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배반

Everything Is Obvious: Once You Know the Answer

   
던컨 J. 와츠(역자: 정지인)
ǻ
생각연구소
   
15000
2011�� 07��



■ 책 소개 
‘6단계만 거치면 모든사람이 연결된다’는 6단계 이론을 토대로 복잡계 이론을 선구적으로 연구해온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크워크 과학 전문가 던컨 J. 와츠의 눈으로파헤친 상식. 

모든 사람이 명백하고도 분명한 진리라고믿는 상식의 한계와 본질, 직관의 오용과 실패 사례를 통해 ‘상식’을 파헤친다. 저자는 과학, 심리학, 역사, 경영, 마케팅 분야에서 가져온다양한 사례와 구체적인 근거를 가져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사회 문제를 더 이상 ‘상식적 수준’에서 검토하고 해결해서는 안 되며,비상식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꾸준히 의심하고 분석하며, 자기성찰의 잣대를 잃지 않는 것만이 보다 명쾌한 선택을 돕는다고주장한다.

■ 저자 던컨 J.와츠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트워크 과학 전문가. 최신의 과학 연구,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는 방대한 사례 분석을 통해‘상식대로 돌아가는 세상’에 의문을 제기한 21세기 사회학계의 데카르트. 호주 해군사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이론 및응용 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물리학자는 사회학자가 법석을 떨며 매달리는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존 그리빈의 말에힘입어 사회학에 투신, 12년 동안 사회 네크워크와 복잡계 과학 분야를 연구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복잡계 이론 전문 연구기관인산타페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야후리서치의 수석연구과학자로 활약 중이다. 이 책에서 그는 경제, 사회, 문화, 심리, 정치, 경영과마케팅의 영역에 만연해 있는 ‘상식적 통념’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뒤집는다. 저서로 『Small World-여섯 다리만 건너면 누구와도연결된다(Six Degrees)』가 있다.

■ 역자 정지인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고, 영어와 독일어로 된 책들을 우리말로옮기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무기를 내려놓으라!』 『버림받은 천사들』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프레임 안에서』 『르네상스의마지막 날들』 『그림과 눈물』 『유쾌한 딜레마 여행』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르네상스의 비밀』 등이있다.

■ 해제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한국인의 심리를 가장 정확히 꿰뚫는 ‘심리학계의 셜록 홈즈’로 유명한 그의 관심은 대중문화,디지털 매체, 소비자 행동, 사이버공간, 온라인 게임, 광고, 브랜드 이미지, 신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사이언스센터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현재한국 사회의 정체성과 마케팅 소비 심리 및 트렌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법인 위즈덤센터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인의심리코드』『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사이버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대한민국 사이버신인류』『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공저)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어느 사회학자의 변론 - 로켓 과학이 상식적인 그 어떤 것보다 쉬운이유

1부 상식
1장 상식이라는 신화
사회적 지능의 정수, 상식은 지식과 어떻게 다른가 |상식의 기묘한 습성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 일상을 넘어서는 영역에 상식을 적용하는 일의 위험성 | 지나친 직관 | 상식은우리를 어떻게 배반하는가

2장 생각에 대한생각
결정, 결정, 그리고 또 결정 | 상식과 합리성의 상관관계 | 무엇이 생각을 왜곡하는가 | 인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 우리는 우리의생각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3장 군중의 지혜, 그리고광기
X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논리 | 상식의 놀라운 재주 | A마을과 B마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누적적 이점은 나비 효과다| 국민도, 시장도 없다

4장 특별한 사람들
여섯단계 이론 | 세상은 보기보다 평등하게 움직인다 |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 우연히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 | 특별한 소수에 대한 불편한 진실| 진지한 의심이 필요한 이유

5장 역사, 그 변덕스러운교사
역사에게 기회는 단 한 번뿐 |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 | 환상 속의 원인 | 아직 끝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역사를 말할 수없다 |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교훈이 되는 아이러니 | 역사는 스토리텔링이다

