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이시한
ǻ
비즈니스북스
   
15800
2022�� 01��



■ 책 소개


구독자 6만여 명, 유튜브 누적조회수 380만 뷰!
‘프로 지식 탐험가’ 이시한이 책의 핵심만 쏙쏙 뽑아 전하는 독서 레슨!

사람들이 매년 하는 결심이지만, 매년 또 어김없이 실패하는 것이 책읽기다. 책읽기는 돈 모으기나 다이어트나 금연같이 명확한 목표 설정이 어렵다. 혹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수치가 변하거나 건강이 확연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올해야말로 “한 달에 두 권씩 꼭 읽을 거야”라고 결심하지만 뒤따르는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아 금방 나태해지고 곧 책읽기에 실패하고 만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은 북리뷰 채널의 운영자이자 다독가인 저자가 사람들의 이러한 ‘책 빚’을 청산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것이다.

저자 이시한은 이미 북튜버 세계에서는 검증된 저자다. 뒤늦게 북튜버를 시작했지만 3여 년 만에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북튜버가 되었고, 유튜브의 총구독자 수는 6만여 명, 누적 조회수는 380만 회에 이른다. 이런 수치뿐만 아니라 북튜브 속 코너 〈읽은척책방〉에서 책을 대하는 진심 어린 태도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 이 책의 핵심은 무엇인지 자세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덕택에 구독자들의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시한 저자가 그동안 책 잘 읽는 법으로 특히 강조한 것은 ‘완독에 집착하지 않기’,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기’, ‘여러 책 함께 읽기’, ‘손 닿는 곳에 책 두기’ 등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몇 년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며 독자들과 책에 관해 풍부한 소통을 해온 저자의 경험,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천 권의 독서를 하며 쌓은 저자의 책읽기 방법과 지식 쌓기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다.

■ 저자 이시한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수천여 권을 읽어온 다독가이자 문학, 철학, 과학, 경제, 경영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며 전문가 수준으로 능통하여 ‘프로 지식 탐험가’로 불린다. 구독자 6만여 명에 달하는 북튜브 〈시한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붐이 일어난 이후 비교적 늦게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3여 년 만에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책 전문 유튜버가 되었다. 특히 채널 속 코너 ‘읽은척책방’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 속 에센스만 쏙쏙 골라 전달해 어떤 책이든 읽은 것처럼 만들어준다는 구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책읽기의 힘’을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해왔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바꿔놓은 tvN 〈책 읽어드립니다〉의 도서 선정위원이었고, 이외 여러 TV 프로그램과 라디오에서 책을 다루는 코너를 맡았다. 또 한국 멘사 회원으로 tvN 〈문제적 남자〉의 기획에 참여하고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저서로 《메타버스의 시대》, 《지식 편의점: 문학, 인간의 생애 편》,《지식 편의점: 생각하는 인간 편》, 《유튜브 지금 시작하시나요?》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열두 달 북클럽을 시작하며

