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엘렌 랭어 교수의 ‘마음챙김’, 두 번째 이야기
마음챙김이 학습을 어떻게 바꾸는가
‘마음챙김(mindfulness)’ 개념은 현대 심리학의 큰 전환점이자 현대인이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지금껏 굳혀온 ‘학습’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뒤집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서 학습(learning)이란,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 환경과,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우리는 지금껏 잘못된 방식으로 배워왔다!
고정관념을 깨는 ‘가능성의 심리학’, 우리를 다그치는 ‘가짜 학습’의 신화를 벗겨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이부터 어른, 노인까지 평생 ‘학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직무교육, 평생학습이라는 이름 속에 모두들 끊임없이 ‘시험대비용 학습’ ‘효율적인 학습’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요받는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머릿속에는 우리도 모르게 ‘학습’에 관한 몇 가지 뿌리 깊은 통념들이 마치 신화처럼 자리잡게 되었다. ‘무엇을 배우든, 기본기란 일단 몸에 붙을 때까지 무조건 익혀놓고 보는 것이다’ ‘당장의 만족을 미뤄두고 공부하면/일하면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통념들이 대표적인 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든, 자전거 타기를 배우거나 피아노 치는 법을 배우든, TV를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든, 또는 취업을 위해 시험공부를 하든, 이런 통념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곤 한다.
하지만 그런 통념들은 손쉽게 우리를 배반한다. 엘렌 랭어는 이러한 통념들이 실제로 우리의 학습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막고, 창의성이 설 자리를 없애며, 자존감을 약화시키는 등 진정한 학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엘렌 랭어는 우리가 맹목적으로 따르는 ‘학습에 관한 대표적인 7가지 거짓 통념들’을 열거하고, ‘마음챙김 학습(mindful learning)’의 견지에서 그것들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여러 가지 실험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때로는 문학작품이나 전래동화 속에 깃든 통찰력을 빌어 조목조목 지적한다.
■ 저자 엘렌 랭어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다. 뉴욕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중 후일 교도소 실험으로 유명해진 필립 짐바르도의 심리학 개론 수업을 듣고 심리학으로 전향, 1974년 예일대학교에서 사회 및 임상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드 게임과 복권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는 통제력에 대한 환상을 실험한 랭어의 박사 학위 논문은 오늘날까지도 사회 심리학을 비롯한 다방면에서 거듭해서 인용되고 있으며, 특히 행동 경제학 분야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1979년에 외딴 시골 말을에서 70~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순하고도 혁신적인 심리 실험인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로 노화와 인간의 한계, 고정관념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하며 심리학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 심리학회가 수여하는 공익 분야의 심리학 특별 공로상을 포함하여 구겐하임 펠로십 등 여러 개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여성 최초로 종신 교수직에 임용되었다. 이 책에도 실린 호텔 객실 담당 메이드를 대상으로 한 심리 실험은 『뉴욕타임즈』가 뽑은 "2007 올해의 아이디어"에 꼽히기도 했다.
11개의 저서와 2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저술하는 등 지금까지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의식의 집중과 가능성의 심리학을 다루는 그녀의 심리 실험들은 사회 심리학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법, 비즈니스를 포함한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해 인간의 삶을 긍정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대중을 위해 쓴 5권의 책 중 하나인 『의식의 집중(Mindfulness)』은 13개국 언어로 번역, 15만 부 이상이 팔린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으며, 가장 최근작인 동시에 그녀를 세계적인 심리학자 반열에 오르게 만든 장본인인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중점적으로 다룬 이 책 『마음의 시계(Counterclockwise)』는 출간 직후 영국 BBC방송국에서 「젊은이들(The Young Ones)」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송되기도 했으며, 현재 할리우드에서 유명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에 의해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 역자 김현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자동차회사를 잠시 거쳐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에서 7년간 기자로 재직했다. 다른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안정적이던 직장생활을 갑자기 마감하고 혈혈단신 유럽으로 건너갔다. 폴란드와 독일에서 EU장학금을 받고 유럽 대학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문두스Erasmus Mundus’ 국제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로,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 2013년부터 그곳에 머물며 번역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마음챙김이 학습을 어떻게 바꾸는가
1장 연습이 오히려 ‘불완전’을 낳을 때
지나치게 익혀버린 기술
누구를 위한 기본인가?