6장 예측의 덫
라플라스의 악마 | 모든 예측은 불완전하다 | 무엇을 예측해야 할지 예측하기 | 블랙 스완과 사건들| 상식에서 비상식으로

2부비상식
7장 지상 최고의 계획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시장, 군중 그리고 모형&nbsp& | 아무도 믿지마라, 특히 당신 자신을 | 미래 충격 | 어쩌다 보니 잘못 풀린 훌륭한 전략 | 전략의 역설을 해결하는 길 | 예언에서 측정으로, 예측에서대응으로

8장 거의 모든 것의 척도
버킷, 멀릿그리고 똑똑한 대중 | 현재 예측 | 측정만 하지 말고 실험하라 | 현장 실험의 놀라운 힘&nbsp& | 실패와 환멸을 부르는 초대장으로부터의탈출 | 풀지 말고 부트스트랩하라&nbsp& | 계획자가 아닌 탐색자의 시대

9장 공정성과 정의
운명의 힘을 무시할 수 있는가 | 후광 효과 | 재능과 운을 구별하는 법 | 마태 효과 | 위대한경영자는 존재하는가 | 개인의 권리인가, 사회적 평등인가 | 소득은 나만의 것, 위기는 모두의 것이라는 이중논리 | 짐 나눠지기

10장 인류의 합당한 연구
그들 역시 사람이다 | 전 지구적 규모의 실험 | 유유상종 | 수수께끼를 들여다보는망원경

감사의 말 
해제: 상식을 버리는 일 -새로운 믿음, 보다 정확한 믿음을 형성하는 첫걸음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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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배반

  

1부 상식

상식이라는 신화

사회적 지능의 정수, 상식은 지식과 어떻게 다른가

상식은 그것이 결여되어야만 그 존재를 의식하게 될 만큼 아주 평범하지만, 일상의 삶이 제대로 돌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가령 상식은 직장생활에 적합한 복장, 길이나 지하철에서의 공중도덕, 친구나 동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예의 등을 알게 해준다. 또한 규칙을 따라야 할 때와 슬그머니 무시해도 되는 때가 언제인지, 어떤 경우에 규칙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알려준다.


상식은 사회적 지능의 정수이며 우리의 법 제도와 정치철학, 직업교육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그토록 자주 참고하는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대략적으로 말해 사실과 관찰한 내용, 경험과 통찰, 우리 각자가 매일의 상황에 대처하고 또한 그로부터 배우면서 평생 축적해가는 일반적인 지혜가 느슨하게 얽혀 있는 것이 상식이다. 그 이상 쉽게 분류하기란 어렵다.


상식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들이 잘못 말하거나 행동했을 때의 다양한 예를 하나하나 되짚어주면 그들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그들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누군가에게 당연하고 명백해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얼토당토않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세상을 이해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은 상식의 신뢰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믿을 때,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옳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애초에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경우에는 더욱더 의문이 강해진다.


1996년 이후 일반 대중의 동성결혼 허용 지지율이 25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을 생각해보자. 이 시기에 생각을 바꾼 사람들도 14년 전에는 그것이 미친 생각이라거나 최소한 틀린 생각이라고 여겼던 게 분명하다. 그처럼 당연하게 여기던 무언가가 틀린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음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 중에 앞으로 어떤 것이 틀린 것으로 밝혀질까?


자신의 믿음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지지하는 여러 가지 믿음을 서로 양립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대개 정치에 관한 자신의 견해가 단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나는 온건한 진보주의자다 혹은 나는 강경한 보수주의자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진보주의자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진보적 관점을 옹호하고, 보수주의자는 일관성 있게 그 반대되는 지점을 지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을 진보주의자로 보든 보수주의자로 보든, 가령 낙태라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은 사형제도나 불법이민 등 다른 사안에 대한 의견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막연하게 우리의 구체적인 믿음이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하나의 철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각각의 믿음에 제각각 도달하고 그것도 어쩌다 보니 그런 믿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설사 개별적으로는 당연하게 보일지라도 그러한 믿음을 서로 양립시키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읊어대는 격언에서도 그런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사회학자들이 즐겨 지적하듯 이러한 격언의 상당수가 완전히 모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지만 반대되는 것도 서로 끌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떨어져 있으면 마음이 더욱 애틋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지만 망설이는 자는 좋은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믿음이 반드시 서로 모순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각각의 격언을 떠올리는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 어떤 격언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우리도 정확히 규정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정말로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할 방법은 없다. 다시 말해 상식은 하나의 세계관이라기보다 논리적 일관성도 없고 종종 서로 모순을 드러내는 믿음을 마구잡이로 모아놓은 것이다. 따라서 그 각각의 믿음이 어느 한 상황에 옳다고 해서 다른 상황에서도 옳으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특별한 사람들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마케팅 컨설턴트 에드 켈러와 존 베리의 주장을 보자.


