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내가 사는 공간을 꾸미는 일, 그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은집, 원룸, 월셋집, 전셋집, 어떤 집 형태든 상관없다. 인테리어란 단순히 집을 꾸미는 게 아니라 내 주변 환경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한다고 값비싼 가구를 사고 많은 공사비를 들여 내부 리모델링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물건에 대한 욕심, 채우고자 하는 욕구를 버리면 공간이 살아나고 삶이 넉넉해진다.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단샤리, 미니멀 라이프다.
저자인 야마시타 히데코는 넘쳐나는 물건을 끊고,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물건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단샤리’이론을 생활에 접목시켜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장본인이다. 어지러운 방은 고민스럽고 아무것도 없는 방은 심심하고,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방은 편안하지 않다. 저자는 나에게 어울리는 방을 스스로 철저히 분석하게 한 다음 넘치는 물건을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버리라고 권한다. 그러면 물건이 비는 만큼 마음의 풍요로움이 채워질 것이라고도 얘기한다.
넘치는 물건을 버린 덕분에 해마다 점점 더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저자는 공간의 여유, 시간의 여유, 그리고 인간관계의 여유, 이 여유가 바로 삶을 넉넉하게 채워주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하루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기분 좋게 스스로를 맞이해 줄 수 있는 공간, 이 책을 통해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을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나의 인생도 변화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 저자 야마시타 히데코저자 야마시타 히데코는 도쿄 출신으로 이시카와현石川県에 거주하다 현재는 홀로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다. 와세다대학교 문학부 시절 알게 된 요가의 행법 철학 ‘단행 斷行·사행 捨行·이행 離行’을 깨달았다. 그 후 물건 정리법을 통해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자기탐구 방법에 심취해 새로운 정리기술로 ‘단샤리斷捨離’를 고안했다. 단샤리를 통해 일상의 정리법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정리·수납·청소’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단샤리’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작품 『단샤리斷捨離』를 시작으로 『부감력俯瞰力』 『자재력自在力』 이외에 집필과 감수에 참여한 서적이 총 300만 부가 팔리는 인기를 얻었다. 대만, 중국 등에서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어른들의 단샤리 수첩大人の斷捨離手帳』을 출간했다. 현재는 출판을 기반으로 신문, 잡지, TV에서 다양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역자 박선형역자 박선형은 일본 호세이대학교 문학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하다 현재는 출판 기획을 하면서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세를 읽는 아침』 『31인의 자수 라이프』 등이 있다.
■ 차례프롤로그
제1장 / 먹는 공간 부엌 싱크대 상판 위에는 주전자만 올려놓기 물건은 한 번에 꺼내기 행주는 필요 없다 뒤처리가 깔끔한 쓰레기 처리법이란 설거지 스펀지는 작게 잘라두면 쓸모가 커진다 식기건조대는 두지 않는다 냄비는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골라야 작은 도마가 편하다 결론은 전통 식기 고급 브랜드의 머그컵을 평소에 즐겨 쓰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를 단샤리 하기 빈 밀폐용기는 냉장고에 보관하기 식재료는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기 식탁매트로 연출하기 쟁반에 차리는 일인식이 즐겁다 요리는 토핑으로 눈속임 부엌 한쪽에 좋아하는 그릇을 장식한다
제2장 / 입는 공간 옷장의 순환을 활발하게 질 좋은 속옷을 입는다 스타킹은 덮개가 없는 바구니에 보관하기 여행에서의 대활약, 보자기의 매력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은 따로 없다 출근용 옷은 매달 처분한다 일상복이야말로 신중하게 고른다 하얀 면 셔츠를 입고 잔다 두 벌의 코트로 겨울나기
제3장/ 자는 공간 꿀잠을 청하는 물건들 다리가 달린 가구는 청소하기 편하다 액세서리와의 오랜 인연 이불 커버는 삼 일에 한 번 세탁
제4장/ 지내는 공간 거실에 소파를 두지 않는다 베란다 창가에 호텔처럼 테이블과 의자 놓기 화초와 꽃을 늘 가까이 바깥 경치가 중요하다 선물로 받은 그림은 벽에 걸기
제5장/ 씻는 공간 목욕 수건은 쓰지 않는다 스킨케어는 아침에만 하고 밤에는 하지 않는다 샴푸와 비누를 샤워 부스에 두지 않기 수도꼭지가 빛나면 세면대가 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곳을 닦는 즐거움 연말에 대청소하지 않기 화장실 슬리퍼 없애기 화장실에서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나도록
