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The Beauty Bias

   
데버러 로우드(역자: 권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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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북스
   
15000
2011�� 01��



■ 책 소개
미국 최고의 지성인으로꼽히는 데버러 로우드가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해온 내력을 꼼꼼히 살펴보고, 외모지상주의의 엄청난 폐단을 세심하게 따져본다음, 법률적·정책적·사회적 조치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한다. 외모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진정한 사회적 정의와평등을 이루려면 외모를 단순히 심미적 이슈가 아닌 법적-정치적 이슈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모라는 편견의 오랜 역사, 그 가공할 폐단과 피해, 우리의 일상에 나타나는 그편견의 모습들, 이로 인한 차별과 눈물겨운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법조계와 학계에서 쌓아올린 치열한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이 괴물과도같은 외모의 편견을 타파할 현실적인 전략을 제안한다. 특히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을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고민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책이다.

■ 저자 데버러 로우드
예일대학교를 Summa Cum Laude로 졸업한 데버러로우드는 미국에서 법 윤리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지도자이며, 남녀문제, 법률 및 공공정책 분야에서 가장 주도적인 지위를 점하고있는 탁월한 학자인 동시에 미국 최고의 지성인이다. 미국변호사협회 여성분과위원회 회장 및 미국로스쿨협회 회장을 역임한 로우드는 현재 스탠퍼드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스탠퍼드 윤리센터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남녀 성차 연구를 위한 미셸 클레이먼 인스티튜트를 이끈 적도 있으며,클린턴 행정부에서는 하원 법사위원회 소수민족 선임자문관으로 봉직했다. 법 윤리 분야의 탁월한 업적 등을 인정받아 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Michael Franck상, Pro Bono Publico상, W. M. Keck Foundation상 등, 수많은 상을 타기도 했다.로우드는 분주한 가운데 시간을 쪼개 전국법학저널에 칼럼을 기고하는가 하면, 『Managing Pro Bono』『Women andLeadership』 『In Pursuit of Knowledge』 『Moral Leadership』 『Gender and Law』『Access to Justice』 『In the Interests of Justice』 『Ethics in Practice』 『Speakingof Sex』 등 20여 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 역자 권기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의 모건은행에서 일했으며, 월스트리트를 떠난다음엔 30년 가까이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 프랑스, 독일, 홍콩 등을 편력, 서양문화를 흡수하고 동양문화를 반추했다. 홍콩에서 영화평론과예술영화 배급을 했으며, 최근 귀국하여 다수의 해외 TV 프로그램을 수입-공급하기도 했다. 영어 번역서로는 『덩샤오핑 평전』 『부와 빈곤의역사』 『화이트 타이거』 『우주전쟁』 등이 있고, 독일어 서적으로 페터 한트케의 『돈 후안』과 『신비주의자가 신발끈을 묶는 방법』 등을번역했으며, 불어 서적으로는 앙드레 지드의 소설 『코리동』을 완역하기도 했다.

■ 차례
들어가는말
감사의 말

제1장도입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변할 때 - 신발 문제
외모를 위해 치르는 대가와 그 결과
근간을 살펴보자- 사회적, 생물학적, 경제적, 기술적 세력과 미디어의 힘
페미니즘의 도전과 응전
외모에 의한 차별 - 사회적 불의와 법적인권리
법률적인 프레임워크
개혁을 위한 로드맵

제2장 외모의 중요성과 세상에 순응하기 위한 대가
예쁘다는 것의 정의와 차별의 여러형태
대인관계와 경제적 기회 
자존감, 낙인, 그리고 삶의 질
남자와 여자의 차이
외모를 유지하는 대가 - 시간과돈
건강 리스크
편견

제3장아름다움의 추구
사회생물학적 기반
문화적 가치, 지위, 그리고 아이덴티티
시장요인
테크놀러지
미디어
광고
아름다움만 찾는 문화

제4장 비난, 그리고 비난에 대한 비난
19세기 및 20세기 초의비판론자들
오늘날의 여성운동
여러 가지 비난들 
이런저런 반응
개인적인 이해, 정치적인 서약
교착상태를 극복한다음