"남보다 인맥이 넓고 독서를 더 많이 하며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누구나 경험해봐서 잘 알 것이다. 우리는 어느 동네에 사는 게 좋을지, 은퇴 후를 위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동차나 컴퓨터는 어떤 것을 사는 게 좋을지를 결정할 때부터 무턱대고 아무에게나 의지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의식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비교적 정확해 보인다. 정보나 접근 기회, 충고를 구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보면 정말로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더 염두에 두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관한 우리의 인식은 실제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여러 연구 결과가 사회적 영향은 대개 우리가 친구나 이웃에게서 받은 미묘한 신호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인 수준이며, 꼭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우리가 어느 정도 의식적인 방식으로 영향받을 때도 우리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의식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사령 사장이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못지않게 직원이 사장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지만, 사장이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직원을 지목할 가능성이 작다. 사장이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시되어도 직원은 사장에 대해 그렇지 않을 거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우리의 인식은 영향 그 자체보다 사회적, 계층적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도, 왜 마케팅 담당자들은 영향력 행사자에 대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예를 들어 많은 연구에서 최소한 세 명의 지인이 조언을 구할 만한 사람으로 지명한 사람을 영향력 행사자로 간주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평범한 사람이 단 한 명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다른 세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평균보다 300퍼센트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는 매우 큰 차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케팅 담당자가 신경 쓰는 히트상품 제조, 건강에 대한 대중의식 강화, 정치가 후보의 당선확률 높이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사안은 모두 수백만 명의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찾는 영향력 행사자가 각자 다른 보통사람 세 명에게 영향을 미칠지라도, 그런 영향력 행사자를 100만 명이나 찾아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소수의 법칙이 약속했던 바와 한참이나 거리가 먼 이야기다. 알고 보니 이 문제에도 해결책은 있었다. 그 해결책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이론에서 비록 관련은 있지만 뚜렷이 구별되는 발상, 즉 사회적 전염이라는 발상을 도입해야 한다.   


우연히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

네트워크 과학에서 정보나 잠재적 영향력이 전염병처럼 네트워크를 따라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전염 개념은 매우 흥미로운 것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서 영향을 받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전염은 영향력 행사자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단 전념의 효과를 계산에 넣으면 영향력 행사자의 궁극적 중요성은 그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개인은 물론 그의 이웃, 그 이웃의 이웃, 이웃의 이웃의 이웃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받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적 전염을 촉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영향력 행사자라면 그런 사람 몇 명만 있어도 4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 몇 명을 찾아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100만 명을 찾아내 영향을 미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영향력의 본질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두 개의 가정을 의미한다. 하나는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영향력은 어떤 전염의 과정을 통해 엄청나게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전염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조건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개인은 평균적인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전염을 촉발하는 데 더욱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그 이유는 단순히 어떤 전염 과정을 통해 영향이 확산될 때는, 그 결과가 그것을 촉발한 개인의 속성보다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구조에 더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넓은 땅을 태우려면 바람, 온도, 건조함, 가연성 연료가 함께 작용해야 하듯, 사회적 전염도 영향력의 네트워크가 적절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확산될 수 있다. 