의심의 가치: 조건부적 세상, 조건부적 학습
우회학습: 차이를 풍부하게 인식하기
교과서로도 마음챙김 학습이 가능할까?
2장 창조적 주의 산만 : 또 다른 집중력
주의력의 수수께끼
새로움을 찾아내라
부드러운 경계심을 가져라
ADHD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3장 ‘만족지연’에 관한 근거 없는 통념
놀지 말고 공부해
놀이가 일이 될 때
일이 놀이가 될 때
4장 1066년에는 무슨 일이? :
단순 암기의 위험성
가둬놓은 정보: 맥락과 관점의 상실
지식을 써먹을 수 있도록 간직하라
특징 만들기
5장 망각을 재평가하다
현재에 머무르기 위하여
마음놓침식 기억이 위험한 이유
건망증 vs ‘다른 생각 중’
기억력은 쇠퇴하게 마련일까?
기억력과 노화를 바라보는 대안적 인식
6장 마음챙김과 지능
19세기 지능이론
최적합이라는 개념
마음챙김이 이야기하는 대안적 능력
1차원적 문제 해결 vs 마음챙김 문제 해결
7장 정답이라는 환상
결과만 생각하는 교육의 함정
행위자와 관찰자, 그리고 다른 관점들
불확실성이 창조적 사고를 촉진한다
정답이 오답으로 바뀔 때
마음챙김과 자기인식
학습, 세상을 다르게 상상하기
미주
마음챙김 학습혁명
연습이 오히려 불완전을 낳을 때
지나치게 익혀버린 기술
어렸을 때 여름캠프에서 나는 야구 배트를 특정한 방식으로 잡도록 배웠다. 그 가르침의 바탕에는 배트를 무의식적으로도 그렇게 잡을 정도가 되면, 특정 투구에 대한 타격과 같은 경기의 다른 요소에도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잘못된 방법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결과 지금 내 오른팔은 왼팔보다 힘이 세졌다. 몸 상태가 과거와 이렇게 달라졌는데도 난 여전히 배트를 똑같은 방법으로 잡아야 할까? 모든 사람이 배트를 똑같은 식으로 잡아야 하는 것일까?
운전 기술을 지나치게 배운 탓에, 나는 회전을 하기 전에 자동으로 지시등을 켠다. 만약 내가 지금 빙판길에서 회전을 하는데 차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늘 하던 대로 지시등을 켜고 회전하면, 내 뒤 차량은 지금 나의 운전 상황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착각하지 않을까? 이럴 땐 차라리 비상등을 켜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얼마 전에 뉴멕시코에서 회의가 있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몇 마일을 달리는 내내 다른 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가로질러 차로 이동했다. 하지만 운전사는 모퉁이에 이르면 의무인 것처럼 지시등을 켰다.
미국에서 운전의 기본을 지나치게 익히고 난 뒤 런던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미국과 달리 런던에서는 차량이 좌측주행을 한다. 내 앞 차가 갑자기 운전 궤도를 벗어나면 난 거기에 빨리 대처해야 한다. 이때 사고를 피하려면 이전에 하던 우측주행 습관에 맞춰 대처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대처해야 할까? 흥미로운 사실은, 비상사태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예전에 배운 그대로 대처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사나 강사들이 갖춰야 하는 기본기 중 하나는, 대량의 정보를 소화한 다음 이를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잘게 쪼개어 전달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이 직업인 이들에게 정보는 간략하게 재구성하는 것은 제2의 천성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보 전달을 준비하는 일에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는, 준비된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정작 학생들은 강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간과하고 있을까? 준비된 내용을 전달하는 데 급급해 수업의 목표는 뒷전이 되는 일이 너무 잦다.
학생들의 제2의 천성이 되도록 지나치게 배우고 연습하는 것의 대표적인 예가 노트 필기 기술이다. 나중에 필기한 내용을 들여다보았더니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 우리들 중 대다수가 해봤을 것이다.