제5장 차별이란 이름의불의
기회균등의 확보 - 낙인찍기와 고정관념에의 도전
계급, 인종, 민족, 성, 장애, 성적 취향 때문에 사람을억누르다니?
자기표현의 보호 : 개인의 자유와 문화적 정체성
차별하는 편의 논리와 차별 금지에 대한 저항
성희롱에 버금가는것
법률이 해줄 수 있는 것

제6장법률적인 프레임워크
주된 법적 프레임워크의 한계
외모로 인한 차별의 금지
비교 접근방법 유럽은 외모로 인한차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외모로 인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할 때, 긍정적 효과와 한계는?
소비자 보호 허위 마케팅과 사기성 마케팅관행의 금지
개혁의 방향

제7장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전략
목표 설정
개인들
비즈니스와 미디어
법률과정책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제1장 도입부

이 책을 쓰려고 사전 조사를 하기 전에는, 외모에 대한 우리네 문화적 편견의 엄청나게 누적된 대가를 전혀 파악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백 년도 훨씬 전에 찰스 다윈은 이렇게 결론지은 바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세세하게 취급하는 데는 핑계나 변명이 전혀 필요치 않다." 오늘날 이 말은 한층 더 사실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외모에 투자하는 돈은 해마다 2천억 달러(240조 원)를 훌쩍 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로 인한 차별대우에 관해서는 논의를 해야 할 이유가 얼마든지 있는 것 같고, 특히 법률과 성별을 전공하는 학자라면 더욱 그렇다.


강간, 가정 내 폭력, 가난, 불충분한 육아, 불공평한 보수, 국제적인 인권 유린 - 여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이 모든 문제를 생각해보라.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겉모습에 신경을 써야 한단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근거를 둔 편견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불가피하거나, 반대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틀렸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혜는 매력적인 외모가 선사하는 이점들, 그런 매력을 추구하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부당함을 과소평가한다. 수많은 인간들이 시간이나 돈이나 육체의 건강이라는 형태로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물론 외모로 인한 차별대우가 결코 인간의 가장 심각한 편견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공평하기 십상이다.


오늘날의 여성운동이 타깃으로 설정해왔던 다른 종류의 불공평과 비교해볼 때, 외모와 관련된 불공평은 놀랍게도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 성형수술과 섭식장애의 증가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매력적인 외모에 대한 우리들의 집착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을 뿐이다.


외모와 관련된 불평등은 폭넓게 자리 잡고 있으며, 거기에는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차별대우와 사회적 오점에서부터 그런 편견에 순응하기 위한 희생까지 - 시간, 비용, 신체적 리스트 같은 형태의 희생까지 -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제2장 외모의 중요성과 세상에 순응하기 위한 대가

외모를 유지하는 대가 - 시간과 돈

외모에 대한 문화적 선입견 때문에 우리가 치르는 대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금액으로 따져볼까. 전 세계적으로 외모 가꾸기에 투자되는 돈은 적어도 136조 8,500억 원이다. 머리 가꾸는 데 대충 45조 2,200억 원, 스킨케어로 28조 5,600억 원, 성형수술 비용으로 23조 8,000억 원이 들어가고, 화장품 및 향수에 소비되는 돈이 각각 21조 4,200억 원과 17조 8,500억 원이다. 그뿐이랴, 미국인들은 다이어트로 47조 6,000억 원을 쏟아 붓고 있으며, 주로 몸무게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피트니스에다 그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한다. 이러한 지출의 대부분은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 한다.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들 중 95퍼센트는 1~5년 사이에 다시 몸무게가 늘어나며, 구매하는 화장품 중에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는 것도 너무나 많다.


시간의 투자 또한 (정확하게 수치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만만찮게 엄청나다. 미국 여성들은 기본적인 외모 가꾸기에만도 매일 45분가량을 쓰고, 그 외 쇼핑과 운동, 그리고 페디큐어에서부터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추가로 상당한 시간을 소모한다.


