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0가지 식물학 이야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은이), 서수지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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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나무사이
   
17500
2025�� 03��



■ 책 소개


재미있게 읽다 보면 누구나 ‘생활 속 식물학자’가 되는 30가지 유익한 식물학 이야기

정교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함께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다 보면 누구나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갖가지 식물들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생활 속 식물학자’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0가지 식물학 이야기』는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을 자녀로 둔 30~40대 부모와 학교 교사 등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이는 물론이고, 초ㆍ중ㆍ고등학생도 재미있게 읽으며 식물의 세계에 관한 지식과 안목, 소양을 쌓는 데 도움 되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식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징검다리 삼아 인간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게 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치도록 돕는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0가지 식물학 이야기』는 평소 궁금했지만 이름도 특성도 알 수 없었던 친숙한 식물들의 이면과 놀라운 비밀을 알게 해주는 살아 있는 지식으로 빼곡하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사람들은 당신을 ‘생활 속 식물학자’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농학 박사이자 식물학자. 농업생태학ㆍ잡초과학ㆍ농업연구에 종사하면서 저술과 강연으로 대중에게 식물의 위대함과 매력을 일깨워주고 있다. 1968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나 오카야마대학교 대학원 농학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고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농림수산성, 시즈오카현 농림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싸우는 식물』『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풀들의 전략』『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식물도시 에도의 탄생』『도시에서, 잡초』『식물의 진화』『잡초의 성공전략』『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 등이 있다.

■ 역자 서수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직장생활에서 접한 일본어에 빠져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옮긴 책으로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일반과학편』『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인체편』『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우주편』『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동물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 뇌과학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 자기계발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1가지 심리실험 - 일과 휴식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 이야기』『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힘』『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등이 있다.

■ 차례
1. 제비꽃이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는 뜻밖의 절박한 이유는?
2. 로제트형 식물은 왜 잎만 땅바닥에 펼칠까?
3. 살갈퀴도 ‘곁눈질’하며 성장한다는데?!
4. 뽀리뱅이는 개보리뺑이와 어떻게 다를까?
5. 옆으로 뻗어나가는 냉이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6. 떡쑥이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상징하는 까닭은?
7. 행운의 상징 ‘네잎클로버’가 상처의 흔적이라고?
8. 풀솜나물은 왜 ‘부자초’로 불릴까?
9. 괭이밥이 때로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도 잎을 닫는 이유는?
10. 질경이가 밟혀도 죽지 않는 비결은?
11. 제초 작업이 반복되면 세포아풀의 키가 자라지 않는 까닭은?
12. 민들레는 요가를 하듯 자세를 바꾼다는데?!
13. 닭의장풀은 성장 과정에 왜 줄기에 마디를 만들까?
14. 긴잎달맞이꽃이 밤에 꽃피우는 걸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15. 애기땅빈대가 옆으로 자라는 것이 영리한 생존 전략인 이유는?
16. 잡초 키우기가 채소나 꽃 키우기보다 어려운 건 왜일까?
17. 쇠비름도 옆으로 자라는 식물이라는데?!
18. 강아지풀에는 왜 ‘강아지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19. 금방동사니의 줄기는 왜 삼각형 모양일까?
20. 쇠무릎은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로 해충을 퇴치한다?
21. 도꼬마리 열매 안 두 개의 씨앗은 왜 싹 틔우는 시기가 다를까?
22. 비짜루국화에는 왜 ‘불효자꽃’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었을까?
23. 왕과의 덩굴운동을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는데?!
24. 수크령의 뿌리는 왜 그토록 뽑기가 어려울까?
25. 참억새 같은 잡초는 왜 작물보다 강하고 튼튼할까?
26. 물옥잠 중에 오른손잡이 꽃과 왼손잡이 꽃이 모두 존재하는 이유는?
27. 칡은 왜 개성이 강한 식물로 꼽힐까?
28. 염주라는 식물에는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29. 개여뀌는 의외로 인간에게 쓸모가 많은 식물이라는데?!
30. 사람 옷에 달라붙은 도깨비바늘 씨앗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는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0가지 식물학 이야기


제비꽃이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는 뜻밖의 절박한 이유는?