제6장/ 배우는 공간 식탁 테이블을 서재 책상으로 연필꽂이에 펜은 세 자루만 일을 세 개의 산으로 관리 불필요한 물품은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종이류는 바로 버리기 엽서와 명함들도 버리는 즐거움을 연하장은 이제 그만 버리는 책, 간직하는 책 가방은 매일 밤 숨 쉬게 해준다 지갑은 돈의 집이다 단순한 수첩에 삼색 펜으로 적는다 번뜩임을 써내려가는 ‘생각 정리노트’ TV와의 관계는 스스로 조절
제7장/ 다니는 공간 현관 바닥에 깐 현관매트 현관에서 맨발로 거실 들어오기 신발장에 구두는 반만 채워라 계절마다 두 켤레, 좋아하는 구두를 신는다 혼자 산다면 우산은 한 개로 충분하다 재난대비용품은 물 여섯 통으로 충분
에필로그 역자 후기
버리는 즐거움
제1장/ 먹는 공간
부엌 싱크대 상판 위에는 주전자만 올려놓기 _7:5:1의 법칙으로 아름다운 공간 만들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거 형태는 부엌을 집의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먹는 것은 생활의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이를 제공하는 부엌은 이제 당당히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잡지에 실린 해외의 부엌을 보고 도구가 많은데도 멋져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하며 부러움에 한숨 쉬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외의 부엌들이 멋져 보이는 이유는 모든 도구가 제대로 유용하게 쓰이는 위치에 놓여 있기에 그러하다. 도구를 적재적소에 두고 사용하게 되면, 유지관리가 잘 이뤄지는 걸 볼 수 있다. 유지관리가 어렵다면 도구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자!"
사실 나는 끊고 버리고 벗어난다는,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운동 단샤리斷捨離를 처음 주장하면서부터 이 말을 계속 외치고 있다. 부엌을 설계할 때 동선을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데 이 동선이 실은 만만치 않다. 동선을 짧게 하려고 움직임을 최소화한 공간을 추구한 나머지, 손 닿는 곳에 물건이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식기 선반이 조금 멀어도 상관없다. 그 대신 물건을 꺼낼 때의 동작의 수를 생각한다. 여기서 동작이란 수고를 말하는데 꺼낼 때의 수고와 넣을 때의 수고를 한 개라도 덜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열정을 쏟는다. 그리고 단샤리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수납이 70퍼센트, 보이는 수납이 50퍼센트, 보여주는 수납이 10퍼센트라는 7:5:1의 비율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이제부터 차례차례 소개하겠다.
행주는 필요 없다 _일회용 키친타월로 효율성을 높이고 항상 깨끗하게
사람은 누구나 수고가 드는 것을 귀찮다라고 느끼기 마련인 법. 그래서 이 귀찮음을 끊어 버리기 위해 약간의 비용을 들이자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행주 대신 키친타월을 쓰는 것이다. 한 개에 몇 천 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키친타월의 장점은 쓰고 버리는 것이 쉽다는 점이다. 최근 이슈인 친환경의 관점에서는 일회용 사용이 나쁘다고 비난하기 쉬운데, 사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화장실 휴지가 일회용이라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일회용 휴지나 키친타월과 같은 일회용 종이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접시를 닦고 난 다음으로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까지 한꺼번에 닦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용법이 가능한 것은 종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은 이래저래 청결을 유지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단샤리의 근본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소비절감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물들이 잘 사용되게끔 집중하는 것이다. 일회용 키친타월을 사용함으로 행주는 빨아서 말리는 수고나 시간, 미관을 무시한 공간이라는 여러 가지 귀찮은 요소를 줄일 수 있다.
전기밥솥, 전자레인지를 단샤리 하기 _가전의 불필요함을 체크하면 부엌이 넓어진다
부엌에만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물건, 있으니까 사용하지 딱히 없어도 불편하지 않을 물건, 그중 하나가 부엌가전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한 육 년 전쯤에 전자레인지를 없앴다. 원래 잘 사용하지도 않는 데다 오븐 요리도 하지 않을뿐더러 토스트나 그릴 기능들이 있어도 전혀 쓰지 않으니 아깝기만 했다. 전자레인지 요리가 유행했을 때에도 전자파 문제, 식재료의 조직을 파괴한다는 등의 말들이 많아 결국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프라이팬과 냄비만 있으면 대부분의 요리가 가능하고, 압력솥으로 한층 더 다양한 요리가 만들어지니 든든하다.