여자가 꼼꼼하고 정교하게 외모를 치장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면 쓸수록, 그걸 기다리느라 남자들이 허비하는 시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영국의 기혼 남성들을 상대로 실시한 어느 조사에서는, 아내의 "저녁 외출 준비"를 기다리느라 그들이 소모하는 시간을 평생 모으면 평균 20주나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한 규모의 소모가 과연 말이 되는 걸까? 어느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합리적인가의 여부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a) 소비자들이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 (b) 그들의 투자에 대해서 얼마나 충분히 알고 있는가? 내가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가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측면에서, 외모와 관련된 지출의 대부분은 약간의 혜택을 가져다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투자의 대부분은 원래 의도된 효과에 미치지 못하거나, 거짓된 혹은 과장된 주장에 의해 시작된다.


체중 감량 업계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각종 다이어트를 마케팅하는 환상의 땅에는 기적의 제품들이 넘쳐난다. 화학 성분이라든지 식품의약국(FDA)의 통제를 받지 않은 유사약품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는 화장품을 가리키는 "약용 화장품"의 광고 또한 창의력이 번득인다.


광고가 소비자를 오도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광고 비용 때문에 그런 제품의 성분으로써는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부풀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장품의 원가 중에서 90% 이상은 포장과 마케팅 비용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하찮은 가치를 지니기 십상인 성분으로 쓰인다.


더군다나 이걸 사회적 견지에서 본다면 화장품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정말 심각한 우려는 자아낸다. 온 나라가 읽을거리보다는 외모 가꾸기에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인구의 거의 1/5이 통상적인 헬스케어를 누리지도 못하고 있는 판국에, 의료비용 중에서 가장 급성장을 하고 있는 부문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성형시술이라니! 



제3장 아름다움의 추구

미디어 

미디어는 매력의 중요성과 정의(定意) 양쪽에 모두 점차 더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물론 여성을 위한 출판물들이 "예뻐지는" 제품들에 관한 팁을 게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여성잡지들이 등장하면서 그 대상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잡지들의 경우 충고와 광고 사이의 경계선은 흐려지기 일쑤였다.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광고 제품을 대놓고 지지하는 데 주저하는 법이 거의 없었고, 광고주들은 "광고에 걸맞은 문구들을" 자기네 제품 주위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하는 목청을 높여왔다.


이런 잡지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이 바로 자기 개선의 중요성이었다. 에스티 로더는 당대를 풍미했던 그 지혜를 한 마디로 담아냈었다: "못생긴 여자란 없다. 그저 생각이 짧은 여자가 있을 뿐. 아름다움은 먼저 절실히 희망해야 하고, 그 다음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최근 잘 나가는 여성잡지들을 훑어보면 머리기사들은 여전히 이런 식이다: "섹시한 몸매 갖기"(「코즈모폴리탄」), "예쁘게 보이기 위한 대가"(「보그」), "삼켜두자, 새로 나온 뷰티 필"(「마리끌레르」), "아침이면 더 젊게 보이기"(「하퍼스 바자」). 심지어 틈새시장 잡지들조차도 그런 도움말들을 듬뿍 뿌려주기 십상이다. 


미디어가 즐겨 우려먹는 또 하나의 주제가 미인대회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대량으로 배포되는 신문 잡지들이 자체 사진촬영대회를 열게 되면서, 이런 행사의 인기는 급속히 높아졌다. 게다가 여기저기 카니발도 늘어나고 해변 휴양지들의 경쟁도 심해지면서, 이런 행사들은 미인대회라는 개념이 정당성을 얻도록 도와주었다.


21세기에 접어들 무렵에는 무려 7,500개 이상의 대회가 미스 아메리카나 미스 유에스에이의 프랜차이즈를 얻어 운영되고 있었으며, 그 외에도 해변 비키니에서부터 미스 버드와이저에 이르기까지 수천 가지의 국지적인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런 미인대회에 반영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좀 더 포괄적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인종과 민족적인 편견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75년의 세월 동안 미스 아메리카 타이틀을 따낸 유대계는 단 한 명, 그리고 흑인은 4명뿐이었다. 197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흑인 여성들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고, 1985년 스페인계 최초의 당선자는 스페인 억양을 줄이기 위해 어학코스를 다녀야 했다. 미스 아메리카 타이틀을 땄던 흑인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검지 않은 피부를 가졌고, 앵글로-유러피언 특색을 띠며 곱슬머리가 아닌데다가, "두드러지게 흑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회피했었다.