들판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민들레는 솜털로 씨앗을 날려 보내고, 도꼬마리는 가시가 있는 열매를 이용해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찰싹 붙어 먼 곳으로 이동한다. 제비꽃은 열매가 여물면 몸을 뒤집어서 씨앗을 튕겨낸다. 이렇게 식물의 씨앗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왜 식물은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는 걸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식물의 분포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씨앗을 먼 곳으로 이동하게 하여 생활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식물은 번성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멀리 여행을 떠난 씨앗이 무사히 싹을 틔우고 자라나 적절한 땅에 정착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왜 식물은 굳이 씨앗들을 긴 여행에 떠나보내는 걸까?


식물의 씨앗들이 무모할 만큼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는 까닭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 외에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음 세대의 식물들을 부모식물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놓기 위해서다.


씨앗이 보무 식물 근처에 떨어질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부모 식물은 씨앗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부모 식물의 잎이 무성해지면 싹을 갓 튀운 씨앗이 부모 식물의 그늘에 가려져 충분히 자라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씨앗은 물과 양분도 부모 식물에게 빼앗긴다. 부모 식물이 내뿜는 화학물질이 어린 새싹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안타깝게도 부모 식물과 자식 식물이 필요 이상으로 붙어 있는 건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식물은 자식들을 낯선 고장으로 떠나보낸다. 자식을 독하게 독립시켜서 스스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자식이 언제까지나 부모 곁에 있으면 스스로 꽃을 피우기 어렵다. 들꽃들은 부모의 품이 얼마나 편안한지, 또 품안의 자식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잘 알고 있기에 눈물을 머금고 이별한다.


옆으로 뻗어나가는 냉이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누구나 한창 아이를 키울 때는 이런저런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머리가 터질 것 만 같기 마련이다.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다 보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을 맴돈다. 육아로 지친 날에는 모두 다 내팽개치고 잔디밭에 큰대자로 누워서 굴러다니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면 어떨까.


그러면 어떤 풍경이 보일까? 푸른 하늘이 보일 수도 있고,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흘러가는 하얀 조각구름,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 골치 아픈 일들을 훌훌 털어내면 한결 후련해질 것이다. 몸속에서부터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작은 들꽃이 잎을 펼친 모습도 볼 수 있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식물은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자세히 살펴보면 들풀들은 거의 예외 없이 태양을 향해 잎을 펼친다. 물론 위로 자라는 식물만 있는 건 아니다. 그중에는 옆으로 뻗어나가는 식물도 있다. 그러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모두 다 같다. 식물이 정답이다. 큰대자로 누워 뒹굴며 바라본 풍경이야말로 들꽃들이 보고 있는 바로 그 풍경이다. 몸속에서부터 힘이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이 들판의 풀꽃들이 느끼는 생명의 기운일 수 있다. 식물들을 보라. 모두 하늘을 보며 살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풀은 하나도 없다.


행운의 상징 ‘네잎클로버’가 상처의 흔적이라고?

토끼풀도 다른 많은 들풀과 마찬가지로 옆으로 자라는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클로버'라고 불린다. 트럼프 카드의 클로버 마크로 잘 알려진 것처럼, 토끼풀은 잎이 세 장이다. 그런데 가끔 잎이 네 장인 것이 발견되어 찾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게 바로 '네잎클로버'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인성 파트리치오가 클로버의 세 잎을 '사랑·희망·믿음'의 삼위일체에 비유한 후 네 번째 잎을 '행복'이라고 이야기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네잎클로버를 찾아 정신없이 풀밭을 헤맨 추억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클로버 무리에 꼭꼭 숨어 있는 네잎클로버를 찾는 숨바꼭질은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 대부분이 세 잎인 클로버 사이에 숨은 네잎클로버를 잘 찾는 비결은 뭘까? 네 잎이 되기 쉬운 장소를 찾으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네 잎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게 추정되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잎의 바탕이 되는 부분이 손상되며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가나 학교 운동장처럼 발에 밟히기 쉬운 장소를 뒤지는 게 네잎클로버를 찾는 첫 번째 비결이다. 수시로 밟히는 곳에서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가 발견된다는 뜻밖의 사실에 다들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참된 행복은 밟혀도 자라나는 네잎클로버와 같다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민들레는 요가를 하듯 자세를 바꾼다는데?!