전자레인지에 이어 전기밥솥도 삼 년 전에 처분했다. 밥을 지을 때는 르크루제의 무쇠 솥을 애용한다. 자기 전에 미리 예약해 놓지는 못하지만 솥에 밥을 짓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고 맛까지 훌륭하다.
그리고 전기주전자도 처분했다. 뜨거운 물은 주전자로 끓인다. 물론 믹서기나 핸드블랜더 같은 소형가존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냉장고까지는 처분할 수 없으니 크기를 줄이는 선에서 생각해볼 만하다.
아는 지인도 얼마 전에 큰 냉장고로 바꾸려고 전부 정리하다 결국 작은 냉장고를 사게 되었다고 한다. 부엌 가전은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간다. 또 가전을 두면 공간 활용이 어려워진다. 나아가 부엌이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청소하기 힘들어진다. 가전이 없는 것만으로 부엌의 공간은 넓어지고 여유로워질 것이다.
식재료는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기 _남으면 잘게 썰어서 냉동고에 보관
무더위의 기운이 감도는 초여름, 오이 세 개를 천 원 주고 샀다. 그런데 생각보다 덥지 않은 날이 계속되어 나는 먹을 기회를 놓쳤고, 결국 오이는 냉장고 한쪽 구석에서 썩어버렸다. 아깝고 억울하고 미안하고, 고작 천 원이었지만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 이후 남은 채소는 심지부터 모조리 잘게 다져서 냉동 보관한다. 냉동고에는 파, 실파, 생강순, 아열대 채소인 오크라 등등 요리의 부재료로 쓰이는 양념 재료가 골고루 보관되어 있다. 파처럼 수분이 많은 재료는 냉동하면 서로 붙기 쉬우므로 한 시간 정도 두었다가 용기를 흔들흔들 섞는다. 그러면 붙지 않고 요리할 때 바로 쓰기 편하다.
냉동보관에 적합하지 않은 식재료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어차피 혼자 다 먹지 못할 바에야 유통기한 안에 함께 나눠 먹으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냉장고에 식품이 가득 들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이 그렇다. 전쟁 때 식량난을 겪어본 세대라서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따끔하게 한마디하고 싶어진다. 냉장고에 잔뜩 채워 넣고도 잊어버리고 다시 사오고,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썩혀버리는 그런 안타까운 행동은 이제 그만하자고 말이다.
제2장/ 입는 공간
옷장의 순환을 활발하게 _옷걸이의 숫자로 옷의 양 조절하기
옷음 음식과 같다. 제철에 나는 것이 역시나 맛있고, 영양분과 에너지가 넘쳐난다. 옷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생선회와 같다고 해야 할까. 싱싱해야 맛있는 회처럼 옷은 항상 신선한 바람이 통하는 공간에 보관해야 한다. 우리 집 침실에 있는 드레스룸은 ㄷ자 모양의 공간에 사방으로 파이프봉이 설치되어 있다. 들어서면 왼쪽이 교감신경의 옷, 오른쪽이 부교감신경의 옷으로 따로따로 구분되어 걸려 있다.
교감신경용 옷이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연출용 옷이다. 교감신경을 자극해 기분을 끌어올려 주는 옷들로 주로 비즈니스나 출근할 때 입는 옷이 해당된다. 부교감신경용 옷은 나 스스로가 입었을 때 편안하고 안락한 옷들로 평소에 입는 일상복, 집에서 입는 옷, 잠옷 등이다.
드레스룸 정면에 보이는 가운데 파이프봉은 비워둔다. 전날 준비해둔 옷을 잠시 걸어두는 장소로, 옷을 벗고 남은 옷걸이는 반드시 이쪽으로 옮겨둔다. 그리고 가운데 봉에 비어 있는 옷걸이로 옷의 총량을 규제한다. 총량규제란, 더 이상은 늘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옷의 가짓수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한 개의 옷걸이가 비어 있으면 한 개의 옷을 더 사도 괜찮다는 기준이 된다. 옷걸이의 개수가 옷장 안의 여유를 불러온다.
적극적으로 입을 생각이 없는 옷은 즉시 없앤다. 줄 사람을 떠올리고 망설임 없이 물려준다. 그러면 끊임없이 새 옷으로 바꿔 입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주기만 하면 아깝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옷과 씨름하는 시간, 관리하고 수납하는 공간,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이다.