특정한 기술을 제2의 천성이 될 정도로 훈련, 습득할 경우, 이는 마음놓침 수행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과다학습 수준까지 연습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어떤 한계를 설정해 보라는 것은 아닐까? 성인이든 아동이든, 새로운 기술에 접근한다는 것은 그 시점에서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최저 수준임을 의미한다.
매번 다른 맥락과 상황에서,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힘과 경험에 맞춰 다양한 단계에서 시도해 보기도 전에 그 기술에 대한 이해를 특정한 형태로 굳혀버리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게 가장 없었을 때 배운 내용을 계속 고수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어떤 기술을 처음 배울 때, 우리는 각각의 단계를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훈련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그 기술의 단계마다 습득했던 요소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단계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술에 작은 변화조차 가미하기 어려워진다.
기본기를 의심 없이 단순 암기식으로 익히면 거의 그냥저냥한 보통 수준밖엔 안 된다. 이런 경우 적어도 배우는 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그리고 이를 즐길 수 있게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기본기를 배우되 과다학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상황에 따라 이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기본인가?
어쩌면 기본이라는 개념부터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말하는 기본기는 표준에서 나오는 것이다. 표준이라 함은 대개,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따금 부분적으로는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다시 말해 어떤 이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 배우더라도 기본기가 모든 사람에게 모든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본기를 생각 없이 과다학습 한다면, 이를 변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변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식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모두가 각자 나름대로의 기본이 필요하지만, 모두를 위한 단 한 가지의 기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실에서, 교사들은 모두에게 한 가지 종류의 기본을 가르치는 게 쉬울 수도 있다. 교사들이 알아야만 하는 내용이 줄어들며, 단일한 프로그램을 따라 수업하다 보니 학생들한테서 이의를 제기 받을 여지가 거의 없어 학생들은 권위에 복종시킬 수 있다. 게다가 한 번에 여러 명의 학생들에게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미래의 잠재적 전문가로 가득 찬 교실에서 마음챙김 학습을 통해 기본을 가르칠 방법은 존재한다. 이런 접근방식의 변화 밑에는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려면 어느 정도는 누구나 똑같이 배우는 기본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의문을 품도록 배우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가 배운 기본기를 그저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의심의 가치: 조건부적 세상, 조건부적 학습
이러한 새로운 교수법의 핵심은, 이 세계가 가진 조건부적 또는 맥락의존적 성격과 불확실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기술과 사실을 가정의 형태로 가르침으로써 이를 의심할 수 있는 마음가짐,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이를 미묘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이런 수업방식은 교사들에게 별다른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오히려 교사 스스로의 마음챙김을 늘릴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 하나하나가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게끔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배운 내용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저녁식사 초대로 친구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식탁에 포크가 접시 오른쪽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물론 난 예의를 갖추느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식탁이 왠지 부자연스럽고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터무니없는 느낌이라는 걸 알면서도 포크는 접시 왼쪽으로 가야하는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결국, 이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으로 포크를 잡을 테니 친구가 그쪽에 놓은 게 어떤 면에선 더 타당하다고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런 내 마인드세트는 어디서 온 것일까?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식탁 차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어머니의 방식을 놓고 토론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말씀대로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배운 것이다.
부엌을 한동안 서성이다 요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에 생각이 미쳤다. 이런저런 재료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고 양념은 어떻게 하는지 일단 배우고 나면, 우리는 나이나 사소한 건강 문제, 계절 등의 변화를 이유로 그 레시피를 한번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았던 변화를 통해 의미 있는 배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는 학교나 가정, 텔레비전이나 논픽션 책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지도 모른다. 그 내용이 무조건적인 형태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정보가 어떤 맥락이든 상관없이 절대적 진리처럼 한 가지 관점에서 제시된다는 것이다. 그냥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보통 어떤 불확실성도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 다른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자신에 관해 알고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어떤 기술을 배울 때, 이를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것을 스스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우리는 대개 그 기술을 완전히 외우듯이 숙지하려 든다.