제1장. ‘처음책’, 최초의 독서에 관해
인생에는 경력직이 없다 ㆍ 처음의 기억들 ㆍ 처음책을 떠올려 보자 ㆍ 어린 시절 인상 깊었던 책 ㆍ 진짜 처음책 ㆍ 다르게 생각해 보자 ㆍ 처음책 다시 읽기 ㆍ 처음책이 당신에게 남긴 것은?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2장. 콘텐츠가 된 책, 책이 된 콘텐츠
멀티미디어가 된 책 ㆍ 영화가 된 책, 책이 된 영화 ㆍ 책이 된 강의 ㆍ 강의를 기반으로 한 책을 읽는 요령 ㆍ 책이 강의가 되는 경우는 더 많다 ㆍ 다른 미디어와 책의 상호 작용 ㆍ 입체적 독서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3장.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베스트셀러 ㆍ 베스트셀러를 보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ㆍ 오래가는 드라마셀러의 이유는? ㆍ 지금 우리의 관심을 보여주는 책들 ㆍ 시대와 책을 같이 읽는다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4장. 진땀 나는 과학책을 읽어내는 법
미분은 배워서 어디에 쓸까? ㆍ 잘 쓰인 과학책은 인문학을 품고 있다 ㆍ 과학책을 읽는 요령 ㆍ 《이기적 유전자》에 관한 오해 ㆍ 과학책을 읽는다는 것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5장. 눈을 뗄 수 없는 책들, 몰입감의 비밀
어떤 책이 잘 읽힐까? ㆍ 책에 몰입감을 더하는 추리 기법 ㆍ 스토리도 중요하다 ㆍ 몰입하기 힘든 책을 몰입해서 보는 비법 ㆍ 독서의 몰입감을 높이는 마지막 요소 ㆍ 이성적 감정이입법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6장. 어떤 책들이 밀리언셀러가 될까?
시대의 흐름이 호출하는 책 ㆍ 《연금술사》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 ㆍ 신의 한 수로 꼽히는 제목 ㆍ 세대 간의 간극 때문에 히트한 책 ㆍ 밀리언셀러는 사회의 흐름에서 나온다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7장. 고전이 고전인 이유
고전이 고전인 이유 ㆍ 해석의 여지가 많다 ㆍ 인간의 본질을 다룬다 ㆍ 고전에 머물지 않아야 고전이 된다 ㆍ 고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8장. 한 분야를 대표하는 책의 조건
어떤 분야에 대해 알고 싶다면 ㆍ 지루해도 의미 있는 책을 고르자 ㆍ 그 분야를 만들어 낸 책도 있다 ㆍ 환경에 대한 인식을 처음으로 만든 책 ㆍ 새로운 분야와의 우연한 만남을 꿈꾸며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9장. 좋은 에세이를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
문장이 말을 걸어오는 에세이의 마법 ㆍ 에세이에서 메시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ㆍ 에세이는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해주는 동굴 ㆍ 자신에게 맞는 에세이를 고르려면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10장. 독서에 있어 노벨 문학상의 의미
노벨 문학상 수상작들의 공통점 ㆍ 아프리카 문학을 읽다 ㆍ 《눈먼 자들의 도시》가 선사한 근사한 낯섦 ㆍ 도입부 문장으로 유명한 《설국》 ㆍ 상을 타지 않아 더 유명한 작가 ㆍ 노벨 문학상 작품을 읽는 의의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11장. ‘벽돌책’을 격파하는 법
두꺼운 책을 대하는 자세 ㆍ 정공법으로 접근하기 ㆍ 완벽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ㆍ 시작이 반이다 ㆍ 다른 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하자
+지식 탐험가의 질문

제12장. 누구나 ‘인생책’ 한 권쯤은 있다
당신의 선택이 정답이다 ㆍ 인생책으로 많이 꼽히는 책의 경향성 ㆍ 인생책 분류 1 : 위로와 역경의 이야기 ㆍ 인생책 분류 2 : 깨달음의 이야기 ㆍ 인생책 분류 3 : 광대하고 심오한 이야기 ㆍ 인생책 분류 4 : 독특하고 특이한 느낌을 주는 책 ㆍ 인생책은 매년 바뀌는 것이 좋다
+지식 탐험가의 질문

에필로그│모두 행복한 책읽기 하시기를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처음책’, 최초의 독서에 관해

인생에는 경력직이 없다

인생을 경력직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죠. 누구나 신입입니다. 누구에게나 태어나서 겪는 모든 일은 다 처음입니다. 우리는 매해 새로운 나이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나이는 우리에게 언제나 처음이에요. 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오늘이라는 날짜 역시 사실은 우리 모두 처음 겪는 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오늘은 처음이자 다시는 오지 않을 유일한 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유니크하고 우리 모두에게 처음인데도, 이상하게 그런 느낌은 잘 들지 않죠. 그건 아마 오늘을 어제처럼 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복과 정체가 비슷한 하루를 만들어 내서, 타임 슬립에 걸린 것처럼 같은 날이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처음의 기억들

이처럼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일깨워 주는 것이 바로 처음 한 경험, 처음 느낀 감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처음으로 눈을 뜨고, 처음으로 몸을 뒤집고, 처음으로 두 다리로 일어서는 등 우리가 겪은 ‘처음’은 무수히 많지만, 처음의 강렬함이 기억으로 남는 경우는 한정적입니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던 기억, 처음으로 친구들끼리 간 여행, 처음으로 술집에서 술을 마셨던 기억, 처음으로 혼자서 버스를 탔던 기억 등 사람마다 인상 깊게 남은 ‘처음의 기억’은 다 다를 거예요.