아이들은 장난감이 많아도 꼭 한 가지를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아웅다웅 다툼을 벌인다. "싸우면 안 돼,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어른들은 싸움을 끝내려고 서둘러 둘을 화해시키지만, 과연 어른들에게 아이들 싸움을 말릴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른들이야말로 서로 양보하며 산다고 할 수 있나 싶어서다.


민들레는 요가를 하듯이 자세를 바꾸며 자라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줄기를 곧게 뻗어 꽃을 피우는데, 꽃이 피었다가 지면 줄기를 쓰러뜨려 땅바닥에서 옆으로 눕는다. 씨앗이 여물 무렵이 되면 줄기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가장 높은 곳까지 쭉쭉 뻗는다. 이 민들레 줄기의 움직임은 요가에서 상체를 폴더 폰처럼 접어 숙이는 '전굴 자세'처럼 보이는데, 일본에서는 '민들레 체조'라고 부른다. 줄기를 높이 뻗는 이유는 솜털을 바람에 실어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씨앗이 여무는 동안에는 왜 굳이 바닥에 눕는 걸까? 우선 씨앗이 여무는 동안 강풍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설이 있다. 피었다 진 꽃이 몸을 빼며 앞으로 필 새로운 꽃을 곤충들에게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피었다 지는 꽃이 앞으로 필 꽃을 위해 양보하는 셈이다. 민들레 체조와 같은 생존 방식은 다른 들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별꽃은 꽃이 피었을 때 위로 향하지만, 꽃이 지면 아래로 늘어지며 고개를 숙인다. 씨앗이 여물 무렵에는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해 다시 위를 보고 곧추선다. 이처럼 먼저 핀 꽃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음에 피는 꽃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런 양보 덕분에 민들레와 별꽃이 자라는 꽃밭은 아름다울 수 있다.

 

잡초 키우기가 채소나 꽃 키우기보다 어려운 건 왜일까?

혹시 잡초를 키워본 적이 있는가? 잡초라면 스스로 알아서 나는 풀인데, 굳이 키운다고? 별난 취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실제로 잡초의 씨앗을 땅에 뿌리거나 화분에 심어 물을 주며 기르는 사람도 있다.


알아서 나는 풀인데 굳이 키운다고 하니 취향 참 특이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씨를 뿌려보자. 내버려두어도 알아서 자라니 키우기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잡초를 키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잡초가 우리의 생각대로 자라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잡초는 씨앗을 땅에 뿌려도 좀처럼 싹이 나지 않는다. 채소나 꽃이라면 씨앗을 땅에 뿌린 후 물을 주고 며칠 기다리면 싹이 올라온다. 그런데 잡초는 다르다. 땅에 씨를 뿌리거나 화분에 심고 물을 준 다음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나지 않는다. 채소나 꽃은 발아에 적합한 시기에 씨앗을 뿌리기 때문에 우리의 의도대로 싹이 나는 반면, 잡초는 싹이 나는 시기를 스스로 결정한다. 우리 뜻대로 자라지 않는다.


좀처럼 싹이 나지 않는 성질을 '휴면(休)'이라고 부른다. 쉬면서 잠을 잔다니 이 얼마나 태평한 생명체인가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잡초가 싹을 틔우는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제대로 자랄 수 없어서 잡초는 싹을 틔울 시기를 까다롭게 고른다.