알고 보니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소수의 개인과 무관했다. 오히려 그 조건은 스스로 쉽게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영향을 잘 받는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임계치 이상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에 더 많이 좌우되었다. 이들 무리가 임계치 이상 존재할 때는 평균적인 개인도 거대한 캐스케이드(cascade: 다단계, 일단 개시되면 각 단계가 전단계로 인해 발동되고 끝까지 연속되는 단계의 계열)를 촉발할 수 있었다. 큰 산불이 일어날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는 작은 불씨 하나만 있어도 산불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으로 그 임계치의 무리가 존재하지 않을 때는 대단히 영향력이 큰 개인도 아주 작은 캐스케이드 이상을 촉발하지 못했다. 결국 특정 개인이 전체 네트워크에서 어디에 들어맞는지 알 수 없으면, 그 사람에 관해 무언가를 측정할 수는 있어도 그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작업은 촉발자 역할을 한 소수가 아니라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큰, 즉 쉽게 영향을 주고받는 임계치 이상의 사람들이 해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베스트셀러나 히트상품을 만드는 에어지, 연줄, 영향력 있는 사람은 타이밍과 환경의 조합이 만든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 말하자면 우연이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인 것이다. 



2부 비상식

거의 모든 것의 척도

현장 실험의 놀라운 힘

무작위 실험은 흔히 실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힌다. 고속도로 변에 광고판을 세우거나 잡지에 광고를 실었을 때 누가 광고를 보는지 알 수 없고, 소비자도 자신이 본 광고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 효과를 측정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광고를 보고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난 뒤에 구매할 수도 있는데, 그 정도 단계가 되면 광고를 본 것과 광고의 영향으로 구매한 행위 사이의 연결은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야후에서 나와 함께 일한 세 동료 데이비드 레일리, 테일러 슈레이너 그리고 랜덜 루이스가 최근의 현장실험에서 증명했듯 이는 해결 가능한 문제로 바뀌고 있다. 그 실험은 어느 대규모 소매상의 고객이자 야후의 활발한 사용자 16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 실험을 위해 레일리는 비롯한 동료들은 130만 명을 무작위로 뽑아 처리군으로 분류했다. 즉, 그들이 야후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들어오면 그 소매상의 광고를 보여준 것이다. 나머지 30만 명은 대조군으로 분류했고 처리군 사용자와 똑같은 페이지를 방문해도 그 광고를 볼 수 없었다. 모든 실험 참가자는 그 소매상의 데이터베이스에도 들어 있었고, 덕분에 광고 효과는 실험이 끝나고 몇 주 뒤까지 그들의 실제 구매행동을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광고로 창출된 추가수익을 단기적으로는 광고비용의 네 배 정도로 추산했고,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야후나 그 소매상에게 분명 반가운 결과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광고 효과의 거의 대부분은 나이 많은 소비자에게서 나타났다. 그 광고는 40세 이하에게는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처음에 그 결과를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무언가가 효과가 없었음을 발견했다는 것은 효과가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광고주는 젊은이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 즉 다른 포맷이나 다른 스타일, 다른 장려책, 다른 할인 방식을 실험해볼 수 있다. 분명 무언가는 효과를 낼 것이고 그게 무엇인지 체계적인 방식으로 알아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광고 실험은 정답 하나를 알아내기 위한 일회성 행위가 아니라, 모든 광고에 적용할 수 있는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실패와 환멸을 부르는 초대장으로부터의 탈출

현장 실험의 잠재력은 우리에게 자극을 줄 뿐 아니라 실제로 행해지는 것보다 활용할 여지가 훨씬 더 많다. 그래도 늘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어느 전략이 더 나은지 알아보기 위해 이라크의 절반과 전쟁을 치르면서 나머지 절반과 평화를 유지할 수는 없다. 또 어느 회사가 일부만 새로운 이미지의 브랜드로 바꾸거나 일부 소비자에게만 달라진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줄 수도 없다.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는 실험적 접근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무런 계획도 없는 것보다 나쁜 계획이라도 있는 게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나마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는 것을 선택해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권력과 필요가 결합되면 계획가가 필요 이상으로 자기 본능에 충실한 믿음에 사로잡힐 수도 있고, 이는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공학자와 건축가, 과학자, 정부의 기술관료 사이에 낙관론이 만연했다. 그들은 사회 문제를 과학이나 공학의 문제와 똑같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이 지적한 것처럼 그 낙관론은 계획가의 직관이 인류가 축적해온 과학적 지식만큼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터무니없는 착각에 근거한 것이었다. 스콧에 따르면 그 하이모더니즘 철학의 핵심은 원인과 결과라는 융통성 없는 사고모형에 집착하느라, 국지적이고 맥락 의존적인 지식의 중요성을 너무 하찮게 보았다는 데 있다.