여행에서의 대활약, 보자기의 매력 _큰 것 한 장과 작은 것 두 장 챙기기
물건을 훤히 보이게 드러내지 않는 다소곳함은 일본의 오랜 전통이다. 그래서 일본은 물건을 포장하는 문화가 활발하다. 작은 선물을 포장할 때, 살포시 보자기를 꺼내면 얼마나 멋스러운가. 보자기는 일본 전통 그릇과 마찬가지로 자유자재이다. 용도가 한정적이지 않다. 용량도 융통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늬가 정말 아름답다. 접어서 살짝 가방에 넣고 다니면 짐도 안 되고,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니면 그야말로 그림이 된다.
보자기는 대각선 모서리와 모서리를 서로 꽉 묶지 않고 포장지처럼 모서리를 탁탁 접는다. 이렇게 하면 사각형 보따리가 완성이 된다. 여행 가방에 빈 공간 없이 딱 맞게 수납된다. 여행 가방 안에 놓인 보자기 보따리로 보고 지인들이 탄성을 지른 적도 있다. 보자기는 원래 두고두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훌륭한 물건이지만 여행용으로 쓰는 두 장의 보자기는 너무 많이 써서 점점 낡기 시작했다. 슬슬 새로운 보자기를 살 때인가. 보자기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출근용 옷은 매달 처분한다 _항상 새로운 여섯 가지 아이템
옷의 가짓수는 적어도 늘 다른 옷을 입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지금 옷장에 있는 출근용 옷은 모두 여섯 벌이다. 원피스와 재킷, 상하 한 벌의 정장이다. 이 중에서 매달 세 가지를 처분하고, 세 가지를 새로 구입한다. 한 가지를 입는 기간은 대략 두 달쯤. 이 기간 동안은 거의 매일 입고 또 입는다.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마음으로 사이즈가 맞는 지인 혹은 헌옷가게로 미련 없이 보내준다.
옷이란 에너지이다. 기氣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딱 들어맞는 기가 존재한다. 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계절의 계季, 시간이나 유행을 나타내는 기회의 기機 또는 감정이 담긴 기쁨의 희喜, 빛날 휘輝, 신기할 기奇 등등이다. 강한 기를 느끼는 옷이 자신에게는 알맞은 옷인 것이다. 작년 옷이 구닥다리로 보이는 것은 여러 번 세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기가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용 옷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구입한다.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가면서 도쿄 아오야마에 있는 옷가게에 들른다. 쇼핑에 대해서는 원래 갈대와 같은 마음이지만, 최근에 일편단심으로 들르게 된 프랑스 수입 정장을 파는 곳이 있다. 다채로운 디자인의 옷이 딱 한 점씩만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제5장/ 씻는 공간
목욕 수건은 쓰지 않는다 _질 좋은 세안용 수건을 특별 주문하기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목욕 수건이 없었다. 아마도 사용하는 집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지금은 목욕 수건의 크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세안용 수건이 작게 느껴지지만 옛날에는 작은 수건으로도 충분했다. 어쩌다 보니 목욕 수건이 우리들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긴 했지만.
목욕탕에 가면 모두 목욕 수건을 가지고 가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세안용 수건 하나로 몸을 씻고 물기를 완전히 짠 다음 몸을 닦는다. 그렇게 수건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수건 사용법에 매뉴얼은 없으니까.
우리 집에서도 역시 목욕 수건은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손님용으로 비치해 두기는 했다.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세안용 수건 여섯 장이 전부이다. 크기도 종류도 통일시킨 질 좋은 호텔용 수건으로 흰색에 무늬가 없는 것이다. 스스로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조금 투자했다.
세탁을 자주해서 촉감이 딱딱해지면 새로 사야 할 시간이다. 수건은 소모품이니까 일 년에 한 번 새것으로 바꾼다. 선물로 받은 수건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선물용 수건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기부한다. 수건은 마음에 드는 것으로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샤리를 하면 우리가 얼마나 물건을 무신경하게 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생각하지 않으면 물건은 점점 늘어날 뿐이다.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고통을 받는다. 유지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또 그 점에 죄책감을 느끼는, 자기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 편한 물건을 적게 갖추는 쪽을 택하자.
화장실 슬리퍼 없애기 _매트, 변기 청소도구 모조리 없애기
우리 집 화장실에는 슬리퍼가 없다. 이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늘 화장실 또는 배설과 연관하여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방은 깨끗한 장소이고, 화장실은 구질구질한 장소라는 선입견 때문에 슬리퍼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화장실은 대접하는 공간이다. 먹을 것으로 대접을 하듯이 화장실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에게 먹을 것은 입구이고, 화장실 즉 배설은 출구인 셈이다. 둘 다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대접해야 한다.