나와 내 동료 로이스 임버가 몇 년 전에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과제를 과다학습해서 저절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해당 기술을 학습하는 개별 단계가 서로 뭉쳐져서 단계 수가 적어지는 대신 각 단계의 단위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기술을 수행할 때의 세부 요소는 사라지게 마련인데, 문제는 이런 세부 요소를 적용, 변화시킴으로써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교재를 조건부적 관점에서 가르치면 학생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를 더 창조적인 방식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최근에는 나는 내 학생들인 다이나 듀드킨, 다이애너 브랜트, 토드 보드너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조건부적인 수업 방법 중 몇 가지는 놀랍도록 간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예비연구에서는, 동일한 기초 수준을 배우고 경험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물리학 수업을 들었다. 비디오테이프를 통한 동영상 수업이었으며, 모든 학생이 동일한 수업을 받았다. 배운 내용에 관해서는 쪽지시험 결과 두 집단의 점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배운 내용 이외의 풀이법을 창의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던 문항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동영상 수업이나 지시사항 어디에도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써서 문제를 풀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없었는데도 마음챙김식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학생들만 그러한 문제풀이를 시도한 것이다. 마음챙김식 지시사항을 전달받지 못한 집단에서는 일부 학생들만 배운 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이 내용만으로는 결과를 해석하기가 아직 이르지만, 『마음챙김』에서 언급한 앨리슨 파이퍼의 실험 결과는 이러한 접근방식이 갖는 이점을 시사해 준다. 파이퍼의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대상을 조건부적 형태와 절대적 형태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앞서 예비 연구 내용에서 서술했듯이, 우리는 조건부적인 정보가 대안적인 해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실행했으며, 그 결과로 조건부적 형태로 가름침을 받은 학생들만이 대상을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음을 볼 수 있었다.
우회학습: 차이를 풍부하게 인식하기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기본적인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향식과 상향식이 그것이다. 하향식 교육법에서는 교실에서 논증의 방식을 기본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상향식 교육법에서는 체계적으로 직접 경험을 시키거나 새로운 행동을 반복 연습시킨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각각 지지하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제3의 길을 모색해 보았다. 나는 내 학생들과 함께 위로부터의 명령식 하달이나 실습을 통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이 두 가지 전통적 방식 모두의 틀을 깨는 교육방식이 유효한지에 관해 연구했다. 이를 우회학습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치즈케이크를 만드는 기본 방식은 계속 변형을 거치며, 고정불변의 공식을 제시하지 않고 대강의 방향만 짚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회학습의 목표는 마음챙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답이라는 환상
결과만 생각하는 교육의 함정
지능은 바람직한 결과를 달성해 내는 능력으로 여겨지는 일이 종종 있다. 아서 젠슨은 자신이 주장한 일반 지능 요소 개념을 옹호하면서, 그 근거로 "개인의 초, 중, 고, 대학 과정, 군사 훈련, 그리고 취업 시의 수행 능력을 예측할 때의 실제적 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중지능 이론의 선구자인 하워드 가드너조차도 지능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또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그 외 다른 지능이론가들은 교육 과정의 목표는 학생들이 바람직한 특정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바람직한 결과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한 맥락에서 좋은 결과가 다른 맥락에서는 달갑지 않은 결과가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어떠한 결과를 달성하는 능력은 세상을 탐구하고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과 차이가 있다. 교사가 지시한 대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스스로 가설을 세워 이를 검증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다. 학생들에게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문제를 풀라고 지시하는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탐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 데 족쇄를 걸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지시는 색칠공부식의 접근법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교사 또는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새로운 가설을 만들고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마음챙김으로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는 명백한데 순진한 관찰자의 입장인 학생이 이를 달성할 수단을 알지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단계별로 문제해결 방식을 보여주고 이를 그대로 해내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는 본질적으로 마음놓침 방식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러한 결과지향적 사고를 떨쳐버릴 수 있다면,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한 발짝만 벗어나도 그 의미나 가치가 사라지는 결과 달성보다 스스로 그 과정을 정의해 나갈 수 있는 자유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추론이나 가설 검증과 같이 포괄적이며 유용할 때가 많은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지능이론가들마저도 실은 결과에 가치를 둔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런 경우에 결과는 특정한 한 묶음의 기술을 획득하는 일이다. 이러한 관점은 개개인의 목표에 가장 잘 맞는 기술을 탐구하는 능력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행위자와 관찰자, 그리고 다른 관점들
대개 전문가의 권위는 자신의 분야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순진한 관찰자보다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예측 능력은 예전부터 개인적 통제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왔다.