그는 복잡한 세계에 포괄적인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실질적인 실패와 사회적 환멸을 부르는 초대장인데, 아마도 그 둘을 동시에 초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썼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적, 인간적 환경에 대응해 폭넓은 실질적 기술과 후천적 지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이런 종류의 지식은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리로 환원하기 어려운데, 이는 "그것이 실행되는 환경이 몹시 복잡하고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형식적 절차를 적용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계획이 바탕으로 삼아야 할 지식은 그 계획을 적용할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필수적이고 국지적인 지식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합당한 연구

그들 역시 사람이다

물리학의 잣대로 사회학을 평가하는 경향은 꽤 오래된 것으로, 흔히 사회학의 아버지로 거론되는 19세기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콩트는 사회학을 수학과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함께 현실의 모든 것을 서술하는 여섯 가지 기본 과학 중 하나로 여겼고 심지어 사회물리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콩트는 사회학이 인간이 겪는 모든 경험의 총체적 이론이 될 것이고, 다른 모든 과학을 망라하는 동시에 문화, 제도, 경제, 정치 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콩트 이후 처음으로 그런 이론을 제안한 사람은 다윈과 동시대 철학자인 허버트 스펜서였다. 스펜서는 사회를 유기체처럼 이해할 수 있다는 개념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개개인은 세포이고 제도는 각 기관의 역할을 하며, 발전은 자연선택과 대략 비슷한 어떤 법칙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도 다윈이 아니라 스펜서였다. 스펜서의 개념은 유치한 발상으로 여겨져 무시되었지만, 사회는 어떤 전체론적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조직된다는 그의 기본철학은 콩트의 실증주의와 함께 계속 이어졌다.


통합이론의 절정은 20세기 중반 하버드 대학 사회학자 탤컷 파슨스의 연구와 함께 찾아왔는데, 그는 나중에 구조기능주의라고 알려진 이론을 제시했다. 파슨스에 따르면 사회 제도는 서로 맞물린 역할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며 그 역할은 합리적 목적이라는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 수행한다고 한다. 동시에 개인의 행위는 사회규범과 법률 그리고 그 개인이 속한 제도 속에 암호화된 다른 통제 기제의 제약을 받는다. 파슨스는 다양한 행동이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기능과 그 행동이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구조를 철저히 분류함으로써 사회의 모든 것을 서술하고자 했다. 


하지만 스펜서나 콩트의 경우처럼 파슨스의 일반이론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비판자들로부터 난도질을 당했다. 그의 이론이 말하는 바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은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은 이론이라고 할 수도 없고 개념과 정의의 모음일 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몇 년 뒤 로버트 머튼은 파슨스 이론의 잔해를 돌아보며 사회이론가가 물리학자의 이론적 성공을 모방하려 하는 것은 성급한 행동이라고 결론지었다.