목이 빠져라 기다려도 싹이 안 난다고 애태울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잡초가 알아서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엉뚱한 시기에 급히 싹을 틔우면 자라지 못하므로 빨리 싹이 나온다고 좋은 건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싹을 틔우는 시기는 다 따로 있다.


강아지풀에는 왜 ‘강아지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식물에는 꽃말이 있다. '동심', 즉 '어린아이의 마음' 이라는 꽃말을 가진 식물이 있다. 바로 강아지풀이다. 강아지풀은 꽃다운 꽃을 피우지 않는, 어디에서나 흔히 자라는 잡초다. 이 보잘것없는 잡초에도 어엿한 꽃말이 있는 것이다.


복슬복슬한 이삭이 강아지 꼬리를 닮아서 '강아지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라고 쓴다. 영어로는 '그린 폭스테일(green foxtail)' 또는 '와일드 폭스 밀레(wild foxtail millet)'라고 하는데, 이것은 여우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언어에 따라 이름은 달라도 강아지풀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비슷해, 사람살이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강아지풀을 낚싯대처럼 흔들면 고양이[네코]가 재롱부리기[자라시]를 한다고 해서 '네코자라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도 강아지풀을 가지고 논다. 복슬복슬한 털이 자란 이삭을 송충이로 속여 친구를 놀래며 놀거나, 친구 등에 넣어 간지럽히기도 한다. 강아지풀은 고양이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난감이다. '동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식물이다.


가만히 놔두면 아이들은 언제까지고 논다. 아이가 놀기만 하면 애타는 부모는 “그만 놀고 가서 공부해"라고 잔소리한다. 하지만 옛 어르신들은 “아이들은 노는 게 일"이라며 바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셨다. 예전 아이들은 마음껏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워낙 할 일이 많으니 마음껏 뛰어놀 여유가 없다.


동물의 새끼도 잘 논다. 장난치고, 서로를 흉내 내고, 이런저런 일에 도전하며 살아남는 지혜를 몸으로 익힌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놀이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다. 동물의 새끼들은 놀이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지혜를 터득한다. 그것이 '놀이'의 힘이다. '배운다'는 말은 '경험을 통해 안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강에 물수제비를 뜨기도 하고,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 떼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또, 엉뚱한 데 한눈을 팔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도 하며,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거나 장난을 치다가 뜬금없이 달음질을 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열중하는 일이나 관심을 보이는 일은 보통 어른들에게는 그다지 가치가 없다. 오히려 대부분 어른을 귀찮게 한다. 그러나 그 일들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터득해나가는 소중한 경험일 수도 있다.


비짜루국화에는 왜 ‘불효자꽃’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었을까?

들꽃 중에는 '효자꽃'이라 불리는 꽃도 있고, '불효자꽃'이라 불리는 꽃도 있다. 효자꽃은 민들레의 별명이다. 민들레 솜털 아래에 붙은 씨앗은 술병처럼 생겼는데, 옛날 아이들은 하얀 솜털에 입김을 불어 날리며 "기름 사러, 식초 사러" 하며 놀았다. 고사리손으로 심부름했기에 효자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반대로 비짜루국화는 불효자꽃이다. 처음 핀 꽃을 나중에 뻗어 나온 옆 가지의 꽃이 밀어내는데, 첫 꽃을 부모로 나중에 뻗어 나온 꽃을 자식에 빗댄다. 자식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손발이 닳도록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모습과 그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자식의 모습이 떠올라 불효자꽃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비짜루국화도 민들레처럼 국화과 식물이라서 솜털을 이용해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낸다. 불행하게도 불효자꽃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따지고 보면 나중에 핀 꽃도 자식이라기보다는 씨앗을 품은 어엿한 부모다.