예측은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문가가 무엇인가를 예측할 때, 보통은 관찰한 사실을 모아서 이를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범주들로 분류해서 축적해 놓은 데이터에 의존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예측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우리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행위자 관점에서 이루어진 예측, 즉 전문가적 예측과 단순 관찰자의 예측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은 마음챙김의 개념과 지능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적인 지능의 정의에 입각한 문제해결 접근법은 관찰자가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가지고 익숙한 질문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해주는 새로운 가설을 구성해 내는 능력에 의존한다. 사용가능한 데이터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특정한 관점에 얽매이지 않는 관찰자들은 한 가지 연구 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도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가장 크다.
마음챙김 접근법은 행위자 관점보다 관찰자 관점을 선호하지 않는다. 가설을 검증하려면 우리 자신의 행동에 직접 적용해 보면 된다. 통계에 기반한 예측은 현실과 어느 정도 부합되리라고 가정하는 반면,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예측은 개인에게 자신의 미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만든다.
불확실성이 창조적 사고를 촉진한다
사회과학의 대부분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안정된 현상을 찾아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라는 것이 시간마다 다르고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경험의 불안정성에 관해 탐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불안정성을 인지하고 사는 사람들은 고정된 범주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보다 불확실성을 더 크게 경험할 확률이 높다. 어떤 이들은 이 불확실성을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여긴다. 그러나 마음챙김의 관점에서 불확실성은 의미를 발견할 자유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의미 있는 선택이 있는 곳에 불확실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선택이 없다면 불확실성도, 그리고 스스로를 통제할 기회도 없다. 마음챙김 이론은 불확실성과 자신을 통제하는 경험은 떼어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이 창조적 사고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지만,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사실을 불변의 절대적 진리로 여기도록 교육받는다.
마음챙김과 자기인식
길포드가 무려 150가지의 다른 요인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다중지능 이론을 개발한 이유는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 가지 요인에서는 비교유위를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 지능 모델이 학생들이 "알맞은 수업과 전공을 찾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능력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다중지능 이론의 확산이 학생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일 수 있으나, 장점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학생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론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는 관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을 놓칠 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치료나 개선책이 필요한 사람은 보통 이 이론 때문에 자아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받아들인다.
이를 보상받기 위해 사람들은 때로 다른 이의 가치를 똑같은 식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면이 다른 사람들보다 나아 보이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이는 면을 받아들인다. 지능의 요소를 더 늘리면 이러한 낙인 찍기와 경쟁은 오히려 강화되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이러한 비교는, 자신이 선호하는 쪽으로의 비교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경험 중 일부분을 스스로 폄하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는 활동에 높은 가치를 두는 반면 잘못하는 쪽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능검사는 이런 부정적 낙인 찍기를 부추기는 셈이다. 지능검사는 일반 학교 교과과정 이외의 프로그램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학생들을 구별해 내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최초의 지능검사는 프랑스 교육부가 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교정학교에 보낼 학생들을 선별하는 걸 도울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지능검사는 학생들을 대학진학용, 직업교육용 또는 영재 등의 이러저러한 집단으로 나누기 위한 수단이 되어온 것이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를 바탕삼아 유용한 것을 발견하거나 자신이 못하는 것 속에 숨어 있는 잠재능력을 찾아내도록 격려하는 대신에, 오히려 그러한 도전을 피하는 쪽으로 몰고 감으로써 학생들을 도우려 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강하다.
마음챙김 상태에서는 매 순간이 배움의 순간이자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우리 자신과 환경 모두를 변화시키는 순간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활동을 버리고 한 가지 활동에 쏟는 시간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어떤 특정한 과제를 다루든 간에 우리는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어떤 프로그램이나 수업을 듣고 있는가로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한 가지 과제를 성취하지 못한 것은 그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이미 성취해 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첫 번째 과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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