설레던 처음, 재미있었던 처음, 조금은 무서웠던 처음, 아직도 마음 아픈 처음 등 무수히 많은 처음이 우리 인생 가운데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인상 깊게 남은 처음의 기억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미 희미해진 기억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중에 하나, 다 죽어가는 흐릿한 기억을 꺼내 다시 한번 채색을 해봅시다.


어린 시절 인상 깊었던 책

저의 경우에는 <보물섬>이나 <로빈슨 크루소>, <셜록 홈즈> 같은 책을 굉장히 좋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강렬한 반전 때문에 굉장히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보물섬>은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작품 자체로도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보물섬>은 아동문학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고, 어린 시절 간단하게 줄거리 위주의 다이제스트 판으로 읽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완역본으로 보면 보물이라는 욕망 앞에 드러난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그린 문학입니다.


작품적으로 보자면 이 작품은 지금 읽어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데다 문체나 구성도 긴박하고 흥미롭게 구성되어서 읽는 재미가 좋은 작품입니다.


처음책이 당신에게 남긴 것은?

저는 <사기꾼 로봇>을 읽은 후,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런 버릇은 지금도 습관이 되어 남아서 사물이나 사건들을 조금은 다르게 보려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물의 이질적인 면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사건의 다른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하나의 차별점이 되면서 경쟁력이 될 수 있죠.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얼핏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라는 것이에요. 자신의 능력은 조금 더 믿고, 자신의 생각은 조금 더 의심해 보라는 거죠.


능력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부분도 있으니 필요 이상으로 믿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생각은 의심받지 않고 놓아두면 그대로 고인물이 됩니다. 자유론처럼 웅장하게 갈 것도 없고 소소하게 지금 주변만 둘러봐도 알 겁니다. 이미 형성된 자신의 생각이 유일하게 옳은 생각이라고 믿어 버려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바로 보일 거예요.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죠.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의 완고성의 문제고, 그것을 주변에 강요하는 것의 문제예요. 남들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의견만 중요하고, 대화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절대 설득당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이미 꼰대입니다.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베스트셀러를 보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시대정신을 담고 있고,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책은 오래도록 살아남아서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중요한 동력이 됩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책은 그 시대의 흐름과 가치, 관심 혹은 그 시대가 가진 활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 ‘어떤 해의 사건에 대한 감각은 그다음 해에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책을 쓰는 데도, 그리고 그 책이 대중에게 퍼지는 데도 오래 걸리다 보니, 작가가 책을 쓴 해에 느낀 감각이 대중에게도 침투해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는 1년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예를 들어 1988년 올림픽이 끝난 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게 된 자신감을 느끼려면 1989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됩니다. 1989년 베스트셀러 1위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입니다. 당시 삼성, LG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재벌 순위를 다투던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 자서전인데요, 올림픽 직후 세계와 경쟁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책이었어요.


반면 1998년 IMF 직후인 1999년의 베스트셀러 1위는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 불만족>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양팔과 두 다리가 없어 태어나 오체는 불만족이지만 인생은 대만족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IMF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시대별 베스트셀러를 나열하고 보니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IMF를 겪을 때 대학에 들어갔던 학생들이 졸업할 무렵인 2003년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토익 관련 책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후로는 토익 책이 빠지지 않더라는 거죠. 심지어 2009년에는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해커스의 토익 책만 네 권이나 포함되었어요. 취업난의 자취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묻어났습니다.


지금 우리의 관심을 보여주는 책들

개발과 성장, 발전의 시대를 살면서 효율이나 희생 같은 말에 질린 사람들은 공유와 공감의 정신을 찾고 있어요.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상생을 말하고, 지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아닌 지구와 같이 사는 방법을 찾고 있죠.


