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지은이), 장하나 (옮긴이)
ǻ
파인북
   
18800
2025�� 03��



■ 책 소개


삶의 지침이 필요한 당신에게 위대한 철학자들이 건네는 조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 이를테면 “인생은 ‘부모운’으로 결정될까?”, “연애를 꼭 해야 할까?”, “대충 살면 안 될까?”,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잘못된 걸까?”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을 철학자와 함께 논쟁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현대인의 궁금증을 철학자들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였다. 일상에서 느끼는 막연한 고민을 현대인이 철학자와 함께 철저히 토론한다. 소크라테스, 니체, 헤겔, 마르크스, 데카르트, 알랭 바디우 등 역사를 빛낸 철학자들이 토론의 장에서 자신들의 핵심 키워드를 소개하며 생생하게 답한다.

이 책은 철학을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하는 대화 형식의 철학 입문서이다. 철학자들의 교훈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박하며, 독자가 직접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 책에 부록으로 수록된 ‘철학×논파 도표’는 철학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역사 속 철학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
주오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조치대학교 신학부에서 공부했다. 요요기 세미나, 도신 하이스쿨, 슨다이 예비학교, 카와이 학원에서 윤리와 일본사를 담당하고 있다. 철학과 종교, 역사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를 독자의 시점에서 친밀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에 출간된 주요 저서로는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초역 철학자 도감》, 《압축 고전 60권》 등이 있다.

■ 역자 장하나
일본어를 공부하다 문득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좋은 책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인간 실격》,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이 있다.

차례
제1장 변화하는 나, 더 나은 인생

THEME 01
대충 살면 안 될까?
현대인 VS 니체

THEME 02
소극주의는 나쁠까?
소극주의자 VS 헤겔

THEME 03
초지일관해야 할까?
중견 임원 VS 듀이

THEME 04
연애를 꼭 해야 할까?
초식남 VS 플라톤

THEME 05
꼭 행복을 추구해야 할까?
현실주의자 VS 알랭

THEME 06
재밌는 일만 하며 살아도 될까?
파티피플 VS 제논

THEME 07
살아가는 데 좌절이 필요할까?
태평주의자 VS 키르케고르

THEME 08
인생에 목적이 필요할까?
니트족 VS 아리스토텔레스

THEME 09
각오를 다지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현상 유지자 VS 존재론자

제2장 사회의 법칙, 나만의 처세술

THEME 10
도덕을 꼭 중시하며 살아야 할까?
자유인 VS 칸트

THEME 011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라는 사고방식은 좋을까?
취향존중러 VS 소크라테스

THEME 12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
투표 안 하는 남성 VS 정치철학자

THEME 13
명품을 좋아하면 안 될까?
대도시 선호 여성 VS 포스트모던 사상가

THEME 14
성공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고스펙 남성 VS 구조주의자

THEME 15
인생은 ‘부모운’으로 결정된다?
부모 운명론자 VS 실존주의자

THEME 16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자 VS 마르크스

THEME 17
영화와 음악 구독 서비스는 예술에 악영향을 미친다?
구독 서비스 지지자 VS 아우라 지지자

제3장 경계를 허물어 가는 미래의 삶

THEME 18
AI는 인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AI VS 데카르트

THEME 19
가상현실은 현실을 이길 수 있을까?
가상현실 반대자 VS 버클리

완결

THEME 20
논파는 하면 안 된다?
히로유키 VS 철학 마니아

부록
〈철학의 흐름을 한눈에 담아보자!〉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


변화하는 나, 더 나은 인생

THEME 01 대충 살면 안 될까? 현대인VS니체

대충 사는 게 뭐가 나쁘죠? 요즘엔 애쓰면서 사는 게 무의미해 보여요. 이제 퇴근 시간인데 가봐도 될까요?


허허, 여기는 회사가 아니니 잠시만 기다려 주게나.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니체 선생님은 잘 모르시나 본데, 요즘 세상엔 열심히 일해 봤자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요. 취미도 언젠가는 질리고요.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뭐든 죽기 살기로 해 봤자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요.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없다', 그건 나도 동감하네.


엇, 그렇습니까?


그럼, 조금 더 들어보게나. 예부터 사람들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를 믿어 왔어. 단지 신을 믿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었기 때문이지. 무릇 인간이란, 스스로 믿는 것에서 힘을 얻는 법이지. 그런 의미에서 신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거야. 나는 이를 신은 죽었다라고 표현했지. 어쩌면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군.


KEYWORD

신은 죽었다

니체는 신뿐만 아니라, 절대적이라고 여겨졌던 모든 가치관이 결국 인간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세상에는 신이라는 절대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서구 기독교 문화권의 세계관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니체 선생님과 제 생각이 같다는 말씀이시죠? 세상에 절대적 가치관은 없다고 하셨으니까요.