불효자꽃이라고 불리는 비짜루국화가 나중에 핀 꽃을 높이 올려 보내는 것도, 씨앗을 조금이라도 멀리 보내려는 바람에서 비롯된 생존 방식이다. 그 바람은 민들레와도 같다. 민들레는 솜털을 날릴 때가 되면 꽃이 필 때보다도 한단 더 높게 줄기를 뻗어서 솜털을 멀리 날려 보낸다.


아이들은 드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솜털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날아라, 저렇게 날아라, 더 높이 날라며 아이를 닦달할 필요가 없다. 효자꽃이든 불효자꽃이든 부모 식물이 하는 일은 자식들이 스스로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높이 줄기를 뻗어주는 것뿐이다.


참억새 같은 잡초는 왜 작물보다 강하고 튼튼할까?

17세기 무렵 일본에서 집필된 책 중에 『논밭의 식용 식물』이 있다. 이 책에는 논밭의 식물은 물을 주어도 햇볕에 마르는데 길가의 풀은 물을 주지 않아도 푸릇푸릇하게 우거진다면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생물의 강인함을 칭송하는 구절이 있다.


사람이 심고 키우는 작물은 상대적으로 연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길가에 자라는 잡초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생명이므로 자립심이 강하고 튼튼하다. 남의 힘으로 키워지는 생명은 약하고 스스로 태어난 생명은 강하다는 가르침이 『논밭의 식용 식물』에 담겨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 밖에서 주어진 요소는 비료나 물을 계속 주지 않으면 자랄 수 없지만, 내면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관심과 의욕은 자꾸자꾸 자라난다. 마치 잡초가 자기에게 적합한 곳에서 자라나듯, 사람에게도 가장 적합한 환경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온갖 일에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일에 도전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관심사가 부모가 하게 하려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러니 부모들이 관점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아이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싹을 '잡초'로 보고 무심히 뽑아낸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음악이 하고 싶은 아이에게 억지로 축구를 시켜서 그 싹을 잘라내지는 않았는지, 반대로 축구가 좋은 아이에게 음악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마냥 노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도, 집중해서 무언가에 열중하는 아이도 그 내면에서는 무언가가 성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식물에게 뙤약볕에 해당하는 고난이란 것이 언젠가는 아이에게도 닥칠 것이다. 부모가 무리하게 시켜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아이는 그때 약점이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일은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리쬘 때 오히려 힘을 발휘할 것이다.


물옥잠 중에 오른손잡이 꽃과 왼손잡이 꽃이 모두 존재하는 이유는?

논밭에 나는 잡초인 물옥잠에는 오른손잡이 꽃과 왼손잡이 꽃이 있다. 오른손잡이 꽃은 수술이 오른쪽으로 나고, 암술이 왼쪽에 붙어 있다. 왼손잡이 꽃은 반대로 수술이 왼쪽으로 나고, 암술이 오른쪽이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과 같이 오른손잡이 꽃과 왼손잡이 꽃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룬다.


오른손잡이 꽃과 왼손잡이 꽃이 존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른손잡이 꽃에 벌이 찾아오면, 오른쪽에 수술이 있어서 벌 오른쪽에 꽃가루가 묻는다. 이 벌이 날아가서 왼손잡이 꽃에 가면 이번에는 암술이 오른쪽에 있어서 암술에 꽃가루가 묻으며 수정이 이루어진다.


왼손잡이 꽃의 수술은 왼쪽에 있어서 벌 왼쪽에 꽃가루가 묻는데, 이 꽃가루가 오른손잡이 꽃의 암술에 묻는다. 즉 오른손잡이 꽃의 꽃가루가 왼손잡이 꽃의 암술에 묻고, 왼손잡이 꽃의 꽃가루가 오른손잡이 꽃의 암술에 묻도록 설계된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한 걸까? 야구에 비유하면, 오른손잡이 타자만 포진한 팀보다 오른손잡이 타자와 왼손잡이 타자가 골고루 있는 팀이 작전 폭이 넓어 전력이 강한 팀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이 물옥잠의 생존 방식이다. 오른쪽과 왼쪽의 차이는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 물옥잠은 다채로운 개성을 잃지 않도록 요모조모 머리를 써서 진화했다. 비슷한 개체들끼리 짝을 이루면 그 나물에 그 밥인 집단이 만들어지므로, 서로 다른 개체가 어울림으로써 다양한 유형의 자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성을 지닌 다양한 개체가 모여 집단을 이룸으로써 물옥잠은 온갖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물옥잠에게는 누가 앞서고 누가 뒤떨어진다는 인식 같은 게 없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멋진 식물이다.