2020년을 뜨겁게 달군 책 중 하나가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입니다. 파타고니아라는 기업의 경영 철학을 담은 이 책은 유튜브가 띄운 책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북튜버가 소개했어요.


파타고니아는 한 등반가가 자신이 쓸 등반 장비를 직접 만들기 위해 고철상에서 화덕과 모루, 해머 등 대장간 장비를 구입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독학으로 대장간 일을 익힌 그는 자연을 파괴하고 해를 끼치는 등반 장비가 아니라, 조금 더 효율적이면서도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반 장비를 개발하고 자신이 직접 사용합니다. 겨울에는 장비를 만들고 봄, 여름, 가을에는 요세미티나 알프스 같은 데서 등반을 하죠. 그 기간에 자신이 만든 장비들을 팔아서 생활자금을 마련해요. 이 사람이 바로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입니다.


이본 쉬나드는 등반 장비를 파는 사업을 본격화할 때도 사업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정말 등반가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만들어 나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자연에 상처를 내서는 안 되고, 우선 쓰기에 편해야 하며, 무엇보다 최고의 품질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등반가인 자신이 쓸 것을 만들었으니, 다른 등반가들에게도 이 장비들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류 사업에 손을 댈 때도 마찬가지로 등반할 때 입을 옷이 필요해서, 그 필요에 맞춰 옷을 만든 거예요.


이본 쉬나드는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등반가, 서핑하는 사람, 스키를 타고 카약을 타는 사람 혹은 대장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사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연을 즐기는 데 필요한 장비를 만들고 그것을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려고 사업을 한 거죠. 이런 생각으로 만든 제품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본 쉬나드는 딜레마에 빠지게 돼요. 그야말로 ‘왜 자꾸 사업이 잘되는데?’가 된 거죠. 그즈음 자신이 왜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비로소 자신이 사업하는 이유를 확고하게 정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본보기가 되겠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파타고니아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필요한 기능이 갖추어진 최고의 제품을 환경을 해치지 않고 만들며, 벌어들인 이윤은 환경을 보호하고 살리는 데 쓰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인 거죠. 그래서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과 행보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많은 사람이 파타고니아를 사랑하고 믿는 이유입니다.


성공과 돈보다는 가치와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업에서는 ESG라는 이름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생각하는 경영이 각광받죠. 흔히들 성공한 사람들이 돈을 추구하지 않고 가치를 추구했더니 돈이 따라오더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것을 기업의 입장에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파타고니아인 거죠.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보면,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라는 점에서 기업뿐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배울 게 많습니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은 단순히 유튜브에 자주 나와서 히트한 것이 아니라, 그런 계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 책을 본 삶들이 지금의 시대정신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입니다.



눈을 뗄 수 없는 책들, 몰입감의 비밀

어떤 책이 잘 읽힐까?

저는 현재 교보문고의 큐레이션 서비스인 ‘북모닝 CEO’의 도서선정위원입니다. 그리고 tvN의 독서 예능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의 도서선정위원이기도 했어요. 책에 관한 일을 하다 보니 책을 추천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책 추천 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물어보는 분도 참 많아요. 한결같은 제 대답은 ‘제 책이 제일 좋다’는 것입니다. 다들 유쾌한 농담으로 생각하지만 80퍼센트 정도는 진담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옷을 사면 좋을지 추천해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나 취향, 어떤 자리에서 입을 것인지 등 옷을 추천하려면 알아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의 취향과 지식뿐 아니라 책을 읽을 시간, 왜 읽으려 하는지 등 정말 여러 가지를 알아도 책 추천에 성공할까 말까예요. 왜냐하면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 말만 듣고서 추천하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통적으로 추천해 줄 만한 책을 찾아보자면 일단 읽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는 있는데 마음은 다음 주에 놀러 갈 해변에 있고, 정신을 오늘 먹을 저녁 메뉴를 따라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책을 읽긴 하지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그런 경우 책을 덮어야 합니다. 차라리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는 더 좋을 수 있어요. 좋은 책은 잘 읽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잘 읽힌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도대체 어떤 책이 잘 읽히는 책일까요? 물론 자신의 관심사에 관한 책이라면 엄청 잘 읽힙니다. 게다가 실용적인 필요성과 맞물리면 더욱 그렇죠. 자신의 관심사여야 한다는 제1의 조건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아니 굳이 추천받을 필요가 없죠. 그래서 관심사라는 조건을 제외하고 잘 읽히는 책의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책에 몰입감을 더하는 추리 기법