미국의 경우 미인대회 참가의 기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어린 나이에 시작되고, 수없이 많은 다른 교육환경과 취업환경으로 확산된다. 1960년대 이래로 청소년을 고객으로 하는 10억 달러짜리 산업이 등장했으며, 5~10세 사이의 어린 소녀들을 위한 미인대회만도 줄잡아 3천 개가량이다. 지난 10년 사이 이러한 이벤트들은 갈수록 전문화되고 점차 섹슈얼한 것으로 변해왔다.


이런 것과 관련된 또 다른 현상이 있다. 출연자들이 살빼기 시합을 벌이거나 (<도전 FAT 제로>, <실레브리티 핏 클럽>), 다이어트, 성형수술, 헤어스타일링, 옷차림새 등을 통해 온통 딴 사람이 되어버리는(<백조>,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리얼리티 텔레비전 쇼들이 바로 그것이다.

 

<익스트림 메이크오버>의 경우는, 2007년 종영되기 전까지 출전 희망자들에게 "삶과 숙명"을 바꾸어주고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진정 신데렐라 같은 경험"을 약속했었다 남자들도 메이크오버 후보로서 환영이었지만, 그들은 전체 응모자 가운데 4%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들은 미스 성형수술처럼 엄청난 복구의 노력을 들이는 이벤트에서는 물론 제외되었다. 그런 데서는 각국의 여성 참여자들이 타고난 모습을 개선시키려고 열심히 다투었다.


기능면에서 <인포머셜(informercial)>과 꼭 같은 이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자기 존중을 떨어뜨리고, 신체상 혹은 신체적 자아에 불만을 품게 하며, 성형수술을 향한 욕망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라임-타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과체중인 여성이 출연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매력적인 역할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성을 위한 건강-피트니스 잡지에 날씬하지 않은 몸매란 아예 볼 수 없다. 예외가 있다면 살빼기 성공담 후에 나오는 예전 사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전문가들의 말마따나, 구속적인 다이어트와 과도한 운동 및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이상적인 미녀, 마르고 잘 다듬어진 몸매, 그러면서도 가슴이 풍만한 여자"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꿈을 가슴 속에 품은 여자들은 비현실적인 기대와 건강하지 못한 습관으로 빠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상적인 체중, 혹은 그 이하인 여성의 3/4 정도가 아직도 살을 빼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남자들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여자보다는 문화적인 기대치가 덜 가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들의 관심도 줄곧 증가해왔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다. "체지방을 태워버리자" "훈련으로 메가 근육을!" 남성 잡지나 광고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패션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모든 미디어가 그려내는 남성의 아이콘은 몸집이 커졌고 근육질로 변했다.


영국의 유명 가수 수전 보일에 대해 놀랍게도 예외적인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을 병신으로 만드는 이런 편견들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 같다. 1억 1,400만 시청자들이 영국판 <유브 갓 탤런트> 시합에서 그녀가 불렀던 노래를 다시 보았다. 잡지 「Ms」의 편집자 레티 포거빈이 말했듯이,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것은 "숨은 재능이 낭비되고 커리어로 꽃피지 못했던 그 많은 날들…이었다. 줄리 앤드루스 같은 목소리를 타고난 사람이 (걸맞은 외모를 타고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좌절과 무명의 서러움 속에서 몇 십 년을 허송세월했다면, 이 세상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리고 남자들이)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까?"



제4장 비난, 그리고 비난에 대한 비난

여러 가지 비난들

수많은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외모에 대한 몇몇 우려를 공유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것은 그 대가, 즉 비용이다. 네이오미 울프는 널리 알려진 그녀의 책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여성들은 외모에 푹 빠짐으로써 "거머리에게 피를 빨리듯 그들의 돈과 여유와 자신감을 빨아 먹힌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이상에 집착하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끝이 없는 것이다. 여자의 신체 가운데 거의 모든 영역이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여자들의 관심은 사회적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개선하는 데 온통 쏠리는 것이다.