염주라는 식물에는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잡초'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끈질기다', '성가시다', '골칫거리'가 잡초의 일반적인 이미지 아닐까.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잡초의 사전적 정의다. 저절로 자라는 잡초에는 농사의 방 해꾼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사전의 정의가 맞는 걸까? 쑥은 밭에서 나는 잡초지만, 쑥떡을 만들 때 쓰인다. 예전에는 공터에서 자라는 참억새 잎을 베어다가 소여물로 주기도 했고, 초가지붕의 이엉으로 쓰기도 했다. 들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꽃꽂이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잡초가 아니다.


아이들은 잡초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논다. 염주라는 잡초는 아이들이 열매를 실에 꿰어 염주처럼 만들어 놀기에 좋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어쩌다가 도로에 무 씨앗이 쏟아졌는지 그 자리에서 자라난 바람에 '근성 있는 무'라며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된 적이 있다. 아스팔트를 뚫고 자란 무는 잡초일까? 길가에 자라서 거슬리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잡초겠지만, 먹을 수 있는 풀이니 채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스팔트를 뚫고 씩씩하게 자란 무의 근성에서 용기를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보는 관점에 달렸다. 잡초를 잡초라 하는 건 우리 마음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잡초를 “아직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라고 말했다. 비단 잡초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둘도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는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가치 있는 무언가가 우리 발치에서 자기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어떨까? 아이들의 장점을 발견해주지 못하고 개성을 잡초처럼 뽑아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서 우리 근처에 있는 존재들에게 다정한 시선을 쏟아보자. 길가에 피어난 자그마한 들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그 들꽃은 이미 잡초가 아닐 것이다.


사람 옷에 달라붙은 도깨비바늘 씨앗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는 이유는?

가을에 풀숲을 걷다 보면 풀 열매가 옷에 잔뜩 달라붙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갈고리 모양의 뾰족뾰족한 바늘처럼 생겨서 이런 식물들을 '도깨비바늘'이라 뭉뚱그려 부른다. 도깨비바늘은 동물의 털과 사람의 옷에 달라붙어서 열매 안에 있는 씨앗을 먼 곳으로 이동시킨다.


달라붙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거는 것도 있고,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처럼 달라붙는 것도 있는데, 종류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달라붙는다. 풀숲 사이를 지나온 후에는 옷에 엉겨 붙은 도깨비바늘을 떼어내느라 애를 먹는다. 그런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성가시게 붙어 있던 도깨비바늘은 가만히 두면 신기하게도 저절로 떨어진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도깨비바늘은 새로운 땅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옷에 달라붙은 것이라서 계속 매달려 있으면 영원히 땅바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싹도 틔울 수 없다. 그래서 도깨비바늘은 찰싹 달라붙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도 있게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진화했다.


예를 들어 털도깨비바늘 씨앗은 물고기를 잡는 작살처럼 생긴 바늘로 옷에 달라붙는데, 이 바늘은 잘 부러져서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아이도 도깨비바늘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부모 곁을 떠나지 않던 아이도 어느새 자라 부모 곁을 떠난다. 떼어내지 않아도 시나브로 떨어지는 도깨비바늘 같다. 그것이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삶의 섭리다.


아이가 도깨비바늘처럼 부모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보채며 엉겨 붙는 동안에는 실컷 달라붙게 해주자. 그래야 조금이라도 멀리 나아가 넓은 세상을 구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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