거기에 이견은 없네. 자네는 내가 퍼뜨린 허무주의 사상을 지닌 거야.


KEYWORD

허무주의

절대적 존재가 현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신과 같은 절대적 가치관은 물론 정신적 근거가 되는 인생의 답도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것을 '허무주의'라고 한다. 허무주의에서는 모든 가치관이 붕괴하기 때문에 인간은 의미도 목적도 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

맞아요. 허무주의자라고들 하잖아요. 뭔가에 기대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포자기해 버리는 사람도 있고요. 그럴 거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대충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인간은 조금 더 강해지거나 발전하고 싶어 하는 열망, 즉 '힘을 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네.


힘을 향한 의지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요즘 세상엔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배신뿐이라고요···.


그래! 인간은 힘을 향한 의지(보다 높은 가치를 낳으려는 의지)에 따라 지금보다 더 강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나는 뛰어난 인재지만 사회가 이 모양이라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어'라든가 '환경만 좋았어도 더 잘 나갔을 텐데'라고 말이야.


요컨대 현실에서 좌절하면 거기에 온갖 핑계를 갖다 붙여 정당화하는 거야. 일종의 정신 승리인 셈이지. 이것을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 감정)이라고 한다네.


KEYWORD

르상티망(원한 감정)

니체는 기독교의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고통받는 자는 천국에 간다'와 같은 사상이 사실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 가치관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체에 따르면, 약자가 강자에게 갖는 르상티망(원한 감정)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도덕을 왜곡시키며 선악의 기준이 된다. '가난한 자신은 선하고, 부자는 악하다' 는 발언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니체는 이것을 '노예도덕'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어차피 인생은 열심히 살아봤자 다 쓸데없으니 대충 사는 게 진짜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도 르상티망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앞서 영원 회귀에서처럼 자네의 그런 생각은 본심이 아니지 않았나?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열심히 살아봤자 허무하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걸요.


어차피 마냥 무의미하게 인생을 흘려보낼 게 아니라면, 반대로 열심히 살아보는 건 어떨까?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했다. 기대했는데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해도 '이 또한 내 인생이다',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생을 새롭게 살아보면 어떨까?'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편이 더 낫지 않겠나?


그럴까요. 그래봤자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갈 게 뻔해요. 우린 니체 선생님과 다르니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 나야말로 보잘것없는 삶이었다네. 절친했던 음악가 바그너와 절교하고 동생이랑은 싸워서 냉전 중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이고, 출판한 책은 팔리지도 않고···.


네?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생각보다 꽤 고단한 삶이었네요. 저보다 더 심한 것 같은데···.


그렇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다네. 그래도 난 이 순간을 긍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네에게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음···. 아주 작은 일이 있긴 한데···.


그래! 어서 들려주게.


그게···. 피아노를 배웠을 때인데요. 처음 연주회에서 치고 싶은 곡을 제대로 칠 수 있게 되었을 때 기뻤어요. 저보다 잘 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관뒀지만요.


좋은데? 어른이 되면 실패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지는 법이야. 하지만 모든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고 매사 긍정하며 씩씩하게 살아가야 하네.


KEYWORD

초인

니체는 '신은 죽었다'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인간 스스로 신이 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를 '초인'이라고 표현했다. 초인이란 미래에 나타나게 될 존재로 인간은 이러한 초인을 이상으로 삼아 역경에 굴하지 않고, 도리어 역경을 긍정하며 씩씩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든 말든, 그저 피아노 연주에만 열중했으면 좋았을까요?


그렇고말고! 비록 내가 쓴 책이 인기는 없었지만,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현 상황이 어떻든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네.


Tip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저술했으나 세간의 인정을 전혀 받지 못했다. 훗날 니체는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지만, 명성은 서서히 높아져 갔다. 한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이 책에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



사회의 법칙, 나만의 처세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라는 사고방식은 좋을까? 취향존중러VS소크라테스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사고방식이면 다 해결되지 않나요? 모두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어요.


마치 고대 그리스에서 유행하던 상대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구먼. 하지만 다양하다고 해서 뭐든 좋다고 할 수는 없어. 상대주의가 극한에 이르면 서로가 이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네.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 답이 하나인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답이 나오지 않으면 거기서 그만두는 게 상대주의의 한계라네. 반면, 좀 더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철학이지. 상대주의는 일종의 사고 정지 같은 것일세.