물리학에서는 코페르니쿠스와 브라헤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가 수세기에 걸쳐 고되게 해온 관찰이 쌓인 후에야, 케플러 같은 천문학자가 그들이 물려준 데이터를 설명하는 수학적 규칙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뉴턴 같은 둘도 없는 천재가 나타나 그런 규칙성을 진짜배기 법칙으로 정리했다. 반면 그 사회학 이론가들은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처음부터 사상의 전체체계를 상정해두고 자신이 무엇을 측정해야 할지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튼은 사회학자가 인간 행동에 대한 통합이론이나 보편적인 법칙 같은 것을 추구하기보다 중거리 이론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거리 이론이란 고립된 개개의 현상 이상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범위가 넓되, 실제적이고 유용한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이론을 뜻한다. 예를 들어 상대적 박탈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난이 주변 사람들의 고난보다 심한 경우에만 괴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기 집이 화제로 무너지면 충격에 빠져 허덕이지만,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수백 명의 이웃이 죽었다면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일반적인 이론이 아니고 사람들이 역경에 반응하는 방식을 예측할 뿐이지만, 역경에 대한 인식에 꽤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찬가지로 역할군 이론은 각 개인이 여러 가지 역할(학교에서는 선생님, 집에서는 아버지, 주말 소프트볼 팀에서는 포수)을 수행할 뿐 아니라, 그 각각의 역할은 그 자체로 관계(교사와 학생 사이, 자신과 동료 사이, 자신과 교장 사이)의 집합임을 강조한다. 이 이론 역시 어느 정도 구체적이기는 하지만(시장이나 정부, 사회라는 세계의 중요한 특징은 언급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이론에 가깝다.


인간 행동의 순전한 복잡성을 생각해보면 사회과학에는 물리학을 닮고 싶어 하는 접근법은 좀 가망이 없어 보인다. 개인의 행동은 수십 가지 심리적 편향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그러한 편향 중 상당수는 우리의 의식적인 인식 밖에서 일어나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개개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집단으로 행동할 때는 우리가 그에 대해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단순히 그 개인의 속성과 동기에서 추론할 수밖에 없다. 개개인과 집단뿐 아니라 시장, 정부, 회사 그리고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제도라는 어리둥절한 여러 집합체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세계의 복잡성이 여기서 다 서술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떤 한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규칙을 서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오히려 궁금해진다.


사회이론가 역시 사람이다. 그들도 계획가, 정치가, 마케팅 담당자, 기업 전략가와 똑같은 실수, 즉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의 어려움을 엄청나게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뿐 아니라 계획가나 정치가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통합이론이 아무리 많이 실패하더라도 그런 이론을 세우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언제나 다시 등장한다.


사회학이 제시하는 것 중 상당 부분이 상식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인간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이 일단 답을 알고 나면 명백하게 보인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학자 역시 다른 모든 사람처럼 사회의 한 구성원이고, 따라서 단순히 사회적 삶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긴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결국 많은 사회과학적 설명이 우리의 상식적 설명에 만연한 것과 동일한 약점(합리성의 사후판단 편향, 대표적 개인, 특별한 사람, 상관관계로 인과관계 대체하기 등)에 발목이 잡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수수께끼를 들여다보는 망원경

우리는 어느 정도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그 예측 불가능성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또한 주사위 던지기를 무작위적이라고 말할 때의 그 무작위성이 미래에 어느 정도나 내재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과 예측 불가능성 사이의 균형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전략 혹은 관찰한 결과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더더욱 불확실하다.


그래도 우리는 이러한 수수께끼를 해결한다면 상식과 직관의 힘에만 의지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훨씬 넘어선 지점까지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 속에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이 밝혀질 수도 있고, 덕분에 1960년대에 로버트 머튼이 구상했든 중거리 이론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사회학자와 사회과학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 중 일부는 정확한 측정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터넷이나 다른 새로운 기술이 그 분야에 아무리 큰 영향을 줄지라도 사회과학의 전통적인 도구(기록 연구, 현장 연구, 이론 모형, 깊은 성찰)는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아무리 기본적인 과학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사회정의 문제에 관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처럼 복잡하고 긴급한 현실 세계의 문제가 반드시 공학적 의미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왜 도시빈곤이나 경제개발, 공교육 같은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과학에 대해서는 그만큼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그런 이해에 필요한 도구가 없다는 주장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망원경의 발명이 천체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던 것처럼 이동통신과 웹,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어난 기술 혁명은 측정할 수 없던 것을 측정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자신과 우리의 상호작용 방식에 대한 이해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머튼이 옳았다. 사회과학은 아직 사회과학의 아인슈타인은커녕 케플러도 발견하지 못했다. 알렉산더 포프가 인류가 해야 할 합당한 연구는 천체가 아니라 우리 자신 속에 있다고 주장한 지 300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망원경을 발견한 것이다. 자, 이제 혁명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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