지배적인 미의 기준 또한 여성들을 이중으로 난처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여자들이 인습에 순응하기를 기대하면서도, 막상 순응하려고 들면 허영심이라느니 자기도취라느니 비난하니까 말이다.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러워야 하고, 심지어는 상당히 부자연스런 노력을 통해서만 자연스런 미를 얻을 수 있을 때라도 (아니 특히 그럴 때는 더욱이) 그래야 한다. 저메인 그리어가 지적한 것처럼,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외모니 뭐니, 그런 것에 아무리 진절머리가 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하나의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해져 있다. 전통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못생긴 괴물이라고 비웃음을 사고, 그런 기준에 순응하는 사람들은 위선자로 내몰리니 말이다. 웬디 챕키스는 얼굴에 난 보기 싫은 털을 전기분해 요법으로 없애야겠다고 맘먹으면서, 이렇게 고백하는 글을 썼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모멸감을 느끼겠는가. 나는 여자다. 그래서 스스로 얼마나 추하다고 느껴야 했던가. 페미니스트로든, 여자로든, 난 실패한 것이다."   



제5장 차별이란 이름의 불의

기회균등의 확보 - 낙인찍기와 고정관념에의 도전

외모로 인한 차별의 금지를 지지하는 가장 또렷한 논리는, 그것이 기회균등과 개인의 위엄을 해친다는 것이다. 외모 때문에 생기는 비용(대가)의 상당 부분은 널리 퍼져 있는 편견의 산물이다. 교육과 취업이란 환경에서는 그런 편견의 예를 종종 볼 수 있다. 예컨대 키가 작은 남자들은 취업, 승진, 소득 면에서 벌금을 내는 거나 다름없는 꼴이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과체중인 사람은 그에 따른 불이익과 불명예를 감내한다. 비만인 여학생들이 성적도 낮고 대학 진학률도 낮은 것은 -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 그들에게 이런 오점이 찍히고 그 결과 가장자리로 밀려나 자존감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비만인 사람들의 거의 90%가 친구나 가족이나 동료들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과체중인 사람들은 동료나 상사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걸로 간주되며, 게으르고 칠칠치 못하고 능력과 절제와 정서적 안정이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특히 높은 직책의 경우, 비만은 "틀림없이 커리어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자신의 몸매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예산이며 직원들은 어떻게 통제한단 말인가? - 그런 논리다. 건강상의 위험에 대한 걱정도 한몫을 하는데, 심지어 그런 우려가 사실에 근거를 주지 않는 경우조차도 마찬가지다. 


외모에서 비롯되는 차별은 개인의 아픔과 사회적 비용을 모두 초래한다. 그것은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취업의 희망을 줄이며, 실력주의 원칙을 위태롭게 한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앤서니 아피아 교수의 말처럼, "사회적 이상으로서의 평등이란, 평가와 상관없는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외모가 능력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경우에는, 외모를 기반으로 하는 차별은 효율과 공평이라는 두 개의 가치 모두를 잠식한다.


간단히 말해서 외모에 기반을 둔 차별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본인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요소 때문에 그 개인에게 부당하게 낙인을 찍는 짓이다. 



제6장 법률적인 프레임워크

외모로 인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할 때, 긍정적 효과와 한계는?

외모와 관련된 금지를 분석해보면, 사회적 편견을 줄일 수 있는 법의 능력에 대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노골적인 금지조항의 실행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비판자들이 경고했거나 지지자들이 희망했던 것보다 그 충격이 훨씬 적다는 것을 암시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법안을 통과시켰던 바로 그 관용적 태도가 왜 그 역할이 국한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줄 수도 있다. 고용주들은 차별대우도 꺼릴 것이고, 그들의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으려 할 테니까 말이다. 법적인 금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차별대우를 억지하거나, 차별이 생기는 경우 비공식적인 해결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법의 집행이 제한적인 데 대한 또 다른 설명들은 어떤 것일까? 기존의 법적 금지가 적용되는 범위가 좁다는 점, 입증이 어렵다는 점, 피고의 이해관계도 존중해준다는 점, 그리고 배상의 금액이 큰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어쨌거나 법으로 승리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은, 비단 외모에 관련된 법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차별대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편견의 피해자로서 소를 제시하는 사람은 어쨌든 상대적으로 적고, 그중에서도 소송을 하여 이기는 사람의 수는 더욱 적다.