그래서 집 화장실은 청결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청소는 당연히 그때그때 한다. 몸과 마찬가지로 때가 끼면 때를 빼고 화장실이 더러워진다 싶으면 바로 청소한다. 보이는 더러움과 보이지 않는 더러움이 있는데 보이지 않아도 냄새는 나니까 청소해줘야 한다.
그때그때 청소하는 방식에 맞지 않는 화장실 매트나 변기 매트 등은 두지 않는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매번 세탁할 수도 없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 변기 청소도구 또한 두지 않는다. 대신 일회용 화장실 변기 청소 물티슈로 닦아 청소하고 버린다. 하루에 몇 번이고 자주 닦는다.
제6장/ 배우는 공간
연필꽂이에 펜은 세 자루만 _펜을 꽂을 때도 인테리어를 즐겨라
서재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연필꽂이가 놓여 있다. 펜은 항상 한 번에 집을 수 있도록 서랍 안에 넣지 않는다. 연필꽂이에 보통 펜이 빈틈없이 빡빡하게 꽂혀 있어야겠지만 내 책상의 연필꽂이에는 세 자루의 펜밖에 없다.
거기에다 수정액과 가위, 자가 전부이다. 여분의 펜은 다른 문구 용품과 함께 서랍 안에 있다. 애용하는 세 자루의 펜을 소개해 보자면, 첫 번째 펜은 검정 붓 타입의 사인펜이다. 한때는 블루블랙 펜을 애용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사인펜의 필기감에 푹 빠졌다. 붓 펜 끝이 종이에 부드럽게 타고 내리면서 술술 문자로 써지는 감각이 마음에 든다.
두 번째 펜은 삼색 펜이다. 수첩에 스케줄을 쓸 때 이 삼색 펜으로 구분하고 있다. 장점은 깨끗하게 지워진다는 점이다. 스케줄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
세 번째 펜은 젤 타입의 형광펜이다. 크레용처럼 부드럽게 써지는 점이 특징이다. 이전에는 일반적인 형광펜을 썼는데 어느 날 비행기에서 쓰려고 하자 기압 때문인지 잉크가 번져 애를 먹었다. 그런데 젤 타입은 언제 어디서나 스트레스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형광펜은 책을 읽을 때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 쭉쭉 그을 때 쓴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책들은 모두 새카맣지 않고 샛노랗다. 또 앞으로 소개할 참고 정리 노트에 사인펜으로 쓰거나 할 때도 정말 중요한 부분에서는 반드시 형광펜이 등장한다.
버리는 책, 간직하는 책 _책은 소유하면서 사용하는 것
지금 집에 있는 책은 이백여 권이다. 권수는 변하지 않고 들어오는 책과 나가는 책이 항상 바뀐다. 버리는 책과 간직하는 책을 분류하는 기준은 새까매질 정도로 철저하게 정독한 책인지 아닌지인데, 정독한 책은 남겨둔다.
책이라는 것은 먹을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입 먹어보고 어? 별로인데…라고 느끼는 것은 끝까지 손대지 않고, 이거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면 단숨에 다 읽어버린다. 독서는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과 상황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책에서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한입만 먹고 만 책은 정기적으로 처분한다. 책을 처분할 때 원래는 재활용 가게를 이용했는데, 번거로워서 그냥 종이 쓰레기로 버렸다. 그런데 이 점은 생각해보면 책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중에 가끔 저자가 직접 밑줄 친 책을 받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노란 형광펜 밑줄 때문에 요점 파악이 된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단순한 수첩에 삼색 펜으로 적는다 _스케줄이 꽉 차면 방이 지저분하다
스케줄을 적는 수첩은 월 단위로 된 단순한 것을 사용한다. 일기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상세하게 적는 스타일의 수첩을 사용한 적도 있는데 결국 심플한 것으로 돌아왔다. 필기할 때는 삼색의 지워지는 볼펜을 쓴다. 시간은 빨간색, 장소는 파란색, 내용은 검은색의 세 가지 분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는 개인적인 일과 공적인 일로 구분했는데 점점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고 느끼게 되면서부터 지금의 방식대로 나눠서 적고 있다.