KEYWORD

상대주의

그리스 시대의 소피스트(변론술과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 중 한 사람이었던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사람은 제각각 기준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후에 소피스트는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진리의 상대성을 주장하게 되었다. 상대주의에 의하면, 사람마다 다양한 가치관이 있고 하나의 보편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라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모두 자기 의견은 가지고 있으니까 사고 정지는 아니지 않나요?


아니, 상대주의가 진행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게 된다네. 사람마다 다르다는 건 '나는 나, 너는 너'라는 뜻이잖나?


즉, 의논이 거기서 발전하지 않고 무언가를 더 이상 생각하지도 않는다네. 그것이 자네가 빠진 바로 '사고의 정지'라는 걸세.


더 큰 문제는 무엇인지 아는가?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라면서 생각하기를 멈추면 마치 자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일세.


그래요? 그렇다고 제가 뭘 딱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보겠네. 자네는 거짓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거짓말이요? 당연히 하면 안 좋죠.


그래?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떤가? 병에 걸린 친구가 있는데 약 먹기를 싫어해. 그래서 약을 먹이려고 밥에다 몰래 약을 섞여 먹였다면, 이건 괜찮나?


글쎄요, 그런 경우라면 괜찮지 않나요?


바로 그거라네. 자네는 거짓말을 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거야.


그런 경우라면 괜찮지 않냐고 했잖아요. 그럼 선생님은 어떤데요? 거짓말하는 건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는가.


참 이상하시네요. 저한테 물어보시고는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게 내 철학의 핵심이라네. 난 그리스에서 다양한 정치가들에게 '지'에 대해 문답해 왔지만, 결국 그들은 끝까지 답을 하지 못하고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네. 그러니 적어도 한 가지 생각에 빠진 그들보다는 내가 더 현명하다고 할 수 있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야.


모르는 게 현명하다고요? 왜죠? 알지 못하니까 현명하지 못한 거 아닌가요?


우리는 선악과 정의에 대해 하나도 몰라. 그런데 그들은 잘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진 않아. 그런 점에서 그들보다 현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게지.


KEYWORD

무지(無知)의 지(知)<
/P> 무지의 지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어느 날 친구에게서 '아테네에 소크라테스보다 현명한 자는 없다'라는 신탁을 전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현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테네의 지식인들과 문답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지식인들은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논파되었고, 그는 그들이 진정한 지식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그들은 모르는 주제에 아는 것처럼 자만하지만, 적어도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한다' 라며 그들보다 자신이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끝나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보다 나은 게 뭐죠?


아니, 그렇게 끝나진 않아. 철학에서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생각에 의심을 제기하고 따져 그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지. 바로 문답법을 통해서 말이야. 이러한 문답을 계속하다 보면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을 넘어서 보편적인 개념에 가까워진다네.


KEYWORD

문답법

문답법이란,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 본질을 명확히 찾아 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앞서 이야기한 거짓말에 관한 문답이 그 좋은 예이다. 이처럼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자신의 무지를 자각한다. 거기서 문답을 계속 이어가면 개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개념으로 확장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결국 사람들에게는 논쟁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문답법은 논쟁에 포함된 것이긴 하나, 상대에게 질문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다르다네.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받는 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하나의 답이 보이기 시작할 걸세. 물론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 단, 질문을 받는 쪽의 무지의 지는 분명해진다네. 자신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해서 어떤 답이 도출된 적이 있나요? 철학은 질문만 많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답이 나오지 않아도 사람은 답을 찾는다네. 그게 철학(필로소피아)이라는 것일세. 그리고 적어도 전보다는 아는 것이 많아지지.


그래요? 하지만 문답을 한다고 해서 다양성이 있는 요즘 세상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사고방식을 정말 찾을 수 있을까요?


있고말고. 이를테면 나는 여러 문답을 통해 아레테(덕)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네. 아레테는 모든 사람이나 사물에 내재된 본래의 '우수성, 탁월성, 성능의 훌륭함' 같은 성질을 의미하지.


KEYWORD

아레테(덕)

아레테(덕)는 모든 사람이나 사물 그 자체에 내재된 본래의 '우수성, 탁월성, 성능의 훌륭함'. 을 의미한다. 이는 그 사물이나 사람이 본래의 기능을 가장 잘 발휘되는 상태에 가깝다. 예를 들어, 컵의 아레테는 '새지 않는다', '마시기 편하다' 와 같은 특징들이고, 식칼의 아레테는 '잘 썰린다', '잡기 쉽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레테요? 하지만 그게 우리 인간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나는 문답을 통해 인간에게 아레테란 '영혼의 우수한 존재 방식', '영혼의 탁월성'이라고 생각했어. 흔히 좋은 인생이라 하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든가 '명예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든가 사람마다 제각각 가치관이 있는 법이지. 하지만 그 근본에 '영혼의 탁월성'이라는 아레테가 있어야 좋은 인생을 살게 된다네.