그러나 법의 집행이 희소함에도 불구하고, 외모로 인한 피해를 보호하는 법은 - 일반적으로 공민권 관련법이나 마찬가지로 - 상당한 공헌을 해왔다. 그리고 차별의 피해자들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판결이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그들의 탄원은 성에 관한 스테레오타입과 남녀불평등을 부추기는 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에어로빅 강사나 발레학교 등이 연관된 케이스처럼, 차별 때문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라든가, 단순히 신체 이미지가 아니라 건강과 피트니스에다 초점을 맞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기소한 사람들이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예도 더러 있다. 비판적인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야윈 발레리나처럼 살아갈 때 따라오는 육체적인 리스크를 수십 년 동안 지적해왔다. 『내 무덤에서 춤추다』는 이들을 대변하는 어떤 자서전의 제목이었다.


그러나 역량 있는 수많은 댄서들의 기회를 빼앗고 섭식장애와 기타 장애를 촉진하는 "빼빼 마른 몸매 숭배"를 바꾸기 위해서는 분명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며, 여기서 법은 하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매스컴의 부정적인 관심과, 제소할 마음이 있는 이들의 소송비용 부담은 바람직한 정책상의 개혁을 촉진할 수도 있다.   



제7장 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전략

개인들

부모들은 좀 더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 건강한 식생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로써 아이를 키울 수 있다. 아이들이 정크 푸드를 접하지 못하도록 제약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전략만으로는 그다지 효과적일 것 같지 않다. 특히 아이들은 규칙이 너무 엄격하면서도 실질적인 제재를 쉽게 피할 수 있는 경우에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 가정, 정책입안자 모두가, 뚱뚱하다고 낙인을 찍어 식습관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지 말고 건강한 식습관과 즐거운 신체활동을 북돋울 수 있도록 잘 조율된 프로그램을 짜서 힘을 합쳐야 한다.


소비자는 어떨까? 그들은 외모와 관련된 제품이나 시술의 심각한 리스크와 낮은 성공률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은 정부나 비영리단체들과 협의하여 제품의 효과 여부 및 공급자들의 자격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사실을 요구할 수 있다.


요요 다이어트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은, 단순히 살빼기를 노리기보다, 최근에 개발되어서 덩치에 상관없는 건강을 강조하는 접근법을 채택하면 더 나을 수도 있다. 치밀하게 고안된 몇 가지 조사결과를 보면, 피트니스와 영양과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그러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야말로, 전통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보다도 육체적-심리적 건강의 지속적인 개선을 경험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개인들은 기업, 정부, 언론에 압력을 가해 외모와 관련된 이슈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정치적 활동에 가담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편지를 쓰거나 언론에 논평을 기고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또 비만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전국적인 모임, 체중으로 인한 차별을 다루는 조직, 모든 체중의 수용을 위한 국제기구 등을 후원할 수도 있다. 특정 제품의 불매운동을 하거나, 시위를 벌이거나, 로비 활동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와 같은 노력들의 결과로 외모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지역적 법규가 태어나기도 했다.


변화를 몰고 올 만큼 다수의 개인들이 우려를 표명하는 경우는 비교적 희귀하지만, 그럴 때면 그들의 불평은 반드시 여러 가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면 기업들은 광고를 중단하고, 고용주들은 정책을 바꾸며, 지역 정부는 법안을 통과시키곤 했던 것이다. 또한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운동권 밖의 사람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건전하지 못한 행동을 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든 활동이 효과 면에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며, 심지어는 비생산적인 활동도 더러 있다. 빼빼 마른 모델을 이용해서 섭식장애와 투쟁하겠다는 유럽의 어느 캠페인은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적이 있다. 그들이 주 대상으로 삼았던 거식증의 청소년들이 오히려 그 모델의 몸매를 닮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또 뉴욕의 어떤 운동가들은 깡마른 모델의 모습이 게재된 광고판에다 "나도 먹고 싶어"라는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들의 믿음을 따르는 추종자들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다양한 정치전략과 언론전략을 조직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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