첫 번째는 ‘추리적 요소’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도 웬만하면 추리 기법으로 시작하더군요. 넷플릭스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영화 추천도 하지만 콘텐츠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죠. 대중이 흥미 있어 하고 끝까지 보는 내용, 구성, 감독, 배우들을 AI로 분석해서 만드는데, 유독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 이 물음표로 시작하는 게 많아요. 넷플릭스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처음에 ‘도대체 뭐지?’라는 의문을 주고, 시즌이 거듭되면서 그 의문을 풀어 가는 식으로 전개하는 게 많거든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추리소설이 아닌데도 추리 기법을 쓴 책이 정말 많습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닉의 시선에서 개츠비의 행적을 따라가죠. ‘도대체 왜 개츠비는 밤마다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 것일까?’가 일단 독자가 풀어야 하는 첫 번째 의문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도대체 이 이상한 나라는 뭐지?’라는 의문이 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죠. 물론 끝까지 풀리지는 않지만요.


현대 작가 중에 추리 기법으로 작품을 쓰는 대표적인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일 것입니다. 게이고의 작품은 추리소설을 표방하는 경우도 많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책은 추리 기법과 판타지 그리고 서사까지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빅 히트를 했습니다.


하지만 추리 기법을 효과적으로 써서 히트 친 우리 시대 작가 한 사람을 뽑으라면 이 사람을 당할 수는 없죠. 바로 《해리 포터》를 쓴 J.K. 롤링입니다. 《해리 포터》는 시리즈 한 편 한 편에 미스터리가 있고, 그것을 풀어 나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편은 지하실에 보관된 마법사의 돌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것이었고, 2편은 아예 부재가 ‘비밀의 방’이었어요. 또 3편은 아즈카반의 죄수와 해리의 관계가 수수께끼의 핵심이었습니다. 이처럼 7편까지 시리즈마다 해리와 독자가 풀어 나가야 하는 비밀이 있죠. 그리고 세부적으로도 계속 수수께끼와 의문이 계속 제시되면서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은 숨 돌릴 틈 없이 해답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전 시리즈에 걸쳐서는 해리와 볼드모트의 관계라는 비밀이 있었고요. 이처럼 《해리 포터》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추리 기법을 아주 효과적으로 차용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도 중요하다

몰입감의 비밀 두 번째는 ‘스토리’입니다. 당연히 스토리가 부실하거나 스토리의 전개가 되지 않은 책은 잘 읽히지 않습니다. 특히 소설인 경우는 말이죠. 소설이 아니어도 스토리 전개가 뚜렷하고, 서사 있으면 꽤 잘 읽힙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라면 논픽션이라 하더라도 서사와 결합해서 서술하면 글의 몰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죠. 보통 논픽션일 경우 성장 서사나 성공담과 결합하기 좋습니다.


예를 들어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우의 발견》은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지루한 느낌을 주는 제목과는 달리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든 책이죠. 경악, 흥미, 공포, 감동, 이 모든 감정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 내용은 타라가 스스로를 발견해 가는 과정입니다. 아버지에 의해 강요받아서 만들어진 정체성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생각과 주관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아를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한 아이이자 여성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이겨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까지의 성장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그런 점이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죠.


독서의 몰입감을 높이는 마지막 요소

독서의 몰입감을 높이는 마지막 요소는 ‘감정이입’입니다. 극 중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거죠.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죠.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보는 사람은 대부분 작중 한 인물에 감정이입이 되어 있는 상태일 겁니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감정이입하는 주인공은 가혹하고 불쌍한 운명에 놓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 인물의 운명이 어디로 갈지 궁금해하고 응원하며 보는 겁니다. 작가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인물에게 더 모진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주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더 욕을 하면서도 더욱 더 찾아보게 되는 거죠.