사실 일상의 스케줄과 방 정리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케줄이 꽉 차면 방도 비례해서 어지럽혀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지 않은지? 가끔 회사 사무실 책상 주변의 단샤리 컨설팅을 하기도 하는데, 최근 방문했던 곳은 정말 그 말을 증명해주는 책상이었다. 방송계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세 명이었는데 서랍이 꺼내진 채로 있고 책상 위에는 산더미처럼 서류가 쌓여 있는 데다 또 그 위에 컴퓨터가 있었다. 놀랍게도 의자는 둘 자리가 없었다.
아, 정말이지 모두가 심하게 바쁜 사람들이었다. 매월 매주 매일 매시간의 마감과 다투는 세계, 처리해야 할 일의 양을 생각하면 책상 위를 효율적으로 정리할 시간조차 아까울 것이다. 그 결과는 안타까운 악순환의 연속. 그런데도 오랜 시간 이 상태가 지속된 탓인지 익숙함에 그다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게 된 점이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심하게 말씀해 주셔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에 정말 심하게 쓴소리를 쏟아내며 조언하긴 했지만 이것은 단지 긴급수술을 한 정도이다. 수술은 그만큼의 상처가 따른다. 그 상처가 확실히 아물고 나서야 원활한 순환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자신의 방이 어지럽다고 생각하면 스케줄 수첩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두길 바란다.
제7장/ 다니는 공간
신발장에 구두는 반만 채워라 _구두 가게같은 존재감 뽐내는 진열
구두를 좋아하는 사람은 흔히 구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구두가 많이 있으면 신발장은 점점 커져가고 결국 생활공간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수집품으로 보고 즐긴다면 모를까 신발장에 늘어나는 신발을 전부 수납하려면 실제로 큰 비용이 든다.
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신발을 신중하게 골라서 소중하게 신고자 한다. 숍에서 팔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게 식기를 진열하듯 감각적으로 수납하고 싶다.
그래서 신발장은 다 채우지 않고 반만 수납한다. 첫 번째 단에는 두 켤레, 넉넉히 세 켤레 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도 일부러 한 켤레 공간을 비워놓는다. 같은 모양, 다른 색의 펌프스를 세 켤레 진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 적도 있지만 꾹 참고 있다.
한 켤레의 여유 공간으로 신발장이 달라 보인다. 그만큼 손님용 공간이 생겨나므로 이 공간이야말로 여유를 나타내는 공간인 것이다. 바람이 잘 통하고 한 켤레 한 켤레가 존재감을 뽐낸다.
구두가 몇 켤레 없다 보니 손질도 간단하다. 펌프스는 면적이 적어서 거의 더러워질 일이 없지만 손질을 귀찮아하면 금세 상처가 생긴다. 귀가 후 천으로 한 번 쓱 닦아 그 즉시 처리하는 방식으로 손질하면 더러움이 쌓일 틈이 없다. 구두나 신발장의 악취 대책 따위는 전혀 필요 없게 된다.
부츠는 겨울용으로 딱 한 켤레만 마련했다. 매력적인 부츠들이 많아서 몇 켤레 더 사고 싶기도 하지만 여느 때처럼 한 켤레로 겨울을 난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 어떤 코드에도 잘 어울릴 만한 기본적인 롱부츠를 산다.
혼자 산다면 우산은 한 개로 충분하다 _지나치게 많은 우산이 꽂혀 있지는 않은지
비 오는 날 집에 돌아오면 사용한 우산을 그대로 펼쳐서 말린다. 다 마르면 신발장 안의 보관함에 걸어 둔다. 우산꽂이는 끝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애초부터 우산꽂이가 필요한 것이었을까. 대체 가족이 몇 명일까?하고 의심될 정도로 많은 양의 우산이 우산꽂이에 빼곡하게 꽂혀있는 집이 있다. 그곳에는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누가 봐도 무의식, 무자각의 증거이다. 단지 우산꽂이를 가지고 있고 아무렇지 않게 여러 개를 꽂아 사용하는데 어떠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 광경은 실제로 예전 본가의 현관 모습이다. 그 당시 본가에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동생, 이렇게 둘만 살고 있었다. 반 년 만에 집에 돌아가 보니 어느새 슬금슬금 우산이 불어나 있었다. 그 수가 무려 여덟 개, 집의 구성원과 숫자가 맞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장우산 한 개와 가방에 들어가는 접이 우산 한 개, 나에게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쓸 때마다 즐겁기 위해 예쁜 그림이 그려진 우산을 산다. 이런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어딘가에 두고 올 일도 줄어든다. 소중하게 몇 년간 사용하고 이 정도면 많이 썼다 싶을 때 새로운 우산을 산다. 더욱더 비가 기다려지는 우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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