 자존감 불균형에 이끌리는 이유
뇌가 좋아하는 얼굴의 비밀 159 / 혐오가 확산되는 뇌과학적 원리 169 / 예측을 원하지만 예측이 깨질 때 느끼는 쾌감 177 / 공동체가 선호하는 도덕적 직관의 진화 183
6. 잃어버린 마음들, 흔들리는 사람들
인정 욕구, 결핍과 집착의 롤러코스터 195 / 타인의 불편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199 / 과도하게 참여하거나 과도하게 멀어지거나 202 / 누군가를 험담하는 의외의 심리 205 / 차별과 혐오의 밑바닥에 있는 것 210 / 죄책감을 피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213 / 비난을 면하기 위해선 망가져도 좋아 217 /
3부 감정을 직면하는 뇌
7. 뇌는 어떻게, 왜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자기 감정을 들여다볼 때 뇌가 바뀐다 223 / 자발적 외로움의 시간을 권함 230 / 세상에 똑같은 감정은 없다 240 / 감정의 쓸모, 범주화가 필요한 이유 246 / 나쁜 감정과 서툰 감정의 뇌과학 253 / 메타인지가 나에 관해 말해주는 것 265 /
8.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학적 방법
자존감 회복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277 / 나는 어떤 질문에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가 283 / 건강하게 ‘자기감’을 낮추는 ‘자기 감정 인식’을 위하여 290
미주 302
그림 출처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