음···. 문답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있군요.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영혼을 탁월하게 한다는 건가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문답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네. '사람마다 다르다'는 식의 생각으로 사고를 멈추지 말게. 그런 틀에서 벗어나 보편적 진리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내가 문답을 추구했듯이 자네의 문답도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게나. 최소한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유로 논의를 회피하거나 아는 체하는 것보다는 나을 걸세.


Tip 소크라테스의 어머니는 산파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문답의 과정에서 진리가 태어난다는 뜻에서 '산파술'이라고 불렸다.


인생은 ‘부모운’으로 결정된다? 부모 운명론자VS실존주의자

인생은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거의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 말인즉슨, 태어난 가정환경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건가?


요즘 시대는 특히 더 그렇죠. 예를 들어, 가정환경이 유복하면 사교육을 받을 여유가 있으니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그런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빈곤한 가정일수록 대학 진학률이 낮다는 통계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도 스스로 노력하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지 않나?


뭐,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설령 가난한 집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경제적 격차는 또 벌어져요. 예를 들어, 대도시의 대학에 입학하면 자취를 해야 하는데,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죠. 그러면 공부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결국 또 다른 불리함을 안고 가는 셈이에요.


그럼 대도시 대학에 안 가면 될 것 아닌가?


그러면 대학 선택지부터 격차가 생기잖아요. 생활비 문제는 그렇다 쳐도, 학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도 있어요. 우리집처럼요. 그런 경우엔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졸업 후에도 계속 그 빚에 시달려야 하죠. 이게 결국 '부모운' 때문이 아닌가요?


확실히 그런 점에서는 '부모운'이란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난 사르트르라는 철학자의 영향을 받았다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의식을 가진 존재로, 스스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수 있지. 즉, 태어난 환경이 어떻든 간에,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이라는 말이지.


장폴 사르트르(1905-1980)

프랑스의 철학자. 실존주의를 주창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이다. 《존재와무》,《구토》,《자유의 길》 등이 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실존주의자인 사르트르는 "태어나 세상에 내던져진 순간 인간은 아직 누구도 아니다. 즉, 무했다. "라고 했어. 바꿔 말하면, 인간은 정해진 본질 없이 태어나기 때문에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라는 거지. 하지만 동시에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지게 돼. 결국 주어진 환경이 어떻든 간에, 다양한 국면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네.


KEYWORD

실존주의

실존주의란, 인간의 현실적인 존재(실존)에 대해 탐구하는 철학 사상이다. 근대 철학이 합리성과 보편성을 중시했다면, 실존주의는 이에 대립하는 사고방식으로,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사르트르는 스스로를 실존주의자로 규정하며,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유와 책임을 마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면 이미 출발선부터 다르니 아무리 자기 선택으로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그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건 가정환경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시각 아닐까?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어. 인생이란 원래 불확실한 거라, 어떻게 보면 도박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 부모운이란 것도 결국 그 도박의 한 요소일 뿐이고, 중요한 건 그런 변수를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하느냐가 아닐까?


스스로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말씀은 알겠어요. 그래도 태어날 때부터 다양한 격차를 안고 살아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이런 문제에는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필요하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부모운이 인생을 좌우한다'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회적인 문제로서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사르트르가 '추월 불가능한 철학'이라고 강조했던 마르크스주의가 격차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기도 하고.


KEYWORD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주의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사상 체계를 말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을 사회 공유 재산으로 삼고,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계급사회에서 계급이 없는 사회를 지향했다. 사르트르는 삶의 방식 면에서는 실존주의를 외치고, 사회 개혁 면에서는 마르크스주의를 강하게 주장했다.


네?갑자기 마르크스주의라니요?


마르크스주의는 자네의 바람처럼 격차가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네. 게다가 마르크스를 공부하면 철학·경제학·사회학, 그리고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역사 또한 알기 쉬워지지.


자네도 어려운 형편 속에서 괴로웠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자기 자신의 몫이라네. 이 사회의 존재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지 않겠나?


그런 말씀이셨군요.


마르크스주의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무리 작은 발언이나 행동이라도 일단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해.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태어난 괴로운 경험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이게 바로 실존주의의 사고방식이라네.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어디선가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왠지 조금은 희망적인데요.


그렇지! 사르트르도 큰 핸디캡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철학자로서 큰 공적을 남겼지. 자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걸세!


Tip 사르트르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병으로 아버지를 잃는다. 또한 그는 심한 사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시력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핸디캡을 안고 살아갔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