드라마뿐 아니라 소설, 그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소설들은 독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기법을 많이 씁니다. 저한테 넋 놓고 본 소설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이광수의 《무정》입니다. 《무정》의 메인 테마는 소설의 가장 고전적인 주제인 삼각관계죠. 주인공 형식이가 구시대의 상징인 영채와 이어질까, 아니면 신시대의 상징인 선형과 이어질까 하는 문제는 이 소설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힘입니다. 심지어 결과를 알고 있는데도 과정이 흥미진진해요. 그 과정에서 독자들 역시 형식이처럼 갈등을 하게 돼요. 이 소설은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소설로 당시 독자들 역시 형식이가 누구랑 이어지는지 너무 궁금해서, 시골에서도 신문을 사러 하루 몇 십리 길을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 분야를 대표하는 책의 조건

지루해도 의미 있는 책을 고르자

한 분야의 대표적인 책을 고르는 또 하나의 기준은 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꿀 만한 의미 있는 책, 혹은 그런 사회의 순간이 잘 반영된 책을 고르는 거죠. 제가 추천하면 100퍼센트 “제목이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알려 주세요.”라는 말이 돌아오는 책이 있습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입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이전까지 종교가 청빈과 금욕을 이상으로 삼았던 것에 비해 미국을 세웠던 프로테스탄트, 그러니까 개신교도들이 부의 축적을 이상으로 삼는 현상에 대해 설명합니다. 원래 미국은 세속화된 가톨릭에 반기를 든 금욕적 프로테스탄트들에 의해 세워졌는데, 이상하게 미국인들은 돈을 밝히죠, 돈이면 다 되고,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전통주의에서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많이 벌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자기가 살아가는 데 얼마 정도가 필요한데, 그 돈을 벌려면 몇 시간 정도나 일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잉여 수입에는 관심이 없고, 노동을 적게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말이죠.


그런데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름으로 부자가 되는 꿈에 열광합니다. 여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가 영향을 끼쳤습니다. 프로테스탄티즘에 의하면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금욕을 하듯이, 일상에서 평범한 민간인들은 금욕적인 직업 생활을 함으로써 구원에 이를 수 있어요. 금욕적인 직업 생활의 결과는 부입니다. 부가 축적되었다는 것은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신의 소명인 직업에 충실했다는 의미가 되니까, 재산은 곧 자신이 받은 신의 은총의 크기를 말해 주는 거죠. 따라서 미국인들은 부를 추구하고, 그 부를 누리기도 하며, 또 그 은총을 아낌없이 기부하며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삶의 태도와 부의 노골적인 추구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세계의 권력 중심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대표적인 책은 그래서 시대의 흐름, 또 변화기의 이유를 설명해 주곤 합니다. 이런 책을 볼 때는 책 자체로만 보기보다 그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알고서 보면 조금 더 잘 읽히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왕이 다스리던 시대에 시민들이 합의 하에 제정하는 법의 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나, 소수라는 이유로 개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뿌리박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이런 배경적인 흐름까지 알고 보면 책을 읽는 행위가 조금은 즐거워집니다. 뭔가 거시적인 이해에 도달한 느낌이거든요.


새로운 분야와의 우연한 만남을 꿈꾸며

분야를 대표하는 책이라는 것이 일률적일 수도 없죠. 해당 분야 전반을 알려 주는 입문서일 수도 있고, 해당 분야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전환기의 책일 수도 있고, 해당 분야 자체를 만든 기념비적인 책일 수도 있습니다.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책을 편식하지 말고, 여러 분야에 도전해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한 분야에 치우친 독서를 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진정한 분야의 대표 책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책을 보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책은 그 사람에게는 《침묵의 봄》보다 더 그 분야의 대표책으로 각인되어 있겠죠.


그래서 때로는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철저한 계획을 잡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발길 닿는 대로 떠나며 진정한 즐거움을 만나는 여행처럼 독서 또한 새로운 분야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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